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470화 (470/653)

제470화

렉타르가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글렌을 죽일 수 있냐고?’

가벼운 어투로 물어보았다면 바로 대답했겠지만, 련주의 시선에서 피어난 건 오싹한 살의였다.

그는 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글렌을 죽일 수 있냐는 물음을 던졌다.

‘못 이겨.’

글렌도, 지금 눈앞에 있는 련주도 이길 수 없다. 같은 선상에 있다고 해도 그 둘은 이미 한참 앞을 걷고 있었다.

렉타르가 울렁거리는 심장을 다잡았다.

“명하신다면 따르겠습니다.”

“내 질문을 잘못 알아들었군.”

련주는 기대한 대답이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난 글렌을 죽일 수 있느냐 없느냐를 물었다. 수단, 방법 따위는 상관없이.”

“으음….”

역시 말을 돌리는 건 통하지 않았다. 단호하면서 직선적인 성격은 여전했다.

“지금 제 무력으로 글렌 지그하르트를 죽일 가능성은 1할도 되지 않습니다. 기습도 불가능에 가까우니, 자신 있다는 말은 거짓으로도 할 수 없습니다.”

“역시.”

련주는 그럴 줄 알았다며 잔잔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는 어떤가.”

“예?”

“나를 죽일 수 있겠나?”

“그 또한 자신 없습니다.”

렉타르가 고개를 숙였다. 사실이다. 련주 역시 어떤 수를 써도 죽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글렌과 련주는 서로가 직접 나서지 않는 이상 죽지 않을 것이다.

“흐음, 만검주는 여전히 재미가 없군. 그럼 이건 어떨까?”

련주의 입매가 칼끝처럼 비틀어져 올라갔다.

“라온 지그하르트. 그 아이의 목은 가져올 수 있겠지?”

렉라트는 본인도 모르게 땅을 짚은 손을 떨었다.

‘지금 무슨 소리를….’

라온의 목을 가져오라는 말이 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에 부동심이 무너질 뻔했다.

다만 그 찰나의 순간 떠나기 전에 보았던 라온의 웃는 얼굴이 떠오르며 정신의 기둥이 다시 섰다.

“련주님….”

“이제 21살이 되는 아이가 마스터 최상급. 그것도 무스턴을 압도하여 꺾을 정도라면 서른 전에 그랜드 마스터에 오를 가능성이 있지. 그 와중에 소속은 육황에서도 지그하르트잖나. 미리 제거할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렉타르가 볼 안쪽 살을 씹었다. 혀끝에 도는 비릿한 피맛을 느끼며 눈빛을 가라앉혔다.

‘흔들려서는 안 돼.’

얼마 전까지 존재조차 몰랐던 친손자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지금 당장 련주의 목에 검을 박아 버리고 싶었지만, 그 아이를 위해선 참아야 했다.

“가능합니다.”

렉타르는 감정이 끼지 않은 담백한 음성으로 라온의 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읊조렸다.

“지그하르트까지 따라갔으면 꽤 친해졌을 텐데? 정말 괜찮나?”

“련보다 중요한 건 없습니다.”

“믿음직스럽군. 다만….”

련주는 가벼운 웃음을 흘리며 손을 저었다.

“고작 그따위 일에 마지막 명령을 사용할 수는 없지. 거기다 난 그 아이가 조금 더 성장했으면 좋겠거든.”

그가 뒷목을 매만지며 하늘을 올려 보았다.

“21살에 마스터 최상급에 오른 괴물이 얼마나 더 성장할지 궁금하지 않나?”

“그건….”

“분명 초월의 영역까지 들어오겠지. 그런 장난감을 빨리 죽이는 건 손해야.”

련주가 턱을 내린다. 검을 세운 듯한 눈동자에 비치는 건 지독할 정도의 투쟁심. 강자와 싸우고, 검의 경지를 높이기 위한 욕망이 이글거리며 타올랐다.

그저 강하고, 그저 날카롭다. 말 그대로 하나의 검. 련주는 대륙의 모든 인간 중 가장 검에 가까운 존재였다.

“이제 장난은 그만두지.”

련주가 신검의 눈동자를 돌렸다.

“만검주에게 마지막 명령을 내리겠다.”

“명을 받듭니다.”

렉타르가 다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성검련이 다시 문을 열 때 선두에서 길을 열도록.”

“…진심이십니까?”

자신도 모르게 입술이 떨렸다.

“그렇다면?”

“만검주가 련의 전쟁에 나서는 일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렉타르가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대체 무슨 생각을….’

성검련 내부에 많은 검주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만검주는 특별하다.

련 소속을 밝히지 않은 채 대륙에 나가서 수많은 검술을 마주하고 기록하여 련의 검술을 발전시켜야 하기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직책이었다.

