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7화
광풍대 검사들이 마른침을 꼴깍 삼키며 시선을 들어 올렸다.
해가 지기 시작하여 주홍빛으로 물든 단상 위에 시뻘건 안광을 뿜어내는 라온이 서 있었다.
“으음….”
버렌은 번들거리는 라온의 눈동자를 보며 손끝을 떨었다.
“뭔가 눈이 돌아간 것 같은데….”
평소 라온의 눈동자는 서늘하거나, 냉랭한 빛을 띠는데 지금은 어딘가 어긋난 듯한 광기가 차올라 있었다.
“돌아간 것 같은 데가 아니라, 돌아갔어.”
마르타가 버렌의 옆으로 붙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신 나간 놈의 눈깔이라고.”
그녀는 고된 훈련에 정신이 나갔을 때 볼 수 있는 광풍대 검사들의 눈과 똑같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존잘 아니야.”
루난은 라온에게서 피어나는 기세의 변화를 극명하게 느낀 듯 어깨를 떨었다.
“아이스크림처럼 차가운 눈….”
그녀는 집중력 강화 훈련을 처음 시작할 때보다 더 사악해진 눈이라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어우….”
“뭐, 뭔가 분위기가 을씨년스럽지 않아?”
“눈을 왜 저렇게 뜨는 거야! 무섭게!”
“가주님이랑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광풍대 검사들 역시 라온의 눈빛과 분위기가 평소와 다름을 깨닫고, 이마에 주름을 만들고 있었다.
저벅.
라온이 광풍대 쪽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짧은 보폭이었지만, 거인의 걸음처럼 거대한 압박감이 치솟았다.
“오랜만이다.”
그는 뒷짐을 진 채로 보드라운 미소를 지었다. 다만 눈동자는 더 회까닥 돌아가 있어서 짙은 공포를 자아냈다.
“그간 잘 지냈나?”
라온은 단상 아래로 시선을 내리며 모두의 안부를 물었다.
“우리는 뭐….”
“잘 쉬….”
“가끔 몸도 풀고….”
“내가 이곳에서 수련하며 깨달은 바가 있다.”
그는 물어본 안부에 대한 대답도 듣지 않고, 턱을 치켜들었다.
“깨달은바?”
“그, 그게 뭐죠?”
광풍대 검사들은 공포스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호기심이 동했는지 하나씩 손을 들어 올렸다.
“내가 너희들에게 죄를 짓고 있었다는 점이다.”
“죄?”
“저건 또 무슨 개소리야?”
“그, 글쎄….”
루난, 마르타, 버렌이 라온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것도 아주 큰 죄를.”
라온이 오른손을 들어서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 올렸다.
더욱 진해진 핏빛 안광에 광풍대 검사들은 말라붙은 입술을 축였다.
“난 너희들의 가능성을 우습게 보고, 가지고 있는 한계를 모두 끌어내지 못했다. 아직 지하에 보석이 가득 차 있는데, 그걸 꺼내주지 못하고 겉만 훑었어.”
그는 너무 큰 잘못을 저질렀고, 너희를 무시해서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번에 가주님과 렉타르 님께 수련을 받으며 확실하게 알았다. 어떻게 해야 강해질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한계를 넘을 수 있는지. 전부 깨달았지.”
라온은 이제 걱정할 필요 없다며 웃었다. 밝은 웃음 속에서 피어나는 샛노란 광기에 광풍대 검사들이 턱을 파르르 떨었다.
“우, 우리는 괜찮아!”
“맞아! 지랄 맞은 한계는 안 넘어도 돼!”
“존잘 라온. 난 지금이 좋아.”
버렌과 마르타, 루난이 다급하게 손을 저었다.
‘절대 넘어가서는 안 돼!’
‘저놈이 식은땀을 흘리는 걸 봤는데, 우리가 했다간 죽을 거라고!’
‘아이스크림 하나 더 먹고 싶다….’
세 사람은 마음속으로 또 지옥을 겪을 수는 없다고 외치며 새로운 훈련을 거부했다.
“부, 부단주. 아니, 부대주님! 저희는 집중력 강화 수련으로 충분해요!”
“그럼요! 이 이상 신경 안 써주셔도 돼요!”
“부대주님도 바쁜데, 저희가 시간을 뺏으면 너무 죄송하잖아요!”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도 있으니까. 저희는 하던 대로 하겠습니다!”
도리안과 크레인을 포함한 광풍대 검사들 역시 등골을 적시는 불안감을 느끼고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난 괜찮아. 더 빠른 길이 있는데, 굳이 돌아가는 길을 걷게 할 필요는 없지. 좋은 건 혼자 먹는 게 아니라, 나눠야 하는 법. 오늘부터 저녁 시간은 너희와 함께 훈련하기로 정했어.”
