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501화 (501/653)

제501화

천공이 무너지고, 대지가 일어선다.

하늘에 오른 초월자들의 무력 발현에 대륙의 축이 뒤틀리는 듯했다.

쿠구구구구!

끝이 보이지 않는 천공의 균열에서 기괴한 빛의 용오름이 쏟아졌을 때 여섯의 초월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손을 내렸다.

“확실히 잘 단련된 검이로구나.”

성검련주가 만족스럽다는 듯 짧게 입맛을 다셨다.

“좀 더 제대로 보여다오. 어디까지 벨 수 있을지.”

그는 욕망이 차오른 눈으로 사검마와 악검후를 굽어보았다.

“변태 새끼….”

악검후는 그런 성검련주의 눈빛에 소름이 돋는다는 듯 입술을 짓씹었다.

후우웅.

희극제가 물결처럼 두르고 있던 무색의 기운을 풀어내며 성검련주를 바라보았다.

“제자분이 걱정 안 되시나요?”

“클라우드 말인가?”

성검련주가 수염 한 올 없는 턱을 매만지며 고개를 저었다.

“그 아이는 내가 가르쳤다. 아무리 대륙 제일의 재능을 가졌다고 해도 마스터에게는 지지 않아.”

그는 제자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는 듯 덤덤히 대답했다.

“이런 걸로 잘난척하는 건 아니지만….”

희극제가 가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털었다.

“라온 지그하르트를 무시했다간 큰코다치실 겁니다.”

“경험담인가?”

“그렇습니다. 아주 생생한 경험이 담긴 충고지요.”

그녀는 무너진 성벽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 입 닥쳐라. 라온 지그하르트는 내 것이야!”

백혈교주가 투명한 혈기를 검광처럼 뿌려 희극제와 성검련주 사이를 갈라놓았다.

초월자들의 입술에서 라온의 이름이 나왔지만, 어색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쉽군. 그 충고를 클라우드가 들었어야 했는….”

성검련주가 백혈교주의 말을 무시하며 고개를 주억이다가 빠르게 시선을 돌렸다.

다른 이들의 눈동자도 그를 따라 움직였을 때 기감이 닿지 않는 먼 곳에서 두 줄기의 빛이 치솟았다.

붉고, 푸른 광휘의 기둥 뒤로 기묘한 형태의 해와 달이 떠올랐다.

“아….”

셰릴이 그 모습을 보며 전율한 듯 입술을 떨었다.

‘검계! 라온이 드디어 검계를!’

저 빛의 기둥을 두르는 옅은 황금빛은 검계의 발현이 분명했다.

“리메르!”

옆에서 싸우고 있을 리메르를 불렀다.

“크아아아아!”

하지만 그는 그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눈동자에 붉은 기류를 일으킨 채 용현검주와 정면에서 맞부딪치고 있었다.

오러의 양에서 밀리기에 전신이 상처투성이였지만, 악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이 멍청아!”

셰릴은 용현검주의 도발에 넘어가 목숨을 내밀며 싸우고 있던 리메르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크흑! 이게 무슨 짓….”

리메르가 인상을 구길 때 셰릴이 빛의 기둥을 가리켰다.

“어?”

그는 밤하늘에 뜬 태양을 보며 입을 떡 벌렸다.

“저거 설마….”

“라온의 검계야. 그 녀석이 드디어 해냈다고!”

“하, 아하하하하하!”

리메르가 피에 젖은 붉은 머리를 쓸어 올리며 시원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날 이후로 무엇 하나 얻은 게 없었는데, 제자 하나는 잘 뒀다니까.”

시선을 내리는 그의 어깨 위로 시뻘건 뇌전이 번쩍였다.

“네놈을 죽이고 나도 여기서 죽으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뭐?”

“제자의 첫 검계도 못 보고 죽을 수는 없잖아.”

리메르가 용현검주에게 검을 겨누며 입술을 달싹였다.

“검계현신.”

그의 묵직한 음성이 하늘 높은 곳에서 울리는 듯 퍼져나갔다.

“바람과 벼락의 노래.”

* * *

라온이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오른손에 쥐고 있는 신검에서는 시뻘건 화염이 타올랐고, 왼손으로 잡은 마검에서는 푸른 서리가 피어났다.

심상의 세계에서 두드리고, 단련한 두 자루의 검. 오직 머릿속에서만 볼 수 있다고 생각했던 신검과 마검이 현세에 소환되어 있었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다. 느껴지는 건 강대한 힘. 상대가 누구라고 해도 꺾이지 않을 것 같은 굳건한 기운이 손아귀를 통해 흘러 들어왔다.

