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371화 (371/653)

제371화

라온이 시선을 내려 계단처럼 올라오는 메시지를 살폈다.

[진혼검이 어둠의 마나를 모두 흡수했습니다.]

[새로운 특성이 생성됩니다.]

[특성 <음지에서 피어난 신성>이 생성됩니다.]

새로 얻은 특성의 이름이 요상했다. 내용을 보려고 했지만, 아직 다른 메시지가 남아있었다.

[진혼검이 정화된 어둠의 마나를 바칩니다.]

[특성 <요기 적응>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8포인트 상승합니다.]

두 번째로 올라온 메시지는 진혼검이 어둠의 마나를 정화하여 기운을 건네주었고, 그로 인해 특성과 능력치가 상승했다는 내용이었다.

-무, 무엇이냐!

라스가 입을 쭉 내밀며 메시지 앞으로 튀어나왔다.

-저 미물이 기운을 주는데 왜 본왕의 능력까지 소모되는 것이냐! 이건 너무 불공평 하잖느냐!

녀석은 불만이 단단히 차오른 듯 두툼한 볼을 크게 부풀렸다.

‘세상은 원래 불공평해.’

-닥치거라! 오늘은 못 참느니라! 저 미물을 깨부수고 광명을 찾겠느니라!

‘너 마왕이야….’

광명이라는 단어는 신관들이 사용하는 단어다. 분노의 마왕 주제에 광명을 찾는다고 하니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만 나왔다.

‘그리고 좀 비켜 봐.’

라온은 라스를 밀어내고 이번에 생성된 특성을 살펴보았다.

<음지에서 피어난 신성>

음의 기운을 머금은 요기와 혈기 그리고 마기가 뒤섞이며 만들어진 역류의 신성력으로 다른 기운과 뒤섞일 수 있다.

“어?”

라온은 특성의 내용을 보고 입을 떡 벌렸다.

‘그럼 마나와 신성력을 융합할 수 있다는 건가?’

본래 마나와 신성력은 융합되지 못한다.

두 기운을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다른 곳에 저장하여 따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 특성은 그 불가능을 가능하게 해준다고 되어 있었다.

우우우웅!

특성을 다시 읽어보고 있을 때 진혼검에서 은밀하면서도 상서로운 기운이 단전으로 스며들었다.

‘이게 음지에서 피어난 신성인가?’

정말 아무렇지도 않군.

평범한 신성력이라면 단전에 들어간 순간 난리가 났어야 했는데, 조용히 스며든 것을 보니 특성의 설명대로 마나와 섞일 수 있는 특별한 신성력이었다.

다만 신성의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한 번 사용하면 다 사라지고, 채우는데도 꽤 시간이 걸릴 듯 했다.

‘키우기 쉽지는 않겠어.’

특성의 등급을 올려야 양과 질이 올라갈 테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았다.

-시, 신성이라니! 말도 안 되느니라! 왜 혈기와 요기, 마기에서 신성이 튀어나오는 것이냐!

‘그래서 음지에서 피어난 신성이라잖아.’

-이건 본왕의 특성도 아니니라! 왜 이딴 게… 그렇군!

라스의 눈동자가 회까닥 돌아가 진혼검을 향했다.

-전부 저 미물의 짓이니라! 절대 용서할 수 없느니라!

라스는 참지 못하겠다며 분노와 냉기를 일으켜 진혼검에게 쏟아부었다.

우우우웅!

진혼검은 얼마든지 덤비라는 듯 요기의 벽을 세웠다.

-건방진!

라스는 진심으로 짜증이 났는지 그동안 모아둔 어마어마한 분노와 냉기를 쏟아부었다.

쿠구구구!

진혼검이 성장했다고 해도 본래의 격 차이 때문에 요기의 벽은 단숨에 뭉개졌다.

우우웅….

진혼검이 고통스러운 듯 비명을 토했다.

‘한번 해볼까.’

라온은 진혼검의 요기와 단전 깊숙한 곳에 가라앉은 신성력을 끌어올려 라스의 앞을 막아섰다.

우우우우웅!

은빛으로 번쩍이는 신성력이 요기와 어우러지며 라스의 공세를 막는 장대한 벽을 이루었다.

콰드드드득!

신성력 덕분에 단단하여 여문 요기의 벽은 라스의 공세를 완벽하게 막아내는 것으로 모자라, 역공까지 가했다.

-크으윽!

