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325화 (325/653)

제325화

쿠구구구구!

라온과 가로나가 서로를 향해 힘을 가할수록 대련장 전체에 무지막지한 압력이 내리꽂혔다.

대련장을 보호하는 보호 마법 다섯 장이 찢어지고, 두터운 바닥이 뜯겨나가고 있음에도 두 사람은 발을 땅에 박은 듯 한치도 밀려나지 않았다.

“네놈….”

가로나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매를 찡그리며 라온을 노려보았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무슨 짓?”

라온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지금 오러가 아니라, 육체의 힘으로 버티고 있지 않느냐!”

“그래서?”

“그 자그마한 체격으로 내 힘을 버틴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그가 고막을 터트릴 듯한 기합을 지르며 진각을 밟았다. 2m가 한참 넘는 신장을 이용하여 라온을 위에서부터 짓눌렀다.

“음….”

라온이 신음을 삼키며 흔들리는 하체에 힘을 주었다.

‘확실히 겪어본 적 없는 힘이야.’

체술을 사용하지 않고, 그저 힘으로 누를 뿐인데 뼈가 으깨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인간이 아니라, 오우거와 힘으로 맞서고 있는 기분이었다.

“적당히 하고 물러나라.”

가로나가 눈동자에서 흉폭함이 치솟으며 내리누르는 힘이 더 강해졌다.

맨손으로 드레이크의 목을 뜯었다는 소문이 진짜인지, 대련장이 뭉개지고 발이 바닥에 박히기 시작했다.

“오기로 버티다간 그 꼬챙이를 휘둘러보기도 전에 네놈부터 찌부러질 테니까.”

“이게 네 전력인가?”

“뭐?”

“이게 끝이라면 실망인데.”

라온은 가로나의 압박에 손을 파르르 떨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곧 찌부러질 놈이 허세라니!”

가로나의 눈빛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이 환호성 때문인가?”

그는 라온의 이름을 외치는 관중석을 둘러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선배로서 충고 하나 하지. 명성과 인기는 무인을 죽이는 독이다.”

“독?”

“사람들의 함성과 찬사에 빠지다 보면 스스로의 한계를 깨닫지 못한 채 해야 할 일과 해선 안 되는 일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지금의 네놈처럼.”

가로나의 눈동자에 피어난 흉폭함 사이에 이지적인 빛이 피어났다.

“아쉽게도 네놈의 끝은 여기겠구나.”

그의 우악스러운 손아귀에서 뻗어 나오는 힘이 한 번 더 폭발했다. 피부가 뜯겨나가고, 전신의 뼈가 부러질 듯한 충격이 일었다.

쿠구구구구!

누가 보아도 당장 찌부러질 듯 밀리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라온의 붉은색 눈동자는 태양을 비추는 샘물처럼 맑았다.

‘힘 하나는 발군이야.’

가로나의 힘은 심플하게 강했다. 어떠한 기술이나 특성 없이 단순하게 짓누르는 힘에 전신이 터져나갈 것 같았다. 오우거가 아니라, 오우거 로드 급의 힘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만….’

내가 보고 싶은 건 이게 아니야.

그저 압도적인 힘으로 짓누르는 게 아니라, 그 힘을 이용한 움직임을 보고 싶었다.

‘단순한 힘이라면 내가 더 세니까.’

라온이 차게 웃으며 왼발 앞꿈치에 힘을 주었다. 비복근과 대퇴근이 폭발할 듯 부풀며 대련장 바닥이 찌부러지고 다섯 장의 보호 마법이 동시에 터져나갔다.

쿠구구구!

오른 다리를 밀며 허리의 기립근을 세웠다. 하체에서 솟구친 힘이 상체까지 도달하자, 가로나의 거대한 손이 처음으로 밀려났다. 그의 난폭한 눈동자에 당황이 비쳤다.

“무, 무슨….”

“아직 멀었어.”

라온은 봉인하듯 가라앉혀 둔 육체의 근력과 민첩성을 모두 끌어냈다.

쿠구구구구!

태산을 얹은 듯한 제천검의 칼날로 가로나를 정면에서 짓눌렀다.

“크으….”

