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395화 (395/653)

제395화

“말하라.”

라온이 한 발 더 다가갔다. 심혼을 짓누르는 걸음에 위겐 아리안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네 뒤에 누가 있는지.”

그의 일그러진 눈동자를 보며 턱을 치켜들었다.

“얼마나 잘난 이름이기에 아리안을 이따위로 망치게 놔두었는지 궁금하군.”

“끄으으윽!”

위겐은 섬뜩한 기운을 버티지 못하고 손을 덜덜 떨면서 뒤로 물러섰다.

“저, 전주다!”

그는 이대로 죽을 수 없다는 듯 악을 질렀다.

“네놈 같은 단이 아니라 전의 주인이라고!”

위겐은 지그하르트 전주 중 하나가 본인의 뒷배라고 말하며 눈을 부라렸다.

“전주?”

라온은 위겐의 입에서 전주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알현실을 지배하던 기세를 가라앉혔다.

“그렇다!”

위겐이 거친 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뱃살이 물결처럼 파도쳤다.

“이제 좀 느껴지나 보군. 잘못 건드렸다는 걸!”

그는 라온이 기세를 꺼뜨린 것을 보고 겁이라도 먹었다고 생각한 듯 깨진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감히 날 때려? 저 어린 계집은 절대 곱게 죽지 못할 것이다!”

“발톱처럼 생긴 새끼가 뭐래!”

마르타는 전주라는 말을 듣고도 참지 못하고, 주먹을 말아쥐고 달려왔다.

“히이익!”

위겐은 전주라는 말도 통하지 않을 줄 몰랐던지 다시 엉덩방아를 찧고 주저앉았다.

“멈춰.”

라온이 손을 들어 막자, 마르타가 인상을 찌푸리며 물러났다.

“네놈들도 지위에는 어쩔 수 없군.”

위겐이 볼살을 푸들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마치 역전승이라도 거둔 듯 거만한 표정이었다.

“가주님!”

“괜찮으십니까!”

“이런 야만인 같은 놈들!”

뒷배가 먹혔다는 것을 알아차린 아리안 가문의 간부들이 달려와서 비틀거리는 위겐을 부축했다.

“멍청한 것들. 우리가 아무런 생각도 없이 가만히 있었을 거라 생각했던 거냐!”

“누가 네 뒤에 있는 거지?”

“음….”

위겐은 이상함을 느낀 듯 말을 하지 않고 눈동자를 굴렸다.

“거짓이었나?”

라온은 위겐이 생각할 시간을 벌지 못하도록 협박하듯이 마르타를 막던 손을 내렸다.

“바, 발데르 님이 계신 진무전이다!”

위겐은 마르타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바로 뒷배의 이름을 외쳤다.

“진무전….”

여러 번 부딪쳤던 진무전의 이름을 조용히 읊조렸다.

‘역시 사람은 달라지지 않는군.’

전 자체가 몇 개 없기에 중무전 아니면 진무전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대로였다.

“이름을 들으니, 이제 좀 후회가 되나?”

위겐이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턱을 모로 틀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이상으로 거만한 얼굴이었다.

뿌드드득!

뒤에서 마르타가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당장 뛰어가서 위겐을 조지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참고 있는 것 같았다.

“후우….”

라온은 짧게 한숨을 내쉬고 위겐과 그를 에워싼 간부들을 바라보았다.

“스스로 죄를 고백하고, 물러날 사람은 없나?”

그 말에 위겐과 간부들의 입가에 걸린 비웃음이 진해졌다.

“개소리 마라!”

“우리에게 무슨 죄가 있다는 거냐!”

“그까짓 정찰 몇 번 안 나간 게 죽을죄는 아니잖아!”

“이번 일에 대한 보상은 챙겨줄 테니 조용히….”

간부들이 헛소리 말라며 고개를 저을 때 뒤에서 쇳덩이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라온이 뒤를 돌았다. 황전대주 웬디 아리안이 검을 내려놓고 전투용 제복을 벗고 있었다.

“전 가문의 사명을 지키지 못 했습니다. 황전대주 자리를 내려놓고, 물러나겠습니다.”

웬디는 무장을 해제한 뒤 무릎을 꿇고 복종하듯 고개를 숙였다. 이곳에서 그녀만이 유일한 사람다운 이라는 게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웬디….”

“황전대주!”

“저 망할 것이….”

간부들은 웬디를 보며 이를 갈았다. 다 된 밥에 재를 뿌린다고 중얼거렸다.

‘예상대로네. 그럼….”

라온이 매타작을 시작하려고 할 때 웬디의 옆으로 간부 중 한 사람이 다가갔다.

“이쪽에 꿇으면 되는 겁니까?”

베인더.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레인저의 수장을 맡은 중년인이 옅게 웃으며 무장을 풀었다.

