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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427화 (427/653)

제427화

라온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뜬 후 무스턴의 몸에서 손을 뗐다. 깨어나라는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그는 여전히 굳어 있었다.

-뭐 하는 것이냐?

라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요 찌질이에게 열 받은 거 많았잖느냐. 전부 풀어버릴 기회이니라.

녀석은 지금은 후려 패도 아무 말 못 할 거라며 허공에 주먹질을 해댔다.

‘그런 건 언제라도 풀 수 있어.’

-그때와 지금은 다르지. 네 노예가 되었으니, 원하는 것을 모두 시킬 수 있지 않느냐.

‘난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해서.’

입안에 쓴맛이 도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쓰레기라고 해도 노예로 삼는 것만큼은 할 수 없어.’

전생의 삶은 토사구팽으로 끝났다.

어렸을 때 잡혀 와 평생을 목줄 걸린 사냥개로 살다가 마지막에는 삶는 솥에 들어갔으니까.

데루스 로베르트에게 복수하되, 놈과 똑같이 될 생각은 없기 때문에 아무리 주종관계가 되었다고 해도 무스턴을 노예처럼 다루지는 않을 것이다.

-이상한 쪽에서 귀찮은 놈이라니까. 다만….

라스가 이쪽을 보며 가는 미소를 지었다.

-나쁘지는 않구나. 남들은 멍청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본왕은 인간답다고 해주겠노라.

녀석은 어떨 때는 마귀 같고 어떨 때는 인간답다며 헷갈린다고 중얼거렸다.

-그럼 이놈에게 박혀 있는 질투도 놔둘 것이냐.

‘그건 빼야지. 다만 여기서 깨어나면 귀찮아질 수 있으니까. 내려가서.’

반파된 정상 그리고 그 정상에서 잠을 자는 곰탱이까지.

무스턴이 이곳에서 깨어나면 설명해야 할 게 많기에 산에서 내려간 뒤에 깨우는 게 맞았다.

라온이 무스턴을 뒤로 하고 슬로스를 바라보았다.

‘끝까지 안 일어나네.’

슬로스는 엔비의 기운 때문에 깨지고, 뭉개진 바닥에서도 용케 균형을 유지하면서 자고 있었다. 오히려 더 편해 보이기까지 했다.

-말했잖느냐. 절대 안 일어날 거라고.

라스는 슬로스만큼은 마음대로 안 될 거라며 고개를 저었다.

‘상관없어.’

나태를 다루는 법은 내가 만들면 그만이니까.

라스와 엔비에게 배운 기예들을 분해해서 재조합한다면 나태를 다루는 능력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회복 쪽으로 특화하면 되겠지.’

나태의 고유 효과를 가장 잘 사용하는 방법은 아무리 생각해도 회복 능력이었다.

잘만 만들면 하급 회복 마법 수준의 재생력을 얻게 될지도 몰랐다.

라온이 옅게 웃으며 아공간 주머니를 들었다. 주머니 안쪽에서 도리안에게 받았던 최상급 침구류를 꺼냈다.

-아무것도 못 받는데도 저 잠탱이에게 선물을 주겠다고?

‘이름을 팔아먹게 해줬잖아. 그거면 충분하지.’

-그건 본왕도 마찬가지지 않느냐!

라스가 슬로스에게 삿대질을 하며 목청을 높였다.

‘그래서 파인애플 피자를 먹겠다고 했잖아.’

자고 있는 슬로스를 들어서 매트릭스와 베개를 깔아주고, 다시 눕혔다. 아기 백곰이었기에 드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잘 자라. 덕분에 살았어.”

마지막으로 이불을 덮어주고 일어나려는데, 슬로스의 뿔 부분에서 묵직한 기운이 느긋하게 뿜어져 나왔다.

‘나태? 그것도….’

내가 준 기운이잖아.

슬로스를 깨우기 위해서 녀석에게 밀어 넣었던 나태의 기운이 몇 배로 부풀어서 되돌아왔다.

우우우웅!

라온이 물방울처럼 모여든 나태의 기운에 손을 뻗자, 자연스럽게 몸속으로 파고들어 와 영혼에 달라붙었다.

[<나태>의 감정이 30 포인트 생성됩니다.]

슬로스에게 밀어 넣었던 나태의 기운이 10 정도였는데, 그 세 배인 30이 되어 되돌아왔다. 남아도 너무 남는 장사였다.

‘거기다.’

조금 전 슬로스가 내뱉은 나태의 흐름을 통해 녀석의 호흡법마저 파악할 수 있었다.