‘거기다….’

통증도 사라졌어.

흥분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 검계의 효과인지, 내장을 짓뭉개는 듯 아렸던 고통마저 사라졌다.

‘아니, 내가 그걸 바랐기 때문이겠지.’

리메르는 검계가 그 사람의 인생을 담는다고 말했다.

라온 지그하르트로 태어난 순간부터 다짐했던 건 결코 꺾이지 않는 것. 그 어떤 고난과 고통이라도 찾아오더라도 모두 이겨내고, 데루스 로베르트의 목을 베어낼 것을 맹세했다.

이 검계는 그런 다짐과 맹세까지 담아낸 것 같았다.

-겨, 결계? 검의 결계를 만들었다고?

라스가 하늘에 뜬 태양과 달을 보며 턱을 부르르 떨었다.

-네놈이 이걸 어떻게 써! 아직 한참 멀었다고 생각했는데!

녀석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중얼거리며 눈을 깜박였다.

-거기다 그 검! 그게 왜 너한테 있는 것이냐!

‘이게 뭔데?’

-아니, 그, 어….

녀석은 푸른 마검을 보며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고 입술만 오물거렸다.

터억.

라온이 라스를 보며 눈매를 좁힐 때 클라우드의 발소리가 들렸다.

“거, 검계현신?”

클라우드의 눈동자가 바람에 스친 갈대처럼 격하게 흔들렸다.

“마스터 따위가 검계현신을 사용한다고? 말이 안 되잖아!”

충격이 심한지 전투 내내 흔들리지 않았던 놈의 강환이 크게 출렁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저 강환을 어떻게 깨야 할지 답이 나오지 않았는데, 지금은 자그마한 불안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말이 되고 안 되고는 네가 결정하는 게 아니야.”

라온이 우수에 든 신검으로 클라우드를 겨누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부터가 진짜다. 아까와는 다를 거야.”

“어차피 조잡한 수법! 다를 건 없다!”

클라우드의 정돈된 머리칼이 흐트러진다. 일그러진 눈동자를 드리우며 강환이 휘몰아치는 검을 내질러왔다.

놈의 검이 그리는 투로를 따라 대지가 쓸려나간다. 무시무시한 위력이었다.

‘하지만….’

질 것 같지 않아.

라온은 물러서지 않았다. 육체와 정신의 감각을 믿고 앞으로 나아갔다. 왼발 진각으로 흔들리는 대지를 다잡으며 우수에 든 신검을 찍어 눌렀다.

쿠와아아아앙!

신검과 강환의 격돌. 어느 쪽도 밀려나지 않는다. 검과 검 사이에 강렬한 뇌전이 튀어 오르며 사나운 열기를 뿌렸다.

“크으윽….”

클라우드는 그 열기에 고통을 느꼈는지 낮은 신음을 흘렸지만, 물러나진 않았다.

하지만 그는 그 고집을 바로 후회하게 되었다.

화아아아아아!

허공이 일그러지는 듯한 신검의 열기가 클라우드의 검에 맺힌 강환을 녹여버리기 시작했으니까.

“가, 강환이 탄다고?”

클라우드가 터질 듯이 눈을 부릅떴다. 겉이 녹아버린 강환을 빼며 뒤로 훌쩍 물러섰다.

“어딜 가려고.”

라온이 신검을 내리며 클라우드의 좌측으로 따라붙었다. 몸이 깃털처럼 가볍다. 긴장을 두른 결투가 아니라, 마음 편히 검을 휘두르는 연무장에 온 기분이었다.

“닥쳐!”

클라우드가 보법으로 빠지면서 뒤로 젖혀둔 검을 뻗어왔다. 부드러운 보법과 달리 전신을 으깨버리기 위한 강맹한 검격이었다.

치이이잉!

라온이 허공에서 어깨를 돌리며 왼손을 쳐올렸다. 대지에 푸른 서리를 뿌리며 솟구친 마검이 클라우드의 강환과 맞부딪쳤다.

쩌어어어어엉!

첫 격돌보다 더 거대한 울림이다. 푸른 마검 역시 강환을 상대로 한 치도 흔들리지 않았다.

찌지지직!

오히려 맞대고 있는 클라우드의 강환을 퍼렇게 얼리며 피부가 뜯어져 나갈 정도로 오싹한 냉기를 퍼뜨렸다.

파드드득!

클라우드의 장포가 찰나의 순간에 얼어붙어서 바스러졌다. 놈은 퍼레진 입술을 떨며 마검을 쳐내고 미끄러지듯 뒤로 빠졌다.

