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5화
아리엘이 라온을 노려보며 붉은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저거 정말 미친놈인가?’
말이 아예 안 통해.
본인이 먼저 말을 걸거나, 질문을 던져놓고 그에 대한 답을 하려 하면 말을 뚝 끊어버리고, 빨리 오지 그랬냐는 소리로 끝이 난다.
바위에 대고 말을 하는 기분. 대화가 이어지질 않아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
‘답이 없어.’
라온은 대화를 이어갈 생각 자체가 없었다. 무식한 방식으로 대화의 흐름을 끊으며 압박을 해오는데, 그걸 해결할 방안이 없다는 게 답답했다.
“…일찍 오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지금이 몇 번째 사과인지 기억이 안 날 정도였지만, 어쩔 수 없이 죄송하다고 말했다.
글렌에게 라온을 말려달라는 시선을 보냈지만, 그는 오히려 흥미로운 눈빛으로 이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다.
“몇 번을 죄송하다고 하는 거지? 빨리 왔으면 저 사과도 안 했을 텐데.”
라온은 한심하다는 듯 짧게 혀를 찼다.
‘그놈의 빨리! 빨리!’
빨리라는 단어에 노이로제가 걸릴 것 같았다.
‘빌어먹을.’
이건 이전에 계획된 거야.
뒤늦은 사춘기고 뭐고, 미리 계획을 짠 게 아니라면 저 얼굴만 잘난 원숭이가 이렇게 날뛸 리가 없었다.
아리엘이 입술을 가늘게 씹었다.
‘그래도 참아야 해.’
지금은 무력도, 권위도, 명분도 밀린다. 심장이 익어버릴 것 같은 분노가 올라와도 견뎌야 했다.
“후우….”
천천히 숨을 고르며 머리를 차갑게 식혔다. 스스로를 감정 없는 돌멩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들었다.
“광풍부대주의 말대로 지그하르트의 영역에 함부로 침입하고, 두 번이나 선공을 했으니, 그에 합당한 배상을 준비했습니다. 다만 그전에 사과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희극제가 어깨와 허리를 펴고 글렌을 바라보았다.
“수하들이 문제를 일으킨 건 전부 저의 부족함 때문입니다. 백경의 아리엘이 북방의 패왕에게 죄를 고합니다.”
그녀가 유려하게 허리를 굽혔다. 예를 갖춘 정중한 자세. 죄를 말하면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이건 저 망나니도 어쩔 수 없겠지.’
핑계 따위는 대지 않고, 배상을 말한 뒤 바로 잘못을 말했다. 아무리 라온이라고 해도 트집 잡을 곳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라온은 평범한 망나니가 아니었다. 안심하려는 찰나 뒤에서 그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휴! 빨리 와서 저 사과를 했으면 이미 집으로 돌아가서 부하들이랑 낮잠이라도 때리고 있었겠지. 안 그래요?”
“어? 그, 그렇겠지?”
라온이 눈매를 찡그렸고, 리메르가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 망할 새끼가 또!’
아리엘이 소매 속에서 주먹을 말아쥐었다. 겨우 다잡은 정신이 모래성으로 화한 듯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저건 그냥 망나니도 아니야. 개망나니지!’
라온을 망나니 중의 망나니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가늘게 저었다.
혀를 씹어서 감정을 누르며 시선을 들었다.
우우우웅!
아리엘이 손가락으로 허공에 원을 그리자, 아공간이 열리며 금괴와 보석, 영약 그리고 무구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 재화들이 지그하르트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저와 제 수하들의 마음이라 생각하고 받아주십시오.”
그녀는 용서해주지 않아도 상관없으니, 받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읊조렸다.
“으음….”
“저걸 전부 준다고?”
“양도 양이지만, 품질이 하나 같이 뛰어나. 금화도 백금화 같은데?”
“이건 예상 이상이군.”
지그하르트의 간부들도 희극제가 꺼낸 재화의 양과 질에 놀란 듯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래. 품질도, 양도 과하지. 하지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수하들을 구해서 돌아가기만 하면 이런 재물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명성과 격을 얻게 될 것이다.
돈과 재물은 정보를 판다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기에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와, 저게 다 얼마야? 빨리 왔으면 저기서 반만 내도 됐을 텐데, 저거 구하느라 힘들었겠다. 안 그래요?”
“끄으으윽, 왜 나만 빼고 다 부자….”
라온은 비웃음을 흘렸고, 리메르는 딱딱 소리가 날 정도로 턱을 떨었다.
