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469화 (469/653)

제469화

-무슨 짓이냐!

라스가 민트초코가 담긴 컵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건 본왕의 민트초코다! 왜 혓바닥에 구멍 난 영감에게 주는 건데!

녀석은 나딘빵을 좋아하는 혓바닥은 민트초코의 참맛을 알 수 없다며 고개를 마구 저었다.

-네놈이 먹기 싫어서 넘겨준 거지? 이런 추잡한 놈이!

‘다시 떠줄 테니까. 잠깐만 기다려 봐.’

라온이 라스를 밀어내며 가늘게 입술을 씹었다.

‘사실 다른 맛을 가져오는 게 더 좋았을 텐데.’

라스와 루난은 구슬 아이스크림 중 민트초코를 가장 좋아하지만, 대부분은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지금도 민트초코 앞에 줄을 서고 있던 아이들이 가장 적었다.

글렌이 바로 돌아가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아이스크림을 건넨 건 실수였다.

이미 내민 아이스크림을 다시 뒤로 뺄 수도 없어서 어정쩡한 자세로 서 있을 때 글렌이 완전히 몸을 돌렸다.

“음….”

그는 적을 탐색하듯 구슬 아이스크림을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이걸 내게 준다는 것이냐.”

글렌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것처럼 들렸다. 역시 이 입맛 떨어지는 색이 문제였던 것 같다.

“…예.”

라온이 탁한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꼭 이걸 드실 필요는 없습니다. 맛은 많으니 직접 고르셔도 됩니다.”

하지만 글렌은 뒤편에 있는 아이스크림에 조금도 시선을 주지 않고, 민트초코가 담긴 컵만을 바라보았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고, 뒤에 있는 누군가가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이곳에 있는 모두의 심장 박동이 들리는 듯했다.

“괜찮다.”

글렌은 다른 아이스크림은 필요 없다는 듯 민트초코가 담겨 있는 컵을 가져갔다.

긴장했기 때문일까. 그의 손도 떨리는 것처럼 보였다.

“가주님.”

실비아가 조심스럽게 다가와서 아이스크림 스푼을 내밀었다.

“…….”

글렌은 실비아와 눈을 마주치고서 스푼을 받아들었다. 그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스푼으로 민트초코를 작게 떠 입에 넣었다.

맛을 음미하듯 입술을 오물거리던 그가 느릿하게 눈을 떴다.

“나쁘지 않군.”

나지막한 글렌의 음성에 얼어붙은 것 같았던 정원의 분위기가 녹아내렸다.

“후우….”

“다, 다행이야.”

시녀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콧등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았다.

“난 저쪽에 가 있으마.”

글렌은 아이들이 본인을 무서워한다고 생각했는지 아이스크림을 든 채 마차 뒤편으로 향했다.

“라온!”

“좋았어요! 도련님!”

옆을 보니, 실비아와 유아가 잘했다며 방긋 웃었다.

-엥?

라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영감 대체 뭐야! 맛알못이 민트초코를 먹을 줄 안다고?

녀석은 나딘빵을 좋아하는 인간이 민트초코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게 신기하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정원에 있는 모두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지만, 라온은 웃지 못했다.

‘입술이 떨리고 계셨어.’

조금 전 글렌이 민트초코를 입에 넣자마자, 그의 입매가 진동을 일으켰다. 나쁘지 않다고 했지만, 맛이 별로였던 게 분명했다.

‘아이들 때문에 참으신 건가?’

유아가 불러서 함께 식사했던 때를 생각해보면 글렌도 아이들에게는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놈! 무얼 하는 것이냐.

라스는 지금까지 기다려주었으니, 그에 대한 보답을 달라며 동그란 손을 흔들었다.

-빨리 본왕의 것을 담아라!

‘…알겠어.’

글렌에 대한 걱정에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라스의 입을 막기 위해서 아이스크림 통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어떤 걸로 먹을 건데?’

-대답이 필요 없지! 당연히 민초이니라!

‘어휴….’

라온이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새로운 컵을 들었다.

민트초코 없애 버릴까?

* * *

“크하하하하하!”

페드릭이 폭소를 터트리며 글렌에게 다가갔다.

“네 녀석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을 다 보다니! 이 나이까지 산 보람이 있구나.”

그는 단 걸 싫어하면서 어떻게 아이스크림을 먹을 생각을 다 했냐며 턱을 까딱였다.

“그게 바로 손주의 힘이냐?”

“…….”

글렌은 대답 없이 한입 떠먹은 민트초코를 다정하게 바라보았다.

“안 먹고 뭐 해. 그러다 녹는다?”

“먹을 수가 없군.”

그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맛없지? 나도 그건 별로더라고.”

페드릭이 그럴 줄 알았다며 키득거렸다.

