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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505화 (505/653)

제505화

먹구름을 헤치고, 붉은빛이 번들거리는 달이 드러난다. 신화 속 늑대처럼 세상을 굽어보던 월광 아래에서 데루스 로베르트가 등을 돌렸다.

그의 건조한 눈동자에는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쿠바라가 비쳐 있었다.

“가주님.”

쿠바라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땅에 손을 짚었다.

“시리스가 죽었습니다.”

그녀는 일상적인 대화를 하듯 담담한 음성으로 시리즈의 죽음을 알렸다.

“알고 있다.”

데루스는 레이지 웜의 모고가 있는 본인의 이마를 툭툭 두드렸다.

“놈의 심장에 넣어둔 레이지 웜의 반응이 사라졌으니까. 그리고….”

그는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고 있었다는 듯 평온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라온 지그하르트가 위기를 빠져나간게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이런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

“…….”

쿠바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

“전투가 어떤 식으로 진행됐지?”

“시리스가 확실하게 끝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그림자를 배치하지 않아서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습니다.”

“쯧.”

데루스 로베르트가 거칠게 혀를 찼다. 시리스가 죽은 것보다, 상황 파악이 안 된다는 점이 더 짜증 난 듯한 모습이었다.

“뒤늦게 도착한 요원이 확인한 바로 라온 지그하르트는 탈진 상태로 살아남았고, 수화객이 불에 타고 있었다고 합니다.”

쿠바라는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눈빛으로 조금 전에 들었던 보고를 그대로 읊었다.

“시리스는?”

“요원이 도착하기 전에 시체가 타버려서 사인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싸움터는 폭격을 맞은 것처럼 황폐했고, 불길에 휩싸여 있던 수화객 중 열두 마리는 멀쩡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열두 개가 멀쩡했다라….”

데루스가 말끔한 턱을 매만지며 눈꺼풀을 내리감았다.

‘그럼 그 열두 마리가 움직이기 전에 라온 지그하르트가 시리스의 숨통을 끊었다는 뜻이겠군.’

수화객은 부서진 심장에 등록시킨 오러 주인의 명령만 듣는다.

술자인 시리스가 죽었기 때문에 남아 있던 열두 마리의 수화객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쓰러진 게 분명했다.

‘정보가 빠져나갔을 일은 없겠어.’

시리스의 몸에 박혀 있던 레이지 웜은 공포나, 불안의 감정을 전하지 않았다.

라온이 시리스를 단번에 죽여서 수화객을 멈췄다는 뜻. 정보가 빠져나갈 가능성은 상당히 낮았다.

‘그렇다고 무조건 안심할 수는 없지만….’

데루스나, 로베르트라는 이름을 꺼내려고 하면 무조건 죽는 세뇌에 걸려 있어서 그쪽은 걱정할 필요 없지만, 수화객에 대한 정보는 말했을 수도 있다.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데루스가 차분히 눈을 뜨며 입맛을 다셨다.

‘역시나 불안정하군.’

수화객으로 여러 번의 암살을 성공시켰지만, 아직 초고수들을 상대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아 보였다.

‘술자가 죽더라도 눈앞의 목표를 노리도록 만들어야겠어. 죽은 척했다가 터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테고.’

직접 보지 않았음에도 수화객을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 계산이 섰다.

데루스가 품에서 작은 종이를 꺼냈다. 그는 조금 전에 떠올린 방식들을 종이에 적은 후 쿠바라에게 넘겨주었다.

“공장으로 보내도록,”

“예.”

쿠바라의 손에 올라간 종이가 그녀의 손아귀 위에서 물거품처럼 녹아내렸다.

“공장의 보안을 강화시켜. 무슨 일이 있으면 내게 직접 보고를 올리고.”

“알겠습니다.”

데루스는 추가적인 지시를 내린 후 등을 돌렸다. 피가 흐르는 듯한 달을 바라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그런데 그놈….’

검계현신을 운용해서 그랜드 마스터를 꺾은 후에 수화객을 열둘이나 처리했다는 건가?

열둘이 멀쩡하다는 건 남은 열둘을 제거하거나 터트렸다는 뜻.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그런 결과를 만들어내다니,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점점 더 괴물이 되어가는군.’

이전에 만났을 때도 놀라웠지만, 지금은 그 이상으로 성장한 것 같았다. 한계를 모르는 성장하는 악마 같은 놈이었다.

데루스가 짧게 한숨을 내쉬고 뒤를 돌았다. 쿠바라가 떠나지 않고 남아 있었다.

“아직 할 말이 남았나?”

“예.”

쿠바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주님께서 기다리던 자들이 카멜룬에 도착했습니다.”

그녀는 이번에도 담담한 음성으로 조금 전에 들어온 소식을 전했다.

