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316화 (316/653)

제316화

“이, 이러다 죽어요…. 다 죽는다고요….”

도리안이 연무장 바닥을 기며 턱을 떨었다. 눈동자에 촛점이 사라져 있었다.

“벌써 날이 밝았어. 크헤헤헤헤!”

버렌은 대자로 누운 채 떠오르는 해를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평소의 침착함은 가출했는지 실성한 듯한 표정이었다.

“시발. 시발. 시이발!”

마르타는 숨소리를 리듬 삼아 허공을 향해 욕을 퍼부었다. 지쳤는지 점점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라온이 제일 못생겼어….”

루난은 연무장 바닥에 머리를 박은 채 자꾸 못생겼다는 소리를 해댔다. 가끔 어젯밤의 아이스크림이 그립다고도 중얼거렸다.

“대, 대체 왜 저 인간 수련은 이렇게 힘든 거야?”

“적응이 안 돼. 적응됐다 싶으면 강도가 올라가니까. 진짜 뒈지겠다고….”

“흐, 흑환 때문이기도 하지.”

“저거 내가 부수라고 했잖아!”

“부숴도 소용이 없어. 도리안 저 자식 배 주머니에서 복사가 된다고….”

“그럼 도리안을 부수자.”

광풍단 검사들도 모두 연무장에 드러누웠다. 넋이 나간 듯 다들 헛소리만 내뱉고 있었다.

라온은 수련을 시작할 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모습으로 쓰러진 광풍단 앞에 섰다.

“쉬면서 들어.”

“또, 또 뭘 하시려고….”

도리안이 공포에 질린 눈으로 손을 떨었다.

“지금부터는 이론 교육이다.”

라온이 훈련생을 가르치던 교관들처럼 허리를 펴고, 뒷짐을 졌다.

“먼저 오웬 왕국부터 시작한다. 오웬 왕국 검술의 특징은 빈틈을 노리는 예리하면서도 정확한 검격이다. 바늘구멍처럼 자그마한 공간도 놓치지 않고 찔러 들어오지.”

“빈틈….”

“정확성인가.”

“거기다 감각도 좋아. 상대의 약점과 흐름을 파악하는 눈은 육황 중 제일이다. 단 한 순간도 마음을 놓아서는 안 돼.”

육황 제일의 눈이라는 말에 광풍단이 마른침을 삼켰다.

“다음으로 야수연맹.”

라온이 두 번째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야수연맹의 무인들은 육황오마 중 최고의 육체를 지니고 있다. 오러를 운용하지 않은 맨몸으로도 잘 벼린 검을 견딜 정도지.”

“으윽….”

“그럼 그냥 괴물 아닌가?”

“잘 말했어. 괴물.”

괴물이라고 말한 검사에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야수연맹은 대륙에서 괴물이라 불린다. 강철 같은 육체와 바위를 찢어버리는 괴력 그리고 야성의 본능으로 갈고 닦은 무학까지. 맨손이지만, 무기를 들고 있는 무인들보다 몇 배나 더 위험해.”

“근데 좀 단순해 보이던데?”

“맞아. 꼭 몬스터 같은 느낌이었어.”

검사들은 연회장에서 본 야수연맹의 무인들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셨다.

“단순하기에 더 무서운 법이지. 전략 따위 무시하고, 검기는 몸으로 받아치면서 멧돼지처럼 달려들면 오금이 저려 올걸.”

라온이 차게 웃으며 주먹 위로 오러를 일으켰다. 열기로 타오르던 주먹이 바위 크기로 부풀어 올랐다. 맞았다간 다치는 정도가 아니라, 몸이 터질 듯한 모양새였다.

“이게 야수연맹의 오러 운용이다.”

“어우….”

“무, 무섭긴 하네.”

“맞으면 주, 죽겠는데….”

광풍단 검사들은 오싹해졌는지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세 번째는 발카르의 마법사와 기사들. 발카르 마법사들의 특징은 빠른 마법 전개다. 마나의 축복을 받은 그들의 영창은 빠르면서도 정확해. 평범한 마법사들을 상대할 때처럼 속전속결로 끝내려고 하다간 역습에 나가떨어질 거다.”

