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460화 (460/653)

제460화

라온은 의무대에 들러서 상처를 치료했다. 뼈와 근육의 부상은 심하지 않았지만, 무리해서 창궁검을 운용하느라 내상을 입은 상태였다.

다만 강인한 육체와 특성들 덕분에 치료사가 놀랄 정도로 빠르게 회복한 후 별관으로 향했다.

-돌아가기 전에 구슬 아이스크림 매장에 가보자. 문 열었을 수도 있잖느냐!

‘너도 점장이 술집 가겠다고 한 거 들었잖아.’

-그, 그건 그렇지만 혹시 모르니….

‘그 정도로 흥분했으면 오늘 문 안 열어.’

점장은 얼굴이 뻘게진 채로 동료들과 술집으로 달려갔다.

오늘이 문제가 아니라, 내일 영업에 지장을 줄 정도로 마실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 그러면?

라스는 기대감이 어린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미안하지만, 이번에 나올 말은 구슬 아이스크림에 관한 게 아니었다.

‘돌아가는 길에 메시지나 확인해볼까?’

-야이씨!

라온은 라스의 구겨진 표정을 즐기며 메시지를 불러왔다.

[격 높은 상대를 압도하여 승리하셨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0포인트 상승합니다.]

[특성 <나선력>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특성 <블리딩 커스>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능력치와 특성의 등급이 올라갔다는 메시지였다.

전신의 근육과 뼈가 약동하며 육체가 한층 더 굳건해지는 게 느껴졌다.

다만 메시지는 아직 남아 있었다.

[칭호 <고고하게 서는 자>가 생성되었습니다.]

-어?

라스가 두 번째로 떠오른 칭호 메시지를 보며 눈을 부릅떴다.

-저런 허접한 놈 잡았다고 무슨 칭호까지 주는 것이냐!

‘허접하지는 않지.’

-본왕에게는 손가락. 아니, 발가락. 아니! 발톱 때로도 죽일 수 있는 놈이니라!

‘그러시던가요.’

라온이 손을 휘휘 젓고서 칭호의 설명을 확인했다.

<고고하게 서는 자>

강자와의 싸움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무인에게 주어지는 칭호.

능력 : 모든 능력치 + 5, 본인보다 강자와 전투 시 오러 소모량 감소.

이번 칭호는 모든 능력치 5개와 강자와 전투할 때 오러 소모를 소폭 줄여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보다 강한 자와 싸울 때는 오러 소모가 심한데, 그걸 약간이나마 보완해주는 좋은 칭호였다.

‘이거 괜찮은….’

-끼아아아악!

라온이 칭호가 좋다고 말하려 할 때 라스가 새의 울음소리 같은 괴성을 터트렸다.

-이런 멍청한 시스템 같으니! 네놈이 퍼주니까! 강자 앞에서 물러서지 않는 거잖느냐! 너만 가만히 있었으면 요놈도 쫄아서 쭈그러졌다고!

라스는 대놓고 퍼 줘놓고 뭘 잘했다고 저런 칭호까지 내려주냐며 허공에 주먹을 휘둘렀다.

‘틀린 말은 아니네.’

라온이 피식 웃었다. 능력이 부족했다면 아무리 의지가 단단해도 밀리고, 굴할 수밖에 없다.

시스템의 여러 혜택 덕분에 버틴 적이 많았기에 라스의 말이 아예 헛소리는 아니었다.

‘근데 그럼 뭐해. 이미 다 받았는데.’

-저 망할 시스템은 본왕이 육체만 얻으면 바로 폐기 처분이니….

라스가 분노를 터트릴 때 눈앞으로 메시지가 하나 더 떠올랐다.

[분노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2포인트 상승합니다.]

-보, 본왕이 언제 인정을 했단 말이냐! 이건 정말 개소리….

“아!”

라온이 메시지를 보며 손뼉을 쳤다.