조금 전 느낀 나태의 흐름을 이용하면 새로운 특성을 만드는 건 일도 아니었다.

“역시 사람은 좋은 일을 해야 하는 건가?”

라온이 떠오른 메시지를 보며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저 멍청한 호구 자식!

라스는 자면서도 호구 짓을 하는 흑우라고 중얼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니라! 본왕에게도 대가가 필요 하느니라!

‘피자면 충분하잖아.’

-고작 두 판으로는 부족 하느니라! 아무리 못해도 3판에 후식은 땡겨 줘야 이치에 맞느니라!

‘너 솔직하게 말해.’

라온이 라스를 보며 눈썹을 내렸다.

-무얼 말이냐?

‘분노랑 탐식 겸업이지?’

-무슨 헛소리야!

* * *

라온은 슬로스에게 선물을 준 뒤 무스턴을 어깨에 걸치고, 스터린 산을 내려왔다.

‘이제 시작해야겠네.’

짧게 숨을 고른 뒤 무스턴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아직 적응이 끝나지 않은 영혼 속 질투의 감정이 자연스레 솟아오르며 무스턴의 멍한 눈동자가 연녹색으로 번쩍였다.

[<질투>를 흡수하시겠습니까?]

스터린 산 정상에서 보았던 메시지가 다시 한번 떠올랐다.

‘내가 질투를 모두 흡수하면 무스턴은 어떻게 되는 거지?’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 질투가 안 남는 거지.

라스는 곧 먹게 될 파인애플 피자 때문인지 바로 대답해주었다.

-본래 인간의 영혼에는 여러 죄악의 감정이 있느니라. 이놈은 그중에서 질투가 독보적으로 발전된 경우인데, 그게 사라질 뿐이니라. 죽거나, 광인이 될 일은 없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

‘그럼 다른 사람한테도 죄악의 감정을 주거나 받을 수 있나?’

-그건 아니다. 저 찌질이가 네놈의 종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느니라.

라스는 욕심부리지 말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군.’

라온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질투를 흡수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것도 무스턴이 가지고 있는 모든 질투를.

우우우우우웅!

육체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영혼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는 듯한 해방감과 함께 무스턴이 쌓아 올린 거대한 질투의 기운이 손아귀를 통해 밀려오는 게 느껴졌다.

‘양이 장난이 아니네.’

엔비를 소환할 정도의 질투였으니, 보통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더했다.

그저 기운을 받아들이는데도 숨이 차올라서 머리가 아찔할 정도였다.

‘그래도 그냥 받아서는 안 돼.’

불의 고리를 운용하여 질투의 기운에 뒤섞인 탁한 기운들을 모조리 녹여버리고, 순수한 감정만을 영혼에 받아들였다.

치이이익!

무스턴에게 흡수한 질투의 기운은 아직 깨어나지 않은 엔비의 권능에 스며들며 더 넓은 영역을 녹색으로 적셨다.

“후우….”

라온이 한숨을 내쉬고서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했다.

[질투의 감정이 생성됩니다.]

[질투의 감정을 50포인트 흡수했습니다.]

한 번에 50포인트. 아직 엔비의 권능이 깨어나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러니 엔비가 튀어나왔지.’

홀로 질투를 50포인트 수준이나 쌓다니, 무스턴도 어떤 면에서는 대륙 최강의 재능이었다.

‘이걸로 뭘 할 수 있을지 궁금하네.’

라온이 미소를 지으며 무스턴에게서 손을 떼자, 그의 눈동자에서 타오르던 녹광이 가라앉았다.

“어…?”

정신을 차린 무스턴은 본인의 양손과 발을 훑으며 헛바람을 흘렸다.

“내가 왜 여기에 있지?”

그는 이곳에 오게 된 이유도 모르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 너는!”

무스턴은 라온을 보고서 눈을 부릅떴다. 다만 항상 눈동자에 두르고 있던 악의는 보이지 않았다.

“라온! 네가 날… 어? 어어?”

그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멍한 눈을 여러 차례 깜박였다. 눈동자가 드러날 때마다 감정이 급변했다.

“내가 너를 왜. 아니, 내가 당신을 왜….”

무스턴이 가진 감정 중 가장 컸던 질투가 사라졌기 때문일까. 그는 어벙하게 고개만 떨었다.

“아아….”

이젠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이 떠올랐는지 얼굴이 잘 익은 사과처럼 시뻘겋게 물들었다.

“미, 미안하오! 아니, 죄송합니다!”

무스턴은 바로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었다.

