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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368화 (368/653)
  • 제368화

    사람들은 놀랐을 때 소리를 지르고, 경악하면 입을 다물어 버린다.

    지금 연무장 상황은 경악 그 자체. 목과 꼬리를 다 펴지 않았음에도 30m가 넘는 드레이크의 존재에 모두의 정신이 반쯤 나가버렸다.

    라온이 시선을 우측으로 돌려서 상인들의 표정을 살폈다.

    조금 전 까지만 해도 제세르가 이겼다며 환호를 지르고, 손을 흔들던 상인들의 입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꽉 다물렸다.

    반대로 눈은 찢어질 정도로 부릅 뜬 채 연무장을 꽉 채운 드레이크를 살피느라 바빴다.

    ‘다른 후계자들도 비슷하겠지.’

    옅게 웃으며 옆에 서 있는 디알룬과 팔렌에게 눈을 돌렸다.

    도리안에게 동질감을 느끼던 팔렌은 너무 놀라서 주저앉았고, 디알룬은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는 드레이크를 보며 침을 질질 흘렸다.

    ‘저쪽은 아예 정신이 나갔네.’

    중앙에 서 있던 제세르는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는지 눈동자가 탁 풀려 있었다.

    존재 자체를 무시하던 도리안에게 제대로 얻어맞고 혼이 빠져나간 듯한 모습이었다.

    마지막으로 아디스를 보았다.

    ‘이쪽은… 변화가 없네.’

    역시 범상치 않아.

    그는 이 연무장에서 유일하게 놀라지 않고 담백한 눈동자로 도리안과 드레이크를 살폈다.

    이전부터 생각했지만, 대규모 상회는 아무나 운영하는 게 아닌 모양이다.

    -면상들이 다 노래졌군.

    라스가 주변을 둘러보며 히죽 웃었다.

    -까불던 것들이 조용해진 것을 보니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먹은 기분이니라!

    라온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속 시원해.’

    복귀했을 때부터 다 끝난 싸움이라고 떠들던 상인들이 창백한 표정으로 무너진 것을 보니 속이 다 시원해졌다.

    “후우우….”

    가는 호흡 소리에 옆을 보았다. 도리안이 주먹을 꽉 쥔 채 어깨를 떨고 있었다. 입매가 말려 올라간 것을 보니, 그도 사람들의 반응에서 희열을 느낀 것 같았다.

    짧으면서도 긴 침묵이 끝나고 시간이 정지한 듯 멈춰 있던 사람들의 입이 열리기 시작했다.

    “저, 저게 드레이크라고? 드래곤 아니야?”

    “지금 상태로도 제세르 도련님이 가져온 드레이크보다 훨씬 더 커….”

    “머리랑 꼬리 다 펴면 35m가 넘겠는데?”

    “저, 저런 걸 어디서 구해온 거지?”

    “저거 봐. 비늘에 아직 생기가 남아 있어. 제세르 도련님처럼 이번에 잡았다는 뜻이라고!”

    “도리안 도련님은 백검룡이랑 둘이서만 움직였잖아. 그러면….”

    “둘이서 저 괴물 같은 놈을 잡았다는 거겠지.”

    상인들은 드레이크의 압도적인 크기와 라온의 무력에 감탄하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아, 아니….”

    제세르가 입술을 파들파들 떨면서 도리안 옆으로 다가갔다.

    “뭐, 뭐야! 이런 걸 어디서 구했어!”

    동생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던 그의 눈동자에 처음으로 도리안이 담겼다.

    “잡았습니다.”

    도리안은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어디서 잡았냐고!”

    제세르는 지금까지 본인이 도리안을 무시했다는 것을 잊은 듯 악을 질렀다.

    “멀리서 잡았죠.”

    도리안은 라온에게 배운 듯 여유롭게 대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너 이 자식 날 놀리는….”

    “크흠!”