라온이 세 개의 손가락을 세우며 짧게 혀를 찼다.

“반면 발카르의 기사들은 마법사들의 보호가 주 임무인지라 방어 위주의 검술과 오러를 익혔어. 강철보다도 단단한 그들의 방어 검술을 깨는 건 쉽지 않을 거야.”

발카르는 마법사가 중심이 되는 왕국이지만, 그렇다고 기사들이 약하지도 않다. 마법사들을 보호하는 기사들의 방어는 다른 육황의 무인들도 쉽게 깨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로베르트.”

라온은 로베르트의 이름을 말하며 흥분하지 않기 위해 불의 고리를 운용했다.

“그들의 검술은 남쪽의 바다와 닮았다.”

“남쪽의 바다는 맑고 잔잔하지 않나요?”

도리안이 눈동자를 위로 올리며 물었다.

“맞아. 우리가 다녀왔던 가젤 강보다도 잔잔하지. 그들의 검술은 그런 바다를 본떠 부드러우면서도, 유려하다. 적의 검술에 담긴 오러와 흐름을 지워버리는 특징도 있지.”

“허….”

“거, 검술의 흐름과 오러를 지운다니….”

“그러면 무적 아니야?”

검술의 흐름을 지운다고 하자 광풍단 검사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게 다가 아니야. 남쪽에는 1년에 한 달 정도 파도가 하늘 끝까지 올라가는 시기가 있다. 그 파도처럼 로베르트의 검술은 잔잔하고 유연하게 버티다가 기회가 왔을 때 파랑을 일으키지. 그때의 공격력은 다른 가문보다 강력해지니까. 조심해야 해.”

라온은 로베르트 가문의 검술을 설명해준 뒤 낮은 숨을 뱉었다.

‘기본밖에 알려줄 수 없어서 답답하군.’

로베르트 가문의 검술을 아예 파훼하는 방법도 알려주고 싶지만 그걸 가르쳤다간 데루스의 의심에 박차를 가하게 만드는 꼴이다. 지금은 광풍단 검사들이 가지고 있는 실력으로 상대를 꺾게 만들어야 했다.

“근데 부단주님은 그걸 다 어떻게 아시는 거예요? 다른 육황에 가보신 적 없잖아요.”

도리안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단주님께 배웠다.”

잠시 고민했지만, 언제나 통용되는 리메르 패스를 사용했다.

“끄으응….”

“그, 그런 괴물들을 이길 수 있으려나?”

“다들 우리보다 나이도 많던데.”

“으, 갑자기 속이 울렁거려.”

광풍단 검사들은 네 세력의 특징을 듣고서 겁에 질린 듯 입술을 떨었다.

“이 겁쟁이 새끼들!”

마르타가 비틀대면서 몸을 일으켰다.

“우리보다 힘든 길을 거쳐온 놈들이 있을 거 같아? 다 좁밥이라고!”

그녀는 뒤에 있는 검사들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오랜만에 맞는 말을 하는군.”

버렌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죽을 위기를 헤쳐 온 건 한두 번이 아니야. 그런 경험은 다른 육황이라고 해도 쉽게 못 하지.”

그도 주먹을 말아쥔 채로 미소를 지었다.

“이제 보호받기만 하는 건 질렸다고 했잖아.”

루난도 평소의 맹한 눈이 아니라, 별빛처럼 빛나는 눈동자로 라온을 바라보았다.

“그건 그러네요.”

“맞아. 지그하르트 광풍단이 싸우기도 전에 겁을 먹을 수는 없지.”

“상대를 꺾을 대책을 생각해봐야지.”

광풍단 검사들도 조장들의 말에 힘을 얻었는지 모두 일어서서 자리를 잡았다.

“좋은 눈빛이다.”

라온은 열기로 달아오른 광풍단 검사들의 눈동자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럼 첫 번째로 설명했던 오웬의 날카로우면서 정확한 검술을 막는 방법은 뭘까?”