“모르겠다.”

글렌은 여전히 아이스크림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다고?”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그는 하늘을 올려보며 눈을 내리감았다.

“천상의 과즙을 마신 듯 입안에서 황홀함이 녹아내렸다.”

“어, 어?”

페드릭은 무슨 말인지 이해 못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완벽하지 않느냐?”

글렌은 손에 든 민트초코를 살짝 들며 헛바람을 흘렸다.

“뭐가 완벽하다는….”

“이 아이스크림 말이다. 아름다울 정도로 완벽한 구체야.”

“진짜 미쳤나?”

페드릭이 입을 떡 벌렸다. 지가 떠먹어서 아이스크림에 구멍이 뚫렸건만 뭐가 완벽하다는 건지 모르겠다.

“아이스크림마저 잘 뜨다니….”

글렌은 곁눈질로 라온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정말이지 못하는 게 없는 아이다.”

무학의 재능도 뛰어나고, 인망도 있으며, 적을 짓밟는 능력마저 감탄이 나오는데, 이젠 아이스크림마저 잘 푼다.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는 손주에게 그저 웃음만 나왔다.

조금 전에도 라온을 보자마자 터지려던 미소를 참느라 전신에 힘이 들어갔었다.

‘이 완벽한 것을 어떻게 먹는단 말이냐.’

거기다 그 아이가 처음으로 준 선물인데.

라온이 전리품을 가져온 적은 많았지만, 이렇게 손수 음식을 퍼준 건 처음이었기에 남은 부분을 건드릴 수가 없었다.

아이스크림에 냉기를 둘러서 평생 감상하고 싶었다.

“너 설마 아까워서 그러는 거냐?”

페드릭이 글렌의 의사를 알아차리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

글렌이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 먹고 또 달라고 하면 되잖아!”

“그건 첫 번째가 아니다. 의미가 없어.”

라온이 처음으로 준 선물이었기에 소중한 것이다. 두 번째는 별 의미가 없었다.

딱!

글렌이 손가락을 튕기자, 공간이 갈라지며 손바닥만 한 금색 상자를 내뱉었다.

그는 상자의 뚜껑을 열고 라온이 준 아이스크림을 담았다.

“어…?”

페드릭이 그 상자를 보며 입을 떡 벌렸다.

“그, 그 상자 로이렌의 목함 아니야?”

“알아보는군.”

“미친!”

로이렌의 목함은 세계수의 가지를 사용해서 만든 최상급 아티팩트로 상자 안에 넣는 모든 물건을 처음 상태 그대로 보존해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저 귀한 아티팩트 속에 고작 먹던 아이스크림을 넣다니, 미쳐도 단단히 미친 것 같았다.

“로엔.”

“예.”

글렌의 부름에 로엔이 다가와 로이렌의 목함을 두 손으로 받쳐 들었다.

“허….”

페드릭은 먹던 아이스크림을 신줏단지처럼 모시는 두 노인네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진짜 노망이 들었나….’

어처구니가 없어서 손을 떨고 있을 때 글렌이 옆으로 다가왔다.

“아이들의 치료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그는 다시 아이스크림을 먹기 시작한 아이들을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조금 전까지 미친 짓을 하던 놈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점잖은 어투였다. 아무래도 손자의 일에만 정신이 나가는 것 같았다.

“끙.”

페드릭이 한숨을 내쉬며 허리를 폈다.

“잘 되어가고 있다. 네 녀석이 약재를 계속 보급해주는데 안 될 수가 있나.”

아이들의 치료가 잘 되어가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라온과 실비아를 비롯한 별관 식구들의 따뜻한 정이었고, 두 번째는 글렌이 꾸준히 좋은 약재를 보급해주기 때문이었다.

“너 저 아이들을 어떻게 할 셈이냐?”

글렌이 아이들에게 그냥 돈을 쓰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기에 목소리가 살짝 가라앉았다.

“모른다.”

“음?”

“내 소관이 아니야.”

글렌은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저 아이들을 구한 것도, 너를 부른 것도 라온이다. 내겐 손댈 자격이 없다.”

“라온 녀석은 아이들이 원하는 삶을 살게 해주고 싶다고 했어. 가문을 떠나도 잡지 않는다고 했는데 괜찮은 거냐?”

“그래.”

“음….”

페드릭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글렌의 눈동자를 보며 연한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변했군.’

입마를 극복한 후 조금 부드러워지기는 했지만, 글렌이 본래 가지고 태어났던 패도적인 성격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오랜만에 본 친우는 손주를 아끼고, 아이들을 배려하는 따스함을 지니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무조건 검사로 만들었을 텐데.’

