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310화 (310/653)

제310화

“지겹다. 지겨워.”

리메르는 숙소로 돌아가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대체 왜 말을 못 하는 건데.’

후회 가득한 손으로 라온을 안아 줄 수 없다는 글렌의 신념은 이해한다. 하지만 냉정한 척만 하는 건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저렇게 좋아하면서….’

글렌은 결국 로엔을 시켜서 라온이 했던 말들을 수첩에 적어놓았다. 손주의 어록까지 만들려는 인간이 사랑한다는 말 한 번 못 한다는 게 어처구니없었다.

“에휴.”

리메르가 한숨을 푹 내쉬며 눈을 내리감았다.

‘말을 해도 들어 먹질 않으시니.’

먼저 못 다가갈 것 같으면 속마음이라도 밝히라고 말했지만, 고집이 센 글렌은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고 라온만 보면 쌀쌀한 표정으로 인상을 찡그렸다.

“이제 나도 모르겠다.”

억지로 도박할 때보다 머리가 더 아프다. 달달한 술이나 마시고 잠이나 자고 싶었다.

“음?”

산 아래에 도착해서 도시로 들어가려고 때 수풀에서 기척들이 느껴졌다.

“나와.”

리메르는 눈매를 가늘게 좁힌 채 손을 까딱였다.

우측 수풀 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밤하늘 같은 흑발을 어깨 위로 늘어뜨린 마르타가 튀어나왔다.

“알고 있었으면 빨리 좀 말하시죠.”

“숨어 있던 녀석이 할 말이 아닌데….”

리메르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헛바람을 흘렸다.

“여긴 왜 왔어?”

“단주님을 찾아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도시 밖으로 나가셔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마르타는 글렌을 따라 산에 오르는 모습을 보았던 것 같다.

“숙소에서 기다리지.”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요.”

“말해 봐.”

리메르가 기막을 펼친 채 나무에 등을 기댔다.

“검계현신을 배우고 싶어요.”

이쪽을 바라보는 마르타의 검은 눈동자에서 바위처럼 굳건한 기세가 느껴졌다.

“검계현신이라….”

리메르가 입맛을 다시고 마르타가 나온 반대편의 수풀을 바라보았다.

“너희도 나와.”

나오라는 말을 하자, 왼쪽 수풀에서 루난이 슬금슬금 기어 나왔고, 뒤편의 나무 위에서 버렌이 내려섰다.

“뭐, 뭐야! 너희도 있었어?”

마르타는 루난과 버렌을 보며 입을 떡 벌렸다.

리메르는 놀란 마르타를 보며 피식 웃었다. 자신을 미행하느라 집중해서 저 둘이 뒤를 따르는 것도 몰랐던 모양이다.

“나도 검계현신.”

루난이 슬며시 손을 들어 올렸다. 본인에게도 검계현신을 알려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저도 알고 싶습니다!”

버렌은 고개를 빳빳하게 세운 채 소리쳤다.

“갑자기 왜들 그래? 귀찮게.”

리메르가 세 사람을 보며 느릿하게 손을 저었다.

“전에도 말했지만, 육황에서도 지금 너희 수준을 따라갈 수 있는 인재는 드물어. 아니, 거의 없을걸?”

거짓이 아니다. 라온과 함께 죽을 위기를 여러 번 넘긴 광풍단의 무력은 동나이 대 최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라온이 너무 압도적이라 티가 나지 않을 뿐이지 이들은 어디를 가도 유망주로 대접받을 수 있었다.

“그 정도로는 안 돼요.”

마르타가 입술을 깨물며 앞으로 나왔다.

“내가 목을 따야 할 새끼들은 저 하늘 위에 있어요.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이상 상대할 수 없다구요!”

“음….”

그 말이 틀리지는 않았다. 마르타의 적은 10사도와 백혈교주. 특히 백혈교주는 자신의 무력이 돌아온다고 해도 상대할 수 없는 괴물이었으니까.

“너희는?”

“라온과 마르타는 동료입니다. 더 이상은 납치당하는 것도, 힘들어하는 것도 보고 싶지 않습니다.”

버렌은 동료의 적은 자신의 적이라고 말하며 주먹을 말아쥐었다.

“…맞아요.”

루난은 뭐라 말을 하려다 귀찮았는지 맞다고 하며 고개를 크게 꾸벅였다.

“다, 닥쳐! 내 일이야! 너희는 빠….”

