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9화
고요하다. 사람으로 가득 차 있는 대연무장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라온이 차분히 시선을 내렸다. 돌 중에서도 단단하다는 태형석으로 만든 대련장에 직사각형 형태의 거대한 구멍이 돋아났다.
제천검과 같은 형태. 창궁검의 첫 번째 초식 대연중천의 위력이었다.
‘하늘을 담는다는 게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아.’
글렌처럼 완벽하게 펼쳐낸 게 아님에도 저 정도 파괴력이라니. 무거움에만 집중했다고 해도 경악스러운 결과였다.
‘다만 오러 소모는 상당히 심해.’
검술의 숙련도가 부족하기에 오러 소모가 극악이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지쳤지만, 얼굴에 드러내지 않은 채 직접 만든 구멍을 향해 다가갔다.
깊게 파여나가 시꺼멓게 물든 구멍 속에 아이언드가 벌레처럼 박혀 있었다.
“끄으으….”
그는 곧 죽을 것처럼 가는 신음을 흘리며 일그러진 눈동자를 들어 올렸다.
“편해 보이네.”
라온이 서늘한 눈으로 아이언드를 굽어보았다.
“비명을 지르고 싶어도 지를 수 없겠지.”
아이언드는 전신의 뼈가 모조리 박살 났고, 근육이 파열되었으며, 단전까지 으깨졌다.
죽고 싶을 정도의 고통에 입이 터져라 비명을 지르고 싶어도 지르지 못하는 상태였다.
“고통스럽나?”
지독한 통증에 얼굴에 핏줄이 올라온 아이언드를 보며 입매를 말아 올렸다.
“네게 버림받은 이들은 더 외롭고, 더 고통스러웠을 거다.”
백련대에 들어간 검사들은 아이언드를 믿고, 가문의 이름을 드높이기 위해서 검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언드는 그들의 신념과 충성심을 실적을 쌓기 위한 발판으로만 사용한 뒤 거리낌 없이 버려버렸다.
본인에게 더 도움이 되는 검사들을 받기 위해 기존의 검사들을 사지로 보내다니, 용서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었다.
“주, 죽여라.”
아이언드가 억지로 입을 뗐다. 발음이 뭉개졌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너한테 죽음은 사치야.”
라온이 오싹하리만큼 건조한 음성을 흘렸다.
“네게 버림받고 죽어간 검사들보다 더 깊은 고통과 공포를 느낄 때까지는 절대 죽이지 않을 거다.”
사실 대연중천을 펼쳤을 때 충분히 아이언드의 목숨을 끊어버릴 수 있었다.
검투였고, 놈의 평판이 바닥을 쳤기에 죽여도 큰 문책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언드에게 죽음보다 더 짙은 고통을 느끼게 하고 싶어서 일부러 살려두었다.
그 강대한 무력이 사라지고, 명성과 지위까지 잃은 채 허무와 통증만 가득한 삶을 살게 하고 싶었다.
“흐으으….”
라온은 공포에 질려 전신을 떠는 아이언드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옛 생각이 나는군.’
전생의 삶은 지옥의 연속이었다. 데루스의 수하들에게 납치당한 뒤 평생을 암살자로 살아가다가 결국 삶는 솥에 들어가게 되었다.
어둠으로 점철되었던 전생과 아이언드를 믿다가 죽어간 검사들의 삶이 비슷하다고 여겨졌기에 차디찬 분노가 타올랐다.
‘기다리고 있어라. 데루스 로베르트.’
너도 이놈처럼 아니, 이보다 더 많은 것을 빼앗아 줄 테니까.
“제, 제발….”
“오래 살았으면 좋겠네.”
라온은 제발 죽여달라는 아이언드에게 경쾌한 미소를 지어준 후 등을 돌렸다.
-잘했느니라!
라스가 개구리처럼 팔짝 뛰어올랐다.
-수하를 소중히 여기기는커녕 발판으로 쓰는 저런 놈들에겐 죽음 이상의 고통을 주어야 하느니라!