라스가 뜨거운 물에 떼인 것처럼 손을 휘적이며 물러났다.

-더럽고 추잡한 신성력을 쓰다니!

분했는지 라스의 큼지막한 눈에서 눈물이 찔끔 나왔다.

‘어때? 진짜 신성력 같아?’

-그렇느니라! 더러운 냄새는 나지 않지만 증오스러운 신성력이 분명하느니라!

‘다행이네.’

마왕인 라스에게 먹히는 것을 보면 신성의 기운이 담겨있는 건 확실했다.

‘다만….’

너무 적어.

신성력의 양은 도토리만 했다. 지금도 라스를 한 번 막은 것으로 완전히 동이 나버렸다.

우우우웅!

진혼검이 구해줘서 고맙다며 작게 울음을 터트렸다.

‘고맙기는.’

라온은 옅게 웃으며 진혼검을 툭툭 두드려 주었다.

-지들끼리 아주 잘 노는구나! 흐응!

라스는 고개를 홱 돌린 채 들소처럼 길게 콧김을 내뿜었다.

‘그럼 너도 칭찬해줄게.’

라온은 피식거리며 라스의 머리도 두드려 두었다.

‘근데 이 신성은 누구의 힘이….’

진혼검과 라스를 챙겨주며 특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도리안이 턱을 파르르 떨었다.

“왜, 왜 웃으세요?”

“응?”

“그 사악한 웃음! 또 뭘 하시려고!”

“아니, 나는….”

“진짜 아무것도 못 해요! 차라리 죽여요!”

그저 라스와 진혼검을 챙겼을 뿐인데, 도리안은 겁에 질린 눈으로 뒷걸음질을 치다가 그대로 돌산 아래로 뛰어내렸다.

“흐음….”

라온은 짐승처럼 돌산을 달려 내려가는 도리안을 보며 입맛들 다셨다.

“절벽 뛰어 내려가기? 오러를 억제하고 시키면 담력 훈련으로 괜찮겠는데.”

웃음기가 담긴 말에 마크 괴튼이 처음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저, 정말 이 사람을 따라가도 되는 건가….’

*     *      *

라온은 떠날 준비를 마치고, 뒤를 돌았다.

마크 괴튼은 호위를 하듯 정자세로 서 있었다.

용병으로 살았던 세월을 벗고, 다시 기사로 돌아가는 듯 보였다.

“떠날 준비는 다 끝났습니까?”

“예.”

마크 괴튼이 자세를 풀며 고개를 끄덕였다.

“짐이 없으신데요.”

“원래도 무기만 들고 다녔으니, 가져갈 게 없습니다.”

그는 허리춤에 매달린 허름한 도를 툭 쳤다. 대련에서 깨진 이후 싸구려 도를 하나 산 모양이다.

‘조만간 하나 구해줘야겠네.’

상태가 좋지 않더라도 마크 괴튼은 마스터다. 그에게 어울리는 무기를 사주고 싶었다.

찹찹찹.

다람쥐가 낙엽을 씹는 듯한 소리에 우측을 돌아보았다. 도리안이 배 주머니에서 과자를 꺼내 씹고 있었다.

“너 정말 갈 거냐? 후계자 교육 안 받아?”

“상회주님이 무조건 부단주님을 따라가서 많은 것을 보고 오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그는 배 주머니에서 동그란 구슬을 하나 꺼냈다.

“이걸로 교육해주신다고 하셨구요.”

도리안은 함께 떠난다는 사실이 기쁜지 헤죽거리며 웃었다.

“내 훈련에, 후계자 교육까지 하겠다고? 열정이 넘치네.”

라온은 씩 웃으며 도리안을 내려보았다.

“어….”

도리안은 이제야 훈련 생각을 했는지 어깨를 떨었다.

“후, 훈련은 빼주는 거 아니었어요?”

“아닌데?”

“저는 이 상단의 후계잔데….”

“난 네 상산데?”

라온이 어깨를 으쓱이자, 도리안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저, 저는 이곳에 남아서 훌륭하게 후계자 교육을 완수하고 돌아가….”

“마크.”

“예!”

마크 괴튼이 뒷걸음질 치는 도리안의 목덜미를 잡았다. 기사와 용병 모두를 경험했기 때문인지 눈치도 빨랐다.

“아저씨! 우리 함께 산을 탄 정이 있잖아요! 벌써 배신이에요?”