라온은 클라우드에게 따라붙지 않고, 두 검을 살폈다. 검환을 상대했음에도 이가 빠지거나, 깨진 흔적이 없다. 오히려 점점 더 짙은 불꽃과 서리를 피워낸다.

심상의 세계를 이룰 때 쓰러지지 않겠다는 다짐이 그대로 이어진 듯했다.

“가, 강환이 얼고, 녹는다니 이게 무슨….”

클라우드는 본인의 검을 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할 말을 잊은 듯 무슨이라는 단어만 반복했다. 그에게도 신검과 마검의 위용은 충격적이었던 것 같다.

“믿을 수 없다. 아니, 믿지 않을 것이다!”

경악이 담긴 함성을 지르며 달려든다. 검극에서 솟구친 강환이 강대한 압력을 일으켰다.

라온은 눈동자에 샛노란 광기를 두른 채 달려드는 클라우드를 보며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힘으로는 밀리지 않아.’

오히려 강환을 밀어낸 정도의 힘을 얻었다.

이제 남은 건 누구의 검술이 더 우위에 있느냐 뿐이었다.

글렌 지그하르트와 리메르, 셰릴, 렉타르에게 검을 배운 자신인지, 성검련주의 진전을 이은 클라우드인지를 가릴 때였다.

쿠구구구구!

라온은 피부를 짓누르는 압력을 받아내며 신검을 내질렀다. 가슴 안쪽에서부터 창처럼 쏘아지는 시뻘건 칼날에 광아검의 묘리가 깃들었다.

쩌어어어엉!

사납게 물어뜯는 듯한 검격이 클라우드의 검을 가르며 강맹한 열기를 토했다.

하지만 아직 공세는 끝나지 않았다. 발목과 함께 휘돌린 마검이 푸른 섬광을 일으켰다.

화아아아아아!

서늘한 바람이 솟구치며 클라우드가 억지로 이으려던 검격이 끊어진다. 새롭게 다듬은 설풍검결의 은해섭풍이었다.

캬갸갸갸걍!

고작 두 번의 부딪침에 클라우드의 강환의 크기가 눈에 띌 정도로 줄어들었다.

신검의 열기와 마검의 냉기가 놈의 오러를 뜯어낸 것이다. 직접 행하면서도 놀라울 정도의 위력과 효용이었다.

“아직 멀었다.”

이번에는 라온이 먼저 클라우드에게 다가갔다. 보법조차 아니다. 평범한 걸음으로 다가가 신검으로 적섬을 그어 내렸다.

열선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얇아지며 소름이 돋을 정도로 예리한 검격을 만들어냈다.

쩌어어어어엉!

클라우드가 검과 함께 뒤로 튕겨 나갔다. 그의 손등이 화상을 입은 듯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환골탈태를 이룬 그랜드 마스터의 육체에 열기만으로 손상을 줄 정도라니, 적섬의 위력마저 강해진 것 같았다.

‘그럼 다음은….’

물러난 클라우드에게 쇄도하며 마검으로 서리연을 운용했다. 푸른 칼날이 클라우드의 검을 후려치고, 뒤를 이어서 질주하는 냉기의 파도가 대지를 휩쓸었다.

쿠와아아아아아아!

뭉개진 대지에 맹금류의 날개를 본뜬 형태의 빙산이 치솟으며 클라우드를 에워쌌다.

라온이 신검과 마검을 내려다보며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대로야.’

적섬과 서리연 모두 검계 전보다 위력이 강해졌다. 이 검계는 화속성과 수속성 무학의 위력을 증폭시켜주는 효과도 있는 것 같았다.

쿠와아아앙!

클라우드가 강환을 터트려 빙산을 깨부수며 뒤로 물러섰다.

심한 상처는 없었지만, 화상과 동상으로 인해 어깨와 팔뚝이 빨갛게 변해 있었다.

“검계라고 하더니, 고작 이 정도냐!”

“허세 부리지 말도록.”

라온이 신검과 마검을 내리며 턱을 까딱였다.

“항복하려면 지금뿐이다.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으면 용서해주지.”

“개소리!”

“맞아 개소리야. 사실 처음부터 항복을 받아줄 생각도 없었어.”

“이놈!”

클라우드의 눈동자에 뻘건 기광이 일어났다. 열기와 냉기를 막기 위해서인지 그의 검에서 타오르는 강환이 구름처럼 부풀었다. 뒤를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전력을 끌어냈군.’

놈의 검신 위에서 타오르는 강환의 막대한 기파에 머리털이 쭈뼛 섰다. 역시나 그랜드 마스터. 검계를 이뤘다고 해도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검계 따위로는 성검련의 검을 꺾지 못한다!”

