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7화
아이언드는 백련대 연무장 중앙에 앉아서 눈을 감고 있었다. 명상을 하는 듯 미동도 하지 않는 그 앞으로 검은 그림자가 졌다.
아이언드가 느릿하게 눈을 떴다. 그는 그림자만 있고, 사람이 없는 기이한 상황을 보고도 당황하지 않았다.
“역시나 왔나.”
“몸 상태가 좋아 보이는군.”
그림자에서 낮은 음성이 들려왔다. 이전에 병실을 찾아왔던 복면인의 목소리였다.
“불공평한 검투를 치르는 건 안 된다며 몸을 회복하고 검을 휘두를 시간까지 주더군. 하여튼 검술에 미쳐있는 집안이라니까.”
아이언드는 지그하르트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비웃음을 흘렸다.
“라온 지그하르트를 꺾을 자신은 있나?”
“날 직접 보고도 그런 소리를 하는 건가.”
“…….”
복면인은 말이나 하라는 듯 그림자 속에서 매서운 시선을 보내왔다.
“흥. 청영단은 모두 흡수했고, 백잠무결도 습득했다. 너희들이 원하는 대로 놈의 팔을 베고, 단전까지 깨주지.”
“둘 중 하나면 된다.”
“나머지 하나는 내 몫이다. 나도 그놈이 마음에 안 들거든. 목을 졸라 죽이고 싶을 정도로.”
아이언드는 살기가 뚝뚝 흘러내리는 음성을 뱉으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마음대로 하도록. 다만 방심하다가 당하는 멍청한 짓을 한다면….”
“불필요한 잔소리다. 네 주인에게 마음 편하게 기다리고 있으라고나 전해.”
“…….”
복면인은 대답이 없었다. 그를 담고 있는 그림자가 태양에 녹듯이 옅어지다가 아예 사라져 버렸다.
“나를 사냥개로 쓰고, 사냥이 끝나면 삶으려고 하는 거 같은데….”
아이언드는 복면인의 그림자가 비쳤던 땅을 바라보며 섬뜩한 미소를 그렸다.
“일단은 받아주마. 다만 너희들의 생각대로 솥에 들어가지는 않을 거야.”
* * *
지그하르트의 대연무장.
가주 혹은 대주에게 허가를 받아야만 들어올 수 있는 이 특별한 연무장은 드물게도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이유는 당연히도 라온과 아이언드의 검투 때문이었다.
검투가 일어나는 날만큼은 자유롭게 대연무장의 출입이 가능하기에 지그하르트의 무인 대부분이 관객석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대연무장의 관리자들도 검투를 위해서 중앙에 대련장을 설치하고, 간부들의 자리를 만드느라 발이 보이지 않도록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광풍부대주와 백련대주의 검투라니, 오랜만에 눈이 호강하겠네.”
“둘 중에 누가 이기려나.”
“대주와 부대주잖아. 백련대주가 큰 문제를 일으켰다고 해도 결론은 이미 나와 있지.”
“음, 하긴 검을 쥐고 싸워온 경험이 다르니까.”
“그래. 아무리 라온 지그하르트가 천재라고 해도 저 정도 세월의 벽은 넘기 힘들어. 백련대주가 놀고먹던 사람도 아니고.”
“나도 마음은 광풍부대주가 이기길 바라지만, 가망이 없긴 해.”
“그냥 벌이나 받게 하지 왜 검투를 신청했는지 모르겠네.”
관객석에 앉은 무인들 대부분은 더 높은 경지에 올라 있고, 훨씬 많은 경험을 쌓은 아이언드의 승리를 점쳤다.
검투가 벌어진 이유를 들어서 라온에 대한 호감도가 높고, 아이언드의 평판이 바닥을 치고 있음에도 승패에 대한 예측은 바뀌지 않았다.
“잘들 모르네. 라온 지그하르트는 아무런 대책 없이 나서는 남자가 아니야.”
“맞아. 이 자리에서 레이든을 꺾었던 거 기억 안 나냐고. 그때도 전부 레이든의 승리를 점쳤잖아.”
“그것만이 아니야. 라온 지그하르트는 여태까지 일대일 결투에서 진 적이 없어. 익스퍼트 때 백혈교의 사도 잡은 거 기억 안 나?”
하지만 이전과 달리 라온이 쌓은 위업을 보고 그의 승리를 예측하는 사람들도 꽤 늘어났다.
“그때랑 지금이랑 같아? 아이언드는 레이든이 아니야. 비교가 안 된다고.”
“라온은 그럼 가만히 있었냐. 21살짜리가 마스터 최상급에 올랐다고! 이번에 층주 둘이랑 백랑도 잡은 거 까먹었어?”
