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363화 (363/653)

제363화

캬아아아앙! 쩌저저정!

시간이 지날수록 암살자들과 흑령들의 전투는 과격해졌다.

독과 어둠의 마나 모두 닿기만해도 상대에게 지독한 고통을 주는 능력이었기에 서로에게 살의를 불태우며 가진 힘을 모조리 쏟아붓고 있었다.

라온은 아래를 굽어보며 피식 웃었다.

‘잘 어울리네.’

고통을 참고 싸우느라 찡그린 얼굴들을 보자,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남의 고통 따윈 신경 쓰지 않는 놈들이기에 속이 다 시원했다.

“끄헉!”

“아악….”

독이나, 어둠의 마나에 중독되어 죽는 이들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죄책감 따위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 죄 없는 마을을 습격해서 제물로 만드는 흑탑의 무리나, 마을 전체에 독을 풀어서 학살한 록탄이나 모두 죽어도 상관없는 놈들이었으니까.

-허….

라스가 난잡한 전장을 보며 헛바람을 흘렸다.

-정말… 미쳤다는 말 밖에 안 나오는군.

‘뭐가?’

-어부지리를 취한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정말 이루어질 줄은 몰랐느니라.

아무 관계도 없는 둘을 싸우게 만든다고 할 때는 이놈이 드디어 미쳤다고 생각했는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어이가 없어서 고개가 저절로 떨렸다.

‘이런 게 처음은 아니잖아.’

-그래. 그래서 더 짜증 나는구나.

디저트 타임을 방해한 놈들 때문에 도와주고는 있지만, 일이 너무 잘 풀리니 분노가 차올랐다. 요놈이 편하게 지내는 꼴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화가 났다.

-네놈은 안 움직이는 것이냐?

‘저쪽에 있는 둘은 내가 치울 거야.’

라온이 봉우리 바로 아래에서 싸우고 있는 흑수장과 록탄을 가리켰다.

‘말했듯이 지금은 끝을 준비할 때야. 아직은 내 차례가 아니지.’

뒤를 돌며 멀리 떨어져 있는 낮은 봉우리를 바라보았다.

‘지금 할 일은 따로 있어.’

-그것도 알아차린 건가?

‘기감의 격이 달라졌으니까.’

-끄윽….

라스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네가 설화의 감각과 은막 사용법을 알려줘 놓고 왜 짜증이야.’

-너무 잘 써먹으니까. 열 받느니라. 조금만 참을 걸 그랬느니라!

녀석은 디저트 따위에 정신이 팔렸다며 땅을 후려쳤다.

‘이미 끝난 일이야.’

라온은 라스의 어깨를 툭 치고 뒤를 돌았다.

‘후회해도 늦었지.’

태화삼보를 밟으며 자마리 산맥의 초입 부근에 있는 낮은 봉우리로 향했다.

태화삼보는 태화보 중에서도 가장 조용하고 부드러운 보법. 바닥에 자그마한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순식간에 목적지까지 도착했다.

봉우리 위로 올라가자, 큼지막한 돌과 돌 사이에 숨어 있는 복면인이 보였다.

그는 원통 형태의 망원경을 이용해서 독인과 흑탑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역시 있었군.’

척후 및 보고를 위한 정보원.

이 녀석은 록탄과 독인들에게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상황을 보고하기 위해서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이곳에 숨어 있는 것이다.

‘즉, 이놈들이 마지막 보루라는 뜻이지.’

이 정보원들만 제거한다면 데루스의 시선에서 벗어난다는 의미였기에 미소가 지어졌다.

퍼억!

라온은 정보원의 뒤로 다가가 그대로 심장을 찌르고, 입을 막았다. 지금까지 한 것처럼 조용히 시체를 내려놓은 뒤 우측으로 이동했다.

소리가 나지 않도록 단단한 바위와 돌만을 밟으며 수풀 사이에 숨어 있는 마지막 정보원의 옆으로 다가갔다.

이 정보원 역시 망원경으로 독인과 흑탑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대체 무슨….”

그는 망원경에서 눈을 떼며 헛웃음을 흘렸다.

“왜 저 둘이 싸우고 있는 거지?”

“내가 끼어들었거든.”

“허억! 너… 커헉!”

라온은 정보원이 돌아보기 전에 그의 목을 갈랐다.

“어억….”

정보원은 눈동자를 가늘게 떨며 그대로 바닥에 꼬꾸라졌다.

“지옥에 가서 전해.”

라온이 정보원이 가지고 있던 망원경을 깨부수며 차게 웃었다.

“많이 내려갈 테니까. 자리 만들어 놓으라고.”

*     *      *

도리안은 벽에 손가락을 박아넣은 채 어깨를 파르르 떨었다.

‘이거 진짜 괜찮은 거 맞나?’

