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8화
“음….”
라온은 갈색 종이의 앞뒤를 번갈아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무얼 하는 것이냐.
라스는 종이를 내려다보며 콧잔등을 찌푸렸다.
-왜 텅 빈 종이를 보고 똥폼을 잡는 것이냐! 빨리 나가서 남은 토스트나 먹으란 말이다!
녀석은 종이에 관심이 없다는 듯 고개를 홱 돌렸다.
‘아쉽게도 이건 빈 종이가 아니야.’
-이제는 헛것까지 보는군.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데,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라스의 말대로 갈색 종이에는 어떠한 글자나 그림도 적혀 있지 않았지만, 이건 이 종이의 특성 때문이었다.
‘벌써 잊었어?’
-잊다니?
‘보면 알 거야.’
라온이 별관을 나서서 호수 앞에 섰다. 자정을 넘어 하늘의 중심에 선 달을 향해 갈색 종이를 들어 올렸다.
연한 달빛이 갈색 종이를 스쳐지나가자, 텅 비어있던 앞면에 글자들이 춤을 추듯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
라스는 이제야 알았다는 듯 크게 손뼉을 쳤다.
-그 녀석을 처음 만났을 때!
‘맞아.’
라온은 종이가 달빛을 충분하게 받을 수 있도록 머리 위로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디엘의 정체를 알게 되었을 때 봤던 그 종이야.’
주딜엘은 이 종이를 호수에 띄워서 카룬에게 별관에 대한 정보를 전하려다가 내게 뒤를 잡혔었다.
그 이후로 가짜 레이지웜 같은 여러 일을 겪고, 그녀의 사정을 알게 되면서 수하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것도 첫 번째 수하지.’
지금은 광풍대라는 믿음직스러운 수하들이 있지만, 내가 처음으로 받아들인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주디엘이다.
주디엘이 날 배신하지 않는 이상 내가 먼저 그녀의 손을 놓을 일은 없었다.
라온은 더이상 글자가 나타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갈색 종이를 내렸다. 감정이 빠진 듯 정제된 글자체가 보인다. 주디엘의 성격이 보이는 듯한 편지였다.
[이 편지를 볼 수 있는 사람은 라온 님뿐이겠죠.]
주디엘은 이 상황을 예측한 듯 첫 번째 줄부터 내 이름을 적어놓았다.
[다만 전 라온 님이 이 편지를 발견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발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편지를 남겨놓고 발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니 이해가 가질 않았다.
[개인 사정으로 잠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해도 라온 님이라면 다 알아내시겠죠.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다음부터 본론인 것 같아서 빠르게 눈동자를 내렸다.
[암시장에서 동생을 찾은 것 같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라온은 주디엘의 담담한 글귀를 보며 입술을 씹었다.
‘역시….’
주디엘이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도, 카룬의 밑에서 일을 하게 된 것도, 내 손을 잡은 것도 모두 하나 남은 혈육 때문이었다.
그녀가 말없이 휴가를 냈다고 들었을 때부터 이 상황이 머리에 그려졌었다.
[아직 확정은 아니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정말 제 동생이 맞는지 확인만 하고 오겠습니다.]
걱정하지 말라는 문장에서 주디엘의 건조한 음성이 들리는 듯했다.
[만약에 제 동생이라고 해도 바로 달려들 생각은 없습니다. 돌아와서 라온 님께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거리가 있는 곳이다 보니,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수련에 집중하시면서 기다려 주십시오. 라온 님께서는 하셔야 할 일이 있지 않습니까. 주디엘.]
결국 위치를 적지 않은 채 주디엘이라는 이름으로 짧은 편지가 끝이 났다.
“음….”
라온은 편지를 내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느낌이 좋지 않은데….’
편지에 감정이 조금도 실려 있지 않다보니, 오히려 더 걱정이 되었다.
‘폭발할 수도 있으니까.’
주디엘은 평소에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다.
오직 가족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그녀가 동생을 만나게 된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들 수도 있었다.
-왜 혼자 간 것이지?
라스가 이해가 되질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네놈이 동생만큼은 꼭 찾아주겠다고 약속을 했으니, 말만 하면 됐을 텐데.
‘말을 하지 않은 게 아니야.’
라온이 편지를 다시 읽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말을 못한 거야.’
복귀 파티를 치른 후 주디엘이 방으로 찾아왔을 때를 떠올렸다.