라온은 함께 성장하고 싶다며 말아 쥔 주먹을 앞으로 들어 올렸다.
“나, 나눌 필요 없는데….”
“맞아요! 좋은 건 혼자 드셔야죠!”
“저, 저는 강아지 밥줄 시간이라….”
광풍대는 더욱 위기감을 느낀 듯 고개를 젖히며 입술을 오므렸다.
“아니, 나 혼자만 당할 수는 없지.”
라온이 서늘한 미소를 흘리며 단상 아래로 내려왔다.
“또 혼자만 당할 수는 없다고 했어!”
“대놓고 심술을 부리겠다는 거잖아! 저 악마 같은!”
“악마가 아니라, 저 정도면 마왕이라고!”
“됐고, 다 검 뽑아.”
라온은 광풍대의 반박을 무시하고, 제천검을 뽑았다. 그의 눈동자에서 은은하게 피어나던 광기가 짙은 빛을 토했다.
“검술이 얼마나 즐거운지를 알려줄 테니까.”
* * *
라온은 각자의 검술에 검술 묘리를 담아내는 방법을 간략하게 전수해준 뒤 다시 단상 위로 올라갔다.
“지금부터 너희가 익히고 있는 검술에 쾌검의 묘리를 조화시키는 수련을 시작한다. 너희의 검술이 무엇이든 간에 극한의 빠름을 담아내도록.”
훈련 지시를 내리며 제천검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쳤다.
후우우우웅!
사납고, 날카로운 광아검의 초식에 빠름의 극치가 휘감기며 적색 검광이 어둠을 갈랐다.
“누, 눈에 안 보이는데?”
“부대주님 검이 저렇게 빨랐나?”
“지금 진지하게 휘두르는 것도 아니잖아….”
광풍대 검사들은 가공할 속도로 허공을 가르고 납검되어 마치 검이 움직이지 않은 듯한 라온의 쾌검술을 보며 입을 떡 벌렸다.
“해보면 알겠지만, 겁을 낼 만큼 어려운 게 아니야.”
라온이 제천검을 내리며 손가락을 빙글 돌렸다.
“검술에 극한의 빠름을 담아내겠다는 이미지를 그리며 전력을 다해서 휘둘러 봐.”
“예!”
광풍대 검사들이 우렁차게 대답하고서 검을 내리쳤다.
수없이 봐왔던 검술들이었지만, 이전보다 초식이 이어지는 속도가 빨라졌다.
“음?”
“이거 별로 안 어려운데?”
“그러게. 쾌검의 묘리를 얹어서 검술을 펼치면 되는 거잖아.”
“오러 소모가 심하고, 집중해야 하지만, 겁먹을 정도는 아니야.”
모두는 이 훈련이 생각했던 것만큼 어렵고 힘들지 않다며 미소를 지었다.
“처음치고는 잘했다.”
라온이 광풍대 검사들에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다만 너희는 아직 쾌검의 묘리를 다 담아내지 못했어. 다시 시작하도록.”
그는 집중력과 속도가 부족하다고 말하며 다시 검술을 펼치라고 지시했다.
“예!”
광풍대 검사들은 이 훈련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에 거침없이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검술을 펼쳐냈다. 첫 시도보다 확연하게 속도가 빨라졌다.
“다시.”
하지만 라온은 아직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다시를 외쳤고, 검사들을 세 번째로 검술을 펼쳤다.
“다시.”
라온은 ‘다시’는 끝도 없이 계속되었다. 두 시간 넘게 검술을 전력으로 펼치고, 그 안에 익숙하지 않은 묘리까지 담아내야 하자, 검사들의 얼굴에 지친 티가 확연하게 올라왔다.
“이, 이거 장난이 아닌데?”
버렌이 검을 내리며 거친 숨을 뱉었다.
“처음에는 할 만했는데, 연달아 검술을 펼치니까. 거머리처럼 체력이 빨려….”
마르타가 무릎을 잡은 채 어금니를 지그시 씹었다.
“마르타. 약해….”
루난은 거의 드러누운 채로 눈을 껌벅였다.
“그런 말을 할 거면 일어나던가!”
마르타는 인상을 찌푸리며 루난의 멱살을 쥐고 들어 올렸다.
“끄으윽!”
“주, 죽겠다….”
“검술을 연속으로 펼치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어.”
“익숙하지 않은 묘리를 넣어야 하니까 더 지치는 것 같아….”
광풍대 검사들은 조장들 이상으로 힘이 빠져서 허리를 굽힌 채 숨을 몰아쉬었다.
“한 번 더.”
