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377화 (377/653)
  • 제377화

    “지, 지금 강해지게 만들어주겠다고 말씀하신 겁니까?”

    마크 괴튼이 되물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렇습니다.”

    라온이 마크 괴튼의 흔들리는 동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당장 경지를 올려준다는 건 아니고, 마크 경이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겁니다. 물론 제 비도 수련도 겸해서.”

    날을 세우지 않은 철제 비수를 꺼내서 흔들었다.

    “그렇다고 긴장할 필요는 없어요. 가벼운 훈련이니까.”

    -네놈한테만 가벼운 거 아니냐?

    라스가 이쪽을 보며 눈을 흘겼다.

    ‘그럴 수도 있고.’

    나무 비수가 아니라, 철제 비수를 날려서 마크 괴튼을 공격할 생각이니, 그가 본래의 무력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꽤 고생하게 될 것이다.

    “알겠습니다.”

    마크 괴튼은 이 훈련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차린 듯 손에 쥔 흑선도를 강하게 말아쥐었다.

    “흑선도는 어떤가요?”

    “예전부터 쥐었던 것처럼 손에 딱 맞습니다.”

    “다행이네요.”

    라온이 미소를 지었다. 마크 괴튼이 사용하던 도의 형태와 무게를 보고 고른 건데 잘 선택한 모양이다.

    “그런데 이런 명도를 제가 받아도 될지….”

    “지그하르트는 검가라서 도를 쓰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마크 경이 쓰지 않는다면 창고에서 썩기만 할 겁니다.”

    “감사합니다.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마크 괴튼이 차려 자세에서 허리를 굽혔다. 기사 시절로 돌아간 듯 절도 있으면서도 정중했다.

    “그럼 연무장에서 개인 수련을 하고 계세요. 준비하는데 하루 넘게 걸릴 것 같으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는 연무장 중앙으로 가서 흑선도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라온은 마크 괴튼의 도법을 살펴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나도 시작해야겠네.’

    글렌에게 받은 두 권의 무학서를 펼쳐서 읽었다. 어젯밤에 전부 읽고, 외웠지만 놓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기에 다시 빠르게 훑어내렸다.

    ‘가주님이 말씀하신 대로야.’

    백뢰비도는 속도에 치중한 비도술이고, 거폭비는 위력만 끌어 올린 비도술이다.

    두 무학 모두 하나의 무리에 극단적으로 치중해 있기에 적절하게 조화시킨다면 속도와 힘 모두를 잡은 비도술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것만 보고 이 두 무학서를 주시진 않았겠지.’

    글렌은 두 비도술을 섞어서 새로운 무학을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무학 경지 자체가 성장하는 효과도 노렸을 것이다.

    ‘다만….’

    거기서 멈춰서는 안 되지.

    전생에 익혔던 흑절비. 은밀함과 정확도만큼은 따라갈 무학이 없는 그 비도술까지 조화시킬 생각이었다.

    -네놈 따위가 무학을 만들려면 한세월은 걸릴 것이니라!

    라스가 헹 콧방귀를 뀌었다.

    -비도에 대한 개념도 없는 놈이 어딜 감히! 하던 대로 검이나 휘두르거라!

    녀석은 본인 정도의 경지에 오르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며 혀를 찼다.

    ‘분명 어렵겠지만 못할 건 아니야.’

    전생에 가장 먼저 잡은 무기가 비도다. 이번 삶에 많이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비도에 대한 이해만큼은 자신 있었다.

    -본왕이라면 그런 쓸데없는 일을 할 때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이나 한 번 더 떠먹을 것이니라.

    ‘어디 두고 보자고.’

    라온이 눈을 감고 불의 고리를 운용했다. 부드럽게 회전하던 고리들이 일시에 공명하며 청아한 울림을 일으켰다.

    시선이 좁아질 정도로 집중력이 고조되며, 머릿속에서 백뢰비도와, 거폭비 그리고 흑절비의 구결들이 어우러지기 시작했다.

    고오오오!