라온이 분주해지면 봉우리로 올라가라고 말했지만, 그 분주함이 대체 언제 올지 모르겠다.

힘 하나는 자신 있어서 버티고 있긴 하지만 긴장 때문에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따라다니기 참 힘들다니까.’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밑에서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왔다.’

본능적으로 지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가장 높은 봉우리로 올라가며 옆으로 살짝 고개를 내밀었다.

‘어…?’

흑탑의 탑령으로 보이는 검은 로브를 둘러쓴 놈들이 암살자처럼 몸에 딱 달라붙는 야행복을 입은 이들과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뭐, 뭐지?’

왜 쟤네들끼리 싸워?

라온은 어디 갔고, 지들끼리 싸우고 자빠졌는지 모르겠다.

전력을 다해서 싸우는 건지 독과 어둠의 마나가 마구잡이로 뻗어나갔다.

‘…모르겠다.’

뭐, 알아서 했겠지.

라온이 한 일을 자신이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냥 라온이 라온했다고 생각하면서 봉우리로 올라갔다.

‘흐읍.’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오러없이 오르다 보니 식은땀이 줄줄 나왔지만, 위에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며 젖 먹던 힘을 다해서 팔다리를 움직였다.

‘허억! 다 왔다.’

드레이크의 둥지이자,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오르자마자 보이는 건 죽어가는 사람들이다.

“아으으….”

“끄흑!”

“제발 어떻게 좀….”

“아아악!”

사람들은 몸에 새겨진 검은 구멍을 부여잡은 채 목이 갈라진 듯한 신음을 흘렸다.

검은 구멍은 사람 머리통만 했고, 그 주변의 살은 좀비처럼 썩어 있었다.

“이게 뭐야….”

도리안이 사람들의 상태를 보며 턱을 파르르 떨었다.

‘나쁜 자식들!’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할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인간이 인간에게 이런 짓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두려움이 사라질 정도로 분노가 차올랐다.

“크으윽….”

당장 내려가서 흑탑의 무리들을 베고 싶은 것을 꾹 참고, 가장 앞에 있는 노인을 살폈다.

어깨에 구멍이 뚫려 있었는데, 검은 핏물이 그의 목까지 올라와 있었다.

“괜찮으세요?”

“나, 나 말고… 우리 소, 손녀 좀 봐주십시오.”

그는 본인이 죽을 듯 헐떡이면서도 우측에 있는 어린아이를 가리켰다.

“저, 전 괜찮…흐윽!”

10살 내외로 보이는 갈색 머리 소녀는 허리에 돋아난 검은 구멍을 부여잡은 채 억지로 고개를 저었다.

“으….”

도리안이 마른침을 삼켰다. 지금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서로를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자 속이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제, 제 상사가 진짜 엄청 유능한 사람이거든요! 조금만 견디면 모두 구해줄 거예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배 주머니를 뒤져서 이들에게 도움이 될 먹는 진통제와 성수를 꺼냈다.

도리안은 보법까지 밟으며 움직여서 사람들에게 진통제를 나눠주었다.

“바로 삼키세요!”

어둠의 기운에 중독된 사람들은 떨리는 손으로 진통제를 입에 넣었다. 이미 몸이 굳은 사람들은 직접 입에 넣어서 삼키게 해주었다.

“아프겠지만 참아야 해요.”

도리안이 성수의 뚜껑을 열었다. 켈톤 신성 왕국에서 구해왔다던 귀하디귀한 진짜 성수였지만, 값어치 따위는 신경 쓰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잘 버티길 바라면서 노인의 상처에 성수를 한 방울 떨어뜨렸다.

치이이이!

살이 타들어 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노인이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끄으으읍!”

그는 간질에 걸린 듯 온몸을 떨며 눈을 까뒤집었다.

“버티실 수 있어요. 손녀랑 같이 살아야죠!”

그 말이 도움이 되었을까. 노인의 발작이 잦아들고, 목까지 도달했던 검은 핏물이 가라앉았다.

큼지막했던 검은 구멍도 차츰 줄어들기 시작했다.

‘효과가 있어!’

진짜 성수다운 효과다. 고통까지는 어쩔 수 없지만, 모두를 구할 길이 생겼다.

“다 구해드릴게요! 조금만 참아요!”

도리안은 봉우리 전체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검은 구멍에 성수를 뿌렸다.

“끄아아아악!”

“어어억!”

“하아아….”

“흐으읍!”

사람들은 비명을 흘리거나 비명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러워했지만, 구멍과 검은 핏줄은 확실하게 줄어들었다.

“후우….”

도리안은 힘이 빠져서 가늘게 숨만 쉬는 사람들에게 물을 먹여준 뒤 봉우리 아래를 살폈다.

‘아직도 싸우고 있네.’