나는 부왕과의 생사결 때문에 앞으로 수련만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고, 그녀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가면을 쓴 듯한 웃음을 보이고서 응원을 해주었다.
뿌드득.
라온이 손아귀가 붉어질 정도로 강하게 주먹을 말아쥐었다.
“젠장!”
주디엘은 내 수련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동생에 관한 것을 말하지 않고, 홀로 떠난 것이다.
본인보다 날 먼저 생각해주다니, 조금 어색했던 그녀의 반응이 이제야 이해가 갔다.
-이런 멍청한 놈!
라스는 지도 몰랐던 주제에 멍청하다고 삿대질을 해댔다. 다만 반박할 힘이 없었다.
‘그래. 멍청하지.’
찾아갔어야 했는데.
오랜만에 광풍대와 만나고, 글렌에게 수련을 받았다고 해도 주디엘을 찾아갔어야 했다. 후회라는 감정이 가슴을 가득 채웠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것이냐?
라온은 손에 들고 있던 편지를 만화공으로 태우고서 눈빛을 가라앉혔다.
‘따라가야지.’
주디엘이 간 곳이 어디라고 해도 따라가서 그녀의 동생을 데리고 오는 게 맞는 일이다.
그건 내가 라온 지그하르트가 된 이후로 남에게 한 첫 번째 약속. 수련 같은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었다.
‘다만 그 전에….’
라온이 잔잔한 빛을 내려주는 달빛을 마주하며 입술을 가늘게 씹었다.
‘정보부터 모아야 해.’
* * *
살아 있는 듯 험악한 눈빛을 드러낸 킹 씨 서펜트의 가죽 아래에서 말라붙은 듯한 음성이 터져 나왔다.
“맹주!”
평생 햇빛 아래에서 살아온 듯한 검은 피부의 노인이 킹 씨 서펜트 가죽으로 덮여 있는 계단 아래에서 무릎을 꿇었다.
“맹의 원로원주와 전 채주가 죽었소! 대체 왜 가만히 있는 것이오!”
검은 피부의 노인은 험악한 인상과 어울리지 않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쳐들었다.
“후.”
단상의 어둠 속에 가라앉아 있던 남북맹주의 눈동자가 노인을 향해 굽어졌다.
“쿠얀. 당신도 들었지 않소. 원로원주는 일대일의 생사결에서 패했소. 대체 무엇을 복수한다는 말이지?”
남북맹주는 입가에 물고 있던 연초의 재를 털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아무리 수적과 산적이라고 해도 그 근본은 무인이오. 일대일의 결투에서 패한 걸 따져 물을 수는 없소.”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먼저 시비를 걸어온 건 라온 지그하르트지 않소!”
쿠얀이라 불린 노인은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미간을 깊게 구겼다.
“그것도 참 우습지.”
남북맹주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라온 지그하르트가 홀로 찾아와서 난동을 부렸다면 분명 따질 수는 있었소. 허나 놈은 엘프와 같이. 그것도 차대 수호자와 함께 왔소. 즉, 명분이 그쪽에 있다는 거요.”
그는 참 운도 좋은 놈이라고 중얼거리며 벽에 기대놓은 푸른 창을 매만졌다.
“쿠얀. 당신의 마음을 알고 있소. 다만 지금 움직이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오. 아쉽지만 이 건은 여기서 마무리 합시다.”
남북맹주는 더이상 이 일을 논하지 말라며 고개를 저었다.
“맹주!”
쿠얀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설마 글렌 지그하르트가 무서운 것이오?”
그가 맨손으로 바닥을 으깨며 입술을 떨었다.
“이전에 틸러가 죽었을 때는 참았소. 그 아이는 내 친우의 손자였기에 내 손자나 다름없었지만, 원로원주인 나까지 몰아붙인다면 맹주의 위신에 해가 될까봐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소! 허나 이건 경우가 다르지 않소!”
쿠얀은 침이 모두 말라붙은 듯 피를 토하는 목소리로 외쳤다.
“다른 누구도 아닌, 맹의 원로원주요! 일대일의 대결이든, 명분이 그쪽에 있든, 상관없이 나서야 하는 것이오! 새로운 후계자를 찾았다고 틸러와 시란을 잊으려는 것이오? 아니면 정말 글렌 지그하르트에게 겁을 먹은 것이오?”
남북맹주는 말없이 쿠얀을 내려보았다. 그의 시선은 처음과 다를 바 없이 건조했다.
