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1화
라온은 점점 팽팽해지는 스테린의 활시위를 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가져갈 수 있으면 가져가라는 말은….’
가르침을 내려주시겠다는 건가?
스테린이 했던 말을 생각해보면 싸우자는 게 아니라, 본인의 궁술을 보여주겠다는 의미 같았다.
처음 만났을 때는 세계수 정화의식 이후에 다시 보자고 했는데, 지금 바로 가르침을 내리려는 것을 보면 시얀에게 해준 조언이 그의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내가 사용하는 궁술은 감화시라고 하네. 다만….”
스테린이 은은한 미소를 지은 채로 활시위를 중간까지 당긴 채 멈췄다.
“인간들은 감화시를 이기어시라고 부르더군.”
“이기어시….”
이기어시란 화살의 궤적을 궁수의 의지대로 조종할 수 있는 궁술의 최고 경지. 이기어검과도 같은 초월의 무학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기쁨에 심장이 터질 것처럼 약동했다.
“준비하도록.”
스테린이 다 되면 말하라는 듯 여유로운 시선을 보내왔다.
다만 시위에 걸린 그의 화살에선 소름이 돋아 오를 만큼 오싹한 예기가 일렁였다.
라온이 차갑게 번뜩이는 화살촉을 보며 입술을 씹었다.
‘이것도 기연이야.’
초월자. 그것도 궁을 사용하는 초월자와 싸울 수 있다는 건 기연 중에서도 기연이다. 새로운 무학을 경험하며 심상이 더욱더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근접 거리지만 내가 유리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돼.’
검사와 궁수가 근접 거리에서 맞붙는다면 검사가 압도적으로 유리하지만, 이기어시를 사용할 수 있는 스테린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말이다.
내가 한참 처진다고 생각하고 싸워야 했다.
“준비되었습니다.”
라온은 머릿속으로 스테린의 화살을 막아낼 방법을 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젊어서 그런지 준비가 빠르군.”
스테린은 턱을 살짝 뒤로 젖히고, 활을 끝까지 당겼다. 시위가 뚝 끊어질 듯한 소리가 울리는 순간 등골 사이로 오싹한 소름이 흘러내렸다.
‘분위기가 변했어.’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담백한 분위기를 풍겼던 스테린에게서 악독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예리한 기세가 흘러넘쳤다. 이게 그가 전투를 치를 때의 진짜 모습 같았다.
스테린과 눈을 마주하고 있는 것만으로 머리털이 쭈뼛 섰다. 강함이라는 단어를 초월한 압도적인 위압감에 짓눌릴 것 같았다.
‘여기서 꺾여서는 안 돼.’
지금 무너진다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불의 고리를 공명시켜서 내가 지닌 것 이상의 격을 끌어냈다.
우우우우웅!
라온은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닦을 생각도 못 한채 제천검을 중단에 세웠다. 아릿하게 울리는 검명이 굳어진 몸을 조금이나마 풀어주었다.
“눈빛이 좋군.”
스테린은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서 가볍게 시위를 튕겼다.
그가 쏘아낸 화살은 찰나의 순간에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소리보다도 빨라서 마법을 통해 이동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우측 허리!’
그나마 다행인 건 화살에 담긴 살기 덕분에 노리는 곳이 어디인지를 알 수 있다는 점이었다.
치이이이잉!
라온은 중단에 둔 제천검을 우측으로 젖혀서 화살이 파고들 공간을 차단했다.
‘어?’
하지만 스테린의 화살은 허리 바로 앞에서 멈춰선 채 움직이질 않았다.
소리보다 더 빠르게 날아온 화살이 미동도 없이 멈춘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지만, 스테린의 무력은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가능케 했다.
후우우웅!
스테린은 제천검이 허공을 그어 내린 순간 다시 화살을 움직였다.
하얀 화살은 시위에서 튕겼을 때보다 더 빠르게 명치를 향해 쇄도해왔다.
‘속았다!’
라온이 뒤꿈치로 땅을 밀어내며 태화보를 밟았다.
하지만 화살은 당연하게도 물러나는 것보다 더 빠르게 가슴으로 짓쳐 들어왔다.
‘그래도 시간은 벌었어.’
보법을 이용하여 벌어낸 찰나의 틈을 이용하여 역수로 잡은 진혼검을 내뻗었다.
치이이이잉!
