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9화
“내가 있는 곳이 곧 지그하르트라?”
사회자가 말끔하게 넘긴 머리카락을 부여잡은 채 폭소를 터트렸다.
“거만함을 넘어서 광오한 말이군요. 혹시 본명이 글렌 지그하르트라도 되십니까?”
그는 조롱이 가득 담긴 음성을 흘리며 양팔을 펼쳤다.
“나도 북패왕이 온 줄 알았다니까.”
“건방진 애송이가 여기가 어디라고.”
“미쳐도 단단히 미쳤군. 지그하르트 소속도 아닌 것 같은데?”
“방해꾼은 빨리 쳐내고 경매나 계속해!”
긴장감에 마른침을 삼키던 경매꾼들은 여유로운 사회자의 언행에 마음을 놓은 듯 비웃음을 드러냈다.
“여기는 제가 맡겠습니다.”
라온은 경매장 전체에서 전해져오는 살기를 무시하고 시얀과 리메르, 레이란에게 시선을 돌렸다.
“단상 뒤편에 엘프들이 억제되어 있으니, 세 분은 그쪽을 구해주세요.”
“호, 혼자 하실 수 있겠어요?”
시얀이 걱정된다는 듯 떨리는 손을 모았다.
“전부 제압해야 한다면 힘들겠지만….”
라온이 포위를 좁혀오는 남북맹의 무인들과 사나운 기세를 흘리는 경매꾼들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전부 죽일 놈들이라 괜찮습니다.”
지금 경매장 안에 있는 인간들은 엘프와 인간 노예를 사기 위해서 이 자리에 왔다. 전부 죽여도 되는 놈들이라 힘 조절이 필요가 없었다.
“저 괴물 녀석을 걱정하느니, 하늘이 무너지는 걸 걱정하는 게 나아.”
리메르가 몸을 일으키며 후드를 벗었다. 그는 귀를 감추고 있던 변장 도구까지 빼버리고 앞으로 나섰다.
“빨리 가자. 아이들에게 이 이상의 치욕을 남겨줄 수는 없으니까.”
그는 미간을 깊게 구기고서 왼손으로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조심하세요.”
레이란과 시얀이 리메르의 뒤를 쫓으려 할 때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남북맹의 무인들이 끈적한 살기를 두른 검과 창을 내질렀다.
라온이 한 걸음을 내디디며 제천검을 들었다. 아릿한 검광이 번쩍인 순간 길을 막아선 무인들의 몸이 사선으로 갈라졌다.
푸카아아악!
살점과 함께 터져 나온 핏물이 바닥에 깔린 조명에 닿으며 붉은색 광채가 흩뿌려졌다.
“어…?”
“사, 사람이 저렇게 쉽게 죽는다고?”
“한두 명이 아니야….”
“이게 무슨.”
가벼운 소동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코끝으로 다가오는 혈향을 느끼고 목덜미를 부르르 떨었다.
“자, 잠깐!”
라온의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던 노인이 흔들리는 눈동자를 들어 올렸다.
“금발적안의 지그하르트라면. 설마….”
조명이 바뀐 덕분에 라온의 모습을 자세히 살필 수 있었던 그가 비명 같은 외침을 질렀다.
“라온 지그하르트다!”
라온 지그하르트라는 외침에 경매장 전체에 어깨를 짓누르는 듯한 묵직한 침묵이 내려섰다.
“라, 라온 지그하르트라면….”
“요, 용살자?”
“그 괴물이 왜 여기에….”
조금 전까지만 해도 비웃음이 맴돌던 사람들의 안색이 창백하게 굳어졌다.
“가세요.”
라온의 손짓에 리메르가 고개를 끄덕이고서 아래로 달려 내려갔다. 그는 바람을 두른 발을 그대로 내리찍어서 단상의 좌측 벽을 깨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다.
“라온 지그하르트라….”
사회자의 입가에 걸려있던 웃음이 씻은 듯 지워졌다.
“용살자라 불리는 당신이라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군요. 하지만 이곳은 강입니다.”
그가 눈썹을 가늘게 내리며 손을 들어 올렸다. 경매장 문이 거칠게 열리고, 밖에 있던 남북맹 무인들까지 달려와 주변을 에워쌌다.
“누구보다도 우리가 우위에 설 수 있는 곳이죠. 그러니….”
사회자가 잘 정리된 머리를 헝클이며 짐승처럼 사나운 눈빛을 드러냈다.
“놈을 죽여!”
