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5화
라온은 안내받은 숙소로 들어가자마자, 선동꾼 두 명에게 가벼운 심문을 진행했다.
선동꾼들의 이름은 앨런과 크플. 두 사람은 꽤 충성심이 깊은 듯 희극제의 이름을 꺼내지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성문 앞에서 보였던 앨런의 반응만으로도 이 유치한 짓을 지시한 사람이 희극제라는 건 명백했으니까.
다만 선동꾼에 대해 따져도 그녀가 인정하지 않으면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한다.
합리적으로 돌아가는 희극제의 심리상 지금 찾아올 거라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가는 거지.’
숙소에 짐을 풀기도 전에 바로 희극제를 찾아온 건 바로 그 착각의 틈을 노리기 위해서였다.
‘내가 원하는 건 이득이나 명예 따위가 아니니까.’
돈도, 명성도 과할 정도로 쌓아두었다. 원하는 건 희극제의 신경을 긁는 것뿐이었다.
-너 진짜….
라스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눈매를 찌푸렸다.
-뭐 하는 놈이냐?
‘뭐가?’
-그런 생각을 어떻게 하는 건데, 필기한다고 배울 수 있는 게 아니잖느냐!
녀석은 암기형 문제가 아니라, 사고형 문제라고 말하며 삐죽 튀어나온 솜사탕 머리를 쥐어뜯었다.
‘잘 아네.’
라스의 말대로다. 희극제의 심리를 파고들 수 있는 건 지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전생의 삶을 통해 배운 경험 때문이다.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 사람을 연구한 피의 산물이었다.
“빨리 나오라고 전하는 게 좋을 겁니다.”
라온은 드러나려던 미소를 삼키고, 희극제의 저택 앞에 선 무인에게 손짓했다.
“제가 참을성이 그리 강한 편이 아니라서요.”
짜증 어린 목소리와 함께 피어나는 서늘한 기세에 희극제의 저택을 지키는 무인이 마른침을 삼켰다.
“주군께 소식이 들어갔을 겁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무인은 창을 꽉 말아쥔 채 억지로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 굳건한 눈빛에서 무력보다 강한 충성심이 느껴졌다.
“어엉?”
마르타가 턱을 모로 틀며 무인에게 다가갔다.
“이 개똥 같은 도시에 들어오자마자 시비를 걸어온 놈이 있고, 그놈이 이쪽 소속이라는데 우리가 왜 기다려!”
그녀는 당장 주먹을 날릴 것처럼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오, 오해가 있을 겁니다. 금방 연락이 올 테니, 기다려주십시오.”
마르타의 사나운 기세를 마주하고 있음에도 무인은 움직이지 않았다.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그 자리를 지켰다.
“벨까?”
루난이 옆으로 스윽 다가와서 애검 설화의 검병을 잡았다.
“…아니. 참아줘.”
라온이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번 임무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루난의 성격이 평소보다 배 이상 급해진 것 같았다.
-네놈도 이런 쪽에서는 멍청하구나.
‘뭐?’
-네가 아이스크림으로 파티를 열어주었기 때문이잖느냐.
‘그건 한참 전인데?’
-그게 무슨 상관이냐. 열었다는 게 중요한 것이지. 우리 같은 이들은 아이스크림의 은혜를 기억하느니라.
라스는 역시 자신의 수하답다며 루난에게 따스한 눈길을 보냈다.
‘음….’
그 말을 듣고 루난을 보았다. 확실히 예전에 비해 눈동자의 명도가 조금 올라간 것처럼 보이긴 했다.
‘아이스크림 때문이라니, 너무 단순해서 멍해지네.’
라온이 고개를 젓고 있을 때 저택의 문이 열리고, 로엔처럼 머리를 말끔하게 넘긴 중년인이 걸어 나왔다.
“아리엘 님을 모시는 메케인이라고 합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스스로를 메케인이라 소개한 중년인이 조심스레 허리를 굽혔다.
“그 아리엘 님이 사고를 치신 것 같아서 대화를 좀 하려고 왔습니다.”
“어떤 사고를 말씀하시는 건지.”
메케인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눈동자를 가라앉혔다.
“전 상관없지만, 여기서 말해도 되겠습니까? 보는 눈이 많은데?”
라온이 양손을 들어 올리며 입매를 말아 올렸다.
“…….”
메케인이 가늘게 인상을 좁힌 뒤 문 안쪽으로 물러났다.
“들어오십시오.”
“도리안만 따라와.”
