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328화 (328/653)

제328화

“와아아아아아아!”

“지그하르트의 깃발을 세워라!”

“로베르트의 검을 보여줘!”

“설화검협!”

“파랑검! 파랑검!”

대련장을 가득 메우는 관객들의 환호성. 대부분은 멋진 결투, 좋은 싸움을 보고 싶은 게 다였지만, 승패에 목숨을 건 사람들도 있었다.

“살 떨린다….”

“라, 라온이 이기는 건 아니겠지?”

“무조건 카디스가 이겨야 해. 애기 먹일 수프 값까지 걸었다고….”

“명성의 격이 다르잖아. 파랑검을 믿어보자.”

“그래. 카디스는 마스터 상급이라고. 절대 안 져.”

“배율도 라온이 훨씬 높아! 무조건 카디스야!”

본래 싸움의 승패를 예측할 때는 도박꾼들의 배율을 보라는 말이 있다.

라온의 인기가 카디스를 넘어선 건 사실이지만, 도박에서의 정배는 여전히 카디스였다. 라온의 승리에 돈을 건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19살에 저 무력. 라온 지그하르트는 역대급 괴물이 맞아. 하지만 괴물에게도 한계는 있지. 아직 카디스 급이 아니야.”

“어제는 보리니 키튼, 오늘은 가로나를 상대하며 부상도 많이 입었고, 체력 소모도 심했으니, 끝까지 싸울 힘도 없겠지.”

“맞아. 카디스는 상대적으로 편하게 올라와서 만전이라고!”

“대륙십이성 5위를 안 믿으면 누굴 믿겠어.”

“정배는 항상 승리한다!”

도박꾼들은 도박권을 꽉 말아 쥔 채 카디스의 이름을 외쳤다.

“카디스! 카디스! 카디스!”

“파랑검! 파랑검! 파랑검!”

“뭘 모르네. 우승은 무조건 라온이지.”

도박꾼들의 절실한 함성 속에 이질적인 목소리가 하나 끼어들었다.

“어?”

“누가….”

“나야.”

도박꾼들이 고개를 돌려 라온의 이름이 들려온 곳을 보았다. 붉은 장발을 대충 묶은 엘프 하나가 히죽 웃고 있었다.

“지, 지그하르트의 광검!”

“저 인간 어제부터 다 이겼어! 버렌이랑 루난이 비기는 것까지 맞췄다고! 도신이야! 도신!”

“도, 도박장에서는 개털이라고 들었는데….”

“설마 라온에게 건 겁니까?”

“당연하지.”

리메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도박권을 흔들었다. 숫자가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배팅한 금액이 금화 500개는 넘어 보였다.

“허어억!”

“그, 그 돈을 다 걸었다고?”

“미쳤어….”

“라온의 경지가 카디스보다 낮다는 건 당신이 누구보다 잘 알잖아요!”

도박꾼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턱을 떨었다.

“물론 잘 알지. 지친 것도, 부상 당한 것도.”

“근데 왜….”

“라온이니까.”

리메르는 카디스에게 집중한 라온을 보며 흥겨운 미소를 흘렸다.

“저 녀석은 대련장 위에서 단 한 번도 진 적 없거든. 그리고….”

내 돈을 잃게 한 적도 없지.

그는 손을 꽉 모은 채 기도를 보냈다.

‘오늘도 부탁한다. 나의 재신이여!’

*     *      *

사회자는 라온과 카디스를 번갈아 보고서 마른침을 삼켰다. 경기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두 사람이 피워낸 기세에 피부가 찢겨나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두, 두 분 다 준비되셨습니까?”

“예.”

“준비됐습니다.”

라온과 카디스는 서로를 지그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사회자는 거칠게 두방망이질 치는 가슴을 움켜쥔 채 대련장 아래로 내려갔다.

“그럼 육황 결투 대련의 마지막 경기! 마스터 급 결승전을 시작합니다!”

“이야아아아아아아!”

“라온! 라온! 라온!”

“카디스! 카디스! 카디스!”

그의 손이 대련장을 가리킴과 동시에 우레와 같은 환호가 터져 나왔지만, 정작 대련장은 고요했다.

라온과 카디스는 대련이 시작되기 전처럼 서로를 노려본 채 움직이지 않았다.

말이 다리를 데워가며 최고 속도에 이르듯 천천히 오러를 끌어올리며 상대의 빈틈을 찾았다.

두 사람의 집중력이 극에 오르며 관객들도 하나둘씩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 어느새 대련장은 도서관처럼 침묵으로 가라앉았다.

타악.

라온과 카디스의 기세가 최고조에 이르기 직전, 어린 마법사의 나무 지팡이가 땅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우우우웅!

