소설리스트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628화 (627/653)

제628화

라온은 루시튼과 벨루시안의 뒤에 서 있던 성검련의 검귀와 흑탑의 마인을 향해 아래로 기울였던 제천검을 세웠다.

촤아아아아악!

파도가 몰아치는 듯한 파공음과 함께 검귀과 마인들의 몸이 비틀어졌다.

푸카아아악!

공간과 함께 갈라진 마인과 검귀들의 가슴에서 시뻘건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들은 루시튼과 벨루시안처럼 본인들의 죽음을 깨닫지도 못한 채 사막에 몸을 뉘였다. 회색 모래가 핏빛으로 젖어갔다.

“허어.”

리스른은 동시에 목이 굴러 떨어진 루시튼과 벨루시안의 시체를 보며 헛바람을 흘렸다.

“저 괴물들이 이렇게 죽을 놈들이 아닌데….”

라온은 바람을 부치는 듯 그어 내린 두 번의 검격으로 수백의 인파를 막고 있던 성검련과 흑탑의 벽을 깨부쉈다. 압도적인 무력. 이전에 보았을 때보다 더 강해진 듯 했다.

“방심을 해서 쉽게 갈 수 있었습니다.”

라온이 당황하는 리스른에게 손을 저었다. 루시튼과 벨루시안은 나를 얕잡아보고 처음부터 전력을 꺼내지 않았기에 일검에 목이 날아갔다. 생사결을 치를 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방심이었다.

‘지금은 저 멍청이들에게 신경을 쓸 때가 아니야.’

설화의 감각을 운용하며 오러를 끌어 올렸다. 기감을 거미줄처럼 조형하여 숲과 사막 전체로 퍼뜨렸다.

‘전투 중이라고 했으니, 찾기 쉽겠지.’

세레나와 귀마검주는 숲과 사막 어디에서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전투 중이니 오러의 흐름을 느끼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신룡처럼 사방으로 뻗어나가던 기감의 끝에 강렬한 오러의 파동이 느껴졌다. 그랜드 마스터가 일으키는 의념의 충돌이었다.

‘저쪽이군.’

라온은 방향을 정한 후 뒤를 돌았다.

“제가 그들을 마지막으로 봤던 건 저쪽이었습니다.”

리스른은 조금 전 오러의 파동을 느낀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을 가리켰다. 잘못된 방향이었다.

“전투를 치르며 떨어진 듯하군요. 지금은 이쪽에 있습니다. 모두 따라오도록.”

리스른에게 제대로 된 방향을 알려준 후 광풍대에게 손짓했다. 태화보를 밟으며 가장 먼저 앞으로 나아갔다.

“예!”

광풍대는 라온의 말이 진리라고 생각하는 듯 누구 하나 의심하지 않고, 라온의 뒤를 따라 사막을 달렸다.

“아, 귀찮네.”

가주의 말도 듣지 않는다는 광검 리메르조차 라온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광풍대 전원이 라온이라는 사람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었다.

“나 그냥 쉬어도 되는 거 아닌가.”

리스른이 어느새 멀어진 라온의 등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기감으로 적을 찾으니, 정보를 넘겨줄 필요조차 없었다. 많은 무인을 보았지만, 저런 괴물은 또 처음이었다.

‘다만 내가 도움이 안 된다고 해도….’

끝까지 따라가야겠지.

데닝로즈의 부탁을 떠나서 라온 덕분에 스란 부족에서 새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다시 한번 그 감각을 느끼기 위해서라도 광풍대를 쫓아가고 싶었다.

“같이 좀 갑시다!”

리스른이 손을 털어내고서 광풍대의 꽁무니를 쫓아서 사막을 뛰었다.

“음….”

“우, 우리도 가자!”

“그래! 도검존의 무덤이 코앞이야! 여기서 놓칠 수는 없잖아!”

“맞아. 일단 무덤에 들어가기만 하면 누가 먹을지 모른다고.”

“따라붙어!”

성검련과 흑탑에 막혀 있던 무인들도 라온이 움직인 방향을 따라 사막을 내달렸다. 그들의 눈동자에 비치는 욕망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후….”

