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6화
라온은 눈을 뜨자마자, 자신의 세계가 바뀌었음을 깨달았다. 그랜드 마스터. 육황오마에서도 흔하지 않은 초상승의 영역에 발을 디뎠다는 게 피부로 느껴졌다.
심해에 빠진 듯 몸이 무겁다. 팔과 다리도 바위를 매달고 있는 것처럼 잘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은 그 이상으로 느리고 무겁게 흘러갔다. 이게 그랜드 마스터가 전력으로 의념을 개방할 때 마주하게 되는 세계인 것 같았다.
-이 정신 나간 놈!
라스가 팔찌 위로 튀어나와 눈을 부라렸다.
-전장 한복판에서 무아지경에 빠지는 맹꽁이가 세상에 어디 있느냐! 대체 네놈의 간땡이는 얼마나 큰 것이냐!
녀석은 어처구니가 없다고 외치며 고개를 흔들었다.
-대체 왜 이런 놈이 벽을 깨부수는 건데! 이건 너무 불공평하잖아!
‘나중에 놀아줄 테니까. 조용히 하고 있어.’
라온은 울부짖는 라스를 뒤로 하고, 용현검주의 일그러진 눈동자를 마주했다.
‘강하군.’
마검 크리아투스를 쥔 용현검주의 무력은 강함이라는 단어를 초월했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리메르가 놈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마기와 오러를 깎아 준 덕분에 이길 수 있는 길이 보였다.
‘지금 끝을 내야 해.’
느낌이 온다. 지금의 강대한 무력은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각성 상태가 끝나기 전에 용현검주의 목을 베어야 했다.
화아아아아!
머릿속에 새겨진 만화공의 구결을 읊조리며 제천검을 들어 올렸다. 하늘과 땅을 잇던 불의 기둥이 열여덟 개로 번져 용현검주를 에워쌌다.
줄기 하나하나가 강환급의 화력이 깃든 화염의 감옥이었다.
“불꽃 따위!”
용현검주가 마검 크리아투스를 휘둘러 무금향의 열기를 벗어나려 했지만, 열여덟 줄기의 화염은 마기를 집어삼키며 더욱더 강인한 불길을 이었다.
“이 무슨!”
그는 마기를 먹어 치우는 불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마검을 우악스럽게 내리쳤다. 크리아투스가 폭주하듯 지독한 마기를 뿜어냈지만, 불꽃 줄기는 절대 꺼지지 않았다.
라온은 의념으로 불꽃 감옥의 범위를 압축시키며 눈빛을 가라앉혔다.
‘이게 무금향.’
무금향은 단순히 공격이나 방어를 하는 게 아니라, 마기에 강한 저항력을 지니는 감옥을 만드는 특별한 기예다.
지그하르트의 선조가 눈동자의 흑백이 뒤바뀐 괴인과 싸울 때 사용했던 무학인데, 이걸 이렇게 빨리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콰아아아앙!
용현검주는 무금향이 마기에 저항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듯 마기 위로 본인의 오러를 가득 뽑아내 불꽃의 창살을 갈랐다. 응집된 오러가 거센 폭발을 일으키며 무금향을 뒤흔들었다.
“빌어먹을!”
그는 아이 하나가 간신히 벗어날 작은 공간으로 본인의 몸을 던졌다. 화상을 입더라도 무금향을 벗어나려는 것 같았다.
“방세는 내고 가야지.”
라온은 용현검주가 무금향을 빠져나가려 할 때 불꽃의 창살을 조였다.
화아아아아아!
급격하게 좁아진 불꽃 줄기가 용현검주의 다리와 허리에 깊은 화상을 새겼다.
“크으으윽….”
용현검주가 노예의 각인처럼 박힌 시뻘건 화상을 보며 이를 바득 갈았다. 고통 때문인지 그의 구겨진 미간은 펴질 줄은 몰랐다.
“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알 거 없어.”
라온은 제천검으로 용현검주의 눈을 겨누며 고개를 저었다.
“하! 고작 상처 하나 가지고 건방을 떨다니!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용현검주는 기세 싸움에서 밀린 게 굴욕적이었다는 듯 대기가 뭉그러질 정도로 강대한 기파를 일으켰다.
“상처 둘인데? 숫자도 못 세나?”
라온은 용현검주의 기세를 그대로 흘려보내며 손가락을 들어 올려 그의 허리와 다리의 화상을 가리켰다.
“입 다물어.”
용현검주가 섬뜩한 눈동자를 부라리며 마검을 들어 올렸다.
“고작 출발선에 선 애송이 따위가 감히!”
시꺼먼 칼날 위로 마기와 오러가 동시에 타오르며 섬뜩한 어둠을 뿌렸다.