“선수필승. 적보다 더 빠르게 공격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크레인이 슬며시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아니면 방어 위주로 버티다가 적의 힘이 빠졌을 때 공격하는 법도 있겠지.”

버렌이 몸을 일으키며 입맛을 다셨다.

“둘 다 나쁘지 않지만, 더 좋은 방법이 있다.”

“더, 더 좋은 방법?”

뭔가 불안감을 느꼈는지 마르타가 목소리를 떨었다.

“그래. 빈틈을 안 만들면 되는 거야.”

“어….”

“빈틈을 없앤다고?”

“그, 그게 가능해?”

“하루밖에 안 남았는데?”

“물론 가능하지.”

라온이 서늘하게 미소를 지었다. 해가 떠올랐지만 그의 미소는 어젯밤보다 더 어두워 보였다.

“인간은 죽기 직전까지 몰아붙이면 확실하게 발전하더라고. 내가 해봐서 잘 알아.”

“주, 죽기 직전?”

“몰아붙여?”

“누, 눈동자가 돌아갔어! 어제보다 더 돌아갔다고! 저러다 튀어나오겠어!”

도리안이 네발로 기면서 물러섰다. 그는 배 주머니에서 바위와 모래를 꺼내서 벽을 쌓기 시작했다.

“기분 탓이야.”

라온이 부드러운 목소리를 흘리며 광풍단에게 다가갔다. 불에 타오르는 제천검으로 도리안이 만들어놓은 벽을 깨부쉈다.

콰아아아앙!

무너지는 바위 조각 사이로 라온의 붉은 눈동자가 섬뜩하게 번쩍였다.

“히익!”

“으어어억!”

“꺄악!”

도리안만이 아니라, 광풍단 모두가 기겁하며 비명을 질렀다.

“내일까지 너희를 죽…아니, 진짜 실력을 끌어내 주지.”

*     *      *

“진짜 실력을 끌어내는 게 아니라, 미친개를 끌어내는 거 아닐까?”

리메르가 라온과 광풍단이 있는 연무장을 몰래 살피며 헛바람을 흘렸다. 그는 태양보다 짙게 타오르는 라온의 눈동자를 보며 입술을 떨었다.

“쓰읍, 여기서도 광견단이라는 이름 퍼지면 곤란한데.”

“난 마음에 드는데?”

셰릴이 도망치지도 못한 채 덜덜 떠는 광풍단을 보며 옅게 웃었다.

“싸우기도 전에 쫄아 버리는 겁쟁이보다 다 물어뜯는 미친개가 훨씬 낫지. 안 그래요?”

그녀가 대답을 구하듯 뒤를 돌아보았다.

“제 생각도 같습니다.”

로엔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패배할 바에는 목을 물어뜯고 동귀어진을 하는 게 낫지요.”

그는 인자한 얼굴로 오싹한 말을 뱉었다.

‘진짜 여긴 다 미친 인간들밖에 없나.’

리메르가 고개를 젓고서 바로 옆에 서 있는 글렌에게 고개를 돌렸다.

“가주님은 어떻게….”

“라온의 훈련 방식은 광풍단 아이들의 몸과 정신에 쌓아둔 잠재 능력을 끌어내는 훈련이다. 아직 습득하지 못한 무학이 아니라, 이미 익혔지만 적응하지 못한 부분을 위로 떠올리는 거지.”

글렌은 광풍단을 몰아붙이는 라온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런 훈련 방법을 알고 있다니, 어떻게 저리 똑똑하고 현명한지 모르겠군.”

“에?”

“대회 직전에 본인이 아니라, 동료들을 생각하고 교육하는 따스한 마음. 정말이지 모자란 부분이 없는 아이로구나.”

“따스한 마음?”

리메르가 인상을 찌푸리며 연무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쟤가 따스해?’

악마 그 자첸데?

라온은 흉신악살 같은 얼굴로 광풍단을 후려 패고 있었다. 어딜 봐서 따스하다는 건지 모르겠다.

“저기 보시면 눈동자가 돌아가….”

“어젯밤부터 아이들을 훈련 시켰으니 피곤하겠지.”