흑탑과 암살자 무리는 여전히 서로를 향해 독과 어둠의 기운을 뿌리고 칼을 찔러댔다. 다행히 이쪽을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부단주님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건데.’

암살자와 흑탑 무리들은 각자 10명도 남지 않았다. 한쪽이 이긴다면 무조건 이 위로 올라올 텐데 라온이 어디서 뭘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진짜 피곤한 상사라니…어?”

한숨을 내쉬고 뒤를 돌다가 멈춰 섰다.

서해 쪽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시뻘건 눈동자를 보자 머리털이 쭈뼛 섰다.

“와, 왔어!”

도리안이 기겁하며 뒤로 물러섰다.

‘드레이크가 왔다고!’

이 인간 왜 안 오는데!

*     *      *

“뒈져!”

록탄이 하늘을 향해 비수를 던졌다. 허공에 뿌려진 열 개의 비수가 매처럼 하강하며 흑수장의 급소로 쏘아졌다.

“귀찮게 구는군.”

흑수장이 손을 내리긋는다. 그가 두른 어둠의 기운이 거대한 손톱이 되어 비수를 모조리 쳐내고 록탄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이 빌어먹을 놈이!”

록탄이 오러를 휘감은 양손을 뻗어냈다. 짙은 녹광이 어린 오러가 파도가 되어 치솟았다.

쿠와아아아앙!

독기와 어둠의 기운이 맞부딪치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소멸하지 않은 기운들이 주변으로 퍼지며 땅과 나무가 새까맣게 죽어버렸다.

“…….”

“크윽….”

흑수장은 독에 중독되어 피부가 창백해져 있었고, 록탄은 어둠의 기운에 파먹혀 목까지 검은 핏줄이 올라온 상태였다.

“끝을 내도록 하지.”

“좋다. 이 귀머거리 같은 놈아!”

록탄이 독무를 일으키며 뒤로 물러섰다. 흑수장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바로 독무를 빠져나와 어둠의 기운을 내질렀다.

콰아아아아앙!

두 사람은 각자의 임무를 잊은 채 상대를 죽이기 위해서 전력을 쏟아부었다. 어둠의 기운과 독기가 수없이 맞부딪쳤다.

라온은 독장을 쏘아내는 록탄과 어둠의 기운을 내리치는 흑수장을 보며 제천검과 진혼검을 고쳐 잡았다.

‘약해졌군.’

고통을 참느라 정신력이 깎인 것 말고도, 독과 어둠의 기운이 서로의 육체를 갉아 먹어 둘 다 전력을 낼 수 있는 상태였다.

‘얼마 남지 않았어.’

다만 아무리 저들이 약해졌다고 해도 둘을 동시에 암습 하는 건 무리다. 기회가 찾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라온은 설화의 은막을 최대한 운용하여 자신의 기척을 자연의 흐름 사이에 묻었다.

콰아아앙!

록탄과 흑수장이 격돌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기운을 가라앉히고 있을 때 머리 위로 달을 가리는 거대한 무언가가 떠올랐다.

“끼에에에에에엑!”

고막을 찢을 듯한 울음소리와 함께 사나운 기세가 자마리 산맥 전체를 뒤덮는다. 둥지를 떠났던 드레이크가 돌아온 것이다.

“드레이크….”

“하! 이렇게 되면 삼파전인가.”

흑수장과 록탄 모두의 시선과 감각이 드레이크로 향했다.

‘지금!’

라온이 태화보를 밟았다. 왼발이 뻗어나감과 동시에 시야가 좁아진다. 찰나의 순간에 흑수장과 록탄의 중심을 파고들었다.

둘은 아직도 드레이크에 시선이 팔린 상태. 제천검과 진혼검을 동시에 내리쳤다.

찌지직!

칼날이 두 놈의 살을 파고드는 감각이 느껴질 때 흑수장에게 요기를, 록탄에게 열기를 주입했다.

“크윽!”

“네놈….”

흑수장과 록탄의 시선이 이쪽을 향했지만 이미 늦었다.

경악과 고통이 담긴 두 놈의 눈동자를 마주하며 제천검과 진혼검을 끝까지 내리그었다.

푸카아아악!

시뻘건 핏물이 분수처럼 뿜어지며 흑수장의 오른팔과 록탄의 왼팔이 하늘을 날았다.

투우욱!

팔 두 개가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멈춰진 듯한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크으으윽….”

“커허헉!”

흑수장은 오른쪽 어깨, 록탄은 왼쪽 어깨를 움켜쥔 채 빠르게 뒷걸음질 쳤다.

“삼파전 말고….”

라온은 오만한 표정으로 턱을 치켜들었다.

“사파전은 어때?”

둘을 놀리듯 제천검과 진혼검에 흐르는 핏물을 가볍게 털어냈다.