평소라면 신경도 쓰지 않을 작은 소리가 고요한 대련장을 울리는 순간 라온의 검에서 태양의 열기를 담아낸 듯한 불길이 타오르고, 카디스의 검에도 대해의 의념이 깃든 강기가 치솟았다.

터어엉!

라온이 땅을 박차고 나아가며 카디스를 살폈다. 그도 그 소리가 신호라는 것을 알았는지 유영하듯 부드럽게 보법을 밟으며 다가왔다.

‘파랑종보인가.’

파랑종보는 파도를 타고 오른다는 의미의 보법으로 허공에서도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상승 무학이었다.

치이이잉!

어느새 다가온 카디스의 검에는 날카로움과 부드러움이 동시에 휘감겨 있었다. 검술의 흐름을 이어가며 공간을 장악하는 로베르트의 대표 검법 청운현성검이었다.

‘그립군.’

아주 더럽게 그리워.

배우고 싶었지만 배울 수 없었던, 익히고 싶었지만 익힐 수 없었던 로베르트 핏줄만의 검술을 보자 속이 울렁거렸다.

“후우.”

라온이 탁한 숨을 뱉었다.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야.’

어제 타천의 기운을 갈라버린 내상도, 가로나와 싸우며 얻은 내상도 아직 치유되지 않았으며, 오러와 체력의 소모도 심했다.

‘하지만….’

로베르트 가문의 핏줄을 마주하자 없던 힘이 샘솟고, 정신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듯한 기분이었다.

‘너희들의 검.’

내가 부숴주지.

라온이 서늘한 미소를 흘리며 제천검을 내리쳤다. 은빛 칼날에 스며든 광아검의 구결이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냈다.

쩌어어엉!

강기와 강기가 부딪치며 그 여파가 대련장을 진동시켰지만 카디스는 흔들리지 않았다. 청운현성검을 물 흐르듯 이어서 다시 내질러왔다.

‘이번에는….’

라온이 턱을 살짝 숙이며 왼발을 앞으로 뻗었다. 발목에서부터 허리, 그리고 손목까지 이어진 관절과 근육의 회전을 이용하여 광아검 혈아세를 펼쳐냈다.

화아아아!

불꽃을 두른 맹수가 발톱을 내리긋는 듯한 날카로운 참격이 카디스의 가슴을 향해 쏘아졌다.

“흥.”

카디스는 붓으로 원을 그리듯 유연하게 검을 휘돌려 혈아세의 중심에 검을 가져다 대었다.

쩌저저정!

기세를 탄 광아검의 위력은 강렬했지만, 카디스의 검과 자세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는 대련이 아니라, 티 타임을 즐기는 듯한 여유로운 표정으로 청운현성검의 흐름을 이어갔다.

“이래야지.”

라온이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청운현성검이지.’

청운현성검은 강물의 흐름과도 같다. 끝없이 흘러가고 이어지며 결국 바다에 닿아 거대한 파도를 일으킨다.

즉, 저 단단한 흐름을 끊어내지 못한다면 파도에 휩쓸려 익사하게 될 것이다. 면면부절.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검술이었다.

‘역시 광아검으로는 힘들군.’

카디스의 청운현성검은 이미 상승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 바다처럼 웅대한 오러로 이어가는 그의 검술을 끊는 것은 성장한 광아검으로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걸 가능케 하는 검술이 있지.’

록타에게 얻은 설풍검결에는 무학의 흐름을 끊어버리는 절검의 묘리가 깃들어 있다. 그 검술이라면 카디스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흐름을 끊어버리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후우….”

라온이 숨을 가늘게 뱉으며 검세와 오러를 전환했다.

칼날에 깃든 사나움을 서리 바람으로 흘려보내며 태화보를 밟았다. 공간을 격하고 나아가 카디스의 좌측에 이르렀다.

“뻔한 수법이군요.”

카디스가 코웃음을 치며 청운현성검을 이어간다. 벌써 다섯 번째 초식. 넘실거리는 강기가 시야를 가득 메웠다.

“당신은 파도에 휩쓸린 채 쓰러지게 될 겁니다.”

“그럼 파도가 치기 전에 바다를 나가야겠네요.”

라온이 손아귀에 힘을 주며 설풍검결의 첫 번째 초식을 은풍회류를 내쳤다.

후우우우웅!

복사근에서부터 나아간 회전이 관절을 거쳐 강대한 나선력을 일으켰다. 칼날이 뻗어나간 듯한 은빛 바람이 사선으로 휘어져 카디스의 강기에 내리꽂혔다.

쩌저저저적!

지금까지와는 결이 다른 울림. 두꺼운 종이를 찢어버리는 듯한 절삭음이 터지며 카디스의 만들어내던 흐름이 끊어졌다.

“이, 이게 무슨!”

갈라져 버린 강기 사이로 격하게 흔들리는 카디스의 눈동자가 보였다.

“우연일 뿐이다!”

