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1화
라온이 주디엘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백경의 무인들을 끌고 오는 게 아니라, 혼자 오고 있다고?”
“그렇다고 합니다.”
주디엘이 눈동자를 가늘게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여러 번 확인했는데, 확실합니다. 백경의 무인들이 몰래 따라올 수는 있겠지만, 일단 겉으로 보이는 건 희극제 혼자라고 들었습니다.”
“미친….”
정말 미쳤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지그하르트와 백경이 정면에서 싸운 건 아니지만, 현재 서로에 대한 감정은 그리 좋지 않다.
지그하르트는 본인들의 영역에서 정보만 쏙 빼먹으려 했던 백경이 마음에 들지 않을 테고, 백경은 백랑도와 혈운겸을 비롯한 무인들이 지그하르트에 갇혀 있으니 감정이 상해 있을 것이다.
‘그녀의 목적은 확실해. 백랑도와 혈운겸의 구출이겠지.’
혈운겸은 마스터 상급, 백랑도는 마스터 최상급이다.
운이 좋다면 언젠가 그랜드 마스터에도 오를 수도 있는 인재들이었기에 버리기 아까운 건 당연했다.
하지만 작은 불씨 하나만 터져도 대규모 전쟁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희극제가 미친 짓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괜찮은 놈이로구나.
라스가 팔짱을 낀 채로 턱을 주억거렸다.
-부하를 구하기 위해서 혼자 이곳을 찾아오다니, 제대로 되먹은 놈이야!
‘일단은 우리 적인데.’
-본왕의 적이 아니라, 네놈의 적이겠지. 본왕은 그저 부하를 소중히 여기는 놈이 마음에 들 뿐이니라. 그 아몬드인가 뭔가보다 훨씬 나아!
‘아이언드.’
-어쨌든!
녀석은 희극제가 부하를 소중히 여기는 게 마음에 드는 듯 그녀의 칭찬을 하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생각을…아!’
라온이 라스를 보다가 손뼉을 쳤다.
‘설마 이걸 노렸던 건가?’
지금 라스는 희극제를 보지도 않은 채 수하들을 구하기 위해서 홀로 지그하르트에 찾아오는 행동을 칭찬했다.
만약 희극제와 백경의 사정에 대해 듣는 사람이 있다면 대부분은 라스처럼 반응할 것이다.
작은 단체의 수장이 수하들을 구하기 위해서 홀로 육황에 찾아가는 모습은 영웅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그래. 이게 맞아.’
본래 세상은 새로운 영웅을 환영하는 법. 희극제는 지그하르트까지 가는 여정을 이용하여 수하들을 구하고, 본인의 이름을 드높이는 여론을 만드는 중인 것 같았다.
희극제의 사정을 들은 이들은 영웅적인 모습에 환호를 보낼 테고, 지그하르트 역시 대륙의 여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기에 그녀에게 어느 정도 장단을 맞춰주어야 했다.
“허.”
라온이 천장을 올려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전쟁 없이 수하들을 구하기에는 최고의 방법이야.’
라스는 바보기 때문에 주디엘의 생각을 알기 위해서 그녀에게 손짓했다.
“이건 내 생각인데, 희극제는 여론을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아.”
“여론이요?”
“그래. 희극제는 마차를 타거나, 숨지 않고 본인의 다리로 걸어서 이곳으로 오고 있을 거야.”
라온은 보지도 않았음에도 희극제의 움직임을 예측하며 그녀의 행동에 관한 의도를 주디엘에게 말해주었다.
“마, 맞는 것 같습니다.”
주디엘에 입술을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 밖에는 이유가 없어요.”
라온의 말대로 희극제가 홀로 지그하르트에 찾아오는 이유는 여론을 이용하여 수하들을 구하고, 본인 역시 아무 탈 없이 돌아가려고 하는 게 분명해 보였다.
추가로 지그하르트의 이름을 이용하여 본인과 백경의 명성을 높이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후….”
주디엘이 생각에 잠긴 라온을 보며 헛바람을 흘렸다.
‘이 짧은 순간에 거기까지 생각하시다니….’
사실 정보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렇지, 희극제의 의도는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라온은 제대로 되지 않은 정보를. 그것도 들은 지 몇 분 되지도 않아서 희극제의 의도를 파악했다.
그의 놀라운 성장은 심계에도 이어져 있는 것 같았다.
“이 정보. 가주전에도 들어갔겠지?”
라온이 시선을 내리며 주디엘을 바라보았다.
“네. 저녁쯤에는 가주전에 들어갔을 겁니다. 저도 거기서 떨어진 정보 덕분에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럼 가주님도 다 알고 계시겠군.”
