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502화 (502/653)

제502화

라온은 입술을 꾹 씹었다. 몸에 힘이 빠지고, 시야가 흐려진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이대로 쓰러질 것 같았다.

‘듣던 대로 반동이 심해.’

리메르와 도괴는 검계현신이 필살의 무기와 같다고 말했다.

사용하면 무조건 적을 죽여야 하고, 최소한 전투 자체를 끝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금에서 와서야 왜 그들이 그런 말을 했는지 몸을 알 수 있었다.

‘근육이 모두 터져나간 기분이야. 단전도 비었고.’

곧 넘어갈 것처럼 팔다리가 휘청거린다. 단전의 열기와 냉기도 텅텅 비어서 바람의 기운과 어둠에서 피어난 신성만 느껴진다.

마지막에 클라우드를 베지 못했다면 역으로 당했을 것이다.

‘후우….’

그래도 버틸 수는 있어.

여러 칭호와 나태의 회복 효과 덕분에 체력과 오러가 빠르게 차오르고 있었다. 조금만 견디면 정상적인 활동을 할 정도로 회복될 것 같았다.

멀쩡해 보이는 연기를 하는 건 누구보다 자신 있다. 아무런 피해도 없는 척 눈동자와 입매를 굳히며 무릎을 꿇은 클라우드에게 다가갔다.

“으으….”

클라우드가 가슴에 새겨진 두 줄기의 검흔을 손톱으로 쥐어뜯었다.

“크아아아악!”

그가 참지 못하고, 지독한 고통이 새겨진 비명을 내질렀다.

지금 보니, 상처에서 피가 흐르지 않았다.

좌측 어깨부터 그어진 검흔은 화상을 입어서 상처가 지져졌고, 우측 어깨에서부터 찢겨 나간 상흔은 서리로 얼어붙었다.

화상과 동상 덕분에 피가 흐르지는 않았지만, 통증은 죽는 것 이상으로 심해 보였다.

“으어어억!”

클라우드의 입에서 피거품이 흘러나온다. 실핏줄이 터진 안구가 뒤집힌 모습은 인간이 아니라, 마치 악마처럼 보였다.

“이, 이 괴물….”

놈이 억지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고통 때문에 떨리는 입술로 주절거리기 시작했다.

“너는 인간이 아니다. 인간이라면 이럴 수가 없어….”

클라우드는 붉은 침을 질질 흘리며 턱을 저었다. 악마의 재능이라고 말하며 힘없는 주먹으로 땅을 내리쳤다.

-맞는 말이니라! 드디어 아는 놈이 나왔어!

라스가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이 괴물 놈은 인간의 탈을 썼을 뿐 다른 종족이니라! 그렇다고 마족도 아니야! 그냥 지 혼자 미친놈이라고!

녀석은 그래서 마왕을 시켜야 한다며 어깨를 툭툭 쳤다.

“난 아주 정상적인 인간이다. 누구보다 인간적이지.”

라온이 클라우드와 라스에게 동시에 답을 해주었다.

-웃기지 마라! 본왕이 본 인간들은 너 같지 않아!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한 인간과 마왕이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그, 그리고 네 말은 틀렸다.”

클라우드가 가슴의 상흔을 움켜쥐며 입술을 깨물었다.

“성검련이 지그하르트에 진 게 아니라, 내가 네놈의 재능에 패배….”

“재능무새 또 시작이네.”

라온은 오른발로 클라우드의 턱을 걷어찼다.

빠드드득!

오러가 없고, 지쳤다고 해도 인간 자체가 강했기에 클라우드의 몸이 그의 키만큼 떠오르며 입에서 피에 젖은 이빨들을 뱉어냈다.

“크어어어억….”

클라우드가 이빨이 튀어 나간 입을 뒤늦게 막은 채 신음을 흘렸다.

“졌으면 입 다물어.”

-역시 마왕의 재능이….