지금까지 스무 명이 넘는 만검주가 그 역할을 이어왔지만, 본래의 정체를 드러내며 련과 함께 싸운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지금 련주는 성검련의 전통을 깨려 하고 있었다.

“당연히 알고 있다. 다만 그 전통은 전대 련주들의 단순한 배려였다. 평생을 떠돌아다닌 만검주에 대한 보상일 뿐이지 강제적인 요소는 없어.”

련주가 눈을 내리감으며 장포에 새겨진 신검을 문양을 매만졌다.

“역대 만검주 중 최강인 자네를 그냥 은퇴시키는 건 아깝잖아?”

“련주….”

“이 자리에서 정하도록.”

그가 손을 들어 올렸다. 길게 뻗은 손가락에 신검의 날이 깃들었다.

“죽을 텐가. 따를 텐가.”

렉타르는 그 말에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당연히 죽음이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이 늙은 목숨 따위 당장 죽어도 상관없다. 하지만….’

라온. 그리고 실비아.

간신히 찾아낸 손주와 며느리. 망할 아들 녀석이 제 몫을 하고 가지 않았으니, 그 둘의 행복을 자신이 이루어주어야 했다.

‘여기서 남는 게 나아.’

련주는 노골적으로 라온을 노리고 있다. 그의 수작을 막기 위해서라면 이곳에서 남아 그 아이를 지키는 계획을 짜는 게 옳았다.

‘거기다….’

정신을 차린 제자 녀석도 있고.

깨달음을 얻고, 라온을 따르기 시작한 무스턴에게 가르치지 못한 것도 많았다.

지금은 버티고 버텨서 모두를 살릴 방법을 찾아야 했다.

‘지옥에 갈 준비는 끝냈어.’

이곳에 돌아올 때부터 수라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었다. 다시 한번 의지를 다지고서 고개를 들었다.

“따르겠습니다.”

렉타르의 눈동자가 고고한 창공의 바람을 휘감았다.

“좋은 선택이야.”

련주가 손을 내려 렉타르의 어깨를 두드렸다.

“지금부터 자네를 혈검주로 명하지.”

“….”

“그대의 검에 피가 멈추지 않기를.”

* * *

라온은 아이스크림 파티를 끝낸 후 5연무장의 숙소로 향했다.

-으하함….

머리 위에 드러누운 라스가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도톰한 손을 까딱였다.

-본왕은 배가 터질 것 같으니라. 오랜만에 만족하였으니, 시끄럽게 굴지 말고, 잠이나 자자.

녀석은 오동통하게 부풀어 오른 배를 매만지며 집으로 돌아가자고 떠들어댔다.

33가지 아이스크림을 모두 맛보고 크게 만족한 것 같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다니까.

영체 주제에 맛을 느끼는 것도, 지입으로 먹는 게 아닌데 배가 뿔룩 튀어나오는 것도 어이가 없었다.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흥, 오늘은 아량 넓은 본왕이 이해해주마.

라스는 평소보다 훨씬 부드러운 어투로 고개를 저었다. 아이스크림의 효과인 것 같았다.

‘아량이 아니라, 뱃살이 넓겠지.’

라온이 묵직해진 라스를 밀어내며 숙소로 들어가려고 할 때 우측에서 작은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음성이었기에 조용히 그쪽으로 향했다.

“음?”

숙소에 딸린 소연무장에서 리메르와 버렌, 마르타, 루난이 함께 있었다.

속성에 관한 수련을 했는지 바람과 대지, 서리의 향이 짙게 풍겼고, 바닥은 난장판이었다.

-아이스크림 소녀도 있군.

‘이래서 빨리 간 건가?’

루난이 아이스크림을 남겨두고 집에 간다고 하길래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수련 때문이었던 것 같다.

“후우욱….”

세 조장은 지친 듯 거친 숨을 내쉬며, 땀을 쓸어내렸다.

“오늘은 여기까지.”

리메르가 파리를 쫓듯이 손을 휘휘 저었다.

“그만들 가라.”

“조금 더….”

버렌이 무릎을 잡고 입술을 깨물었다.

“조금 더 해주십시오!”

“난 아직 시작도 안 했어!”

마르타가 이를 악물며 뜨거운 시선을 일으켰다.

“나도.”

루난은 별관에서 보았을 때와는 사람 자체가 달라진 듯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들아.”

리메르는 세 사람의 시선을 마주하며 콧잔등을 찌푸렸다.

“내가 말했지. 급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아직 더….”

“여기서 조금 더 한다고, 검계가 빨리 열리는 일은 없어. 오히려 부상 때문에 성장이 늦어질 거다.”

