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7화
쿠구구구구!
주먹에서 치솟은 나선형의 오러는 오그람의 격해무에 휩쓸리지 않고, 두터운 벽이 되어 앞을 막아주었다.
두웅!
라온은 전신이 심장처럼 박동하는 것을 느끼며 입술을 깨물었다. 오그람이 격해무는 직접 몸으로 느껴야만 깨달을 수 있다고 한 이유를 이제야 알 수 있었다.
‘격해무의 진의는 남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어.’
격해무는 상대의 오러를 무시하고, 적의 육체에 내 공격을 그대로 때려 박는 신묘한 무학이다.
당연하게도 적의 오러 흐름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격해무는 자기 자신부터 관조해야만 펼칠 수 있는 무학이었다.
‘배를 만드는 거였어.’
내 오러로 최고의 배를 만든 후 적이 만들어놓은 오러의 바다를 뚫고 지나가는 것이 격해무의 원리였다.
우우우우웅!
뇌리가 격해무의 진의를 이해하자, 주먹에서 타오르는 오러가 강해진다. 오그람과 주먹을 맞대고 있는 공간 사이에서 격렬한 파동이 일어났다.
찌지지지직!
지진이 난 것처럼 점점 진동이 거세지더니, 주먹의 틈 속에서 거대한 폭발이 터져 나왔다.
쿠와아아아아앙!
연달아 터치는 충격파에 지축이 뒤틀린 듯 대지가 요동친다.
격해무와 격해무의 경합에서 피어난 검붉은 기류가 해일처럼 치솟으며 대지를 덮치려는 순간 오그람이 손을 저었다.
화아아아아!
나비를 쫓듯 가벼운 손짓이었건만 대지를 뒤흔들던 진동과 붉은 기류가 씻은 듯 지워졌다.
오그람은 특별한 기예가 아니라, 오직 힘만으로 격해무의 충격파를 짓눌렀다. 초월자다운 오러 운용이었다.
“후우….”
라온이 거칠어진 숨을 내뱉으며 허리를 굽혔다. 너무 집중했는지 쇳덩이를 매단 것처럼 전신이 무거웠다.
“하!”
어이가 없다는 듯한 헛웃음에 고개를 들었다. 오그람이 가늘게 떨리는 눈동자를 내리고 있었다.
“너 대체 뭐냐.”
오그람은 마른침을 삼키고서 눈썹을 쳐올렸다.
“예?”
“어떻게 격해무를 이뤄냈냐는 말이다.”
“제가 사용했던 게 격해무가 맞는 겁니까?”
라온이 흔들리는 오그람의 눈동자를 보며 되물었다. 자그마한 깨달음을 얻기는 했지만, 아직 확신할 수가 없었다.
“약했고, 조잡했으며, 매가리가 하나도 없었다만….”
오그람이 눈을 내리감았다가 뜨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펼친 것은 분명한 격해무였다.”
그는 인정한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전혀 감을 잡지 못했는데, 대체 무슨 수를 쓴 거지?”
“음, 맹주님이 아니라, 제 자신을 살폈습니다.”
라온이 오른손을 들어 올려 주먹을 말아쥐었다.
“자신?
“예. 알려주신 구결에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계속 그 뜻을 생각해봤습니다.”
그가 알려준 구결을 입으로 읊어보았다.
“‘영혼을 닦아내야 내 안의 작은 바다도 길을 열어주리라.’ 아직 완전히 해석하지는 못했지만, 내 안의 작은 바다가 심상이라는 것은 알겠더군요. 그래서 맹주님의 오러를 뚫는다기보다 제 안의 의념과 오러를 다듬는 데 집중했습니다.”
어떻게 격해무를 펼쳤는지를 말해주었다.
“…….”
라온은 입을 다문 오그람을 보며 입술을 씹었다.
‘조금 자중했어야 했나?’
직접 구결과 운용법을 알려주어서 빠르게 배우면 기뻐할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한참 전에 배운 가로나보다도 빨리 습득한 게 마음에 안 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하지!
라스가 콧잔등을 찌푸렸다.
-아무리 특별한 기예를 알려주었다고 해도 제자보다 빨리 배운 놈을 왜 좋아하겠느냐! 이 멍청한 놈!
녀석은 정신 좀 차리라며 손을 저었다.
“음….”
“크하하하하하!”
라스의 말을 들으며 인상을 찌푸릴 때 오그람이 턱을 치켜든 채 광소를 터트렸다.
