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509화 (509/653)

제509화

우우우웅!

라온과 오르고스 그리고 흑탑의 마인들이 사라진 언덕 위로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은 멀린이었다.

방어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이동 마법에만 집중하여 숨이 턱까지 차오른 그녀가 뻘겋게 달아오른 눈으로 언덕 주변을 훑었다.

‘없어….’

조금 전까지만 해도 느껴졌던 라온의 기척이 완벽하게 사라졌다.

‘어떻게 된 거지?’

이곳에서 대규모 순간이동이 시전 된 건 알고 있다. 마나의 흐름으로 볼 때 대마법사 체임버의 마법 같았지만, 발동시킨 건 아마 라온일 것이다.

다만 그는 광풍대와 함께 떠나지 않고 이곳에 남았었다. 피로 이루어진 조잡한 결계가 느껴져서 그것만 뚫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전 결계의 흔적 자체가 아예 사라져 버렸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파악되질 않았다.

쿠구구구구!

멀린이 팔방으로 마나를 뿌렸다. 라온과 오르고스가 들어간 결계의 틈을 찾으려고 집중해보았지만, 느껴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게 말이 돼?’

결계를 새로 만든다면 모를까. 조잡하게 형성된 결계를 완벽하게 메꾸는 건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이다. 불안감에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안 돼. 제발….’

라온을 믿고 싶지만, 상대는 초월자다. 내가 직접 나서도 이길 수 없는 상대를 그 혼자 상대하는 건 불가능한 일. 어떻게 해서든 빨리 결계를 열어야 했다.

찌지직!

멀린이 손톱으로 엄지손가락을 찢어서 바닥에 피를 뿌렸다. 그녀가 혈 마법을 이용하여 억지로 공간을 열어 보려고 할 때 심장을 짓누르는 파동이 쏟아지며 백혈교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멀린….”

백혈교주는 멀린을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이번에도 방해를 해대는군. 타천의 뜻이냐.”

“마음대로 생각해.”

그녀는 멀린을 죽일까 고민하는 것처럼 손을 까딱이다가 멈춰 섰다.

다른 이들이 오기 전에 라온을 찾는 게 우선이라는 듯 주변으로 투명한 혈기를 뿌렸다.

피이익.

멀린이 입술을 짓씹으며 손가락의 상처를 더 크게 벌렸다.

‘저 모기 년한테 잡히면 절대 안 돼.’

백혈교주가 라온을 데리고 간다면 사도로 만드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낱낱이 해부하여 재능의 비밀을 파헤치거나, 세뇌를 할지도 모르는 일. 수명을 다 바쳐서라도 막아야 했다.

‘차라리 성검련에 뺏기는 게 낫…아니. 어디에도 못 줘.’

멀린은 적이 누구라고 해도 싸울 수 있도록 다양한 마법을 준비하며 계속해서 라온의 위치를 수색했다.

후후우우웅!

그녀가 언덕 아래까지 살피고 있을 때 귀살창을 태운 적마가 허공을 땅처럼 내달리며 백혈교주를 향해 달려들었다.

“창을 뽑았으면 끝을 봐야지!”

귀살창은 창날 위에서 소용돌이치는 강맹한 기운을 일점에 응집시켜 쏘아냈다. 무시무시한 창격이 밤하늘을 두껍게 뜯어냈다.

“꺼지거라.”

백혈교주가 미간을 찌푸리며 손등으로 반원을 그렸다.

달빛에 이지러지는 투명한 혈기가 귀살창의 오러와 맞부딪치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쿠와아아앙!

두 초월자들의 절기가 폭발하며 솟구친 남색 뇌전이 흑색의 기파 아래에 가라앉는다.

성검련주가 도착한 것이다. 여유롭게 뒷짐을 진 채로 흑검을 타고 있는 그의 모습은 흑야검신이라는 이명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흐음….”

성검련주는 뒷짐을 풀며 피에 젖은 언덕을 내려보았다.

“사라졌군.”