    불의 고리가 백여 번을 회전했을 때 첫 번째 구상이 떠올랐다.

    ‘이건 아니야.’

    백뢰비도의 빠름에 너무 집중해서 위력이 떨어지는 방식의 무학이었다.

    바로 폐기하고, 두 번째 구상을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힘에만 집중해서 파리도 피할 정도로 느렸다.

    ‘흑절비로 두 무학을 중화시키는 게 좋겠어.’

    조금도 실망하지 않은 채 바로 다음 구상을 그렸다.

    ‘이것도 재밌는데.’

    라온은 수만 개의 비도가 머릿속을 날아다니는 모습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검만 가득하던 그의 심상 속에 새싹처럼 작은 비도가 솟아났다.

    *     *      *

    마크 괴튼은 휘두르던 도를 내리고,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다.

    ‘최고로군.’

    라온이 내어준 흑선도는 어렸을 때부터 휘둘러 온 것처럼 손에 쫙 달라붙은 채 떨어지지 않았다.

    기사단에 있을 때 국왕에게 받았던 도보다도 훨씬 격이 높은 물건 같았다.

    ‘이런 걸 그냥 넘겨주시다니….’

    흑선도라는 이름은 처음 듣지만, 얼마나 높은 가치를 가진 명도인지는 도를 써온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런 도는 금화를 산처럼 쌓아도 살 수 없는 보물이었다.

    마크 괴튼이 짧게 숨을 뱉고서 시선을 돌려 라온을 보았다.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분이야.’

    이런 명도를 그냥 하사한 것과 실패자인 자신을 짧은 시험으로 받아준 점은 분명 감사하지만,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가장 특이한 점은….’

    저 집중력.

    라온은 수련 준비를 한다면서 하루 하고도 반나절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무학을 연습하고 있는 것 같은데, 연공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저런 집중력을 발휘한다는 게 경악스러웠다.

    ‘덕분에 내 수련도 잘 됐지.’

    바로 옆에서 어마어마한 집중력을 불태우는 사람이 있기에 도를 휘두르는 감각이 평소보다 훨씬 날카로워졌다.

    지금이라면 가지고 있는 실력 이상의 무력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때 대련을 하면 좋을 텐데….”

    “그럼 하죠.”

    마크 괴튼이 아쉬움에 중얼거릴 때 옆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선을 돌리니 라온이 눈을 뜬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라온 님!”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네요.”

    그는 몸을 일으킨 뒤 어깨와 발목을 풀며 미소를 지었다.

    “대련하고 싶다고 하셨죠?”

    “아, 그건….”

    “원래 우리 목적이 대련이었으니, 당연히 해야죠.”

    라온은 마크 괴튼을 살피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마크 경은 준비가 필요 없겠군요.”

    “그렇습니다.”

    마크 괴튼이 흑선도를 고쳐 잡으며 눈빛을 빛냈다. 지금까지 계속 도법을 수련해서 몸이 달아오른 상태였다.

    “그럼 바로 시작하죠.”

    라온이 훌쩍 뒤로 물러선 채 비도를 양손에 쥐었다. 그는 시작한다는 말도 없이 오른손에 든 비도 세 개를 동시에 뿌렸다.

    피이이잉!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날아온 비도가 허벅지와 어깨, 복부의 급소를 노려왔다.

    캬아앙!

    마크 괴튼은 흑선도를 사선으로 내리쳐 급소를 노리던 라온의 비도 세 개를 단번에 쳐냈다.

    ‘가볍군.’

    예상과 달리 라온이 날린 비도는 그리 빠르지도, 무겁지도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절벽에서 날렸던 나무 비도가 더 위력적이었던 느낌이었다.

    “어땠나요?”

    “좀 많이 가벼웠습니다.”

    “역시 그렇군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는 그대로 선 채로 눈을 내리감았다. 한참 후에 눈을 뜬 라온의 어깨 위로 이전과는 다른 기세가 피어나고 있었다.

    “다시 가겠습니다.”

