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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503화 (503/653)

제503화

한겨울임에도 연둣빛 수목이 하늘거리는 로베르트 가문의 대정원.

데루스 로베르트가 구름 속에서 물결치는 달빛을 바라보고 있을 때 그의 뒤편으로 시녀 복장을 한 작은 체구의 여성이 부복했다.

“시리스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시녀는 숙였던 고개를 들어 올리며 감정 없는 건조한 눈동자를 드러냈다.

“누가 왔지?”

“성검련주가 검익을 몰고 왔습니다. 용현검주는 외팔이 되었고, 성검련주의 제자로 보이는 자도 있었다고 합니다.”

“제자? 퀴렐인가?”

데루스는 흥미가 동한 듯 성검련주의 제자에 대해 되물었다.

“아뇨. 새로 들인 제자라고 하는데, 이미 그랜드 마스터에 올랐다고 합니다.”

“막내 제자가 그랜드 마스터라. 단순히 숨어만 있던 건 아니라는 건가.”

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쪽은?”

“백혈교주가 3사도와 10사도를 데리고 직접 왔습니다.”

“그 잡귀는 언제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군. 그럼 둘인가. 그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군.”

“마지막으로….”

시녀복의 여성이 짧게 입맛을 다셨다.

“멀린이 나타났습니다.”

“멀린?”

데루스가 의외라는 듯 처음으로 시선을 내렸다.

“에덴은 지금 여유가 없을 텐데?”

“멀린 혼자 라온 지그하르트를 노리고 있던 것 같습니다. 10사도와 대치 중이라고 하더군요.”

“그 일을 치르고도 아직 정신을 못 차렸나.”

그는 한심하다는 듯 혀를 두어 번 찼다.

“상황은?”

“도시 내부에서는 성검련주, 백혈교주와 신주오령의 수장들이 호각으로 싸우고 있다고 합니다. 천검대주와 광검이 용현검주와 사도를 막는 중이고…….”

시녀복을 입은 여성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

“도시 외부에서는 라온 지그하르트가 성검련주의 제자를 꺾었다고 합니다.”

“뭐?”

데루스의 가라앉아 있던 눈동자가 크게 출렁였다.

“쿠바라.”

“예.”

“성검련주의 제자가 그랜드 마스터라고 했지.”

“그렇습니다.”

“그럼 라온 지그하르트가 그랜드 마스터에 올랐다는 건가?”

“그건 아닙니다.”

쿠바라라 불린 여성은 데루스의 섬뜩한 눈빛에도 위축되지 않은 채 잔잔히 입술을 뗐다.

“검계현신을 썼다고 합니다.”

“하! 검계현신?”

데루스가 이마를 부여잡은 채 헛바람을 흘렸다.

‘21살에 검계? 완성형은 아니겠지. 아니, 그렇다고 해도….’

그랜드 마스터에 올랐다는 것보다 더 놀라운 일이지만.

수많은 서적과 기록을 뒤졌고, 검계를 쓸 수 있는 직계를 납치해서 해부한 적도 있기에 검계현신에 대해서는 지그하르트의 무인보다도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지그하르트의 검계란 검사의 삶이 담긴 심상을 현세에 구현해내는 결계. 그 운용방식은 무궁무진하며 검사의 성장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삶이 담겼기에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 법이거늘 라온 지그하르트라는 미친놈은 고작 21살에 검계를 만들어냈다.

‘이건 지금까지 놈이 이뤘던 업적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어.’

더 이상 라온에게 놀랄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그 상상 자체를 뛰어넘어 버렸다.

“어떤 검계지?”

“그건 듣지 못했습니다.”

쿠바라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라온 지그하르트의 검계가 꺼지자마자, 그의 기운이 바닥을 드러냈다면서 바로 습격하겠다고 말한 후 연락을 끊었습니다.”

그녀는 시리스가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움직였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막으시겠습니까?”

“흐음….”

데루스가 출렁이는 푸른 잎사귀를 보며 턱을 매만졌다.

‘그 말은 틀리지 않아.’

검계란 지그하르트 검사의 비장의 카드. 한 번 펼치면 탈진하는 수준으로 체력과 오러가 빠진다.

바레네 내부의 균형의 추가 완벽한 균형을 이뤘다면 라온을 구하러 올 사람은 드물다.

경험 많은 시리스가 움직인 거라면 확실한 틈을 보았다는 뜻이니 믿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놔두도록 하지.”

데루스가 구름을 가르고 나온 달을 손아귀로 감싸며 서늘한 입매를 그렸다.

“어떻게 되든 오늘 라온 지그하르트는 살아남지 못할 테니까.”