“베인더라고 합니다. 저도 정찰대의 대장으로서 지켜야 할 임무에 소홀했습니다.”

그는 웬디와 똑같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베인더!”

“자네! 무얼 하는 건가!”

“빨리 일어나!”

위겐과 간부들이 베인더에게 소리를 쳤지만, 그는 일어나지 않았다.

‘저자….’

라온이 베인더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감이 좋은 건가?’

일부러 기세를 죽이고, 물러날 듯한 분위기를 만들었는데, 먼저 숙일 줄은 몰랐다. 레인저로 살아온 사람답게 눈치가 빠른 것 같았다.

‘그래도 못 팰 건 아니니까.’

스스로 죄를 고백했으니, 그만큼 치면 그만이었다.

라온이 위겐과 간부들에게 다가가며 오러를 개방했다. 걸음마다 강해지는 열기에 그들의 피부가 익을 것처럼 달아올랐다.

“무, 무슨 짓이냐!”

“물러나라!”

“우리 뒤에는 진무전이! 발데르 님이 계시다고!”

“그래서?”

간부들이 협박을 하듯 진무전과 발데르의 이름을 꺼냈지만 라온은 그 이름을 구둣발로 짓밟으며 나아갔다.

“발데르의 진무전이라고 했지?”

“그렇다! 네놈과는 비교가 안 되는 위치에….”

라온은 주절거리는 위겐의 기름진 주둥아리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뻐어어억!

공이 터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위겐이 누런 이빨이 뿌리째 뽑혀 나갔다.

“끄아아아악!”

위겐은 피가 터져 나오는 입을 막지도 못한 채 고통에 몸부림쳤다.

“허억!”

“이, 이놈….”

“뭐 하는 짓이냐! 우리 뒤엔 진무전이 있다고….”

라온은 미소를 지은 채 간부들에게 다가갔다. 덜덜 떠는 그들의 얼굴에 연달아 주먹을 날렸다.

빠아아악!

정당히 힘 조절을 했음에도 워낙에 무식한 근력이라 간부들은 이가 뽑히거나, 광대와 턱이 뭉개진 채 바닥에 처박혔다.

“크허헉!”

“아악!”

“으으으….”

그들은 태어나서 이런 고통을 처음 느낀 건지 눈물을 흘리며 버둥거렸다.

“야!”

마르타가 뒤에서 소리를 질렀다.

“내 것도 남겨! 네가 치면 다 망가진다고! 이 발톱 때 같은 새끼들!”

그녀는 단숨에 뛰어와 위겐과 간부들을 밟기 시작했다.

“나도 때릴 거야!”

크레인도 튀어나와 마르타 옆에서 간부들을 후려쳤다.

“이,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위겐이 덜덜 떨면서 바람 빠진 음성을 흘렸다.

“발데르 님이 네놈을 가만두지 않을….”

라온은 무릎을 굽혀서 주둥아리를 놀리는 위겐과 눈을 맞췄다.

“제발 좀 해줬으면 좋겠네.”

“으윽….”

얼음장을 박아 놓은 듯 서늘한 시선에 위겐이 전신을 떨었다.

“그도 너와 같은 꼴이 될 테니까.”

“미, 미친! 네가 그분을 이길 수 있다는 말이냐.”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동자를 떨었다.

“아니. 못이기지.”

“그런데 왜….”

“뒷배는 너한테만 있는 게 아니거든.”

“뭐…?”

“내가 누구에게 전권을 받았다고 했지?”

라온이 위겐의 머리를 잡으며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가주님?”

위겐이 턱을 덜덜 떨었다. 이제야 처음에 했던 말이 떠오른 것 같았다.

“하, 하지만 그건 임무에 관해서지 않느냐! 이건 우리 가문의 일이다! 명백한 월권행위….”

“이것도 그분이 내려주신 전권에 포함되어 있는 임무다.”

글렌이 이 가문의 상황을 모를 리가 없다, 그는 늪의 정화만이 아니라, 이 돼지들도 치우기를 원했을 게 분명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쓰레기 처리지.”

위겐과 간부들은 태어난 이후 단 한 번도 목숨을 건 싸움을 해보지 않았다. 그들은 위기를 겪어보지 않았기에 상대의 심리를 읽는 게 아니라, 본인들이 준비한 칼만 믿는 어리숙한 모습을 보였다.

“아….”

“북멸왕….”

“마, 망했어….”

마지막 희망이 산산조각 나버린 위겐과 간부들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쓰러졌다.

“비, 빌어먹을….”

위겐이 망연자실한 눈으로 쓰러졌다.

“어딜 누워!”

마르타가 부리나케 달려가 그의 머리를 차올렸다. 벽이 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위겐이 천장까지 치솟았다.

-너어어어는 진짜….

라스가 튀어나와서 눈매를 좁혔다.

-사악한 놈이니라!

‘뭐가?’

