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9화
라온은 웬디와 함께 응접실로 향했다. 앞서가는 그녀의 걸음은 취한 듯 가늘게 흔들렸다.
‘힘들겠지.’
강한 의지를 다졌다고 해도 가족이 죽는 모습을 지켜보았으니, 정신적으로 녹초가 되었을 것이다. 저렇게 버티는 게 용한 일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법인데, 저 녀석은 조금 다르구나.
라스는 젤리처럼 말랑한 인간이 바위가 되었다며 입맛을 다셨다.
‘원래부터 속 알맹이는 꽉 차 있었어.’
웬디는 이 가문에서 유일하게 선조의 의지를 이은 무인이다.
모두가 놀고먹을 때 홀로 검을 단련하여 마스터에 오른 것을 보면 처음부터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그 알맹이가 이번 기회에 싹을 틔운 거지.’
그녀는 언데드와 전쟁을 치르며 무학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성장하여 가족들에게 받던 압박마저 이겨냈다.
웬디를 억죄던 가족이라는 이름의 쇠사슬이 끊어졌으니, 그녀는 더 높은 곳으로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웬디가 응접실의 문을 열며 손짓을 했다. 그녀를 따라 응접실로 들어갔다.
‘위겐이 만든 건가.’
사용 흔적이 많지 않은데 자랑하기 위한 사치품으로 가득하다. 지그하르트 가주전의 응접실보다 더 화려한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라온이 푹신한 소파에 앉자마자, 웬디 아리안이 고개를 숙였다.
“웬디 님?”
“저 혼자서는 절대 그들을 베지 못했을 겁니다. 먼저 결단을 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웬디는 입술을 꾹 깨문 채 어깨를 떨었다.
“이번 전쟁의 총사령관으로서 꼭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이러시지 마십시오.”
라온이 고개를 저었다. 간부들의 처형은 웬디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 가문을 살리기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
‘놈들은 가문의 수장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질렀으니까.’
위겐과 간부들의 도주가 알려지며 성벽의 사기가 바닥으로 꺼졌고, 그 틈을 노리던 언데드들이 달려들었다.
정밀했던 방어가 깨지고 처음으로 사망자까지 나왔다.
라온 지그하르트로 살아가며 가문이 무엇이고, 위에 서는 자가 어떤 마음가짐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기에 가문을 버리고 도망친 위겐과 간부들에게 진심으로 분노가 차올랐다.
‘이건 내가 할 일이었지.’
대륙 전체를 뒤져서라도 놈들의 목을 벨 생각이었기에 웬디에게 감사 인사를 받을 만한 일은 절대 아니었다.
라온이 아직 고개를 숙이고 있는 웬디를 보며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웬디 님은 괜찮으십니까?”
“괜찮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웬디가 고개를 들었다. 거친 파도처럼 흔들리는 동공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하지만 이 가문을 살리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녀는 해야 할 일이었다고 말하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역시 잘 알고 있군.’
위겐과 간부들이 살아남았다면 선한 웬디와 다른 이들을 이간질하여 가문을 분열시켰을 것이다.
망가진 아리안 가문을 살리기 위해서는 그들의 영향력을 지우고, 아예 새로운 발판을 까는 게 맞았다.
전대의 발자취가 모두 사라졌으니, 처음에는 조금 힘들겠지만, 아리안은 전보다 훨씬 높게 비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전 간부들의 그늘을 지우는 일은 쉽지 않을 테니, 가주님이 여러모로 노력하셔야 할 겁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웬디가 믿어달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제 인사는 됐어요. 그만하셔도….”
“오늘 일 때문만이 아닙니다.”
그녀는 머리를 숙인 채로 말을 이었다.
“라온 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이 전쟁은 처음에 끝났을 겁니다. 끝까지 함께, 그것도 목숨을 걸고 싸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웬디는 싸움이 끝났을 때부터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다고 말하며 굽힌 허리를 펴지 않았다.
‘아무래도 인사를 받지 않으면 평생 이러고 있을 것 같네.’
그녀의 고집을 알고 있기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감사 인사를 받을 테니, 일어나세요.”
라온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웬디는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죄인처럼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박았다.
“웬디 님?”
-드디어 정신을 놓은 건가?
기절한 게 아니다. 숨소리는 거칠지만, 그녀의 기세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정갈했다.
“라온 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일단 일어나시고….”
“아뇨. 이 자세로 해야 합니다.”
웬디가 살짝 들어 올렸던 이마를 다시 땅에 박았다.
“주군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따르게 해주십시오.”