* * *

라온이 성인 남성의 몸통만 한 나무 뒤에서 걸음을 멈췄다. 얼마 차오르지 않은 오러를 풀어내서 주변을 훑었다.

‘역시 암살자의 움직임이야. 그것도….’

그림자 놈들과 똑같아.

암살자도 세력마다 특색이 존재한다.

혈막은 누구보다 빠른 속도를 추구하고, 사신교는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는 은밀함을 최고로 친다.

하지만 그림자는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방식을 바꾼다. 은밀함이 필요할 때는 사신교보다 어둡게, 속도가 중요할 때는 혈막보다 쾌속하게 움직여 목표물을 제거한다.

‘그런 그림자 놈들이 조금이지만 소리를 내면서 다가온다는 건….’

내 몸 상태가 최악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거겠지.

그림자들은 내가 체력과 오러를 회복하기 전에 빠르게 제거하기 위해서 달려오는 게 분명했다.

아무래도 높은 곳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

다만 저렇게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존재감을 지우는 모습을 보면 하나하나가 최상급에 가까운 암살자들 같았다.

‘하긴 그놈이 아무나 보낼 리는 없지.’

데루스가 보낸 놈들이 평범한 암살자일 리가 없다. 분명 특별한 무언가를 숨기고 있을 것이다.

‘정면 대결은 피해야겠군.’

오러와 체력이 모두 빠진 지금 정면에서 싸우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흐아암.

라스는 광풍대가 무사하다는 것을 알고 만족했는지 하품을 하면서 꽃팔찌로 들어가 버렸다.

-지루하니까. 끝나면 깨우거라.

‘하여튼….’

라온은 입술을 가늘게 씹으며 진혼검을 뽑았다.

‘최악의 상태긴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예전으로 돌아가 볼까.

도망치는 척하면서 숲으로 들어갔다. 겨울이었기에 나무와 수풀은 휑하게 비어 있었지만, 큼지막한 나무 밑동을 지나가면서 은신술을 사용했다.

전생에 익혔던 그림자의 무학이 아니다. 새로운 삶을 살며 얻은 무학을 바탕으로 흑영보를 개량한 백영보였다.

백영보로 기척을 완벽하게 죽이며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

‘도착했군.’

마스터급 고수도 모르겠지만, 지금 이 주변은 암살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라온은 주변을 살피며 진혼검을 역수로 쥐었다.

‘역시 못 찾네.’

놈들은 열심히 달려올 때와 달리 은신을 한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다만 나도 제대로 찾기 힘들어….’

체력과 정신력, 오러가 모두 바닥이었기에 암살자들의 위치가 제대로 잡히질 않았다.

‘이런 느낌은 오랜만이로군.’

암살자끼리의 싸움은 무인들과 다르다.

상대의 위치와 상태를 파악하는 정보전 그 자체이며 아무 생각도 없이 움직였다간 그대로 목이 날아가 버리는 소리 없는 전쟁이었다.

‘하나 같이 은신술이 최상급이야. 이런 놈들을 잘도 키웠군.’

꼭 죽은 사람처럼 기척과 생기가 느껴지질 않았다. 은신술만큼은 최상급을 넘어서는 놈들이었다.

라온이 바람 소리에 호흡을 흘리며 기감을 더욱 세밀하게 퍼뜨렸다.

‘잘도 숨는군.’

몸 상태가 최악인데, 적들의 기척이 옅고, 생기도 존재하질 않아서 적들이 숨어 있는 정확한 장소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설화의 감각을 쓸 수도 없고.’

설화의 감각은 분노만이 아니라 오러와 정신력도 소모한다.

그걸 사용해서 암살자들의 위치를 모두 잡아내지 못한다면 문제가 커진다. 지금은 참을 때였다.

라온이 얇은 나뭇가지에 손을 얹으며 눈을 내리감았다. 심장 주변을 천천히 휘도는 불의 고리에게 명령을 내렸다. 최대한 빨리 적을 찾으라고.

치이이잉!

일곱 개의 고리가 거세게 공명하며 감각의 날을 세운다. 탈진 수준의 피로를 이겨내며 숲을 새하얗게 물들였다.

그저 자연만이 존재하는 하얀 공간 속에 시꺼먼 존재들이 잔불을 일으킨다. 암살자들의 기운이었다.

‘찾았다.’

그물처럼 숲을 둘러싸고 암살자 스물넷의 위치가 잡혔다. 다만 숨은 장소를 알고 있음에도 놈들의 생기를 잡기는 어려웠다. 정말 시체 같은 놈들이었다.