    제세르가 도리안에게 달려들려고 할 때 아디스가 헛기침을 하며 다가왔다.

    “도리안. 드레이크를 제대로 펼쳐 보거라.”

    “아, 네!”

    도리안은 제세르를 무시하고 달려가 드레이크의 머리와 꼬리를 직선이 되도록 늘어트렸다.

    구겨진 상태에서도 제세르의 드레이크보다 컸지만, 길게 펼치니 이젠 성체와 새끼로 보일 정도로 차이가 벌어졌다.

    “이, 이렇게 보니까 크기 차이가 훨씬 심한데….”

    “그러게. 제세르 도련님의 드레이크가 25m 정도고, 도리안 도련님의 드레이크는 35m가 넘겠어.”

    “이 정도 차이면 후계자는 이미 결정되었다고 봐도 되겠어.”

    “끄으응!”

    “망했네….”

    제세르를 따르던 상인들은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뱉었다.

    아디스는 상인들의 반응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결과가 나왔군. 이걸로….”

    “아직! 아직입니다!”

    제세르가 손을 들어 올리며 앞으로 나왔다. 거만했던 눈동자에 다급함이 가득 차올랐다.

    “뭐가 아직이라는 거지?”

    아디스가 느릿하게 시선을 돌려 제세르를 보았다.

    “도리안의 드레이크가 더 큰 건 인정합니다. 다만 크다고 다 좋은 건 아니지 않습니까. 발톱과 이빨, 뼈의 내구성은 제가 잡아 온 놈이 더 좋을 겁니다. 거기다….”

    그가 도리안의 드레이크를 가리키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저 상처들을 보십시오. 비늘에 갈라진 곳이 가득하지 않습니까. 분명 내부는 엉망진창이 되어 쓸 수 있는 게 별로 없을 겁니다!”

    “확실히….”

    “저 정도 크기라면 강기를 여러 번 찔렀겠지. 속이 망가졌을 수도 있어.”

    “비늘이 많이 지저분하긴 하네.”

    제세르만이 아니라, 그를 따르는 상인들도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라온은 그들의 발악을 즐기며 피식 웃었다.

    ‘그건 더 자신 있는데.’

    드레이크가 오래 살아서 이곳저곳에 상처는 많지만, 사인은 머리를 내리찍은 검격 하나뿐이다.

    제대로 볼 줄 아는 사람이 온다면 30m가 넘는 크기보다 깔끔하게 잡은 상처에 경악하게 될 것이다.

    “어, 음….”

    도리안은 본인이 직접 잡은 게 아니었기에 불안한 듯 배 주머니를 문질렀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로구나.”

    아디스가 두 드레이크를 차례로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러면….”

    “다만 그걸 결정하는 건 내가 아니다.”

    그는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는 연무장 문을 가리켰다.

    “의뢰주께서 직접 결정하실 거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연무장 문이 열리고, 오크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두꺼운 근육으로 가득한 남성들이 들어왔다.

    선두에 서서 걸어오는 회색 머리칼의 노인이 가장 특이했는데, 근육은 누구보다 우람했지만, 키는 어린아이처럼 작고, 수염을 길게 늘어트렸다.

    -오!

    라스가 노인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땅딸보는 오랜만에 보는구나!

    ‘땅딸보라….’

    라온은 라스의 말을 들으며 눈매를 좁혔다.

    ‘마족은 드워프를 땅딸보라고 부르는 건가?’

    라스의 말처럼 회색 망치 길드의 마스터는 인간이 아니라, 드워프였다. 그것도 대륙에 널리 이름을 퍼뜨린 명사 중 명사였다.

    “회색 망치의 주인을 뵙습니다.”

    아디스가 앞으로 나가서 드워프에게 고개를 숙였다.

    “과한 인사요. 세피아 상회주.”

    드워프가 수염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대륙 장인에 속해 있는 보르고스 님을 만나는데 이 정도 예의는 차려야죠.”