그의 손가락 위로 푸른 바람이 응집되었다. 모여든 바람이 펼쳐지며 그물과도 같은 형상을 이루었다.

“속성을 다루는 건 육체와는 달라. 급할수록 천천히 가야 해. 응집, 변화 그리고 강화를 이룬 이후에야 검계 형성에 관한 기초가 이루어진다. 지금 좀 빨리 간다고 되는 게 아니야. 검계는 단순한 무학이나, 경지가 아니라, 무인의 삶이니까.”

공터를 휘감았던 바람이 다시 리메르의 손가락 끝으로 모여들었다.

“지금 너희가 하는 훈련은 검계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너희의 심상과 무학 모두에 영향을 주고 있어. 과하게 하면 빠르게 망가질 뿐이야.”

“끄응….”

마르타가 대답을 못 하고 인상만 구겼다.

“원래부터 1년 안에 이룰 목표가 아니었잖아. 여유를 가져. 너희의 이상은 높잖아.”

리메르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털었다.

“귀찮아서 그러시는 거 아니죠?”

“그, 그럼! 내 눈을 봐라!”

그의 눈동자는 돌을 던진 개울처럼 선명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많이 흔들리는데요?”

“어디 아파요?”

“시계추?”

버렌, 마르타, 루난이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어허!”

리메르가 고개를 홱 돌렸다.

“아니라고! 내 머릿속엔 우리 광풍대 생각뿐이야!”

그는 절대 아니라며 손을 휘저었다.

“어쨌든 오늘은 여기까지! 개인 훈련도 했을 테니까. 무리하지 마!”

“난 안 했는데.”

루난이 번쩍 손을 들었다.

“오늘 아이스크림 먹었어요.”

그녀는 연하게 반짝이는 눈으로 더하고 싶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몰라! 나 도박장에 약속 있다고! 꺼져!”

리메르는 귀를 틀어막은 채 조장들을 걷어차기 시작했다.

“싫어. 안 가.”

“더 해달라고 이 게으름뱅이야!”

“도박은 무슨 맨날 털털 털리면서!”

한참 동안 실랑이를 벌인 후에 세 사람이 인상을 구기며 숙소를 떠났다.

“어휴….”

리메르가 이마에 손을 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루하루가 지치네.”

지친다는 말과 달리 그의 입가에는 연한 미소가 피어나 있었다.

“이제 나와라.”

리메르가 라온이 모습을 감추고 있던 나무에 손짓했다.

라온이 리메르의 앞으로 걸어갔다. 조금 전 불었던 바람 때문에 그가 눈치채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넌 또 왜 왔냐? 안 어울리게 숨어 있기나 하고.”

“수련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라온이 세 조장이 떠난 방향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다 끝났는데 뭘.”

리메르가 어깨를 으쓱였다.

“요즘 저놈들이 밤마다 찾아와서 아주 죽겠어. 놀 시간이 없다. 돈도 없지만.”

그는 왜 본인은 행복할 수가 없냐며 인상을 구겼다.

-한심한 귀때기.

라스가 리메르를 보며 혀를 찼다.

-행복은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인데, 기다리고 있으니 오질 않지!

녀석은 행복은 제 손으로 붙잡아야 한다며 동그란 손을 들어 올렸다.

‘…….’

세상이 억지로 깐다며 억까 어쩌고 하더니, 아이스크림 하나로 다 풀린 것 같았다. 정말이지 너무 쉬운 마왕이었다.

“그래서 넌 왜 온 거냐? 이 대주님은 지금부터 화려한 시간을 보내야 해서 바쁘거든? 용건만 빠르게 해.”

리메르는 하늘을 가리키며 손목을 툭툭 쳤다.

“여쭈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왔습니다.”

“너 혹시 시간은 금이라는 소리 들어봤냐?”

리메르가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내 시간을 사려면 그만한 대가를 주어야지.”

“대가요?”

“가주님께 보상도 받았을 거 아니야. 거기서 살짝만 내주면….”

그가 손가락을 살살 비빌 때 아공간 주머니에서 여섯 개의 철통을 내려놓았다.

“헉!”

쿵 소리를 내며 땅을 흔든 철통을 본 리메르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이, 이렇게나 많이 줄 필요는 없는…어?”

리메르가 히죽이며 철통의 뚜껑을 열다가 인상을 구겼다.

“이거 아이스크림이잖아! 이것도! 아니, 다 아이스크림이야?”

그는 여섯 개의 철통 중 다섯 개를 열어보고 입을 떡 벌렸다.

-얌마! 그거 본왕의 것인데, 왜 저 귀때기에게 주는 것이냐!

라스가 라온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인상을 구겼다.