글렌이나 다른 간부들도 희극제가 이곳에 온다는 것을 듣고 그녀의 움직임을 파악했을 것이다.
‘다만….’
방법이 없을 거야.
북멸왕 글렌 지그하르트의 이름은 높고도, 위대하다.
그가 홀로 지그하르트에 찾아오는 희극제를 막거나, 공격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공격은커녕 보호를 해줘야 할지도.’
만약 지그하르트의 영역에서 희극제가 다치거나, 습격이라도 받는다면 대륙 전체가 부끄러운 줄 모르는 집안이라고 비난을 할 것이다.
오히려 적습을 막아주어야 할 상황이었다.
쯧.
라온이 짧게 혀를 찼다.
‘머리 한번 더럽게 잘 썼어.’
희극제의 의도를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그녀의 계략을 깨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지그하르트 같은 거대한 가문일수록 그녀의 의도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가주님은 못 움직여. 전주들은 물론이고. 천검대주님이나, 로엔 님도 할 수 없지.’
그들은 나이와 지위가 있기에 함부로 움직이기 힘들다. 만약 희극제의 앞을 막고 시비를 건다면 거센 욕과 비난만 먹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난 다르지.
가문 내 지위는 높지만, 경험이 적고, 나이가 어려서 실수를 저질러도 문제가 커지지 않는다.
자신은 가문 내에서 유일하게 희극제의 의도에 걸리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었다.
라온이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제천검의 검집을 두드렸다.
‘내가 그런 깽판은 잘 치지.’
-하긴 네놈만큼 깽판 잘 치는 놈이 어디 있겠느냐.
‘그 정도는 아니데.’
-네 깽판 때문에 아직도 아이스크림을 못 먹고 있잖아!
‘…….’
할 말이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말이라도 하라고!
* * *
라온과 함께 철전대 구출에 힘을 썼던 비연회의 외부 정보원 루첸이 가라앉은 눈으로 줄지어 선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곧 축제가 진행되는 듯 수많은 사람으로 가득 찬 거리 속에 스며들어 주변과 비슷한 분위기를 일으켰다.
루첸이 인파 속에 숨어서 기척을 감추고 있을 때 거리 중앙으로 키가 큰 여성이 걸어온다.
학의 목처럼 허리가 펴져 있고, 보폭이 묵직하여 걸음만으로도 당당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났다.
간신히 목에 닿는 머리칼은 흑단처럼 검었고, 눈동자는 불길을 옮긴 듯 새빨간 빛을 띠었으며, 콧대는 초승달을 그린 듯 유려했다.
흑발적안. 이 세계에서는 그리 흔하지 않은 외형이었지만 놀라운 건 그 조화다.
엘프와도 비견될 정도의 압도적인 미모에 모여든 사람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와아….”
“저, 저분인가?”
“그래. 저분이 백경을 이끄는 희극제셔.”
“어, 엄청 젊어 보이시는데.”
“무력이 하늘에 닿아서 젊어지셨다던데?”
“확실히 걸음부터 힘이 넘치는군.”
사람들은 희극제의 외모와 당당함에 탄성을 흘렸다.
“그런데 왜 저분이 지그하르트에 간다는 거야?”
“그것도 몰라? 수하들이 지그하르트에 잡혀 있잖아! 그들을 구하러 가는 거라고!”
“어? 그, 그럼 수하들을 구하려고 혼자 지그하르트에 간다고?”
“그래. 괜히 부하들을 끌고 갔다간 전쟁이 날 수도 있으니까. 혼자 가시는 거지. 난 살 떨려서 절대 못 할 거 같은데….”
“맞아. 장부 중의 장부지! 요즘에 저런 분이 어디에 있겠어!”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백경이 몬스터에게 습격받은 차드 마을을 구하고, 마을 복구도 도와줬다던데.”
“나도 들었어. 차드 마을만이 아니라, 다른 곳들도 많은 지원을 받았지.”
거리에 모여든 구경꾼들은 홀로 지그하르트를 찾아가는 희극제를 칭찬하는 것으로 모자라 지금까지 백경이 해 왔던 선행을 모두 읊었다.
사람들의 얼굴에 희극제와 백경에 대한 호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뚜벅.
희극제가 앞을 지나가자 그 사정을 모두 들은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희극제! 희극제! 희극제!”
“백경! 백경!”
“꼭 부하들을 구해오세요!”
“응원하겠습니다!”
“지그하르트도 아무것도 못 할 겁니다!”