    아디스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보르고스….’

    이 드워프는 제천검을 만든 발칸, 진혼검을 만든 쿠베러드와 함께 대륙 장인의 위에 올라 있는 남자였다.

    “띄워 봐야 나올 건 없… 헉!”

    손사래를 치던 보르고스가 눈을 부릅뜬 채 앞으로 달려갔다.

    짧은 다리였지만 어마어마한 속도로 뛰어 도리안의 드레이크 앞에 섰다.

    “이, 이건 뭐요!”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져도 놀라지 않을 것 같았던 보르고스의 눈동자가 감전된 듯 떨렸다.

    “이 크기의 드레이크라니! 거의 성체 드래곤 수준이잖아!”

    그는 오랜 기간 장인으로 살았지만 이런 크기의 드레이크는 보지 못했다며 입술을 씹었다.

    “그것도 무구를 만들기에 가장 좋은 냉기를 가진 수속성 드레이크입니다!”

    “여기 이 날개 뼈 좀 보십쇼! 부러질 것 같지 않아요!”

    “이 비늘은 어떻고! 냉기가 잔뜩 깃들어 있어서 뭉쳐놓기만 해도 칼이 안 들어가는 비늘 갑옷이 될걸?”

    보르고스와 함께 온 장인들은 드레이크를 살피며 큼지막한 웃음을 흘렸다. 당장 가지고 돌아가서 무기를 만들고 싶은 표정이었다.

    “멍청한 것들.”

    보르고스가 장인들을 보며 쯧쯧 혀를 찼다.

    “봐야 할 걸 안 보고 다른 것만 보는구나.”

    “예?”

    “그, 그게 무슨….”

    그는 장인들의 의문을 무시하고, 드레이크의 머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일격이다.”

    보르고스가 드레이크의 머리 중심에 돋아난 작은 검흔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예?”

    “이 거대한 괴물을 단 일검으로 잡았단 말이다.”

    그가 시선을 들어 올렸다. 떨리는 동공이 멈춰서는 건 라온의 앞이었다.

    “당신이오?”

    보르고스가 가는 숨을 뱉으며 라온에게 다가갔다.

    “어려 보이는 얼굴에서 믿기 힘든 검력이 느껴지는군. 천재라는 단어로도 담기 힘들 정도야.”

    그는 대륙 장인이라는 이름답게 기운을 숨긴 라온의 무력을 정확히 파악했다.

    “이름을 물어도 되겠소?”

    라온이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종족이고, 한참 윗사람인데도 예의 있게 대우를 해주는 게 마음에 들었다.

    “라온 지그하르트라고 합니다.”

    “그 이름 들어보았소. 백검룡이라 불리는 검사인가.”

    회색 망치 길드에도 소문이 퍼졌는지 보르고스는 자신의 이명을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검룡이라는 이명을 가진 검사를 여러 번 봐 왔지만, 그중에서도 발군이로군. 왜 이런 괴물이 일격에 당했는지 알 것 같소.”

    그는 제천검을 내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피아 상회주. 우리 길드는 이 드레이크를 고르겠소.”

    보르고스는 다른 후계자 후보가 가져온 드레이크에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아디스에게 다가갔다.

    “자, 잠시만요!”

    제세르가 두 손을 모은 채 보르고스와 아디스 사이를 파고들었다.

    “제가 잡은 드레이크도 좀 봐주십시오! 크기는 작지만, 깔끔하게 사냥해서 외피에 상처가 거의 없습니다! 거기다 풍속성의 드레이크라 뼈대도 튼튼할….”

    “자네는 내 눈을 썩은 동태로 생각하는 건가?”

    보르고스의 목소리가 서늘할 정도로 가라앉았다.

    “그, 그게 무슨….”

    “자네의 드레이크는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살펴보았네. 제세르라는 이름값이 있으니 좋은 물건을 가져왔다고 생각했지.”