성인 남성의 2배는 될법한 가로나의 큼지막한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의 무릎이 땅에 닿기 직전까지 내려갔다.

“이, 이건 말이 안 돼!”

가로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부러질 정도로 이를 꽉 깨물었다.

“그 얇은 팔다리에 왜 이런 힘이 있는 거냐! 아무리 오러를 잘 운용한다고 해도 불가능한 일이다!”

“불가능이라….”

불가능한 게 아니라 당연한 일이다. 지금 자신의 근력과 민첩성은 300에 근접하여 인간이라는 종을 초월한 상태. 아무리 최강의 육체를 지닌 야수연맹의 무인이라고 해도 버틸 수 없었다.

“예전에도 말한 적 있는데.”

“으윽….”

라온이 차게 웃으며 제천검에서 한 손을 뗐다. 한 손만으로 누르고 있음에도 가로나는 검을 밀어내지 못했다.

“내 근육은 단단하게 압축된 실전 근육이고, 네 근육은 풍선처럼 부풀기만 한 보여주기용 근육이잖아.”

“이놈이….”

손가락으로 각자의 팔근육을 가리키자, 가로나의 눈동자가 시뻘겋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한 마디로 내 건 실전 압축 근육. 넌 패션 근육이라는 거지.”

“닥쳐라!”

가로나가 참지 못하고 양팔을 들어 올렸다. 지금까지 직선으로만 뻗어오던 그의 힘이 나선으로 비틀어지며 강대한 충격이 일어났다.

쿠와아아아앙!

거대한 폭발과 함께 라온과 가로나가 대련장의 양 끝으로 밀려났다.

“네놈이 무슨 사술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육체가 나보다 위라는 건 인정한다.”

가로나가 입술을 깨물며 왼팔을 앞에 두고, 오른팔을 뒤에 놓으며 자세를 낮췄다.

“하지만 쓰는 방법이 어설퍼. 힘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마.”

“얼마든지.”

라온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나와야지.’

최강의 육체를 어떻게 운용하는지 보고 싶어서 이 자리에 섰는데, 알아서 보여준다니 기쁠 뿐이었다.

“그 재수 없는 웃음도 여기까지다!”

가로나가 땅을 박찼다. 돌진해오는 그의 거대한 육체가 환상처럼 세 사람으로 번져 보였다.

‘환검의 묘리를 담은 보법인가?’

전부 진짜 같은데?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들기에 생각할 시간은 많지 않았다.

터엉!

태화일보를 밟았다. 공간을 격하여 좌측으로 물러나려 할 때 가로나의 움직임이 급변했다.

세 명으로 번져 보이던 가로나가 좌측에서 합쳐지며 순식간에 따라붙었다.

후우우웅!

어느새 다가온 가로나의 주먹이 시야를 가렸다. 찰나의 순간에 이루어진 본능적인 판단을 쌓아온 무학이 받친다. 빠르면서도 흉악한 권격이었다.

찌지지직!

라온이 급히 허리를 뒤로 젖혔다. 가로나의 주먹이 일으킨 풍압에 얼굴 피부가 찢어지는 것 같았다.

“멍청한 놈!”

가로나는 우위를 잡은 상태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왼쪽 팔꿈치를 그대로 찍어 내렸다.

‘그 정도는 예상했어.’

라온이 왼발을 뒤로 뺐다. 허리를 세우는 동시에 뒤로 젖힌 제천검을 위로 뻗어냈다.

쿠와아아아앙!

강기를 담은 검과 주먹이 맞부딪치며 무시무시한 충격파가 사위를 휩쓸었다.

“으음….”

라온이 뒤로 밀려 나가며 제천검을 쥐고 있는 손을 떨었다. 만화공을 극성으로 끌어 올렸음에도 손만이 아니라, 팔까지 충격이 전해졌다. 조금만 힘을 뺐다면 뼈에 금이 갔을 정도였다.

‘회전인가.’

조금 전 부딪쳤던 가로나의 주먹에는 강렬한 회전이 깃들어 있었다. 다만 평범한 전사경이나, 나선력과는 달랐다.

‘거기다….’

가로나의 권격에서 특이한 점은 회전만이 아니다. 가로나의 주먹의 타격은 두 번이었다.