‘너 아까 잘했다고. 수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놈은 조져야 한다고 했었잖아. 그게 인정인가 봐.’

검투가 끝났을 때 라스가 했던 말을 읊어주었다.

-그건 아니지이이이이이!

* * *

-끄으으윽….

라스는 포동포동한 솜사탕 몸을 비틀며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듯한 신음을 흘렸다.

녀석은 능력치를 퍼준 것보다 오늘 아이스크림 못 먹은 것에 더 짜증이 돋은 상태였다.

‘어쩔 수 없어. 점장이 쉬겠다는데 손님이 가서 문 열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되잖아.’

-말이 안 되면 되게 해라! 네놈이 맨날 하는 소리 아니냐!

녀석은 광풍대를 훈련시킬 때 하는 말을 내뱉으며 눈을 부라렸다.

-한 달! 자그마치 한 달이니라! 계속 오늘만을 기다렸는데, 이게 대체 뭐냐! 왜 이 세계는 본왕을 미워하는 건데!

‘음….’

‘뭘 물어. 마왕이니까’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더 건드리면 폭발할 것 같아서 입을 다물었다.

-본왕이 원래 운이 없기는 했지만, 네놈을 만나고 더 이상해진 것 같으니라!

라스가 이쪽을 노려보며 보름달처럼 둥근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네놈이 본왕의 능력만이 아니라, 운도 빼앗아 간 게 분명하느니라!

‘그건 너무 나갔지.’

-닥쳐라! 그게 아니고서는 매번 이런 상황에 부딪힐 리가 없느니라!

‘흠….’

라온이 딸기 맛 솜사탕처럼 붉어진 라스의 얼굴을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그러고 보니….’

원래 내 삶에 행운 따위는 없었는데.

전생의 삶을 살며 운이 좋다고 생각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일단 납치되어서 암살자로 살았던 것 자체가 최악이었지만, 암살자로 사는 와중에도 운이 좋았던 일은 죽다가 살아나서 불의 고리를 얻었던 것뿐이다.

‘결국 그것도 운이 나쁜 거였고.’

세뇌가 풀린 걸 들켜서 목이 떨어져 나갔으니, 그것도 운이 좋다고 할 수 없었다.

이번 삶을 살면서도 특별히 운이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저 솜사탕 호구를 만나고 나서부터 일이 술술 풀렸다.

‘진짜인가.’

정말 라스가 나타난 이후로 모든 일이 잘 정리되었고, 별관에는 웃음이 찾아왔으며, 무력적인 성장도 예측보다 몇 배는 빨라졌다.

생각해보면 라스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정도가 아니라,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매일매일 새로운 알을 낳아서 퍼주니, 아낌없이 주는 나무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였다.

‘이 거위는 놓치면 안 돼.’

라온이 라스를 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뭘 봐!

라스는 여전히 화를 풀지 않은 채 인상을 구겼다.

‘내일 바로 갈게.’

-응?

‘내일 일어나자마자, 구슬 아이스크림 매장에 가서 전부 다 사줄게. 오늘 문을 안 열었으니, 많이 남아 있을 거야.’

-저, 정말이냐? 근데 갑자기 왜?

녀석은 불길함을 느낀 듯 슬쩍 뒤로 물러났다.

-이상하느니라! 네놈이 순순히 움직일 리가 없느니라!

‘아니, 다른 생각은 없고, 잘 기다려줬으니….’

라온이 손을 저으며 별관의 정원으로 들어갔을 때였다.

우측 수풀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하얀 족제비가 튀어나왔다.

“너는….”

멀린이 깃들었던 족제비였다. 세 시간 넘게 털을 빗어 주었기에 못 알아볼 수가 없었다.

“네가 왜 여기에 있지?”

본관 쪽에서 사는 녀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미안한데, 거래는 끝났어. 다른 곳에 가서 빗어달라고….”

“그러지 말고 또 해줘.”