클라우드의 목소리가 진흙에 가라앉는 듯 무거워지며 그의 검이 장대한 빛을 터트렸다.

하늘을 뒤덮은 검은 기류가 수십 개의 검으로 화해 뚝 떨어져 내린다. 검환이 휘어지는 각도가 인간의 육체를 초월하고 있었다.

“음….”

라온이 가늘게 입술을 씹었다. 이건 위험하다. 조금만 실수해도 육체가 통째로 날아갈 것이다.

‘할 수 있는 것부터.’

우수의 신검으로 백영섬을 휘어 내렸다. 뜨겁게 달아오른 백색 그림자가 클라우드가 펼친 환검과 변검의 묘리를 지웠다.

진짜 강환은 좌측에서 심장을 노리고 쇄도하고 있었다. 폭발할 듯 요동치는 클라우드의 검극이 어깨에 닿으려는 순간 좌수의 마검으로 설풍검결의 은풍회류를 그었다.

쩌어어어어엉!

바람과 함께 치솟은 푸른 칼날이 클라우드의 검격을 거세게 튕겨냈다. 검신에 맺혀 있던 강환이 갈라질 것처럼 뒤틀렸다.

“크윽!”

클라우드는 격돌의 충격을 이겨내기 위하여 허공에서 몸을 뒤집은 후 재차 검을 내리쳐왔다. 검극에서 휘몰아치던 강환이 뻗어나가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그럴 줄 알았어.’

클라우드가 허공에서 몸을 돌릴 때 검환의 움직임이 기묘하게 꼬였기에 지금의 공격을 예측하고 있었다.

라온은 폭발한 오러가 밀려오는 순간 신검과 마검을 동시에 내리그었다. 두 검의 힘을 상생시키는 셰릴의 가르침이 함께 했다.

콰아아아아앙!

불꽃과 서리가 검막의 파도를 일으키며 클라우드의 폭검을 모조리 뭉개버렸다.

치이이잉!

하지만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클라우드가 폭발의 여파를 가르고 짓쳐 들었다.

그가 쥐고 있는 검의 날 위에는 조금 전에 터졌던 강환이 다시 치솟아 있었다.

강환을 통째로 터트렸음에도 전해지는 기운이 어마어마했다. 공간을 분지르는 듯한 흐름에 몸이 빨려 들어갔다.

라온이 대지에 발을 꽂으며 두 자루의 검과 호흡하는 만화공과 글래시아를 극성으로 끌어 올렸다.

쿠우우우웅!

신검과 마검이 검환과 정면에서 맞부딪쳤다.

대지가 무너지고, 나무가 뿌리 채 뽑혀 나간다. 지옥도나 다름없는 땅 위에서 라온과 클라우드가 서로를 향해 가진바 전력을 펼쳐냈다.

시꺼먼 강환을 두른 칼날이 강대하게 혹은 유연하게 뻗어나가며 상승의 무학을 펼쳐냈지만, 라온의 방어는 절대 뚫리지 않았다.

신검과 마검. 조화를 이룰 수 없는 두 자루의 검으로 펼쳐내는 상승 무학의 향연에 오히려 클라우드가 화상과 동상을 입은 채 튕겨 나갔다.

화아아아아!

라온은 클라우드가 밀려난 순간 두 자루 검에 꽃을 피워냈다.

신검 위에 벚꽃을 닮은 붉은 꽃잎이 맺히고, 마검 위로 라스의 얼음꽃이 봉오리를 벌렸다.

화령 무개.

두 자루의 검에서 피어난 붉고, 푸른 꽃의 폭풍이 클라우드의 좌우로 뻗어나갔다.

“크으으윽!”

클라우드가 강환을 두른 검으로 열기와 냉기의 조각들을 꺾어 냈지만 조각들이 너무 많아 한 번에 지울 수가 없었다.

“빌어먹을!”

그는 단전이 아릴 정도의 오러를 끌어내며 흑야마검의 절초 악륜출세를 쏟아냈다.

쿠와아아아아앙!

악륜출세와 화령 무개가 맞부딪치며 허공으로 거대한 강기의 회오리가 일어났다.

“후우욱….”

대지가 으깨지고, 하늘이 내려앉는 듯한 용오름 속에서 클라우드가 입술을 깨물었다.

‘저놈은 뭐야! 정말 인간이 맞는 거냐고!’

검계현신을 써서 검환에 맞먹는 위력을 만드는 건 억지로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놈의 검술은 그 이상으로 기괴했다.