“백련대주도 그 정도는 가볍게 할 수 있어. 나도 아이언드가 개자식인 건 알지만, 승부는 냉정하게 생각해야지!”
“냉정하게 판단해서 라온이지. 이번 검투를 이기면 가문 내 영향력이 장난 아니게 커질 텐데, 아무 생각 없이 나섰겠냐고!”
“그럼 도박판에 지르러 가자. 각자 미는 쪽에 이번 달 급여 다 넣는 게 어때?”
“받고 연봉으로!”
라온과 아이언드 중 누가 이길지를 논쟁하던 사람들은 금화 주머니를 꺼내든 채 연무장 외곽에 마련되어 있는 도박판으로 달려갔다.
버렌은 우르르 움직이는 관객들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 좀 라온에 대해 아는 사람이 늘어나네.”
예전 대연무장에서 검투를 치를 때는 대부분이 레이든에게만 돈을 걸었는데, 지금은 라온에게 배팅을 하는 사람이 상당히 늘어났다.
‘라온의 실력을 인정한다는 뜻이겠지.’
대주와 부대주의 싸움. 나이와 경험 차이는 그 이상으로 차이가 나는 무인들의 검투임에도 라온에게 돈을 거는 사람이 있다는 건 그의 무력을 인정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의미였다.
“흐아암….”
하품 소리에 고개를 우측으로 돌렸다. 루난이 입을 쩝쩝 다시며 고개를 꾸벅이고 있었다.
“시작하면 깨워줘.”
루난은 힘없이 손을 휘적이고서 대놓고 자기 시작했다.
‘아예 긴장 자체를 안 하네.’
루난은 당연히 라온이 이길 거라 생각하는 듯 긴장은커녕 졸기 시작했다.
강심장이라고 해야 할지 라온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여튼 멍청이들이 많아.”
마르타는 도박장에 몰려가 아이언드에게 돈을 거는 사람들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그 녀석이 지는 싸움을 걸 리가 없는데.”
그녀 역시 라온이 이번 검투에서 무조건 이기리라 생각하는 듯 신뢰가 담겨 있는 말을 흘렸다.
“그렇죠. 우리 얌생이 부대주는 절대 지는 싸움 안 하죠.”
크레인이 마르타의 말에 동의하며 입맛을 다셨다.
“난 이제 부대주님이 누군가에게 지는 게 상상이 안 가.”
광풍대에서 가장 겁이 많은 도리안조차 평온한 표정으로 과자를 씹고 있었다.
이들만이 아니다. 광풍대 전체가 라온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는 눈동자로 오늘의 검투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렌은 광풍대를 훑어보며 잔잔한 미소를 그렸다.
‘신기하군.’
본래 광풍대에서 라온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도리안과 루난 뿐이었다.
손가락에 박힌 가시처럼 생각했던 라온을 신뢰하며 목숨도 맡길 수 있는 사이가 됐다는 게 놀라우면서도 요상했다.
‘많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겠지….’
버렌이 옛 생각을 떠올리고 있을 때 옆자리로 넝마의 성자 페드릭이 다가왔다.
“왜 너희들뿐이냐? 그놈은?”
페드릭이 광풍대의 인원을 확인하고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똥파리가 똥에 있지. 어디에 있겠어요.”
“똥?”
“저기요.”
마르타는 페드릭이 누구를 물어보는지 바로 알아차리고 밑을 가리켰다.
그녀의 손가락 끝에 붉은 머리의 엘프가 겨눠져 있었다.
“나부터! 나부터 건다고! 이 자식들아! 비켜! 너희는 라온한테 걸지 마!”
리메르는 수많은 도박꾼 사이에서 금화 주머니를 품에 안은 채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어이 주인장! 라온 지그하르트한테 내 전 재산!”
“…….”
페드릭과 광풍대는 리메르의 한심한 모습을 눈에 담으며 동시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 *
대연무장의 정문 뒤로 진중한 걸음 소리가 스친다.
어둠을 두른 듯한 흑룡포의 위엄 위로 라온의 찬란한 미안이 드러난다.
햇볕을 받아 더 화려한 빛을 발하는 금발과 달리 차분한 붉은 눈동자가 이질적이었다.
“어어….”
“저, 저게 라온이라고?”
“기세가 장난이 아닌데….”
“부대주급이 아니야. 대주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라고!”
격이 다른 무게감과 말을 잊게 만드는 수려한 용모에 관중들은 넋이 나간 듯 입을 동그랗게 벌렸다.
“우와아아아아!”
“라온 지그하르트!”
“믿는다! 아이언드를 조져버려!”
“그런 쓰레기는 재활용도 안 된다고!”
“너한테 전 재산 다 걸었어!”