“여긴 출발선이 아니라, 네놈의 목이 날아갈 결승선이다.”
라온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제천검을 쓸어 올렸다. 검날을 흐르는 불꽃이 검극에서 응집되며 태양처럼 찬란한 광구가 타올랐다. 강환. 그랜드 마스터만의 기예가 드디어 그의 손아귀에 잡혔다.
“입 다물라고 했지.”
“그럼 말을 시키지 말던가.”
“그 주둥아리 닥쳐!”
용현검주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마검 크리아투스를 내질러왔다. 마기로 이루어진 강환이 경악스러운 속도로 회전하며 공간을 비틀었다.
캬아아아아앙!
라온이 쇄도해오는 마기의 소용돌이 속으로 제천검을 밀어 넣었다. 시뻘건 빛을 휘감은 강환이 어둠 속을 파고들었다.
쿠와아아아앙!
만화공의 강환과 마기의 강환이 맞부딪치며 두 사람 사이의 대지가 뒤집히고, 검게 물든 하늘이 쪼개졌다.
내려앉는 땅거죽 위에서 라온이 용현검주의 공간을 파고들었다. 은빛 칼날을 휘감은 불꽃은 절대 꺾이지 않겠다는 그의 의지를 담아 마기를 가르고 더 앞으로 나아갔다.
“크흡!”
용현검주는 뒤로 밀려나며 피나도록 입술을 씹었다.
“이게 어찌 된….”
그는 힘 대결에서 밀린 게 믿기지 않는다는 듯 부릅뜬 눈동자로 라온을 노려보았다.
라온은 태화보를 밟으며 용현검주에게 따라붙었다. 리메르가 등을 밀어주는 듯 바람을 타고 나아가 화령을 일으켰다.
화아아아아아!
검신의 끝에서 붉게 젖은 나무가 피어난다. 찰나의 순간에 희노애락을 모두 겪은 듯 하늘로 뻗은 가지를 가득 채운 꽃잎들이 낙화한다.
수백. 아니, 수천의 화염 조각들이 라온의 의념을 담아 붉은 길을 열었다. 청초한 화염의 꽃잎들은 염열의 폭풍이 되어 용현검주를 휘감았다.
“이까짓 거!”
용현검주가 포효를 내지르며 마검의 칼날을 세웠다.
크리아투스는 검이 되기 전 마계의 나무인 명주목으로 돌아간 듯 두터운 가지를 드러내며 시꺼멓게 물든 이파리를 뿌렸다.
콰아아아앙!
마검 크리아투스의 칼날이 뿜어낸 검은 이파리가 화령의 붉은 꽃잎을 짓눌렀다.
이전의 화령은 이대로 꽃잎을 가라앉혔지만, 지금의 화령은 달랐다. 쪼개진 꽃잎들이 다시 모여들어 두 번째 폭풍을 이뤄냈다.
“이, 이건….”
용현검주의 눈동자가 뒤틀렸다. 그가 재차 마검을 찔러 넣으려 할 때 응집된 꽃잎들이 서로의 결을 마주하며 나아갔다.
붉은 꽃잎은 검은 이파리를 불태워버리고 마검 크리아투스가 만들어낸 가지 위로 떨어졌다.
쿠와아아아아앙!
검은 나무가 붉은 꽃잎으로 장식되며 오싹한 아름다움을 드러낸 순간 어마어마한 열기가 폭발하며 용현검주의 마기와 오러를 마구잡이로 헤집었다.
“크으으윽!”
붉은 열기를 뚫고 나온 용현검주의 상태는 좋지 못했다. 장포는 넝마가 되었고, 그의 얼굴과 왼팔에도 심한 화상이 새겨져 있었다.
“빌어먹을….”
그는 익어버린 듯한 팔을 내려다보며 입술을 씹었다.
“뭐, 뭐냐! 네놈은 대체 뭐길래 벽을 넘자마자 이런 무력을 끄집어낼 수 있는 것이냐!”
용현검주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악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고고해 보이던 얼굴 위로 악마가 씌인 듯했다.
“나만의 힘이 아니다.”
라온이 담담하게 대답하며 번뜩이는 불꽃을 쳐올렸다. 칼날이 스친 공간이 그대로 이어지며 하나의 벽이 솟아올랐다.
쿠와아아아앙!
말 그대로 불꽃의 성벽을 세운 염주벽이 용현검주의 강환을 완벽하게 막아 세웠다.
“가, 강환의 벽?”
라온이 당황한 용현검주의 공간으로 파고들었다. 염주벽의 불꽃을 검집처럼 휘감은 제천검을 깊숙하게 내리쳤다.
“어딜 감히!”
용현검주는 그랜드 마스터에 오른 무인답게 즉각 반응하며 마검으로 강환의 방패를 일으켰다.