첫 번째 타격을 견디자마자, 바로 이어지는 두 번째 충격이 뼈를 울렸다.

‘재밌네.’

라온이 불의 고리를 극성으로 일으키며 입맛을 다셨다. 세 명으로 늘어나는 보법과 기이한 회전이 담긴 권격 마지막으로 두 번의 타격까지. 배울 점이 차고도 넘쳤다.

“이제 얼굴에 여유가 사라져… 웃어?”

가로나는 라온의 얼굴에 차오른 미소를 보고 입매를 비틀었다.

“단숨에 끝을 내주마!”

그가 숨을 들이마시며 발을 굴렀다. 지진 난 듯 갈라지는 대련장 사이로 돌진해왔다. 세 명으로 번지는 보법을 밟으며 거대한 주먹을 내질러왔다.

라온이 눈매를 좁히며 태화사보를 밟아 물 흐르듯 뒤로 물러섰다. 그 순간 세 명의 가로나는 중앙으로 합쳐지며 눈이 따라갈 수 없는 속도로 공간을 파고들어 왔다.

‘세 모습으로 변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어.’

적이 어느 쪽으로 움직여도 반응할 수 있도록 고안한 본능과 이성이 합쳐진 보법이었다.

‘그리고 그걸 가능케 하는 건….’

부드러운 발목.

가로나의 발목을 보았다. 두꺼운 발목이 좌우로 번갈아 흔들리며 부드러운 회전을 일으키고 있었다.

가로나는 오러 운용만이 아니라, 발목의 관절과 내부의 근육을 최대한 이용하여 이 미친 속도와 변화의 보법을 사용한 것이다.

후우우우웅!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가로나가 주먹을 뻗어왔다. 빠르면서도 강맹한 압력에 맞지도 않은 손등에서 핏물이 터져 나왔다.

‘지금 최선은….’

라온은 제천검을 내리그어 만화공 백화 염주벽을 일으켰다. 적색 불꽃으로 타오르는 벽이 가로나의 주먹과 맞부딪쳤다.

쿠와아아아아앙!

강대한 회전력이 담긴 권격이 염주벽의 불꽃을 비틀어냈고, 두 번째로 뻗어온 충격이 그 빈틈을 뚫어버렸다.

터어어엉!

라온이 두 번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뒤로 튕겨 나갔다. 휘청이는 다리에 힘을 주고서 탁한 숨을 내뱉었다.

“하아….”

강대한 충격에 속이 울렁거렸지만, 가로나가 보여준 체술의 비밀을 알았기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것도 회전이었어.’

전사경과 나선력은 마나 회로를 지나는 오러에 회전을 걸어 무학의 위력과 관통력을 높이는 요소다. 어딜 가나 비슷한 묘리로 운용되는 무학이지만, 가로나의 것은 달랐다.

‘근육의 회전.’

가로나의 권격은 그저 오러와 관절만 회전시키는 게 아니라, 허리와 어깨 팔 그리고 손목 내부의 근육까지 회전시켰다. 오러와 관절 그리고 근육의 회전력을 모두 이용한 무학이었다.

‘근육의 회전은 생각도 못 했어.’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근육을 한 번 더 움직이다니, 놀라운 방식이다. 새로운 깨달음에 뇌리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다만 모든 비밀이 풀린 건 아니다. 아직 충격을 두 번 일으키는 방법은 파악하지 못했다.

“끈질긴 놈!”

가로나가 섬전처럼 쇄도해 위에서부터 주먹을 내리찍었다. 이 또한 야수연맹의 무학인지, 근육과 손목, 오러가 회전하며 뼛속까지 울리는 충격이 일어났다.

권격은 단순하면서도 사나웠지만, 라온이 보는 건 권격 자체가 아니었다. 그는 첫 충격만이 아니라, 두 번째 충격까지 정면에서 견뎌냈다.

쿠우우우웅!

대련장 끝으로 밀려나간 라온의 입술에서 핏물이 흘러내렸다. 강기조차 뚫어내는 관통력을 지닌 권격을 계속 정면에서 막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랬군.’

두 번의 충격을 일으킨 비밀은 주먹 자체였어.

