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3화
임무 당일 새벽.
라온은 별관 뒤편의 호수 위에 선 채로 눈을 감고 있었다.
그가 공간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인지 겨울의 매서운 삭풍이 불어오고 있음에도 호수의 표면에는 자그마한 흔들림도 일어나지 않았다.
“후우.”
느릿하게 눈을 뜬 라온이 양손을 내려다보며 탁한 숨을 내뱉었다.
‘역시 안 되는군.’
출발하기 전에 끝내고 싶었는데.
신주오령의 창립식에 가기 전에 만화공과 글래시아의 동시 운용을 이루고 싶었지만, 여전히 성공하지 못했다.
단전과 마나회로가 아리는 통증을 줄었지만, 불과 냉기를 동시에 쓰는 건 여전히 요원한 일이었다.
-멍청하긴.
라스가 기지개를 펴며 얼음 꽃팔찌에서 기어 나왔다.
-네놈이 마법사도 아니고, 육체 내부에서 두 속성을 한 번에 다루는 게 쉬울 줄 알았느냐.
녀석은 한심하다고 중얼거리며 혀를 찼다.
-아직 늦지 않았느니라. 지금이라도 글래시아에만 집중한다면 이런 대륙 따위는 얼음 지옥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니라!
‘얼음 지옥 말고 불지옥이 더 좋지 않을까?’
-네놈 수준으로 둘 모두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니라.
‘알고 있지만, 난 욕심이 많아서 둘 다 놓치고 싶지 않네.’
만화공의 불꽃은 마왕의 기예인 글래시아에 조금도 밀리지 않는 화력을 지니고 있었다.
처음부터 하나만 익혔다면 모를까. 이제와서 둘 중 하나를 포기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그래도 아예 수확이 없는 건 아니야.’
열기와 냉기를 동시에 운용하는 건 실패했지만, 만화공, 글래시아의 성취가 상승했고, 단전과 마나회로가 더 단단해졌다.
특히 오러를 운용하는 경지도 상승하여 백련대주 아이언드가 사용했던 극히 작은 공간에 기막을 쳐서 소리를 막는 기예도 완벽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출발 전에 확인이나 해볼까.’
라온이 손을 올리며 오랜만에 상태창을 불러왔다.
<상태창>
이름 : 라온 지그하르트.
칭호 : <세상을 농락하는 혓바닥>
상태 : 없음.
특성 : <분노>, <나태>, <질투>, 불의 고리(7성), 수속성 저항력(7성), 설화의 감각(8성) 만화공(6성), 글래시아(6성), 화속성 저항력(5성), 블리딩 커스(4성), 암습(6성), 불굴의 의지(5성), 요기적응(6성), 집중(7성), 독 저항력(5성), 분노의 마안(2성), 나선력(5성), 수속성 친화력(3성), 진법 해석(2성), 화속성 친화력(2성), 설화의 은막(3성), 어둠에서 피어난 신성(4성), 사기 저항력(1성), 설화의 마갑(1성).
근력 : 475.
민첩성 : 469.
체력 : 462.
기력 : 479.
감각 : 502.
분노 : 145.
나태 : 60.
질투 : 60.
상태창을 확인하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입이 떡 벌어졌다. 새벽의 시원한 공기가 목구멍으로 흘러가며 정신이 들었다.
-어?
라스가 상태창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거 왜 이렇게 커졌어!
녀석은 상태창의 내용은 확인하지 못하지만, 크기가 커진 것을 보며 비명을 질렀다.
‘왜긴 왜야. 늘어났으니까 그렇지.’
너무 오랜만에 확인했나?
‘수치가 상상 이상인데.’
메시지가 떠오를 때마다 대충 확인한 후 실제 몸을 움직이며 변화를 느꼈기에 이 정도로 수치가 높이진 줄은 몰랐다.
‘역시 특성을 많이 사용할수록 등급이 빠르게 올라가는 모양이네.’
최근에 가장 많이 사용했던 <어둠에서 피어난 신성>은 이미 4성이 되었고, 진혼검의 흡수 능력 덕분에 <요기적응> 역시 6성에 올랐다.
‘특성보다 더 놀라운 건 능력치지.’
감각은 500, 다른 능력치는 400대 후반을 바라보는 어마어마한 수치. 환골탈태를 한다는 그랜드 마스터의 육체와도 자웅을 겨뤄 볼 수준이었다.
‘잘 잔 보람이 있네.’
일어나 있을 때는 수련을 하며 능력치를 올리고, 자면서는 나태가 알아서 능력치를 채워주니 하루 24시간 굴러가는 공장과 다름없었다.
라온은 흥분으로 두방망이질 치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렸다.
-왜 그러는데! 대체 능력치가 얼마냐고!
‘400 후반.’
-어?
‘500대도 있고.’
-끄륵….
