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467화 (467/653)
  • 제467화

    라온은 상태창을 신경 쓰지 않고, 글렌을 살폈다.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 손가락으로 옥좌의 팔걸이를 두드렸다.

    “저도 광풍대주의 말에 동의합니다.”

    가장 먼저 손을 들어준 건 공검대주 세레나였다.

    “광풍부대주가 질풍노도의 시기가 아니었다면 저희는 희극제의 술수에 말려들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저 정도 보상은 가져갈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사춘기 대신 질풍노도의 시기라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희극제의 구겨진 얼굴을 생각하면 제 월급까지 주고 싶을 정돕니다.”

    “맞아. 이렇게 시원하게 끝날 줄은 몰랐어.”

    대주들이 세레나의 말에 동의하며 거침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라온이 리메르의 말에 동의하는 대주들에게서 시선을 돌려 전주들을 보았다.

    “…….”

    카룬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평소와 달리 방해할 생각 자체가 없는 것 같았다.

    “저는 그 이상을 받아도 괜찮다고 봅니다. 무력으로 이룰 수 없는 대단한 성과였습니다.”

    데니어는 뛰어난 활약이었다고 말하며 흥미로운 듯한 눈빛을 보였다.

    “크흠, 오늘은 괜찮겠지.”

    발데르는 가져갈 거면 빨리 가져가라는 듯 손을 휘저었다.

    “오오!”

    리메르가 경쾌한 박수 소리를 뿌렸다.

    “의견이 이렇게 일치하는 경우는 드문데. 웬일들이야?”

    그는 잘 됐다고 중얼거리며 글렌에게 다가갔다.

    “가주님도 들으셨죠? 모두 동의한답니다.”

    “음….”

    글렌이 담담한 눈빛으로 라온을 바라보았다. 솟구치려는 입꼬리를 필사적으로 내리누르며 입을 꾹 다물었다.

    ‘잘했다는 말 외에는 할 말이 없구나.’

    예상을 한참 뛰어넘었어.

    처음 라온이 철없이 깽판을 놓겠다고 할 때 조금 긴장을 했었다.

    전주와 대주들이 함께 있기에 혹시나 일이 잘못되면 기껏 쌓이기 시작한 영향력을 깎아 먹을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훌륭하게 해냈지.’

    그 걱정이 무색하게도 라온은 정말 개망나니가 된 것처럼 희극제를 무식하게 들이 받아버렸다.

    그 덕에 희극제는 정신이 무너지고, 돈과 정보를 쏟아낸 것으로 모자라 내상까지 입었다.

    크지는 않지만, 작지도 않은 내상이라 한동안 정양해야 할 것이다.

    ‘가장 만족스러운 건 따로 있지만….’

    라온에게 칭찬을 쏟아내는 간부들을 보았다. 라온을 무시하거나, 견제하던 이들이 오늘만큼은 대단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희극제가 놓고 간 재물 따위보다 무시만 당하던 손자가 가문을 이끄는 간부들에게 인정받기 시작한다는 게 기뻤다.

    점점 자신만의 색을 만드는 라온이 기특하여 당장 내려가서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을 정도였다.

    “그렇군.”

    글렌은 느릿하게 손가락을 튕겼다. 금빛 차원이 열리며 희극제가 쏟아낸 재보를 모조리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엥?”

    리메르는 깜짝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

    “그걸 왜 다 가져가요!”

    그에게 대답하지 않고, 모든 재물을 아공간에 담았다.

    ‘왜긴 왜야. 더 챙겨주고 싶어서지.’

    저 멍청한 리메르는 희극제가 추가로 놓고 간 부분만 라온에게 주자고 말했다.

    그건 얼마 안 되는 양이기에 일단 전부 합친 뒤 질 좋은 재물을 더 많이 보내주기 위한 조치였다.

    “광풍부대주.”

    글렌은 보고를 닫은 뒤에 라온을 호명했다.

    “예.”

    라온이 앞으로 나오며 허리를 굽혔다.

    “모두가 동의하였으니, 받아들이는 게 맞겠지. 희극제가 놓고 갔던 재보의 일부분을 별관으로 보내주도록 하겠다.”

    “감사합니다.”

    글렌은 손으로 턱을 감싸며 입매를 말아 올렸다.

    ‘실비아도 기뻐하겠지.’

    라온의 성격상 실비아에게 크게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가주전에서 온 상이라고 보내서 그녀까지 웃게 만들고 싶었다.

    ‘오늘은 다 만족스럽군. 딱 하나만 빼고.’

    글렌이 입매를 가늘게 틀었다. 대부분의 일이 만족스러웠지만, 딱 하나가 걸렸다.

    라온이 저런 망나니짓을 어디서 배웠냐는 것. 다만 그건 어느 정도 답이 나와 있었다.

    쯧쯧.