녀석은 아이언드가 있던 구멍을 돌아보며 동그란 주먹을 휘둘렀다.
-만약 본왕이 여기 있었다면 저놈의 몸통에 수천 개의 서리 가시를 박은 뒤 얼려서 만 년 동안 놔두었을 것이니라.
‘그건 좀 무섭네….’
암살자로 살아온 자신도 참기 힘든 고통일 거 같아서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어쨌든 다 끝났으니, 이제 구슬 아이스크림 뷔페를 차려주는 것이냐?
라스는 그것만 기다리고 있었는지 푸른 얼굴에 붉은 홍조를 띄웠다.
‘조금만 기다려. 아직 할 일이 남았으니까.’
라온이 엉덩방아를 찧은 채 넋을 놓고 있던 사회자에게 손짓했다.
“다 끝났습니다.”
“어? 아!”
사회자가 눈을 껌벅이며 벌떡 일어났다. 그는 대련장이었던 구멍으로 달려가 아이언드의 상태를 확인하고 손을 들었다.
“거, 검투의 승자는 라온 지그하르트!”
그의 갈라진 음성이 대연무장을 울리자, 관객들도 한 명씩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아….”
“라, 라온이다. 라온이 이겼어!”
“이긴 정도가 아니라, 아예 압도했잖아!”
“저 검흔은 대체 뭐야? 아니 저걸 검흔이라고 할 수 있나?”
“아이언드의 강기가 하늘을 뒤덮었을 때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그 검술은 대체….”
“이, 이게 정말 인간들의 싸움인가? 아예 다른 종족 같아.”
무인들은 라온과 아이언드의 마지막 격돌을 떠올리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라온.”
“라온 잘했다!”
“흥! 그 정도는 해야 광풍대 부대주지.”
“근데 또 뭘 익힌 겁니까!”
“진짜 미친 부대주라니까!”
“이제 반항했다간 땅에 묻히겠네….”
루난과 버렌, 마르타를 비롯한 광풍대 검사들은 믿고 있었다는 듯 환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었다.
“우와아아아아아!”
“라온! 라온! 라온!”
“백검룡! 백검룡!”
“아이언드를 조져줘서 고맙다! 속이 시원해!”
“다시는 못 볼 화끈한 전투였습니다!”
광풍대 검사들의 외침에 관객들도 라온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아이언드의 평판이 워낙에 좋지 않았기에 연무장 전체가 라온을 응원하는 것 같았다.
라온은 처음 입장할 때보다 배는 커진 사람들의 함성을 들으며 관객석을 살폈다.
“라온!”
“도련님!”
“고생하셨어요!”
실비아와 시녀들의 울음기 섞인 음성을 들으며 백련대 검사들이 있는 방향을 보았다.
부대주와 조장으로 보이는 간부들의 얼굴은 똥을 씹은 듯 구겨졌지만, 그 뒤에 있던 평검사들은 두 손을 모은 채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그들의 어깨를 짓누르던 아이언드의 그림자가 마침내 지워진 듯 보였다.
라온은 전생의 자신이 갈구했던 자유를 얻은 검사들에게 잔잔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다음에는 좋은 선택을 하시길.’
* * *
“저, 저건!”
발데르가 의자를 부수며 벌떡 일어났다.
“어떻게 저 마스터 따위가 의지를 담는 무학을….”
그는 말이 안 된다는 듯 라온을 보며 턱을 부르르 떨었다.
“이건 말이 안 돼!”
검술에 검사의 의념을 담는 건 일반적으로 그랜드 마스터에 오른 이후부터다.
아직 그랜드 마스터의 벽에 붙지도 못한 애송이가 검술에 의지를 담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으음.”
카룬 역시 당황한 듯 낮은 신음을 흘렸다.
“저 검술 자체에 초상승의 무리가 담겨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검술이 뛰어나다고 해도 마스터가 어찌….”
그도 어처구니가 없다며 라온을 노려보며 입술을 질겅질겅 씹었다.