‘무시해. 무시. 저건 사람이 아니야.’
아리엘이 목을 가늘게 떨었다. 라온 때문에 표정이 무너지려 했지만, 정신을 다잡으며 글렌만을 바라보았다.
“앞으로는 지그하르트의 영역에 들어오지 않고, 혹여나 들어가게 되더라도 미리 양해를….”
“아, 잠시만요.”
라온이 손을 저으며 말을 끊었다.
“저걸로는 조금 부족할 거 같거든요.”
“예?”
아리엘이 눈꺼풀을 꿈벅였다.
‘이 개망나니가 또 뭘 하려고….’
조금 전에 ‘저게 다 얼마냐’라고 할 정도로 놀랐으면서 갑자기 부족하다니, 정말이지 상종하기 싫은 인간이었다.
“배상금이 부족하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죠. 조금 애매한 느낌이라.”
“음….”
보통은 지위와 명예, 나이를 생각하기에 대놓고 저런 말을 하지 않는데, 저 망나니에게는 그게 통용되지 않는 것 같았다.
“음, 말씀드렸듯이 이건 저희의 성의를….”
“으윽!”
차분히 설명해주려고 할 때 라온이 어깨를 잡으며 인상을 구겼다.
“백랑도에게 칼 맞은 곳에서 통증이!”
그는 정말 아픈 것처럼 허리를 숙인 채 식은땀까지 흘렸다.
‘저 자식이….’
정보에 의하면 라온은 백랑도를 가볍게 제압했다고 했다. 칼을 맞기는커녕 제대로 닿지도 못했다고 했으니, 저건 꾀병이 분명했다.
‘더 어처구니가 없는 건 방향이 다르다는 거야!’
지금 라온은 오른쪽 어깨를 잡고 있지만, 아까 어깨가 아프다고 할 때는 분명 왼쪽 어깨를 문질렀었다.
“아까는 왼쪽 어깨를….”
“두 쪽 다 아파요!”
라온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양쪽 어깨를 모두 잡은 채 몸을 비틀었다.
‘정말 돌아버리겠군.’
대놓고 엿을 먹이고 있는데, 할 말이 없다는 것에 속이 터질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아리엘이 고개를 저으며 다시 아공간을 열었다. 혹시 모를 사태를 생각해서 가져온 비상용 재물까지 쏟아부었다.
“후….”
짜증 어린 한숨을 내쉬며 뒤를 돌아보는데, 라온은 언제 아팠냐는 듯 어깨를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
조금 전 놈의 이마를 채우고 있던 식은땀 역시 씻은 듯 사라졌다.
“이제 좀 괜찮네요. 빨리 오셨으면 추가 배상금도 안 내셨을 텐데, 다 업보죠. 업보.”
라온은 방실방실 웃으며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끄윽….”
아리엘이 발끝에서부터 차오르는 분노에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참자. 지금은 아니야.’
여기서는 무슨 짓을 해도 라온을 죽일 수 없다. 지금은 견디고 훗날을 도모해야 한다.
“가주님.”
글렌을 보며 용암처럼 타오르는 속을 내리눌렀다.
“이 정도로 용서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저희가 문제를 일으킨 부분은 확실하게 반성하고, 다시는….”
글렌의 무덤덤한 시선을 마주하며 말을 이어가려 할 때 또 뒤에서 라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게 다가 아닐 텐데요?”
“이제 좀 적당히 하시….”
아리엘의 화가 휘감긴 음성을 내뱉으며 뒤를 돌았을 때 라온의 눈동자에 붉은 뇌광이 비쳤다.
“이제 시작인데 적당히는 뭘 적당합니까.”
건들거리면서도 서늘한 말투에 관자놀이에 미약한 따가움이 일었다.
“당신은 가장 중요한 걸 말하지 않았어.”
* * *
“무, 무슨 말을….”
라온은 흔들리는 희극제의 눈동자를 보며 코웃음을 쳤다.
“저희가 정말 화가 난 건 지그하르트를 침입한 것도, 먼저 습격해온 것도 아닙니다.”
“그럼….”
“인질.”
느릿하게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아리엘과 눈을 마주쳤다.
“흑탑의 결계가 인질의 생명력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움직이지 않았다는 건 이딴 재물로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라온은 희극제가 깔아놓은 재물의 산을 보며 콧잔등을 찡그렸다.
“흑탑이 인질을 데리고 있었다는 건 저희도 예측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혈운겸은 알고 있었는데, 그에게 명령을 내린 당신이 모르는 게 말이 됩니까?”