“지금까지 시비를 걸고, 당신의 스승을 모욕해서 죄송합니다!”

그는 어떠한 망설임도 없이 스스로가 해왔던 행동에 대해 사과했다.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가슴이 타버릴 것처럼 끓어올라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허….”

라온은 머리를 박은 무스턴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왜 이러는 거지?’

난 아직 한마디도 안 했는데?

-간단한 일이니라.

‘간단하다고?’

-저 찌질이는 지금까지 본인의 언행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질투라는 감정을 이용하여 본인을 합리화했을 것이니라.

라스가 비웃음을 흘리며 손을 까딱였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 양심이라는 가시가 찌르고 있음에도 질투라는 갑옷을 입은 채 무시했는데, 그 질투의 갑옷이 쇳조각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졌으니 양심에 찔리는 일만 남은 것이다.

녀석은 정신을 보호하던 질투가 단숨에 사라졌으니, 저렇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중얼거렸다.

“도, 돌아가면 광검께도 죄를 빌겠습니다!”

무스턴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의 눈동자는 자그마한 먹구름도 없이 맑았다. 사람이 이렇게 변해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이 정도면 안 죽여도 되겠는데?’

어긋나면 바로 목을 베고 시체를 처리하려고 했는데, 스스로 죄를 구하는 모습을 보니, 죽일 생각이 사라졌다.

“그런데 저는 왜 이곳에 있는 겁니까?”

무스턴은 몸을 일으키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깨어났는데, 처음 보는 장소에 있어서 당황한 것 같았다.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

“예. 무엇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무스턴은 주군을 모시는 기사처럼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어?”

그는 본인이 무릎을 꿇어놓고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고 마른침을 삼켰다.

“그렇게 반응하지 말고, 평소처럼 대답해.”

“예! 알겠… 에? 에에에….”

무스턴은 고장이 난 목각인형처럼 삐걱거리며 눈동자를 굴렸다.

‘얘 왜 이래?’

-전에 말했잖느냐. 엔비는 부하들을 험하게 다룬다고. 너와 저 찌질이가 맺은 주종 계약은 주인에게 범접도 못 하게 만들어진 늑약이니라.

라스는 평생 저 꼴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거라고 말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편하게 대답하라고.”

“예! 펴, 편하, 편하게? 편한 게 뭐지?”

무스턴은 딱딱하게 허리를 세우며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누가 보아도 불편한 자세와 표정이었다.

“하아.”

라온이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단기간에 고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일단 돌아갑시다.”

“예!”

손짓하고 먼저 하분성을 향해 걸었다. 무스턴은 고블린이라도 된 듯 뒤에서 허리와 무릎을 굽힌 채로 따라왔다.

“제발 편하게.”

“예! 펴, 편하게…. 이게 편한데….”

그는 또 고장이 나서 삐걱거렸다. 저 모습을 보니, 엔비가 참 독한 마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대로 하세요.”

라온이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손을 젓고 앞으로 향했다.

“예!”

무스턴은 정말 허리를 굽힌 게 편한지 그 자세 그대로 움직였다.

4시간 정도 걸었을 때 반대편에서 광풍단과 하분성의 정찰대가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는데, 모두 무스턴을 찾으러 나온 것 같았다.

‘다행히 아무도 모르는 것 같네.’

결계가 설치되어 있었고, 거리도 멀리 떨어져 있었으며, 엔비가 본래의 실력을 드러내지 않았기에 저들 모두가 그녀의 존재를 느끼지 못한 것 같았다.

화아아아!

광풍단이 닿기 직전에 거친 바람이 불어오더니, 한순간에 검귀가 나타났다. 그는 어색한 자세로 선 무스턴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무스턴! 이게 대체 무슨 짓이냐!”

검귀는 거의 처음으로 무스턴에게 호통을 쳤다.

“대체 어디를 갔었던 거야! 네 녀석 때문에 사람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고 있느냐!”

“어….”

무스턴은 검귀가 아니라, 바로 앞에 있는 라온의 눈치를 보며 목을 떨었다.

“허?”

검귀는 무스턴의 눈동자가 바뀐 것을 알아차리고 입을 동그랗게 벌렸다.

“뭐, 뭐야? 저 인간 꼴이 왜 저래?”

“이야. 지난번보다 더 제대로 팼나 본데?”

“완전히 기죽었어.”

버렌과 마르타, 루난은 겁에 질린 듯한 무스턴을 보며 눈을 꿈벅였다.

“대체 얼마나 두드린 거지?”

“아예 사람이 걸레가 됐는데.”