그의 외침에 주변을 둘러싼 남북맹의 무인들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라온이 아래로 기울였던 제천검을 세웠다. 핏빛 조명을 따라 그어진 유려한 선이 경매장의 살기를 갈랐다.
쩌어어어어억!
창칼과 함께 몸을 들이밀던 남북맹의 무인들의 목이 잘 익은 사과처럼 뚝 떨어졌다.
남아 있는 건 오직 핏물이 바닥을 적시는 끈적한 소리뿐이었다.
“이, 이게….”
사회자가 턱을 덜덜 떨며 뒤로 주저앉았다. 그만이 아니다. 이 경매장에 있는 모두가 숨을 죽인 채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했다.
라온은 김이 올라오는 핏물을 밟으며 단상으로 내려갔다. 그의 앞에 선 사회자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려갔다.
“뭐, 뭣들 하는 거야! 막아! 저놈을 내버려 뒀다가는 다 죽는다고!”
사회자는 경매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호위를 보내서 라온을 막으라고 외쳤다.
“크으윽!”
“저, 저놈을 막아!”
“너희도 가라!”
“저 괴물만 처리하면 아무 문제도 없어!”
사회자의 말에 넘어간 사람들은 데리고 온 호위를 보내 라온의 앞을 막아섰다.
남아 있던 남북맹 무인들까지 움직이니, 라온의 주변을 둘러싼 이들이 어느새 100여 명이 넘게 되었다.
“알아서 와주니 편하네.”
라온이 차가운 웃음을 그리며 제천검으로 붉은 물결을 일으켰다. 칼끝에서 피어난 꽃잎들이 연한 불길을 머금은 채 흩날렸다.
만화공 천화.
화령.
민들레 씨처럼 잔잔히 나아가던 열화의 꽃잎들이 급격하게 빨라지며 무인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
“꼬, 꽃?”
“막아!”
정신을 차린 무인들이 오러를 전력으로 불태우며 방어 태세를 갖추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퍼어어어어엉!
화령의 조각들은 무인들의 육체에 닿자마자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그들의 살점을 태워버렸다.
“끄아아아악!”
“커어어헉!”
마스터 하급도, 마스터 중급도 상관없었다. 붉게 달아오른 검에 닿는 이들은 단 일 검을 막지도 못한 채 숨이 끊어졌다.
라온은 무인들을 모조리 베어버린 후 도리안을 돌아보았다.
“문 막아.”
“예.”
도리안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경매장의 문 앞에 섰다. 두려움은 보이지만 누가 와도 비키지 않겠다는 패기 또한 드러냈다.
-이제 저놈도 꽤 쓸만해졌군.
라스가 도리안을 살피며 피식 웃었다.
“자, 잠깐만!”
단상으로 내려갈 때 카시아라는 이름의 엘프를 샀던 노인이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나, 나는 펜시얀 가문의 지셴일세. 지그하르트와는 50년째 이어지는 관계….”
“그럼 그 동맹도 끝이네.”
자신은 우군이라 주절거리는 돼지의 목을 베어버렸다.
“어…?”
지센은 본인의 죽음을 믿지 못하는 듯 갈라진 목을 부여잡은 채 기울어졌다.
라온은 숨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경매장을 내려가 단상으로 올라갔다.
“아아….”
사회자는 핏줄이 선 눈동자를 드러내며 뒷걸음질 치려 했다.
“너처럼 말을 더럽게 하는 놈은 오랜만이야.”
라온이 빙긋 웃으며 검을 그었다. 가볍게 내려선 칼날이 사회자의 양 다리를 잘랐다.
“끄아아아아아악!”
사회자가 비명을 지르며 버둥거렸다.
“입부터 자르고 싶었지만….”
라온의 섬뜩한 눈동자에 구겨진 사회자의 얼굴이 잡혔다.
“너와는 해야 할 말이 많을 것 같거든.”
* * *
짐승과 몬스터의 가죽이 장식품처럼 늘어진 있는 화려한 방.
백호 가죽 장포를 두른 청년이 금화 더미를 살피며 입맛을 다셨다.
“산적질 할 때와 다르게 돈 벌기 더럽게 쉽네.”
그는 손아귀에 가득한 금화를 다시 주머니에 넣고서 픽 웃었다.
“역시 욕망이 최고의 상품이라니…음?”
청년은 금화 주머니의 주둥이를 닫으려다 말고 시선을 들어 올렸다.
그의 눈동자에 의문의 빛이 들어설 때 방문이 열리고 검은 정장을 입은 중년인이 들어왔다.
“렉터 님! 크, 큰일 났습니다!”