“누가 왔지?”

데루스 로베르트의 눈동자가 그의 머리 위에 뜬 달빛처럼 붉게 번들거렸다.

“둘 다 왔습니다. 덕분에 카멜룬이 전쟁터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 ‘그게’ 카멜룬에 있다는 데 참을 수가 없었겠지.”

그의 입가에 흥분과 살의의 감정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오르고스는 예측했던 대로 신주오령의 도시 바레네가 있는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합니다. 라온 지그하르트를 찾아 움직이는 듯합니다.”

쿠바라는 모든 정보를 다 전했다는 듯 데루스 로베르트에게 고개를 숙인 뒤 조용히 일어섰다.

다시 시녀의 업무로 돌아간 듯 차분한 안색으로 정원을 나섰다.

데루스 로베르트는 생기 넘치는 푸른 꽃잎을 매만지며 섬찟한 미소를 그렸다.

‘이제 그놈의 명줄도 끝이로군.’

시리스를 보낸 건 실험 중 하나였을 뿐 처음부터 라온 지그하르트는 차도살인으로 죽이려 했었다.

속 좁기로 유명한 오르고스가 직접 왔으니, 그의 목숨은 이미 날아갔다고 봐도 좋았다.

‘이대로 진행되면 글렌 지그하르트도 죽일 수 있겠어.’

글렌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라온을 지극히 아끼고 있다. 그놈이 죽는다면 그 늙은이도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데루스가 머릿속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그리고 있을 때 정원 뒤편으로 작은 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

지친 음성에 뒤를 돌아보니, 막내 아들 레폰이 먼지 가득한 무복을 입은 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여기서 뭘 하고 계셨어요?”

그는 헤진 수련검을 어깨에 걸친 채 데루스에게 다가왔다.

“밤 산책을 하고 있었다.”

데루스는 살의가 담겨 있던 미소를 선선하게 바꾸며 레폰의 모습을 살폈다.

“지금까지 수련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구나.”

“예!”

레폰은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열심이로군. 네 우상 때문이냐?”

“그렇죠. 라온 님이 계속 성장하시는데, 저도 놀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

그는 라온의 사인이 새겨진 수련검을 가리키며 씩 웃었다.

“그를 따라가고 싶은 것이냐?”

“제 재능이 그분에 비해 달린다고 해도 그 뒤를 꼭 따라가고 싶습니다!”

“그렇군.”

데루스 로베르트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레폰을 품에 안았다.

“이룰 수 있을 거다.”

그는 아들의 등을 부드럽게 두드리며 지웠던 살의를 드러냈다.

“분명 할 수 있을 거야.”

* * *

라온은 이동속도를 늦추면서 눈앞으로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했다.

[불가능한 위업을 이뤄내셨습니다.]

[경지의 한계를 뛰어넘었습니다.]

[체력의 한계를 뛰어넘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25포인트 상승합니다.]

마스터의 경지에서 그랜드 마스터인 클라우드를 꺾었고, 그 뒤에 찾아온 시리스와 수화객의 습격마저 이겨냈기 때문인지 단번에 25포인트가 상승했다.

찌지지직.

팔다리가 떨린다. 검을 망치로 두드려서 담금질하듯 육체 내부에서부터 솟구친 거센 울림이 파열된 근육과 금이 간 뼈를 더 단단하게 메웠다.

영혼의 기둥을 지키고 있는 불꽃 역시 더 거센 열기로 타오르며 마왕들의 사이한 감정들을 짓눌렀다.

고통 따위는 없다. 따스한 연두빛 희열이 등골 사이를 부드럽게 스쳤다.

한 번에 25포인트라는 막대한 보상. 하지만 진짜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

[특성 <만화공>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특성 <글래시아>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특성 <수속성 저항력>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특성 <화속성 저항력>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두 연공법의 등급이 7성으로 올라가며 하단전이 불의 고리와 공명한다.

그 진중한 파동이 전신으로 이어지며 더 많은 오러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단전이 확장되고, 모세혈관까지 닿는 마나회로의 탁기가 씻은 듯 지워졌다.

시원한 물길이 달아오른 전신의 열을 식혀주는 기분이었다.

‘드디어 7성인가.’

불과 서리를 모두 사용하는 검계현신의 효과일까, 아니면 그랜드 마스터를 잡은 효과일까.

한동안 멈춰 있던 만화공과 글래시아의 등급이 상승하며 능력치를 얻었을 때보다 더 진한 희열이 차올랐다.

새로운 만화공의 검술과 라스의 기예를 쓸 수 있다는 생각에 자연스레 미소가 흘러나왔다.

‘저항력도 올랐군.’