뒤늦게 정신을 차린 관중들이 손을 흔들며 목소리를 높였다.
라온은 관객석을 채운 관중들의 함성을 들으며 연무장 중앙에 만들어진 대련장으로 향했다.
-예전과는 다르군.
라스가 관중들을 둘러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전에는 네놈을 응원하는 이들이 거의 없었거늘.
‘그랬지.’
라온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에 레이든과 검투를 치르러 왔을 때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들은 한 줌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대련장의 절반 이상의 검사들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짖고 있었다.
아이언드가 죄를 지었다고 해도 이 정도 환호는 예상하지 못했다.
‘가주님의 말씀이 맞았군.’
글렌은 이 검투에 아이언드의 몰락만 걸린 게 아니라, 자신의 가문 내 영향력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상승하는 요소도 있다고 했었다.
지금 관객들의 반응을 보니, 그가 했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라온은 빠르게 뛰는 심장을 가라앉히며 대련장 앞에 섰다.
반대편에는 이미 아이언드가 도착해 있었다. 그는 대기석에 앉은 채 차가운 눈동자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아예 멍청이는 아니로군.’
자신을 보자마자 흥분할 줄 알았지만, 아이언드의 눈동자는 냉랭했다.
괜히 대주 자리를 차지한 게 아닌지 본인의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좋아 보이는구나.”
아이언드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턱짓을 해왔다.
“누구 덕분에 편했거든.”
사실 글렌의 가르침까지 습득하느라 죽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여유로운 척하며 손을 저었다.
“네가 자신 있어 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그 나이에 그 무력. 세상이 낮고 얕게만 보이겠지. 하지만….”
아이언드의 눈동자에서 오싹한 붉은빛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나는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검을 휘둘러왔다. 경지를 떠나, 실전 경험 자체가 달라. 내게 검투를 신청한 것을 후회하게 될 거다.”
“내가 안 걸었어도 언젠간 당신이 걸었겠지.”
라온이 제천검의 검집을 툭 치며 턱을 모로 틀었다.
“난 그저 눈에 거슬리는 쓰레기를 빨리 치워버리고 싶었을 뿐이야. 당신의 경험과 경지 따위는 궁금하지 않아.”
“입심 하나는 여전히 대단하군.”
아이언드는 도발에 넘어가지 않은 채 인상만 구겼다. 한 달 동안 마음의 수양을 제대로 이룬 것 같았다.
‘생각보다 재밌겠네.’
라온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기석에 앉았다.
잠시 기다리고 있자, 간부석에 사람들이 차기 시작했다.
조금 전에 만난 세레나에 이어서 카룬과 데니어, 발데르도 들어와 상석에 앉았다.
간부들을 보며 대련이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대연무장의 정문 앞에 서 있던 두 명의 검사가 대검으로 바닥을 내리찍었다.
쿠우우웅!
땅이 뒤흔들리는 거대한 울림과 함께 검사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가주님께서 입장하십니다!”
황금빛 햇볕이 쏟아지는 대연무장의 정문으로 글렌이 들어선다. 신검처럼 뻗어 나오는 웅혼한 존재감에 그의 뒤에 있는 셰릴과 로엔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오러나 기세를 일으키지 않고서 저런 존재감을 드러내다니, 하분성에서 마주했던 마왕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격이었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라온과 대연무장에 있던 모두가 글렌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글렌은 고개조차 끄덕이지 않고, 단상 위의 가장 높은 상석으로 올라갔다. 그야말로 패왕의 기세. 밤마다 검술을 알려주고 함께 샌드위치를 먹었던 사람은 이곳에 존재하지 않았다.
“모두 일어나도록.”
글렌이 손짓을 하고 나서야 대연무장에 있던 모두가 몸을 일으키고, 간신히 숨을 쉴 수 있었다.
“진행하라.”
그의 지시에 단상 아래에 있던 사회자가 한 발 앞으로 나왔다.
“오늘 검투를 진행할 검투사 백련대주 아이언드와 광풍부대주 라온 지그하르트는 단상 위로 올라가 주십시오!”
사회자의 외침에 아이언드가 먼저 대련장 위로 올라갔다. 그는 마음의 준비를 끝낸 듯 서늘한 감정이 실린 눈빛을 보내왔다.
라온은 대련장에 올라가지 않고, 관객석을 바라보았다.
실비아는 시녀들과 손을 맞잡은 채 기도를 하고 있었고, 광풍대는 믿는다는 듯 여유롭게 도리안의 간식을 까먹고 있었으며, 리메르는 도박판의 간판 위에서 손을 흔들었다.
그들을 지나 백련대 검사들이 있는 곳을 보았다. 그들은 아이언드의 손에서 구해달라는 듯 간절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동자는 데루스 로베르트의 목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전생의 자신을 보는 듯했다.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고, 반대로 가슴은 차가워졌다.