그도 라온과 오르고스의 기척을 잡지 못한 듯 가늘게 눈매를 찡그렸다.

성검련주의 뒤를 이어서 언덕에 닿은 건 리메르와 셰릴이다. 두 사람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 언덕을 살피며 어금니를 꾹 깨물었다.

“광풍대와 중립세력의 피야….”

셰릴은 눈보다 더 넓게 퍼진 듯한 핏물을 보며 거친 숨을 내뱉었다.

“빌어먹을!”

리메르가 거칠게 발을 굴렀다. 아직 굳지 않은 핏물들이 하늘거리며 떠올랐다.

“음?”

매섭게 바닥을 노려보던 그의 시선이 크게 뜨였다.

“이건….”

리메르는 핏물 속에 손을 넣어서 반으로 쪼개진 반지를 꺼냈다.

“라온의 반지?”

셰릴이 리메르의 손에 들려 있는 반지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역시 아까 그 거대한 규모의 마법은 공간이동이었어.”

“가주님을 불러오는 게 아니라, 광풍대를 보냈군. 부상자를 살리기 위해서였겠지….”

“근데 왜 지는 안 갔냐고!”

“오르고스가 마법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시선을 끌려고 했을 거다.”

두 사람은 반지 능력을 알고 있기에 라온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깨달았다. 그 아이다운 선택에 속이 쓰렸고,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다는 무력감에 어깨에서 힘이 빠졌다.

“그럼 라온은 어디로 간 거지?”

“창염마군이 결계를 친 거 같아.”

셰릴이 주변을 빠르게 살피며 콧잔등을 찡그렸다.

“오르고스가 펼쳤다고 하기에는 조잡한 느낌이었는데.”

리메르가 셰릴의 반대편을 돌아보며 고개를 저었다.

두 사람이 라온이 광풍대를 보낸 이후에 어떻게 되었는지를 파악하고 있을 때 희극제와 사검마, 악검후가 언덕 위로 내려섰다.

그 뒤로 용현검주와 두 명의 사도까지 도착했다.

고오오오!

주역들이 모이며 피에 젖은 언덕 위로 고요한 긴장감이 차올랐다.

“희극제.”

성검련주가 눈매를 찌푸리고 있는 희극제를 보며 입매를 비틀었다.

“카멜룬에 흑탑주가 와 있는데, 저것도 네 솜씨인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네요.”

희극제는 알 듯 말 듯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흐음, 그래?”

성검련주가 손짓을 하자, 그의 발밑에 깔려 있던 흑검이 하늘 위로 솟구쳤다.

“가만히 있기 지루하니, 라온 지그하르트와 오르고스가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조금 더 놀아보도록 하지.”

“라온 지그하르트를 구하려고 온 거 아니었나요?”

“될 수 있으면 그러고 싶지만, 아무도 없지 않나. 난 허튼일에 힘을 쓰는 걸 싫어해서.”

그의 눈동자 위로 붉은 기류가 차올랐다.

“2차전을 시작해보도록 하지.”

* * *

뻐어어억!

라스가 손에 들고 있는 오르고스의 머리통을 으깨버렸다. 핏물과 마기가 범벅이 되어 손아귀를 적셨다.

“오랜만의 육체라 힘이 과하게 들어갔거늘.”

머리가 뜯겨 나갔음에도 쓰러지지 않은 오르고스의 육체를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잘 버텨주었느니라.”

“으으….”

오르고스의 목에서 푸른 불꽃이 타오르며 그의 머리가 천천히 솟아올랐다.

라스는 뽑혀 나간 머리가 생성되는 오르고스의 모습을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재생의 공능.’

고위 마족 수준의 능력이로군.

오르고스라는 놈을 놓친 게 아니다. 확실하게 죽였지만, 놈에게는 머리가 뜯겨 나가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 능력이 있었다.

저벅.

손등 위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오르고스에게 다가가며 턱을 모로 틀었다.

“돈독 오른 벌레가 네놈들의 뒤에 있었군.”

