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472화 (472/653)

제472화

‘…깽판?’

라온이 느릿하게 눈을 꿈벅였다.

‘깽판이라고 하신 거 맞지?’

글렌의 입에서 절대 듣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단어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라온이 목을 가다듬으며 글렌을 올려 보았다.

“지금 깽판을 칠 수 있냐고 물어보신 게 맞습니까?”

“그렇다.”

글렌이 평소와 같은 건조한 눈빛으로 손에 든 봉투를 흔들었다.

“작년에 희극제가 신주오령의 축제가 열린다고 했던 말을 기억하느냐?”

“예.”

희극제는 지그하르트를 떠나기 전에 신주오령의 설립을 기념하는 축제가 열릴 거라며 초대하겠다고 했었다.

“이번에 백경에서 정식으로 초대장이 날아왔다.”

“아….”

글렌이 손에 들고 있는 하얀 고래 문양의 편지가 그 초대장인 것 같았다.

“지그하르트의 고위 인사가 와서 신주오령의 설립을 축하해주길 바란다는 개소리를 하더구나.”

그는 초대장을 태워버릴까 고민하는 듯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음….”

라온이 편지 중앙에 새겨진 백경의 문양을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희극제. 또 시작인가.’

남의 명성을 빌리려는 추잡함은 여전해.

희극제가 저 초대장을 보낸 이유는 단순하다.

만약 지그하르트가 간다면 그 명성을 이용하여 육황의 인정을 받았다고 선언하기 위함이고, 가지 않는다면 육황이 겁을 먹었다는 소문을 은밀하게 흘리려는 것이다.

지그하르트가 가도 혹은 가지 않아도 백경과 신주오령에 이득만 되는 상황이었다.

방향은 다르지만, 간단하고 단순한 방법으로 쉽게 이득을 챙기려는 그녀의 계책은 변하지 않았다.

‘이제 희극제의 성격이 대충 예상이 가.’

-본왕도 알 것 같으니라.

라스가 옆으로 다가오며 인상을 구겼다.

-말 그대로 쥐새끼이니라. 본인의 힘으로 사냥할 생각은 없고, 남이 버린 것을 주워 먹기만 할 뿐이니라!

녀석도 희극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인상을 구겼다.

‘그렇지. 다만 그릇이 좀 큰 쥐새끼야.’

희극제는 지그하르트에서 굴욕을 당했음에도 직접 움직여서 백경에 관한 안 좋은 소문이 퍼지는 것을 막았다.

그때도 느꼈지만, 정신력 하나만큼은 정말 대단한 여자였다. 한 번 꺾었다고 무시할 상대가 아니었다.

라온이 희극제를 떠올리며 미간을 찌푸릴 때 글렌이 옥좌의 팔걸이를 가볍게 두드렸다.

“이 초대장을 태우고 무시하려 했는데, 네 생각이 떠올랐다.”

“제 생각이라면….”

“이 자리에서 입심만으로 희극제를 짓밟지 않았느냐.”

글렌이 턱을 괴고 있던 손을 떼며 입매를 말아 올렸다. 처음 보는 미소. 그때의 깽판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여기서 했던 것처럼 신주오령의 축제에 가서 깽판을 칠 수 있겠느냐.”

“음….”

라온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시선을 내렸다.

‘그때와는 상황이 달라.’

희극제를 마음껏 조롱할 수 있었던 건 그녀가 지그하르트에 찾아왔기 때문이다.

똥개도 제 집에서는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말처럼 이곳이 지그하르트였고, 글렌의 앞이었기에 희극제를 짓이길 수 있었다.

하지만 지그하르트를 떠나서 백경의 세력권에 들어간다면 그때처럼 마음대로 행동하기 힘들다.

‘안 될 거 같은데.’

거절하기 위해서 입을 열려고 할 때 뇌리에 희극제의 당당해 보이는 얼굴이 스쳤다.

‘그러고 보니….’

희극제가 원하는 건 전과 같잖아.

그녀는 이번에도 지그하르트의 명성을 원하고 있었다. 즉, 미끼를 들고 잘 흔들면 그녀의 계획을 역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크게 달라질 건 없어.’

내 무력과 지위에 비해 나이가 어린 건 여전하니까.

‘깽판 이차전이라….’

라온이 마음을 정하고서 시선을 들어 올렸다.

“가능하지만, 한 가지 필요한 게 있습니다.”

“그게 뭐지?”

글렌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부드럽게 들려왔다.

“저희에게 지그하르트를 등에 업을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합니다.”

“단순한 손님으로 가는 게 아니라, 권한을 가진 간부로 설립식에 참여하겠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겠군.”

그는 턱을 매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깽판 칠 수 있나?”