    리메르는 목울대가 꿀렁이는 글렌를 보며 혀를 찼다.

    ‘딱 보이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기 때문일까. 눈을 봐도 글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기특해서 안아주고 싶을 정도지만 꾹 참고 있겠지.’

    글렌은 본인이 저질렀던 업보와 다른 직계들에게 견제를 받을 라온이 걱정되어 진심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다 떠나서.’

    그냥 민망할지도.

    글렌은 라온이 어렸을 때부터 뒤에서만 챙겨주었기에 그를 살갑게 대하는 게 어려운 것 같았다.

    ‘그래도 요즘엔 몇 발자국 걸었지.’

    그나마 고무적인 점은 요즘 라온과 글렌의 거리가 조금씩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보는 사람이 답답해서 죽을 지경이었지만.

    “에휴.”

    리메르가 한숨을 내쉴 때 글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만 돌아가도록. 광풍대주만 남고.”

    글렌은 모든 상황이 끝났으니, 간부들에게 돌아가라는 지시를 내렸다.

    “어?”

    리메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요?”

    “그래.”

    “나를 왜… 아!”

    생각해보니 남기는 이유가 있었다.

    ‘라온을 챙겨줬다고 나도 부스러기 좀 주시려는 건가?’

    글렌의 표정이 매섭지 않을 것을 보니, 그것 외에는 따로 부를 일이 없어 보였다.

    “알겠습니다!”

    리메르는 우렁차게 외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광풍부대주! 잘했다!”

    “입심이 대단하더구나.”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지? 머리에 대체 뭐가 들어있는 거야?”

    “내 속이 다 시원했어. 나중에 술 한잔 사마.”

    대주들은 라온에게 다음에 보자며 미소를 짓거나, 손을 흔들었다.

    카룬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나갔고, 발데르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눈동자를 굴렸으며, 데니어는 대단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럼 저도 가보겠습니다.”

    “잠깐.”

    라온이 고개를 숙이고 나가려고 할 때 글렌이 손을 들었다.

    “오늘 네가 보여주었던 깽판은 어디서 배웠느냐. 혼자서 만들 수 있는 연기가 아니었는데.”

    “옆에 있는 모범적인 교보재 덕분입니다.”

    그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 바로 리메르를 가리켰다.

    “아, 아니야! 넌 날 한참 뛰어넘었어! 청출어람이라고!”

    등골을 스치는 불길함을 느낀 리메르가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전 대주님의 반도 못 따라갑니다.”

    “진짜라니까. 오늘 넌 제대로 된 개망나니였어!”

    “대주님은 평상시에도 개망나니십니다.”

    스승과 제자는 서로가 더 뛰어난 망나니라며 손가락질을 해댔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라온은 끝까지 리메르의 생생한 망나니 생활 덕분이라고 말하며 알현실을 떠났고, 남은 건 글렌과 리메르 뿐이었다.

    쿠구구구!

    글렌이 천천히 옥좌에서 몸을 일으켰다. 희극제를 마주했을 때처럼 섬찟한 기운이 알현실 밑바닥에서부터 타올랐다.

    “오늘 라온의 모습을 보니, 네가 평소에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 것 같군.”

    “저, 정말 아니에요! 저도 라온 같은 광기는 없다구요! 쟤는 망나니의 축복을 받은 놈이에요!”

    “망나니가 아니라, 사춘기다.”

    “사춘기? 라온은 태어날 때부터 정신적으로 2차 성징을 끝내고 나왔는데, 뭔 사춘기야!”

    리메르가 아니라며 발을 굴렀지만, 글렌은 머뭇거리지 않고 손을 들어 올렸다.

    “자, 잠깐! 오늘 제 덕분에 라온이 금괴를 챙겼잖아요! 그걸로 퉁 치는….”

    “그래서 딱 반.”

    “반?”

    “반만 죽어라.”

    쿠와아아아아앙!

    * * *

    카룬은 조용히 그리고 발데르는 상기된 표정으로 가주전을 떠났다.

    “살다 보니 그놈이 도움이 될 때가 다 있네.”

    발데르가 두꺼운 목을 긁적이며 입매를 말아 올렸다.

    “그놈의 광기가 외부의 적을 향하니까. 막을 수 없는 칼이 되던데? 희극제 표정 봤어?”

    그는 오늘만큼은 라온이 마음에 든다며 히죽거렸다.

    “봤다. 부동심이 완전히 깨졌지. 내상까지 입었을 거다.”

    카룬이 잔잔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크하하하하!”

    발데르는 이마를 부여잡은 채 시원한 웃음을 터트렸다.

    “역시 착각이 아니었군! 나도 뭣 좀 주고 올 걸 그랬어!”

    그는 평소 보이는 단순함이 연기가 아닌지 라온에게 약간이나마 호감이 생긴 듯했다.

