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551화 (550/653)

제551화

라온은 강렬한 마나의 향기를 뿜어내는 인공단전을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내 얼굴이 새겨진 건 별로지만, 인공단전의 완성도는 굉장히 높아.’

요난 가문의 천재라는 명성답게 엔시아는 완벽에 가까운 인공단전을 만들어냈다. 리메르의 인공단전보다 더 윗급으로 보였다.

‘아니, 윗급이 맞지.’

리메르의 인공단전은 내부가 텅 비어 있었지만, 지금 엔시아의 손에 들린 인공단전 안에는 드래곤이 모은 순도 높은 마나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아무리 드래곤 하트를 재료로 섰다고 해도 원본보다 더 뛰어난 단전을 만들어 내다니, 엔시아 요난은 지금까지 보았던 사람 중 가장 뛰어난 천재였다.

“전 이 문양을 제 시그니처 마크로 삼으려고 해요.”

엔시아가 인공단전의 표면에 새겨진 라온의 얼굴을 가리키며 방긋 웃었다.

“예…?”

라온이 멍하니 눈을 꿈벅였다.

“라온 님의 얼굴을 제 시그니처 마크로 삼고 싶다구요. 허락해주실 거죠?”

“요, 요난 가문의 시그니처 마크는 따로 있지 않나요? 그게 더 귀해 보이는데….”

어떻게든 거절하기 위해서 핑계를 주절거렸다.

“그렇긴 하지만 저만의 마크를 하나 만들고 싶어서요. 완벽한 아티팩트의 의미를 담기 위해서 라온님의 얼굴을 사용하고 싶어요.”

엔시아는 본인만의 마크를 사용하고 싶은 듯 고개를 저었다.

“제 얼굴을 넣으면 팔릴 것도 안 팔리지 않을까요? 다른 걸로 하시는 게….”

“아니죠! 신뢰의 상징이자, 완벽함의 상징이 되어서 아티팩트가 날개 달린 듯이 팔릴걸요?”

“으음….”

라온이 인공단전에 새겨진 본인의 얼굴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창피해서 하기 싫지만, 거절하기는 힘들겠어.’

엔시아는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거의 한 달 동안 방안에 틀어박혀서 저 인공단전을 만들었다.

그녀가 먼저 선의를 베풀었기 때문에 저 제안을 거절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후우….”

짧게 한숨을 내쉬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허락해주실 줄 알았어요! 고마워요!”

엔시아는 계절별로 얼굴 마크를 다르게 할 거라면서 방긋 웃었다.

“그리고 당연히 초상권 비율도 떼서 드릴게요.”

그녀는 꽤 돈이 될 거라며 손가락으로 금화 모양을 만들었다.

“괜찮습니다.”

라온이 고개를 저었다. 엔시아와는 돈보다는 서로의 신뢰 관계로 묶여 있기에 돈을 받고 싶지는 않았다.

“아뇨. 이런 금전 관계는 확실하게 해야해요!”

엔시아가 다가와서 눈매를 찌푸렸다.

“줄 테니까. 받으세요!”

“아, 네….”

그녀가 너무 당차게 말해서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끄응….

라스가 인공단전을 노려보며 앓는 듯한 신음을 흘렸다.

‘왜? 그래?’

-저 얼빠 계집이 본왕의 미모를 보았다면 저곳에는 본왕의 얼굴이 새겨졌을 것이니라! 너무 아깝느니라!

녀석은 오웬 왕국의 치료소에서 엔시아를 깨우지 못한 게 아쉽다는 듯 본인의 가슴을 두들겼다.

‘참 부러워 할 것도 많다.’

라온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때 정원 쪽에서 실비아와 시녀들이 달려왔다.

“무, 무슨 일이야!”

“도련님! 괜찮으세요?”

그녀들은 하늘을 물들이는 검은 연기에 놀란 듯 안색이 창백해져 있었다.

“드디어 완성되었어요.”

라온이 엔시아의 손에 들려 있는 인공단전을 가리키며 미소를 지었다.

“아….”

실비아는 입술을 꼭 깨문 채 인공단전을 향해 다가갔다. 단전이 깨지고, 마나 회로가 굳었어도 강대한 마나의 향은 느낄 수 있는 것 같았다.

“이거 라온 아니니?”

하지만 그녀는 인공단전이 아니라, 그곳에 새겨진 라온의 얼굴에 관심이 동한 듯 눈을 빠르게 깜박였다.

“역시 알아보시네요!”

엔시아는 라온의 얼굴을 알아봐주니 기쁜 듯 활짝 웃었다.

“맞아요. 라온 님이세요!”

“내 아들인데 모를 수가 있나. 누가 낳았는지 잘도 생겼네.”

“어머니 존잘이요.”