“제가 사춘기 끝물이라, 마지막 불꽃을 태울 자신은 있습니다.”

“마지막 불꽃이라. 기대되는구나.”

글렌이 손가락을 튕기자, 눈앞의 공간이 갈라지며 황금색 불꽃에 휩싸인 검의 문장이 튀어나왔다.

“네 의지가 내 뜻이 된다는 표식이다. 이거면 되겠지?”

“아….”

라온이 검의 문양을 받으며 손끝을 떨었다. 서류나 한 장 적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가주의 뜻을 대신한다는 문장을 내어줄 줄은 몰랐다.

“이건 너무 귀중한….”

“괜찮다. 사춘기의 폭풍을 제대로 일으키고 돌아오도록.”

글렌이 손을 저으며 연한 미소를 그렸다.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라온은 글렌과 닮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가는 대로 이 문양은 광풍대주에게 넘겨서….”

“무슨 소리냐.”

글렌의 음성이 처음으로 굽이쳤다.

“정말 그놈에게 주겠다고?”

그 말에 이 문양을 가진 리메르가 무엇을 할지가 떠올랐다.

[이거 팔면 얼마에요? 순금인가?]

[내가 지그하르트의 전권을 받았다고! 거래? 그래 해줄게! 그럼 나한테 떨어지는 건 얼마인데?]

[이거면 도박 빚 갚을 수 있어? 뭐냐고? 지그하르트의 전권을 얻을 수 있는….]

천기를 보는 것처럼 1초도 되지 않는 순간에 리메르가 이 문양으로 무엇을 할지가 떠올랐다.

-본왕도 머리에 그려지느니라.

라스가 인상을 확 찌푸렸다.

-귀때기놈 아이스크림 매장을 통째로 사고도 남을….

‘그건 너나 그렇고.’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어찌 되었든 이건 절대 리메르의 손에 넘어가서는 안 될 물건이었다.

“제가 챙기겠습니다.”

“좋은 판단이다.”

글렌에게 고개를 숙이고 문양을 품에 넣었다.

“그리고….”

그의 손짓에 옥좌 뒤에 서 있던 셰릴이 앞으로 나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천검대가 광풍대를 호위할 것이다.”

“잘 부탁해.”

셰릴이 가볍게 손을 털었다.

“호위라니….”

라온이 입을 떡 벌렸다.

‘배보다 배꼽이 큰 거 아니야?’

아무리 그녀가 깽판을 부리기 힘든 위치에 있다고 해도 호위로 보내는 건 낭비 같았다.

“현재 카멜룬 인근은 터지기 직전인 마법진과 다를 바가 없다.”

글렌이 그 생각을 알아차린 듯 눈빛을 가라앉혔다.

“네 무력은 인정한다만, 그건 나이에 비할 경우다. 아직 대륙에는 너보다 강한 이들이 많이 남아 있다. 대책도 없이 움직이는 건 좋은 행동이 아니야.”

“맞아. 혼자 가고 싶지만, 난 이미 질풍노도의 시기가 지나가서 마음대로 못 놀 거든.”

셰릴이 뒷목을 주무르며 담백한 미소를 지었다.

라온이 글렌과 셰릴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긴 해.’

신주오령이 대륙의 빈틈을 먹어 치운 이후로 이곳저곳에서 크고 작은 전쟁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었다.

그런 신주오령의 설립식이라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르기에 대책 필요한 건 맞았다.

‘다만 너무도 확실한 대책이군.’

글렌의 호위나 다를 바 없는 셰릴이 따라와 준다고 하니, 가슴이 든든해졌다.

“알겠습니다.”

라온이 글렌과 셰릴에게 고개를 숙였다.

“판을 깔아주셨으니, 출장 깽판 한 번 제대로 쳐보겠습니다.”

* * *

글렌이 눈을 내리감은 채 입가에 작은 미소를 흘렸다.

“허허허.”

로엔이 따스함이 담긴 눈동자로 글렌을 올려보았다.

“즐거우신가 보군요.”

“말이 재밌잖느냐.”

글렌이 라온이 서 있던 카펫을 보며 손가락을 들었다.

“출장 깽판이라니, 그런 자신감은 누구도 내비치지 못할 것이야.”

라온은 제대로 놀아보고 오겠다는 듯 출장 깽판을 선언하고 알현실을 떠났다.

그 등이 너무도 믿음직스러워서 시원하게 두드려주고 싶을 정도였다.

“그렇지요. 언제나 저희의 생각을 뛰어넘으시니까.”

로엔이 글렌을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깽판을 떠나서 좋은 기회기는 합니다. 신주오령의 수장과 후계자들을 만나며 많은 경험을 쌓고 올 테니까요.”