라온은 이번에도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더 집중하여 검술을 처음부터 다시 펼치라 지시를 내렸다.
“대체 뭐가 문젠데!”
“제대로 하고 있다고!”
“문제점이라도 말해주던가요!”
검사들은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냐며 미간을 찌푸렸다.
“궁금하다면 말해주지.”
라온이 담담한 시선으로 앞에 있는 조장들에게 시선을 보냈다.
“버렌 넌 첫 초식부터 몸의 균형이 안 맞아. 속도에 집중하느라, 검술의 흐름이 어긋난 상태다. 마르타는 쾌검보다 강검의 묘리가 더 짙게 깃들어 있어. 빠름과 강함은 다른 것이니, 제대로 파악하도록. 루난은 졸지 말고, 집중해. 도리안은 속도 자체가 느려. 더 빠르게 펼칠 수 있게….”
그는 세 명의 조장부터 시작해서 광풍대 검사들의 부족한 점을 모조리 지적해주었다.
“허….”
“우, 우리 단점을 전부 봤다고?”
“하루종일 훈련을 해 놓고 저런 눈썰미가 가능한가?”
“진짜 괴물이 따로 없다니까….”
지적사항을 들은 광풍대 검사들은 감탄과 놀람이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팔이 노는데? 감탄할 시간에 검을 휘둘러!”
라온이 턱을 모로 틀며 눈매를 찡그리자, 광풍대 검사들이 기겁하며 다시 검을 들어 올렸다.
“끄윽….”
“젠장!”
“내가 언젠가 저 인간보다 강해져서 어떻게 해서든 지옥훈련시킨다!”
조금 전에 들었던 단점을 떠올렸기 때문인지 검사들의 움직임은 이전보다 더 빠르고, 절도를 갖췄다.
“다시!”
물론 라온은 아직도 마음에 안 든다며 다시를 외쳤다.
-흐음….
라스가 하품을 하며 머리를 통통 두드렸다.
-저 허접들이 하루 만에 나아질 수가 없잖느냐. 나름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왜 계속 반복하는 것이냐.
녀석은 배가 고프니 이만 돌아가서 밥이나 먹자고 중얼거렸다.
‘아직이야.’
라온은 라스의 오동통한 뱃살을 밀어내며 고개를 저었다.
‘조금 더 나아질 수 있어. 그리고 쟤들도 고생 좀 해 봐야지.’
하루종일 검술 묘리를 담은 채 전력으로 검술을 휘두르는 고문을 혼자만 당할 수는 없다. 저들에게도 그 고통을 알려주고 싶었다.
“한 번 더!”
-하아….
라스는 희번득이는 라온의 눈동자를 보며 깊은 한숨을 흘렸다.
-이 동네는 안 미친 인간이 없느니라….
* * *
다음날.
라온이 거칠어진 렉타르의 오전 훈련을 끝내고 숨을 돌릴 때 글렌이 나타나 나딘빵을 내밀었다.
“잘 먹겠습니다.”
나딘빵을 받으며 시선을 들었다. 착각일 수도 있지만, 따끈한 빵만큼이나 글렌의 표정이 부드러워 보였다.
“그래.”
글렌은 천천히 먹으라는 듯 손짓을 하고서 뒤로 물러섰다.
-빌어먹을!
라스는 미치겠다고 외치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저 지랄 맞은 빵은 단순히 고무 맛이 나는 게 다가 아니니라! 고무가 혓바닥에 찰싹 달라붙은 것처럼 하루종일 텁텁한 맛이 계속 단 말이다!
녀석은 제발 나딘빵만큼은 참아달라고 말했지만, 이걸 먹지 않으면 글렌의 지독한 훈련을 견디기 어렵기에 선택권이 없었다.
-아, 안 돼애애애… 끄엑!
나딘빵을 한입에 삼키자, 라스가 고장 난 오뚝이처럼 기울어져 쓰러졌다.
“다 먹었습니다. 시작하시죠.”
라온은 혀를 쭉 내민 채 기절한 라스를 놔두고, 글렌에게 다가갔다.
“알겠다.”
글렌이 고개를 끄덕이고 옆으로 물러섰다.
‘음?’
왜 옆으로 가신 거지?
평소대로라면 여기서 한 번 시범을 보이고, 그대로 따라 하라고 지시해야 하지만, 그는 옆으로 물러서 있었다.
“광아검에 변화를 담아보아라.”
글렌은 시범을 보여주지 않고, 먼저 검술을 펼쳐보라고 지시했다.
“알겠습니다.”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고 제천검을 뽑았다. 귀찮아지셨나 생각하면서 변화가 스며든 광아검을 펼쳤다.
후우우웅!