손을 흔들며 별관의 저택으로 걸어가려는데, 족제비에게서 멀린의 음성이 들려왔다.

“너….”

라온이 족제비를 보며 턱을 부르르 떨었다.

“네가 왜 여기에 있어!”

지금까지의 경험상 멀린은 한 번 떠난 동물에게 다시 들러붙지 않았다. 왜 저 족제비에게서 또 멀린의 음성이 들리는 건지 이유를 모르겠다.

“그날 밤. 우리 참 좋았지.”

멀린이 손을 비비고, 꼬리를 배배 꼬았다. 어처구니가 없지만, 뺨에는 옅은 홍조까지 올라와 있었다.

“세 시간 넘게 네 손길을 느낀 건 내 인생 최고의 행복이었어.”

그녀는 본인의 털을 쓸어내리며 들뜬 입맛을 다셨다.

“그, 그럼 그때 거짓말한 거야?”

“거짓말은 아니야. 정말 이 아이가 원하는 건 털을 빗어달라는 거였으니까. 다만 나도 같이 느낀 거지.”

멀린은 이 빙의 마법을 하도 쓰다 보니, 알아서 개량되었다고 말했다.

“동물들이 원하면 다시 올 수 있어. 이 아이도 네 손길이 좋았던 모양이야.”

“개량….”

라온이 헤죽거리는 멀린을 보며 입을 떡 벌렸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야.’

멀린은 세상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저 스토커 마법을 개발한 천재다.

그녀의 집착이라면 저 마법을 개선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젠장….”

뭐가 어떻게 되었든 멀린을 세 시간 넘게 쓰다듬었다는 것에 소름이 돋아올랐다.

“오늘 검투 잘 봤어.”

멀린이 허리를 세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두 번째라며? 아쉬워 첫 번째도 봤어야 했는데.”

그녀는 그걸 봤으면 무조건 마법으로 녹화를 했을 거라며 미소를 지었다.

“녹화? 그럼 설마….”

“응. 당연히 했지.”

“아니, 마법 못 쓰잖아.”

“수명이 있잖아.”

멀린은 당연한 걸 왜 묻느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라온이 입을 떡 벌렸다.

‘인간의 상식이 안 통해.’

오늘 대연무장에 있던 수많은 사람에게 경악을 안겨줬지만, 그걸 자신이 당할 줄은 몰랐다.

-어억….

라스도 어이가 없다는 듯 동그란 눈동자를 떨었다.

-진짜 광녀이니라. 독보적으로 미쳤어!

이전에 말했던 마계의 스토커도 이 정도 수준은 아닌 것 같았다.

“하루에 1,000번씩 돌려 볼 거야!”

멀린은 천 번씩은 봐야 긴장이 안 될 것 같다며 웃었다.

“으….”

라온은 살이 아리는 듯한 섬뜩함을 느끼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 버러지가 조금 강해져서 걱정했는데, 괜한 생각이었네. 역시 라온이라니까.”

멀린은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해주는데 소름이 돋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여긴 왜 온 건데?”

내상을 입은 듯 울렁거리는 속을 가라앉히며 찾아온 이유를 물었다.

“인사를 하러 왔어. 임무가 들어와서 한동안 못 볼 거 같거든. 참 귀찮다니까.”

그녀는 망혼귀가 쓰러진 이후로 타천이 자꾸 일을 만든다며 혀를 찼다.

“무슨 일인데?”

“몬스터를 잡아 오는 거야. 그리폰 로드의 투구를 만들기 전에 실험을 한다나?”

멀린은 중요한 사실을 거침없이 말했다.

“그 투구를 쓸 사람도 있어?”

“그건 모르겠네. 타천이 알아서 할 일이라.”

그녀는 너 빼고는 관심 없다고 중얼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진짜 방심할 수가 없었다.

“내년쯤에 다시 볼 수 있을 거야. 얼마 안 남았지만, 널 못 보면 시간이 느리게 가니까 길겠지.”