셰릴의 뺨에 연한 열이 올라왔다. 그곳에 가서 라온이 무슨 짓을 할지 기대되는 표정이었다.

“맞는 말이다.”

글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게 가장 중요하지.”

희극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건 맞지만, 무시하면 그만이다.

라온을 설립식에 보내는 건 그가 지그하르트의 이름을 짊어지고 경험을 쌓기를 바라기 때문이었다.

‘그럼 그 녀석도 조금 더 후계자에 뜻을 가지게 될 테지.’

라온은 아직도 후계자에 큰 생각이 없다. 자격이 되지 않는 이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이번 기회에 지그하르트의 이름을 걸고 그 책임과 중요성을 알기를 바랐다.

글렌이 옥좌에 깊게 등을 묻으며 눈을 내리감았다.

‘어떻게 변해서 돌아올지 기대가 되는군.’

* * *

라온은 가주전을 떠난 후 5연무장으로 돌아갔다. 수련을 중지시킨 뒤 모두를 단상 앞으로 불러왔다.

“무슨 일이에요?”

도리안은 벌써 불안함을 느낀 듯 배 주머니를 쓱쓱 문질렀다.

“타이밍이 별로네.”

“딱 좋은 순간이었는데!”

“아쉬웠어.”

버렌, 마르타, 루난은 마크 괴튼을 꺾기 직전이었다면서 인상을 구겼다.

“저도 숨겨둔 수가 있었습니다.”

마크 괴튼이 그건 어려울 거라며 고개를 저었다.

“주목.”

라온이 손을 들자, 각자 떠들던 광풍대가 입을 다물고 정렬하여 차려 자세를 취했다.

“새로운 임무가 들어왔다.”

“임무?”

“하긴 때가 됐지.”

“작년 말부터 수련만 계속했으니까.”

광풍대 검사들은 임무를 반가워하며 들뜬 듯한 미소를 지었다.

“무슨 임무인가요?”

크레인이 가장 먼저 손을 들어 올렸다. 떨어지는 것도, 질문도 가장 빨랐다.

“신주오령이 다섯 단체의 설립을 축하하는 축제를 여는데, 백경의 희극제가 우리 가문을 초대했다.”

라온이 눈매를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까지가 겉으로 드러난 것이고, 실제로는 한 번 더 지그하르트의 이름을 이용해보겠다는 거지.”

그 말에 광풍대의 눈동자에 스산한 빛이 피어났다.

“또 그 짓인가?”

버렌이 인상을 찌푸리며 검집을 툭 쳤다.

“그 새끼들은 팔이 없어 다리가 없어. 왜 자꾸 우리 이름을 팔아먹으려는 건데!”

마르타가 당장 달려들고 싶은 듯 이를 갈았다.

“빨판상어.”

루난은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진짜 한심한 놈들이네요.”

“제 놈들 명성이 낮으니까. 눈에 뵈는 게 없나?”

“더러운 놈들.”

다른 검사들도 신주오령의 행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럼 임무는….”

“맞아. 그 축제에 광풍대가 지그하르트를 대표하여 참여하게 되었다.”

“대표?”

“음.”

대표라는 말에 광풍대의 눈빛이 달라진다.

자부심을 가진 이도, 부담스러워하는 이도 있었지만, 검사들의 눈동자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가 지그하르트를 대표하게 되니,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조심해야 할지 각자 생각해보도록. 출발은 이틀 뒤다. 해산.”

“예!”

라온은 외침에 광풍대가 고개를 숙이고서 연무장을 떠났다.

서릿발 같은 기운이 흐르는 검사들의 등을 보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임무라. 귀찮네.”

뒤에서 들린 가느다란 음성에 라온이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돌아온 리메르가 침낭에서 기어 나오고 있었다.

“귀찮아도 가셔야죠.”

라온은 리메르가 오는 것을 느꼈기에 잔잔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냥 싸우는 거면 편한데 그게 아니잖아.”

“그건 그렇죠.”

“그런데….”

리메르가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혹시 가주님이 뭐 주신 거 없어?”

평소에 눈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 이런 쪽에 있어서는 감각이 좋았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라온은 리메르의 의심을 풀기 위해서 담담한 음성을 흘렸다.

“그 양반 성격이면 대표로 보내면 뭐 하나는 줬을 텐데?”

“그런 거 없어요.”

리메르의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대표라 보증 하나는 줄 사람인데.”

그가 손가락을 슥슥 비볐다.

“없습니다.”

“아니, 분명….”

“없다고.”

라온이 인상을 구기자 리메르가 슬쩍 뒤로 물러났다.

“아니면 말지. 왜 화를 내냐.”

