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1화
라온은 손을 파르르 떠는 사검마를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내가 할 이유가 없잖아.’
제대로 된 선배 무인이 가르침을 내린다면 흔쾌히 받아들이겠지만, 사검마는 속이 검다 못해 까맣게 타버린 인간이다. 저 가르침은 독이 든 사과가 분명했다.
‘암수를 쓸 수도 있고, 심마를 심어둘 수도 있지.’
무학의 세계는 오묘하다. 사검이라는 이름답게 사술을 쓸 수도 있기에 저자하고는 굳이 손을 맞댈 이유가 없었다.
사검마가 왜 이런 잡스러운 수법을 썼는지도 훤히 보인다.
“우와아아아아!”
“백검룡! 백검룡! 백검룡!”
“사검마! 사검마! 사검마!”
이 장소에 있는 관객 모두가 땅이 울릴 정도로 함성을 지르고 있으니, 가르침을 거절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같잖은 수를 쓴 것이다.
‘나쁘지 않은 방법이지만….’
난 사람들의 시선 같은 건 신경 안 쓰거든.
신주오령의 제자 넷을 모조리 깨부수면서 지그하르트와 광풍대의 명성이 하늘을 뚫고 올라갈 정도로 높아졌다.
명성은 넘칠 정도로 쌓았으니, 이제 와서 조금 내려간다고 해도 큰 의미 없었다.
“백검룡이 왜 사검마 님의 제안을 거절한 거지?”
“그러게. 무조건 이득 아닌가?”
“둘이 문제라도 있나?”
“백검룡이 보통 사람이냐고. 괜히 거절하지는 않았을 거야.”
“하긴 문제가 있다면 사검마 쪽이겠지.”
지금까지 보여준 무력과 자신감 그리고 이전에 행한 협행 때문인지 사검마의 제안을 거절했음에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관객들은 많지 않았다.
‘깽판은 이래야지.’
깽판을 칠 대상은 속이 뒤집히게 만들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평범하게 보이는 게 진짜 깽판이었다.
오늘은 스스로가 자랑스러울 정도로 깽판의 진수를 보여준 것 같았다.
“이, 이전의 일 때문이라면 내가 과민반응을 했다. 그러지 말고 다시 생각해보아라. 좋은 기회지 않느냐!”
사검마가 짧게 고개를 저으며 손을 뻗었다.
“좋은 기회 안 주셔도 됩니다.”
“크윽, 관객들도 기대하고 있잖느냐!”
그는 아직 환호를 지르는 관객들을 가리키며 저들을 무시할 거냐고 중얼거렸다. 표정에 조급함이 드러났다.
라온은 오른손을 들어 올려 주먹을 말아쥐자, 함성을 지르던 관객들이 모두 입을 다물었다.
“이전의 일이라면 저와 지그하르트를 무시하셨던 언행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내, 내가 언제 무시를….”
“그건 괜찮습니다. 이미 잊었으니까.”
사검마가 반박하기 전에 그의 말을 끊어버려서 기정사실로 만들어 버렸다.
“뭐, 뭐야.”
“사검마가 지그하르트를 무시한 거야?”
“아, 그래서 거절한 거구나.”
관객들은 라온의 말을 사실로 받아들이며 사검마를 흘겨보았다.
“이익, 네놈 또 개소리를…….”
“다만 제가 가르침을 거절한 이유는 그것 때문이 아닙니다.”
라온이 다시 한번 사검마의 말을 자르며 고개를 저었다.
“저는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지 않고, 제 힘으로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고 싶습니다. 무인이라면 자신을 가로막는 벽 정도는 직접 깨부숴야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연무자 바닥에서부터 깊은 탄성이 터져나왔다.
“크으….”
“백검룡 정말 21살 맞아?”
“무력보다 저런 생각을 하는 게 더 놀라워….”
“어떻게 저 나이에 마스터 최상급에 올랐나 했더니, 저런 신념을 가졌기 때문이었군.”
“지그하르트에 진짜 신성이 나타났어.”
관객들은 라온의 신념에 감동한 듯 큼지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무인은 저래야지라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라온이 사검마에게 한 발 더 다가갔다. 기막을 쳐서 소리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은 채 미소를 지었다.
“당신 가르치는 재주도 없잖아. 그쪽 제자가 삼 합도 못 버틴 거 벌써 잊었어?”
-사 합이잖아.
‘발은 무효라고.’
라스를 밀어낸 후 너는 날 나를 가르칠 자격이 없다고 말하며 손을 저었다. 그 손 때문에 다른 관객들에게는 입 모양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 망나니 놈이!”