오르고스가 다급하게 목을 재생시킬 때 느껴진 마기에서 그리드의 악취가 풍겼다. 어디서 저 정도의 마기를 쌓았나 했더니, 그리드의 씨앗이었던 것 같다.

“으으윽….”

오르고스가 퍼레진 입술을 씹으며 뒷걸음질을 쳤다.

“너, 너는 누구냐! 너 같은 놈이 있다고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이 정도로 영혼과 육체를 짓누르는 위압감은 탑주에게서도 느껴보지 못했다. ‘그분’을 마주했을 때나 느꼈을 공포를 저런 젊은 인간에게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

‘인간?’

인간이 맞기는 한 건가?

하늘색 눈동자에, 긴 머리카락은 수시로 색이 변했으며, 피부는 햇볕을 한 번도 쬐지 못한 듯 투명했다.

고귀함과 우아함을 담은 외모 속에서 폭급한 기질이 드러난다.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따지기 전에 인간이 맞는지가 궁금해졌다.

“라, 라온 지그하르트는 어디에 있는 거냐….”

“본왕은 질문을 받지 않느니라.”

라스가 건조한 눈동자로 피에 젖은 손을 들어 올렸다.

“본왕은 질문을 하는 자다.”

비웃음을 그리며 문고리를 돌리듯 손을 꺾었다. 가느다란 손가락에 조금 전 질문을 던졌던 오르고스의 입이 그대로 뜯겨 나왔다.

“끄으으으윽!”

오르고스는 망가진 하관을 부여잡고 무릎을 꿇었다. 입이 망가졌기에 비명조차 기괴하게 울렸다.

“본왕의 수하들을 건드리다니, 정말 오랜만에 화가 나더구나.”

라스가 무릎을 꿇은 채 전신을 떠는 오르고스에게 다가갔다.

“본왕의 지갑은 팔다리가 망가졌고, 눈깔이는 눈깔이 뽑혔고, 재능 없는 놈은 한쪽 팔이 다 타버렸더군. 그리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오르고스의 출렁이는 동공을 마주했다.

“아이스크림 소녀는 배에 구멍이 뚫렸지. 그 모든 고통을 네놈의 영육에 새겨주겠노라.”

라스가 무언가를 가리키듯 가볍게 손가락을 까딱였다.

뿌드드드득!

오르고스의 양팔이 물을 짠 빨래처럼 뒤틀리며 찢겨 나갔다.

특별한 기술 따위가 아니다. 응집시킨 분노의 기운으로 팔을 뜯어냈을 뿐이었다.

“끄아아아아아악!”

입이 재생된 오르고스가 결계의 천장을 올려보며 악을 질렀다.

“비명을 지르기엔 이르니라.”

라스의 하늘색 눈동자 위에서 일렁이는 빛은 진청색 분노였다. 광풍대의 고통이 그의 안구에 화상처럼 새겨져 있었다.

“으아아아악!”

오르고스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고통이 공포를 이겼는지, 재생된 그의 양손 위로 푸른 불길이 솟구쳤다.

“죽어어어어어!”

두 줄기의 창염이 화살의 형태가 되어 쏘아져 왔다. 소리보다 빠르게 쇄도해오는 두 자루의 화전 속에는 초월자의 전력이 담겨 있었다.

라스는 긴장하지도, 비웃음을 흘리지도 않았다. 낮잠을 즐기는 듯한 담담한 눈빛으로 가볍게 손을 저었다.

화아아아.

그의 손가락 위에서 피어난 서리의 안개가 다가오던 창염의 화살을 그대로 얼려버렸다.

뿌드드득!

바닥으로 떨어진 화염의 조각들이 소름 돋는 소리를 흘리며 깨져나갔다.

“어, 언다고?”

오르고스의 눈동자가 겁에 질린 나비의 날갯짓처럼 팔랑거렸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그냥 불꽃도 아니고, 창염을 극한으로 끌어낸 창염마시다. 자신의 절기 중에서도 가장 빠르고, 대인 살생력이 높은 기예가 찰나의 순간에 얼어붙었다는 게 믿기질 않았다.

