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2화
라온은 철전대가 마지막으로 목격되었다던 길목으로 달리며 손끝을 튕겼다.
‘길에서 갑자기 흔적이 끊어졌다고 했었지.’
채드가 주었던 정보 책자에 의하면 철전대는 로일란 마을에서 하루를 묵은 뒤 복귀하다가 그대로 사라졌다고 적혀 있었다.
마스터 최상급 트레빈과 철전대 전체가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상황을 보면, 특별한 힘이나 아티팩트 같은 것이 작용한 게 분명했다.
‘그게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답이 없어.
철전대의 실종이 새벽이었기에 정보가 너무 없어서 그 수수께끼를 푸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리온이 살짝 마른 입술을 매만지며 눈매를 찡그렸다.
‘마륜과 빙향이라.’
비연회가 조사한 흑탑의 층주 둘은 각자 마륜과 빙향이라는 이명을 가진 마인들이었다.
마륜은 그 이름과 달리 성스러운 느낌이 들 정도로 새하얀 빛을 띤 두 쌍의 륜을 다룬다. 다만 그가 5할 이상의 마기를 운용하면 륜의 색이 심해처럼 껌껌한 빛으로 물들며 기존과는 궤를 달리하는 위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반면에 빙향은 그 이명 그대로 수속성의 기운을 제 몸처럼 자유자재로 다룬다고 하는데, 그녀가 진정한 힘을 개방하면 냉기 속에서 향기가 나고 그 향을 맡은 자는 다섯 걸음을 걷기 전에 죽는다는 기이한 소문이 있었다.
‘둘 다 흑수장보다 윗급이야.’
흑탑 서열은 몇 층에 속해 있는지로 정해지는데, 마륜과 빙향 모두 라온이 처리한 흑수장보다 위층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마륜과 빙향 모두 한참 전부터 악명이 높았던 마인들이었기에 철전대를 제압하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 둘 중 하나만 나섰어도 철전대를 전멸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마륜과 빙향이라고 해도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철전대를 사라지게 만드는 건 무리다.
‘둘 중 하나. 혹은 두 놈 다 새로운 능력을 얻었는지도 모르겠군.’
비연회의 엘리트 정보원들도 철전대의 실종 방식을 파악하지 못했기에 최대한 빨리 정보를 모아야 했다.
‘여기서부터 시작해야겠어.’
라온이 불의 고리와 설화의 감각을 동시에 운용했다.
우우우웅!
공명하는 불의 고리와 아릿하게 흐르는 마왕의 기예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린다. 내부의 마나와 외부의 마나가 합일되며 몸이 붕 뜨는 듯한 감각과 함께 장님이 눈을 뜨듯 시야와 기감이 몇 배로 열렸다.
번져가는 기감 속에서 수많은 기척이 느껴진다.
수풀이 우거지고, 강물이 흐르는 아래편에서는 작은 야생 동물들과 벌레들의 움직임이 느껴졌고, 새하얀 설원이 가득한 위편에서는 아무도 없는 듯 고요하지만, 땅 밑에서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의 옅은 숨소리가 들려왔다.
라온은 기감을 더욱 넓게 펼치며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이상한데.’
예전보다 범위가 더 늘어났어.
가문에 복귀하기 직전보다 감각의 범위가 1할 이상 늘어났다. 돌아간 이후에는 오러 연공보다 검술 수련에만 힘을 썼는데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거기다 기감과 보법을 모두 전력으로 펼치고 있음에도 자그마한 부담도 오지 않았다. 이대로 전투가 벌어져도 제힘을 모두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검술만이 아니라, 아예 경지 자체를 올려주신 건가?’
글렌과 렉타르는 단순히 검술의 묘리를 가르치는 것을 넘어 무학 경지의 범위를 넓혀준 것 같았다.
고작 일주일 동안 이런 성취를 만들어 주다니, 괜히 대륙의 정점에 선 검사들이 아니었다.
‘다만….’
늘어난 기감에도 잡히는 건 없군.
기감의 범위와 민감도가 늘어났음에도 마기나, 전투의 잔흔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라스.’
라온이 인상을 찌푸리며 어깨 위에 타고 있는 라스의 머리를 톡 두드렸다.
‘넌 뭐 느껴지는 거 없어?”
-지금까지는 딱히 없느니라. 다만 안다고 해도 본왕이 그걸 알려줄 것 같으냐?
녀석은 조롱하는 듯한 표정으로 혀를 날름거렸다.
‘하긴. 넌 그런 놈이지.’