“나도 느끼고 있어.”
렉터가 천장에 시선을 고정한 채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누가 온 거지?”
“소, 손님 중에 엘프가 숨어 있었습니다! 지금 경매장 내부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다고 합니다.”
“엘프가 어떻게 여길 찾아온 거지? 도박장은 그렇다고 쳐도 경매장에 가려면 초대장이 필요할 텐데?”
“그, 그건 저도 잘….”
중년인이 모르겠다며 고개를 떨궜다.
“뭐, 잡으면 알게 되겠지.”
렉터가 가늘게 웃으며 손을 저었다.
“에렌 녀석이라면 알아서 잘 처리할 테니까.”
그가 책상의 끝에 놓여 있는 수정구에 오러를 넣었다. 투명한 구슬에 어둑하게 변하며 경매장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역시 똑똑하네. 우리 애들만이 아니라, 돼지들이 데리고 온 호위까지 동원… 어?”
렉터는 여유롭게 손가락을 까딱이다 말고 눈을 부릅떴다. 검을 든 남자가 일검에 수십 명을 베는 학살을 벌이고 있었다.
“…이게 엘프라고?”
“아, 예. 다섯인데 전부 엘프….”
“아니야.”
그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헛웃음을 흘렸다.
“저거 라온 지그하르트잖아. 엘프 따위가 아니라.”
“라, 라온 지그하르트라면….”
“광룡을 잡았다는 어린 괴물 말이다.”
렉터가 미간을 찌푸리며 수정구를 들어 올렸다.
“미쳤군.”
라온을 마지막으로 본 건 부왕과 함께 가젤 강에 갔을 때였다.
고작 2년이 조금 지났을 뿐인데, 저 괴물은 믿을 수 없는 성장을 이룬 것 같았다.
“나도 못 이기겠는데….”
자신도 꽤 강해지기는 했지만, 저 괴물을 상대로는 승산이 없었다. 시간 끌기 정도만 가능할 것 같았다.
“음….”
렉터가 입술을 질겅 씹으며 고개를 돌렸다.
“어쩔 수 없네.”
그가 책상 서랍을 열고 하얀 종이와 회색 종이를 꺼내 들었다. 둘 다 빛을 흡수하는 것처럼 기묘한 빛을 띠고 있었다.
렉터는 그 종이에 라온 지그하르트가 왔다는 내용을 적은 후 잠시 바라보았다.
“누구를 불러야 할까….”
그가 고민하듯 눈매를 찡그릴 때 에렌을 제압하고 고문하던 라온이 뒤를 돌았다. 그가 수정구슬의 존재를 알아차린 듯 이쪽을 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그곳에 있었군.
렉터는 라온의 붉은 시선을 마주하고서 턱을 떨었다.
“고민할 때가 아니네.”
그는 두 종이를 모두 태우고서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닦았다.
“누구든 오기만 하면 좋겠는데.”
* * *
“사, 살려….”
“너는 구해달라고 했던 이들을 이 자리에 올리지 않은 적이 있나?”
라온은 목숨을 구걸하는 사회자를 보며 옅게 냉랭한 미소를 그렸다.
“그건….”
사회자가 입술을 부르르 떨며 시선을 돌렸다.
“부모를 잃은 아이에게 개소리를 할 때부터 네 끝은 정해져 있었다.”
검을 쓰는 것조차 아까웠기에 손아귀로 목을 꺾어버렸다.
“끄어억….”
공포와 고통에 질린 사회자는 경련하듯 전신을 떨다가 숨이 끊어졌다.
라온이 사회자의 시체를 내려놓았을 때 리메르와 시얀, 레이란이 단상으로 올라왔다.
단단히 마음을 먹었는지 세 사람의 옷도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들의 옆에는 스무 명 가량의 엘프들이 서 있었는데 전부 인간의 입맛에 맞는 짙은 화장을 하고,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씁쓸하고 서글픈 모습이었다.
“먼저 나가 계세요.”
라온이 피에 젖은 손을 털고서 경매장의 문을 가리켰다.
“라온 님은요?”
시얀이 낮은 숨을 내쉬며 물었다.
“저는 아직 할 일이 남았습니다.”
“할 일이요?”
“여기 무너뜨릴 생각이지?”
리메르가 손가락으로 경매장 위아래를 찔렀다.
“잘 아시네요.”
라온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성격을 알고 있으니까.”
리메르가 피식 웃으며 검집을 툭 쳤다.
“내가 하고 싶지만, 맡은 아이들이 있어서 어쩔 수 없네. 이번에는 양보한다. 가자.”