푸른 빛으로 물든 진혼검의 칼날이 하얀 화살의 앞을 막아섰지만, 스테린은 이번에도 화살의 방향을 전환하여 다른 급소를 노려왔다.
‘이건 예상했어.’
진혼검의 칼날을 그림자처럼 뒤따르는 서리의 칼날이 투로를 바꾸던 화살의 중심을 후려쳤다.
쩌어어어엉!
화살촉이 아니라, 화살대를 쳤음에도 손아귀가 찢어질 것처럼 아려왔다. 지금 보니 화살 전체가 강대한 오러로 보호되고 있었다.
“흠!”
스테린의 입에서 자그마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한 번의 휘두름으로 두 번의 검격이라니, 제법이구나.”
그는 서리연을 품평하고서 여유로운 미소를 그렸다. 허공에서 진동하던 화살이 가늘게 떠올라 스테린에게로 돌아갔다.
“살기를 이용해서 감각의 착각을 만들어낼 줄은 몰랐습니다.”
라온이 다시 시위에 화살을 거는 스테린을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가져갈 수 있다면 가져가라는 말씀이 진심이셨군요.”
스테린은 검귀처럼 친절하게 가르침을 내리는 게 아니라, 정말 스스로 얻을 수 있는 것만 챙겨가라는 듯 냉정한 가르침을 내렸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사라지는 법이지.”
스테린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날카로운 의지에 감화된 화살의 깃이 부르르 떨렸다.
“이해가 되었다면 제대로 해도 되겠지?”
“물론입니다.”
라온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앞으로 내달리며 뒤로 젖혀둔 제천검을 뻗어냈다.
검극에서 피어난 오러의 구체가 시꺼먼 아가리를 벌리며 화염의 숨결을 뿜어냈다.
쿠와아아아아아!
선홍빛 불꽃은 스테린만이 아니라, 대수림 전체를 태울 것처럼 장대하게 출렁였다.
“아직 힘 조절이 미숙하군.”
스테린이 차갑게 웃으며 화살을 날리는 순간 염룡결의 흐름을 뒤틀었다.
우우우우웅!
부채꼴로 퍼져나가던 열기를 하나의 선으로 응집시켜 스테린의 가슴을 노렸다.
“속임수에 속임수인가.”
스테린은 입가의 미소를 그대로 유지한 채 활시위를 튕겼다. 하얀 화살이 말 그대로 백광이 되어 염룡결을 향해 돌진했다.
쿠우우우웅!
백색 광휘와 화염의 숨결이 맞부딪치며 무시무시한 충격이 사위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얼마 버티지 못하고, 염룡결의 불길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라온은 가라앉는 화염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염룡결이 약한 게 아니야.’
수호자님의 무학이 압도적으로 높은 거야.
스테린은 그저 힘만으로 깨부수지 않고, 화살의 투로를 이용하여 염룡결의 빈틈을 찔러왔다. 배울 점이 많은 싸움이었다.
파아아아아앙!
결국 염룡결의 불길은 스테린의 화살을 버텨내지 못하고 완벽하게 가라앉았다.
“후우….”
라온이 탁한 숨을 내뱉으며 제천검을 고쳐 잡았다.
‘제대로 보자.’
난 초월자를 이기기 위해서 이 자리에 있는 게 아니니까.
지금 내가 검을 든 이유는 이기어시를 통해서 심상의 영감을 얻기 위해서다. 싸움에 집중하되 목적을 잃어서는 안 된다.
‘대체 어떻게 화살을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는 거지.’
스테린과 성검련주는 본인의 의지대로 화살과 검을 조종한다.
그저 초월에 닿는다고 무조건 쓸 수 있는 무학이 아니기에 특별한 방법이 있을 것이다.
우우우우웅!
여덟 개의 고리를 극성으로 공명시키며 분노의 마안과 설화의 감각까지 운용했다.
솟구치는 영혼의 격이 초상승의 영역을 불러와 내가 체감하는 시간을 느리게 만들었다.
‘조금 더….’
사납게 밀려오는 화살이 미간을 꿰뚫으려 하고 있음에도 집중력을 더욱 끌어 올렸다.
고오오오오오!
상단전이 아려오며 머리가 터질 듯한 고통이 일었지만, 집중력은 끝을 모르고 치솟았다. 천천히 멎어가는 세상에서 오직 나와 화살만이 보인다.
다가오는 화살을 피하기 위해서 상체를 뒤로 젖혔다.
피이이익!