    라온이 왼손에 쥔 비도 세 개를 동시에 날렸다. 이전과 똑같이 허벅지와 어깨, 복부를 노리는 비도였다.

    마크 괴튼이 눈매를 좁히며 날아오는 비도를 살폈다.

    ‘이전과 똑같은… 음?’

    분명 같은 수준의 오러와 방식으로 던진 비도였건만, 조금 전보다 속도가 2배 이상 빨라졌다.

    암살자의 검술처럼 소리가 들리지 않고, 기운이 흐릿하게 느껴지는 특징도 있었다.

    ‘그래도 치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야.’

    마크 괴튼이 숨을 멈추며 벽란도의 백중회절을 펼쳤다. 거칠게 꺾이는 도격이 하늘과 땅을 오가며 라온의 비도를 모두 쳐냈다.

    쩌저정!

    속도와 은밀함만이 아니라, 비도의 무게와 위력까지 늘었다. 이전과 격이 다른 반탄력에 인상이 찌푸려졌다.

    “라온 님. 이건….”

    “아, 잠시만요.”

    라온은 이번에도 선 채로 눈을 감았다. 이전보다 좀 더 빨리 눈을 뜬 그가 오른손으로 비도를 잡았다.

    “다시 하죠.”

    그는 가볍게 허공으로 떠오른 뒤 세 번째로 비도를 쏘아냈다.

    ‘속도가 또 빨라졌어.’

    두 번째 비도도 꽤 빠르다고 느꼈는데, 이번에는 그보다 더 빨라졌고,

    기운을 잡기 힘든 은밀함도 깊어졌다. 만약 밤이었다면 어디를 노리는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정도였다.

    쩌저저정!

    마크 괴튼이 자세를 낮춘 채로 벽란도의 도격을 쏟아냈다. 풍차처럼 회전하는 오러가 라온의 비도와 맞부딪쳤다.

    ‘크으!’

    위력이 또 상승했어.

    빠름과 은밀함만 성장한 게 아니다. 비도에 실린 힘 역시 또 한 번 성장을 이뤄냈다.

    ‘이게 말이 되는 건가?’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가만히 서서 생각에 잠겼을 뿐인데, 비도의 위력이 이렇게 달라진다는 게 믿기질 않았다.

    “후욱….”

    세 비도를 힘겹게 쳐내고서 더운 숨을 뱉어냈다. 고개를 들어 올리니, 라온은 이미 눈을 감고 명상에 빠져 있었다.

    마크 괴튼은 마른침을 삼키고서 흑선도를 쥔 손을 떨었다.

    ‘여, 여기서 더 강해지진 않겠지?’

    라온이 비도를 던지고, 생각을 하는 게 세 번 더 반복되었다. 생각 시간은 점점 짧아졌고, 비도의 속도와 위력은 이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해졌다.

    “하아아….”

    마크 괴튼은 탁한 숨을 뱉으며 흑선도를 다잡았다. 반대편에 있는 라온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럼 갑니다.”

    라온은 여유로운 손짓으로 세 개의 비도를 날렸다. 그의 손을 떠난 비도가 바람 속에 스며든 채 내리꽂힌다. 기세는 흐릿했지만, 그 속도는 기겁할 정도로 빨랐다.

    “이익!”

    마크 괴튼이 입술을 꾹 깨물며 벽란도의 절기 섬천벽뢰를 펼쳐냈다.

    지그재그로 꺾이는 강렬한 도격이 라온의 비수와 맞부딪쳤다.

    쩌어어엉!

    비수와 도가 격돌했는데 힘이 밀린다. 세 비수를 모두 쳐낼 수가 없을 정도의 충격에 다리를 뒤로 빼서 비수를 피하고 간신히 두 개만 쳐냈다.

    피이익!

    비수가 스친 왼쪽 허벅지에서 옅은 핏물이 흘러내렸다.

    “끄응….”

    마크 괴튼이 거친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비수가 날아오는 곳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면 정말 위험했을 것 같았다.