-희망을 준 뒤에 바로 절망과 고통을 주다니, 옛날 원조 악마들이나 하는 짓 아니더냐!

녀석은 옆으로 슬쩍 다가와서 어깨를 꽉 말아쥐었다.

-역시 어쩔 수 없느니라.

‘응?’

-네놈의 재능은 마계를 향해있느니라! 본왕과 함께 마계 정복을….

‘안 사요.’

*     *      *

죽음의 늪 끝에 박혀 있는 세 개의 돌기둥.

라온과 데스나이트의 전투가 거짓이다는 듯 평온해진 늪 위로 검은 로브를 두른 남성이 내려선다. 푸른 화안이 타오르는 아크 리치의 가면을 쓴 망혼귀였다.

“너무 늦었나.”

망혼귀가 잔잔해진 죽음의 늪을 바라보며 짧게 혀를 찼다.

“정말 라온 지그하르트가 왔다 간 모양이군.”

준비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보니, 몸이 두 개여도 부족했다. 이곳에 놓아둔 데스나이트 역시 계획의 일환이었는데, 너무 빨리 사라져 버렸다.

“아니, 오히려 잘 된 건가.”

망혼귀가 회색 손가락을 튕겼다. 그 선명한 울림에 돌기둥 밑의 늪지가 용암처럼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

폭발할 것처럼 부글거리던 늪지가 반으로 갈라졌다. 그 속에서 이 지저분한 땅과는 어울리지 않게 호수처럼 맑은 빛깔의 구슬이 느릿하게 떠올랐다.

“이리오거라.”

망혼귀는 천천히 걸어가 손을 뻗었다. 늪지에서 솟구친 구슬이 자연스레 손아귀 위로 떨어졌다. 그는 어떠한 기운도 가지지 않은 듯한 평범한 유리구슬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 아이의 죽음으로 정화가 더 빨라졌어.’

애초에 이곳에 언데드를 뿌려둔 목적이 이 구슬의 정화를 위해서였는데, 데스나이트가 죽으며 그 속도가 빨라졌다. 딱히 시간을 더 끌지 않고 이대로 가지고 떠나도 될 것 같았다.

‘아니지.’

망혼귀가 시선을 들어 아리안 가문이 있는 동쪽을 바라보았다.

‘이것도 기회야.’

전해온 소식에 따르면 지금 아리안 가문에는 라온 지그하르트만이 아니라, 멍청한 멀린이 놓쳤던 세이렌의 화신과 리자드맨 킹의 화신이 있다고 한다.

에덴에 여러모로 방해만 되는 라온을 죽이고, 얻지 못한 두 화신까지 데리고 갈 기회였다.

“실험까지 할 수 있고 말이지.”

손아귀에 얹은 구슬에 어둠의 마력을 주입했다. 검은 선이 구슬을 파고든다. 비 온 뒤 하늘처럼 맑은 구슬이 어둑한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찌이이잉.

망혼귀가 손을 펼치자, 점차 어두워지는 구슬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며 늪지와 공명하듯 진동을 일으켰다.

말끔해진 늪지 위로 회색 뼈로 이루어진 데스나이트와 리치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망혼귀는 천천히 조형되는 최상급 언데드들을 보며 건조한 미소를 흘렸다.

“역사를 바꿔보도록 하지.”

*     *      *

라온은 알현실 구석에 위겐과 간부들을 처박아 놓고, 베인더를 불렀다. 그는 건들거리는 외모와 달리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왜 물러나겠다고 한 겁니까?”

“제가 눈치가 좀 빠릅니다.”

베인더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라온 님이 처음 아리안에 왔을 때 가주님께 전권을 위임받았다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이건 안 되겠다 싶어서 바로 포기를 했죠.”

그는 눈칫밥을 먹고 살아서 사람을 보는 건 자신있다며 웃었다.

“그걸 알면서 왜 저들에게는 말을 안 한 거죠?”

“경로를 이탈시키는 작전이 실패했을 때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필요하니까요.”

베인더는 크레인에게 뒤통수를 얻어 맞는 간부들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당신이 레인저들에게 이동 방향을 바꾸라고 지시 내렸다는 걸 인정한다는 뜻이군요.”

“예. 물론 저들과 함께했습니다.”

그는 이번에도 다른 간부들을 물고 늘어졌다.

라온은 양손을 들어 올려서 항복 표시를 하는 베인더를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뭔가 거북하군.’

라스가 매번 말하는 얌생이 같은 인간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언제, 어디에서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드는 신뢰할 수 없는 남자였다.

“저는 제 잘못을 알고….”

“지이이이이랄!”

마르타가 참지 못하고 달려가 말을 하려던 베인더의 입에 발을 꽂아 넣었다.

빠아아악!

힘 조절을 했음에도 감정이 담겼는지 베인더의 입에서 하얀 옥수수가 연달아 튀어나왔다.