아이들은 어리지만, 육체와 마음이 모두 단련되어 있다. 검사로 키우기 가장 좋을 인재들을 그냥 놔줄 줄은 몰랐다.

손주를 조금 과하게 아끼는 점만 빼면 지금 글렌에게 부족한 건 없어 보였다.

“다만 내가 해야 할 일은 있지.”

“해야 할 일?”

“저 아이들을 납치한 놈을 찾아서 뿌리를 뜯어내려 한다.”

글렌은 지금 조사 중인데 꼬리가 잡히질 않는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크하하하하!”

페드릭이 이마를 잡은 채 시원한 웃음을 터트렸다.

“이제야 좀 사람 같구나. 옛 생각이 나.”

그는 글렌의 어깨를 잡은 채 마차 옆으로 나와 손을 흔들었다.

“라온! 우리 하나씩만 더 다오!”

* * *

라온은 다시 아이스크림을 받아서 마차로 돌아가는 글렌과 페드릭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괜한 걱정이었나?’

글렌의 입꼬리가 떨려서 걱정했는데, 두 번째 아이스크림을 받아 가는 걸 보면 정말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컵은 어디로 간 거지?

페드릭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받으러 온 글렌은 빈손이었다. 스푼과 컵 모두가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글렌과 페드릭을 보는데, 기막 속에서 대화하고 있어서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 않았다.

“로엔 님!”

유아와 율리우스가 각자가 선택한 아이스크림을 들고 로엔에게 달려갔다.

“허허허.”

로엔은 방긋 웃으며 두 아이가 준 아이스크림을 받아들었다.

로엔 앞에만 있는 율리우스와 달리 유아는 글렌과 페드릭 사이에 끼어들어 말을 걸었다.

뭔가 재밌는 말을 했는지 페드릭은 껄껄 웃었고, 글렌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 친화력 부럽네.’

누구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가는 유아의 성격이 부러워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저러고 있으니, 검귀 님이 생각나는군.’

글렌과 페드릭이 함께 있는 것을 보니, 얼마 전까지 이곳에서 검을 가르쳐주던 검귀 렉타르가 떠올랐다.

금방 돌아올 거라 했는데, 아직 연락이 없었다.

‘급한 일은 잘 끝내셨으려나.’

렉타르 걱정이 쓸모없다는 건 알지만, 마지막에 보았던 그의 표정에 씁쓸함이 묻어 나와서 조금 마음이 쓰였다.

-어허! 손이 논다!

라스가 컵에 반쯤 남은 민트초코를 가리켰다.

-그 영감탱이 정도면 웬만해서는 당하지 않아. 신경 끄고, 빨리 입이나 열어!

‘다른 맛 좀 먹자고! 이게 몇 번째야!’

-민초에 한계는 없다! 본왕은 마계에 가는 대로 민초교를 만들 것이니라!

‘미치겠네.’

라온이 머리를 쥐어뜯었다.

‘내가 어떻게든 민트초코 없앤다.’

* * *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황백색 대지 위로 수를 헤아릴 수 없는 검들이 박혀 있었다.

멀쩡한 검은 보이지 않았다. 부러지거나, 깨진 것은 물론이고, 아예 자루만 남은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중 녹이 슨 검은 단 한 자루도 없었다. 모든 검들이 방금 손질한 듯 매끈한 칼날을 자랑했다.

검귀 렉타르는 땅에 꽂혀 있는 무수한 검을 이정표 삼아 련 내에서 검원이라 불리는 산을 올랐다.

산을 오를수록 검의 개수가 줄어드는 대신 검에 맺힌 살의가 강해진다. 주인을 잃고 홀로 서 있음에도 지독한 검기를 쏘아낼 듯했다.

렉타르가 조금은 거친 걸음으로 산 정상에 올라갔을 때 회백색 구름을 장포처럼 두른 남성의 등이 보였다.

정상에 서서 대지를 굽어보는 남자의 위압이 너무나 거대하여 온 세계가 그의 시선 속에 담겨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렉타르는 숨을 고르고 그의 뒤로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련주를 뵙습니다.”

그 부름에 뒷짐을 지고 있던 적발의 남성이 등을 돌린다.

젊다 못해 어리게 보이는 외모. 샛노란 눈동자는 명검의 칼날처럼 서늘한 광채를 휘감았고, 콧대는 이 산처럼 곧게 뻗어 있었다.

그가 완전히 등을 돌렸을 때 세계를 향했던 눈동자가 천천히 내려섰다.

그야말로 한 자루의 검. 하늘과 땅을 잇는 신검이 인간으로 화한 듯한 모습이었다.

“이제야 불러서 미안하군.”

련주가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그 웃음을 보자, 심장이 꽉 조여들었다.

“문을 열 준비를 하다 보니, 잡일이 많아서 말이야.”