“미안하다.”

도리안은 눈물을 글썽이면서 버둥거렸지만, 마크 괴튼은 절대 놓아주지 않았다.

라온은 등을 돌리며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가문으로 돌아가면 20살이겠군.’

드디어 10대가 끝나고 20대가 되었지만, 별 느낌은 없었다. 부왕과의 대련이 2년이 남았다는 생각만 들었다.

“가죠. 지그하르트로.”

“네에….”

“예!”

힘 빠지는 목소리와 우렁찬 목소리를 남기고 세 사람이 세피아 상회를 떠났다.

아디스 세피아는 라온과 도리안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미소를 지었다.

“갈 때도 재밌게 가는군.”

“이렇게 보내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리그윈이 그의 옆으로 다가가며 낮은 한숨을 흘렸다.

“도리안 도련님을 계속 만나고 싶어 하셨잖습니까.”

“한 달하고도 2주 동안 있었으면 됐지. 그 이상은 욕심일세.”

“그래도 후계자 교육을 한다는 핑계를 대고 머무르게 하면 될 텐데….”

“저 아이는 더 많은 것을 봐줬으면 좋겠네.”

아디스는 도리안의 앞에서 걸어가는 라온을 보며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이곳에서 후계자 수업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 남자의 등을 보며 성장하는 게 도리안과 세피아 상회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백검룡은 돈을 주고도 얻지 못할 인연이긴 하죠. 제게도 큰 영감을 주더군요.”

리그윈이 아디스의 시선을 따라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대단… 대단한…놈이야….”

아디스가 갑자기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돈독이 머리카락까지 오른 놈! 저 나이부터 돈만 밝히면 대머리 될 거다!”

“사, 상회주님?”

리그윈은 갑자기 발작하는 아디스를 보며 눈을 부릅떴다.

“진정하세요!”

그가 어깨를 잡고 흔들고 나서야 아디스의 눈동자가 원래대로 돌아갔다.

“미, 미안하네. 너무 많이 빼앗겨서.”

아디스가 고개를 흔들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예상 이상의 지출이었어.’

라온이 요구는 지그하르트의 주변을 발전시키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게 시작이었다.

꼭 전쟁이라도 준비하는 것처럼 단호하면서도 상세하게 본인의 요구를 모조리 뱉어냈다.

돈이 얼마가 들어갈지 정확히 파악이 안 되어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저 녀석은 무인이 아니었어도 크게 되었을 놈이야. 그리고….”

아디스는 멀어지는 라온의 등을 보며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시선이 질질 끌려가다가 제 발로 걷기 시작한 도리안으로 향했다.

“저 아이도 그를 보며 더 큰 그릇을 가지게 되겠. 다만….”

“어?”

“너무 많이 뺏겼다고! 라온 지그하르트 이노오옴!”

“사, 상회주님!”

*     *      *

한적한 해변.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백사장 위에 새하얀 간이침대가 놓여 있다.

“흐음!”

타천은 그 침대에 누워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평화롭군요.”

해변 앞에 서 있는 절혼검은 그 말을 무시한 채 먼 바다만을 바라보았다.

“평화?”

대답은 절혼검이 아니라, 우측에서 들려왔다.

“그런 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둠을 두른 듯한 로브로 몸을 가리고, 안구에서 푸른 불꽃이 타오르는 해골 가면을 쓴 남성이 고개를 저었다.

“전부 거짓된 색일 뿐이죠. 지금 이 해변처럼.”

해골 가면을 쓴 남성이 손가락을 튕기자, 푸른 바다가 먹물을 탄 듯 시꺼멓게 물들고, 금빛 모래사장이 붉은 핏덩이로 가득 찼다.

“망혼. 재미없게 왜 그러시나요.”

타천이 다시 손가락을 튕기자, 지옥 같았던 해변이 다시 생기로 차올랐다.

“…….”

극과 극의 변화가 일어났지만, 절혼검은 여전히 바다 앞에 서서 먼 수평선을 바라만 보았다.

“망혼. ‘그 건’은 확인해보셨습니까?”

“예. 있더군요.”

타천의 질문에 망혼귀의 안구를 채운 불꽃이 낮게 가라앉았다.

“정보보다 정확히 1.65배 많더군요. 터진다면 그 지역 전체가 지워질 겁니다.”