멀린이 우울한 목소리로 작별 인사를 전했다.

“이 아이의 부탁은….”

“거짓말 아니지?”

“응. 이번에는 진짜 갈 거야.”

그녀가 부드럽게 고개를 저었다.

“부탁이 뭔지는 알지?”

“설마 또….”

“맞아. 털을 빗어달래. 그래도 전처럼 길지는 않을 거야. 그때는 내가 원했던 거라.”

멀린이 혀를 빼꼼 내밀며 두 손을 모았다.

“야. 너!”

“뀨.”

라온이 멀린에게 따지려고 할 때 족제비가 작은 울음을 흘리며 다가왔다.

녀석의 눈동자가 탁 풀렸지만, 혹시 몰라서 위아래로 살폈다.

“멀린?”

“뀨?”

“멀린 아니지?”

“뀨.”

족제비는 빨리 빗으라는 듯 손을 허공에서 위아래로 쓸어내렸다.

“하아….”

라온이 한숨을 내쉬며 아공간 주머니를 들었다. 그 안에서 작은 빗을 하나 꺼냈다.

‘혹시 몰라서 준비한 건데, 바로 쓰게 될 줄이야.’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족제비에게 빗질을 해주었다.

녀석은 기분이 좋은 듯 가는 울음소리를 내며 천천히 눈을 내리감았다.

“후.”

라온은 족제비를 털을 빗어 주면서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맞아?”

내가 왜 이러고 있지?

* * *

글렌이 느긋하게 술잔을 들어 올렸다.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미소를 지으며 바다색 술로 입을 적셨다.

“허!”

그의 앞에 앉아 있는 페드릭이 헛웃음을 흘렸다.

“내 앞에 있는 녀석이 철가면이라 불리던 북멸왕이 맞나 싶군. 그렇게 좋나?”

“무슨 말이지? 나는 평소와 같다.”

글렌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담담하게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럼 그 입꼬리 좀 가만히 놔둬. 갓 잡은 물고기도 아니고, 더럽게 팔딱거리고 있으니까!”

페드릭이 삼각형을 그리는 글렌의 입매를 가리키며 인상을 찌푸렸다.

“크흠!”

글렌이 헛기침을 하고서 손으로 양쪽 입매를 짓눌렀다.

“그냥 놔둬요.”

리메르가 휘휘 손을 저었다.

“오늘 제 제자이자! 가주님의 손자인 라온이 대활약을 해서 참기 힘들 거예요.”

그는 유독 제자라는 단어에만 강한 힘을 주며 히죽 웃었다.

“쯧.”

글렌은 라온을 제자라 부른 리메르가 마음에 안 드는 듯 짧게 혀를 찼다.

“좋아하는 걸 티 내기 말라는 게 아니야. 그 티를 라온 앞에서 좀 내라는 거다. 옆에서 보고 있자니, 답답해 죽겠어.”

“그건 맞는데, 말해도 들어먹질 않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허허허!”

리메르와 셰릴, 로엔이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밥도 먹고 술도 먹고, 할 거 다 했다며! 밤마다 자는 사람 깨워놓고 자랑했으면 이제 좀 밝히란 말이다!”

페드릭이 이를 갈았다.

‘이 고집불통 늙은이야!’

라온과 함께 한 일이 있을 때마다 찾아와서 잠을 깨워놓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는 글렌을 보자 화딱지가 솟구쳤다.

“무슨 말이냐.”

글렌은 그런 일 없다며 술잔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손가락이 가늘게 떨리는 듯 보였다.

“에휴, 소용없어요. 아주 똥고집이야.”

“이번만큼은 저 도박꾼 놈 말이 맞습니다.”

리메르만이 아니라, 셰릴도 힘들다며 고개를 저었다.

“허허허.”

로엔만이 즐겁다는 듯 허허로운 웃음을 흘렸다.

“로엔.”

“예. 가주님.”

글렌의 부름에 로엔이 앞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적어두었나?”