“글렌 지그하르트가 무섭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쿠얀. 당신은 어떤가?”
“겁나지 않소! 내가 죽어도 상관없소!”
“대단하군. 다만 아쉽게도 난 겁이 나.”
그는 겁이 난다고 말하며 긴 다리를 뻗어 킹 씨 서펜트의 머리에 걸쳤다.
“내가 죽는 게 겁나는 게 아니라, 이 남북맹이 무너지는 게 무서워.”
“음….”
“당신이나 혹 나만 죽는 것으로 끝난다면 나쁘지 않지. 허나 지그하르트의 검은 흉악하고 집요해. 본인들의 팔과 다리가 잘리더라도 남북맹의 모든 것을 지우려고 들 것이야. 알고 있잖나. 대륙 전쟁 시절을.”
“…….”
쿠만은 남북맹주를 바라볼 뿐 더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기다리게. 틸러와 렉터 그리고 시란의 복수까지 모두 로만이 해줄 테니까.”
남북맹주는 이제 1년도 남지 않았다며 웃었다.
“이해해주겠지?”
“이해하오. 허나….”
쿠얀이 입술을 씹은 채 고개를 들었다.
“다 받아들일 수는 없소.”
“그럼 지금 당장 지그하르트에 쳐들어가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내 그리 멍청하지는 않소. 다만 기다릴 것이오.”
그는 고개를 젓고서 몸을 일으켰다.
“아.”
남북맹주가 손을 들어 올렸다.
“시란이 죽었으니, 원로원주 자리는 다시 가져가도록.”
“…….”
쿠얀은 대답 없이 고개를 숙이고 대전을 나갔다. 그는 바로 강가로 향하여 원로원의 전선을 띄웠다.
“가자.”
“예.”
배의 선원들은 아무 말도 없이 배를 몰았다. 새벽바람을 헤치고 그들이 도착한 곳은 시란과 렉터가 죽었던 페렌 강이었다.
“후우.”
쿠얀은 시란이 죽었던 강물 위에 서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처음에 네 힘이 되어주었을 터인데….”
그는 아쉬움 때문인지 다시 한번 긴 숨을 뱉었다.
“당장은 할 수 있는 일이 없구나.”
쿠얀은 달이 비치는 어둑한 강물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허나 이대로 가만히 있지는 않겠다. 지옥에서 기다리고 있거라.”
그는 강물 속으로 금빛 낚싯대를 던지고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다시 배로 올라갔다.
원로원의 배는 시란의 넋을 위로하듯 강가 주변을 한 바퀴 돈 후 천천히 사라졌다.
쿠얀이 떠난 후 더욱 껌껌해진 강물 위로 키가 큰 남성이 내려선다.
달빛처럼 푸른 눈동자를 남성이 손가락을 까딱이자, 강물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다가 갈라지더니, 살이 모두 뜯겨나간 백골이 떠올랐다.
“살고 싶나?”
남자는 살아있는 사람을 대하듯이 백골에게 말을 걸었다.
“마음에 드는 대답이군.”
백골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남자는 키득거리며 웃었다.
“맞는 말이야. 이미 죽은 자를 살릴 수는 없지. 살고 싶다고 했으면 뼈를 으깨버렸을 텐데, 복수만을 그리다니, 마음에 들어.”
남성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백골이 작게 압축되어 그의 손아귀로 빨려 들어갔다.
“혹시나 해서 와봤는데, 재밌는 소재가 되겠군.”
그는 장난감처럼 백골을 허공에 던졌다가 받은 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 *
치이이이잉!
바람을 탄 제천검의 칼날이 연무장 바닥으로 떨어진다.
검극이 가늘게 흔들리며 오직 한 줄의 선만 그어져 있던 대지에 자그마한 균열이 생겼다.
“음….”
라온은 투로를 벗어난 검격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조급해졌어.’
주디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수련도 잘 되지 않았다. 정신이 흔들려서 오히려 무학이 퇴보하는 느낌까지 들었다.
‘아직인가.’
암시장에 정보를 요청한 지 이틀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 연락이 오질 않았다. 머리에 안 좋은 생각들이 스치기 시작했다.
‘아니야. 집중하자.’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해.
라온이 정신을 다잡고 다시 검을 세우려고 할 때 하늘 위에서 작은 산새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히이익!
라스가 새를 보자마자, 기겁하며 주저앉았다.
-과, 광녀이니라! 또 왔느니라!