라온은 그가 방어하든 말든 상관없다는 듯 열선이 비친 제천검을 끝까지 그었다.
만화공 천화.
적섬.
검신에 어린 열선의 두께가 실보다도 얇게 갈린 채 공간을 비틀었다.
촤아아아아악!
용현검주의 강환의 방패가 미세하게 갈라진다. 그가 실수한 게 아니다. 공간검의 묘리가 깃든 적섬의 칼날이 강환을 가른 것이다.
“이런!”
용현검주가 다급하게 강환을 뭉치려고 했지만, 라온의 검격은 이미 그의 가슴을 훑고 지나갔다.
푸카아아악!
열기 때문에 붉은 핏물은 세상을 보기도 전에 증발하고, 용현검주의 가슴에는 지독할 정도의 화상이 새겨졌다.
“대, 대체….”
용현검주는 가슴을 부여잡은 손을 부르르 떨면서 뒷걸음질을 쳤다.
쿠우웅!
라온이 왼발 진각을 밟으며 뒤로 젖혔던 제천검을 앞으로 내질렀다. 검극에 어린 불꽃이 소용돌이치며 화룡의 형상을 그렸다.
세상을 집어삼킬 듯 벌어진 아가리에서 화염의 숨결이 뿜어져 나왔다.
쿠와아아아아앙!
염룡결. 화룡의 포효가 작렬하며 용현검주가 서 있던 땅이 용암지대로 변한 듯 녹아내리고,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후….”
라온은 옅은 금색 불꽃이 피어나는 제천검의 칼날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이게 진짜 만화공인가.’
만화공은 백화일 때도 강한 검술이었지만, 천화가 되니 차원이 다른 위력을 발휘했다.
아무래도 지그하르트의 선조는 처음부터 그랜드 마스터 수준의 검사를 염두에 두고 이 검술을 만들었던 것 같다.
‘이 감각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
이 순간이 끝난다면 한동안 지금의 경지로 돌아가기 힘들 것이다.
그 시기를 빠르게 당기기 위해서라도 현재의 감각은 몸에 익혀두어야 했다.
-얌마!
라스가 얼굴을 홱 들이밀었다.
-본왕의 기예도 지금까지 네놈이 너무 약해서 제대로 써먹지 못한 것이니라! 지금이라면 조금은 따라 할 수 있을 것이니라!
녀석은 본인의 기술이 더 대단하다며 운용하는 방식까지 알려주었다.
“흐으으….”
용현검주가 검게 타오르는 땅을 벗어나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의 장포는 이제 조각 하나 남지 않았고, 전신에 지렁이가 기어간 듯한 주홍빛 화상이 가득했다.
“덥지?”
라온이 비웃음을 그리며 용현검주에게 손을 뻗었다. 그의 머리를 움켜쥘 것처럼 손아귀를 펼치며 글래시아를 끌어냈다.
분노의 마왕 결전기.
백은의 오로라.
사슴의 뿔처럼 펼쳐진 손아귀에서 푸른 광휘가 번쩍였다. 그 빛을 목도한 순간 이미 푸른 냉기가 용현검주를 휘감고 있었다.
치이이이이익!
화상을 입은 상처에 서리의 칼날이 박히며 용현검주의 상처가 시꺼멓게 죽어갔다.
콰아아아아아!
용현검주가 전력을 다하여 보법을 밟았지만, 백은의 오로라는 거머리처럼 그를 따라붙으며 다리에 거대한 압박을 가했다.
“좀 꺼지란 말이다!”
용현검주가 참지 못하고, 마검을 땅에 박아 넣으며 마기의 폭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마기마저 냉기에 얼어붙으며 그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극도로 좁혔다.
라온의 다리에 웅대한 힘이 차올랐다. 대지를 터트리며 달려 나가 용현검주의 우측에 이르렀다. 거침없이 뻗어나가는 왼쪽 손아귀에 푸른 빛무리가 차올랐다.
분노의 마왕 결전기.
은월마장.
손바닥과 용현검주의 우측 어깨 사이로 떠오른 구슬이 갈라지며 차디찬 서리의 파장을 일으켰다.
쿠와아아아아앙!
라스의 은월마장과는 다른 라온 만의 결전기가 피어나며 용현검주의 우측 상반신이 통째로 얼어붙었다.
“커허헉!”
용현검주가 피를 토하며 물러서서 마기의 불꽃으로 은월마장의 냉기를 지우려 들었지만, 그 냉기는 절대 꺼지지 않았다.
-우헤헤헤헤헤!
라스가 동그란 주먹을 흔들며 히죽였다.
-봤느냐? 저게 바로 본왕의 기예이니라! 네놈이 쓰는 불꽃 따위는 상대도 안 된다고!