    “그놈 표정부터가 아주 작정하고 나온… 음?”

    발데르는 계속 조용한 카룬을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왜 이마를 구기고 있어? 그놈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도 이번만큼은 인정해줘야지. 본가를 이용하려던 쥐새끼를 잡아줬는데.”

    “그래. 인정해줄 만한 일이었다. 가문에 큰 도움이 됐지. 하지만….”

    카룬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동자가 먹이를 본 뱀처럼 고요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오늘 그 일이 일어난 장소가 어디지?”

    “어디긴. 가주전이지.”

    “그래. 가주전. 그 안에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은 아버지뿐이다.”

    “아….”

    발데르는 이제야 이상함을 느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만약 우리가 희극제를 조롱했다면 아버지는 나서지 말라고 하셨을 거다. 하지만 오늘 라온은 제집 안방처럼 날뛰었지.”

    “그럼….”

    “그래. 아버지가 라온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카룬의 나지막한 음성에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는 것처럼 서늘해졌다.

    “조, 조금 과한 거 아니야? 라온은 아직 어리고….”

    “나도 그놈이 이제 막 마스터가 됐거나, 하급 수준이면 신경 안 썼을 거다. 하지만 지금 그놈의 경지는 마스터 최상급. 그것도 다른 최상급을 연달아 격파할 정도의 무력이지.”

    그가 라온을 떠올리며 이를 바득 씹었다.

    “아무래도 아버지는 놈을 우리의 경쟁자로 만들 생각인 것 같다.”

    * * *

    라온이 가주전을 나왔을 때 비연회주 채드가 다가왔다.

    “고생하셨습니다.”

    그는 일부러 깽판 친 것을 알고 있었기에 힘들었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서 조금도 힘들지 않았다. 리메르라는 너무 훌륭한 교보재가 있었기에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가 눈에 뻔히 보였다.

    “약소하지만 선물입니다. 집에 가셔서 드십시오.”

    채드는 고급스러운 포장지에 쌓인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아, 괜찮은데….”

    “부대주님이 좋아하실 만한 디저트니, 받아주십시오.”

    그는 부담가지지 말라며 상자만 맡기고 뒤로 물러났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채드는 다시 고개를 숙인 후 미련없이 떠나갔다.

    라온은 채드가 주고 간 상자를 보며 눈매를 좁혔다.

    ‘그때 주셨던 마카롱인가?’

    채드가 전에도 마카롱을 선물로 주었기에, 이번에도 비슷한 디저트일 것 같았다.

    ‘방심 못 할 사람은 여기도 있었지.’

    아직도 채드의 속내를 잘 모르겠기에 아직 마음을 놓을 상대는 아니었다.

    -그딴 건 됐고!

    라스가 인상을 찌푸리며 분수처럼 솟구쳤다.

    -빨리 아이스크림이나 사러 가자! 약속했잖느냐!

    녀석은 당장 구슬 아이스크림 매장이 가자며 소매를 잡고 흔들었다.

    ‘알겠어.’

    라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 가지 일이 연달아 터져서 라스는 지금까지 원하던 아이스크림을 먹지 못했다.

    중간 하나 먹기는 했지만, 나딘빵 맛이라 본인은 숫자로 안 치겠다고 선언했었다.

    ‘가자.’

    약속을 계속 지키지 못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라스가 원하는 아이스크림은 다 사주기로 마음먹으며 매장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메시지나 확인해볼까?’

    알현실에서 보지 않고 지웠던 메시지를 불러왔다.

    라스가 난동을 부릴 거라 생각했지만, 녀석은 두 손을 모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너 뭐하냐?’

    -말 시키지 마라. 오늘 아무 일도 없기를 기도하고 있느니라.

    라스는 오늘만큼은 아이스크림을 먹게 해달라고 마신께 기원을 한다고 중얼거렸다.

    ‘별일 없을 거야.’

    오늘은 축제도 없고, 매장이 쉬는 날도 아니다.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네놈과 다니면 항상 별일이 터지느니라!

    ‘가끔이잖아. 가끔.’

    라온이 손을 휘휘 저으며 메시지를 보았다.

    [압도적으로 격이 높은 상대의 정신을 무너뜨렸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0포인트 상승합니다.]

    [특성 <암습>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능력치와 특성의 등급이 올랐다는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을 때 라스의 신음이 들려왔다.

    -젠장….

    관심 없다고 하더니, 결국 궁금했던 모양이다. 라스의 얼굴에서 짜증과 분노가 피어났다.

    -왜 암습이 오르는 건데!

    ‘말로 암습을 해서?’

    -끄윽….

    라스는 할 말이 없는지 입을 꾹 다물었다.

    ‘하여튼.’

    라온이 미소를 지으며 다음 내용을 확인했다.