그녀는 본인만이 아니라, 이 가문과 함께 주군으로 따르고 싶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예?”
라온이 웬디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게 무슨 말이지?’
아리안 가문은 이미 지그하르트를 따르는 봉신 가문이다. 갑자기 주군으로 모시고 싶다고 하니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지금 무슨 말씀을….”
“말 그대로입니다. 라온 지그하르트. 당신을 따르고 싶습니다.”
“아리안은 이미 지그하르트의 봉신 가문이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그런데 왜 저를 따르겠다고….”
웬디가 조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진심이라는 듯 눈동자에 정신한 빛이 피어났다.
“지그하르트에서도 은인을 지지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은인이라고 말했지만, 그게 누구인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저를?”
“네. 봉신 가문이라고 무조건 지그하르트 전체를 따르는 게 아닙니다. 봉신 가문마다 지지하는 세력이 있는데, 저희 아리안 가문은 은인 그리고 광풍단과 함께 걷고 싶습니다.”
그녀는 지그하르트를 따르되 그중에서도 광풍단을 지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왜 그런 생각을 하신 겁니까?”
“저는 전쟁을 치르는 동안 은인과 광풍단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서로의 개성을 지켜주면서도 함께 싸울 때는 폭풍과도 같았죠.”
웬디는 부러운 듯 살짝 구겨진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리안이 광풍단처럼 서로를 아끼면서도, 각자의 삶을 배려해주는 가문이 되기를 바라기에 광풍단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조심스럽게 올린 손이 라온을 가리켰다.
“현재의 광풍단을 만든 일등 공신이자, 지금도 광풍단을 이끄는 사람이 은인이기에 주군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웬디는 서로가 서로에게 목숨을 거는 광풍단처럼 이 가문을 운영하고 싶다고 말하며 재차 고개를 숙였다.
“음….”
라온이 웬디를 보며 입술을 매만졌다.
‘어떻게 해야 하나.’
만약 재능이나, 대단한 무학이라는 말이 나왔다면 거절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웬디는 광풍단의 관계에 대해 말했다. 서로의 개성을 지켜주고, 함께하는 모습이 부럽다는 말에서 그녀의 진심이 느껴졌다.
“저는 일개 단의 부단주일 뿐입니다.”
“그 단이 광풍단이죠. 지그하르트 최강의 무력 단체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직계도 아닙니다.”
“제가 피 같은 것을 신경 쓸 거라 생각하십니까?”
“후….”
라온이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왜 이렇게 따르겠다는 사람이 나오는 건지 모르겠네.’
마크 괴튼부터 웬디 아리안까지 가는 곳마다 따르겠다는 사람이 나오니 조금 부담스러웠다.
-그러게 말이다. 한참 부족한 애송이인데, 무엇을 보고 따른다는 것인지 모르겠느니라.
라스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혀를 찼다.
-음? 아니지. 저 녀석 가주지 않느냐?
‘맞아.’
-잘 되었으니라! 받아주고, 당장 이곳의 특산 음식을 10인분씩 바치라고 명령해… 꽥!
헛소리하는 라스를 손등으로 쳐냈다.
‘분명 부담스럽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평생을 홀로 보낸 전생 때문일까. 솔직히 말하면 가슴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
“알겠습니다.”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자, 웬디가 한쪽 무릎을 꿇고, 왼 가슴에 주먹을 얹었다.
“웬디 아리안이 주군 라온 지그하르트를 뵙습니다. 천 년 전 제 선조가 지그하르트의 선조를 따랐듯이 평생토록 당신의 뒤를 지키겠습니다.”
웬디의 맹세에 지그하르트의 선조와 아리안의 선조가 완벽한 합격술을 이뤄냈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때처럼 웬디와 함께 싸웠기에 그녀의 맹세가 가슴 깊게 와 닿았다.
‘역사의 재현도 재현이지만, 그녀 자체로 큰 도움이 될 거야.’
웬디 아리안은 이번 전쟁을 치르며 마스터 중급에 올랐다. 기본에 충실한 무를 쌓았기에 더 위로 올라갈 가능성도 충분했다.
“당신의 맹세를 받아들이겠습니다.”
라온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웬디의 어깨를 잡았다.
“웬디 아리안. 라온 님의 가신으로서 대륙을 멸망시킨다고 하셔도 따르겠습니다!”
웬디는 감격한 얼굴로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대륙을 멸망시킬 일은 없습니다.”
라온이 관자놀이로 흐르는 땀을 닦으며 고개를 저었다. 처음부터 대륙 멸망이 나오니, 등골이 식겁했다.