사람들은 희극제를 응원하며 그녀가 수하들을 구해오기를 기원했다.
희극제는 사람들에게 작게 고개를 숙이며 길을 따라 앞으로 나아갔다.
“음….”
루첸은 귀를 따갑게 만드는 함성에 눈살을 찌푸리며 뒤로 물러섰다.
‘이거 장난이 아닌데….’
구경꾼 중에 백경의 무인들이 스며들어서 여론을 만들고 있는 건 확실하지만, 일반인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아무리 이 땅이 오웬 왕국과 가까운 중립지역이라고 해도 과한 반응. 그녀가 스스로를 간판 삼아 백경과 본인을 홍보하는 작전은 제대로 먹히고 있는 것 같았다.
‘머리 한번 잘 굴렸어.’
지그하르트의 이름 옆에 백경을 붙여서 급을 올리고, 수하를 구하기 위한 영웅적 면모를 보이는 행동을 통해 사람들의 호감도까지 높이는 움직임. 간단하지만 대단한 작전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었다.
특히 이곳에 모인 사람들 전체를 압도할 기운과 존재감을 지녔으면서 스스로를 낮추는 모습에 오싹한 소름이 돋아올랐다.
‘가문에서도 못 움직이겠군.’
만약 여기서 희극제를 막는다면 대륙 전체의 여론이 망가진다. 지그하르트가 겁쟁이 혹은 악으로 규정될 가능성도 있었다.
최근 라온의 활약으로 지그하르트의 이름에 대의가 붙기 시작했는데, 여기서 한 끗만 잘못 움직인다면 오마 이상의 악당이 될지도 모른다.
“후우….”
루첸이 한숨을 내쉬며 로브를 앞으로 내렸다.
‘외통수로군.’
가문에 보고는 했지만, 막을 수도, 공격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기에 간부들도 답답할 것 같았다.
‘이건 그분도 어쩔 수 없겠지.’
라온을 만난 건 얼마 전이 처음이었지만, 그는 세상 모든 일을 해결할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도 어쩔 수 없을 것 같았다.
루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서 인파에서 멀어졌다.
그가 보고를 위해서 골목으로 떠난 순간 정면만을 바라보며 걷던 희극제의 걸음이 멈췄다.
희극제는 조금 전 루첸이 사라진 골목 쪽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 * *
라온은 검투 다음날에도 오전부터 자정까지 검술 수련을 끝낸 후 별관으로 돌아왔다.
-으으으….
라스가 구름처럼 뜬 채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사는 낙이 없어졌느니라. 본왕의 인생이….
‘마생.’
-응. 본왕의 마생이 망가졌느니라.
녀석은 삶이 완전히 망했다고 중얼거리며 입을 쭉 내밀었다.
‘어쩔 수 없잖아.’
라온이 늘어진 라스의 어깨를 두드리며 고개를 저었다.
‘숙취라는데.’
오늘 오전에 바로 아이스크림 매장을 찾아갔지만, 그곳에는 숙취로 인해서 하루만 더 쉬겠다는 내용이 적힌 종이만 붙어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점장은 술을 거하게 마시고 숙취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았다.
-숙취 따위에 일을 쉬는 놈을 점장으로 인정할 수 없느니라! 그 콧수염 당장 때려치우라고 전해라!
‘뭐래….’
술도 못 마시는 놈이.
이전에 도괴와 술 내기를 할 때 제발 멈춰달라고 울면서 빌었던 게 아직 눈에 선한데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허세 하나만큼은 마왕이 맞았다.
-으으, 내일은 또 무슨 일이 터져서 본왕의 아이스크림에 문제가 생길지 두려워지느니라!
라스는 천계와의 전투도 무섭지 않지만, 아이스크림을 못 먹는 게 두렵다며 전신을 떨었다.
-눈앞에 아이스크림이. 민트 초코가 구름처럼 떠 있는데 왜 못 먹는 것이냐!
녀석은 헛것이 보이기 시작하는지 천장에 박혀 있는 동그란 마법등을 핥기 시작했다.
-음, 오렌지 맛….
‘허….’
마법등의 색이 주황빛이기는 하지만 오렌지 맛일 리가 없다.
아무래도 정신에 심각한 충격을 입은 것 같았다.
‘진짜 안 되겠는데.’
내일은 구슬 아이스크림 매장의 문을 부수고 들어가더라도 라스에게 아이스크림을 먹여야 할 것 같았다.
‘내일은 꼭.’
주먹을 말아 쥐며 다짐할 때였다.