    “저기 라온… 흐억!”

    라온은 지금 이 비도술에 만족하지 않고 또 생각에 들어간 상태였다. 오싹한 소름이 등골을 적셨다.

    ‘이, 이제 무린데?’

    진짜 안 되는데?

    만약 또 속도와 위력이 강해져서 비도가 날아온다면 받아낼 자신이 없었다.

    ‘마, 말려야 하나?’

    이제 막기 버겁다고 말하려고 다다갈 때 라온의 눈동자에 빛이 돌아왔다. 이제 생각하는 시간이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제 어느 정도 완성됐네요.”

    그가 방실 웃으며 새로운 비도를 꺼냈다.

    “자, 잠깐만….”

    “다시 시작해봅시다.”

    라온은 그 말과 함께 비도를 쏘아냈다. 이젠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르고 은밀한 비도에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이런 젠장!”

    마크 괴튼은 손끝을 떨면서 흑선도를 들어 올렸다.

    ‘이게 대체 무슨 훈련이야!’

    *     *      *

    라온이 가볍게 땅을 박차며 오른손에 쥐고 있던 비도를 날렸다. 만화공의 기운을 받아 붉게 물든 비도가 물을 탄 뱀처럼 꼬부라지며 모습을 감췄다.

    후웅!

    찰나의 순간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비도는 마크 괴튼의 명치를 향해 섬뜩한 예기를 뿜어냈다.

    “크으으읍!”

    마크 괴튼이 피나도록 입술을 씹으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그는 꺾일 정도로 손목을 돌리면서 흑선도를 올려 쳤다. 벽란도의 절기 충차벽제였다.

    쩌어어어엉!

    강기를 두른 흑선도와 붉게 물든 비도가 맞부딪치며 강대한 충격파가 연무장 중심을 휩쓸었다.

    쿠구구구구!

    라온이 던진 비도는 사람이 쥐고 있는 것처럼 마크 괴튼의 도를 압박하며 그의 전신을 짓눌렀다.

    캬아아앙!

    마크 괴튼은 비도에 실린 무시무시한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흑선도와 함께 뒤로 튕겨나갔다. 비수는 노리던 명치 대신 그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피익!

    그가 입고 있던 전투용 제복이 갈라지고, 붉은 핏물이 새어나왔다.

    “흐으으윽….”

    마크 괴튼이 비틀거리며 무릎을 꿇었다. 그의 전신은 방금 만들어진 검흔처럼 크고 작은 상처로 가득했다.

    라온은 손에 쥔 비수를 던졌다가 받으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 어느 정도 완성됐네.’

    속도의 백뢰비도, 힘의 거폭비, 은밀함과 정확함을 담은 흑절비의 장점만을 뽑아서 만든 새로운 비도술이 드디어 궤도를 찾았다.

    ‘무결비.’

    새로 만든 비도술의 이름은 무결비로 정했다. 자그마한 흠도 없이 완벽한 비도술이라는 의미를 담은 거만한 이름이었다.

    -이건 말이 안 되느니라….

    라스가 허공으로 붕 뜨는 비도를 보며 눈동자를 세모꼴로 좁혔다.

    -네놈 수준으로 이 짧은 시간에 무학을 만들다니 이게 말이 되냔 말이다!

    녀석은 이해가 안 된다며 악을 질렀다.

    -네놈이 본왕이나, 너희 영감처럼 초월의 경지에 닿은 것도 아닌데 대체 어떻게 한 것이냐!

    ‘잘.’

    라온이 라스를 밀어내며 미소를 지었다.

    ‘잘 하면 돼.’

    -또 그 소리! 지겹느니라!

    ‘사실인 걸 어떻게 해.’

    물론 잘해서 되는 일은 아니다.

    암살자로 살며 가장 가까이했던 무기는 검이 아니라, 비도였다. 전생에서도 흑절비를 대성하고, 비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기에 이 짧은 시간에 세 무학을 조화시킬 수 있었다.

    ‘조금만 다듬으면 완성되겠군. 무결비만이 아니라….’