다만 대륙십이성의 일인답게 충격을 받아들이는 속도도 굉장히 빨랐다. 카디스는 순식간에 정신을 차리고 다시 청운현성검을 이어가려 했다.

‘누구 마음대로.’

라온이 태화이보를 밟았다. 섬전처럼 쇄도해 설풍검결의 두 번째 초식 백선휘첨을 펼쳐냈다.

쩌어어어엉!

백선휘첨은 하늘의 선인이 찍는 하나의 점. 꼿꼿한 붓으로 찍어 누른듯한 강기가 청운현성검의 중심을 꿰뚫었다.

“크으윽!”

카디스가 뒤로 물러서며 재차 강기의 물결을 일으켰다. 끊어진 청운현성검을 어떻게든 연결하려는 움직임이었다.

‘소용없어.’

글래시아의 냉기를 일순간에 폭발시키며 검을 비틀었다.

치이이잉!

가로나에게 얻었던 흑수족의 비기가 두 번째 충격을 일으키며 어떻게든 이어가려던 청운현성검의 흐름이 완벽하게 멈춰버렸다.

“쉽네요.”

라온이 가볍게 손목을 돌렸다. 압도라는 말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어, 어떻게….”

카디스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떡 벌렸다.

“잘하면 됩니다.”

청운현성검이 흘러가는 강물이라면, 설풍검결은 바람으로 이루어진 댐이다. 흐름을 이어가는 검술은 절검의 먹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

‘성장까지 했으니까.’

마티스, 보리니 키튼 그리고 가로나를 상대하며 설풍검결은 몇 단계나 되는 계단을 단숨에 뛰어올랐다.

흐름을 끊는 묘리만이 아니라, 위력과 속도마저 상승했기에 더 높은 경지에 있는 카디스의 청운현성검도 끊어버릴 수 있었다.

“조금 전에 파도 어쩌구 하셨는데, 이게 다는 아니겠죠?”

라온은 고개를 모로 틀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입으로 떠드신 만큼의 실력은 보여주셨으면 좋겠네요.”

“닥쳐!”

*     *      *

“절검의 경지가 한층 더 올랐군!”

오그람이 의자에서 등을 떼며 씩 웃었다.

“요즘 놈들이 쳐다도 안 보는 절검을 저 수준까지 익히다니! 역시 가로나의 형제답다! 볼수록 마음에 들어!”

그는 아직 싸움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라온에게 박수를 보냈다.

“요즘 애들은 절검을 안 익히는 거야?”

마법사인 체임버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 절검을 익히는 기사나 검사는 흔하지 않습니다.”

레크로스 국왕이 턱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

“익히기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적의 흐름을 끊기 위해서는 무학 경지가 높은 건 당연하고 눈과 손까지 좋아야 하죠. 다른 검술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 재능을 투자해야 하지만, 성취를 얻기까지는 너무 오래 걸리기에 대부분의 무인들은 절검을 익히지 않습니다.”

그는 절검 자체가 흔하지도 않다며 입맛을 다셨다.

“육황 중 가장 눈이 좋다는 저희 기사들도 익힌 사람이 드문 절검을 저리 어린 친구가 구사하다니, 무서울 정도의 재능과 집념입니다. 가주님이 부러울 정도군요.”

“커흠, 특별한 것 없네.”

글렌은 팔짱을 낀 채로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

“저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이니까.”

그는 별거 아니라는 듯 손을 저었지만, 그 손가락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저 영감은 뭘 보고 살았기에 저리 눈이 높은지 모르겠어. 저 아이 정도면 어디에 내놔도 자랑스러워야 하는 거 아닌가?”

“그 녀석이 있었잖아.”

체임버가 손가락을 빙글 돌리며 미소를 지었다.

“아, 하긴.”

오그람이 이해했다는 듯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 아이 정도는 아니어도 그 녀석도 천재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었지. 별로 마음에는 안 들지만.”

그는 짧게 혀를 차고서 고개를 돌렸다.

“이대로라면 재미없게 끝나겠는데.”

체임버가 손가락을 진자처럼 좌우로 까딱였다. 진심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반응을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건 모르는 일입니다.”

레크로스 국왕이 팔짱을 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청운현성검은 운용할수록 강해지는 검술. 흐름이 끊기더라도 조금씩 이어간다면 결국 바다에 이를 수 있죠. 계속 지켜봐야 합니다.”

청운현성검에 대한 정보가 널리 퍼졌음에도 로베르트 가문의 대표 검술이 된 이유는 파훼되어도 그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만이 아니야.”

오그람이 데루스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파랑검이 저 검술만 익히고 있는 게 아닐 테니까. 안 그래?”

“글쎄요.”

데루스가 느릿하게 고개를 돌려 오그람을 보았다. 그의 입가에는 평소의 미소가 그대로 차올라 있었다.