라스는 능력치 수치를 듣자마자, 바람 빠진 고무공처럼 축 늘어졌다.
-네, 네놈 때문에 본왕의 육체가 바짝 말라붙었을 것이니라! 이런 도둑놈의 새끼가….
녀석은 본체의 살이 쪽 빠졌을 거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너 마계의 군주잖아.’
-엉?
‘고작 능력치 500 정도 빠졌다고 영향이 있어? 마계의 위대한 군주가?’
-다, 당연히 그리 크지는 않느니라! 하지만 네놈이 공짜로 처먹는 게 열 받는다고!
라스는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갔다 거리며 분통을 터트렸다.
‘음….’
라온이 분노를 일으키는 라스를 보며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 보니 분노가 좀 많이 높은데.’
아리안 가문에 갔을 때 연속으로 분노를 받았기에 그 수치가 상당히 올라가 있었다.
요즘 라스가 심한 분노를 터트리면 가슴이 울렁거린 게 저것 때문인 것 같았다.
‘조심해야겠는데.’
라스는 아직 눈치를 채지 못했지만, 육체와 정신에 영향이 있는 건 분명했다.
분노에 충격이 있다는 걸 들키지 않도록 긴장해야 할 것 같았다.
‘이제 가자.’
라온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라스의 머리를 툭 치고 호수 밖으로 나갔다.
미리 챙겨둔 짐을 가지고, 5연무장으로 출발하려고 할 때 별관 뒷문이 열리고 주디엘이 나왔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다가와 손에 들고 있던 음식 바구니를 내밀었다.
“가시면서 드실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고마워.”
-크흥!
바구니를 받자마자, 어깨에 널브러져 있던 라스가 코를 벌렁거리며 고개를 쳐들었다.
-이 냄새! 파인애플 샌드위치랑 간장을 바른 육포이니라! 그것도 최고급 소고기 육포!
‘무슨 개야?’
눈치는 더럽게 없는 녀석이 냄새를 맡는 능력 하나는 기똥찼다.
“유아와 율리우스도 일어나서 준비하고 있는데, 함께 안 가십니까?”
“이제 챙겨줄 나이는 지났잖아.”
“그럼 마님께는….”
“어제 인사했어.”
라온은 가볍게 손을 흔들고서 호숫가를 떠났다. 걸음이 빨랐기에 그는 금세 정원을 넘어 5연무장이 있는 방향으로 사라졌다.
끼익.
다시 뒷문이 열리고, 실비아가 걸어 나왔다. 그녀는 담담한 걸음으로 주디엘의 옆으로 다가갔다.
“갔어?”
“네.”
주디엘이 옆으로 물러서며 고개를 숙였다.
“어제 했으면 다야? 오늘 가면 오늘도 인사해야지!”
실비아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라온이 떠난 방향을 보며 발을 굴렀다.
“하여튼 어머니라고 부를 때부터 정이 없어졌다니까. 우리 귀염둥이 햇살이는 어디로 갔는지….”
“쑥스러우셔서 그럴 겁니다.”
주디엘이 연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알고 있지. 아는데.”
실비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려서부터 어리광을 부리지 않은 아이라서 좀 아쉽거든.”
“어리광은 없으시지만, 가족을 생각하는 건 누구보다 크실 겁니다.”
“네가 라온 칭찬을 다하고 웬일이야?”
실비아가 주홍빛 웃음을 흘리며 주디엘의 옆으로 다가갔다.
“더 해봐. 우리 아들 칭찬은 들어도 질리질 않는다니까.”
“마님….”
* * *
창가로 쏟아지는 햇볕조차 각진 것처럼 보이는 정갈한 집무실.
백경의 수장 희극제가 소파에 앉은 채 찻잔을 들어 올렸다.
그녀가 차를 입에 머금었을 때 문밖에서 딱딱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소리 없이 문이 열리고, 머리를 말끔하게 넘긴 청발의 중년인이 들어왔다.
“주군.”
중년인은 희극제에게 고개를 숙이고, 테이블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지그하르트에서 참가하겠다는 서신이 도착했습니다. 누가 오는지는 알려주지 않았지만, 광풍대가 카멜룬 방향으로 오고 있다는 정보를 확인했습니다.”
“예상대로네요.”
희극제는 조금도 놀라지 않은 채 찻잔을 내려놓았다.
“저를 꺾었으니, 당연히 라온 지그하르트가 오겠죠.”
천기를 볼 필요도 없었다. 지그하르트가 창립식에 참가한다면 라온과 광풍대가 오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어떻게 할까요? 광풍대만 이동하고 있으니, 지금이라면 제거할 수 있습니다. 주군께 굴욕을 준 망나니를 이대로 놔둘 수는 없지 않습니까.”