    라온이 어깨를 떠는 마크 괴튼을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저 사람까지.’

    마크 괴튼은 그동안 무결비를 상대하느라, 전장을 한참 구른 것처럼 신체와 오러가 활성화된 상태였다. 실력 자체가 크게 늘지는 않았지만, 전과 달리 가지고 있는 전부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젠 실력을 늘려줄 차례지.’

    옅게 웃으며 마크 괴튼에게 손짓을 했다.

    “마크 경. 다시 시작하죠.”

    “또, 또요?”

    마크 괴튼이 주저앉은 채로 턱을 떨었다.

    “다, 다 끝난 거 아니었습니까?”

    “끝나긴요. 이제 시작이죠. 아직 다듬을 부분이 많이 남았어요. 위력과 속도도 조금 더 끌어 올릴 수 있을 것 같고.”

    “이제 제가 받을 수준이 아닌 것 가, 같습니다.”

    그는 퍼래진 안색으로 손을 저었다.

    “아닙니다. 충분히 하실 수 있어요. 믿습니다.”

    라온은 주먹을 들어 올리며 마크 괴튼에게 할 수 있다고 외쳐주었다.

    ‘이제 시작인데 아니긴 무슨.’

    지금부터가 마크 괴튼의 실력을 늘리기에 가장 중요한 때다. 조금 힘들고, 가끔은 죽을 뻔하겠지만 전부 다 피와 살이 될 것이다.

    -가끔 죽을 뻔하는 거 맞아?

    ‘그럼. 잘 조절할 거니까.’

    딱 죽기 직전으로.

    라온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마크 괴튼을 향해 더욱 발전한 무결비를 쏘아냈다. 붉게 물든 비수가 벼락 속에 숨은 뇌룡처럼 고요한 울음을 일으키며 마크 괴튼의 미간을 향해 쇄도했다.

    “흐아아아아!”

    마크 괴튼은 우렁찬 기합을 지르며 도격을 쏟아냈다. 흑선도가 지금까지 중 가장 짙은 빛을 뿜어냈지만, 무결비에 실린 거력을 이기지 못하고 파도를 맞은 모래처럼 쓸려나갔다.

    콰아아앙!

    강렬한 폭발음이 터지고, 마크 괴튼이 뒤로 튕겨나가 땅에 처박혔다.

    “끄으윽….”

    마크 괴튼은 비틀거리면서 몸을 일으켰다. 힘 빠진 팔과 다리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좋네.’

    라온은 그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발전했어.’

    조금 전 마크 괴튼은 그가 본래 가지고 있던 무력 그 이상을 발휘했다. 그리 높지도 않았지만 아주 작은 계단을 밟고 올라간 것이다.

    “라, 라온 님. 저 이대로는 죽….”

    “계속 갑니다. 원래 훈련은 틈이 없어야 하거든요.”

    “자, 잠깐!”

    “제 훈련에 잠깐은 없습니다.”

    라온은 재차 무결비를 쏘아냈다. 빛살이 되어 나아간 비수가 마크 괴튼의 왼쪽 가슴을 향해 날카로운 이를 드러냈다.

    “아….”

    마크 괴튼은 떨리는 손으로 도를 꽉 말아쥐었다.

    ‘자, 잘못하면 죽는다….’

    기사와 용병으로 살아온 감각이 외친다. 잘못 막으면 이대로 끝이라고.

    손아귀에 억지로 힘을 주고, 가라앉은 오러를 모조리 불태웠다.

    “아아아아악!”

    마크 괴튼은 기합이 아니라, 살려달라는 비명을 지르며 벽란도의 마지막 절기를 꽂아 넣었다.

    콰아아아아아아!

    이윽고 그는 밤이 된 듯 어둑하게 가라앉는 시야 속에서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잘못 온 거 같은데….

    *     *      *

    “후우우….”

    버렌이 깊은숨을 뱉으며 눈을 떴다. 바람이 깃든 듯한 푸른 안광이 연공실을 밝혔다.