라온은 조장들을 남겨두고, 도리안과 함께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저택 내부는 의외로 단출했다. 화려한 장식품이나, 골동품 따위는 보이지 않는 게 꼭 별관 내부를 보는 듯했다.
안내받아 저택의 최상층에 오르자, 삼나무로 만든 문이 보였다. 비싼 목재가 아니었지만, 관리만큼은 말끔하게 되어 있었다.
똑똑.
메케인이 조용히 다가가 노크를 하자, 안에서 희극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저절로 문이 열리고, 메케인이 들어가라는 듯 손짓을 했다.
라온이 햇살이 얇게 비치는 희극제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저택의 분위기를 그대로 옮긴 듯 화려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물건들은 손때가 묻어 있었고, 군인이라도 되는 듯 기이할 정도로 각이 잡혀 있었다.
“라온 님이 오신다고 해서 조금 놀랐습니다.”
소파에 앉아 있던 희극제가 천천히 일어서서 미소를 지었다.
“저와는 다시 보고 싶지 않다고 하시지 않았던가요?”
“제가 힘이 어디 있겠습니까. 위에서 까라면 까야죠.”
라온이 희극제의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까딱였다.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한참 어린 후배가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음에도 희극제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역시나 정신력 하나는 단단한 여자였다.
“다시 뵙게 되어 반갑기는 하지만 인사는 여독을 풀고 오셔도 괜찮았는데, 예의가 바르시군요.”
희극제가 테이블에 놓인 찻잔에 붉은빛을 띤 차를 따라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좋은 인사가 아니라서요.”
비꼬는 희극제의 말을 일부러 멍청하게 받으며 손을 저었다.
“아, 입구에서 일어난 일 말인가요? 미안해요. 다만 저희도 구경하는 분들까지 통제하기는 어려워서….”
그녀는 이미 그 일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라온은 희극제의 담담한 음성을 들으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역시 쉬운 상대가 아니야.’
아무것도 모른 척하면 하수라고 생각했을 텐데, 들었지만 전혀 관계가 없다는 듯한 말을 한다.
평온한 눈빛만 보면 정말 그녀가 진심을 말한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요.”
라온이 검지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며 입맛을 다셨다.
“제가 잡은 놈들의 입에서 아리엘 님의 이름이 나왔거든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희극제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전에도 느꼈지만, 그녀의 진짜 무서운 점은 무력이나, 천기를 읽는 능력이 아니라 저 부동심인 것 같았다.
“아리엘 님이 지시를 내렸다고 하던데요? 제가 입구에 오면 신경을 살살 긁어보라고.”
미리 생각했던 말을 내뱉으며 희극제의 표정에 집중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녀의 눈동자가 가늘게 흔들렸다.
“그럴 리가요.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희극제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제가 지그하르트 분들을 초대해놓고 제 얼굴에 먹칠하는 짓을 할 리가 없잖아요.”
“저 역시 희극제라 불리는 아리엘 님이 그런 추잡하고, 허술한 수를 썼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어쩌겠습니까. 잡힌 놈들이 그렇게 말을 하는데.”
“…….”
희극제는 그 말의 진의를 파악하려는 듯 말없이 예리한 시선을 보내왔다.
라온은 그녀의 눈을 마주한 채 여유롭게 차를 들이켰다.
‘떠보는 눈빛이네.’
전생부터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표정을 감춰왔다.
아무리 저 여자가 천기를 읽고, 지혜가 뛰어나도 자신의 진의를 읽는 건 무리였다.
“선동꾼의 이름은 앨런과 크플이라고 하더군요. 들어보셨죠?”
“처음 듣습니다.”
희극제가 눈을 내리감은 채 고개를 저었다.
“라온 님.”
그녀가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낮은 음성을 흘렸다.
“죄송하지만, 지금 이건 굉장히 무례한 행동입니다. 두 사람이 제 이름을 파는 거면 어떻게 하시려고.”
“그건 모르겠고, 전 두 놈이 아리엘 님을 딱 꼬집어서 말하길래 찾아왔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그들이 한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렇게 찾아오셔서 실례를 범하시는 건….”
“사실일 수도 있죠. 거기다 실례는 입구도 제대로 관리 못 한 백경에서 한 거 아닐까요? 이제 협박하시는 겁니까?”
라온은 소파에서 등을 뗀 채 두 손을 모았다.
“후우, 그 점은 분명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다만 그들과 저의 관계는….”
“지금 잘못했다고 인정하셨네요? 관계가 있다는 뜻이죠?”
“그게 아닙니다! 구경 온 이들을 관리하지 못했다는….”
“아, 구경꾼들 사이에 숨겨놓아서 살살 긁으라는 지시를 내리셨다?”