하지만 스테린의 화살은 그 움직임을 예측했다는 듯 가늘게 방향을 꺾어서 오른쪽 뺨을 훑고 지나갔다.
라온은 볼에서부터 얇게 피어나는 통증을 원동력 삼아 한층 더 집중력을 끌어 올렸다. 허공에서 흩날리는 붉은 핏방울에 내 얼굴이 비치는 게 보일 정도였다.
‘아직… 음?’
불의 고리가 깨질 것처럼 요동치고 있을 때 내 핏물에 하얀 선 같은 것이 지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환각? 아니, 환각이 아니야.’
화살과 연결되어 있어.
흐릿하게 일렁이는 하얀 선은 조금 전에 뺨을 스치고 지나간 하얀 화살의 궤적과 동일한 방향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설마….’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하얀 화살과 연결된 가느다란 선은 스테린에게서 시작되고 있었다.
‘이제야 알겠어!’
라온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저 선이 수호자님의 의념이야.’
의념이란 내가 무언가를 이루겠다고 다짐하는 의지에 깃든 힘. 그랜드 마스터를 넘어 초월에 닿은 스테린의 의념이 화살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있던 것이다.
‘의념의 길은 광대하구나.’
의념은 그저 무력과 기세에 힘을 더해준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식으로도 사용할 방법이 있을 줄은 몰랐다.
이래서 의념을 다루지 못하는 무인은 절대 의념을 사용하는 무인을 이길 수 없다고 하는 것 같았다.
-당연하느니라.
라스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의념, 그리고 심상의 길은 무궁무진 하느니라. 본왕의 기예들도 전부 의념을 어느 정도 다룰 수 있어야 제 위력이 나올 수 있느니라.
녀석은 내가 그랜드 마스터에 올라서 강해진 이유도 어설프게 다루던 의념에 제대로 된 힘이 실렸기 때문이라며 눈짓했다.
‘조언 고맙다.’
-조, 조언이 아니니라! 하도 멍청해서 조금 알려준 것이니라!
라스는 헛소리하지 말라며 손을 저었다.
라온은 피식 웃으며 다시 스테린의 화살에 집중했다. 아니, 그의 의념에 신경을 세웠다.
후우우우웅!
뒤로 빠져나갔던 스테린의 화살이 등을 노리고 회전하는 게 느껴졌다.
라온이 좌측으로 물러서며 제천검을 내질렀다. 붉은 화염이 벽을 세웠지만, 하얀 화살은 가볍게 틈을 가르고 안쪽으로 들어섰다.
화살이 벼락처럼 짓쳐드는 순간 가볍게 쥐고 있던 진혼검을 쏘아냈다.
피아아아아앙!
비도술의 묘리를 휘감은 진혼검이 강대한 요기를 퍼뜨리며 뻗어나갔다.
하지만 스테린의 화살은 투로를 살짝 전환하는 것만으로 진혼검을 피한 채 내 공간을 파고들었다.
‘예상대로.’
스테린이 이렇게 나오리라 생각했기에 진혼검에 의념을 담았다.
찌지지지직!
처음으로 해보는 의념의 전환 때문인지 뇌리에 무시무시한 고통이 찾아왔다. 상단전이 아예 뭉개질 것 같았다.
‘그래도 계속해야 해….’
이 지독한 고통은 내가 지닌 것 이상을 발휘하려는 반동 때문이다.
무리하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스테린의 말대로 조금이라도 얻어가기 위해선 참아야 했다.
‘내려가!’
내려가서 화살을 쳐내!
의념의 선을 마구잡이로 보낸 순간 진혼검의 요기가 그 선 중 하나와 연결되며 허공에서 가느다란 빛을 터트렸다.
뻐어어어억!
나와 검이 하나가 되었다는 감각이 느껴진 순간 진혼검이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뚝 떨어져서 화살대를 후려쳤다.
스스로의 의지를 지닌 진혼검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허억!
라스가 예측을 벗어난 상황에 당황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우우우우웅!
이것만큼은 스테린도 의외였던지 하얀 화살도 방향을 잃은 듯 크게 출렁였다.
하지만 그의 화살은 언제 흔들렸냐는 듯 다시 떠올라 라온의 가슴을 향해 날아들었다.
“허어억….”
라온은 다가오는 화살을 보면서도 움직이지 못했다. 조금 전 의념을 모두 쓰면서 정신력이 한계에 달한 것이다.
죽일 것처럼 날아들던 화살은 코앞에서 멈춰선 채 가느다란 진동을 일으켰다.