“멸망 대신 첫 번째 지시를 내리죠.”
“명을 받습니다.”
그녀는 맹세할 때처럼 한쪽 무릎을 꿇고, 왼쪽 가슴에 손을 얹었다.
“아리안을 천 년 전보다 더 위대한 가문으로 만드세요. 가솔 모두가 구김 없이 웃을 수 있는 곳으로.”
“죽더라도 명을 완수하겠습니다!”
웬디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제 좀 일어나세요. 너무 숙이고 계셔서 거북목이 될 지경입니다.”
“예!”
그제야 웬디가 일어나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아, 그러고 보니….”
라온인 입맛을 다셨다. 상황이 좀 안정되니, 아까 도리안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간부들을 잡아 온 손님이 있다던데, 그게 누구입니까?”
“아, 못 들으셨습니까?”
웬디가 아직 몰랐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검귀 님입니다.”
“검귀라면 설마….”
“네. 오대 검수의 수좌 검귀 님이 맞습니다.”
오대검수의 정점에 있는 검귀는 대륙십천과도 자웅을 겨룰 수 있다고 여겨지는 초강자다.
따로 소속이 없고, 중립적인 위치에 있는 그가 간부들을 잡아왔다는 게 놀라워 입이 떡 벌어졌다.
“그분은 지금 어디에 있죠?”
웬디가 죽음의 땅을 가리켰다.
“광풍단과 함께 우리가 전쟁을 끝낸 죽음의 땅으로 향하셨습니다.”
* * *
“으하함….”
리메르가 입이 찢어질 정도로 하품을 하면서 눈을 비볐다.
“언제까지 구경만 할 거요. 졸려 죽겠는데 그만 좀 갑시다.”
그는 키가 크고, 기골이 장대한 백발노인의 등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흐음….”
전투의 흔적을 살피던 백발노인이 몸을 일으켰다. 그의 허리춤에 매달려 있는 붉은 검이 가늘게 흔들렸다.
“이 흔적을 정말 그 백검룡이라는 아이가 만들었다는 것이오?”
백발노인이 뒤를 돌았다. 새하얀 머리카락과 어울리지 않는 날카로운 눈매와 떡 벌어진 어깨가 인상적인 외모의 무인이었다.
“아, 그렇다니까. 몇 번을 말해요.”
라메르는 귀찮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이게 스무 살 무인이 만들어낸 흔적이라니, 어처구니가 없군.”
노인은 땅에 새겨진 흔적들을 살피며 괴물이 나타났다고 중얼거렸다.
“사부님. 이게 그리 대단한 겁니까?”
검귀의 제자라고 말했던 적발의 청년이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
“이 흔적을 보아라.”
검귀가 세 개의 기둥이 박혀 있던 곳에 남은 얇은 검흔들을 가리켰다.
“일검. 아니, 두 자루의 검으로 단번에 서른 개가 넘는 검로를 만들어냈다. 미숙함은 있지만, 검식에 깃든 힘은 그랜드 마스터라도 쉽게 막을 수 없을 정도지.”
그는 제자에게 라온이 펼쳤던 검술의 위험함을 깨닫게 해주었다.
리메르는 그런 노인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걸 알아보는 건가? 역시 오대 검수의 최강자라 불리는 검귀 답네.’
죽음의 땅은 늪 밑에 박혀 있던 만큼 무르기에 검의 흔적이 거의 남지 않았다.
벌레가 기어간 건지, 검흔인지 알아보기도 쉽지 않은 장소에서 라온의 검식을 알아차리는 것만 보아도 그의 실력이 정상이 아니라는 게 느껴졌다.
‘검귀는 대륙십천에도 비견될 수 있다고 들었는데, 확실히 거짓은 아니야.’
어느 정도 무위인지 전혀 모르겠어.
오대검수는 대륙십천에 비해 처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저 검귀의 검만큼은 대륙십천에게 닿을 것 같았다.
‘낭인이 어떻게 저리 강해질 수 있는지 의문이네.’
검귀가 본인의 입으로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어느 세력에도 속해있지 않은 중립자다.
용병이나 낭인과 같은 위치에서 저 정도로 강해졌다는 게 신기했다.
‘그런데….’
리메르가 검귀의 얼굴과 체형을 훑어 내리며 눈매를 찡그렸다.
‘저 영감탱이. 왜 익숙한 기분이지?’
실제로 만나는 건 처음이지만, 이상하게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요상한데… 아, 귀찮다.’
리메르는 그 익숙함의 이유를 찾으려 하다가 귀찮아져서 고개를 저었다.