“일단 여쭈어보고 싶은 건 검계현신에 관한 겁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불과 얼음을 모두 사용하고, 심상에는 검술을 쌓아두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라온은 대가를 주었으니 답을 하라는 듯 질문을 시작했다.

“아….”

리메르가 라온을 보며 입을 떡 벌렸다.

‘요놈 점점 미쳐가는데?’

희극제를 조롱할 때도 느꼈지만, 마인드 자체가 개망나니로 변해가는 것 같았다.

나름 스스로를 망나니라 생각하는 자신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하긴 좀 미쳐도 이게 낫나?’

예전 라온은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고, 모든 일을 직접 해결하려 했다. 꼭 떠나려는 사람처럼, 타인을 거부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광풍대를 가족처럼 여기며 가문 내에서 작지 않은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

쭈구리 같았던 제자 녀석이 정신적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니, 망나니가 되었어도 나쁜 느낌은 아니었다.

“제가 어떤 속성으로 검계를 만들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라온은 은은한 미소를 짓는 리메르를 보며 고민하던 바를 말했다.

“흐음….”

리메르가 뚜껑을 열지 않은 마지막 아이스크림 통에 걸터앉으며 입맛을 다셨다.

“사실 난 방법이 없었어. 검계현신은 혈계무학. 검술로 검계를 만드는 게 불가능해서 바람을 선택했을 뿐이야. 반면에 너는 가능성이 넘치지.”

그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주님처럼 절대적인 무학을 담을 수도 있고, 나처럼 속성 위주로 만들 수도 있으며, 시간은 많이 걸리겠지만 그 둘 모두를 이룰 수도 있지.”

“둘을 함께 담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걸 알기 위해서 왔기에 바로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수련해야지.”

리메르가 피식 웃었다.

“조금 전에 애들한테 한 말을 들었겠지만, 검계는 그 검사의 삶이야. 네가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쉽게 만들 수 없어. 그랜드 마스터가 되는 게 더 빠를걸?”

“으음….”

그랜드 마스터에 이르는 벽에도 닿지 못한 상태인데, 그 벽을 부수는 게 더 빠를 거라 하니 살짝 힘이 빠졌다.

“지금부터는 심상에 검술과 검만이 아니라, 속성도 담아봐. 검계는 결국 네 심상에서부터 만들어지는 거니까. 너라면 둘 모두를 이룰 수 있을 거야.”

리메르는 머뭇거림 없이 확신을 담아 말했다. 그가 그리 말하니 정말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대답하려 할 때 리메르가 손을 들어 올렸다.

“완성본은 아니라고 해도 미완성의 검계는 그 전에 쓸 수 있게 될지도 모르지. 나처럼.”

“미완성?”

“처음에 보여주었던 폭풍의 눈. 그거 미완성이었어.”

리메르는 맨 처음 보여주었던 폭풍의 눈 또한 완성된 무학이 아니라며 손가락을 흔들었다.

“대답은 됐지? 그리고 이건 가져가.”

그가 깔고 앉아 있던 아이스크림 통들을 가리켰다.

“필요 없으십니까?”

“이거 어디 팔 수도 없고. 팔아도 얼마 안 되잖아.”

“그래도 받는 게 좋을 텐데요?”

“내가 이걸 받을 정도의 거지는 아니거든?”

리메르는 빨리 가져가라는 듯 고개를 돌렸다.

“알겠습니다.”

라온은 고개를 끄덕이고 리메르가 깔고 앉아 있던 마지막 철통의 뚜껑을 열었다.

다른 아이스크림과 달리 그 안에서는 금빛이 번쩍이고 있었다.

마지막 통에는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금화와 보석이 담겨 있었다.

“어…?”

리메르가 그 찬란한 금빛을 보며 입을 떡 벌렸다.

“뭐, 뭐야! 왜 금화랑 보석이 있어!”

“아까 말씀하셨듯이 가주님께 받은 게 많아서 좀 드리려고 했습니다.”

“어? 그럼….”

“그렇지만 거지가 아니라, 필요 없다고 하시니, 도로 가져가야지요.”

거침없이 아이스크림 통들을 아공간 주머니에 넣었다.

“야! 잠깐만! 라온 님! 부대주님! 저 거지예요! 이 거지 놈에게 적선을!”

-본왕의 아이스크림을 다른 놈에게 넘겨주지 마라!

라온은 엉겨 붙는 리메르와 라스를 무시하며 눈을 내리감았다.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겠네. 다만….’

미완성의 검계는 벽을 넘기 전에 이룰지도.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470화

지 은 이 글개미

발 행 처 다온크리에이티브

기획 / 편집 / 제작 김태현

표 지 알터

ISBN 979-11-6730-123-9 (05810)

ⓒ2021, 글개미

※ 이 전자책은 대한민국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저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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