사검마가 이를 바득 갈며 손을 들어 올렸다. 당장 출수를 할 듯 막대한 기운이 치솟으려 할 때 희극제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희극제!”
“물러나세요.”
희극제는 흥분한 사검마를 밀어내며 고개를 저었다. 이미 저쪽으로 흐름이 넘어갔으니, 물러나라는 뜻이었다.
라온이 희극제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이 상황 자체에 짜증이 난 듯 눈썹을 가늘게 떨었다.
‘가르침을 주겠다는 건 사검마가 혼자 생각한 모양이네.’
희극제의 수법과 비슷하지만, 훨씬 조잡했다. 참을성이 없고, 단순한 사검마가 생각할 만한 방식이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희극제는 억지로 담담한 표정을 유히며 손에 들고 있던 상자 두 개를 건네주었다.
라온이 첫 번째 상자를 열어보았다. 라바시리의 심장이 아직도 살아 있는 것처럼 후끈한 열기를 뿜어냈다.
‘진품이네. 그리고….’
두 번째 상자의 뚜껑을 들어 올렸다.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차디찬 냉기가 손가락을 휘감았다.
상자 안에 있던 파란 사과에서 흘러나온 서리의 기운이었다.
“천년설화에요.”
희극제는 이 정도면 라바시리의 심장과 함께 복용해도 문제없을 거라며 입매를 비틀었다.
“흠…….”
라온이 대련장 밑으로 손가락을 까딱였다.
“옙!”
도리안이 대련에서 얻어맞은 곳을 문지르다가 벌떡 일어나서 대련장으로 올라왔다.
라온과 도리안은 기막을 쳐서 작게 이야기를 나눈 후 고개를 끄덕였다.
“아리엘 님, 죄송하지만….”
라온이 희극제에게 다가가서 속삭이듯이 목소리를 낮췄다.
“상품이 맞지 않는 듯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희극제가 눈매를 찡그렸다.
“분명 처음에 라사시리와 비슷한 수준의 냉기 영약을 주신다고 했는데, 이건 그 정도가 아니라고 하는군요.”
“에….”
라온은 그 말을 하며 도리안을 가리켰다. 도리안은 깜짝 놀란 초식동물처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으음.”
희극제의 시선이 도리안에게 휘까닥 돌아갔다.
“이쪽은….”
“광풍대의 보급관이면서 세피아 상회의 후계자이기도 하지요.”
라온은 도리안의 신분을 밝히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세피아….”
희극제는 도리안의 신분을 듣자마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세피아의 후계자가 요즘에는 열기의 영약이 비싸서 가치로 따지면 이 천년설화로 모자라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라온은 양손이 저울이라도 된 것처럼 라바시리의 심장을 내리고, 천년설화를 위로 올렸다.
“세피아 상회가 요즘 날개를 펼쳤다고 하던데….”
“그래. 요즘에는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고 들었어.”
“그런 상회의 후계자가 하는 말이면 진짜겠지.”
관객들에게도 도리안의 신분이 먹힌 듯 모두가 천년설화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크으….”
희극제의 이마에 주름 세 줄이 그어졌다. 그녀는 목을 부르르 떨다가 다시 아공간 주머니를 열고, 푸른 구슬을 내밀었다.
“연순단이라는 영약입니다. 천년설화에 못지않은 냉기가 스며들어 있으니, 충분할 겁니다.”
그녀는 한마디를 할 때마다 이를 갈듯 으르렁거리는 듯한 음성을 흘리며 연순단을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역시 시원시원하시네요.”
라온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 영약이 든 상자의 뚜껑을 열고 관객들에게 들어 올렸다.
“우와아아아아아!”
“라온! 라온! 라온 라온!”
“광풍대! 광풍대! 광풍대!”
“이게 육황이지! 신주오령이 뭐냐고!”
관객들은 사검마가 처음에 떠들었던 겁쟁이라는 단어를 완전히 잊어버리고 라온과 광풍대의 이름만을 연호했다.
라온이 영약 상자를 도리안에게 넘겨주고, 희극제에게 고개를 숙였다.
“초대도 해주시고, 이런 선물도 주시고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가져가실 것을 가져가는 거죠.”
“덕분에 잘 놀다 갑니다.”
놀다 간다고 하자, 희극제의 낯빛이 눈에 띄게 노래진다. 참던 분기가 솟구쳐오른 것 같았다.
‘당연하겠지.’
결투 대회를 통해 얻으려던 명성도, 본인의 제자를 위해 준비해둔 영약도 모두 자신이 챙겨가니 화를 참을 수가 없을 것이다.
“어이! 끝내주는 한판이었어!”