라온이 미간을 구기며 라스가 내민 혀를 손가락으로 튕겨버렸다.
-아악! 본왕의 금화 천만 개짜리 혀가! 신의 혀가!
마왕 주제에 신을 찾는 라스를 놔두고, 다시 기감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래도 저 녀석 덕분에 알게 된 건 있지만.’
라스는 아무런 힌트도 주지 않았다고 생각하겠지만, 녀석은 지금까지 없었다고 말했다. 즉, 차원문을 탄 이후부터 지금까지는 딱히 조사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라온은 눈물을 글썽이며 도톰한 혀를 문지르는 라스를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역시 아낌없이 주는 라스.’
* * *
라온과 광풍대는 쉼 없이 달려서 철전대가 마지막으로 보였다던 로일란 마을에 도착했다.
“와, 무슨 마을이 저래?”
마르타가 로일란 마을을 보며 눈매를 찡그렸다.
“확실히. 너무 통일성이 없군.”
버렌이 마르타의 말에 동의하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높고 낮아.”
루난은 높은 지붕의 건물들과, 낮은 지붕의 건물들을 번갈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실 광풍대 검사들이 저렇게 놀라는 건 당연한 일이다.
로일란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중형 마을이었는데, 북쪽과 중앙의 기후를 모두 가진 곳답게 위와 아래에 위치한 건물들의 양식이 극명하게 달랐다.
북쪽은 눈이 쌓이지 않게, 지붕이 날카로울 정도로 높게 세워져 있었고, 눈이 전혀 오지 않는 중앙은 평평해 보일 정도로 각이 둔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서로 다른 지역의 두 마을을 억지로 합쳤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언제 봐도 특이해.’
라온은 전에 보았을 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로일란 마을로 들어갔다.
철전대의 실종과 흑탑의 움직임에 대해 알았기 때문인지 마을 안은 불길함과 분주함이 공존했다.
“오셨군요.”
먼저 마을을 살피려는데, 끝단에 작은 새가 그려진 황색 의복을 입은 흑발의 중년인이 다가와 고개를 숙여왔다.
“비연회 팔번 외익 루젠이라고 합니다.”
그는 작은 목소리로 비연회의 외부 정보원이라고 중얼거렸다. 복장과 태도로도 느낌이 왔었지만, 채드에게 도와줄 사람이 있다고 들었기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광풍부대주 라온 지그하르트라고 합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루젠은 그 말이 진심이라는 듯 열기가 피어 있는 눈동자로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은 어떻게 됐습니까?”
“이전에 받으셨던 정보와 그리 달라진 게 없을 겁니다.”
그는 로일란 마을과 주변을 이 잡듯이 뒤지고 있지만, 딱히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마을 사람들 한명 한명 그리고 건물들도 전부 다 찾아보았지만, 이상한 점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흑탑의 층주들은 이곳에 들리지 않은 겁니까?”
“예. 검은 로브 자체를 본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흑탑의 특징은 어둠을 두른 듯한 검은 로브다. 루젠은 흑탑은 이곳에 아예 들리지 않았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 말이 돼?”
마르타가 인상을 구기며 마을을 좌우로 훑었다.
“흑탑 놈들도 이 근처에서 튀어나왔었다며!”
“그렇습니다.”
루젠은 마르타의 성격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던 듯 당황하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철전대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도 여기서 멀지 않지?”
“맞습니다.”
“그런데 이 마을에 있는 인간들만 모른다는 게 말이 되냐고!”
마르타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며 매섭게 돋아난 눈동자를 굴렸다.
“분명 한 놈은 알 거야. 그놈만 찾아보자고.”
“그걸 어떻게 찾을 건데?”
라온이 손가락을 까딱거리는 마르타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뭘 물어. 당연히 후려 패야지. 패서 안 되는 일 따위는 없다고!”
마르타는 어디선가 들어본 말을 외치며 허가만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역시 대단해.”
루난은 마르타를 칭찬하듯 엄지손가락을 위로 들어올렸다. 하지만 그 엄지를 바닥 밑으로 기울이며 말을 이었다.
“나찰녀만이 가능한 바보 같은 생각이야.”
“이 굼벵이 자식이!”
“흥.”
마르타와 루난이 서로에게 발길질을 하며 싸움을 시작했다.
라온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눈을 내리감았다. 분노를 끌어 올려 설화의 감각을 최대한 일으켰다. 내 피부가 공기를 타고 번지는 듯한 감각을 느끼며 마을 전체에서 철전대와 흑탑의 흔적을 긁어보았다.
‘역시 없나.’