라온은 짧게 호흡을 고른 뒤 대련장 위로 올라갔다.
“앞으로!”
사회자의 지시에 라온과 아이언드가 대련장의 중앙에서 마주 섰다.
“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를 것이다.”
아이언드가 입매를 가늘게 말아 올렸다. 앞에서 마주 서자 그의 육체와 오러 모두가 단단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느낌이 아니야. 정말 강해졌어.’
자신의 감각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다. 기감을 믿고, 아이언드가 더 강해졌다고 생각하며 싸우는 게 옳았다.
“고맙다.”
아이언드는 바로 검을 뽑을 듯 손가락을 까딱였다.
“네 덕분에 가벼운 징계만 받고, 다시 대를 운용하게 될 것 같구나.”
놈은 검투 이후에 얻을 금패로 죄를 무마시킬 생각을 하고 있었다.
두 개의 금패와 그가 지금까지 쌓은 업적들을 합친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었다.
“상상은 자유지.”
라온이 얼어붙은 듯 차가워진 심장을 느끼며 제천검의 검병에 손을 얹었다.
“뭐?”
“네 징계는 여기서 이뤄질 거야. 내 손으로.”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으며 아이언드에게 턱짓을 했다.
“가문의 처벌처럼 다정하지는 않을 테니, 각오하도록.”
“건방진 놈….”
아이언드가 더 깊게 인상을 찌푸렸다. 다만 부동심이 흔들릴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두 분 다 준비되셨습니까?”
“됐다.”
“됐습니다.”
라이언드와 라온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회자가 한발 물러서며 손을 하늘로 올렸다.
“그럼 지금부터 백련대주와 광풍부대주의 검투를 시작하겠습니다!”
그가 벼락처럼 손을 아래로 내리며 단상에서 벗어났다.
시작은 했지만, 라온과 아이언드는 움직이지 않았다. 검병에 손만 올린 채 서로의 눈동자만 바라보았다.
고오오오오!
마스터 최상급에 오른 두 검사의 기세가 태양이 떠오르듯 천천히 상승하며 대련장에 거대한 압력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뿌드드득!
라온과 아이언드의 기세가 부딪치자, 잘 다려진 대련장이 바스러지며 돌조각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손가락 크기의 돌조각이 허리까지 올라간 순간 라온이 제천검을 뽑았다.
청우의 묘리를 운용한 극쾌의 발검술이 뻗어나갈 때 눈앞으로 시퍼런 검광이 번쩍였다. 아이언드도 같은 순간에 발검을 내지른 것이다.
쩌어어어엉!
제천검과 아이언드의 검이 맞부딪치며 연무장이 울릴 정도로 거대한 흔들림이 일어났다.
어마어마한 충격에 두 검이 비틀리듯 휘어지며 뒤로 밀려 나갔다.
아이언드는 검과 함께 물러서려 했지만, 라온의 움직임은 달랐다.
쿠웅!
라온이 왼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대지를 찍어누르는 태화보로 충격의 여파를 줄이며 아이언드에게 따라붙었다.
“이놈!”
아이언드는 단숨에 이쪽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왼쪽 팔꿈치를 찍어 내려왔다. 검을 쥔 오른손이 뒤편으로 물러서 있으니 당연한 움직임이었다.
라온은 찰나의 순간에 아이언드의 움직임을 파악한 뒤 왼손으로 그의 소매를 잡았다.
트드득!
유검의 묘리를 담아 부드럽게 휘어지는 손목이 아이언드의 사나운 공세를 흘려보냈다.
콰아아아아!
태화보로 충격을 줄였던 오른손 제천검을 그대로 내리그었다.
“크윽!”
아이언드가 신음을 흘리며 제천검의 투로 앞에 강기의 벽을 만들었다.
철벽 이상으로 단단한 기세가 느껴졌지만, 제천검을 물들인 불꽃은 그보다 날카로웠다.
촤아아아악!
아이언드가 만들어낸 오러의 벽이 갈라지고, 그의 가슴이 사선으로 뜯어져 핏물을 뿜어냈다.
“네놈….”
아이언드가 가슴의 상처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실전 경험? 높은 경지?”
라온이 제천검의 검극에 맺혀 있던 핏물 한 방울을 털어냈다. 붉게 달아오른 칼날로 아이언드를 겨누며 조소를 머금었다.
“그딴 건 씹어먹으면 그만이야.”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457화
지 은 이 글개미
발 행 처 다온크리에이티브
기획 / 편집 / 제작 김태현
표 지 알터
ISBN 979-11-6730-123-9 (05810)
ⓒ2021, 글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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