“그래. 그랬군. 그래서 이렇게 빨랐던 거야.”
그는 이제야 이해가 간다며 시원한 미소를 그렸다.
“예?”
“격해무는 본래 얻어맞고, 얻어맞다가 죽기 직전이 되어서야 깨달음을 얻게 된다. 나도 그랬고, 내가 가르친 녀석들도 그랬지. 아마 저 녀석도 그럴 것이야.”
오그람의 시선이 아직도 쓰러져 있는 가로나에게 향했다.
“저렇게 계속 후드려맞다가 정신과 육체가 하나로 이어져서 얻는 게 내가 아는 격해무다. 하지만….”
그가 다시 라온을 보며 큼지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죽기 직전이어야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을 구결의 해석만으로 이뤄냈군. 나는 천재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만, 너에게는 그 단어가 잘 어울리는군.”
오그람은 대단한 일을 해냈다며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전에도 말했지만, 네가 왜 지금 그 위치에 서 있는지 알 것 같구나. 역시 우연 따위가 아니었어.”
그가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음….”
라온이 멍하니 보고 있자 오그람이 손을 흔들었다.
“무얼 하는 것이냐. 잡아라.”
“아, 네.”
그의 손을 잡자, 오그람이 이불을 털듯 크게 흔들었다.
“축하한다.”
오그람의 눈빛에는 자그마한 사심도 없었다. 정말 내가 격해무를 이뤄낸 것만을 축하해주고 있었다.
‘이게 말이 되나?’
본인의 비기를 알려주고, 그걸 가로나보다 빠르게 익혔는데, 어떠한 제재도 없이 기뻐만 하다니, 이런 사람이 존재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내가 이분처럼 할 수 있을까?’
남에게 내 비기를 알려주고, 그걸 이룬 것을 순수하게 기뻐한다?
전생에 비해 부드러워진 나도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오그람에게서 그릇의 크기 차이가 느껴졌다.
“감사합니다.”
라온은 진심과 존경을 담아서 오그람에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는 무슨.”
오그람이 손을 저으며 시선을 돌렸다.
“격해무를 사용하여 패배하지만 않으면 그만이다. 그거면 족해.”
“음….”
“마지막으로 조언을 하나 하자면 격해무를 그대로 쓰지 말고, 네 식대로 바꾸는 게 좋을 것이다.”
그는 미련이 없다는 듯 그 말을 마지막으로 기절한 가로나에게 걸어갔다. 너무 시원해서 섭섭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후우….”
라온은 오그람의 등을 보다가 뭉개진 땅에 주저앉았다. 힘이 빠져서 서 있기도 힘들었다.
‘어쨌든 해낸 건가.’
아직 완벽하게 감을 잡은 건 아니다. 격해무라는 무학은 홀로 연습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상대와 힘을 격돌하는 순간을 노리는 찰나의 무학이니까.
아마 수없이 많은 연습과 실전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도 완성만 된다면….’
더 높은 곳에 오를 수 있을 거야.
나는 스스로의 길을 걷는 검사이기에 격해무를 내 것으로 만든다면 오그람이나, 연맹의 무인들과는 아예 다른 무학이 될 것이다.
‘어떤 검술과 조합하는 게 좋을까.’
지금 나는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검술과 묘리를 익히고 있다.
조합에 따라서 최강도, 최악도 될 수 있기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했다.
‘음….’
라온이 고민을 하면서 입맛을 다실 때 라스가 튀어나왔다.
-얌마!
‘응?’
-수련이 끝났으면 밥 좀 먹자! 네놈은 성장기라 매 끼니를 꽉꽉 채워서 먹어야 하느니라!
라스는 한동안 대충 먹었으니, 이제 잘 챙겨 먹을 때라며 입맛을 다셨다.
‘성장기라….’
성장기는 이미 지났고, 이 이상 키가 크면 문제가 있을 텐데, 참 핑계도 좋았다.
‘이 식충이는 하여튼.’
-네놈 저 꼬맹이랑 이야기도 안했잖느냐!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풀면 좋을 것이니라!
라스가 조심스럽게 이쪽을 보고 있는 쥬벨과 주디엘을 가리켰다.
‘그러고 보니….’
웃기게도 스란 부족을 구한 이후부터 계속 오그람에게 잡혀 있어서 저 둘과 제대로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라스의 말대로 가문에 복귀하기 전에 말을 좀 맞춰놓을 필요가 있었다.