희극제의 말을 끊으며 무식한 소리만 내뱉었다.
“…….”
희극제가 찻잔을 쥐고 있던 손을 떨었다. 표정은 여전히 고요했지만, 화가 끓어오르기 시작한 것 같았다.
-끄으윽!
라스가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본왕이 다 화가 나느니라! 열이 뻗쳐!
녀석은 본인의 속이 뒤집힌다며 가슴을 콩콩 두드렸다.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라온 님을 욕했던 이들은 저와 어떠한 관계도 없습니다.”
희극제는 절대 그런 일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까지 말하는 것을 보면 연결고리가 없다는 자신이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겠지.’
처음 이곳에 올 때부터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럼 여긴 왜 온 것이냐?
‘왜긴 왜야. 열받게 하려고 왔지.’
-…그거라면 대성공이니라.
라스가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거 표정만 말끔할 뿐 속에서는 분노가 들끓고 있느니라.
녀석이 희극제를 가리키며 이미 목적을 달성했다고 중얼거렸다.
분노 전문가의 인정을 받았으니, 확실했다.
“지금의 행동은 훗날 라온 님께 불리하게 작용 될 수….”
“아아! 난 복잡한 거 모르겠고, 걔네가 아리엘 님의 이름을 말했다구요! 앨런과 크플이!”
라온은 멍청해 보일 정도로 일관되게 같은 말만을 반복했다.
“그럼 제가 그들을 직접 만나봐도 되겠습니까?”
“그건 안 되죠.”
그녀를 놀리듯이 까딱까딱 고개를 저었다.
“적한테 포로를 줄 수는 없잖아요. 죽이면 어쩌려고.”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
“절대라는 건 없어요. 저도 희극제 님이 제 신경을 건드리라는 지시를 내릴 줄은 몰랐으니까.”
“으….”
희극제의 이마에 가는 힘줄이 올라왔다. 그녀의 부동심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럼 대체 무얼 바라시는 겁니까.”
“글쎄요?”
라온이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슬슬 비볐다.
“후우….”
희극제가 눈을 내리감은 채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를 원하시는 겁니까.”
“얼마라뇨? 설마 지금 제게 돈을 주고 이 일을 무마하려는 겁니까?”
라온이 화들짝 놀란 척하면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아니, 조금 전에 당신이 손을 비볐잖습니까! 그건 명백하게 돈을 원한다는….”
“모기 물린 곳이 가려워서 긁은 건데요? 대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지.”
“겨울에 모기가 어디 있습니까!”
“지그하르트에는 있어요. 아주 독하죠.”
그는 멀쩡한 손가락에 바람을 불며 눈매를 찡그렸다.
“크으윽….”
희극제가 손가락을 테이블을 길게 긁었다.
‘이놈 대체 뭐야….’
경지를 이룬 이후 조금만 대화를 나누면 그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훤히 보이게 되었다.
더 강한 무인이나, 마법사, 한 나라의 왕이나 가주의 감정도 알 수 있었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망나니만큼은 아무것도 알아낼 수가 없었다.
‘아니, 놈은 절대 망나니가 아니야.’
라온은 행동만 망나니고, 양아치지 머리는 쉴새 없이 굴리고 있을 것이다.
분명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이 자리에 찾아온 게 분명한데, 그 목적이 뭔지 모르겠다.
‘앨런과 크플의 증언으로는 날 압박할 수 없어. 평판이 낮아지지도 않지. 그렇다고 돈을 원하는 것도 아닌데….’
놈의 눈을 보고, 대화를 나누고, 행동을 살펴도 대체 무엇을 원하는 건지 읽히질 않았다.
라온 지그하르트라는 인간은 지금까지 본 사람 중 가장 특이했다.
라온은 입술을 살짝 씹은 희극제를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지금 내가 왜 이러는지를 생각하는 모양이네.’
갑자기 찾아와서 억지를 부리는 이유를 알지 못해서 미쳐가는 것 같았다.
‘모를 수밖에 없지.’
목적이 없으니까.
희극제를 망신시킬 생각도, 돈을 빼낼 생각도, 사과받을 생각도 없다.
그저 깽판. 오직 깽판을 치기 위해서 왔기 때문에 그녀가 이쪽의 목적을 예측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목적이 아예 없는 건 아니네.’
앞으로 희극제는 날 볼 때마다 열이 뻗칠 테니까.
그녀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가하는 건 훗날 도움이 될 게 분명하기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라온은 테이블을 툭툭 내리치며 인상을 구겼다.