단상 위에서 귀살창의 외침이 들려왔다. 본인의 제자가 탈탈 털렸는데 저런 환호라니 저 인간도 정상은 아니었다.
그 옆에 있는 악검후는 여전히 생각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시선을 깔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사검마를 보았다. 그는 창백해진 얼굴로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사검마께서도 수고하셨습니다.”
라온이 사검마를 향해 턱을 치켜들고 비웃음을 흘렸다.
“크으….”
사검마의 손이 천천히 허리춤의 검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검에 닿기 전에 멈춰서 움직이지 않았다.
‘아쉽게도 덤비지는 않는군.’
사검마는 무력과 달리 수양이 얕아서 덤빌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그 정도 바보는 아닌 것 같았다.
라온은 희극제와 사검마에게 고개를 까딱이고서 대련장을 내려갔다.
“으으….”
홀로 남은 도리안은 영약 상자를 배 주머니에 밀어 넣으며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난 다 모르는 영약이라고 했을 뿐인데 왜….”
도리안의 중얼거림에 희극제의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그녀는 대련장 아래로 내려간 라온을 보며 이를 바득 갈았다.
‘저 새끼가 정말!’
* * *
-너 정말 인간 맞냐?
라스가 뒤를 힐끔 돌아보며 헛바람을 흘렸다.
-조상 중에 천계의 협잡꾼이 섞여 있는 거 아니야? 거기서 어떻게 그런 사기를 칠 생각을 하는 건데!
녀석은 어떻게 그 상황에서 도리안을 이용할 생각을 했냐며 두툼한 턱을 떨었다.
‘운이었어.’
라온이 옅게 웃었다. 영약을 챙기기 위해서 도리안을 부를 때 그의 신분이 떠올라서 한 번 질러봤는데, 잘 먹혀 들었다. 순전히 운이었기에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조금 전 희극제의 얼굴이 빨갛게 물든 것을 떠올리자 자연스레 웃음이 나왔다.
가슴이 시원하게 열리는 기분을 느끼며 임시 치료소로 향했다.
루난과 마르타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누워 있었다. 기감으로 살펴보니, 둘 다 큰 부상은 모두 치료한 상태였다.
-아이스크림 소녀, 소고기 소녀 둘 다 괜찮으니라.
라스가 마르타와 루난을 살핀 후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쪽으로는 믿을 수 있는 녀석이라, 안심되었다.
-다만 소고기 소녀는 일어날 때까지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으니라.
‘왜?’
-갑작스럽게 경지를 뛰어넘지 않았느냐. 스스로 정리할 시간이 필요 하느니라.
‘하긴 나도 그랬지.’
자신 역시 겪었던 일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깡패 녀석이 마스터가 되는 걸 보게 될 줄이야.’
마르타를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만나자마자 시비를 걸어온 양아치가 어느새 동료들의 소중함을 알고, 마스터가 됐다는 게 신기하고 뿌듯했다.
이번에는 고로롱 소리를 내며 자는 루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 녀석도 마찬가지고.’
루난 역시 마르타처럼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시리아에게 세뇌를 당해서 피를 무서워하던 녀석이 어느새 성장하여 동료들을 지키기 위한 무학까지 익혔다. 그저 대견할 뿐이었다.
-네놈도 마찬가지지 않느냐.
‘나?’
-네놈도 처음에는 인간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았지 않느냐.
‘그렇긴 하지.’
라온이 라스를 보며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 조금 더 알게 되었으니까.’
전생을 세뇌당한 암살자로 살았기에 가족, 친구, 동료의 소중함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런 것 아무 의미도 없는 허상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새로운 삶을 살며 그 생각이 변했다.
실비아와 별관의 식구들을 통해 가족이 무엇인지를 깨달았고, 광풍대를 통해 친구와 동료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이들 모두가 소중한 인연이었기 때문에 앞으로 더 잘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온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치료소를 나왔다.
“우와아아아아아!”
“라온! 잘했다!”
“부대주님 검신 그 자체였습니다!”
“존잘 라온! 존잘 라온!”
광풍대 검사들은 대단했다고 외치며 박수를 보내왔다.
“그거 알지?”
라온이 광풍대를 보며 턱을 치켜들었다.
“내가 이긴 거지 너희가 이긴 게 아니야.”
그 말에 광풍대의 안색이 창백하게 굳어졌다.
“나까지 움직이게 만들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어.”
“아, 아니, 죄다 마스터인데 우리가 뭘 어떻게….”
“너희는 돌아가는 대로 전부 집중력 강화 훈련이다.”
라온이 손을 휘휘 저으며 광풍대 전체를 가리켰다.
“야! 난 올라가지도 않았어!”