루젠의 말처럼 철전대의 기척도, 흑탑의 마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둘 모두 이곳에 남긴 흔적 따위는 없었다.
라온이 눈을 떴다. 마르타와 루난은 이제 손바닥을 맞잡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그만.”
손바닥을 세워서 두 사람을 떼어놓은 뒤 고개를 저었다.
“급하다고 사람을 패서 정보를 모은다는 건 좋은 방식이 아니야. 팬다고 정보가 나올 것 같지도 않고.”
“어…?”
“뭐?”
그 말을 하자, 광풍대 검사들이 멍한 눈을 들어 올렸다.
‘아니, 댁이 맨날 하던 짓이잖아!’
‘적들만이 아니라, 우리한테도 했다고!’
‘일 안 풀리면 매가 부족한지 생각해 보라며!’
광풍대 검사들은 지금까지 라온이 해왔던 언행들을 떠올리며 입을 떡 벌렸지만, 라온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됐고. 다시 나갈 거니까. 준비해.”
라온은 광풍대에게 손짓을 하고서 뒤에 있던 루젠에게 다가갔다.
“철전대의 마지막 흔적이 남은 곳으로 안내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여기서 조금 거리가 있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상관없습니다.”
“그럼 바로 출발하지요.”
루젠이 고개를 끄덕이고 마을 밖으로 나가서 보법을 밟았다. 무력 자체는 그리 뛰어나 보이지 않았지만, 보법 하나만큼은 달인이라 생각될 정도로 빠르면서 여유가 있었다.
그의 뒤를 따라가며 다시 기감을 최대한 개방했다. 바람의 흐름, 동물과 사람들의 움직임 그리고 어긋한 기운들을 살폈다.
하지만 숲도, 설원도 평화 그 자체였다. 결국 루젠이 걸음을 멈출 때까지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이곳입니다.”
루젠이 거친 숨을 내쉬며 전방을 가리켰다. 호피른의 대로에서 살짝 벗어난 소도가 보인다.
위로는 옅은 흑빛으로 얼어붙은 호수가 자리를 잡고 있었고, 밑으로는 맑은 호수가 가라앉는 햇살을 받아 찰랑이고 있었다.
극명히 대조되는 두 호수 사이를 가로지르는 작고 좁은 길. 철전대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멈출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장관이었다.
“철전대의 흔적은 여기서 마지막으로 끊겼습니다. 그런데….”
루젠이 설명을 하다 말고, 시선을 돌렸다.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던 호수와 호수 사이의 길에서 회색 제복을 입은 검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장인이 다듬은 칼날처럼 예리하면서도 굳건한 눈빛과 불타는 검이 거꾸로 박혀 있는 문양까지. 글렌이 먼저 호출했다고 했던 백련대의 검사들이었다.
백련대는 대주의 성향상 항상 외부를 돌기에 이렇게 마주하는 건 에덴 지부 습격 이후로 처음이었다.
라온은 검사들의 기척을 살피며 짧게 입맛을 다셨다.
‘확실히 강하군.’
외부에서 전투와 임무만을 반복하기 때문인지 백련대는 철전대보다 강하면서도 사나운 기세를 두르고 있었다.
‘다만….’
그만큼 많이 죽지.
모두가 영웅이 될 수는 없는 법. 살아남은 이들은 강해지지만, 그걸 견디지 못하고 죽어가는 검사들이 더 많아서 백련대는 항상 많은 인원을 요청한다고 한다. 지금 보이는 검사들 중에서도 얼굴이 익숙한 자는 한 명뿐이었다.
“백련대네.”
“저쪽도 온다고 했었지….”
“쟤들 눈을 왜 저렇게 뜨냐? 시비 거는 건가?”
광풍대도 백련대를 알아보고 혀를 날름거렸다.
“광풍대? 광풍대가 왜?”
“이번 임무에 추가로 지원했다고 하더군.”
“지원? 쟤들을 어디다 써?”
“그리고 이제 광풍대가 아니라, 광풍대란다.”
“아, 승급했다고 했지.”
백련대 역시 광풍대를 알아보고 눈매를 살짝 좁혔다. 그들의 어투에서 불온한 기질이 느껴졌다.
‘참 쓸데없기는.’
라온이 짧게 한숨을 내쉬고 백련대 검사들의 앞으로 다가갔다.
“대주님은 어디에 계시지?”
“글쎄 어디 가셨더라?”
조장으로 보이는 검사가 휘파람을 불며 고개를 간들간들 저었다.