“아, 그래. 존잘!”

“엄마!”

라온은 정말 오랜만에 어머니가 아니라, 엄마라고 외쳤다.

실비아가 존잘이라고 말하니, 엔시아나, 루난이 존잘이라고 외칠 때보다 훨씬 더 민망했다.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었다.

“알아.”

실비아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공단전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가 햇살이 이지러지는 호수처럼 깊게 가라앉았다.

“이 작은 단전을 만들기 위해서 네가 얼마나 고생했고, 엔시아가 얼마나 고심했는지 알고 있단다.”

긴장한 듯 그녀의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그래서 내가 이 단전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어.”

“후우….”

라온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하려 할 때 실비아의 입술이 달싹였다.

“예전 같으면 저렇게 말했겠지.”

“네?”

“나도 너를 보며 조금은 생각이 달라졌단다.”

실비아가 단전에게서 시선을 돌려 라온을 바라보았다.

“이 단전을 받고, 그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면 되는 거잖아. 맞지?”

그녀는 라온이 하려던 말을 본인의 입으로 읊었다.

“맞아요! 그럼 되죠!”

엔시아가 실비아의 손을 잡으며 시원하게 웃었다.

라온이 실비아의 눈을 마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 일을 겪으며 실비아의 마음도 굳건하게 다져진 것 같았다.

“고마워.”

실비아가 엔시아에게서 인공단전을 건네 받으며 담담한 미소를 그렸다.

“이 단전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볼게.”

*     *      *

글렌이 옥좌 깊숙하게 묻고 있던 등을 떼고, 열기가 차오른 시선을 내렸다.

“실비아의 단전이 완성되었다고?”

“네.”

꾸부정하게 서 있던 리메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붉은 머리카락이 들썩이며 그의 왼쪽 눈에 차오른 시꺼먼 멍이 드러났다.

“어제 완성되었고, 곧 단전을 육체에 안착시키고, 마나회로를 잇는 작업을 할 테니, 호법을 좀 서달라고 하던데요.”

그는 라온이 직접 부탁을 했다며 손을 저었다.

“그래서 넌 뭐라고 했지?”

글렌은 손가락을 비틀면서 리메르를 노려보았다. 거절했다면 정말 죽일 기세였다.

“귀, 귀여운 제자 부탁인데 당연히 들어주어야죠!”

리메르는 목숨의 위협을 느낀 듯 재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작업은 언제 시작하는 거지?”

“엔시아가 만든 인공단전에는 드래곤의 마나가 깃들어 있으니까. 실비아의 몸을 만들고 시작할 거 같아요.”

“그런가….”

글렌이 마른 입술을 매만지며 눈매를 찌푸렸다.

‘도와주고 싶군.’

직접 가서 실비아의 육체 상태를 확인하고, 치료를 돕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단전을 폐하고 마나회로를 끊은 사람이 자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에 먼저 다가갈 수가 없었다.

“로엔.”

글렌의 부름에 로엔이 리메르의 옆으로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흑연은 모두 복귀했나?”

“예. 세작을 모두 처리하고 대기 중입니다.”

발데르는 5연무장과 별관에 당한 이후에 더욱더 거칠게 설치고 다녔다. 그가 앞에서 시원하게 난동을 부린 덕분에 뒤에서 움직이는 세작을 열두 명이나 잡아낼 수 있었다.

“흑월 전체를 움직여서 별관 주변을 호위하도록. 개미 새끼 한 마리 들어가지 못하게 지켜.”

“명을 받듭니다.”

“뭐, 호위도 중요한데.”

리메르가 뒷머리를 매만지며 턱을 모로 틀었다.

“실비아의 단전과 마나회로를 잇는 일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왜 당연한 말을 하는 거냐.”

“그럼 그 중요한 일을 가주님이 도와주시죠.”

북풍처럼 서늘하게 휘도는 리메르의 녹색 눈동자가 글렌의 붉은 눈을 마주했다.

“라온이 천재라는 건 누구보다 제가 잘 알지만, 타인의 단전과 마나회로를 잇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도움이 필요할 겁니다.”

“…….”

글렌은 평소와 달리 리메르에게 호통을 치지 않고, 높은 천장을 올려다 보았다.

“너희가 가장 잘 알겠지. 실비아가 그리된 건 내 죄다.”

그가 미세하게 입술을 떨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마에 빠져서 무력과 가문의 규모에만 집중하지 않았다면 그 아이가 그런 모습으로 돌아오지는 않았겠지. 첫째도 그 집에서 함께 웃고 있었을 것이다. 한심한 일을 저지른 내가 어찌 그 아이를 돕는단 말이냐.”

“그러니까 더더욱 함께해야죠!”

리메르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두드렸다.