“잘 됐군요. 그럼 그쪽은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망혼귀는 의자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벌써 가시려구요? 그렇게 급하게 처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일정은 모두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그 멍청이가 저지른 일들을 수습하느라 바빠서 말이죠.”

망혼귀가 짧게 혀를 찰 때 허공이 가늘게 갈라지며 멀린이 튀어나왔다.

“누가 멍청이라는 거니?”

노파의 가면을 쓴 멀린이 망혼귀를 보며 서늘한 미소를 흘렸다.

“본래 멍청이는 제 말 하면 나오는 법이지.”

망혼귀의 안구에서 타오르는 불꽃이 더 짙은 빛을 발했다.

“자자, 싸우지들 마시고.”

타천이 방긋 웃으며 손을 저었다. 그는 멀린을 보다가 생각났다는 듯 손뼉을 쳤다.

“아, 그거 들었습니까? 라온 지그하르트가 흑탑을 건드렸더군요.”

“…….”

먼저 움직인 건 멀린이 아니라, 절혼검이다. 그의 고개가 조금이지만 뒤쪽으로 돌아갔다.

타천은 그 반응을 즐기듯 입매를 길게 말아 올리며 말을 이었다.

“에덴, 백혈교, 남북맹에 이어 흑탑까지. 오마 중 넷과 척을 친 사람은 오랜만이네요.”

타천이 멀린을 보며 살짝 눈매를 좁혔다.

“멀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관심 없어.”

멀린이 손을 휘휘 저으며 간이침대에 누웠다.

“관심이 없다? 라온 지그하르트 안에 당신의 가족이 있지 않나요? 그 복수를 하셔야죠.”

“록타를 구할 수 있었다면 살과 뼈를 으깨서라도 했겠지. 하지만 영혼이 영혼을 먹었어. 이젠 늦었다고.”

그녀는 깊은 한숨을 뱉고 눈을 감아버렸다.

“이제 내 목표는 환원뿐이야.”

“멍청한 것이 처음으로 제대로 된 소리를 하는군.”

“멍청한 건 머리카락 한 올 없는 네 머리가 아닐까?”

멀린이 망혼귀를 보며 코웃음을 쳤다.

“입 다물어라.”

“내 입인걸?”

“후욱….”

망혼귀의 갈라진 백골에서 섬뜩한 한기가 흘러나왔다.

“꼬우면 여기서 붙어볼까? 이 누나가 놀아줄게.”

“정신 나간 건 여전하군.”

망혼귀와 멀린이 동시에 일어나 거대한 마나를 뿌렸다.

타천은 조용히 멀린과 망혼귀를 바라보며 오싹할 정도로 건조한 미소를 흘렸다.

*     *      *

지그하르트 5 연무장.

세상을 밝히던 태양이 가라앉고, 뒤늦게 떠오른 달이 하늘의 중심에 다다르고 나서야 연무장에서 들려오던 기합 소리가 멎었다.

“후욱….”

버렌이 검을 아래로 내리며 들뜬 숨을 뱉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그의 외침에 연무장에 흩어져서 검을 휘두르던 광풍단원들이 훈련을 멈추고 바닥에 쓰러졌다.

“으어억….”

“힘들어.”

“진짜 죽겠다….”

광풍단 모두가 최선을 다해서 수련했기 때문인지 그들의 얼굴에는 조금의 아쉬움도 남아있지 않았다.

쯧.

마르타는 주저앉은 단원들을 보며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안 일어나? 훈련 끝났으면 몸 풀어야 할 거 아니야!”

그녀는 엎어진 검사들을 걷어차면서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나, 나중에 하면 안 될까요?”

“정말 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요….”

“오늘은 단주님이랑 총관님 두 분에게 훈련받아서 죽겠다구요.”

“닥치고 일어나.”

마르타가 눈을 부라리자, 쓰러져 있던 검사들이 어영부영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다만 마르타가 유일하게 일으켜 세우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하암….”

루난은 대자로 누운 채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보며 하품을 했다.

“너도 하라고!”

“싫어.”

마르타가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루난은 바닥에 달라붙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대체 뭐… 헉!”

루난이 누운 바닥에 푸른 냉기가 차올라 있었다. 그녀는 등과 바닥을 서리로 붙여서 절대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이게 정말 미쳐서!”

“으윽….”

마르타가 억지로 힘을 주어 떼어내려 했지만, 루난 역시 계속 냉기를 쏟아부어 등과 바닥을 붙였다.