중년인은 라온과 광풍대가 아직 지그하르트의 세력권에 있으니, 지금이 기회라고 읊조렸다.
“말씀만 하신다면 제가 직접 처리하고….”
“메케인.”
“예!”
메케인이라 불린 중년인이 당차게 고개를 들었다.
“그건 최악의 수에요. 우리가 그들을 초청했기 때문에 작은 문제만 생겨도 저희가 책임을 물을 수 있어요. 아니, 그거면 다행이죠. 글렌 지그하르트가 검사들을 이끌고 직접 이곳에 쳐들어올 가능성도 있어요.”
희극제가 붉은 입술 자국이 새겨진 찻잔을 매만졌다.
“거기다 제가 본 북멸왕은 라온 지그하르트를 꽤 아끼는 것처럼 보였어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호위들이 따라오고 있을 게 분명해요.”
알현실에서 직접 겪었기 때문에 알 수 있다. 혈육, 무력, 심계. 어떤 이유로든 글렌은 라온을 아끼고 있다. 경험이 적은 광풍대만 보낼 리가 없었다.
습격을 했다가 역으로 당하고, 정보까지 빠져나간다면 그날로 백경은 끝이었다.
“후욱.”
메케인이 피가 흐르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분합니다. 대의를 위해 움직이시는 주군께 굴욕을 준 그 망나니놈을 그냥 두어야 한다는 게 너무….”
그는 라온의 이름을 원수처럼 뱉으며 주먹을 말아 쥐었다.
“괜찮아요.”
희극제가 부드럽게 손을 저었다.
“그 덕분에 얻은 것과 배운 게 있으니까.”
그녀는 알현실에 있을 때와 같은 여유를 두른 채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는 라온 지그하르트가 같은 꼴이 될 거예요.”
“같은 꼴이라면….”
“저처럼 알면서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어야죠.”
라온 지그하르트는 생각 없이 움직이는 개망나니가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하여 움직이는 지낭이었다.
그를 망가뜨리려면 똑같은 방식으로 되돌려주어야 했다.
‘이번에는 지그하르트를 대표해서 올 테니 함부로 움직일 수 없겠지.’
알현실에서 라온은 막내였기에 마음대로 행동했지만, 이곳에서는 그와 리메르가 책임자였다.
그들의 언행에 지그하르트의 명성이 걸려 있으니, 절대 경거망동할 수 없을 것이다.
“앨런.”
희극제의 부름에 다시 집무실 문이 열리고, 아직 어린 티를 벗어내지 못한 젊은 무인이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그는 어리숙한 외모와 다른 진중한 눈빛으로 고개를 숙였다.
“준비는 되었나요?”
“예. 모두 대기 중입니다.”
앨런이 무겁게 턱을 주억거렸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절대 먼저 시비를 걸면 안 돼요. 빗물에 옷이 젖듯이 아주 조금씩 백검룡의 신경을 건드려서 그쪽이 먼저 움직이게 해야 합니다.”
“예.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믿겠습니다.”
희극제가 만족스레 미소를 짓자, 앨런이 다시 인사를 하고서 집무실을 나섰다.
“아!”
메케인은 이제야 희극제의 뜻을 알아차린 듯 입을 떡 벌렸다.
‘라온 지그하르트.’
희극제는 조용히 닫히는 문을 보며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는 내 차례야.’
* * *
라온이 여러 번 방문했던 교역도시 카멜룬 뒤편으로 시선을 옮겼다.
본래 황금빛 들판이 펼쳐져 있던 대지에 거대한 도시가 세워져 있었다. 완성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지 도시의 외관은 마른 빵 같은 회색빛을 띄고 있었다.
‘저런 도시를 그 짧은 시간에 만들었다는 건가.’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저런 규모의 도시를 세우다니, 신주오령은 예상 이상의 힘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신주오령 다섯이면 육황오마 중 셋은 감당할지도….’
본부는 따로 둔 채 저 정도 도시를 만든 인력과 재력을 보니, 희극제 만이 아니라 신주오령 전체가 위험해 보였다.
“여기에 저런 도시가 있었나?”
“와, 그 사이에 저걸 만들었다고?”
“신주오령 미쳤는데….”
“으음….”
광풍대 검사들도 도시를 보고 놀란 듯 입을 동그랗게 벌렸다.
라온이 도시를 쭉 훑어내린 후 뒤를 돌았다.
“저곳이 신주오령의 도시 바레네다.”
이전에 데닝로즈에게 들었던 정보였기에 검사들에게 바레네에 관해 간략하게 소개해주었다.
“출발할 때 말했듯이 너희에게는 지그하르트의 명예가 달려 있으니, 언행에 조심하도록.”
“예!”
검사들은 입을 아예 다물겠다는 듯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주님.”
“눼이.”
말허리에 드러누워 있던 리메르가 귀찮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난 어차피 도박장이나 돌아다닐 거니까. 알아서들 하셔.”