굼벵이가 기어가듯 한없이 느린 칼날이 열기에서 이글거리는 아지랑이처럼 선명한 변화를 이룩했다.
제천검의 검극이 실타래처럼 풀려나며 청아한 변화의 흐름을 일으켰다.
“흐음….”
글렌이 턱을 매만지며 눈썹을 아래로 내렸다. 애매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검을 내리치는 속도가 조금 빨랐다. 변화의 중점은 손목인데, 제대로 다 사용하지 못했어. 속도를 신경 쓰지 말고 변화에 집중해라.”
그가 들어 올린 검을 아래로 내리쳤다. 조금 전 자신이 펼쳤던 검술의 단점을 모조리 지워버린 듯 수백 개의 칼날이 연무장을 가득 채웠다.
“다시 해보도록.”
글렌은 지적해준 부분을 고쳐보라며 손을 휘저었다.
“어….”
라온은 제천검의 검병을 고쳐 쥐며 입을 동그랗게 벌렸다.
‘가주님도 변하신 건가?’
렉타르가 글렌의 영향을 받아서 조금 거친 훈련을 시작했듯이 글렌 역시 렉타르의 영향을 받아서 부드러움을 두른 것 같았다.
서로가 서로의 수련을 지켜보았기에 각자의 가르침에 변화가 일어난 게 분명했다.
“안 움직이고 무얼 하는 것이냐.”
“지금 하겠습니다.”
라온이 제천검을 들어 올리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나만 더 힘들어지는 거 아니야?
* * *
라온은 겉으로는 부드러워졌지만, 사실 더 독해진 글렌의 훈련을 끝내고 탄식을 흘렸다.
‘이러다 죽겠군.’
글렌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검술을 펼칠 때마다 오러와 집중력을 극한으로 끌어 올려야 하는데, 그걸 저녁까지 반복하다 보니, 몸은 물먹은 솜처럼 무겁고, 머리도 멍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이 스트레스를 그냥 놔둘 수는 없지.
광풍대 검사들을 훈련시키며 이 스트레스를 풀어내야 내일도 글렌과 렉타르의 훈련을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라온이 오늘은 어떻게 광풍대를 조질까 생각하고 있을 때 연무장으로 렉타르가 들어왔다.
“가주님.”
렉타르는 글렌에게 다가가며 입매를 말아 올렸다.
“훈련방식을 바꾸셨군요.”
“렉타르 공도 가르침에 변화를 주었잖소.”
글렌은 렉타르의 수업도 많이 바뀌었지 않았냐며 미소를 지었다.
“가주님을 가르침을 보다 보니, 부드럽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조금은 거친 게 좋을 때도 있더군요.”
“나는 반대로 약간의 설명을 해주는 게 더 낫다고 보았소. 부족한 점을 제대로 알려주고, 못하면 더욱 채근하면 되니까.”
“맞는 말씀이십니다. 그리하면 검을 휘두를 시간이 더 늘어나죠.”
“그렇소. 오늘은 어제보다 10번은 더 많이 검술을 펼쳤을 것이오.”
두 사람은 서로를 견제하는 듯한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어떻게 하면 더 빡세고, 많은 훈련을 시킬 수 있는지를 상의하기 시작했다.
“어…?”
라온은 진심이 담긴 미소를 마주하는 글렌과 렉타르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언제 그렇게 친해진 건데….’
* * *
렉타르는 유아와 율리우스의 검술을 봐준 뒤에 방으로 돌아왔다. 그는 침대에 걸터앉으며 옅은 미소를 흘렸다.
‘즐겁군.’
이런 기분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
하나를 알려주면 다섯을 익혀버리는 라온을 가르치는 것도, 백지처럼 순수해진 제자 녀석을 키우는 것도, 손주 같은 유아와 율리우스에게 검을 알려주는 것까지. 지그하르트에 온 이후로 모든 순간이 행복하기만 했다.
‘거기다….’
라온을 가르친다는 공감대 때문인지 글렌과도 조금 더 가까워졌다. 어떻게 하면 라온을 더 강하게 키울지 상의할 때마다 정말 사돈과 대화하는 듯 즐거웠다.
에드가를 키울 때보다 더 충실한 순간이 이어지고 있기에 지금과 같은 삶이 계속되기를 바랐다.
“떠나고 싶지 않군. 조금만 더….”
렉타르가 침대에 누우며 눈을 내리감을 때 두 번의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스승님.”
“들어오거라.”
무스턴의 목소리였기에 바로 들어오라 말했다.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그는 조금 전 수련을 봐줄 때와 달리 얼음장처럼 굳은 표정으로 방에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무스턴은 대답 대신 품에서 새하얀 편지를 꺼냈다.
“련에서 복귀 명령이 떨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