들소처럼 뛰어가는 무인들과 달리 도검존의 유산을 포기한 듯 등을 돌리는 이들도 있었다.

“못 해먹겠다.”

“나도 고향에 돌아갈래….”

“저런 괴물을 어떻게 이기냐고.”

“집에 가서 가업이나 이어야지….”

소수의 무인들은 라온의 무력에 질린 듯 고개를 떨군 채 왔던 길을 돌아갔다.

다만 숲과 사막에 숨어서 상황을 지켜보던 고수와 기인들은 단 한 명도 물러나지 않은 채 천천히 라온의 뒤를 쫓았다.

*     *      *

오러의 충돌이 느껴진 곳으로 한참을 달리자, 황폐화 된 숲과 사막이 나타났다.

숲의 반은 불길에 탄 듯 재가 되어 있었고, 또 반은 검은 냉기로 얼어붙어 있었다.

반면 사막에는 수십 개의 구덩이가 파여 있었다. 마법 폭격을 맞은 듯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었다.

‘숲에서 설괴후와 뇌쇠 바르필이 붙었고, 사막에서는 세레나와 귀마검주가 싸운 건가?’

상황을 보니, 그렇게 2대2의 전투가 벌어진 것 같았다.

‘아니….’

하나 더 있어.

공검대 검사들과 귀마검대의 검귀들의 오러 말고도 초고수의 흔적이 새겨져 있었다.

누구인지 정확히는 몰라도 한 명이 더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아마도….’

라온이 또 다른 적을 예측하고 있을 때 눈앞의 모래 언덕이 터져나가며 세레나와 검은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장신의 남성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

세레나가 뒤로 묶어두던 머리칼이 잘게 흩어져 있었고, 제복에는 모래와 피가 흩뿌려져 있었다. 낭패를 당했던 것 같았다.

반면에 그녀를 상대하는 장신의 검사는 자그마한 부상도 입지 않은 채 미소를 그리고 있었다.

‘저놈이 귀마검주인가.’

팔과 다리가 기형적으로 길었다. 검과 보법을 잘 펼칠 수 있는 체형을 넘어 꼭 방아깨비 같은 느낌이었는데, 전해지는 기파가 너무도 거대하여 웃음이 나오질 않았다.

터어엉!

귀마검주가 허공을 땅처럼 밟으며 세레나에게 돌진한다. 그가 쥐고 있는 예검의 칼날이 가늘게 흔들리더니 수십 개의 광망을 이뤘다.

“…….”

세레나는 허공을 뒤덮은 칼날의 그물을 보고도 담담하게 시선을 들었다. 검을 두 손으로 잡은 채 천지를 가르는 듯 내리찍었다.

쿠와아아아아!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터지며 세레나의 검격과 귀마검주의 검의 그물이 모조리 녹아내렸다.

치이이잉!

귀마검주는 이 상황을 예측한 듯 세레나의 좌측으로 짓쳐 들어 그녀의 심장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

세레나 역시 귀마검주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은 듯 오른발로 사막을 내디뎠다.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며 귀마검주의 검을 막아섰다.

쩌어어어엉!

그녀의 빠른 판단 덕분에 귀마검주의 검격은 제 목표에 닿지 못한 채 튕겨 나갔다. 조금만 늦었다면 심장이 뚫렸을 것이다.

‘상성이 좋지 않아.’

극한의 속도를 추구하는 귀마검주와 무거움을 담은 세레나의 상성은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거기다….’

라온이 좌측으로 시선을 돌렸다. 뭉개진 숲에서 거대한 기척 하나가 크게 가라앉으며 누군가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쿠구구구구!

숲의 절반을 얼려버린 검은 냉기를 휘감은 어린 외모의 여성이 튀어나와 세레나의 목을 향해 냉기의 창날을 세웠다.

설괴후가 뇌쇠를 쓰러뜨리고 귀마검주를 도우려는 것 같았다.

“늦었구나!”

귀마검주가 비릿한 미소를 그리며 밀려났던 검을 다잡았다.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다시 한번 세레나의 심장을 향해 예검을 찔러 넣었다.

“음….”

부상을 당해도 평온하던 세레나의 눈동자가 처음으로 비틀어졌다.