녀석은 멀린이 찾아왔다고 생각한 듯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아니야.’
라온이 고개를 저으며 손을 뻗자, 산새가 손바닥 위로 내려앉았다.
‘이 아이는 암시장에서 보낸 연락망이야.’
새의 다리에는 작은 종이가 접혀져 있었다. 멀린이 아니라, 암시장에서 보낸 새였다.
‘한심하네.’
라온은 새를 돌려보내주면서 피식 웃었다.
‘뭔놈의 마왕이 산새한테 쫄아?’
-쪼, 쫀게 아니니라! 그냥 광녀인줄 알고.
‘네. 쫄보마왕.’
-아니라고!
화를 내는 라스를 무시하고 편지를 펼쳤다. 내용은 간단했다. 지그하르트 번화가에 있는 지점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는 글이었다.
라온은 종이를 태워버리고 바로 편지에 적혀져 있던 장소로 향했다.
상가의 구석에 세워진 작은 매장에 들어가자, 나무의 향이 코끝으로 훅 다가왔다. 주변을 둘러보니, 나무를 깎은 크고 작은 조각들이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라온은 조각들을 감상하며 매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카운터 안쪽에 있는 주인에게서 익숙한 기척이 느껴졌다.
“오랜만이네요.”
가느다란 음성과 함께 주인이 머리를 덮고 있던 후드를 벗었다. 장미 문양 안대보다 현기로운 눈동자가 인상적인 여성 데닝로즈였다.
“직접 와주신 겁니까?”
라온이 데닝로즈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보원을 보내줄 줄 알았지, 그녀가 직접 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당연히 제가 와야죠.”
데닝로즈는 특별한 게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녹색 찻잔을 꺼내서 안쪽에서 끓이던 물을 담았다. 달아오른 심장을 가라앉히는 듯한 차분한 향이 흘러나왔다.
“드세요.”
“감사합니다.”
김이 올라오는 차를 한 잔 마셨다.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입안을 맴돌다가 깔끔하게 사그라들었다. 데닝로즈는 일부러 감정을 조절해주는 차를 준비해준 것 같았다.
“급하신 것 같으니, 바로 시작하죠. 저희와 연락을 주고받던 분이 사라지신 거 맞죠?”
“예. 동생을 찾았다는 소식을 받고, 바로 움직인 것 같습니다.”
“사실 몇 번 동생과 비슷한 사람을 찾았다고 연락을 드렸지만, 전부 아니었는데, 이번에는 진짜인 모양이네요.”
데닝로즈는 이전에도 주디엘에게 동생에 관한 정보를 줬는데, 전부 아니었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혼자 움직인 건….”
“아무래도 제 시간을 뺏기 싫어서 혼자 찾아간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그녀는 단숨에 상황을 알아차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저희가 그분께 드린 자료부터 보여드릴게요.”
데닝로즈가 서랍장에서 서류 봉투를 내밀었다. 바로 봉투를 받아서 내용을 확인했다.
[이십 대 중반의 나이. 갈색 머리카락과 푸른 눈 그리고 이마에 상처가 새겨진 청년을 스란 부족의 마을 인근에서 발견.]
라온은 종이를 살피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이 정도라면 맞을지도….’
주디엘은 동생의 이름이 쥬벨이고, 현재 나이가 24~25살 정도이며, 갈색 머리카락에 푸른 눈동자를 지녔고, 이마에 상처가 있다고 말해주었다.
저 내용대로라면 그녀의 동생일 가능성이 꽤 높아 보였다.
“그런데 스란 부족 마을이라면….”
“맞아요. 야수연맹.”
데닝로즈가 야수연맹이라는 이름을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곳에 속해 있는 마을이에요.”
“역시.”
들어본 적이 있는 부족이라서 혹시나 했는데, 예상대로 야수연맹의 소속이었다.
‘그런데 왜 그곳에 있는 거지?’
내가 알기로 주디엘과 주디엘의 동생은 모두 카룬에게 목줄이 잡힌 상태였다.
주디엘은 그렇다 치고 왜 그녀의 동생이 야수연맹이 있는 곳에 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
“그 마을도 좀 특이한 곳이지만, 주디엘 님의 동생으로 보이는 분도 평범해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이건 라온 님의 요청 이후에 저희가 파악한 건데….”
데닝로즈의 외눈 속에서 서늘한 한기가 피어났다.
“그 쥬벨이라는 분. 아무래도 암살자로 살고 계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