    “이게 사운환인가.”

    그는 양손을 보며 흥분이 가득 찬 미소를 지었다.

    ‘엄청나네.’

    지그하르트의 직계로서 많은 영약을 먹었지만, 사운환은 그중에서도 특별했다. 단순히 오러만 늘려주는 게 아니라, 연공을 하며 육체까지 변화시켰다.

    환골탈태처럼 완벽한 신체를 만드는 건 아니지만, 더 빨리 그리고 더 강하게 움직일 수 있는 육체가 만들어졌다는 건 확실히 느껴졌다.

    ‘지금이라면 그걸 쓸 수도 있겠어.’

    완벽하게 익히지 못해서 사용하지 않았던 삭풍검의 초식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 미소가 지어졌다.

    버렌이 천장을 올려보며 픽 웃었다.

    “또 그 녀석에게 도움을 받았군.”

    사운환이 온 이유는 라온이 육황 결투 대련에서 우승한 덕분이다. 이런 귀한 영약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넘겨준 녀석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어 심장이 뜨거워졌다.

    ‘보답하는 방법은 내가 더욱 강해지는 거겠지.’

    라온은 본인만이 아니라, 항상 광풍단의 성장을 생각해준다. 이 영약을 보답하는 길은 광풍단 모두가 더 빠르고 강하게 성장하는 일뿐이다.

    ‘어디 보자.’

    5일 정도 지난 건가.

    날짜를 확인할 수 있는 시계의 눈금이 다섯 개 지나가 있었다.

    ‘이제 나가야겠군.’

    사운환을 모두 흡수하지는 못했지만, 연공을 할 만큼 했기에 나가서 다른 훈련을 하는 게 더 효과가 좋을 것이다.

    버렌은 몸을 일으켜서 먼지가 쌓인 수련복을 툭툭 털었다. 금의환향하는 듯한 표정으로 연공실의 문을 열고 나갔다.

    밤이었는지 연무장은 껌껌했다. 다른 사람들은 아직 연공을 하는지 연공실은 모두 닫혀 있었다.

    “그럼 라온이랑 마크 경은….”

    호법을 서준다던 두 사람을 찾으려 할 때 연무장 중앙에서 작은 폭발 소리가 들려왔다.

    쿠와아아앙!

    강렬한 충격파가 터지고 누군가가 하늘을 날아서 땅에 처박혔다.

    “뭐, 뭐야.”

    뭔 일인가 싶어 눈에 힘을 주는데, 연무장의 상태가 이상했다. 마법 폭격이라도 맞은 듯 전부 다 파헤쳐 있고 멀쩡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지?’

    연공실 내부는 소음과 충격이 완전히 차단되어서 몰랐는데, 아무래도 전쟁이 일어난 듯싶었다.

    찌지직!

    버렌이 당황하고 있을 때 방금 포탄이 터진 듯한 장소에서 무언가가 이쪽으로 기어 오기 시작했다.

    “허억!”

    좀비인 줄 알고 검기를 내리치려고 했는데, 자세히 보니 얼마 전에 라온과 함께 온 낙화도 마크 괴튼이었다.

    “마, 마크 경?”

    “사, 살려….”

    마크 괴튼은 피칠한 모습으로 버렌의 발목을 붙잡고 퍼래진 입술을 떨었다.

    “살려주십시오!”

    “예?”

    버렌이 어쩔 줄 모르고 입을 떡 벌리고 있을 때 모래 먼지 속에서 라온이 걸어 나왔다. 그는 손에 든 비도를 던졌다가 받으며 미소를 흘렸다.

    “잘 끝난 모양이네.”

    라온은 바닥에 쓰러진 마크 괴튼을 가리키며 손짓을 했다.

    “마크 경 아직 안 끝났어요. 한 번 만 더 해봅시다. 딱 한 번만 더….”

    버렌은 그 오싹한 광경을 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너 또 무슨 짓을 한 거야….’

    대체 뭘 했길래 사람이 좀비가 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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