버렌은 루난과 자존심 싸움을 하는 마르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너도 많이 변했네.”

“뭐!”

“단원들이 부상 당할까봐 걱정되어서 스트레칭을 하라고 한 거잖아.”

예전의 마르타였다면 남들이 무얼 하든 신경 쓰지 않고, 제 할 일만 하거나 연무장을 떠났을 것이다.

요즘 훈련이 끝나면 단원들을 관리하고, 교육하는 것을 보면 그녀의 심경도 많이 변했다.

‘라온과 가주님 덕분이겠지.’

마르타가 저렇게 마음을 연 건 가주님과 라온의 대화 이후였다.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그녀도 광풍단에 마음을 담기 시작한 것 같았다.

“아, 아니거든!”

마르타는 얼굴을 붉힌 채 루난의 멱살을 놓고 뒤를 돌았다.

“아파.”

바닥에 머리를 찧은 루난이 눈썹을 찌푸렸다.

“라온이 안 오니까. 내가 대신 하는 거잖아! 그놈 대체 언제 오는 건데! 해가 바뀌어도 올 생각도 안 하고!”

마르타가 하늘을 보며 인상을 팍 찡그렸다.

“존잘 라온 보고 싶어.”

루난이 아이스크림을 볼 때처럼 입맛을 다셨다.

“바로 돌아와서 훈련하겠다고 난리 칠 줄 알았는데 더럽게 안 와!”

마르타가 뒤를 돌며 이를 갈았다.

“확실히 좀 늦긴 하네.”

버렌이 눈매를 좁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시간 덕분에 우리도 차근차근 실력을 올렸잖아. 라온이 돌아온다고 해도 별말 못 할걸.”

라온에게 트집 잡히지 않기 위해서 총관인 도괴에게 매일 같이 지옥 훈련을 받고, 새벽과 밤늦게 개인 훈련까지 진행했다.

죽을 정도로 열심히 훈련했고, 실력도 올랐기에 라온이 돌아온다고 해도 자신이 있었다.

“그러게요. 솔직히 무슨 훈련을 한다고 해도 자신 있어요.”

“총관님과 단주님의 악마 같은 훈련을 모두 마쳤으니, 부단주님 정도야. 가볍죠.”

“그래. 생각해보면 집중력 강화 훈련도 잠을 못 자고, 무서워서 미치는 거지. 지금 수준으로 버틸 만할 거야.”

“돌아오면 우리 실력 보고 오히려 깜짝 놀라는 거 아니야?”

“그럴 수도 있어!”

광풍단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꾸준히 수련했기에 모두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그럴 수도 있…어?”

“아….”

버렌과 마르타는 고개를 끄덕이다 말고 입을 떡 벌린 채 연무장 외곽의 어둠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부단주의 수련은 너무 무식하지 않아요? 강해지는 건 맞는데, 너무 막대하니까. 사람이 늙는다니까요.”

크레인은 그 둘의 표정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말을 이어갔다.

“훈련이 체계라는 게 있어야 하는데, 부단주 훈련엔 그 체계와 근본이 없어요. 본인이 천재라 대충 만들고 진행하니까 그냥 무식한 훈련이고, 피를 보는 게 우리…응?”

그는 버렌과 마르타 그리고 다른 검사들의 턱이 빠질 정도로 벌어진 것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크헉!”

크레인은 단원들의 눈짓을 따라 뒤를 돌아보다가 놀라서 자빠졌다.

“부, 부단주!”

언제 왔는지 붉은 눈을 불태우는 라온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랬구나. 내 훈련이 무식하고, 그으으으은본이 없었구나.”

라온의 더 짙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제, 제 말은 그게 아니고….”

“안 그래도 내가 새로운 훈련을 준비해왔는데, 잘됐네. 그건 정말 근본 있는 수련이거든.”

라온의 시뻘건 눈동자가 맹수의 그것처럼 번들거렸다.

“날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으니, 오래 기다릴 거 없이 지금부터 훈련을 시작하지.”

“저, 저기 우리는 방금 훈련을 끝내서….”

“마, 맞아. 오늘 훈련이 꽤 힘들었거든.”

“아니지. 지금이야말로 인간의 본능적인 힘이 나올 때야.”

“끄헉!”

버렌과 마르타도 라온의 섬뜩한 눈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흐으.”

도리안은 옆에서 라온의 표정을 살피며 퍼렇게 질린 입술을 떨었다.

“악마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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