‘새로운 무학이라도 만든 건가?’

시체처럼 생기마저 죽이는 무학을 만든 것 같다고 생각할 때 숲 전체에서 작은 울림이 일어났다.

[머리카락도 안 보이게 숨었네.]

기묘하게 변형된 음성. 어디서 말하는지 알 수 없게 아티팩트를 사용한 것 같았다.

[지그하르트의 백검룡이 적을 앞에 두고 숨다니, 이거 소문이라도 나면 망신 좀 당하겠는데?“

라온이 조롱이 섞인 목소리를 들으며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수장이 따로 있군.

본래 그림자들은 이런 암살행에 지시를 내리는 수장이 있는데, 지금 목소리를 내는 놈이 그 수장인 것 같았다.

‘어디에 있는 거지?’

조금 전에 위치를 잡은 스물네 명의 암살자 중에 수장은 없었다. 아무래도 그의 은신술은 더 특별한 것 같았다.

[여기서 시간 끌다간 네가 아끼는 광풍대가 다 죽을걸? 그쪽에도 사람을 보내놨거든.]

암살자의 수장은 빨리 나오라는 듯 도발을 시작했다.

‘쯧.’

라온이 입안에서 짧게 혀를 찼다.

‘그럴 리가 없잖아.’

데루스는 광풍대에는 관심이 없다. 놈이 원하는 건 오직 라온 지그하르트라는 인간의 죽음뿐이었다.

‘심리를 흔들려는 건가?’

그건 나도 자신 있는데.

라온이 백영보를 밟으며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암살자의 뒤로 이동했다.

놈은 바로 우측에 있는 나무 밑동에 숨은 채 중앙을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기척이 달라.’

이렇게 가까이에 있음에도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데루스 로베르트가 새로운 무학을 만든 건 사실인 것 같았다.

스읍.

라온이 암살자의 입을 막은 채 역수로 잡은 진혼검으로 그의 목을 뚫었다.

‘미동조차 없어?’

아무리 암살자라고 해도 죽어가면서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을 줄은 몰랐다. 마치 인형을 찌른 느낌이었다.

‘세뇌를 얼마나 건 거야.’

데루스가 지독하다고 생각하며 그 옆으로 이동했다. 이번에도 입을 막은 채 심장을 갈라버렸을 때였다.

‘크윽!’

암살자의 가슴에서 흘러내린 피가 손목에 닿았는데, 화상을 입은 것처럼 살점이 녹아내렸다.

‘독인가? 아니, 그건 불가능해.’

아무리 암살자라고 해도 내 피부를 녹일 정도의 독을 피에 섞고 다니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잠깐만 그러고 보니….’

놈들의 입을 막기 위해서 접근했을 때 하나 같이 체온이 낮았다. 그것도 꼭 죽은 시체처럼.

‘피가 독기를 띄고, 체온이 낮은 시체?’

암살자들을 시체라고 생각하자, 전생에 데루스가 말해주었던 계획이 떠올랐다.

‘설마 이것들!’

라온이 암살자의 시체를 놓고, 물러나려 할 때 그림자들을 이끄는 수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찾았다.]

그 음성이 울리자마자, 조금 전 심장을 찔러서 죽였던 암살자의 목이 180도로 돌아갔다. 놈은 좀비라도 되는 듯 심장에 구멍이 뚫린 채 손을 뻗어왔다.

트드드득!

처음에 목을 찔렀던 놈도 허리를 꺾은 채 달려들었고, 몸을 감추고 있던 암살자들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낸 채 쇄도해왔다.

‘미친!’

라온이 뒤로 물러서며 입술을 씹었다.

‘결국 완성시켰나?’

수화객을.

저 암살자들이 왜 시체처럼 생기가 없었는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저들은 모두 죽은 시체들이다. 데루스 로베르트는 시체로 암살자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결국 완성한 것 같았다.

[용이 아니라, 쥐 아니야? 쥐새끼처럼 잘도 도망치네.]

달라붙으려는 수화객 뒤로 조롱하는 목소리가 따라붙었다. 저놈이 수화객들을 조종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죽지 않는 암살자에 피는 산성의 독. 그럼 그것도 이루어졌겠군.’

사실 수화객의 가장 무서운 점은 이미 죽은 시체라는 점이 아니다. 정말 무서운 건 따로 있었다.

‘아마 놈도 그걸 노리겠지.’

그걸 이용하여 이 상황을 벗어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았다.

“크윽! 나와!”

라온은 심하게 당황한 척 연기를 하면서 달려드는 암살자들을 쳐냈다.