“후….”
라온이 숨을 고르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스테린의 눈빛은 그가 조종하는 화살처럼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지금….”
그가 가늘게 떨리는 입술을 벌렸다.
“의념으로 검을 조종한 것이냐.”
“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해보자는 마음뿐이었는데….”
진심이었다. 무아지경에 빠져서 내가 무엇을 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다만 진혼검이 도와주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후우우웅
스테린이 손끝을 까딱였다. 하얀 화살이 다시 그의 손으로 빨려들어 갔다.
“내게서 무얼 느낀 거지?”
“화살과 수호자님이 가느다란 실로 연결되어 있는 듯 보였습니다. 그 실에서 수호자님의 의념이 느껴져서….”
라온은 조금 전에 느꼈던 바를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느낀 게 아니라 보았다?”
스테린이 화살을 든 채로 헛웃음을 흘렸다.
“대륙에 괴물이나, 천재가 나타났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았지만, 대부분은 상정 내였지. 이제야 진짜를 보게 되는군.”
그는 진심으로 놀란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럼 정말….”
“그래. 감화시라는 궁술의 밑바탕은 의념과 심상이다.”
스테린이 손가락으로 본인의 관자놀이를 가리켰다.
“상단전이 발달할수록 감화시를 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지. 신기하군. 네 상단이 무력에 비해 발달 되어 있다고 해도 아직 감화시를 구현할 정도는 아닌데.”
그는 이해할 수 없다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아마 이 검 때문일 겁니다.”
라온이 진혼검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요검이 되었지만, 본래 선한 이들이기에 제 뜻을 따라준 듯합니다.”
“그 요검이 네 의념을 움켜쥐었다는 건 나도 알고 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네 의념이 요검까지 닿은 것이야.”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 대답으로 네가 괴물이라는 게 더 확실해졌군.”
스테린이 단호하게 답하고서 품에 손을 넣었다. 그는 체리처럼 생긴 빨간 과일 하나를 꺼내서 던졌다.
“먹거라. 내상을 빠르게 가라앉혀 줄 것이야.”
“감사합니다.”
라온이 두 손으로 과일을 받고서 고개를 숙였다.
“얻으라고 말했지만, 정말 얻어서 갈 줄은 몰랐군.”
스테린은 피식 웃으며 등을 돌렸다.
“괜찮을지도 모르겠어.”
“예?”
“세계수 정화의식은 내일모레다. 너도 리메르와 함께 오도록.”
그는 그 말을 마치고, 나타났던 숲길로 돌아갔다.
후우우우.
스테린이 멀어질수록 숲이 우거지며 처음과도 같은 풍경을 만들어냈다.
“하아….”
라온이 한숨을 내쉬고서 대자로 드러누웠다.
“죽겠네. 하지만….”
재미있어.
새로운 무학을 마주한다는 건 언제나 설레는 일이었다. 그랜드 마스터에 오른 이후 정체되어 있던 영감이 단번에 터진 것 같은 시원함이 느껴졌다.
몸과 정신 모두 지쳐서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지만, 당장 일어나서 검을 휘두르고 싶을 정도였다.
‘거기다….’
세계수를 보게 되다니.
세이피아로 오면서 세계수를 본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다. 인간에게 보여줄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또 하나의 기연을 얻은 기분이었다.
‘얼마나 클까?’
-라온 지그하르트.
세계수를 떠올리며 미소를 짓고 있을 때 라스가 천천히 다가왔다. 퍽 진지한 표정이었다.
-중요한 제안이 있느니라.
‘제안?’
-그렇느니라. 본왕이 뭐든 들어줄 테니까….
평소 이런 말을 하는 녀석이 아니라, 긴장되었다.
-세계수의 열매 하나만 따먹어보자. 어떤 맛일지 궁금해서 미치겠느니라!
라스는 몰래 하나만 먹으면 괜찮지 않겠냐며 통통한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럴 줄 알았다. 내가 평생 엘프들에게 쫓겨다니는 꼴 보고 싶어?’
세계수의 잎도 아니고, 열매를 따 먹으면 엘프들의 원수가 되어 평생 화살을 피해 다녀야 할 게 분명했다.
-쫓겨 다녀도 열매만 먹으면 이득 아니냐?
“…….”
라온은 입에서 침이 질질 흘러나오는 라스를 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마신 나와. 얼굴 좀 보자.’
왜 이 식충이를 분노로 삼은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