만화공과 글래시아와 닿은 두 저항력까지 상승했다. 불은 아직 모자라지만, 냉기만큼은 그랜드 마스터급 마법사의 공격도 잠시나마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뭐, 뭐야! 왜 계속 올라오는 건데! 또 있는 건 아니…헉!

두꺼비처럼 눈을 껌벅이는 라스의 머리 위로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특성 <블리딩 커스>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특성 <암습>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특성 <불굴의 의지>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특성 <사기 저항력>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특성 <설화의 마갑>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암살에 관한 특성들이 오른 것을 보니, 조금 전 시리스와 수화객을 처리하면서 얻은 특성 같았다.

-끄, 끝이 안 나잖아! 이게 말이 되냐고!

라스는 미치고 팔짝 뛰겠다며 머리를 부여잡고 흔들었다.

‘이 정도는 줘야지.’

라온이 버둥거리는 라스를 보며 빙긋 웃었다.

‘그랜드 마스터를 잡았잖아.’

마스터가 그랜드 마스터를 꺾었고, 그 이후에 찾아온 암살자들까지 처치했다. 이 정도 보상을 주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랜드 마스터가 뭐 별거라고! 본왕은 손가락으로도 찍어 죽일 수 있느니라!

라스는 별것도 아닌데, 너무 퍼준다며 이를 갈았다.

‘그래. 그래.’

라온은 라스를 무시하고 다시 메시지를 살폈다.

‘육체와 정신이 성장한 상태에서 무학까지 깊어졌어.’

능력치가 한 번에 25포인트나 올랐고, 특성도 다양하게 상승했다.

특히 만화공과 글래시아의 등급이 올랐기 때문에 지금 무력에 적응하려면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빌어먹을!

라스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악을 질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말이 안 되느니라!

‘또 뭐가?’

라온이 메시지를 끄고 라스에게 고개를 돌렸다.

-인간계에는 좋은 일을 하면 복이 온다는 말이 있지 않느냐!

‘있지.’

-근데 왜 본왕한테는 복이 안 오는 것이냐! 조금 전에 농락당하던 사자들을 위해 기운을 넘겨줬는데, 왜 보상이 너한테만 가는 건데!

‘넌 인간이 아니잖아….’

-네놈보다 본왕이 인간적이니라!

‘으음….’

그건 섣불리 반박할 수가 없었다. 내가 인간적이지 않은 게 아니라, 라스가 너무 인간다웠기 때문에.

-세상이 본왕만 미워하느니라! 이게 진짜 억까이니라!

라스가 통통한 팔뚝으로 눈가를 비볐다.

‘그럼….’

라온이 입맛을 다시며 걸음을 멈췄다.

‘내가 하늘을 대신해서 챙겨줄게.’

부들부들 떠는 라스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개똥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하등한 인간 놈이 어딜 감히!

‘아이스크림 사주면 되잖아. 그거면 복이 오는 거 아닐까?’

그 말에 욕을 내뱉던 라스의 입이 닫혔다.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이랑 요리를 사주면 되잖아. 어차피 카멜룬에 갈 거니까.’

라스가 아주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녀석의 눈동자가 뻘겋게 달아올랐다.

안 통하나?

하긴 저렇게 화를 내는데, 음식으로 무마시키려는 건 녀석을 너무 무시하는 처사였다.

‘미안하다. 내가 널 너무 무시….’

-몇 개?

‘…세, 세 개?’

-하늘이 쩨쩨하느니라! 인심 좀 더 써라!

‘….’

* * *

지그하르트 가주전 알현실.

글렌은 옥좌에 앉은 채 금빛 책자를 보고 있었다.

페이지를 넘기는 그의 손길은 갓난아이와 놀아주는 어머니의 손길처럼 부드럽고, 조심스러웠다.

“후우.”

한참 동안 책에 집중하던 글렌이 시선을 들어 올렸다. 그는 눈꺼풀을 내리감은 채 탄성을 흘렸다.

“역시 [나의 하늘을 가리지 마라.]정도의 대사는 없는 듯하군.”

그는 감동 그 자체라며 라온 복음을 아련하게 매만졌다.

“허허허.”

로엔이 인자한 웃음을 흘리며 라온 복음 2권을 꺼내 펼쳤다.

“저는 세피아 상회주가 찾아와서 라온 도련님을 칭찬했던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부모를 가장 기쁘게 하는 건 역시나 남에게 듣는 아이 칭찬이지요.”

“그것도 새로운 맛이었지.”

글렌이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라온 도련님이 돌아오시면 라온 복음에 넣어야 할 부분이 많을 듯합니다. [너희들은 나의 하늘에 닿지 못한다.] 이건 꼭 들어가야겠죠.”

“그래. 혼자서 셋을 홀로 패퇴시킨 것도 자세히 적어두어야겠지.”