그녀는 한쪽을 포기하려는 듯 설괴후가 아니라, 귀마검주만을 바라보았다. 등은 오러의 방패로 어떻게든 버티려는 것 같았다.

터어엉!

그 순간 라온이 가라앉힌 기파를 풀며 태화보를 밟았다. 허공을 밟는 귀마검주와 다르다. 아예 공간을 뛰어넘은 것처럼 나아가 세레나의 뒤편에 섰다.

“라온?”

놀란 세레나의 눈빛을 사선으로 받으며 돌진해오는 설괴후의 손을 제천검의 검신으로 찍어 눌렀다.

쿠와아아아아앙!

만화공의 불길과 설괴후의 냉기가 이빨을 세운 짐승처럼 경합하다가 한순간에 터져나갔다.

“크으윽!”

강렬한 충격파의 폭발에 설괴후가 미간을 찌푸린 채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투명한 얼음으로 조각한 듯한 그녀의 손아귀가 바르르 떨렸다.

“너는….”

설괴후가 당황하여 눈동자를 굴릴 때 그녀의 옆으로 귀마검주가 내려섰다.

“저놈 라온 지그하르트다.”

귀마검주는 단번에 정체를 알아본 듯 미간을 구겼다.

“여기에는 어떻게 왔지? 루시튼이 있었을 텐데?”

“그러고 보니….”

설괴후도 벨루시안을 찾는 듯 시선을 돌렸다.

“답이 필요한가?”

라온이 설괴후와 귀마검주를 굽어보며 턱을 틀었다.

“…….”

두 사람의 눈빛이 더욱 사납게 굳어졌다.

“싸우는 것 자체를 느끼지 못했는데?”

“싸우지 않았으니까.”

“뭐?”

“둘 다 일검에 죽었다. 싸울 가치가 없었지.”

라온이 평온한 눈빛으로 뇌까렸다.

“저 새끼가….”

“건방진 놈이.”

귀마점주와 설괴후가 입술을 씹었다.

“너희와 잡담을 나눌 생각은 없다. 지도나 내놓도록.”

라온이 귀마검주에게 손가락을 까딱였다.

“하! 크하하하하!”

귀마검주가 머리를 부여잡은 채 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많이 쉬기는 했나 보군.”

그가 입매를 비틀며 땅을 박찼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가 저리 나불댈 정도니까!”

“그 나불대는 애송이한테 죽어보든가.”

라온이 코웃음을 치면서 화령을 일으키려고 할 때였다.

우우우웅!

귀마검주와 설괴후의 우측으로 하얀 물기가 솟구치더니, 상체를 회색으로 물들인 괴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기운은….’

혈기?

괴인의 내부에서 백혈교의 혈기가 느껴졌다, 그것도 사도 수준으로 강렬한 기운이었다.

“저놈이다.”

세레나가 옆으로 다가오며 입술을 씹었다.

“나와 뇌쇠가 싸우고 있을 때 갑자기 저놈이 끼어들었어. 6사도.”

그녀는 기습을 당했다며 손아귀에 쥐고 있는 검을 떨었다.

‘역시 백혈교였군.’

이곳에서 세 번째 고수의 흔적을 느꼈을 때 백혈교의 사도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예측대로였다.

‘6사도라….’

처음 보는 사도였지만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놈에게서 느껴지는 혈기가 소름끼치도록 부드러웠다.

오마 중 저 셋은 같이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도 저 셋이 도검존의 무덤을 공유하기로 한 것 같았다.

“마침 잘 왔다. 일단 저놈들을 처리하고….”

“문제가 생겼다.”

6사도가 이쪽을 힐끔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무령귀객이 먼저 무덤을 발견했다. 가장 먼저 들어갔고, 지금 주변에 있던 인간들이 모두 그곳으로 향하고 있다.”

뭐?”

귀마검주는 이런 상황은 예측하지 못한 듯 눈을 부릅떴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무령귀객은 백사우가 죽인 게 아니었어?”

설괴후도 무슨 말이냐는 듯 입을 벌렸다.

“죽은 척하면서 홀로 수색하고 있었던 것 같다. 놈은 지도를 외우고 있었으니까.”

“이런 망할! 위치는!”

“여기서 멀지 않다.”