그는 진짜 망나니가 되어가냐며 등을 돌렸다.

라온은 품에 넣어둔 표식의 온기를 느끼며 고개를 저었다.

‘귀신 같은 인간.’

아니, 엘프.

* * *

로베르트 가문의 중추에 세워진 가주의 집무실.

데루스 로베르트는 살피고 있던 서류에 서명을 마치고 펜을 내려놓았다. 책상을 톡톡 두드리던 그의 손이 좌측에 놓인 편지를 집었다.

그 편지는 글렌이 들고 있던 것과 마찬가지로 백경의 표식이 새겨져 있었다.

“백경이라.”

데루스는 봉투에 그려진 하얀 고래를 매만지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시리스.”

그의 부름에 책장의 그림자 속에서 검은 갑주를 두른 남자가 튀어나왔다.

“부르셨나요?”

시리스라 불린 연한 인상의 청년이 고개를 숙였다.

“백경의 상태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요. 희극제가 본래 얻으려던 명성은 안개처럼 흩어졌지만, 망가지던 평판은 간신히 잡았으니까. 그래도 이름값과 지명도가 떨어졌으니, 손해라고 보는 게 맞겠네요.”

그는 멍청한 희극제라고 중얼거리며 혀를 찼다.

“멍청하다라….”

데루스가 입맛을 다시며 백경의 초대장을 내려놓았다.

“그건 아닐 거다.”

“예?”

“희극제의 계략은 꽤 뛰어났어. 알아차리기는 쉽지만, 막는 건 쉽지 않지. 하지만….”

그가 장갑을 끼고 있는 손을 매만졌다.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있었지. 라온 지그하르트. 가볍게 대화나 하고 끝내야 할 놈에게 당했으니, 제정신을 유지한 것만으로 칭찬을 해주는 게 옳다.”

“전 거기서부터 믿기지가 않아요. 글렌은 물론이고, 지그하르트 간부들이 가득 차 있는데 고작 부대주인 녀석이 뭘 했다는 게 가당키나 한지.”

시리스가 이해가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라온 지그하르트가 검술의 천재라는 건 인정하겠는데, 그런 지능적인 부분은 좀 모자라 보이는데. 놈을 너무 높게 평가하시는 것 아닌가요?”

“높게 평가한다? 오히려 낮게 평가해서 놈이 아직까지 살아 있는 거다.”

데루스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라온 지그하르트는 지식이나, 지능으로 판단할 놈이 아니다. 난잡한 상황을 꿰뚫는 통찰력과 알게 된 해결법을 바로 실행하는 행동력이 중점이지. 놈은 그 귀한 재능을 타고났다.”

직접 만났던 라온 지그하르트는 놀라운 통찰력과 행동력을 지니고 있었다. 놈이라면 충분히 소문대로의 행동을 할 수 있었다.

“지식과 지능 따위 없어도 놈은 본능적으로 괴물이다.”

“음….”

시리스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만약 지그하르트에서 이 설립 축하식에 사람을 보낸다면 라온이 갈 가능성이 높아.”

“간다면 그렇겠죠. 좋은 모습을 보였으니, 가서도 지그하르트의 존재감을 드러내길 원할 겁니다. 다만 갈 일 자체가 없을 것 같은데요.”

“그야 그렇지.”

데루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그는 고민이 되는 듯 편지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설마 가시려는 겁니까?”

“그놈은 최대한 빨리 제거하는 게 옳으니까.”

“아니, 죽이는 건 간단하잖아요.”

시리스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사실 이전에 말했듯이 이독제독을 하기엔 최적의 조건이지.”

“그런데 왜….”

“독이 하나 더 끼어들면 상황이 망가지니까.”

데루스가 손에 끼고 있는 장갑을 보며 눈매를 좁혔다.

“혹은 독이 두 개 더 끼어들 수도 있지. 예측불허다.”

그는 신주오령에 육황오마 중 어디가 올지 모른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럼 절 보내주십시오.”

시리스가 고개를 숙였다.

“너를?”

“예. 혹여나 이독제독이 안 된다면 결국 써야 하는 건 칼이죠. 그 아이들도 완성되었으니, 시험을 해보기에 좋을 겁니다.”

“흐음….”

데루스가 손가락을 까딱이자, 허공에서 푸른 차원이 열리고, 사람 얼굴만 한 상자가 튀어나왔다.

그가 상자를 툭툭 치자 안에서 딱딱한 무언가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할까.”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472화

지 은 이 글개미

발 행 처 다온크리에이티브

기획 / 편집 / 제작 김태현

표 지 알터

ISBN 979-11-6730-123-9 (05810)

ⓒ2021, 글개미

※ 이 전자책은 대한민국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저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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