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7화
“후우우…….”
크레인이 새벽안개를 지울 정도로 거센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어젯밤까지 수련시킬 줄은 몰랐네. 독하디독한 인간이에요.”
그는 기절하고 싶었다고 중얼거리며 가볍게 쥔 주먹으로 본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러게. 나도 오후에는 보내줄 줄 알았는데, 밤까지 검을 휘두르게 될 줄은 몰랐어.”
버렌이 공감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도 훈련의 피로가 드리워져 있었다.
“한심하긴!”
마르타가 버렌과 크레인을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검사가 되겠다고 검을 쥔 녀석들이 그 정도 훈련도 못 버텨서 뭘 어쩌겠다고.”
그녀는 한껏 비웃음을 머금은 채 혀를 찼다.
“나찰녀. 다리 떨리고 있어.”
어느새 다가온 루난이 손가락으로 마르타의 허벅지를 콕 찔렀다.
“아아아악!”
어제 라온의 검에 얻어 맞은 곳이었기에 마르타가 비명을 지르며 펄쩍 뛰었다.
“이, 이 미친 것이!”
마르타가 굶주린 짐승처럼 씩씩 거리며 루난을 향해 손을 뻗었다.
“허세녀.”
“죽고 싶어서 환장했냐!”
루난이 혀를 빼꼼히 내밀며 도망쳤고, 마르타는 검을 뽑아 든 채 그 뒤를 쫓았다.
“두, 두 분은 아침부터 활기가 넘치시네요.”
도리안이 시꺼매진 눈밑을 비비며 헛바람을 흘렸다.
“넌 괜찮냐?”
“안 괜찮죠. 그래도 이제는 좀 익숙해져서.”
“익숙해졌다고?”
“네. 전에 저희 상가에 머물 때는 진짜 죽을 수도 있는 수련을 했거든요.”
“죽을 수도 있는 수련은 대체 뭐야?”
“절벽을 타라고 시켜놓고, 바위를 굴린다던가, 절벽 자체를 무너뜨린다던가.”
그는 정말 저승에 가는 줄 알았다며 이 서늘한 날씨에 이마에서 땀을 흘렸다.
“으음…….”
옆에 서 있던 마크 괴튼도 그 때가 떠오른 듯 눈을 질끈 감았다.
“벼, 별관에서는 어때? 거기도 지옥이냐?”
버렌은 두려움에 떠는 도리안과 도괴를 놔두고, 유아와 율리우스를 바라보았다.
“아뇨! 잘 챙겨주세요! 해달라는 거 다 해주시는데.”
유아가 손을 번쩍 들며 고개를 저었다.
“맞습니다. 별관에서는 휴식을 취해도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십니다.”
율리우스는 그게 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그런데 여기서는 왜 미친개가 되는 거야.”
버렌이 힘겹다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오늘도 난리 치면 진짜 피곤해질 텐데.”
“그래도 어제 좀 기분이 풀린 것 같았으니, 오늘은 괜찮을 거예요. 조용히 갈 수 있을…….”
도리안이 옅게 웃을 때 연무장의 문이 열리고, 라온이 들어왔다.
고오오오오!
리메르처럼 문을 걷어차지도 않았는데, 라온에게서 풍겨 나오는 위압적인 기운 때문에 광풍대 검사들은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저, 저놈. 기분 더럽게 안 좋아 보이는데? 정말 풀린 거 맞아?”
버렌이 팔꿈치로 도리안을 툭툭 치면서 마른침을 삼켰다.
“어? 저거 광기 라온 상태인데… 비, 비상! 비사아아아앙!”
도리안이 비상이라고 외치며 단상 앞으로 달려갔다. 다른 검사들도 위험한 분위기를 느끼고 빠르게 단상 앞에 정렬했다.
“으하하……합!”
단상 위에 누워있던 리메르가 하품을 하다가 활활 타오르는 듯한 라온의 눈을 보고 벌떡 일어났다.
“오셨…… 아니, 왔어?”
리메르는 본인도 모르게 존댓말을 꺼내려다가 대주의 자존심으로 간신히 입을 다물었다.
“대주님. 오늘은 제가 검사들을 이끌어도 되겠습니까?”
라온은 거절은 없다는 듯 매서운 눈빛으로 리메르를 바라보았다.