‘네가 도움이 될 때가 다 있네.’
-무슨 헛소리냐!
라스가 고개를 홱 쳐들었다.
-본왕은 항상 네놈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느니라!
‘그건 아니지. 너는….’
라온이 고개를 저을 때였다.
[누구보다 빠르게 초월자의 무학을 습득했습니다.]
[불가능한 업적을 이룩하셨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20포인트 상승합니다.]
[특성 <집중>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격해무를 습득하고, 오그람의 인정을 받았기 때문인지 바로 능력치가 올랐다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어어억….
라스는 이 메시지는 예상하지 못한 듯 눈을 부릅떴다.
‘오.’
라온은 메시지를 천천히 읽으며 라스의 보드라운 등을 매만졌다.
‘내가 말실수를 했네. 너 진짜 큰 도움 된다. 아낌없이 주는….’
-닥쳐!
* * *
별자리를 이어가는 선처럼 잔잔한 조명이 비치는 지하 공동.
“음.”
데루스 로베르트가 의자에 등을 기댄 채 고개를 까딱였다.
“라온 지그하르트가 야수연맹에 있다?”
“그렇습니다.”
쿠바라가 가슴에 손을 얹은 채로 고개를 숙였다.
“스란 부족이 환살대에게 습격당할 뻔했던 것을 막아주었다고 합니다. 숲 전체를 뒤덮었던 불길도 가라앉혔다더군요.”
“쯧.”
공동을 굽어보던 데루스가 길게 혀를 찼다.
“얼마 전에는 세이피아에서 난동을 벌이더니, 이번에는 야수연맹인가. 바쁘기도 하군.”
“야수연맹주가 직접 찾아와서 감사인사를 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습니다.”
“그건 소문이 아니라 진실일 거다. 오그람은 체면 같은 게 없는 놈이니까.”
“…….”
“어쩐지 며칠 전부터 손등이 아려온다 했지.”
데루스는 검은 가죽 장갑이 끈적하게 달라붙은 손등을 보며 픽 웃었다.
“대륙 전체를 제집처럼 노다니고 있군.”
그는 기분이 좋은 듯 보이면서도, 나쁜 것처럼 기괴한 미소를 보였다.
“아주 건방져.”
“으….”
쿠바라가 데루스의 가라앉은 음성을 들으며 어깨를 떨었다. 그의 목소리에 실려 있는 살기와 광기에 자신도 모르게 전신이 떨렸다.
“라온 지그하르트의 일에 관여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지금은 해야 할 일이 있으니….”
데루스가 공동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눈동자 속에 단검을 휘두르는 아이들이 잡혔다.
“그쪽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마무리 작업만 남아 있습니다. 한 달 안쪽으로 정리가 끝날 겁니다.”
쿠바라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내가 마지막에 확인하겠지만, 이번 일은 대계의 시작이다. 확실하게 준비하도록.”
데루스는 라온의 이야기를 들을 때만큼이나 매서운 눈빛으로 입맛을 다셨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쿠바라는 열의가 실린 말과 달리 담담한 눈빛으로 데루스를 바라보았다.
“가보아라.”
“예.”
그녀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뒤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데루스 로베르트는 이마와 눈동자에 핏줄이 선 채로 계속 단검을 휘두르는 아이들을 보며 턱을 매만졌다.
“라온 지그하르트….”
에덴, 백혈교, 남북맹, 흑탑, 성검련에 로베르트까지. 라온을 노렸던 단체가 한둘이 아니었지만, 그 어느 곳도 그를 죽이지 못했다.
무력만으로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었다. 놈에게는 악운이 따르고 있었다.
데루스가 테이블에 올려둔 술잔을 들어 입술을 축였다.
“전쟁의 불길 속에서도 네 운이 통할지가 궁금하구나.”
* * *
라온은 가볍게 저녁을 먹은 후 주디엘과 쥬벨을 찾아갔다.
“도련님?”
주디엘이 동그랗게 눈을 뜬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 안녕하세요.”
쥬벨은 눈동자로 구슬치기를 하면서 고개를 꾸벅였다.
“둘 다 앉아.”
라온은 옅게 웃으며 손가락을 저었다.
“네.”
“음….”
주디엘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자리에 앉았지만, 쥬벨은 어쩔 줄을 모른 채 그대로 서 있었다.