“커어헉!”

“지금까지 깝치다가 잘못했다고 말하면 다 끝나?”

그녀는 옆으로 쓰러진 베인더의 이마를 후려쳤다.

“이 연가시 같은 놈이!”

마르타는 끝까지 버텼던 위겐과 간부들보다 그들까지 이용한 베인더가 더 마음에 안 드는 듯 거세게 발길질을 했다.

“죽지만 않게 해.”

라온은 마르타의 어깨를 쳐주고서 무릎을 꿇고 있는 웬디 아리안에게 다가갔다.

“왜 물러나겠다고 한 겁니까?”

“저도 아리안의 간부니까요.”

웬디가 고개를 숙인 채로 대답했다.

“프리카의 이야기를 듣고 깨달았습니다. 데스나이트가 언데드를 이끌고 들어왔다면 아리안 가문이 전멸했을 겁니다.”

그녀는 무릎 위에 놓아둔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혼자서라도 늪에 나갔어야 했는데, 가주님과 간부들이 두려워 행동하지 못한 제가 한심스러워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저희를 부르셨지 않습니까.”

“그게 제 마지막 용기였습니다. 그것조차 하지 못했다면 이 자리에 있지도 못했을 겁니다.”

웬디는 스스로가 부끄러워서 다시는 검을 잡지 못할 것 같다며 울먹였다.

라온은 웬디에게 말을 걸지 않고, 그녀의 검을 뽑았다. 손잡이에는 손때가 묻어 있었고, 칼날은 언제 싸워도 될 정도로 말끔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위겐의 검과는 딴판이었다.

“잘 관리했네요.”

이 가문에서 유일하게 적을 두고 싸울 수 있던 무인은 웬디와 그녀의 검대뿐이었다.

“흥!”

베인더를 기절시키고 온 악인 탐지기 마르타가 가만히 있는 것만 봐도 웬디는 다른 이들과 결이 다른 사람이었다.

“받으세요.”

라온이 웬디에게 검을 돌려주고, 제복을 어깨에 걸쳐주었다. 옅게 웃으며 단상 위에 걸려 있던 아리안 가문의 표식인 둥근 구슬을 그녀에게 가져다주었다.

“라, 라온 님?”

웬디는 가문의 표식을 받은 채 당황하며 어깨를 떨었다.

“지금 이 가문을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뿐입니다.”

“하, 하지만 전 저들과 다를 바 없는….”

“모두 죄가 있다면 그 중에서 가장 양심 있는 사람이 책임을 맡는 게 맞겠죠.”

“으….”

라온의 담담한 말에 웬디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손에 가문의 문양을 꽉 쥔 채 눈을 내리감았다.

“제, 제가 감히….”

“이 가문에 와서 만난 무인 중에 유일하게 마음에 들었던 건 당신이 이끄는 황전대 검사들이었습니다. 하나같이 육체와 정신이 잘 단련되어 있었죠.”

그들은 광풍단보다 약할지언정 웬디를 따라 육체와 정신을 갈고 닦은 무인들이었다.

“그렇다고 바로 넘기는 건 아닙니다. 가주님께 설명을 드려야 하니, 이곳에 잠시 머물며 당신이 어떻게 이 가문을 운영하는지 파악할 생각입니다.”

“그….”

“지그하르트에서 관리자가 내려온다면 아리안이 봉신가문이 아니라, 아예 지부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가문을 살리려면 당신이 힘을 쓰는 수밖에 없어요.”

라온의 부드러운 협박에 웬디가 손때가 묻은 검의 손잡이를 꽉 움켜쥐었다.

“…알겠습니다.”

웬디가 고개를 들었다. 마음을 정한 듯 그녀의 눈동자는 더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해보겠습니다.”

“가문이 제대로 정비된다면 가주님께는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글렌의 생각을 알 것 같기에 웬디가 제 역할만 해준다면 설득할 자신이 있었다.

“알겠습니다. 진심이 담긴 감사 인사는 후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웬디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뒤 알현실을 떠났다.

라온이 옅게 웃으며 몸을 돌렸다.

“도리안.”

“예엡!”

도리안이 먹던 과자를 주머니에 쑤셔 박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단상 위에 있는 두개골이랑 머리통 챙겨놔 줘.”

“이익….”

그는 거북하다는 표정을 그대로 드러내며 포대 자루를 꺼내 듀라한의 머리통을 담았다.

“두개골은 좀 낫네.”

도리안이 옅은 숨을 뱉으며 단상 위로 올라간 순간 두개골의 안구에서 거센 불꽃이 타올랐다.

화아아아아!

마치 되살아날 것처럼 화염을 일으키던 데스나이트의 두개골은 정수리부터 갈라진 뒤 회색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라온은 그 모습을 보고 마른침을 삼켰다.

‘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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