‘도박장에서 봤나 보지. 뭐.’
* * *
라온은 웬디와의 대화를 끝낸 뒤 숙소로 돌아왔다.
밀랜드와 다른 세력의 지원군에게 감사 인사를 해야 했지만, 시간이 늦었기에 내일 찾아뵙기로 했다.
‘얜 아직도 이러고 있네.’
루난은 여전히 침대에 엎어져서 자고 있었다. 강아지처럼 고로롱 소리가 들렸다.
‘나 때문에 여기서 잔 게 아니었나 본데.’
지금까지 깨지 않은 걸 보면 그냥 지가 여기서 자고 싶었던 것 같다. 피식 웃으며 테이블에 앉았다.
-밥은 대체 언제 먹는 것이냐! 뱃가죽이 등에 붙게 생겼느니라!
‘네 배 통통해서 아직 괜찮잖아.’
라온은 오동동하고 푹신한 라스의 뱃살을 늘어뜨리며 피식 웃었다.
-만지지 마라! 인간 주제에 감히 본왕의 옥체에 손을 대는 것이냐!
‘무슨 고양이도 아니고.’
머리를 쳐도 가만히 있던 놈이 배를 만지니 난리를 친다. 고양이를 보는 기분이었다.
‘이것만 확인하고 밥 먹을 테니, 좀 기다려 봐.’
-확인? 이제 와서 무엇을….
‘이거.’
라온은 라스의 머리를 툭 치며 이전에 보지 못했던 메시지들을 불러왔다.
-이, 이런!
라스는 올라오는 메시지를 보며 샌드위치처럼 통통한 뒷목을 잡고 쓰러졌다.
라온은 테이블 위에 엎어진 라스를 밀어버리고, 메시지를 확인했다.
[불가능한 위업을 이뤄냈습니다.]
[영혼의 격이 크게 상승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20포인트 상승합니다.]
망혼귀를 처치하고, 사기의 구체를 베었던 게 불가능한 일이라고 판단했는지, 단번에 모든 능력치가 20포인트나 상승했다.
영혼의 격도 상승하여 정신적인 고통과 피로도 확연히 줄어든 기분이었다.
다만 아직 메시지는 한참 더 남아 있었다.
[특성 <사기 저항력>이 생성됩니다.]
[특성 <암습>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특성 <집중>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특성 <어둠에서 피어난 신성>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두 번째로 올라온 메시지는 특성에 관한 것들이었다.
6일 동안 싸워왔기 때문인지 죽음의 기운을 이겨내는 <사기 저항력> 특성이 생성되었고, 이번에 사용했던 특성들의 등급이 모두 올라갔다.
특히 <어둠에서 피어난 신성>의 등급이 오른 게 가장 만족스러웠다.
‘이것만이 아니지.’
메시지로 올라오지는 않았지만, 불의 고리와 만화공, 글래시아의 성취도 크게 상승했고, 검술의 경지 역시 성장했다.
깨달음 이상으로 성장한 결과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 이제 끝나… 더, 더 있어?
비틀거리며 올라오던 라스가 추가로 올라온 메시지를 보며 입을 떡 벌렸다.
[칭호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자>가 생성됩니다.]
이번에는 칭호다. <살아남은 자> 이후에 오랜만에 새로운 칭호가 생겼다.
-빌어먹을! 왜 안 끝나는 건데!
라스는 새롭게 떠오른 칭호를 보며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자>
이길 수 없는 전쟁에서 승리의 길을 여는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능력 : 모든 능력치 + 5, 동료와 함께 전투를 치를 때 모두의 집중력과 육체 능력이 소폭 상승.
“어?”
모두의 집중력과 육체 능력 상승이라고?
저건 나 자신만이 아니라, 함께 싸우는 광풍단의 능력도 올려준다는 뜻이다.
‘사기를 올려준다는 건가.’
단체전에서 중요한 건 사기. 사기가 높을수록 무인들이 제 실력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데, 이 칭호는 그 사기를 억지로 끌어 올리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이, 이제 끝났지?
라스가 비틀거리면서 올라왔다.
-그럼 빨리 밥….
녀석이 이제 제발 밥 좀 먹자고 말하려 할 때 또 하나의 메시지가 올라왔다.
[모든 체력과 정신력을 소모하고 수면에 빠졌습니다.]
[극한까지 높아진 수면의 질이 <나태>의 효율을 강화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나태>의 효과가 강화됩니다.]
라스는 그 메시지를 보고 결국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슬로스. 이 호구 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