가로나는 권격을 날릴 때 손에 달걀을 잡고 있는 것처럼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가, 적에게 부딪치는 순간 주먹을 꽉 쥐며 오러를 폭발시켜 두 번째 충격을 만들어낸 게 분명했다.

“후우….”

라온이 입가에서 흘러내린 핏물을 닦으며 허리를 쭉 폈다. 내상은 입었지만, 가로나의 모든 비밀이 풀렸다. 만족스러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네놈. 그 반지는 왜 안 찼느냐?

라스가 얼음꽃 팔찌에서 튀어나와 어깨에 내리 앉았다.

‘청홍환?’

-그렇느니라.

‘내 실력으로 이기고 싶어서 안 꼈어.’

-흥. 평소에는 악마보다 더한 놈이 이상한 곳에서는 정정당당하게 구는구나.

라스는 조롱하는 말과 달리 마음에 드는 듯 콧김을 흥 뿜어냈다.

-본왕도 그런 면이 있느니라. 장비? 아티팩트? 좋다. 좋지. 하지만 진짜 챙겨야 할 것은 스스로의 무력이니라, 본왕이 마계에 있을 때….

‘지금 바쁘니까. 나중에.’

라온은 수다를 시작하는 라스를 손등으로 쳐내고서 가로나에게 집중했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어.’

회전력의 비밀은 알아차렸지만, 그걸 얻어가는 건 다른 일이다. 계속 부딪치며 그 묘리를 익혀야 했다.

‘따라하기에 딱 맞는 검술이 있지.’

만화공 회천.

회천은 손목과 오러를 모두 회전시켜 톱날처럼 돌아가는 불꽃을 만드는 만화공의 검술. 야수연맹의 체술을 얻어가기엔 제격인 무학이었다.

“나와 정면으로 부딪쳐서 이 정도로 버틴 건 네놈이 처음이다.”

가로나의 표정은 애매했다. 분한 듯 보이면서도 옅은 웃음기가 스며들어 있었다.

“힘과 힘으로 부딪치는 게 이리 재밌을 줄은 몰랐다. 네가 언제까지 버텨줄지 기대가 되는군.”

그가 손가락을 풀며 큼지막한 미소를 지었다. 최후의 승자는 본인이라 믿고 있는 표정이었다.

쿠오오오오!

가로나가 두 손을 펼친 채 오러를 모조리 끌어 올렸다. 어깨 위로 붉은 아지랑이가 피어날 정도로 강대한 기운이 끝없이 타올랐다.

“지금부터가 진짜다!”

그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와 주먹을 내리찍었다.

쿠웅!

라온이 진각을 밟으며 만화공을 극성으로 일으켰다. 불의 고리를 통해 본대로 가로나의 움직임을 따라 육체와 오러 그리고 근육을 동시에 회전시켰다.

쩌어어어엉!

세 걸음을 물러난 가로나와 달리 라온은 일곱 걸음을 밀려나며 손을 떨었다.

‘역시 바로 되지는 않네.’

오러의 움직임이 아니라, 육체. 그것도 근육의 움직임이었기에 쉽사리 따라 할 수가 없었다.

‘다만….’

방법은 알겠어.

첫 시도는 실패했지만, 가로나가 어떻게 근육을 움직이는지 알 것 같았다.

‘오러.’

그는 오러로 근육의 세밀한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아직 멀었다!”

가로나가 재차 달려든다. 뻗어오는 주먹에 담긴 맹렬한 힘이 전신을 짓눌러왔다. 같은 방향으로 회전하는 관절과 근육, 강기가 어우러지며 무시무시한 충격파가 일어났다.

“좋다.”

라온이 입맛을 다시며 제천검의 칼날 위로 시뻘건 불길을 일으켰다.

“끝까지 가보자.”

*     *      *

라온과 가로나의 부딪침에 대련장 바닥이 가뭄 난 논처럼 갈라진다.

마법사들이 계속해서 보호 마법을 펼치고 있음에도 찰나에 순간에 찢어져 의미가 없을 정도였다.

“이, 이게 인간의 싸움인가?”

“뭐, 이런 결투가….”