본래 육황오마끼리는 각자의 특색이 있다.

지그하르트가 검계현신을 쓰고, 야수연맹이 최강의 육체를 가지듯 성검련은 검술에 있어서만큼은 제일이어야 했지만, 저놈은 달랐다.

이 급박한 전투의 순간에도 검술의 흐름과 묘리가 발전하고 있었다. 이건 검계의 능력이 아니다. 저놈의 악마 같은 재능이었다.

“이럴 수는 없어.”

클라우드가 어깨를 부르르 떨며 허리를 세웠다.

‘저놈을 놔둬서는 안 돼.’

이젠 질투가 아니라, 두려움이 든다. 저놈을 살려둬서는 안 된다는 살의를 세우며 두 손으로 검을 잡았다.

‘그것밖에 없어.’

지금의 불리함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아직 완성 시키지 못한 흑야마검의 절기를 사용하는 방법뿐이었다.

고오오오오!

단전에 남은 오러를 모조리 끌어 올렸다. 마나회로를 질주하여 중단전의 굳건함을 두른 오러가 검신을 휘감는 강환의 폭풍을 일으켰다.

“이것으로 끝이다!”

칼날 위에 솟구친 폭풍 위로 어둠의 조각들이 스며들며 장대한 흑광이 치솟았다.

쿠와아아아!

흑마야검의 절기 흑성절화가 하늘을 새까맣게 물들이며 뻗어나갔다. 온 세상이 암흑천지가 된 듯했다.

라온과 싸우면 성장했기 때문일까. 처음으로 흑성절화의 진의를 펼쳐낼 수 있었다.

‘됐어!’

클라우드가 승리를 확신한 순간 라온이 낮은 숨을 내쉬며 시선을 들어 올렸다.

그의 찬연한 눈동자처럼 태양과 달이 어둠 속에서 진중한 빛을 발했다.

터억.

라온이 클라우드를 바라보며 두 검을 고쳐 잡았다.

‘이게 마지막이야.’

클라우드에게 남은 기운은 한 줌뿐이다. 저 검격만 버텨낸다면 이 전투는 끝이다.

다만 쉽게 승리가 떠오르지는 않았다. 놈의 검격이 말 그대로 하늘을 뒤덮고 있었으니까.

천천히 눈을 내리감았다. 두 손에서 전해지는 신검과 마검의 울림을 느끼며 다시 한번 이 검계를 떠올렸다.

싸우면 싸울수록 알 수 있다.

이 검계의 시작은 불꽃과 서리가 아니라, 검이다.

리메르에게서 시작한 검술이 다른 이들에게 이어지며 다양한 꽃을 피웠다.

그중에서도 중심을 이루는 건 글렌의 검. 초월자를 넘어선 그의 검이 나의 세계를 지탱하는 첫 번째 기둥이었다.

하지만 글렌과 나는 다르다. 천의무봉. 완전무결함을 추구하는 그를 따라 할 수는 없다. 그저 빛이 된 것처럼 그의 등을 따를 뿐이다.

그렇기에 나의 색인 붉음과 푸름. 청홍이고.

나 자신이 심상의 세계에 맹세한 건 꺾이지 않는 것이다.

리메르에게 선언하고, 발칸이 원하는 검을 물어보았을 때 대답했듯이 절대 부러지지 않는 검사가 되고 싶었다.

그렇기에 누구에게도 쓰러지지 않는 무적이다.

검계가 전해주는 영감을 뇌리에 그리며 두 눈을 떴다.

나라는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려는 클라우드의 악의 넘치는 강환을 보며 신검과 마검을 허리와 어깨 뒤로 젖혔다.

라온 지그하르트류 검식.

제6형 신마조화결 연계기 청홍무적검.

천지를 가르는 붉고 푸른 광휘가 검게 젖은 하늘을 갈랐다.

쩌어어어어억!

클라우드의 검환이 거품처럼 녹아내리고, 그의 검이 반으로 부러진다.

가슴에 사선으로 새겨진 검흔이 터지며 클라우드가 무릎을 꿇었다. 비명조차 없다. 이 패배가 꿈인 것처럼.

신검과 마검이 잔불처럼 가라앉으며 어둑한 밤이 돌아왔다.

“내가 너를….”

클라우드를 굽어보는 라온의 두 눈에 신검과 마검의 위용이 깃들었다.

“아니, 지그하르트가 성검련을 꺾었다.”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501화

지 은 이 글개미

발 행 처 다온크리에이티브

기획 / 편집 / 제작 김태현

표 지 알터

ISBN 979-11-6730-123-9 (05810)

ⓒ2021, 글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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