그는 그간 귀찮은 일이 잦았다며 손을 가볍게 저었다. 산 정상에 머물던 구름이 녹아내리고, 적검이 새겨진 청색 장포가 드러났다.

렉타르는 련주의 잔잔한 음성을 들으며 마른침을 삼켰다.

‘더 강해지셨군.’

련주는 련을 떠나기 전에 만났을 때보다 한층 더 성장해 있었다.

‘글렌과는 같으면서도 달라.’

이번에 본 글렌이 날카로운 칼날을 검집으로 두르고 있었다면 련주는 칼날을 감추지 않은 채 세계를 향해 그 날카로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두 초월자의 시작은 비슷했지만, 끝에서는 이룬 것이 달랐다.

“여정은 어땠나.”

“여전히 뛰어난 검술과 인재가 가득했습니다.”

렉타르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다행이군. 기껏 나갔는데 재미없다면 그것도 참 실망스러운 일이니까.”

련주는 수염 하나 없는 턱을 매만지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무스턴의 성장은?”

“성장세는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좋은 경험을 겪어 정신적인 성장이 더 두드러집니다.”

“좋은 소식이군. 재능은 뛰어나지만, 폭급한 아이였으니까. 그런데….”

그가 손가락을 빙글 돌리며 렉타르의 눈을 바라보았다.

“무스턴을 성장시켜준 아이가 혹시 라온 지그하르트인가?”

“예.”

렉타르는 두방망이질 치려는 심장을 억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등골을 시리게 만드는 오싹함이 계속되었다.

“무스턴은 라온과의 일대일 결투에서 패배한 이후 나태함을 버렸습니다. 본인의 재능에 안주하지 않고, 매일 부지런히 수련을 쌓고 있죠. 큰 부상 없이 깨달음을 얻었느니 기연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를 따라 지그하르트까지 다녀온 모양이군.”

련주의 눈동자가 구름 속에 숨은 초승달처럼 가늘어졌다.

“만검주를 육황으로 이끌다니, 그 아이가 더 궁금해지는데.”

예상대로 련주는 그간의 일을 모두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아이 때문만은 아닙니다. 무스턴에게 조금 더 넓은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고, 지그하르트가 얼마나 변했는지도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가장 보편적으로 나올 대답을 하며 시선을 내렸다.

“그래서 어땠지? 대륙의 역사를 새로 새기고 있는 천재는?”

지그하르트로 화제를 돌리려고 했지만, 련주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대단한 재능이었습니다.”

렉타르가 느릿하게 입을 뗐다.

‘거짓말을 해봐야 의심만 생겨.’

라온은 이미 대륙 전체에 이름을 떨치고 있고, 젊은 무인 중 최강이라는 용의 이명을 받았다.

사실을 말하되 중요한 부분은 감춰야 했다.

“대륙 전체를 뒤져도 그만한 아이는 없을 겁니다. 다만 어린 나이에 많은 것을 이루다 보니 조금이지만 다른 이를 무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냉정하고, 침착하다고 들었는데.”

예상대로의 질문이었기에 준비한 대답을 읊었다.

“예. 냉정합니다. 하지만 한 번씩 미숙함이 드러나죠. 찌를 곳은 많습니다.”

“흐음, 그 나이에 그 무력이면 그럴만하지.”

련주가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클라우드와는 어떨 것 같나.”

클라우드는 련주의 제자로 련 내에서 독보적인 재능을 드러냈던 천재다.

그랜드 마스터 초입에 오른 괴물이지만, 라온과는 나이 차이가 나기에 비교가 되지 않았다.

“클라우드와는 나이 차이가 나기에….”

“재능만 따진다면?”

“음, 라온이 조금 더 높으리라 생각됩니다.”

“하긴 그 정도이니 만검주가 지그하르트까지 갔겠지.”

련주는 라온은 꼭 한번 보고 싶다며 이마를 쓸어 올렸다.

“북멸왕은 보았나?”

“예. 전보다 더 강해진 듯합니다.”

“끈질긴 늙은이라니까.”

글렌이 강해졌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련주는 즐겁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련주가 다시 등을 돌려 절벽의 끝에 섰다.

“이제 하나 남았나?”

렉타르는 그 하나가 무엇인지 알고 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럼 마지막 명령으로….”

련주의 시선이 돌아갔다. 금빛 눈동자 속에서 섬뜩한 정도의 기백이 차올랐다.

“글렌 지그하르트를 죽일 수 있겠나?”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469화

지 은 이 글개미

발 행 처 다온크리에이티브

기획 / 편집 / 제작 김태현

표 지 알터

ISBN 979-11-6730-123-9 (05810)

ⓒ2021, 글개미

※ 이 전자책은 대한민국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저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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