녀석은 글래시아가 만화공보다 우위에 있다며 입꼬리를 쭉 늘렸다.
‘단순하긴….’
예전에는 따라 한다고 욕하더니, 지금은 잘 따라 한다고 칭찬을 하고 있다. 라스와 함께 있으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지 모르겠다.
“마, 말이 안 돼. 이제 그랜드 마스터에 오른 놈이 어찌….”
용현검주는 살점이 달라붙은 얼음조각을 떼며 시퍼레진 입술을 떨었다.
“아직도 모르는군.”
라온이 한심한 눈빛으로 용현검주를 바라보았다.
“내가 강해진 것보다 네놈이 약해진 게 더 크다.”
“그게 무슨 소리….”
“우리 대주와 싸우면서 느낀 게 없었나?”
용현검주를 앞에 두고서 당당하게 뒤를 돌았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직은 모를 리메르를 보며 입술을 씹었다.
“대주는 네놈이 마음대로 마기를 뿌릴 수 있도록 일부러 놔둬서 마검의 힘과 네 오러를 갉아 먹었다. 마지막에는 쓰러지면서도 자신의 몸에 마기를 가두었지.”
“아….”
그 말에 용현검주의 안색이 노랗게 질려갔다. 리메르를 쫓는 놈의 눈동자가 바르르 떨렸다.
“저 사람은 이유 없이 싸우지 않아. 모두 계산하고 지금의 길을 만들었다.”
라온은 점점 어두워지는 용현검주의 안색으로 보며 입맛을 다셨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말해줄 필요 없겠지.’
제천검을 들어 올렸다. 은회색 칼날 위로 금빛의 빛무리가 타올랐다. 하늘을 여는 여명의 빛처럼 상서로운 기운이 사위로 퍼져나갔다.
“우리 대주는 우리만 놀려먹을 수 있다. 너 따위가 조롱하고, 무시해도 될 사람이 아니야.”
얼마 남지 않은 각성의 잔재를 꼭 움켜쥐며 용현검주에게 나아갔다.
“리메르! 이 추잡한 놈이!”
용현검주가 악을 지르며 달려 나갔다. 마검 크리아투스만이 아니라, 본인이 가지고 있는 모든 기운까지 뽑아낸 듯 천지가 요동쳤다.
라온은 요동치는 마기 속으로 나아가며 오러를 끌어 올렸다.
하단전에서 솟구친 오러가 중단전의 굳건함을 지닌 채 상단전의 의념을 휘감았다. 세 단전을 거친 오러는 금색의 불꽃이 되어 제천검의 칼날을 적셨다.
라온과 용현검주는 누가 뭐라고 할 틈도 없이 서로의 숨결을 향해 붉은 검격과 검은 검격을 들이밀었다.
콰아아아아앙!
정면에서 맞붙은 제천검과 마검의 충돌에 하늘에서 땅까지 이어지는 균열이 벌어졌다.
힘과 힘 그리고 상승 무학과 상승 무학이 부딪치며 강도를 측정할 수 없는 충격파가 연달아 폭발했다. 사위의 땅거죽이 뒤집히고, 나무가 뿌리째 뽑혀 나갔다.
호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격돌이었지만 우열은 금방 드러났다.
뿌드드득!
용현검주의 모든 힘을 담고 있던 마검 크리아투스의 검자루가 바스러지며 마기의 칼날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마, 마검이 왜….”
그는 뭉개지는 마검의 칼자루를 보며 눈동자를 떨었다.
“네가 멍청하다고 한 우리 대주가 심어놓은 씨앗이다.”
용현검주는 심리적으로 쫓기고 있어서 몰랐겠지만, 리메르는 마검의 칼날 속에 바람을 집어넣어 가느다란 비틀림을 만들어냈다.
그가 남긴 씨앗이 용현검주의 목을 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자, 잠깐!”
라온은 용현검주의 당황한 외침을 무시하고, 제천검을 밀어붙였다. 금빛 불꽃이 마기를 집어삼키며 타오른다. 검극 위에 솟구친 소태양이 흩어지는 마기의 중심을 향해 장엄한 빛을 뿌렸다.
쿠와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충격이 작렬하며 라키온 가문의 건물들이 도미노를 탄 것처럼 무너져 내리고, 시꺼먼 연기가 하늘까지 차올랐다.
후우우웅!
라온이 제천검을 내리자, 상체와 하체가 완전히 분리된 용현검주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는 부서지기 직전의 마검 덕분에 간신히 숨이 붙어 있었다.
“내, 내가 이런 애송이에게….”
“너의 패배. 아니….”
라온이 곧 죽을 용현검주를 굽어보며 리메르 쪽으로 턱짓을 했다.
“우리의 승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