버렌이 눈을 부릅떴다.
“누가 올라가지 말래?”
“네가 가지 말라며!”
“됐고. 돌아갈 준비나 해.”
그의 입을 막으며 등을 돌렸다.
-아니….
라스가 분위기가 처참하게 망가진 광풍대를 보며 입을 떡 벌렸다.
-앞으로 더 잘해주겠다며! 다짐을 10초도 못 지키면 어쩌자는 건데! 이 미친놈아!
* * *
라온은 광풍대에게 숙소에 가서 대기하라는 지시를 내린 후 관객석 우측으로 시선을 들었다.
임시로 만든 테이블 위에 걸터앉은 붉은 머리 엘프가 바닥에 쌓인 금화를 세며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낮게 한숨을 내쉬고, 리메르에게 다가갔다.
“많이 따셨습니까?”
“어? 우리 재신 왔어?”
리메르는 금화가 가득 담겨 있는 포대기를 어깨에 걸친 채로 히죽 웃었다. 오랜만에 다시 졸부가 됐게 기쁜지 얼굴에서 찬란한 빛이 났다.
“너만 보면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니까!”
그는 진짜 잘했다고 말하며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네가 명성을 쌓아서 점점 재미를 보기 힘들었는데, 삼 대 일이라는 생각을 잘도 했네!”
리메르는 정말 오랜만에 8배 이상의 배당이 떨어졌다며 헤죽거렸다.
“일단 신패부터 돌려주시겠습니까?”
라온이 리메르의 가슴에 박힌 지그하르트의 문양을 가리켰다.
“아, 그렇지.”
그는 씩 웃으며 대표를 증명하는 신패를 떼서 돌려주었다. 혹시나 해서 확인해보았는데, 바꿔치기는 하지 않았다.
“내가 딴 돈이 얼마인데, 그것까지는 안 속여.”
리메르는 걱정하지 말라며 손을 휘휘 저었다.
라온은 증표를 받고서도 손을 거두지 않았다.
“응? 이건 뭐야?”
“상납금도 내셔야죠.”
“사, 상납금?”
“여기서 제 이름을 팔아먹었으면 그에 합당한 이름값은 주셔야죠.”
리메르의 어깨에 걸쳐 있는 금화 주머니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나중에 다 뺏기지 마시고.”
“와, 진짜 독하다. 내가 많은 사람을 봤지만, 너 같은 놈은 처음이야!”
“저도 대주님 같은 엘프는 처음입니다.”
“어휴!”
그는 한숨을 내쉬며 금화 주머니에서 돈을 꺼냈다.
라온은 리메르에게 금화를 받으면서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역시 이상해.’
이전까지의 리메르라면 이렇게 쉽게 돈을 주지 않는다.
바지를 붙잡고 늘어져야 할 사람이 바로 돈을 넘겨주는 게 어색했다.
‘특히…….’
아직도 분노가 느껴져.
리메르는 돈을 저렇게 따놓고서도 마음이 불안정했다. 그의 심장 속에서 끈적한 분노가 타오르는 게 느껴졌다.
‘라스.’
-맞느니라. 저놈 여전히 분노를 태우고 있느니라.
라스가 제대로 보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주님.”
라온은 리메르에게 다가가서 짧게 입맛을 다셨다.
“야. 나도 좀 먹고 살자. 이 이상 가져가면….”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뭐, 들어는 봤지….”
그는 갑작스러운 말에 당황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늘 제가 결투에서 이기고 대련장을 내려갔을 때 광풍대 녀석들이 축하해주니, 이겼을 때보다 더 기분이 좋더군요. 덕분에 그 말이 진짜라는 걸 알았습니다.”
라온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리메르를 바라보았다.
“아직 제가 그리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힘든 일을 나누면 반이 될 겁니다. 의논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언제라도 찾아와주세요.”
고개를 숙이고서 관객석을 떠나 대련장을 나갔다.
-기분이 좋은데 애들을 갈군 거야? 너 진짜 정신에 문제 있는 거 아니냐? 건강검진 좀….
‘시끄러.’
인간이 마왕한테 인성 소리를 듣고 있다고 외치는 라스를 밀어내고 연무장을 떠났다.
“음….”
리메르는 멀어지는 라온의 등을 멍하니 바라보며 손끝을 떨었다.
[너는 진짜 제자 잘 뒀어.]
그는 셰릴이 보내는 오러 메시지를 들으며 잔잔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과분하지.”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491화
지 은 이 글개미
발 행 처 다온크리에이티브
기획 / 편집 / 제작 김태현
표 지 알터
ISBN 979-11-6730-123-9 (05810)
ⓒ2021, 글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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