“…….”
데니어는 평소와 달리 가면을 쓴 듯 창백한 표정으로 라온을 바라보았다.
“미쳤군….”
“백련대주가 저렇게 일방적으로 밀리다니….”
“저게 곧 21살이 되는 애라고?”
“대주 중에서도 상위권. 아니, 공검대주 말고는 이길 사람이 없겠는데?”
“어이가 없네. 아무리 가주님의 피를 이었다고 해도 이건 좀 심하지 않아….”
“왜 부대주에 있는 거지? 리메르보다 강할 거 같은데?”
“의념을 담는 검이라니….”
대주와 단주들의 얼굴이 노랗게 질렸다. 라온이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예상하지 못한 듯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벌어졌다.
“하하하하!”
세레나는 시원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게 네 대답인가. 그래. 내가 물렀구나.”
그녀는 당당하게 선 라온을 보며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하군요.”
로엔이 진심으로 감탄한 듯 마른 입술을 축였다.
“백련대주의 마지막 공격은 그랜드 마스터가 아니면 막기 힘들 정도였는데, 제대로 베었습니다.”
“저도 이번에는 좀 놀랐네요.”
셰릴이 당구공만 해진 눈동자를 깜박이며 헛웃음을 흘렸다.
“제가 생각했던 재능 범위를 한참 넘어섰네요. 정말 잘하면 우리가 남북맹을 칠 필요도 없겠는데요.”
그녀는 라온이 22살이 되기 전에 정말로 그랜드 마스터에 오를 것 같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커흠.”
글렌은 간부들의 칭찬과 관객들의 외침을 들으며 참고 있던 입술의 근육을 풀었다. 그의 입꼬리가 천장을 뚫고 하늘에 닿을 것처럼 솟구쳤다.
‘결국 해냈구나.’
라온은 어제 이뤄진 마지막 가르침까지 대연중천을 이루지 못했다.
자신이 무리해서 가르쳤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녀석은 끝내 이 중요한 장소에서 창궁검의 시작을 보여주었다.
‘정말 잘했다!’
아끼는 손주가 자신이 직접 가르친 검술로 가문의 죄인을 징벌한 모습에 가슴이 떨렸다.
관객들처럼 라온의 이름을 외치고 싶은 것을 주먹을 말아쥐며 간신히 참았다.
“후후.”
“허허허.”
셰릴과 로엔이 글렌의 활짝 핀 미소를 보며 웃음을 흘릴 때 간부석 끝에서 경쾌한 바람이 불어왔다.
“누구 제자인지 더럽게 잘 싸우네.”
리메르다. 그가 구겨진 옷소매를 매만지며 간부석으로 올라왔다.
“안 그래? 쟤 누구 제자인지 알아?”
“그… 리메르 님 제자 아닙니까?”
가장 앞에 있던 단주가 리메르를 가리켰다.
“그렇지! 잘 아네!”
리메르가 박수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이 몸이 가르쳤기에 저런 괴물이 탄생한 거지! 다른 사람이었다면 어림도 없어!”
그는 라온이 저렇게 강해진 것은 본인의 가르침과 훈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외쳤다.
“끄응….”
글렌이 입술을 깨물었다. 라온을 제자라 외치는 저 엘프의 머리통을 깨버리고, 저 검술을 가르친 사람이 나라고 외치고 싶은 충동이 물밀듯이 솟구쳤다.
“후….”
셰릴이 한숨을 내쉬며 단상 아래로 내려갔다.
“너는 진짜….”
“근데 말이야.”
리메르를 말리려고 할 때 그의 음성이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쥐새끼 하나가 아이언드한테 뭔가 준 거 같은데.”
그의 서늘한 시선이 간부석을 훑어내렸다.
“내가 아이언드를 놀리려고 병실에 찾아갔었는데, 그때는 저 수준이 아니었어. 경지는 같았지만, 저 정도의 위력은 절대 낼 수 없었지. 누가 수를 쓴 모양이지?”
“음….”