그는 본인을 신경 쓰지 말라며 손을 저었다.
‘그게 나을 수도 있겠네.’
옆에서 사고를 치느니, 시작부터 빠지는 게 더 좋아 보였다. 물론 희극제를 조롱할 때는 그가 필요하겠지만.
“알겠습니다.”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다시 광풍대를 보았다.
-네 녀석.
라스가 옆으로 와서 동그란 손으로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그 여자에 대한 대비는 했느냐?
‘희극제?’
-그렇느니라. 네놈에게 조롱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제정신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 보통 인간이 아니니라.
‘그야 그렇지. 다만 그녀가 뭘 준비했는지는 알 것 같아서.’
바레네의 입구 앞에 선 사람들을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알 것 같다고?
‘그래. 그 여자는 굉장히 자존심이 강해. 그래서 그 자리에서도 끝까지 참은 거야. 화를 내면 진다고 생각하니까. 보통 그런 사람들은 당한 대로 갚아주고 싶어 하는 성격이거든.’
-확실히….
라스가 마계에도 비슷한 놈들이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내가 준 것과 비슷한 굴욕을 주고 싶어 하겠지.’
희극제가 지금까지 사용하는 수를 보면 그녀가 어떻게 움직일지 대충이나마 예측이 갔다.
라온이 광풍대를 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다.
“내가 바레네에서 평소보다 조금 튀는 행동을 할 수도 있으니까. 알아서 이해하고 보조하도록.”
“튀는 행동?”
“너 원래 튀잖아.”
“그러게.”
버렌, 마르타, 루난이 너는 서 있기만 해도 튄다며 눈매를 찡그렸다.
“그런 뜻이 아니야.”
라온이 도시 바레네를 보며 스산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대주님처럼 놀아보려고.”
* * *
앨런은 바레네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환영하는 구경꾼들 사이에 숨어 눈동자를 굴렸다.
‘이제야 오는군.’
저 멀리서 지그하르트의 문양을 드러낸 광풍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강하게 건드리지 말라고 하셨지.’
희극제는 처음부터 센 자극이 아니라, 아주 작게 시작해서 라온이 함부로 움직일 수 없게 하라고 했었다.
‘그거야 자신 있지.’
백경의 무인들은 모두 정보전에 관한 교육을 받는다. 상대를 자극하는 일은 누워서 빵 먹기나 다름없었다.
‘특히 저놈이라면 얼마든지.’
백경 소속 무인에게 희극제는 신이다. 그녀에게 시비를 걸고 조롱한 라온을 건드린다고 생각하자 저절로 기운이 차올랐다.
‘그분의 굴욕을 몇 배로 돌려주마.’
지금 이곳에는 다른 동료들도 함께 하고 있었다. 미리 입을 맞췄기에 문제가 생길 일 따위는 없었다.
앨런은 천천히 숨을 고르며 광풍대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쿠구구구구!
광풍대는 다른 이들과 달리 한 자루 검처럼 매서운 기세를 풍기며 성문 앞으로 다가왔다.
가장 앞에는 입을 저절로 벌어지게 만드는 금발적안의 미청년이 있었는데, 그에게는 특별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저게 라온 지그하르트인가.’
기운을 갈무리하고 있는지 다른 검사들보다 훨씬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예상보다 일이 훨씬 쉽게 풀릴 것 같았다.
앨런은 다른 동료들과 신호를 맞춘 후 눈동자에 사나운 기세를 담았다.
살기가 아니다. 느끼는 순간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종류의 관찰하는 시선이었다.
“저자가 라온 지그하르트인가.”
옆에 있던 동료가 먼저 운을 뗐다.
“그런 것 같네.”
앨런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매를 비틀었다.
“듣던 것과 달리 비실비실….”
그 말을 할 때 앞으로 향하던 라온의 시선이 돌아갔다.
“동태 눈깔로 뭘 꼬라 보냐?”
그는 대놓고 상스러운 말을 중얼거리며 눈동자를 부라렸다.
‘됐어!’
앨런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멍청한 놈!’
고작 시선만으로 이렇게 쉽게 술수에 걸릴 줄은 몰랐다. 예상보다 훨씬 멍청한 놈이었다.
“지금 뭐라고 하셨소! 어디서 감히 그런 말을!”
앨런이 미리 준비했던 대사를 읊으며 인상을 구겼다. 이제 다른 이들이 동조하며 라온을 향해 비난을 날릴 것이다.
하지만 주변인들은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미친놈처럼 쳐다보고 있었다.
“어…?”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473화
지 은 이 글개미
발 행 처 다온크리에이티브
기획 / 편집 / 제작 김태현
표 지 알터
ISBN 979-11-6730-123-9 (05810)
ⓒ2021, 글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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