“아니, 애들 비명이….”

“기합이 시원하군. 모두가 즐거워하는 것 같구나.”

이미 막내 손자에게 콩깍지가 씌인 글렌에게는 어떤 말도 통하지 않았다.

“리메르.”

“예?”

“라온에게 육황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다니. 네 녀석도 제대로 일할 때가 있구나.”

글렌은 수고했다는 듯 리메르의 어깨를 두드리고 나무에서 내려갔다.

“너도 아예 몹쓸 놈은 아니야.”

“허허.”

셰릴과 로엔이 미소를 지으며 글렌을 따라 내려갔다.

“아하하하! 내가 좀 그렇지.”

칭찬을 들은 리메르가 히죽 웃으며 뒤통수를 긁적였다.

“근데….”

그는 눈매를 좁힌 채 라온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그런 말을 했던가?”

*     *      *

결투대회 예선 당일.

예선 시작까지 한 시간가량 남았음에도 왕실 대련장은 이곳저곳에서 모여든 구경꾼들로 가득 차 발 디딜 틈도 없었다.

“크으으, 육황 무인들의 결투를 내 눈으로 보게 되다니, 앞으로 눈물 따위 안 흘린다.”

“이럴 때가 아니면 황금을 퍼줘도 못 보는 거니까.”

“육황이라는 무게감이 실리니까. 아직 유망주들인데도 긴장감이 넘치지 않냐?”

“시간이 너무 안 가. 빨리 시작 안 하나?”

대련장의 좌석에 앉은 구경꾼들은 오늘 보게 될 결투를 기대하며 웃음꽃을 피워냈다.

“어디가 우승하려나.”

“당연히 오웬이지. 이렇게 급조된 결투는 주최 측이 유리한 법이야.”

“그렇다고 하기에는 쟁쟁한 인물들이 너무 많잖아.”

“일단 익스퍼트 급에선 삼왕자 저하께서 승리하시겠지.”

“그건 모르지. 야수연맹의 말코르는 백혈교의 주교를 맨손으로 찢어버렸다고.”

“발카르의 제이나 왕녀도 있잖아. 그녀의 마법은 앞에서 보고도 못 막아.”

“로베르트 가문의 검사들도 하나같이 뛰어나지.”

구경꾼들은 오늘의 승자가 누구일지를 생각하며 입맛을 다셨다. 기사들 몰래 벌써 도박판이 열린 곳도 있었다.

“그럼 메인인 마스터 대결은 어때?”

“그건 대륙십이성 5위 카디스 로베르트 님으로 정해져 있잖아.”

“하긴 1위부터 4위까지는 참여하지 않았으니.”

“아니야. 7위인 보리니 키튼 경의 실력도 많이 올랐다고 들었어.”

“대륙십이성은 아니지만, 마스터 상급에 맞먹는다는 야수연맹의 참룡수 가로나 님도 있다고.”

“아, 심장 떨려. 빨리 좀 시작했음 좋겠다.”

구경꾼들은 익스퍼트 이후에 열린 마스터들의 결투를 상상하며 주먹을 말아쥐었다.

“지그하르트는 어때?”

“음, 나쁘지는 않은데, 우승하기엔 좀 그렇지.”

“일단 다른 곳에 비해 경험이랑 나이가 달리잖아.”

“저 또래에서 2년 차이는 커. 아직 잡기는 무리야.”

“솔직히 만만하지.”

“대륙십이성 2위인 그 남자가 왔다면 모르겠지만….”

“글렌 님은 육황 최강이라고 인정하지만, 다른 검사들은 좀 부족하지.”

최근 글렌의 활약이 대단했기에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그에게 쏠려 다른 지그하르트 검사들은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설화검협 라온 지그하르트가 있잖아.”

“잘 나가긴 했지만, 적에게 납치당했잖아.”

“그래. 홀로 빠져나가지도 못해서 결국 가문의 도움을 받은 애라고.”

“다 떠나서 아직 어려. 마스터 상급에 다다랐다고 하는 창첨검이나 파랑검을 상대하기는 무리지.”