셰릴이 손을 내리고,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그랬지.’
직접 아이언드를 조사했기에 알 수 있다. 한 달 전의 그와 지금의 그는 전혀 달랐다.
오러의 양만이 아니라, 특별한 무언가를 익힌 듯 말도 안 되는 기운을 운용했다.
라온의 승리에 잊고 있었지만, 확실히 이상한 일이었다.
“지금 우리를 의심하는 건가?”
카룬이 짜증이 가득 차오른 눈으로 리메르를 노려보았다.
“여긴 너 따위가 올 곳이 아니다. 헛소리 말고 꺼져.”
“미안하지만, 나도 간부라서.”
리메르가 대주의 표식이 새겨진 문양을 가리켰다. 옷에 잔뜩 주름이 진 덕분에 표식은 더 잘 보였다.
“개소리를 주절거리는 건 여전하군.”
발데르 역시 리메르를 노려보며 인상을 구겼다.
“네깟 놈의 실력으로 무엇을 알아본단 말이냐.”
“왈왈!”
리메르는 개소리를 내며 헤헤 웃었다.
“너!”
“저 망할 놈이….”
“아, 내 말 아직 안 끝났어.”
그는 카룬과 발데르에게 손을 휘휘 젓고서 단상의 중앙으로 걸어갔다.
“흠….”
리메르는 간부들을 올려보며 입매를 말아 올렸다.
“사실 아이언드에게 영약을 주든, 무학을 주든 상관은 없지. 근데 누구인지 몰라도 헛수고하느라 고생했다고 해주고 싶네요. 덕분에 돈 잘 따갑니다!”
그는 손가락에 끼운 도박권을 흔들며 가장 높은 단상으로 올라갔다.
“가주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글렌이 리메르의 말을 들으며 단상 아래로 굽어보았다. 심장을 조이는 듯한 섬뜩한 시선에 간부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어깨를 떨었다.
“네 말대로다. 도와주는 거야 본인의 마음이지. 다만….”
그의 시선이 천천히 내려가 라온을 향했다.
“결과적으로 쓸데없는 짓이었구나. 청영단에 백잠무결까지. 누구인지 몰라도 꽤 낭비가 심했어.”
글렌은 이미 아이언드가 무엇을 받았는지 파악하고 조소를 머금었다.
“그렇죠! 돈도 벌고, 멍청이도 놀리고 일석이조의….”
“시끄러!”
셰릴이 리메르의 머리를 후려치고 나서야 그의 웃음이 멎었다.
“가주님. 이제 정리를 해야할 듯 합니다.”
로엔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글렌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렇군.”
글렌이 고개를 끄덕이고 상석에서 몸을 일으켜 단상의 끝으로 걸어갔다.
“오늘 검투의 승자는 광풍부대주 라온 지그하르트다.”
“오오오오오오!”
“우와아아아아아아!”
“라온! 라온! 라온!”
가주의 승리 선언에 연무장 전체에서 거대한 환호가 터져 나왔다. 무인들만이 아니라, 사용인들 그리고 간부들마저 라온의 이름을 외쳤다.
“라온 지그하르트가 이번 검투에서 걸었던 조건을 밝히겠다.”
검투에서 검투사가 서로에게 건 조건은 승패가 갈린 이후에 밝혀진다. 관객들은 함성을 멈추고 글렌의 입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라온 지그하르트는 백련대 검사들을 사사로이 이용하고, 희생시킨 백련대주 아이언드를 백련대에서 추방하여 이번 일에 진실을 밝힌 검사들을 보호하고자 했다.”
“와아….”
“그, 그게 조건이었어다고?”
“그럼 임무를 방해하려고 했던 복수가 아니라….”
“그래. 백련대 검사들을 보호해주려고 이 검투를 연 거잖아.”
“허, 무력만이 아니라, 인성도 격이 달라.”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아이언드가 백련대에 했던 행동들은 이미 소문은 퍼져 있었다. 하지만 검투 조건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는데, 백련대를 보호하려는 라온의 배려를 알게 된 사람들은 입을 떡 벌렸다.