“이번만큼은 저도 저 멍청이와 같은 의견입니다.”

셰릴이 앞으로 나오며 아미를 찌푸렸다.

“문제를 일으켰다면 그 뒤처리를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많은 세월이 지났고, 많은 골이 쌓였어도 해야 할 일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녀는 굳건한 눈빛으로 글렌을 바라보았다.

“으음….”

글렌은 아직도 망설여지는 듯 옥좌의 팔걸이를 세차게 움켜쥐었다.

“부탁받지도 않았는데, 가서 돕는 것도 이상한 그림이죠.”

로엔이 부드럽게 웃으며 리메르와 셰릴 사이로 끼어들었다.

“다만 실비아 님을 도와주시는 방법은 하나가 아닙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실비아 님의 단전과 마나회로를 잇는 사람은 라온 도련님이죠. 그분에게 단전과 마나회로에 대한 지식을 전해주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로엔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진무전주가 별관을 부순 배상과 광룡을 잡은 보상을 추가로 준다면 무리 없이 다가가실 수 있을 겁니다.”

“괜찮은데요?”

“저도 좋아 보입니다.”

리메르와 셰릴은 잘했다는 듯 로엔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거기다 가주님은 라온 도련님께 할 말이 있잖아요.”

리메르가 손을 들어 술을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글렌은 세 사람과 차례로 시선을 마주치며 결심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가도록 하지.”

*     *      *

“더 돌아요. 아직 멀었어!”

라온이 손가락을 들어 작은 원을 그렸다.

“후욱….”

단색 무복을 입은 실비아가 땀을 줄줄 흘리며 그 손가락을 따라 연무장을 달렸다.

많이 지쳤는지 안색은 창백했고, 입에서는 단숨이 흘러나왔지만, 그녀는 발을 멈추지 않았다.

“으윽….”

“우, 우리 부대주는 어머님한테도 냉혹하네.”

“그러게. 가족도 똑같이 시킬 줄은 몰랐어….”

“저러다 쓰러지시는 거 아닌가?”

광풍대 검사들은 휘청거리는 실비아와 훈련을 멈추지 않는 라온을 보며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저쪽에 신경도 써주고 살만한가 보지?”

버렌이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검사들의 앞에 섰다.

“그, 그게 아니라….”

“저희는 실비아 님이 걱정이 되어서….”

“너희들 미래나 걱정하시지. 지금부터 기본 검술 천 번씩 반복 시작!”

그는 번복은 없다고 말하며 기본 검술 네 가지를 모두 천 번씩 휘두르라 지시했다.

“아윽….”

“여기나 저기나 지옥이네.”

“내 일이나 할걸….”

광풍대 검사들은 투덜거리면서도 버렌의 지시를 따라 검을 들고 기본 검술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

마르타는 검을 아래로 내린 채 연무장을 도는 실비아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평소 누가 오든 신경 쓰지 않고, 본인의 수련을 하는 그녀에게서는 드문 모습이었다.

“나찰녀.”

루난은 마르타의 뒷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다가 옆으로 다가가서 어깨를 툭 쳤다.

“뭐, 뭐야!”

“약골.”

“이 미친 것이!”

마르타의 이마에 두꺼운 힘줄이 올라왔다.

“운 좋게 각성한 주제에 지금 뭐라는 거야!”

“운이라도 좋던가.”

루난이 맹한 눈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너 이 자식 기다려! 무조건 따라잡는다! 내가 죽어도 너는 죽이고 죽을 거야!”

마르타가 악을 지르며 검을 들어 올렸다. 그녀는 이를 바드득 갈며 온 힘을 다 짜내서 검격을 뻗어냈다.

“흥.”

루난은 마르타의 검을 여유롭게 피하며 작게 콧방귀를 뀌었다.

라온은 루난의 등을 힐끔 보며 미소를 지었다.

‘신경을 써주네.’

마르타는 실비아가 연무장에 왔을 때부터 제대로 수련을 하지 못했다.

본인의 어머니를 생각해서인지 우울한 분위기를 풍겼는데, 루난이 적당한 순간에 끼어들어서 그녀를 깨워주었다.

시리아의 일을 겪으며 루난은 무력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크게 성숙해져 있었다.

“두 바퀴만 더 돌죠.”

라온은 다시 실비아에게 집중하며 손가락을 두 개 들어 올렸다.

“으으윽….”

실비아는 대답할 힘도 없는지 간신히 고개만 끄덕이고서 다시 발을 움직였다. 가문을 나가기 전에 최고의 재능 중 하나라 불렸다더니, 끈기 하나는 대단했다.

‘그렇다고 해도….’

시간이 조금 걸리겠어.

엔시아가 만들어준 인공단전은 완성도도 높고, 많은 양의 오러를 가지고 있다. 대단한 성과지만, 지금의 실비아에게 무조건 좋은 일은 아니다.