“네가 광풍단에 속해 있는 이상 혼자만의 일은 없어.”

마르타가 손을 저으려 할 때 버렌이 내려왔던 나무 위에서 라온이 떨어졌다.

“허억!”

“라온?”

“뭐, 뭐야!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분명 아무도 없었는데!”

마르타가 기겁하며 눈을 부릅떴고, 루난은 눈동자를 빛냈으며, 버렌은 귀신이라도 본 듯 뒷걸음질을 쳤다.

“너희가 줄줄이 움직이길래 재밌어 보여서.”

라온이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너희도 참 많이 변했네.”

리메르가 네 사람을 보며 낄낄 웃었다.

“마르타. 라온의 말이 맞아.”

그는 눈매를 찡그린 마르타에게 시선을 돌리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 광풍단에서 단원의 사정을 남 일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없어. 특히 라온이 납치된 이후는 더해졌지. 누구보다 네가 잘 알 텐데?”

“그건….”

“네 사정이라서 혼자 처리하겠다면 나도 내 마음대로 백혈교와 싸울 거다.”

라온이 마르타 옆에 서며 턱을 들어 올렸다.

“나도.”

루난이 반대편으로 다가와 어깨로 마르타의 어깨를 툭 밀었다. 마르타의 말에 조금 심술이 난 듯한 표정이었다.

“물론 나도 간다. 아니, 단주님 말대로 광풍단이 전부 갈 거다. 다 죽더라도!”

버렌이 팔짱을 낀 채로 콧김을 뿜었다. 절대 물러서지 않을 듯한 표정이었다.

“으으….”

마르타는 이를 꽉 깨물었지만 더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마르타.”

리메르가 살짝 허리를 숙여서 마르타와 눈을 마주쳤다.

“스승 노릇을 거의 안 해서 조언하기엔 조금 민망하지만, 고통은 나누면 반이 되는 법이야. 네 마음이 조금 더 단단해지면 사정을 동료들에게 말하는 것도 고려해봐라. 약간이라도 마음이 풀릴 거다.”

“…….”

마르타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리 싫은 듯한 표정이 아니었다.

짝!

리메르가 크게 손뼉을 쳐서 모두의 시선을 모았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자. 너희 모두 검계현신을 익히고 싶다는 거지?”

“예!”

“그렇습니다!”

“솔직히 귀찮기는 하지만 잘 찾아오긴 했어.”

리메르가 자신감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 스스로 지그하르트 혈족의 검계를 만들기 위해 피와 땀, 눈물을 쏟아가며 노력했으니까.”

나오지도 않는 눈물을 훔치며 코를 훌쩍였다.

“이번 회복을 계기로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는 구결도 만들었지.”

“그, 그러면….”

“그렇지만 나의 어마어마한 노력이 담긴 비법을 그냥 줄 수는 없지.”

어차피 알려줄 거지만, 이 기회에 라온에게 빨린 돈을 좀 받아낼 생각이었다.

리메르가 엄지와 검지를 둥글게 말아서 원을 그렸다. 금화를 표현하는 제스처였다.

“일단 50개만 준다면 다 설명해주지. 먼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발 밑으로 무거운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라온이 바로 던진 금화 주머니였다.

“시작하시죠.”

라온은 빨리 하라는 듯 손가락을 까딱였다.

‘저, 저 자식….’

본래 이런 장사는 처음에 조금 무겁게 시작해서 흥정하려 들면 금화의 개수를 늘리는 맛인데, 저 돈 많은 갑부 놈이 처음부터 금화 50개를 던져서 다 끝나버렸다.

‘제기랄!’

처음부터 100개를 불렀어야 했는데!

“돈 줬는데 분해 보이네요. 빨리 시작이나 하시죠.”

라온은 다 안다는 듯 피식 웃었다.

“진짜 못 당하겠다니까.”

리메르가 한숨을 푹 내쉬고서 떨어진 금화 주머니를 옆으로 밀어놓았다. 묵직한 것을 보니, 50개보다 좀 더 들어있는 것 같았다.

“일단 너희 넷 모두 검계현신을 사용하는 건 가능해. 라온과 버렌은 원조 검계현신을 사용할 수 있을 테고, 루난이랑 마르타는 내 방식으로 써야겠지.”

“그 둘의 차이점이 뭐죠?”

마르타가 마른침을 삼키며 앞으로 다가왔다.