“승자의 조건대로 지금 이 시간부로 아이언드를 백련대에서 영구히 추방한다. 또한 천검대주의 조사를 통해 아이언드가 희생시킨 검사들이 다수 밝혀진 바 그를 무기징역에 처한다!”
“우오오오오오오!”
글렌의 외침에 관객석에서 다시 한번 거대한 환호가 터져 나왔다.
“끄으….”
아이언드는 육체적 충격에 이은 정신적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눈을 까뒤집은 채 정신을 잃었다.
“라온 지그하르트.”
글렌의 부름에 라온이 이마에서 흘러내린 피를 털어내고 그의 앞에 섰다.
“수고했다.”
그 말에서 직계들이 글렌을 돌아보았다. 검투의 승자에 저런 관심을 주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모두가 놀란 눈치였다.
“감사합니다.”
라온은 글렌에게 고개를 숙인 후 뒤를 돌았다. 오늘 자신을 응원해준 사람들에게도 고맙다는 뜻으로 고개를 숙였다.
“우오오오오오오!”
“백검룡! 네가 최고다!”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라온 님!”
“더 위로 올라가!”
무인들은 목이 터져라 응원을 해주며 손을 흔들었다.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짖는 모습에 심장이 두방망이질 쳤다.
‘언제 느껴도 색다르군.’
전생에선 이름과 얼굴을 알리지 못했기 때문일까. 사람들이 이름을 불러주고, 환호하면 전신에 열기가 차오르는 것 같았다.
-이제 다 끝났지?
라스가 어깨를 툭툭 치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 약속의 때이니라! 당장 아이스크림 매장으로 가서 모조리 사오자꾸나!
‘알고 있어.’
라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라스가 한 달 동안이나 참아주었기 때문에 구슬 아이스크림으로 뷔페를 차려주겠다는 약속은 무조건 지킬 생각이었다.
-그럼 바로 가자!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고 대연무장을 나가려고 할 때였다.
“어…?”
우측에서 손을 흔드며 눈물을 흘리는 중년인의 얼굴이 익숙했다.
“봐! 저분이 우리 매장의 단골이시라고! 라온 님! 정말 멋졌습니다!”
콧수염이 인상적인 중년인. 구슬 아이스크림 매장의 점장이었다.
-에?
라스도 점장을 알아보고 입을 떡 벌렸다.
-저 콧수염이 왜 여기에 있어! 매장은 비워뒀냐고!
녀석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고개를 부르르 떨었다.
“크으으! 오늘은 내가 쏜다! 다 따라와!”
아이스크림 매장의 점장은 함께 온 이들에게 술집에 가자며 어깨동무를 했다.
-이런 빌어먹을! 야! 매장 비워두고 어딜 가냐고!
라스의 푸른 솜사탕 몸이 뻘게지며 딸기 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음, 아무래도 오늘은 안 되겠는데….’
-무슨 개소리야! 저 콧수염 당장 잡아! 끌고 가서 문 열게 하라고!
‘그건 힘들지.’
가게 주인이 문을 닫고 쉬겠다는데 대체 뭘 어쩌겠는가. 불가능한 일이었다.
-대체 왜 이러는 것이냐! 세상이 어떻게 본왕한테 이래! 본왕이 얼마나 착하게 살았는데!
라스는 마왕 주제에 착하게 살았다며 하늘을 향해 삿대질을 했다.
-본왕을 음해하려는 세력이 있는 게 분명….
녀석이 악을 지르며 버둥거릴 때 눈앞으로 메시지가 올라왔다.
[격 높은 상대를 압도하여 승리하셨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특성….]
라스는 그 메시지를 보며 들어 올린 손을 떨궜다.
-진짜 돌아버리겠네!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459화
지 은 이 글개미
발 행 처 다온크리에이티브
기획 / 편집 / 제작 김태현
표 지 알터
ISBN 979-11-6730-123-9 (05810)
ⓒ2021, 글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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