    “아, 그러면….”

    “하지만 그 이름은 허명이었던 모양이야.”

    보르고스는 제세르를 노려보며 눈매를 찡그렸다.

    “자네가 가져온 드레이크의 외부는 확실히 깨끗해. 하지만 내부에는 많은 충격을 주었더군. 강기로 헤집는 것으로 모자라 마법까지 터트렸겠지.”

    “그, 그게….”

    “그렇게 되면 뼈가 조각나고, 비늘 안쪽이 녹아서 쓸 수 있는 부위가 거의 없게 되네. 즉, 하품이 된다는 소리지.”

    “아….”

    제세르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하게 굳어졌다.

    “난 자네가. 아니, 자네의 아버지가 태어나기 한참 전부터 망치를 잡아 왔네. 허술한 언변으로 속이려 들다니, 날 너무 쉽게 보았군.”

    보르고스는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고 뒤를 돌았다.

    “멍청한 짓을 했구나. 제세르.”

    아디스가 제세르를 내려다보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 저는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대로 어떻게 해서든 물건을 가져왔을 뿐입니다!”

    “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훔친 물건을 손님에게 가져갈지언정 물건에 하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아예 잘못 알아들었구나.”

    “아아….”

    제세르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푹 숙였다. 이제 다 끝났다는 것을 깨달은 듯한 절망에 빠진 표정이었다.

    “마, 망했다….”

    “제세르 도련님이 이렇게 끝나다니….”

    “디알룬 도련님은 아예 관심도 못 받았어.”

    “그, 그럼 진짜 도리안 도련님이 후계자야?”

    제세르나 디알룬의 뒤에 섰던 상인들의 눈동자가 파도를 맞은 나비의 날갯짓처럼 애처롭게 떨렸다.

    “이런 결과 예측한 사람 있어?”

    “어, 없지. 누가 도리안 도련님을 골랐겠냐고!”

    “그럼 이거 기회 아니야? 도리안 도련님 뒤에 설 기회?”

    “그러네….”

    “잘만 하면 간부가 될 수도….”

    상인들은 썩은 동아줄을 버리고, 새로 내려온 도리안이라는 줄에 올라타기 위해서 의자에서 엉덩이를 뗀 채로 입맛을 다셨다.

    결과가 나오면 누구보다 먼저 도리안에게 달려갈 기세였다.

    “자네의 드레이크를 사겠네.”

    보르고스가 도리안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어….”

    도리안은 그 손을 잡지 않은 채 뒤를 돌아 라온과 아디스를 살폈다.

    “…….”

    “다 끝났는데 안 잡고 무얼 하는 것이냐.”

    라온은 말을 하지 않았고, 아디스는 이마에 주름을 만들었다.

    “아뇨. 아직 안 끝났어요!”

    도리안은 라온의 침묵과 아디스의 말에서 힌트를 얻은 듯 미소를 지으며 보르고스의 손을 잡지 않았다.

    “이제 흥정을 시작해야죠!”

    그가 자신감 있게 목소리를 높였다.

    “옳다.”

    아디스가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도리안의 옆으로 다가갔다.

    “의뢰자의 요구에 따라 물건을 가져왔다면 그 물건의 가격을 최대한 올려서 받아내는 것도 상인의 일이지.”

    그의 입가에 처음으로 대견함이 담긴 미소가 피어났다.

    “이제야 출발점에 섰구나. 도리안.”

    *     *      *

    도리안과 보르고스는 총단 내부에 있는 회의실에 들어가 협상을 시작했다.

    두 사람의 뒤에는 라온과 보르고스의 수제자가 서 있었다.

    “처음 의뢰했던 대로 드레이크의 뿔, 이빨, 발톱 그리고 가죽과 뼈를 모두 사겠네.”

    보르고스가 시선을 올려 도리안과 눈을 마주쳤다.