“저야 누가 이기든 최선을 다한 결투를 보고 싶을 뿐입니다.”

그는 어느 쪽이 이겨도 상관없다는 듯 부드럽게 웃었다.

“하여튼 재미없다니까.”

체임버가 홱 고개를 돌려 글렌을 바라보았다.

“아저씨. 아저씨는 누가 이길 거 같아?”

“라온이 이긴다.”

글렌은 생각 자체를 하지 않고 바로 라온의 이름을 꺼냈다.

“오, 확신이야?”

“…….”

그는 확신을 담은 눈빛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 아저씨 못 본 사이에 왜 이렇게 멋있어졌지?”

체임버가 헤헤 웃으며 글렌의 옆으로 붙었다.

“…….”

데루스는 그런 글렌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의 입가로 차디찬 미소가 피어났다.

*     *      *

콰아아아앙!

청운현성검의 흐름이 조각나고 카디스가 대련장 끝으로 밀려났다.

“뭐, 뭐야….”

검을 내린 카디스의 손이 파르르 떨린다. 처음보다 더 놀란 표정. 청운현성검을 끊는 게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표정이었다.

“너 뭘 한 거야. 방금 뭘 한 거냐고!”

그가 처음으로 악을 질렀다. 이 상황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이제야 어울리지 않는 존댓말을 그만두셨군요.”

“뭐?”

“눈동자로는 비웃음 흘리며 존댓말을 하다니, 비위도 참 좋네요.”

이건 카디스에게만 하는 말이 아니다. 저 위에서 보고 있을 데루스의 폐부를 찌르는 말이었다.

“건방진….”

카디스가 이를 바득 씹으며 검을 들어 올렸다. 검극이 향하는 곳은 라온의 심장이었다.

‘역시 이놈은 쉬워.’

어떠한 상황에서도 차가운 이성을 유지하는 데루스와 달리 카디스의 가면을 깨뜨리는 건 너무도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낼 수는 없지.’

아직 너한테 얻어야 할 게 남았으니까.

데루스가 카디스에게 청운현성검만 전수했을 리 없다. 훗날을 위해서 더 높은 경지에 있는 검술과 싸워보고 싶었다.

“고작 몇 번 막았다고, 청운현성검을 파훼했다고 생각하는 거냐!”

카디스의 가라앉은 눈동자에서 사나운 기세가 피어올랐다.

“파훼했잖아요?”

라온이 어깨를 으쓱였다.

“청운현성검은 늦게 피는 꽃. 지금부터가 진짜다!”

“조언을 해줘도 듣질 않으시니 섭섭하네요.”

“입 다물라고 했지!”

“아뇨. 닥치라고 하셨습니다.”

“이 놈이!”

카디스가 눈을 희번득이며 검을 휘둘렀다. 분노하는 와중에도 그의 검술은 더 세밀한 흐름을 이어가며 공간을 집어삼켰다.

성격은 몰라도, 실력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후우우우웅!

어느새 강물이 바다에 닿아 거대한 흐름을 일으켰다. 대지를 뒤덮는 강기의 파도. 청운현성검의 절기 청운백파였다.

‘대단한 위력이야.’

공간을 먹어 치우며 다가오는 강기의 파도는 피하기도, 막기도 쉽지 않은 강대한 흐름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통하지는 않지만.’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으면 깨부수면 되잖아.

쿠웅!

라온이 진각을 밟으며 설풍검결의 절기 은해섭풍을 펼쳐냈다. 타천의 빛과 어둠마저 소멸시켰던 은색 폭풍이 하늘까지 치솟은 강기의 파도와 맞부딪쳤다.

쿠와아아아아!

오러의 밀도와 양은 청운백파가 강했지만, 승기를 잡아가는 건 은해섭풍이다.

절검의 묘리가 깃든 폭풍이 강기의 파도를 집어삼키며 몸집을 부풀렸다.

“이, 이런….”

“여기까지네요.”

“개소리!”

라온이 청운백파를 먹어 치운 은해섭풍을 그대로 이어 카디스를 덮치려는 순간 그의 검에서 강렬한 휘광이 뿜어져 나왔다.

콰아아아아아!

강대한 충격파가 대련장을 휩쓸고, 은해섭풍의 기운이 모조리 녹아내렸다.

우우우우웅!

카디스의 검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장대한 푸른 빛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성광검결!’

성광검결은 로베르트 가문의 진짜들만 익히는 초상승의 무학. 빛과 별의 의념을 담은 저 검술은 데루스의 무기 중 하나였다.

‘고맙다.’

라온은 배가 고프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제천검을 고쳐 잡았다.

‘그 검술 감사히 먹도록 하지.’

-진짜 밥을 좀 그렇게 먹어주면 안 되는 것이냐?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라스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아 좀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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