혈운겸을 고문하면서 얻어낸 정보를 꺼내며 턱을 모로 틀었다.
“그건 혈운겸이….”
“신주오령은 육황에도, 오마에도 속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중립에 깃발을 박은 곳이죠.”
핑계를 대려는 희극제의 말을 잘라버리고 해야 할 말을 이었다.
“중립이면 인질을 보고도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겁니까? 죄 없는 이들이 핏물이 되어 죽어가는데, 정보를 모으겠다고 가만히 있다니, 아주 대단한 분들이시네요.”
라온은 말투를 늘어뜨리며 차디찬 비웃음을 그렸다.
“제가 혈운겸에게 내린 명령은 지그하르트와 흑탑의 정보를 모아오라는 게 다였습니다.”
희극제는 정말 아니라는 듯 글렌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저 말은 거짓이 아니지만, 추가적인 지시가 있었다.
“흑탑이 인질을 잡고 있다는 건 정말 몰랐던 일입니다.”
그녀는 인질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그런 판단을 내리지 않았을 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그 말이 끝이 아니죠.”
라온이 손을 저으며 한 발 앞으로 나갔다.
“아리엘님은 혈운겸에게 어떤 일이 있어도 은신을 풀지 말라는 지시를 추가로 내렸잖습니까.”
“음….”
희극제의 눈동자가 살짝 굽어졌다.
“전 그 말이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할 말 아닌가요?”
“흑탑의 마인들은 행동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저로서는 최대한 수하들의 안전을 생각하여….”
“그럼 지시를 내릴 때 무슨 일이 있어도 은신을 풀지 말라가 아니라, 흑탑과는 절대 부딪치지 말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게 더 잘 먹혔을 텐데?”
라온은 능글맞은 웃음을 흘렸다.
“그런 식으로 명령을 내린다면 흑탑의 마인과 조우하게 되었을 때….”
“아아, 사실 뭐가 되었든 상관없어요.”
핑계를 대는 희극제의 말을 막았다. 그녀는 이곳에 오며 많은 대답을 준비했을 테니, 나름 합당한 핑계가 있을 것이다. 들을 필요가 없었다.
“결론적으로 백경은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꼴을 지켜보았다는 거니까.”
“음, 그 부분에서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다만 혈운겸이….”
희극제는 그 말을 인정하며 고개를 숙였다.
“아, 인정하셨네요. 다행이에요.”
“예?”
“어쩌다 보니 이 이야기가 인질분들의 귀에도 들어갔거든요.”
라온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게 무슨….”
“인질분들에게 그간의 일을 설명해주다가 실수로 백경이 보고도 가만히 있었다는 말이 나왔거든요. 괜찮으시겠어요?”
“음, 저희의 죄이니, 상관없습니다.”
아리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무마할 수 있어.’
인질들은 모두 지그하르트 내부에 있다고 들었다. 그들에게 당근과 채찍을 준다면 소문이 퍼지는 건 막을 수 있었다.
“제가 직접 그분들을 만나서 용서를 구하고 싶은데, 기회를 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 그건 아쉽지만 무리에요.”
라온이 느릿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분들은 이미 가문을 떠났거든요.”
“예?”
인질이 움직였다는 말에 눈을 부릅떴다.
“어, 언제….”
“아리엘 님이 이곳에 오셨을 때 보내드렸습니다. 지금쯤이면 대장 놀이에 따라오던 사람들과 만났을지도?”
“아….”
아리엘이 라온의 가라앉은 눈동자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이걸 노린 건가?’
지금 자신은 이 안에 갇혀 있기에 인질 처리에 관한 명령을 내릴 수가 없었다.
추종자들 사이에 백경의 무인들이 있기는 하지만 지그하르트가 바로 앞에 있기에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이 망나니 자식이….’
백경이 인질을 보고도 무시했다는 소문이 퍼지게 된다면 명성과 격을 높아지기는커녕 이전보다 떨어질 걱정을 해야 한다.
이곳에 온 이유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다.
‘빌어먹을….’
아예 예측을 벗어난 상황에 표정을 관리할 수가 없었다. 눈매가 저절로 찡그려졌다.
“그래서 제가 할 말이 있는데.”
라온이 뒷목을 매만지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제가 책임감이 좀 강해서 그분들이 집에 잘 가셨나 계속 확인할 생각이거든요. 만약에 그분들이 다치거나, 없어진다면 가장 먼저 의심되는 곳이 백경일 거 같은데 인정하시나요?”
다른 이들은 상대를 존중해서 하지 않을 말을 그대로 내뱉었다.