“네, 네놈은….”

“라온 지그하르트! 대체 언제!”

흑수장과 록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턱을 떨었다. 다만 눈빛에는 여전히 힘이 실려 있었다.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지?”

라온은 아직 포기하지 않은 흑수장과 록탄의 눈동자를 마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겨우 팔 한 짝만 잃었으니, 아직 할 만하다고 생각하잖아. 맞지?”

“…….”

“그거 일부러야.”

섬뜩한 미소를 흘리며 불의 고리와 만화공을 동시에 일으켰다. 피가 증발되는 듯한 뜨거운 살기가 공간을 옥죄이기 시작했다.

“너희 같은 놈들을 그냥 죽이기엔 너무 아깝거든. 얼마나 고통을 잘 참는지 한번 보고 싶었어.”

그 말을 끝맺음과 동시에 태화보를 밟았다. 공간을 격하고 나아가 록탄의 좌측에 이르렀다.

“이놈…커헉!”

록탄이 땅을 밀어내며 우측으로 물러섰다. 반응은 빨랐지만, 놈의 내부에 깃든 만화공의 열기가 독기의 움직임을 방해했다.

촤아아아악!

라온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제천검을 내리쳤다. 광아검의 흉폭한 이빨이 어린 칼날이 록탄의 가슴을 베고 지나갔다.

열기가 상처를 지져서 피가 흘러내리지는 않았지만, 고통은 몇 배로 지독할 것이다.

“끄아아아악!”

록탄이 비명을 들으며 놈의 복부를 찌르려고 할 때 뒤에서 거대한 힘이 솟구쳤다. 흑수장이 일으킨 어둠의 기운이었다.

“순서를 기다릴 줄 모르네.”

“입 닫아라.”

“뚫린 입을 어떻게 닫아.”

라온이 차게 웃으며 뒤를 돌자, 흑수장이 끌어 올린 어둠의 기운을 그대로 내리쳤다. 시꺼멓게 물든 기운이 용의 발톱처럼 떨어져 내렸다.

라온이 진혼검을 움켜쥐며 글래시아를 끌어 올렸다.

우우우우웅!

냉기를 담은 채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검명이 흑수장의 내부를 파고든 요기와 공명했다.

“크흑!”

흑수장은 고통을 참으며 어둠의 기운을 내리쳤지만, 라온은 이미 그 공간을 벗어나 있었다.

쿠와아아아앙!

무너지는 대지를 그대로 돌파하여 흑수장에게 쇄도했다.

“이 쥐새끼 같은!”

흑수장은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며 손아귀를 뻗었다. 검은 기운이 그물처럼 펼쳐지며 온몸을 휘감으려 들었다.

‘강한 기술이지만….’

이미 본 거야.

제천검으로 반원을 그렸다. 열기를 두른 칼날이 어둠의 기운을 밀어냈을 때 흑수장의 간격으로 파고들어 진혼검을 내리쳤다.

쩌어어어억!

샛노란 요기의 칼날이 어둠의 기운을 가르고 흑수장의 가슴을 사정없이 갈라버렸다.

“끄어어억!”

흑수장이 신음을 토하며 술 취한 사람처럼 뒤로 물러섰다.

“끄으으…”

“허억!”

록탄과 흑수장은 팔과 가슴의 통증에 식은땀을 흘리며 눈동자를 떨었다.

“이게 다 인가?”

라온이 흑수장과 록탄을 굽어보며 입매를 말아 올렸다.

“남들에게 고통을 주길래 참을성이라도 좋나 했더니, 비명만 잘 지르는군.”

“…다 네놈이 짠 판이었나.”

흑수장이 검은 안구를 일그러뜨리며 살기 짙은 시선을 쏘아냈다.

“그래.”

라온이 제천검과 진혼검을 들어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이제이란 말 들어봤지? 쓰레기는 쓰레기로 치워야지.”

“이놈….”

“빌어먹을 새끼가!”

흑수장과 록탄이 동시에 움직인다. 둘은 몸속의 요기와 열기의 방해를 참으면서 독과 어둠의 기운을 극한까지 끌어 올렸다.

푸른 독기가 해일이 되어 밀려오고, 하늘을 덮을 듯한 검은 기운이 비가 되어 쏟아져 내렸다.

“네놈들의 고통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라온은 그 거대한 힘의 궤적을 보고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덤덤하게 앞으로 나아가 제천검을 뻗어냈다.

치이이잉!

멀고 먼 지평을 따라 그어지는 칼날에 별빛이 어린다.

라온 지그하르트 류 검식.

제3형 은검몽` 난.

꿈결처럼 번지는 수천 개의 칼날이 흑수장과 록탄의 시야를 파고들었다.

“끝없는 고통 속에서 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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