두 사람이 라온 복음에 새롭게 넣을 부분을 구상하고 있을 때 밖에서 다급한 발걸음이 들려왔다.

쿠우우웅!

알현실 문이 노크조차 없이 열리고, 비연회주 채드가 들어왔다. 그의 표정은 심각함을 넘어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무슨 일이냐.”

글렌은 비연회주의 미간에 끼어 있는 조급함을 읽고 먼저 상황을 물어보았다.

“크, 큰일 났습니다!”

비연회주가 중앙 카펫을 밟고 달려와 무릎을 꿇었다. 인사조차 없이 바로 본론을 꺼내놓았다.

“신주오령의 도시 바레네가 성검련과 백혈교에 의해 습격받았다고 합니다!”

“성검련….”

글렌의 붉은 눈동자가 섬뜩한 빛으로 꺾였다.

“결국 나왔군요. 거기에 백혈교까지 움직이다니….”

로엔의 눈가에 새겨진 주름에 긴장이 스며들었다.

“자세한 상황을 말해라. 누가 온 거지?”

“서, 성검련주와 백혈교주가 검주와 사도들을 이끌고 직접 왔습니다!”

“그놈들이 직접 왔다고?”

성검련주와 백혈교주가 직접 왔다는 말에 글렌이 옥좌를 박차고 일어섰다.

“예. 신주오령의 수장 넷이 그 둘을 막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안쪽에서….”

채드는 도시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모두 말해주었다.

“그럼 라온과 광풍대는 민간인들을 보호하며 도시를 빠져나갔다는 건가?”

“예. 천검대주와 광풍대주가 성벽 앞에서 검주와 사도들을 막고 있다고 합니다.”

“후우….”

글렌이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다행인가.’

라온이 워낙에 무리를 하는 녀석이라 걱정했는데, 광풍대와 함께 도시를 빠져나갔다고 하니,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그 둘이라면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겠지.’

셰릴과 리메르는 수많은 전장에서 살아남은 이들이다. 라온과 광풍대가 전장을 벗어났다면 알아서 물러날 길을 찾을 것이다.

‘그래도….’

가보는 게 좋겠지.

신주오령이나, 오마나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초월자다.

혹시 모를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으니, 직접 가서 상황을 정리하는 게 옳았다.

글렌의 바레네로 가겠다는 결정을 내리자마자, 옥좌 옆에 세워진 진천검이 저절로 떠올라 그의 손에 잡혔다.

분노가 전해졌기 때문인지 검집 속 진천검이 오싹할 정도로 섬뜩한 검명을 울렸다.

“바레네의 차원문은 무너졌을 테니, 가장 가까운 곳은 카멜룬이겠지. 바로 준비하라.”

“마, 맞습니다. 하지만 그쪽도 이용할 수 없습니다.”

글렌이 장포를 걸치며 단상의 계단을 내려갈 때 채드가 떨리는 고개를 숙였다.

“…그게 무슨 말이지?”

“차원문 준비를 위해서 먼저 카멜룬에 연락을 해봤는데, 그쪽도 흑탑에게 습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흑탑?”

“타, 탑주와 부탑주가 모두 왔다고 합니다.”

채드의 떨리는 음성처럼 글렌의 눈동자가 크게 출렁였다.

“갑자기 흑탑이 카멜룬을 쳤다고?”

“탑주는 카멜룬에 있는 무언가를 찾다가 영화의 대마법사 체임버 님과 부딪쳤고, 부탑주는 카멜룬의 시설들을 파괴한 후 바로 남쪽으로 넘어갔다고 합니다.”

“체임버인가….”

글렌이 입술을 가늘게 씹었다. 체임버와 흑탑주의 상성은 좋지 않다. 당하지는 않겠지만, 이기기도 힘들 것이다.

“흑탑주가 왜 카멜룬을…잠깐 남쪽?”

그가 생각을 정리하다가 우뚝 멈췄다.

“라온이 사람들을 탈출시켰다고 했지?”

“그, 그렇습니다.”

채드가 고개를 끄덕이고서 품에 가져온 지도를 펼쳤다.

그는 신주오령의 도시 바레네에서부터 손가락을 올려 얼마 떨어지지 않은 카멜룬을 가리켰다.

“바레네와 가장 가까우면서 믿을 수 있는 곳은 카멜룬이죠….”

그가 입술을 덜덜 떨며 말을 이었다.

“이대로라면 광풍대와 흑탑의 부탑주가 부딪칠 겁니다!”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505화

지 은 이 글개미

발 행 처 다온크리에이티브

기획 / 편집 / 제작 김태현

표 지 알터

ISBN 979-11-6730-123-9 (05810)

ⓒ2021, 글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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