“그래서 오늘 일 어떻게 하실 건데요. 막말로 걔네가 공격이라도 해왔으면 저는 몰라도 저희 인원 중 부상자가 나왔을 수도 있는데.”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사과를 드리고….”
“안전 문제가 아니라, 걔들 입에서 아리엘 님의 이름이 나왔다니까요,”
“그러니까 저와는 관계가 없는….”
“아, 전 모르겠고. 사과할 때까지는 못 갑니다.”
“후욱….”
희극제가 탁한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입김이 회색으로 보일 정도였다.
“하지 않은 일에 대해 사과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걔들은 했다고 하던데요?”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아, 그럼 저도 못 가요.”
라온이 누가 이기나 보자고 중얼거리며 소파에 등을 깊게 묻었다.
희극제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알겠습니다. 사과드리겠습니다.”
일을 빨리 처리하려는 건지 희극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뭘요?”
“…….”
그 경쾌한 말에 희극제가 눈을 질끈 감았다.
“라온 님이 사과하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진심이 안 담기셨는데요. 그리고 뭘 잘못했는지도 말하지 않으셨고.”
“으….”
희극제의 뺨이 붉게 달아올랐다. 지금 죽일까 말까를 고민하는 것 같았다.
“히익….”
라온은 할 테면 해보라는 듯 미소를 지었지만, 뒤에 서 있는 도리안의 안색은 노랗게 질려갔다.
-마계는 강자존인데….
라스가 질겁하며 고개를 떨었다.
-인간계는 미쳐야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인가?
* * *
라온은 저녁이 다 되어서야 희극제의 집무실을 나섰다. 당연히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양쪽의 표정은 극과 극으로 달랐다.
희극제의 얼굴은 탈진한 것처럼 그늘이 졌고, 라온은 숙면을 취한 것처럼 들어가기 전보다 더 활기를 띤 표정이었다.
“라온.”
“왜 이렇게 늦게 나와!”
루난과 마르타가 앞으로 달려왔다. 두 사람은 아무 문제도 없었는지 빠르게 라온의 전신을 살폈다.
“대화가 좀 길어져서.”
라온이 가볍게 손을 저으며 아무 일도 없었음을 알렸다.
“기다리느라 수고했어. 돌아가자.”
가볍게 손을 젓고서 처음 바레네에 왔을 때 안내를 받았던 숙소로 향했다.
“대체 뭘 했길래 이렇게 오래 걸린 거야?”
마르타가 옆으로 붙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망나니짓했지.”
“잘 어울리네.”
그녀가 너한테 딱이라며 웃었다.
“망나니는 마르타가 더 잘 어울리는데.”
루난이 마르타에게 멀뚱한 눈빛을 보냈다.
“내가 왜!”
“나찰녀잖아.”
“야아아!”
마르타가 벼락처럼 튀어 나갔고, 루난이 토끼처럼 폴짝거리며 도망쳤다.
“어우, 전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도리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뭘 그리 겁을 먹었어. 어차피 우릴 못 건드리는데.”
“그건 알지만 그래도….”
그는 희극제의 가면을 쓴 듯한 표정이 너무 무서웠다며 입술을 떨었다.
“어쨌든 오늘 같은 일은 사양이에요. 수명이 줄어들 거 같아요.”
“한동안은 없을 거야.”
“그럼 뭐하실 건데요?”
“희극제의 정신에 금이 갔으니까….”
라온이 슬쩍 뒤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이번에는 돈을 좀 긁어모아야지.”
“돈이요?”
“그래. 오늘은 쉬고, 내일부터.”
옅은 미소를 지으며 숙소 앞에 세워진 작은 정원으로 들어갔다. 숙소는 넓고, 없는 게 없었지만, 도시 구석에 있어서 위치가 좋지는 않았다.
“어?”
“오셨다!”
“대주님!”
“저녁 먹어야 하는데, 왜 이렇게 늦어요!”
정원 옆에 있는 작은 연무장에 모여 있던 버렌과 검사들이 손을 흔들었다.
“먼저 먹어도 상관없는데.”
라온이 미안하다고 손을 저을 때 유아 옆에 있던 적발의 여성이 보였다. 광풍대가 아니었지만, 익숙한 뒷모습이었다.
“허억!”
벼락처럼 뒤를 돌아본 여성이 본인의 뺨을 감싼 채 비명을 질렀다.
“개존잘!”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475화
지 은 이 글개미
발 행 처 다온크리에이티브
기획 / 편집 / 제작 김태현
표 지 알터
ISBN 979-11-6730-123-9 (05810)
ⓒ2021, 글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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