    “솔직히 말함세. 자네들이 잡은 드레이크는 나도 처음 보는 최상급 물건이라 시세를 모르겠네.”

    “아, 네.”

    도리안이 딱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평범한 드레이크의 사체가 금화 800개에서 1000개 정도이니, 금괴 4개가 어떨까 하네.”

    보르고스는 도리안이 내어준 계약서에 금괴 4개라고 적었다.

    “금괴 4개요?”

    금괴 한 개는 금화 천 개와 같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액수였다.

    “으음….”

    도리안이 의견을 구하듯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라온은 도리안을 보며 눈동자를 살짝 돌렸다.

    “죄, 죄송하지만, 그 가격에는 조금 힘들 것 같네요.”

    도리안이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럼 금괴 4개에 금화 300개를 더 얹어주지. 어떤가?”

    보르고스는 계약서에 적힌 금액에 금화 300개를 추가했다.

    “그러면 금화 4300개….”

    도리안이 숨을 몰아쉬며 뒤를 돌았다.

    “흠.”

    라온은 이번에도 마음에 안 드는 듯 눈동자를 내렸다.

    “그, 그것도 좀 별로….”

    “크흠! 좋네. 금괴 4개에 금화 600개!”

    “허억!”

    도리안이 또 뒤를 돌았고, 라온은 여전히 시선을 올리지 않았다.

    “끄으응….”

    보르고스는 도리안의 말을 듣지 않고도 신음을 흘렸다. 이제 누가 가격을 결정하는 사람인지 알아차린 것이다.

    “좋아! 거절할 수 없게 통 크게 올리도록 하지! 금괴 5개로 하겠네!”

    금괴 5개. 결국 금화 5000개 까지 가격이 올라갔다.

    “끄어어억!”

    도리안이 비명을 지르며 뒤를 돌았다. 빨리 받아들이자는 듯 양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라온은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헉!”

    “어…?”

    “하!”

    도리안과 보르고스 그리고 그의 수제자까지 눈을 부릅떴다.

    경악한 그들과 달리 라온은 팔짱을 낀 채로 평온하게 차를 홀짝였다.

    -야.

    라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체 그 드레이크 얼만데?”

    ‘나야 모르지.’

    디알룬이 가져온 박제 드레이크의 가격이 금화 1000개 정도라는 건 들었지만, 저 드레이크가 얼만지는 자신도 잘 모른다.

    -그런데 왜 거절해?

    ‘원래 흥정을 할 때는 3번 거절하라는 말이 있어.’

    -너 4번 했는데?

    ‘혹시 몰라서 한 번 더 해봤지.’

    -진짜 미친놈인가….

    라스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바람을 흘렸다.

    “미치겠군.”

    보르고스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었다.

    “내가 이대로 떠난다면 후계자 시험을 다시 치러야 할 수도 있을 텐데?”

    그는 협박하듯 테이블을 꽉 부여잡았다.

    “흐억!”

    도리안은 당황하며 뒤를 돌았지만, 라온은 여전히 평온했다.

    [시험은 드레이크의 발톱, 이빨, 뿔, 뼈를 가지고 오라는 거였지. 거래를 끝내는 게 아니었다고 전해.]

    이건 허세가 아니다. 아디스는 분명 드레이크를 가지고 오라고 했지, 무조건 팔라고 말하지 않았다.

    “시, 시험은 드레이크의 바, 발톱과 이빨, 뿔, 뼈를 가지고 오라는 거였지. 거래를 끝내는 게 아니었다고 전해. 끄헉!”

    도리안은 말을 하다가 필요 없는 ‘전해’라는 말까지 내뱉었다.

    “끄으윽….”

    보르고스가 라온을 올려보며 턱을 파르르 떨었다.

    -무슨 비선 실세냐고!

    라스는 그 모습을 보며 입을 떡 벌렸다.

    -이럴 거면 네놈이 앞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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