6사도가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손끝에서 허연 혈기가 퍼져나가며 설괴후와 귀마검주를 휘감았다.

“어딜 가려고!”

“흥!”

라온이 태화보를 밟았다. 6사도의 앞으로 다가가 적섬을 내리치려고 할 때 귀마검주와 설괴후가 동시에 손을 뻗었다.

쩌어어어엉!

두 괴물의 기운이 단숨에 폭발하며 허공으로 검격과 냉기의 소나기가 떨어져 내렸다. 놈들이 노리는 건 내가 아니라, 뒤에 있는 광풍대와 공검대였다.

아무리 세레나와 리메르가 있어도 저 모든 것을 막기는 힘들어 보였다.

“젠장!”

라온이 한 발 뒤로 물러서며 화령을 일으켰다.

후우우우웅!

검극에서 피어난 수백 개의 꽃잎들이 광풍대와 공검대의 정면을 막아서는 화벽을 이뤄냈다.

치이이잉!

리메르와 세레나도 각자 좌측과 우측을 맡아서 떨어지는 검격과 냉기를 쳐냈다.

다만 그 시아에 6사도와 귀마검주 그리고 설괴후는 이미 모습을 감췄다.

“라온 님!”

리스른이 다급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놈들의 말이 사실입니다. 무령귀객이 먼저 무덤을 찾아서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는 조금 전에 요원에게 연락이 왔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 위치는….”

“저쪽이군요.”

라온이 망가진 숲이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조금 전 사라진 놈들의 기척이 저 앞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정말 멀지 않았다.

“가죠.”

“크흡.”

뒤를 향해 손짓을 할 때 세레나가 걸음을 멈춘 채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 참던 내상이 도진 것 같았다.

“공검대주님!”

“괜찮아.”

세레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입가에 흘린 피를 닦고서 내상약 하나를 삼켰다.

“6사도한테 기습을 당해서 조금 다쳤을 뿐이다. 걱정 마라.”

그녀는 손을 젓고서 먼저 숲으로 걸어갔다. 통증이 심할 텐데 내색조차 하지 않다니, 참을성이 나와 비슷할 정도였다.

“와줘서 고맙다.”

세레나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감사 인사는 나중에 제대로 하고 일단 출발하자. 늦어서는 안 돼.”

“정말 괜찮으십니까?”

“그래.”

“…알겠습니다.”

그녀가 괜찮다고 하는데 계속 걱정하는 건 실례였다. 고개를 끄덕이고서 숲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곳저곳에 설괴후와 마인에게 당한 발카르의 마법사들의 시체가 널려 있었다. 6사도와 혈귀들에게 당한 이들도 많아 보였다.

오마 중 둘에게 습격을 받았으니, 발카르의 마법사들도 견디지 못했던 것 같았다.

입술을 깨물며 숲 안쪽을 들어가자, 많은 사람의 기척이 느껴졌다.

이 주변의 모든 인간이 모여든 것처럼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숨어 있던 은거기인과 전대 고수들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서로를 견제하는 듯 검을 뽑아든 무인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숲 안쪽으로만 달려갔다.

사람들의 걸음을 따라서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가자, 낮은 언덕 아래에 세워진 작은 느티나무가 보였고, 그 바닥에 직사각형 형태의 구멍이 나 있었다.

자연적인 게 아니라, 인위적으로 연 듯 단면이 굉장히 반듯했다.

귀마검주와 설괴후 사도는 이미 안에 들어간 듯 누구도 보이지 않았고, 주변에는 피가 낭자했다.

지도를 가진 놈이 의심없이 들어간 것을 보면 도검존의 무덤이 확실한 것 같았다.

지금도 은거기인이나, 전대고수, 평범한 무인 할 거 없이 전부가 무덤으로 몸을 던지고 있었다.

라온은 바닥의 구멍을 보며 눈매를 찡그렸다.

‘기운이 읽히지 않아.’

그저 구멍일 뿐인데, 안쪽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

세레나도 그것을 느꼈는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공검대, 진입한다.”

다만 그녀의 결정은 빨랐다. 도검존의 무덤의 임무를 찾기 위해서였기 함정이든 뭐든 거침없이 마음을 다진 듯 보였다.