    [칭호 <세상을 농락하는 혓바닥>이 생성됩니다.]

    라온은 칭호의 명칭을 보며 눈매를 찡그렸다.

    ‘세상을 농락하는 혓바닥?’

    이건 좀….

    이름이 너무 없어 보인다고 생각하며 내용을 보았다.

    <세상을 농락하는 혓바닥>

    더 높은 격을 가진 상대를 오직 언변으로만 이겨낸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능력 : 격 높은 상대와 대화할 때 약간의 정신적 혼란을 일으킨다.

    이번 칭호는 무력과는 관계없이 상대의 정신에 영향을 주는 칭호였다.

    정신 계열 마법과 비슷한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인정!

    라스가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만큼은 인정하느니라! 마왕 셋을 혓바닥 위에서 굴렸는데!

    녀석은 세상이 아니라, 차원을 농락하는 혓바닥이 되어야 한다고 오히려 역정을 냈다.

    -네놈의 혓바닥을 뽑아서 마계의 유물로 만들어야 하느니라! 마왕 셋을 농락한 혓바닥이라고 하면 전 마계가 들썩일 것이니라!

    라스는 신화급 아티팩트가 될 거라며 눈을 번득였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아이스크림이나 생각해 놔. 다 왔으니…어?’

    라온은 구슬 아이스크림 매장을 보고 멈춰 섰다. 내부가 어둑하고, 안에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서, 설마?

    ‘쉬는 건가?’

    매장 앞으로 다가가서 문에 붙어 있는 종이를 읽어보았다.

    [욕할 새끼가 있어서 오늘은 쉽니다.]

    그 밑에 작은 글씨로 희극제와 백경이 흑탑이 인질을 잡고 있는 것을 봤음에도 무시했다는 사실이 적혀 있었다.

    ‘아….’

    라온이 입을 떡 벌렸다. 점장은 희극제를 비난하기 위해서 다른 상인들과 함께 정문으로 달려간 것 같았다.

    ‘이게 이렇게 돼?’

    소문을 빨리 퍼뜨리기 위해서 내부에도 도리안과 크레인을 풀었는데, 그게 이렇게 돌아올 줄은 몰랐다.

    -뭐, 뭐야 이거!

    라스가 종이를 보며 이를 바득 갈았다.

    -이 콧수염! 사회에 왜 이렇게 관심이 많아! 그냥 안에서 아이스크림만 팔라고!

    녀석은 미치겠다며 본인의 가슴을 콩콩 두드렸다.

    -축제도 가고, 행사도 가고, 비난도 하면 아이스크림은 누가 팔아!

    라스가 어떻게 세상이 이럴 수 있냐며 비명을 질렀다.

    -세상이 본왕을 억까하고 있느니라!

    ‘억까?’

    -억지로 깐다고!

    녀석은 하늘의 멱살을 잡을 것처럼 손을 흔들었다.

    ‘저기….’

    라온이 라스의 눈치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오늘은 안 올 거 같은데.’

    희극제는 본인의 추종자와 지그하르트의 주민들을 설득하느라 바쁠 것이다. 아마 점장은 오늘도 가게의 문을 열지 않을 것 같았다.

    -닥치거라! 오늘은 무조건 여기서 밤을 샐 것이니라!

    라스는 문이 열릴 때까지 움직이지 않겠다며 인상을 구겼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할 때 채드가 주었던 상자가 떠올랐다.

    ‘일단 이거부터 먹는 게 어때?’

    이 디저트가 마카롱이라면 라스를 위로하는 것도 가능해 보였다.

    -음….

    라스는 관심이 동한 듯 살짝 고개를 돌렸다.

    ‘역시.’

    라온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상자의 포장을 풀었다. 예상대로 크림이 잔뜩 발린 통통한 마카롱이 들어 있었다.

    -이건 괜찮지! 달달하니, 맛났느니라!

    ‘그렇지? 오늘은 일단 이걸로 참자.’

    라스의 등을 톡톡 두드리며 마카롱을 집었다.

    -그런데 이건 무슨 맛이냐?

    ‘맛?’

    라온이 마카롱의 크림색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확인을… 어?’

    상자 사이에 적힌 쪽지를 보고 입을 떡 벌렸다.

    [부대주님이 좋아하신다고 하셔서 특별 주문한 나딘빵맛 마카롱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채드가 남긴 쪽지에는 특별 주문한 나딘빵맛 마카롱이라 적혀 있었다.

    -돌아버리겠네.

    라스가 눈을 질끈 감았다.

    -진짜 인간 불신에 걸릴 것 같으니라!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467화

    지 은 이 글개미

    발 행 처 다온크리에이티브

    기획 / 편집 / 제작 김태현

    표 지 알터

    ISBN 979-11-6730-123-9 (05810)

    ⓒ2021, 글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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