“걱정 말고 앉아.”
“아, 응.”
그녀는 쥬벨을 옆에 앉힌 뒤에 라온을 바라보았다.
“수련하실 시간 아닌가요?”
“끝났어.”
라온이 고개를 저으며 주디엘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가로나 님은 계속 하시는 거 같던데.”
“걔는 안 끝났거든.”
“아….”
주디엘은 이제야 이해가 됐다는 듯 라온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한참 늦게 배웠는데, 가로나보다 더 먼저 무학을 습득한 게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뭐, 수련 이야기는 됐고.”
라온이 테이블 쪽으로 상체를 기울였다.
“둘이 이야기는 충분히 나눴어?”
“네. 도련님 덕분에 할 말, 못 할 말 전부 다 꺼낼 수 있었습니다.”
주디엘이 잔잔한 웃음을 보였다. 별관에 오기 전에 보이던 억지웃음도, 별관에 온 후 보여주는 거짓 웃음도 아니다. 진심에서 피어나는 미소였다.
“이, 인사가 늦었습니다!”
쥬벨이 다시 일어나서 고개를 숙였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는 주디엘과 달리 떨리는 목소리로 진심을 전해왔다.
“네 누나가 갑자기 튀어 나간 덕분에 고생하기는 했지.”
라온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흐읍!”
“죄, 죄송합니다!”
쥬벨이 어깨를 떨고, 주디엘이 허리를 굽혔다.
“참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저도 모르게 몸이 움직여져서….”
“농담이다.”
라온이 입술을 떠는 주디엘을 향해 손을 저었다.
“그 정도도 이해 못 할 정도로 속이 좁지는 않아. 그리고….”
조금씩 푸름이 돌아오는 숲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 덕분에 오히려 네 동생을 구할 수 있었잖아. 위험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된 일이야.”
주디엘과 쥬벨이 이곳까지 도망친 덕분에 환살대의 대주와 간부들을 처치할 수 있었고, 그들의 뒤에 카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사망자도 없었기 때문에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쥬벨.”
“예!”
“너도 주디엘과 함께 지그하르트의 별관으로 들어갈 거다. 네 역할은 집사이자, 암중호위야. 할 수 있겠지?”
“음, 저기….”
쥬벨은 예상과 달리 바로 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뭐해! 빨리하겠다고 말씀드려!”
주디엘이 어서 대답하라는 듯 쥬벨의 어깨를 쳤다.
“제, 제가 그곳에 가게 되면 누나나, 도련님께 피해를 끼치는 게 아닙니까?”
쥬벨이 떨리는 시선을 들어 올렸다.
“피해?”
“들었습니다. 누나와 제가 지그하르트 중무전에 팔려왔고, 그곳의 주인은 카룬 지그하르트라는 것을. 혹여나 저 때문에 누나에게 피해가 간다면 차라리 혼자 있는 것이….”
그는 누나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라온은 쥬벨의 굳건한 눈빛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게 남매인가.’
한참 전에 헤어져서 서로를 위해서 살아가다가, 다시 만났음에도 서로를 걱정한다. 타인임에도 가슴에 따스함이 차오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내게 형제자매는 없어도 어머니와 시녀들이 있기에 쥬벨이 어떤 생각으로 저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만약….’
누나가 살아있었다면 나도 저랬을까.
실비아는 내게 누나가 한 명 있었다고 했고, 그녀는 시체조차 구하지 못한 채 에덴에게 당했다고 말해주었다.
만약 그 누나가 살아있었다면 저들과 같은 관계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미 없는 생각이야.’
지금 주어진 삶도 전생에는 꿈에도 그릴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 괜히 있지도 않은 일을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아니.”
라온이 쥬벨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쪽도 생각이 있다면 우리를 건드릴 수 없어.”
“하지만 뒤에서 습격한다면….”
“괜찮아. 그가 움직이기 전에 내가 먼저 발목을 잡을 테니까.”
“발목이요?”
“그래. 너는 이제 네 누나와 즐겁게 살 생각만 해. 그게 나와 네 누나의 약속이었으니까.”
“도련님….”
주디엘이 처음 보는 표정으로 입술을 떨었다.
“나머지는 맡겨둬.”
라온이 쥬벨과 주디엘을 차례로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의 눈동자 속에서 붉은 뇌광이 번뜩였다.
“누구도 너희를 건드릴 수 없게 해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