“정말 가실 겁니까?”

“내 스스로 고른 임무다. 죽어서라도 완수하는 게 옳다.”

세레나는 물러설 수 없다며 잔잔한 미소를 그렸다.

“너는 네 스스로 결정해라. 만약 들어온다면 최대한 몸을 사리도록 해라.”

그녀는 가볍게 손을 젓고서 먼저 무덤으로 들어갔다.

공검대 역시 대주를 신뢰하는 듯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뛰어들었다.

“우리는 어떻게 할 거냐?”

리메르가 옆으로 다가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도검존의 무덤으로 들어가는 인물들은 많았다.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

“이상하다?”

리메르가 무슨 말이냐는 듯 옆으로 다가왔다.

“저희와 귀마검대, 흑탑, 백혈교가 부딪치려는 순간 무덤이 발견된 것도 그렇고. 모두에게 알려진 것도 이상합니다.”

라온이 도검존의 무덤을 보며 미간을 구겼다. 세레나도 좋지 않은 표정으로 이쪽을 본 것을 보면 그녀도 이상함을 느꼈을 것이다.

“거기다 무령귀객은 도둑이자 정보원입니다. 죽으면 죽었지 이렇게 대놓고 무덤을 열 놈은 아닐 거예요.”

“이판사판이 아니었을까? 이대로 있다가는 성검련에 빼앗기니까.”

리메르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고 해도 상황 자체가 기이한 건 사실입니다.”

버렌이 라온을 보며 눈매를 좁혔다.

“결국 함정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군.”

리메르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습니다. 다만….”

라온이 리메르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구멍을 살폈다.

“이 입구가 오랜된 건 확실해요. 몇십 년 정도가 아니라, 수백 년 이상이 지났을 겁니다.”

정확한 세월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긴 세월이 지난 입구로 보였다.

“제 생각도 비슷합니다. 함정일 수도 있지만, 하루 이틀 된 곳이 아닙니다.”

리스른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지?”

리메르는 대주로서의 판단을 내리라는 듯 고개를 까딱였다.

라온이 광풍대를 돌아보았다. 검사들 모두는 자신에 찬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뭐든 할 수 있다는 표정이었다.

“가야죠.”

도검존의 유산을 얻지 못하더라도 그게 오마에게 넘어가는 꼴만큼은 봐서는 안 된다.

거기다 저 안에는 부상을 입은 세레나도 있기에 그냥 놔둘 수가 없었다. 최소한의 지원은 하는 게 옳았다.

“그래.”

리메르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옳든 그르든 상관없이 라온의 대주로서의 판단을 믿겠다는 것 같았다.

“도리안.”

라온이 도리안에게 손짓했다.

“그걸 모두에게 나눠주도록.”

“그거. 아! 네!”

도리안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녹색 바람의 문양이 새겨진 배지를 광풍대 전원에게 나눠주었다.

“이건 뭡니까?”

버렌이 배지를 받으며 고개를 저었다.

“광풍대의 표식이다.”

“그래서 녹색 바람이군요.”

그는 리메르를 힐끔 보고서 피식 웃었다.

“뭐, 구리지만 이런 것도 나쁘지는 않지.”

마르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벼워.”

루난은 마음에 든다는 듯 바로 소매에 배지를 달았다.

“멋없네. 이런 거 만들 돈 나한테나 주지.”

“…….”

다만 정작 이 배지의 문양의 모티브가 된 엘프는 별로라는 듯 인상을 구겼다. 정말이지 마음에 차는 구석이 없었다.

“진입한다.”

라온은 광풍대 전원이 제복의 이곳저곳에 배지를 다는 것을 확인한 후 도검존의 무덤으로 뛰어내렸다.

땅에 발이 닿질 않고, 주변으로 퍼뜨려두었던 오러가 뚝 끊겼다. 아예 외부와는 차단된 다른 공간이라는 뜻이었다.

감각이 기묘했다. 허공을 부유하며 끝없는 무저갱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얼마나 추락했는지 감각이 흐릿해질 때쯤에야 발이 땅에 닿는 느낌이 들었다.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라온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며 입을 떡 벌렸다.

“뭐야. 여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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