“그, 그러렴.”
리메르는 인형처럼 고개를 끄덕이고서 뒤로 훌쩍 물러섰다.
“감사합니다.”
라온은 리메르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후 단상 앞에 섰다.
“모두 알다시피 이번 임무는 간단한 조사다. 다만 조사를 행하는 중에 문제가 생겨서 전투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고, 이전처럼 우리의 무력으로는 도망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그는 단상 아래에 선 검사들과 차례로 눈을 마주치며 말을 이었다.
“그렇기에 지금부터 시니건에 도착할 때까지 전력으로 보법을 수련한다. 발을 멈추는 시간은 오직 자는 시간뿐이다.”
라온의 서늘하면서도 낮은 음성에 광풍대 검사들이 어깨를 떨었다.
“뭐?”
“어어.”
“그, 그 지옥 수련을 또 해?”
“미친…….”
광풍대 검사들이 말도 안 된다고 중얼거렸지만, 라온의 건조한 시선을 본 순간 모두 입을 꽉 다물었다.
그들은 도움을 요청하듯 습기가 차오른 눈으로 리메르를 바라보았다.
“크흠! 라, 라온? 우리 수련은 임무를 끝내고 와서 하는 게 어떨…….”
리메르가 검사들의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왔다. 그가 수련은 나중에 하자고 말하려는 순간 라온의 눈동자가 시뻘겋게 번뜩였다.
“제가 맡겨주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어? 그게…….”
“거기다 생활이 수련이라고 말씀하신 건 대주님입니다. 아닌가요?”
“아, 그런 말을 하기는 했지…….”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서 입 모양으로만 중얼거렸다.
‘나도 저 새끼 무섭다니까!’
라온은 리메르가 쭈그러진 것을 확인하고 다시 광풍대를 굽어보았다.
“모두 너희의 실력 향상을 위한 조치이니, 이해해주길 바란다.”
“예에….”
광풍대는 눈물을 머금은 채 목소리를 최대한 높였다.
-부숴버린다는 게 적이 아니라, 수하들이었다니….
라스는 감탄했다는 듯 박수를 보내왔다.
-역시 네놈은 이곳에 있을 인재가 아니니라! 본왕과 함께 마계에 가자!
‘너나 가.’
-본왕은 가고 싶어도 못 가!
* * *
라온은 유아와 율리우스가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도록 보조해주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흐어어억!”
“지, 진짜 안 멈추네…….”
“…죽을 거 같아.”
광풍대 검사들은 얼어붙은 호수 위를 달리며 단 숨을 내뱉었다. 새벽부터 시작된 보법 강행군이 정오를 넘어 저녁이 다 될 때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저, 정말 밥도 안 먹을 생각인가?”
“저 미친놈…….”
“오늘 라온 존못.”
버렌, 마르타, 루난도 평검사들 정도는 아니지만, 지쳐서 허연 숨결을 내뱉고 있었다.
라온은 피식 웃으며 뒤에 있는 검사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버틸만하지?”
“주, 죽겠는데요.”
도리안이 줄줄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고개를 저었다.
“힘들면 달리면서 육포라도 씹어. 좀 괜찮아질 거다.”
라온은 밥도 알아서 먹으라고 말하고서 시선을 돌렸다.
“으으…….”
“저 악귀 같은 인간…….”
“그건 너나 가능하지!”
“이 속도로 달리면서 어떻게 육포를 먹어. 혀 씹겠다!”
검사들은 라온의 뒤통수에 대고 아주 작게 욕을 내뱉었다.
“후우…….”
맨 뒤에서 달리는 리메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저놈보다 위에 있어서 다행이야.”
그는 라온의 뒤통수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만약 평검사의 위치에 있었다면 당장 광풍대를 때려치웠을 것이다. 나이를 먹은 게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다.
‘그래도 힘들기만 한 수련은 아니야.’
라온은 단순히 광풍대를 몰아붙이는 게 아니다.
그의 말대로 지금까지 검술 위주로 단련했으니, 이동하는 길을 이용하여 보법을 수련시키는 건 시간을 아끼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훌륭한 수련 방법이었다.
리메르가 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라온과 광풍대를 바라볼 때 하늘에서 경쾌한 바람이 일었다.