창가에서 작은 인기척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니, 한 달 전처럼 글렌이 창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저, 저 영감탱이는 왜 왔어! 또 본왕의 아이스크림을 방해하려는 것이냐! 진짜 미치겠느니라!
라스가 글렌을 알아보고서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가, 가주님?”
라온이 마른침을 삼키며 창가로 다가갔다. 글렌은 나오라는 듯 손가락을 까딱이고 물러났다.
‘어우….’
이 사람들은 왜 자꾸 기척도 없이 나타나는 거야.
글렌이나, 멀린이나 기감을 뚫고 나타나서 적응이 안 된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별관을 나섰다.
글렌은 별관 뒤편의 호수 앞에 서 있었다. 다가가도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니, 전처럼 북망산 아래로 갈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가주님을 뵙습….”
“귀찮으니, 앞으로 이곳에서 볼 때는 인사는 하지 말도록.”
인사를 하려 할 때 글렌이 뒤를 돌며 고개를 저었다.
“…알겠습니다.”
라온이 어색하게 대답했다.
“어제 검투.”
글렌의 눈동자가 차가운 빛으로 가라앉았다. 좋은 소리를 할 눈빛이 아니었다.
“나쁘지 않더구나.”
하지만 그는 예상과 달리 만족스러운 듯한 고갯짓을 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네 우위였다. 더 높은 경지에 오른 이를 상대로 처음의 우위를 지킨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
“음….”
라온이 살짝 떨리는 손을 다잡았다. 글렌이 이런 식으로 칭찬하는 건 처음이라 심장이 조여들었다.
“문제가 있다면 중간의 방심이겠지. 아이언드에게 노림수가 있다는 건 확연히 보였으니, 조금 더 침착했다면 부상 자체를 안 당했을 것이다. 허나….”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려 할 때 글렌의 말이 이어졌다.
“마지막에 보여주었던 창궁검. 그건 너만의 색이 깃들어 있더구나. 나의 하늘을 가리지 말라는 건방진 소리도 하고.”
“아, 그건….”
라온이 입을 틀어막았다. 민망해서 얼굴이 붉어질 때 글렌이 턱을 들었다.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 본인의 의지를 검에 담은 검사라면 그 정도 건방진 말은 하는 게 맞으니까.”
글렌이 옅은 미소를 그렸다. 이상하게도 그의 입매가 심하게 떨리는 듯 보였다.
“명심하겠습니다.”
라온이 고개를 숙일 때 글렌이 아공간에서 네모난 상자를 하나 꺼냈다. 고급스러운 외형이었지만, 모를 수가 없는 상자였다.
“그건….”
“오다가 주웠다. 난 단 음식을 좋아하지 않으니, 네가 먹도록.”
글렌은 본인에게 필요 없는 것이라며 아이스크림 상자를 내밀었다.
“가, 감사합니다.”
글렌에게 아이스크림을 받은 줄은 상상도 못 했기에 손이 떨렸다.
-어아, 아이스크림이잖아!
빨래처럼 축 늘어져 있던 라스가 상자를 보고 벌떡 일어났다.
-할아버지! 앞으로 할아버지야!
녀석은 글렌에게 달려들어서 할아버지라고 외쳤다.
혹시나 글렌이 알아차릴까 겁나서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약속대로 창궁검의 가르침은 여기까지다. 앞으로는 그 검에 너만의 하늘을 그리도록 해라.”
글렌은 할 말은 다 전했다는 듯 등을 돌렸다.
“잠시만.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라온이 다급하게 글렌을 멈춰 세웠다.
“뭐지?”
“지금 지그하르트로 희극제가 오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너도 알고 있었나.”
글렌은 그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 역시 답답한 것 같았다.
“신경 쓰지 마라. 위에서 알아서 할 일이니까.”
그는 수련이나 잘하라면서 다시 등을 돌렸다.
“저도….”
라온이 글렌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그 자리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음?”
“백경의 무인들과 싸우고, 그들을 잡아 온 게 저이니, 그 자리에 함께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희극제의 눈에 뻔히 보이는 짓거리에 지그하르트가 당하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다. 그녀에게 제대로 엿을 먹여주고 싶었다.
“희극제와 마주하게 될 사람들은 전부 대주 이상의 고위 간부들이겠죠. 그러니 철없는 제가 끼면 재밌는 일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흐음?”
글렌의 고개가 느릿하게 돌아갔다. 그의 눈동자에 흥미의 빛이 일었다.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461화
지 은 이 글개미
발 행 처 다온크리에이티브
기획 / 편집 / 제작 김태현
표 지 알터
ISBN 979-11-6730-123-9 (05810)
ⓒ2021, 글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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