이건 협박. 인질들에게 손을 대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억압이었다.
백경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인질들을 해하기는커녕 오히려 보호해주어야 할 것이다.
“…….”
희극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붉게 타오르는 눈동자로 이쪽을 노려만 보았다.
그녀가 지그하르트를 이용하려고 했던 것과 비슷한 방식이었기에 속이 시원해졌다.
“음….”
글렌 역시 시원하다는 듯 약간이지만 입매가 올라가 있었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럼 다행이네요.”
라온이 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너희들의 도움은 필요 없지만.’
미리 암시장에게 연락을 하여 두 가지 요구를 부탁했다. 하나는 인질들의 보호 그리고 두 번째는 인질들의 이야기를 대륙 전체로 퍼뜨리는 것.
희극제가 얻고자 했던 명성과 격은 지금쯤 깜깜한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
“아리엘이라고 했소?”
글렌의 부름에 아리엘의 시선이 돌아갔다. 이 와중에도 억지로 표정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 무력만큼의 정신력을 갈고닦은 것 같았다.
“예.”
“넘어가는 건 이번이 끝이오. 다음에 또 같잖은 수작을 벌인다면 대륙에서 백경이라는 이름을 지워주도록 하지.”
“…명심하겠습니다.”
희극제의 눈동자에 서늘한 기운이 돌았다. 그녀는 이미 드러난 감정을 숨길 생각이 없는 듯 독기 어린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희극제가 품에서 하얀 봉투를 하나 꺼내 들어 앞으로 내밀었다.
“내년에 신주오령 다섯 단체의 설립을 기념하는 축제가 열립니다. 기회가 된다면 참석해주시길.”
“생각해보겠소.”
글렌이 고개를 끄덕이자, 희극제의 손에 들린 편지가 구름처럼 떠올라 옥좌의 팔걸이 앞에 떨어졌다.
“로엔.”
“예.”
로엔은 단상 아래로 내려가 희극제의 옆으로 다가갔다.
“다른 분들이 계신 곳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희극제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로엔을 따라 등을 돌렸다.
그녀가 느린 걸음을 걸으며 라온를 노려보았다. 분노와 악의로 타오르는 지옥불 같은 눈동자였다.
라온은 희극제의 시선을 마주하며 마른침을 삼켰다.
‘협박 한번 대단하네.’
오러나 기세를 일으키지 않은 상태임에도 등 뒤에 식은땀이 흐른다. 어마어마한 고수. 역시나 이 자리가 아니라면 제대로 버틸 수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긴 우리 안방이란 말이지.
그것도 주인에게 드러누워도 된다고 허락은 받은 곳이기에 더 나아갈 수 있었다.
“아리엘 님.”
옅은 미소를 지으며 이름을 부르자, 희극제가 멈춰 섰다.
“신발 하나 드릴까요?”
“신발? 그게 무슨….”
“생각할 게 많아 보이시는데, 돌아갈 때도 걸어가셔야죠. 갈 때도 골목대장 놀이하시려면 새 신발이 좋지 않겠어요?”
그녀가 늦은 이유를 말할 때 나왔던 핑계를 응용한 비꼬기였다.
“…….”
희극제가 이를 드러냈다. 조금 전보다 독한 악의가 피어난 눈동자가 반달처럼 굽어졌다.
“크하하하하!”
리메르가 결국 참지 못하고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너 진짜 미친놈이구나!”
그는 본인보다 또라이는 처음 봤다며 낄낄거렸다.
“조용히 하세요.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아, 응.”
리메르는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잠깐!’
이거 너무 이상하잖아.
지는 하루종일 개지랄을 쳐놓고, ‘나한테 왜 이래!’라고 따지고 싶었지만 글렌이 무서워서 일단 참았다.
“그럴 생각입니다.”
희극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 미소는 머리털을 쭈뼛 서게 할 만큼 오싹했다.
‘지금이다.’
주먹을 말아쥐었다. 희극제의 부동심이 완전히 깨진 지금 그 질문을 던져야 했다.
“용의 투구.”
그 말에 희극제의 걸음이 뚝 멈췄다.
“용의 투구를 쓴 자와 만났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라온이 희극제의 섬찟한 눈동자를 마주하며 말을 이었다.
“당신, 에덴과 무슨 관계지?”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465화
지 은 이 글개미
발 행 처 다온크리에이티브
기획 / 편집 / 제작 김태현
표 지 알터
ISBN 979-11-6730-123-9 (05810)
ⓒ2021, 글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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