시체인 암살자들은 당연하게도 두려움을 가지지 않았다. 팔다리가 잘려 나가도 독혈을 뿌리며 끝까지 공격을 해왔다.

‘조금만 더.’

라온은 독혈을 피하는 척 주변을 맴돌며 수화객 넷이 동시에 움직일 때 제천검을 뽑았다.

촤아아아악!

탄성을 두른 듯 뻗어나간 예리한 검격이 수화객 넷의 목을 동시에 날렸다.

그 순간.

[걸렸어.]

웃음기가 차오른 음성과 함께 목이 날아간 암살자들의 몸이 기름을 바른 듯 번쩍였다.

‘왔다!’

라온이 입술을 꾹 씹으며 얼마 없는 오러를 발바닥의 마나회로로 응집시키며 태화보를 밟았다. 바닥을 거세게 차 내리며 뒤로 물러섰다.

쿠와아아아아아앙!

목이 날아간 수화객 사이를 벗어나자마자 강환이 터진 듯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나며 조금 전에 서 있던 공간에 밑이 보이지 않는 구덩이가 파였다.

‘크윽….’

라온이 손과 다리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조금 맞았군.’

거리가 너무 가까웠기 때문에 폭발을 완전히 피하지 못했다. 손등과 허벅지에 심한 상처가 돋아나 있었다.

‘이래서 수화객이지.’

물귀신처럼 산 자를 함께 저승으로 끌고 간다는 뜻으로 저 암살자들을 수화객이라 불렀다.

‘그래도 계획은 통했을 거야….’

조금 전에 폭발 때문에 수화객을 조종하는 놈은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놈이 내려오는 순간을 노려서 기습을 할 준비를 해야 했다.

[흐으음….]

암살자 놈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터진 공간을 보며 신음을 흘렸다. 한참 동안 조용하던 놈이 낄낄 웃었다.

[안 죽었네? 대단한데?]

그 말에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그걸 알았다고?’

의심을 받을까 봐 오러의 방패를 만들지 않고, 보법으로만 피했는데, 저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눈치인지, 아니면 능력인지 어쨌든 보통 놈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나.’

내상이 더 심해지더라도 설화의 감각을 운용하여 놈의 위치를 파악해야 할 것 같았다.

라온이 한숨을 내쉬며 아릿한 아랫배를 매만질 때 뒤편에서 작은 움직임이 일어났다. 암살자라고 생각하며 긴장했지만, 그 기척은 아주 작았고, 땅속에서 올라왔다.

폭!

바닥에 깔린 눈을 머리에 쓴 두더지 한 마리가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다.

‘조금 전에 땅울림 때문에….’

“힘들어?”

두더지가 말을 했다.

‘멀린?’

라온이 입을 떡 벌린 채 빠르게 기막을 쳤다.

“너 10사도와 싸우는 중 아니야?”

“싸우는 중이지. 근데 너도 봐야 하잖아.”

멀린은 왜 당연한 걸 묻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가 검계현신을 쓰는 걸 봤어. 정말 아름다운 여명이었어.”

그녀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 양 뺨을 매만졌다.

“지금은 그런 말을 할 때가….”

“도와줄까?”

“어?”

멀린이 헤죽 웃고서 나왔던 땅속으로 들어갔다.

‘무슨 말이지?’

도와주냐고 물어봐 놓고 어딜 가는 건지 모르겠다.

정말 알 수 없는 여자라고 생각할 때 하늘이 밝아졌다. 고개를 들어 올리니 별자리처럼 떠오른 수십 개의 마법진이 광대한 빛을 발하더니, 무차별 폭격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쿠와아아아아앙!

연달아 마법이 터지며 나무가 뽑히고, 대지가 쪼개졌지만, 지금 자신이 숨어 있는 나무는 위만 타버릴 뿐 아무런 피해도 없었다.

‘멀린이다.’

조금 전에 사라진 멀린이 이쪽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도와주는 게 분명했다.

‘이걸 놓칠 수는 없지.’

떠먹여 준 수프도 못 먹을 정도의 바보는 아니다. 얼마 없는 오러를 손과 발에 집중시키며 불의 고리만 운용했다.

쿠구구구구구!

연쇄적으로 폭발하는 마법의 향연 속에서 아주 자그마한 기척이 움직였다. 시체와는 다른 산 자의 기척이었다.

고오오오.

라온의 눈동자에서 붉은 기류가 솟구쳤다.

‘찾았다.’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503화

지 은 이 글개미

발 행 처 다온크리에이티브

기획 / 편집 / 제작 김태현

표 지 알터

ISBN 979-11-6730-123-9 (05810)

ⓒ2021, 글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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