그는 어린 엘프 하나를 안고 경매장의 계단을 올랐다.
“조, 조심하세요.”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시얀과 레이란도 엘프들을 밖으로 내보내는 게 우선이라는 것을 알고 리메르의 뒤를 따라갔다.
“도리안.”
라온의 부름에 도리안이 당차게 고개를 끄덕이고 내려왔다.
“저는 앞에서 길을 열까요?”
“아니, 여기에 있는 물건이랑 돈 다 챙겨.”
“예…?”
도리안이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말했잖아. 여기 다 무너뜨릴 거라고. 그 전에 이곳에 있는 경매품이랑 돈 다 끌어모아.”
“어….”
“다 챙겼으면 알아서 나가라.”
라온은 그 말을 남기고서 단상 아래를 향해 주먹을 내리찍었다.
쿠와아아아앙!
바닥이 무너지고 두 번째 도박장이 드러난다. 도박꾼이나 딜러는 한 명도 없었지만, 곳곳에 숨어 있던 암살자들이 달려들었다.
허공에서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순간을 노리는 것 같았다.
라온은 허공에서 제천검을 우측으로 그어 내렸다. 검극이 붉은 혜성 같은 선을 그리며 자욱한 열기를 뿌렸다.
촤아아아아악!
암살자들은 숨겨둔 비수와 단검을 던지지도 못한 채 숨이 끊어져서 추락했다. 부릅뜬 눈동자가 그들이 얼마나 놀랐는지를 보여주었다.
쿠우우우웅!
땅에 내려선 라온이 거세게 발을 굴렀다. 도박장의 바닥을 다시 깨부수고 한 층 더 아래로 내려갔다.
동물과 몬스터 가죽이 늘어져 있어서 난잡해보이는 방의 중심에 백호 가죽 장포를 걸친 남자가 앉아 있었다.
머리에는 황색 두건을 둘렀는데, 말끔한 이마가 인상적이었다.
“너….”
라온은 남자의 얼굴을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산적이라고 하지 않았나?”
수련생 시절 산적을 추적하는 임무에서 처음 만났고, 가젤 강에서 두 번째로 만났던 남북맹의 무인 렉터가 눈앞에 있었다.
“월급쟁이가 위에서 까라면 까야지.”
렉터가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 것치고는 제대로 즐긴 모양인데.”
라온은 화려하기 그지 없는 방과 백호 가죽으로 만든 코트를 보며 코웃음을 쳤다.
“누구나 돈은 좋아하잖아.”
렉터가 키득이며 고개를 저었다.
“그에 비해 너는 강함만을 추구한 것 같군.”
그의 눈빛이 잘게 흔들렸다.
“말문이 막힐 정도의 무력이야. 악마의 축복이라도 받은 거냐.”
렉터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턱을 떨었다.
-이놈은 악마의 축복을 받은 게 아니라, 마왕한테 삥을 뜯었느니라!
라스가 절대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잡담은 그만하고.”
라온이 핏물이 모두 증발한 제천검의 칼날을 들어 올렸다.
“엘프를 사간 인간들의 이름이 적힌 장부가 있겠지?”
“…그런 장부가 왜 있겠어.”
당돌하던 렉터의 음성이 한 차례 갈라졌다.
“역시 있군.”
“짜증 나게 눈치도 빠르네.”
렉터가 허리에 손을 올린 채 고개를 저었다.
“너희 같은 쓰레기들이 남의 약점을 잡을 기회를 놓칠 리가 없으니까.”
“그래. 있기는 한데. 우리도 나름 신의가 있는 단체라 그냥 넘어줄 수는 없지.”
그는 두 주먹을 앞으로 세우며 턱을 까딱였다.
“네 수준을 보고 결정해주마.”
“…….”
라온은 대답하지 않고 제천검으로 반원을 그렸다. 유려하게 뻗어나가는 검신에서 붉은 파도가 일어난다.
한계를 초월한 무리가 극한의 속도를 만나 찰나를 베었다.
쩌어어어억!
천장의 화려한 조명이 스며든 은빛 칼날이 렉터의 우측을 갈랐다.
푸어어어억!
렉터의 오른팔이 갉아 먹힌 것처럼 거칠게 뜯겨나갔다.
“끄아아아악!”
렉터는 검격을 느끼지도 못한 듯, 한 박자 늦게 비명을 질렀다.
“나는 너 따위가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라온은 핏방울 하나 흐르지 않는 제천검으로 대지를 겨누며 고개를 틀었다.
“말하라. 장부는 어디에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