라온이 턱을 매만지는 라스를 밀어내고, 반 토막 난 클라우드의 검과 칼날을 양손에 들었다.

“뭐, 뭘 하려고!”

클라우드가 발을 질질 끌면서 뒤로 물러섰다. 오러도 없고, 육체도 망가졌기에 굼벵이가 기어가는 것보다 더 느렸다.

거기다 놈은 뒤로 기다가 밑동만 남은 나무에 등을 부딪쳐서 얼마 가지도 못하고 멈춰 섰다.

“별거 아니야.”

라온은 담담하게 숨을 내쉬고서 턱을 부르르 떠는 클라우드에게 다가갔다.

무릎을 땅에 대면서 오른손에 들고 있던 부러진 칼날을 그의 왼쪽 어깨 부근에 박아넣었다.

뿌드드드득!

클라우드를 지켜주던 오러의 막이 사라졌기에 칼날은 손쉽게 뼈와 근육을 가르고 그의 살을 파고들어 갔다.

“끄아아아악!”

“시끄러워.”

라온은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지르는 클라우드의 턱을 다시 후려쳤다. 세 개의 이빨이 또 뽑히고 나서야 그의 입이 다물어졌다.

“움직이지 않는 게 이로울 거다.”

이번에는 부러진 검으로 놈의 아랫배를 찔렀다. 놈은 고통 때문에 전신을 떨었지만, 더 맞는 게 무서워서인지 반항하지 못했다.

찌지직.

칼을 찌르고 빼지 않았기에 상처가 막혀서 핏물은 아주 가늘게 흘러내렸다.

“끄흐흐흡….”

클라우드는 통증을 이기지 못하고, 눈동자가 돌아간 채 기괴한 신음을 흘렸다.

“어깨에 찌른 건 심장 바로 위고, 배는 단전 옆에 박아넣었다.”

라온이 클라우드의 머리채를 잡으며 서늘한 눈빛을 일으켰다.

“으으….”

클라우드는 감히 라온의 눈동자를 마주하지 못하고, 눈을 내리깔았다. 그의 머릿속에도 반항할 수 없는 공포가 심어진 것이다.

“움직이면 심장이나, 단전에 칼이 들어갈 거다.”

라온이 차게 웃으며 클라우드의 머리를 나무 밑동으로 쳐냈다.

-음? 안 죽이는 것이냐?

라스가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래에 해가 될 것들은 모두 제거하지 않았느냐.

‘그랬지. 하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달라.’

-아, 저놈 때문이겠군.

녀석은 성검련주가 있는 바레네 쪽을 바라보며 눈을 껌벅였다.

‘맞아. 그 검에 미친놈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

라스의 말대로다. 제자가 죽은 성검련주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기에 클라우드를 살려둘 수밖에 없다.

성검련주가 다른 것을 다 무시하고 제자의 복수를 하고자 한다면 광풍대는 전멸을 피하지 못할 테니까.

다만 클라우드를 살려두면 그 가능성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아무리 처참하게 패배한 제자라고 해도, 그랜드 마스터까지 오른 놈을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사건이 터진 후 그리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아직 이곳의 소식이 지그하르트에 들어가지도 않았을 테니, 가문의 도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성검련주가 최악의 방향으로 행동한다는 가정을 두고, 계획을 짜서 움직여야 했다.

“겨, 결국 네놈도 련주님을 무서워하는군.”

클라우드의 입매가 비틀어진다. 련주 때문에 죽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았다.

“다음에는 절대 지지 않는다. 검계를 쓰기 전에 네놈의 목을 비틀어버릴….”

“난 한 번 이긴 놈에게는 절대 안 져. 내 재능이 무섭다면서 다음에는 이길 생각을 하는 건가?”

“어윽….”

“그리고 뭘 착각하고 있는데….”

라온이 냉랭한 미소를 지으며 만화공과 글래시아의 기운을 손가락에 담아 클라우드의 마나회로를 자극했다.