시간이 많지 않기에 쓸데없는 기 싸움을 하고 싶지 않았는데, 백련대 쪽은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광풍대가 백련대의 공을 빼앗으려고 이 임무에 지원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너는….”
“야이! 개새끼야!”
라온이 인상을 찌푸릴 때 뒤에서 쌍욕이 튀어나왔다. 주인공은 당연히 마르타였다.
“넌 시발 위아래도 없어? 우리 부대주 안 보이냐? 앙?”
“어….”
갑자기 욕을 처먹을 줄은 몰랐는지 조장 검사도 깜짝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
“광풍대가 승격한 것도 알고 있으면서 저게 시비를 터네. 뒈질라고.”
마르타는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사나운 눈동자를 번들거리며 백련대 검사들을 노려보았다.
“잘했어.”
루난은 드물게도 마르타에게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며 고개를 꾸벅였다.
“저 쥐새끼 같은 생긴 놈이….”
“팔다리를 뽑아버릴라.”
“뒈지기 싫으면 주둥이 잘 놀려라.”
마르타와 루난만이 아니다. 광풍대 전체가 당장이라도 물어뜯을 것처럼 축축한 광기를 두른 눈동자로 백련대를 노려보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더 시비를 걸었다간 그대로 달려들 기세였다.
“그만해.”
평소라면 광풍대가 조질 수 있게 놔뒀겠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다. 한시라도 백련대주와 논의를 하고 움직여야 했다.
“말해. 어디에 계시지?”
라온이 기세를 일으킬 필요도 없었다. 광풍대의 광기에 기가 죽은 조장은 어깨를 떨며 아래쪽의 호숫가를 가리켰다.
그 손을 따라가자, 백련대 검사들의 중심에 서 있는 키가 큰 남자가 보였다.
어깨는 고래처럼 떡 벌어졌고, 턱은 각이 져 있다. 신화 속 천장이 떠오르는 외모였지만 진짜는 그의 기운이다. 거대한 산 자체가 그에게 깃든 듯이 묵직하기 그지없는 기파가 전신을 짓눌러왔다.
라온은 오러를 운용하지 않았다. 그저 의지만으로 아이언드의 기세를 견디며 고개를 숙였다.
“백련대주님을 뵙습니다.”
“오랜만이로군. 광풍부대주.”
아이언드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다른 백련대 검사들처럼 임무를 독식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눈동자에 깃든 누릿한 기색으로 볼 때 자신을 마음에 안들어 하는 건 분명했다.
‘하긴 우리를 환영할 이유가 없기는 하지.’
지금은 철전대만 구하면 그만이니,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이곳을 마지막으로 철전대의 흔적이 사라졌다.”
그가 호숫가를 바라보며 짧게 혀를 찼다.
“싸운 흔적도 없고, 호수 주변으로 시체가 떠오르지도 않았다. 괴이한 일이지. 다만 그 어떠한 힘이 작용했더라고 해도 이 호피른 지역 자체를 벗어나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이언드가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가장 좋은 수색 방법은 하나다. 광풍대와 백련대를 한 명씩 퍼뜨려서 호피른 전체를 탐색하는 것이다. 검사들이 일인 일조로 움직인다면 날이 밝기 전에 전부를 돌아볼 수 있겠지.”
그는 그게 이 땅에서 철전대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너희는 동쪽으로 가라. 입구에서부터 전부 뒤져서….”
“죄송하지만, 싫습니다.”
라온은 아이언드가 지도를 펼치려 할 때 고개를 저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인원을 하나씩 퍼뜨리는 건 절대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빠르게 흔적을 찾을 수 있더라도 희생이 커질 수 있기에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어….”
“지, 지금 저게….”
백련대 검사들은 바로 거절할 줄은 몰랐던 듯 아이언드를 곁눈질하며 입술을 떨었다.
고오오오오!
아이언드가 반쯤 펼친 지도를 으깨듯 말아쥐며 허리를 쭉 폈다. 북풍처럼 매서우면서도 묵직한 시선이 영혼을 짓눌러 왔다.
“다시 말해봐라. 방금 뭐라고 했지?”
그의 시선이 맹렬한 기파가 되어 어깨를 짓눌러왔다. 칼날이 내리꽂히는 듯 피부가 아렸지만, 불의 고리로 강화한 영혼의 격으로 밀어내며 아이언드의 앞에 섰다.
“싫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너는 예전부터 싫다는 말을 참 좋아하는군.”
“일부러 희생자를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요.”
라온의 적안과 아이언드의 회안이 경합하며 잔잔했던 호수에 깊은 비틀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