‘도망쳐야 해!’

저건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다. 재앙과도 같은 존재. 맞서는 게 아니라 피해야 했다.

오르고스가 남아있는 창염을 끌어 올려 바닥을 내리쳤다.

쿠와아아아앙!

어마어마한 폭발이 터졌지만, 얼어붙은 바닥은 아주 미세한 금만 갔을 뿐이었다.

“이, 이게 무슨….”

“아직도 주제를 모르는군. 네놈 따위가 본왕의 결계를 깰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냐.”

라스가 뒤편에 세워진 푸른 세계수를 가리키며 고개를 저었다.

“어디까지 했더라. 기억이 안 나니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

그 말이 오르고스의 고막에 닿기 전에 그의 양쪽 팔이 다시 뽑혀 나왔다.

“끄아아아아악!”

“잘 고쳐지는 장난감이라. 나쁘지 않구나.”

라스가 오르고스의 앞에서 허리를 숙였다. 도망치는 놈을 무형의 마기로 붙잡고 눈동자를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이번에는 눈깔이의 몫이다.”

“아, 아아아아아악!”

* * *

바다에 떠 있는 기분이다.

육체의 무거움이 느껴지지 않고, 영혼의 자유로움이 가슴을 간질였다.

라온이 귀에 울리는 가느다란 이명에 미간을 찌푸리며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그, 그만! 제발 그만!”

처음 보이는 건 오르고스다. 공포를 일으키던 초월자가 구석에 처박힌 채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 앞에 서 있는 건 라스다. 녀석은 심상의 세계에서 보았던 모습으로 오르고스의 배에 시꺼먼 구멍을 뚫고 있었다.

“이제야 일어났구나.”

라스가 눈동자를 뒤로 돌리며 짧게 혀를 찼다.

“네놈은 항상 느리지.”

-나한테 하는 말이야?

“그럼 이곳에 네놈 말고 또 누가 있단 말이냐.”

녀석은 앞에 있는 오르고스와 뒤에서 꼼짝도 못 하는 마인들을 신경도 쓰지 않고 말을 걸어왔다.

“대가리를 잘 굴리는 네놈 덕분에 처음을 제외하고는 계속 이성을 유지할 수 있었느니라.”

라스는 이런 방식을 잘도 생각했다며 웃었다.

“다만 다시 쓸 때는 깊게 생각하는 게 좋을 것이니라. 또 많은 것을 잃을 테니까. 쓰고 싶다고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겠지만.”

그건 알고 있지만, 복수가 더 중요했을 뿐이었다.

“어쨌든 네놈 덕분에 이 버러지에게 본왕의 수하들이 겪은 고통을 갚아줄 수 있었느니라.”

그건 라스의 말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오르고스는 눈이 다 파였고, 사지가 뜯겨 나갔으며, 배에도 다섯 개의 구멍이 뚫려 있었으니까.

-음?

라온이 오르고스의 몸을 보며 눈매를 찡그렸다.

‘재생의 공능인가?’

오르고스의 망가진 육체가 천천히 치유되기 시작했다. 뜯겨 나갔던 팔과 다리가 붙고, 배에 구멍에서 살이 차올랐다. 트롤 로드조차 뛰어넘는 재생력이었다.

다만 그의 기운은 크게 줄어들었다. 마기를 이용하여 억지로 살을 채우는 것처럼 보였다.

“본왕이 네놈의 꽃은 진짜가 아니라고 했던 것을 기억하느냐?”

-꽃? 아….

라스는 화령이 마음에 안 드는지 매번 ‘아, 꽃 그렇게 쓰는 거 아닌데.’ 라고 중얼거렸었다.

“진짜가 무엇인지 보여주마.”

라스가 두 손을 펼쳤다. 아직도 잦아들지 않은 분노에 동조하듯 아릿한 빛의 서리 조각들이 떠오른다.

꿈결처럼 펼쳐진 얼음 조각 속에서 소담스러운 꽃봉오리들이 차올랐다.