시선을 들어 올리니, 푸른 매 한 마리가 먹잇감을 발견한 듯 벼락처럼 떨어져 내렸다.
후우우웅!
리메르는 조금도 놀라지 않은 채 팔을 뻗었다. 매는 허공에서 묘기를 부리듯 급격하게 속도를 줄이며 부드럽게 그의 팔뚝에 내려앉았다.
“비연회의 매?”
라온은 리메르의 팔에 안착한 매를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출발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비연회의 연락이 도착한 것을 보면 시니건에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았다.
“흐음…….”
리메르는 매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후 다리에서 종이를 빼내 읽었다. 여유로웠던 그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무슨 일입니까?”
라온이 폐에 차오른 탁기를 내뱉으며 리메르에게 다가갔다.
“네가 직접 읽어라.”
리메르가 던져준 종이를 펼쳐보았다. 간단하기 짝이 없는 한 줄의 소식이었지만, 그 내용은 비할 수 없이 무거웠다.
“시니건 지부가 전멸?”
서신에는 시니건 지부의 인원이 전멸했으니, 최대한 빨리 그곳으로 가라고 적혀 있었다.
“전멸이라고?”
“갑자기 왜?”
“남북맹이 공격한 건가?”
지부라고 해도 같은 지그하르트 소속이었기에 광풍대 검사들의 눈동자 위로 샛노란 분노가 타올랐다.
“방식을 바꾼다.”
라온은 서찰을 열기로 태워버린 후 광풍대의 앞에 섰다.
“지금부터는 속도를 늦추고, 육체와 오러의 회복에 집중하도록. 언제 싸워도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조절해.”
“예!”
광풍대 검사들은 더는 잡담을 나누지도, 불평을 내뱉지도 않았다. 단호하게 대답하고서 전투를 치를 것처럼 진중하게 호흡을 골랐다.
라온은 그런 광풍대가 마음에 드는 듯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선두로 나섰다.
“시니건에 닿을 때까지 휴식은 없다. 가자!”
* * *
지진이 난 듯 대지가 갈라지고, 그 위로 핏물이 그득하게 차오른 괴기스러운 마을.
라온은 온기 그 자체를 뜻하는 시니건 마을이 지옥도로 변한 것을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지부만 무너진 게 아니었군.’
시니건 지부만 망가진 게 아니라, 시니건이라는 마을 자체가 무너졌다.
시체는 보이지 않았지만, 뭉개진 집과 벽 너머로 핏물이 흐르지 않는 곳이 없었다. 꼭 전쟁터를 보는 듯했다.
“지독하군…….”
버렌이 피에 젖은 우물을 보며 눈동자를 떨었다. 다른 검사들도 심각한 상황에 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만 깨물었다.
“후…….”
라온이 한숨으로 혈향을 날려버리며 안으로 걸어갔다.
마을 주변으로 가족을 잃은 듯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사나운 눈빛의 검사들이 길을 막아서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저것들은 뭐야.”
마르타가 길을 막고 있는 검사들을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라키온 가문의 검사들이다.”
라온이 검사들의 가슴에 새겨진 적색 사자의 문양을 보며 눈매를 좁혔다.
“이 지부와 라키온 가문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느니까. 지원을 와줬겠지.”
시니건 지부의 동쪽으로 봉신가문인 라키온이 있다. 그들은 이 상황을 알자마자 바로 달려와 준 것 같았다.
“들어가자.”
라온이 광풍대에게 손짓을 하고서 마을 안쪽으로 들어갔다.
“광풍대 분들이시군요.”
비연회에서 소식이 전해진 듯 라키온 가문의 검사들은 지그하르트 문양을 보고 고개를 숙여왔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저희도 아직 정확한 정보를 듣지 못했습니다. 일단 안으로 들어오시죠. 대주님께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검사는 절도 있으면서도, 정중한 자세로 손을 들어 올렸다.
라온이 턱을 끄덕이고서 검사를 따라 폭격을 맞은 듯한 지부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에는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중앙에 선 외안의 중년인. 그에게서 거대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오, 오셨군요!”
중년인 옆에 서 있던 흑발의 청년이 울상을 지은 채 달려왔다.
“광풍대주님을 뵙습니다! 아, 광풍부대주님도!”
흑발의 청년은 리메르와 라온에게 차례로 고개를 숙였다.