단전이 깨지고, 마나회로가 끊어져서 일반인보다도 체력과 근력이 좋지 않은 그녀에게 지금 당장 저 인공단전을 넣어주었다간 몸이 터져나갈 수도 있다.

단전을 안착시키기 전까지 최대한 몸을 만들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체력 단련을 계속해왔던 거지.’

실비아는 단전을 가지고 싶다고 말한 이후에 매일매일 체력 단련을 해왔다. 꾸준한 훈련 덕분에 조금이나마 몸 상태가 나아져 있었다.

“거기까지. 조금 쉴게요.”

안색이 노래지는 실비아에게 휴식을 지시한 후 하늘을 올려보았다.

‘문제는 하나 더 있지. 나라는 문제.’

실비아의 단전과 마나회로를 이를 사람은 나밖에 없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라온은 무릎을 잡은 채 숨을 몰아쉬는 실비아를 보며 입술을 가늘게 씹었다.

‘나도 공부가 필요하겠어.’

*     *      *

라온은 실비아의 체력 단련을 돕고, 개인 수련까지 마친 후에야 방으로 돌아왔다.

한숨 돌릴 시간도 없이 책상에 앉아서 페드릭에게 빌린 인체와 마나 회로에 관한 책을 펼쳤다.

의학서다보니, 난해한 부분이 많이 있었지만, 불의 고리를 운용하여 집중력을 높이자 느리지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책을 읽을수록 쉽지 않다는 생각만 들었다.

‘역시나 쉬운 일이 아니야.’

리메르와 달리 실비아의 마나회로는 굳어버린 지 20년이 넘게 지났다.

이제 와서 다시 살리려면 실로 바늘구멍을 뚫는 듯한 미세한 오러 운용과 인체에 관한 해박한 지식이 필요했다.

둘 다 나름 자신은 있지만, 상대가 실비아다 보니 불안함이 계속 차올랐다.

-뭘 그렇게 불안해하는 것이냐.

라스가 책상에 드러누운 채 손가락을 까딱였다.

-본왕이 인간의 육체를 모르니, 돕지는 못하지만, 문제는 막아줄 수 있느니라.

녀석은 우리 엄마는 무조건 도와야 한다며 입맛을 다셨다.

‘그러냐.’

라온이 피식 웃었다. 평소에는 미덥지 못하지만, 이럴 때 우리 엄마라고 하니 이상하게 안심이 되었다.

다시 책을 읽으려고 할 때 창문에 검은 그림자가 비쳤다. 시선을 돌리니, 글렌의 붉은 눈동자가 보였다.

“가, 가주님?”

의자를 뒤로 넘어뜨리면서 일어섰다. 예상도 못 한 등장이라 당황할 때 글렌이 나오라는 듯 손가락을 까딱인 후 사라졌다.

‘무슨 일이지? 오실 일이 있던가?’

라온이 긴장하여 뛰는 가슴을 내리누르며 바로 밖으로 나갔다.

글렌은 평소처럼 호수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자 그가 뒤를 돌았다.

“발데르가 별관에서 문제를 일으켰다고 하더구나.”

그는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 않아서 천막으로 덮어 놓은 별관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괜찮습니다. 그에 대한 배상은 확실하게 받아서….”

“그렇다고 해도 내가 선택한 감찰관이 문제를 일으킨 건 변하지 않지.”

“음….”

“이전에 광룡을 잡고, 성검련주의 제자를 패퇴시켰던 일에 대한 보상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네게 한 가지 기예를 알려주려고 한다.”

글렌은 무조건 받으라는 듯 매서운 눈동자를 빛냈다.

“가, 감사합니다.”

감히 거절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내가 네게 가르칠 건 페리톤 체술이다. 인체의 모든 것을 파악하여 의선이라 불리던 무인이 만들어낸 무학으로 제대로 익힌다면 너와 적의 육체를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아….”

라온이 턱을 들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정말이라면 어머니의 단전과 마나회로를 잇는 데 큰 도움이 될지도.’

글렌의 말대로라면 저 체술을 배워서 실비아의 치료에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페리톤은 200년 전의 사람이지만 여전히 그의 연구를 넘어서는 의학서는 없다. 그는 웨벡 마을 출신이었고, 그곳은 백포도주로 굉장히 유명한 곳이지.”

“예?”

라온이 눈을 꿈벅였다. 잘 나가다가 갑자기 백포도주 이야기가 왜 나오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다만 그는 그 말을 한 번 더 반복했다.

“알아들었나? 백포도주가 유명해.”

“네에….”

“백포도주의 이름은 페리톤의 이름을 따서 페리톤 블랑이지.”

“…….”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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