구경꾼들은 라온이 아직 어리기에 마스터 대전에 나가도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할 거라며 손을 저었다.

쿠웅!

모두가 각자의 생각으로 오늘 이루어질 예선을 기대하고 있을 때 대련장의 정문이 열렸다.

철컥.

철과 철이 맞물리는 각진 쇳소리와 함께 은빛 갑주를 두른 오웬의 기사들이 대련장으로 들어왔다. 기사들은 고고한 눈빛을 발하며 중앙 자리로 향했다.

“우와아아아아!”

“오웬! 오웬! 오웬!”

“청수리 기사단이다!”

“영운 기사단도 왔어!”

“창첨검!”

오웬의 안방이었기에 연무장을 채운 구경꾼들은 목청이 터지도록 오웬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후우욱.

파도가 치는 듯한 시원한 바람이 일었다. 두 번째로 들어오는 건 로베르트 가문. 푸른 제복을 입은 로베르트 검사들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우측에 자리를 잡았다.

“우오오오오오!”

“로베르트 가문!”

“기련검대가 왔어!”

“파랑검이다! 파랑검 카디스 로베르트!”

“대륙십이성!”

오웬만큼은 아니지만 로베르트 가문도 그 명성에 못지않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콰아앙!

걸음 소리만으로 대지가 울린다. 보호 장비 없이 맨몸을 그대로 드러낸 야수연맹의 무인들이 야성적인 기파를 일으키며 대련장으로 들어왔다.

“야수연맹이다!”

“이야아아아아아!”

“참룡수가 선두에 있어!”

“악안족도 한두 명이 아니야!”

“오늘 장난 아니겠는데!”

맨몸 그리고 맨손. 최강의 육체로 폭력적인 전투를 치르는 야수연맹의 인기는 오웬 왕국에 뒤지지 않을 정도였다.

찌이이잉!

정제된 마나의 울림과 함께 발카르 마법사들이 대련장으로 입장했다. 비단결 같은 로브를 두른 마법사들의 주변에는 선명한 마나의 축복이 함께 했다.

“우오오오오!”

“발카아아아아르!”

“역시 살라만도 왔구만!”

“제이나 왕녀님! 나 죽어요!”

“타멸의 마도사다!”

발카르는 오웬과 인접한 왕국이었기에 그들의 인지도도 하늘을 찌를 정도로 높았다.

저벅.

지금까지와는 다른 울림이 대련장을 휩쓴다.

오웬처럼 고고하지도, 로베르트처럼 부드럽지도, 야수연맹처럼 무겁지도, 발카르처럼 신비롭지도 않았다.

저벅.

그저 거칠기만 한 걸음 소리였지만 귀를 곤두세우고,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게 만드는 기이한 울림이었다.

저벅.

신경을 집중시키는 발소리와 함께 라온과 광풍단이 대련장의 문을 넘어섰다. 심해처럼 깊게 가라앉은 그들의 눈동자에서 샛노란 광기가 이글거렸다.

“우오오….”

“이, 이게….”

“지그하르트?”

“뭐, 뭔가 분위기가 달라.”

“…저들이 만만하다고?”

구경꾼들은 지그하르트 검사들이 뿜어내는 사나운 광기에 짓눌려 환호조차 지르지 못했다.

“으음!”

“저것들….”

“저게 무슨….”

다른 육황의 무인과 마법사들도 지그하르트 검사들에게서 피어나는 섬뜩한 기세에 마른침을 삼켰다.

후우우욱!

대련장을 침묵시킨 지그하르트 검사들은 좌측에 자리를 잡고 탁한 숨결을 내뱉었다. 회색 연기가 그들을 둘러싸는 듯한 모습이었다.

고오오오.

라온은 모두가 자리를 잡은 후에 뒤를 돌았다. 뜨거운 살기와 차가운 광기를 두른 검사들의 눈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틀 동안 잘 따라와 주었다.”

눈으로 욕을 하는 광풍단을 보며 보이지 않는 목줄을 부숴주었다.

“이제 물어뜯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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