월광을 머금은 얼음꽃이 찬란한 서기를 산란하며 피어난다.

피안화처럼 마지막 한 잎까지 화려하게 개화한 눈의 꽃이 바람에 휘날리며 수천, 수만. 아니, 헤아릴 수 없는 조각이 되어 결계를 뒤덮었다.

분노의 군주 결전기.

만수설화.

강기, 강환 같은 게 아니다.

하나하나가 분노의 의념을 지닌 서리의 칼날들이 무수한 숫자의 참격을 그어 내렸다.

푸른 월광 속에서 소리가 지워진다.

결계 내부의 모든 것이 참격의 투로 속에 빨려들어 간 후 장대한 청광을 터트렸다.

“아, 나, 나는….”

고요하게 가라앉은 꽃잎 위로 오르고스의 몸이 녹아내린다. 무한 재생의 효과 자체를 지워버리는 이질적인 힘. 뒤에 있는 마인들도 핏물 하나 남기지 않고 존재 자체가 지워졌다.

‘이게 진짜….’

라온이 마른침을 삼켰다. 지금 본 꽃의 모습이 자신이 추구해야 할 화령의 극의임을 깨달았다.

“꽃은 섬세하게 다뤄야 하는 법이니라.”

라스가 가볍게 손을 저었다. 달빛이 비치는 듯한 투명한 손으로 한 올도 흐트러지지 않은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이 무식한 놈아.”

* * *

“설마….”

성검련주가 희극제를 보며 입매를 비틀었다.

“그 진법이 없다고 도망치는 건 아니겠지?”

“여기서 전투가 벌어지면 오웬 왕국에서 끼어들 텐데요?”

희극제가 성검련주에게서 시선을 돌려 카멜룬을 바라보았다.

“크게 착각하고 있군. 묵검존이 오면 나야 환영이야. 그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알아보고 싶으니까.”

성검련주는 검에 미쳤다는 인간답게 뒤를 생각하지 않는 듯 보였다.

“그래서 어쩔 거지? 도망친다고 해도 놔줄 생각은 없는데.”

“련주님이야말로 착각이 심하시군요.”

희극제가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바레네의 하늘을 휘감았던 진법이 별자리를 따라 다시 형성되고 있었다.

“제 진법은 어디에서라도 펼칠 수가 있답니다.”

진법과 함께 이동할 수 있고, 묵검존이 도착할 게 뻔하기에 이곳까지 따라온 것이다. 이런 보험이 없었다면 절대 오지 않았다.

‘일단 진법을 완성하고. 다른 초월자가 올 때까지…아?’

희극제가 계획을 변형하고 있을 때였다. 진법이 형성되고 있던 천공에 시퍼런 광채가 돋아나며 차원이 길게 갈라졌다.

쩌저저저적!

공간이 깨져나가는 듯한 굉음이 터지고, 진법의 흐름이 뒤엉켜서 뭉개져 버렸다.

희극제와 성검련주, 백혈교주를 포함한 모든 인간들이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사람이 점으로 보일 듯한 높은 창공 위. 긴 청발을 휘날리는 누군가가 고고한 별을 밟고 있었다.

희극제의 미간에 가는 주름이 돋아났다.

‘저, 저건 또 뭐야.’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너무나도 거대한 존재감에 저게 무엇인지 제대로 된 판단이 불가능했다.

인간의 거죽 속에 튀어나오기 직전의 재앙이 일렁이고 있는 듯했다.

“허….”

“저건….”

성검련주조차 믿을 수 없다는 듯 헛바람을 흘렸고. 백혈교주는 흔들리는 동공을 감추지 못했다.

푸른 마왕은 인간의 초월자들을 굽어보며 나지막하게 뇌까렸다.

“눈깔거라.”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509화

지 은 이 글개미

발 행 처 다온크리에이티브

기획 / 편집 / 제작 김태현

표 지 알터

ISBN 979-11-6730-123-9 (05810)

ⓒ2021, 글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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