“설화검협은 대체 왜 맞서서 싸우는 건데! 피한 뒤에 빈틈을 노릴 기술이 있잖아!”

“그러니까. 왜 장점을 버리고, 가로나의 필드에서 싸워주는 거냐고!”

관객들은 가로나와 정면 대결을 벌이는 라온을 보고 당황하며 헛바람을 흘렸다.

“무슨 약점이라도 잡힌 거 아니야?”

“저길 봐라. 웃고 있잖아. 절대 아니지.”

“미쳤어. 이런 정신 나간 결투는 태어나서 처음 봐….”

“가슴이 쫀득쫀득하네. 이게 남자의 대결이지!”

“라온! 끝까지 버텨라!”

“가로나! 절대 지지 마!”

사람들은 서로를 향해 검과 주먹을 뻗어내는 라온과 가로나를 향해 목이 터질 정도의 함성을 질렀다.

“이런 전개는 예상 못 했는데.”

체임버가 고개를 앞으로 쭉 내밀어 대련장을 내려다보았다.

“이렇게 치고받는 싸움이 될 거라고 예상한 사람 있어?”

그녀가 뒤를 돌아보며 물었지만,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걸 누가 예측했겠습니까.”

레크로스 국왕이 가로나의 주먹을 막아내는 라온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보리니 키튼을 꺾은 것처럼 빈틈을 노릴 줄 알았는데, 저 가로나와 정면에서 맞붙을 줄이야….”

그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설화검협의 육체 능력은 제 예상을 한참 뛰어넘고 있군요. 저런 형태와 크기의 근육에서 어떻게 저런 위력이 나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데루스 로베르트도 어처구니가 없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다만 그의 눈동자는 다른 육황의 수장들과 달리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크하하하하!”

오그람이 머리를 쓸어 올리며 광소를 터트렸다.

“저 꼬마. 볼수록 마음에 드는군!”

그는 앞으로 내달려 가로나에게 회천을 날리는 라온을 가리키며 히죽였다.

“가진 힘을 모조리 끌어 올려 정면에서 부딪친다! 간단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저 녀석은 진짜 무인이다!”

오그람이 고개를 돌려 글렌을 바라보았다.

“영감과 달리 야수의 피가 넘치는 아이야. 연맹에 데리고 가고 싶을 정도라고.”

“그리되면 야수연맹은 세상에서 지워지겠지.”

글렌이 차가운 시선으로 오그람을 노려보았다.

“농담도 늘었군!”

오그람은 글렌의 말을 농담이라고 생각했는지 더 큰 웃음을 터트렸다.

“음….”

셰릴은 글렌의 서늘한 기운을 느끼며 어깨를 떨었다.

‘그거 농담이 아닐 텐데….’

오그람은 농담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글렌은 진심이었다. 그가 라온을 건드렸다간 정말 야수연맹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저 작은 육체로 가로나에 맞서고, 물러서지 않는 점은 칭찬해주지. 하지만 거기까지야.

오그람은 언제 웃었냐는 듯 진중한 눈빛으로 라온을 바라보았다.

“가로나의 진짜 장점은 파괴력만이 아니라, 회복력과 내구력. 서로를 내부에서 파괴한다면 결국 쓰러지는 건 저 꼬마가 될 거야.”

오그람이 입맛을 쩝 다시고서 의자에 등을 기댔다.

“정면으로 부딪친 순간 승자는 이미 결정됐어. 오기로 견디고 있지만 오래 버티지 못할 거다.”

“네 눈은 여전히 옹이구멍이로군.”

“무슨….”

“저 아이의 검을 보아라.”

글렌이 긴 손가락을 들어 라온을 가리켰다.

화아아아아!

라온의 허리와 팔, 손목이 기묘한 회전을 일으킨다. 톱날처럼 타오르기만 하던 불꽃이 검극에 응집되며 태양과도 같은 적색 구체를 만들어냈다.

“저, 저건….”

오그람은 라온의 움직임을 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턱을 떨었다.

“흑수족의….”

“저 아이의 시작은 느리지만….”

글렌이 만족스러운 듯 입매를 말아 올렸다.

“그 끝은 언제나 승리를 향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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