“만나자마자 팬 건가?”

“저렇게 맞고도, 용케 살아 있네.”

다른 검사나 정찰대도 무스턴의 모습을 훑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무스턴은 몸을 감싸던 붕대가 다 풀어져서 시뻘건 피멍이 그대로 드러났고, 하늘에서 머리로 떨어졌기에 이마가 깨져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으며, 입가에 피거품의 흔적까지 남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죽기 전까지. 아니, 죽을 정도로 팬 걸로만 보였다.

“무스턴. 말을 좀 해봐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으음….”

검귀에 물음에도 무스턴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아.”

라온이 한숨을 내쉬고서 고개를 돌렸다.

“렉타르 님이 묻잖아요. 대답하셔야죠.”

“죄, 죄송합니다! 스승님! 제가 다 잘못했습니다. 지금까지 실망만 시켜드려서 드릴 말이 없습니다!”

그제야 무스턴이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기 시작했다.

“…….”

설원이 고요해진다.

사람들은 전부 무스턴이 아니라, 라온을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대체 얼마나 때렸길래 사람이 저렇게 변하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역시 우리 광견단주!”

뒤늦게 도착한 리메르가 휘파람을 불며 다가왔다.

“미친개를 교육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니까! 이번에는 대체 얼마나 팬 거냐?”

“안 팼어요….”

라온이 고개를 저었지만, 누구도 믿지 않았다.

“역시 폭력의 왕!”

“광견단의 목줄을 쥔 자!”

“악마. 아니 마왕.”

“마신!”

진짜로 아니라고.

* * *

라온은 하분성으로 복귀한 뒤 바로 서리의 가지로 들어갔다.

나태를 운용한 수면으로 몸을 회복시키고 싶었지만, 피자를 재촉하는 겸업 마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유아야. 여기 파인애플 피자 세 판이랑 파인애플 쿠키 다섯 개만 줄래?”

“파인애플 피자랑 쿠키….”

유아는 눈동자를 위로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재료가 부족하지는 않아?”

“전혀요!”

희망을 걸고 물어봤지만 유아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라온 도련님이 파인애플을 좋아하시는 걸 알고, 할아버지가 재료를 단단히 준비해 놓으셨어요!”

“그, 그래.”

라온이 입술을 깨물었다. 마지막 희망을 걸어봤지만, 어쩔 수 없이 피자를 먹을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이래서 본왕이 저 점장을 좋아하느니라!

라스는 기사를 치하하는 왕처럼 주방을 향해 손짓했다.

‘젠장. 푸른 돼지 녀석 때문에. 이제 완전히 괴식가가 다 됐네.’

-누가 돼지야!

‘너!’

라스 때문에 이상한 음식만 먹다 보니, 이제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의 취향을 오해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생선 대가리를 이용한 카레를 가져와서 먹어보라고 할 정도였다.

“금방 되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유아는 방실방실 웃으며 주방으로 향했다.

-좋구나.

라스가 양 갈래머리를 찰랑이는 유아의 뒷모습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파인애플 소녀를 보고 있으니, 힐링이 돼!

녀석은 스터린 산에서 벌어졌던 최악의 기억들이 사라진다며 헤죽 웃었다.

'확실히 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아지기는 하네.'

라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아는 원래도 밝았지만, 할아버지와 만나며 더욱 밝아졌다.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졌다.

‘다만 이제는 돌아가야지.’

이곳에서 얻어야 할 것을 필요 이상으로 챙겼으니, 이제 가문으로 돌아갈 때였다.

‘예상외의 수확이었어.’

처음 이곳에 들린 이유는 슬로스에게 나태의 사용법을 듣기 위해서였다.

그것만 얻으면 충분하리라 생각했는데, 엔비에게 질투의 권능을 받고, 슬로스에게는 나태와 그 호흡법까지 얻었다.

단순한 이득이 아니라, 죽었다가 깨어나도 다시 얻기 힘든 대박을 얻어서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돌아가서도 받을 게 좀 있을 텐데.’

아리안 가문에서 벌어진 사건은 단순한 승급 임무 수준을 넘어갔다.

상벌이 확실한 글렌이라면 상패와 부상을 내려줄 텐데, 무엇을 받을지 벌써 기대가 되었다.

‘이번에도 꽤 맛있는 것을 내어주시겠지.’

파인애플 피자를 가지고 나오는 유아를 보며 입맛을 다실 때 라스가 콧잔등을 찌푸렸다.

-본왕이 보기에는 네놈이 돼지이니라! 꿀통만 찾아다니는 꿀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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