“당연히 적었습니다.”

두 사람은 다른 이들이 알아듣기 힘든 말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뭐였지?”

“[나의 하늘을 가리지 마라.]가 최고의 대사였다고 생각합니다.”

“나도 동의하네. 다만 [너한테 죽음은 사치야.]이것도 괜찮지 않았나?”

“그것도 좋았지요. 당연히 기록해두었습니다.”

“스케치도?”

“물론입니다.”

로엔이 허공에 그림을 그리는 듯한 손짓을 했다.

“그거 설마 오늘 라온이 했던 말이에요?”

리메르가 글렌을 보며 입을 떡 벌렸다.

“하아, 맞아.”

셰릴이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쳤다.

“허….”

페드릭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바람을 흘렸다.

“아니, 티를 내고 싶은 거야! 안 내고 싶은 거야! 하나만 하라고!”

그가 소리를 지를 때 둔탁한 노크 소리와 함께 알현실의 문이 열렸다.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들어온 사람은 비연회주 채드였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네 사람에게 고개를 숙였다.

“괜찮다. 무슨 일이지.”

글렌은 찾아온 이유를 말하라며 손을 저었다.

“믿기 힘든 일이지만.”

채드가 떨리는 손으로 가지고 온 서류를 내밀었다.

“…가 지그하르트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 * *

라온은 족제비의 털을 두 시간가량 빗어 주고, 북망산 아래 공터에서 자정까지 수련한 뒤 별관으로 돌아왔다.

-정말 징한 놈이니라.

라스가 눈동자를 가늘게 흘겼다.

-오늘 결투를 하고서도 수련을 빼먹지 않는 거냐?

‘당연히 해야지.’

라온이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결투는 결투고 수련은 수련이니까.’

오늘 검투를 치르며 창궁검의 흐름이 몸과 정신에 와닿았다.

그 감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복습하듯 바로 수련을 해야 했다.

덕분에 자정이 되어서야 별관에 돌아올 수 있었지만, 나름 만족할 만한 수확을 얻었다.

‘오늘 얻은 게 많네.’

창궁검과 가까워진 것만이 아니라, 능력치와 특성이 오르고, 글렌이 말해주었던 가문 내 영향력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었다.

한 달 동안 수련한 보람을 하루에 모두 얻어낸 것 같아서 뿌듯한 마음이었다.

‘그래도 피곤하긴 하네.’

중간에 멀린을 상대했기 때문일까. 정신력이 바닥을 친 기분이다. 빨리 씻은 후 자고 싶었다.

-그래. 바로 씻어라. 내일 바로 아이스크림 사러 가야 하니까.‘

‘그래. 이번에는 정말 약속 지킬게.’

라온이 피식 웃으며 수건을 챙겼을 때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뚝뚝 끊어지는 세 번의 두드림. 주디엘이었다.

-뭔가 불안한데….

“들어와.”

문이 열리고 주디엘이 들어와 고개를 숙였다. 어느 때라도 담담한 그녀의 표정이 살짝 굳어져 있었다.

“무슨 일이지? 카룬이 지시라도 내렸어?”

대연무장에 있던 카룬의 표정이 좋지 않았기에 또 어떤 지시를 내린 것 같았다.

“그와는 다른 일 때문에 왔습니다.”

주디엘이 고개를 저었다.

“다른 일?”

“예. 지금 지그하르트로 희극제가 오고 있다고 합니다.”

“누구라고…?”

라온의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그의 어깨에 걸쳐져 있던 수건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신주오령 중 백경의 수장 희극제입니다.”

주디엘이 마른침을 삼키며 말을 이었다.

“그녀가 홀로 지그하르트로 오고 있습니다.”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460화

지 은 이 글개미

발 행 처 다온크리에이티브

기획 / 편집 / 제작 김태현

표 지 알터

ISBN 979-11-6730-123-9 (05810)

ⓒ2021, 글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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