“아직 안 끝났어.”

“뭐, 뭘 한 것이냐!”

“기다리면 알 거야.”

마지막으로 척추 부근에 열기를 박아넣은 뒤 손가락을 뗐다.

“크헉!”

클라우드의 몸이 오징어처럼 굽어진다. 뼈와 근육이 뒤틀리고, 수천 마리의 벌레들이 살을 뜯어 먹는 가려움증에 추위와 더위까지 느끼게 만드는 최악의 고문법에 그의 얼굴에 두꺼운 힘줄이 돋아났다.

“끄흐흐흐흡!”

“어? 움직이면 죽는데?”

라온이 픽 웃자마자, 클라우드의 몸이 움찔거리며 멈췄다.

“아아악….”

하지만 놈은 결국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다시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그의 어깨와 배에 박힌 검날 위로 더 두꺼운 핏줄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악!”

“움직이면 죽는다니까? 소리도 지르면 안 돼.”

“흐으읍….”

“머리가 나쁘네. 팔다리도 가만히 둬야지. 그러다가 심장이 쪼개진다?”

“그, 그만! 제발!”

“너희 잘난 련주님에게 풀어달라고 하던가.”

“이익….”

클라우드는 지독한 고통과 죽음의 공포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전신을 부르르 떨며 거품을 물기 시작했다.

-와….

라스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고개를 흔들었다.

-이게 정말 인간의 인성인가?

‘인간이니까 인성은 맞지.’

-어, 그러네….

라온은 그게 맞나라고 중얼거리는 라스를 뒤로 하고 클라우드의 머리채를 다시 잡았다.

“아까 뭐라고 했더라? 나를 죽이고, 우리 애들도 다 죽여서 위험 요소를 제거한다고 했었지?”

공포에 질려 일그러지는 눈동자를 마주하며 더운 숨을 내뱉었다.

“할 수 있으면 해봐. 다음에 날 만나는 순간 네놈의 목이 먼저 날아갈 테니까.”

라온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서 클라우드의 몸을 거칠게 던졌다.

“커허억!”

클라우드는 죽지 않기 위해서 어깨와 배에 꽂힌 검날을 꽉 움켜쥐었다. 다만 고통이 더 심해졌는지 쓰러진 채 전신을 떨었다.

“후….”

라온이 시선을 돌려 기괴한 용오름이 솟구친 바레네를 바라보았다.

‘둘은 괜찮으려나.’

리메르와 셰릴이 걱정되었지만, 지금 저곳으로 돌아가는 건 멍청한 짓이다. 도움이 아니라 방해만 될 테니까.

라온은 두 사람과 천검대의 무사 귀환을 바라며 땅에 꽂혀 있는 제천검과 진혼검을 뽑았다. 왠지 모르게 두 검이 무거웠다.

* * *

천공을 노니며 악검후와 사검마의 검술을 탐닉하던 성검련주의 흑검이 반원을 그리며 검은 전광을 일으켰다.

“이건….”

악검후가 어검의 움직임을 보며 눈매를 찡그렸다.

“네, 네놈 설마….”

사검마가 어검을 억지로 튕겨내며 누런 이를 드러냈다.

“본좌의 검술을 따라한 것이냐!”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좋은 검술이더구나. 마음에 들었어.”

성검련주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흥겨운 마음을 대변하듯 허공을 부유하던 어검이 가늘게 울었다.

“후우….”

악검후가 낮은 숨을 내쉬며 검을 검집에 넣은 후 즉시 발검했다.

검날이 소리 없이 드러나며 어마어마한 기운이 일점으로 압축되어 뻗어나간다. 머리카락 한 올보다도 얇은 점이었지만, 그 안에 깃든 건 초월자에 오른 검사의 진의였다.

“이건 제법….”

성검련주가 옅은 홍조를 띄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검마를 압박하던 어검이 순간이동을 한 듯 그의 앞으로 날아들어 손바닥만 한 검막을 일으켰다.