“저는 시니건 지부의 정보원 게프라고 합니다!”
그는 스스로를 게프라고 소개하면 한 번 더 머리를 숙였다.
“살아 계셨군요.”
라온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모두 죽었으면 조사에 시간이 걸렸을 텐데, 한 명이라도 남아서 다행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게프가 침음을 삼키며 고개를 저었다.
“예?”
“지부장님의 명령을 따라서 라키온 가주님께 서신을 전하고 왔는데, 지, 지부가 이 상태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본인도 정확한 사정을 알 수 없다며 손끝을 떨었다.
“그럼 이분은…….”
라온이 시선을 돌려서 외안의 중년인을 보았다. 그가 게프의 옆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라키온의 벨스라고 하오. 우리가 가까이에 있는데도 이런 사태를 막지 못하다니 면목이 없소.”
그는 정말 미안하다는 듯 머리를 들지 못했다.
‘벨스 라키온인가.’
들어 본 인물이다. 벌써부터 라키온 가문의 후계자 자리를 차지한 검사로 주변에 상대할 자가 없다는 괴물이었다.
“일단 아는 거라도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라온이 두 사람을 일으키며 상황부터 정리하자고 말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저희 지부가 산적이라고 생각했던 그 집단이 백혈교였던 것 같습니다.”
“백혈교?”
게프의 말에 먼저 반응한 건 마르타였다. 그녀가 앞으로 나와 게프에게 얼굴을 들이 밀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갑자기 백혈교가 왜 나와!”
“이, 이곳의 흔적을 보고 파악한 겁니다.”
게프가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뒤로 물러섰다.
“이 지부와 지부를 구성하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사라졌는데, 그중 시체는 절반밖에 남지 않았어요!”
그는 입술을 떨면서도 끝까지 말을 이어갔다.
“거기다 남은 시체들도 꼭 물어뜯긴 듯한 상처나 잔인하게 죽은 모습이 많았죠. 배, 백혈교의 피의 축제와 거의 동일합니다.”
“크윽…….”
마르타가 무너진 지부 건물과 마을들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라온이 사무실 안쪽으로 무너진 벽과 그 주변에 분수처럼 뿜어진 핏물을 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백혈교라…….’
그럴 수도 있겠지.
이곳에 와서 무너진 건물과 뿌려진 피를 보며 남북맹이 아니라, 백혈교의 습격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걸 확정 짓기 위해서는 남아 있는 시체들을 보아야 했다.
“시체들을 볼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게프가 고개를 끄덕이며 지부 밖으로 나갔다.
라온은 분노로 인해 손을 떠는 마르타의 어깨를 두드려주고서 게프를 따라 지부 바깥에 있는 연무장으로 향했다.
바닥에 검은 천막이 덮여 있었는데, 살짝 위로 올라온 것을 보면 시체를 가려놓은 것 같았다.
라온이 눈빛을 보내자, 뒤에 있던 크레인과 도리안이 앞으로 나와서 천막을 걷었다.
“으윽!”
“무슨 이런…….”
“개 같은 혈귀 놈들!”
광풍대 검사들은 천막이 가리고 있던 시체들을 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많은 실전을 겪었던 검사들이 보기 힘겨울 정도로 훼손이 심각한 시체가 많았다. 몇몇 검사들은 못 보겠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라온은 오히려 가까이 다가가서 차분히 시체를 살폈다.
‘확실히 백혈교의 짓처럼 보이긴 하는군.’
시체 중 온전한 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살점이 뜯겨나간 건 평범했고, 팔다리가 잘리거나, 아예 목이나 허리가 뽑힌 듯한 시체도 많았다.
혈신에게 바치기 위해 피와 살을 뜯는다던 피의 축제를 치른 모양새 같기는 했다.
뿌드드득!
어금니를 지그시 씹으며 가장 가까이 있는 시체를 살폈다.
젊은 여성의 시체였는데, 날카로운 것에 베여서 허리가 갈라져 있었고, 목덜미는 늑대에 물어뜯긴 것처럼 뜯겨나가 있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했는지 눈조차 감지 못하고 죽어 있었다.
라온은 그 시체의 목덜미 부분을 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뒤를 돌아서 게프와 벨스를 올려 보는 그의 시선에 의문이 피어 나왔다.
“이 시체 이상한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