쿠와아아아아앙!

작디작은 검격과 검막이 부딪쳤다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폭음이 터지고, 하늘이 주먹으로 움켜쥔 듯 으깨지며 거대한 균열이 돋아났다.

“쯧.”

악검후가 짧게 혀를 찼다. 다만 처음부터 성검련주를 끝낼 수 없다고 여긴 듯 바로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으음….”

사검마도 정신을 다 잡고, 입술을 깨문 채 검에 보랏빛 기류를 휘감으며 허공에 육각의 검진을 일으켰다.

성검련주의 능력에 놀랐음에도 본인들의 무학을 신뢰하는 초월자다운 자세였다.

“크하하하!”

성검련주는 일그러진 하늘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이래야지. 이래야 세상에 나온 보람이 있어.”

그의 얼굴이 술을 마신 듯 붉어졌다. 악검후와 사검마의 검을 탐닉하는 눈동자가 붉게 번들거렸다.

“저쪽도 궁금하긴 하지만….”

성검련주가 우측으로 고개를 돌렸다. 라온과 클라우드의 기운이 동시에 가라앉아서 누가 이겼는지 제대로 파악되질 않았다.

기감을 끌어내서 상황을 알고 싶지만, 거리가 너무 멀다. 두 초월자와 싸우고 있을 때 잡생각을 했다간 역습을 당할 수도 있기에 지금은 이쪽에 집중하는 게 옳았다.

“켈린.”

그의 부름에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검사가 검익 아래로 내려섰다.

“클라우드가 라온을 꺾었으면 죽일 수도 있으니, 막고. 만약 반대라면 둘 다 데리고 오도록.”

“알겠습니다.”

켈린이라 불린 여성이 손가락을 까딱이자, 그녀의 뒤로 같은 복장의 무인들이 나타났다.

보이지 않게 비행전선 검익을 수호하는 유혼대였다.

터억!

그들이 무너진 성벽으로 나가려 할 때 허공에서 붉은 벼락이 내리쳤다.

콰아아아아아앙!

리메르다. 검계를 운용하면서도 전장 전체를 살피고 있던 그가 켈린의 앞길을 막은 것이다.

다만 그 틈을 노린 용현검주의 검이 리메르의 허리를 스쳤다.

피이익!

그리 크지 않은 상처였지만, 초고수들끼리의 전투에서는 승패를 가를 수도 있는 두꺼운 흔적이었다.

“크윽….”

리메르가 인상을 찌푸리며 입술을 씹었다.

“검계현신을 쓴다는 말은 들었는데, 진짜였군.”

용현검주가 피가 맺힌 검신을 털어내며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다 뇌기라니, 글렌에게 빌기라도 했나?”

“…….”

“어쨌든 예전과 다르긴 하구나.”

그의 입가에서 비틀린 미소가 흘러내렸다.

“수하들보다는 제자가 소중하다는 건가?”

“입 닥쳐!”

리메르가 비릿한 도발을 이겨내지 못하고 용현검주에게 돌진했다.

“음.”

켈린이 용현검주에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다시 성벽으로 움직이려 했지만, 이번에는 하얀 섬광이 꺾여 들어와 길을 막았다.

“어딜 가려고.”

셰릴이 검막을 친 순간 사도가 기다렸다는 듯 손을 뻗어왔다. 투명한 기운이 어린 수도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떨어져 내렸다.

쿠와아아아앙!

속도만 아니다. 대지를 쪼개버릴 듯한 위력에 셰릴의 발이 대지에 박혀버렸다.

캬아아앙!

셰릴은 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은 채 두 검을 교차시켰다. 흑과 백의 기운이 호수에 닿은 햇볕처럼 이지러지며 사도의 수도가 거세게 튕겨 나갔다.

“이 멍청아!”

그녀는 입술을 깨문 채 리메르에게 악을 질렀다.

“도발에 넘어가지 좀 말라고!”

“알아. 안다고! 하지만….”

리메르는 더는 악독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툭 건드리면 울 것 같은 눈동자로 고개를 저었다.

“후, 멍청이….”

셰릴은 리메르의 마음을 아는 듯 조금 전과는 다른 의미로 멍청이라 중얼거리고서 두 다리를 땅에서 빼냈다.

“천검대는 성벽을 지켜라!”

그녀는 충격으로 피에 젖은 맨발로 대지를 찍어 누르며 포효를 터트렸다.

쿠구구구!

천검대는 죽더라도 비키지 않겠다는 듯 뭉개진 성벽 위로 폭풍이 이는 듯한 검막을 일으켰다.

“올 테면 와봐.”

셰릴이 백검을 상단으로, 흑검을 중단으로 내리며 입매를 비틀었다.

“여기서 나갈 수 있는 건 네놈들의 목뿐이다!”

* * *

쯧.

라온은 왔던 길을 반대로 뛰며 짧게 혀를 찼다.

‘너무 멀리 왔어.’

클라우드와의 격한 전투를 끝내고 자그마한 여유가 찾아오자, 광풍대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광풍대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였지만, 생각 이상으로 거리가 많이 떨어졌다.

엔시아와 데닝로즈의 호위들까지 계산하여 승리를 점쳤지만, 불씨 같은 불안감이 가슴을 울렸다.

‘젠장.’

오러가 많지 않아서 태화보를 연속으로 펼칠 수 없다는 게 짜증이 나서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괜찮을 것이니라.

라스가 어깨 위에 내려앉은 채 고개를 저었다.

‘음?’

-본왕의 수하들 아니냐. 분명 모두 살아 있을 것이니라.

녀석은 본인의 수하들을 그렇게 약하게 키우지 않았다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걔들은 내 수하고, 내가 키웠지. 넌 아무것도 안 했….’

-어쨌든 그 녀석들은 본왕의 아이들이니라!

라스는 마왕은 한 번 뱉은 말을 무조건 지킨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냐.’

라온이 라스를 보며 피식 웃었다. 이 녀석 나름대로 걱정을 덜어주려는 듯했다. 그래서 어깨를 털었다.

-얌마!

‘어깨가 가려워서.’

라스와 잡담을 하면서 계속 길을 따라갔다.

바로 싸우게 될지도 모르기에 최대한 빠르게 오러를 회복시키면서 움직일 때 라스가 콧잔등을 찡그렸다.

-싸움이 끝났군.

‘뭐?’

-그 자리에 아무도 없느니라.

녀석은 기척이 아예 사라졌다며 고개를 저었다.

-본왕의 수하들이 이긴 듯하구나.

라스는 역시 아이들을 잘 받았다며 히죽였다.

‘그러면….’

라온이 걸음을 멈추고, 카멜룬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저기로 갔겠군.’

내가 광풍대를 믿듯 녀석들은 날 믿을 테니까.

그 자리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보면 버렌이 광풍대를 이끌고 카멜룬으로 가고 있을 게 분명했다.

-다만….

라온이 카멜룬 쪽으로 움직이려 할 때 라스가 입맛을 다셨다.

-네놈은 아직 할 일이 남은 듯하구나.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숲의 소리가 사라졌다. 고요한 바람 속에 아주 미세한 소음이 끼어 있었다.

누군가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도 그림자처럼 은밀하게.

-네놈 도대체 뭘 하고 산 것이냐.

라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고작 21년 산 놈이 왜 이렇게 적이 많은데! 저놈들은 또 무엇이냐!

‘나도 몰라. 다만….’

라온은 숲 주변으로 기감을 뻗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익숙한 악취가 나네.’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502화

지 은 이 글개미

발 행 처 다온크리에이티브

기획 / 편집 / 제작 김태현

표 지 알터

ISBN 979-11-6730-123-9 (05810)

ⓒ2021, 글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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