“라온과 버렌의 검계는 자유로워. 속성을 담아도 되고, 안 담아도 되고, 검술이 아니라, 다른 방식을 써도 된다. 본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척할 수 있지. 하지만 나나 루난, 마르타는 가지고 있는 속성에 의존해야 해.”

“아, 그러면….”

“그래. 루난은 수속성, 마르타는 대지 속성으로 정해진다. 이건 절대 바꿀 수 없어. 저들의 피에 들어있는 힘을 극한의 속성력으로 대신하는 거니까. 제대로 말하자면 검계가 아니라, 속성계라고 해야겠지.”

리메르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루난과 마르타를 가리켰다.

“이것도 너희의 속성 친화력이 엘프급으로 높아서 가능한 일이야. 축복받은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것에 감사하도록.”

그는 다시 네 사람 모두에게 시선을 주었다.

“검계와 속성계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여는 방식도 달라. 오늘부터 마르타와 루난은 속성력을 키우는 수련과 심상 수련을 한다. 이건 기본 훈련이랑 상관없어. 추가로 해야 해.”

“물론이죠!”

“네.”

두 사람은 이번에도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라온과 버렌. 심상에 집중해라. 명상을 하면서 상상력을 키워. 너희들도 추가 훈련이야.”

“검술 수련할 때의 심상과는 다른 겁니까?”

버렌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좋은 질문이다. 검계는 단순히 말해서 결계나 진법. 즉, 네가 자신 있는 공간으로 적을 끌어들이는 거야. 그러려면 뭐가 필요할까?”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에 유리한지를 알아야 합니다. 내가 적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를 아는 것도 중요하겠죠.”

라온이 머뭇거림 없이 대답했다.

“음….”

리메르가 눈매를 좁혔다.

‘역시 이 녀석은 들어갔군.’

저런 말을 하는 것을 보니, 다른 이들과 달리 라온은 검계에 한 발 들어간 상태다. 입 밖으로 미쳤다는 말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그래도 꽤 걸리겠지.’

이제 입문이니, 아무리 빨라도 3년은 지나야 반쪽이나마 검계를 열 수 있을 것이다. 부왕과의 대련 전에 검계를 만든다면 딱 좋을 듯싶었다.

“라온의 말이 맞다. 내가 무엇을 잘하고, 적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계속 상상해. 어떻게 하면 더 강해질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적을 물리칠 수 있을지. 너희들의 머릿속 한계를 깨고 더 깊고, 멀리 나아가라.”

검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쌓은 경험과 그 경험을 운용하는 상상력이다. 이 둘만 제대로 갖춰진다면 저 넷은 충분히 검계를 쓸 역량이 있었다.

이제 마지막 충고만 해주면 될 것 같았다.

“저게 뭐지?”

리메르가 손가락을 들어 달을 가리켰다.

“달이잖아요.”

“붉은 달이죠.”

“달?”

“아니, 난 하늘을 가리켰는데?”

리메르는 네 사람을 놀리듯 빙글거리며 웃었다.

“네에?”

“하지만….”

“결국 달도 하늘 위에 떠 있을 뿐이지.”

버렌과 마르타가 따지려 들었고, 라온과 루난은 가만히 있었다.

“견자망월이라는 말이 있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켜도 멍청하게 손가락만 본다는 뜻이지.”

“음….”

“지금 너희가 집중해야 할 건 검술과 오러야. 무학의 경지가 오르지 않으면 검계를 완성한다고 해도 너희가 기대하는 파괴력은 절대 나오지 않을 거다.”

리메르의 눈빛이 진지한 빛으로 반짝였다.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을 보는 우를 범하지 말고, 무학과 오러 연공에 집중하도록. 그 이후에 시간이 남으면 검계를 연습해라. 너희라면 무슨 뜻인지 알겠지.”

“예!”

“감사합니다!”

라온과 버렌, 마르타, 루난이 모두 고개를 꾸벅였다.

“그럼 가봐. 속성 강화 구결을 불러주어야 하니까. 마르타와 루난은 내일은 내 옆에서 움직이도록”

“알겠어요.”

“네.”

버렌과 마르타, 루난은 리메르에게 고개를 숙이고서 숙소로 돌아갔다.

“단주님.”

라온은 세 사람을 따라가지 않고 리메르의 앞에 섰다.

“오늘은 제대로시네요.”

“너희들의 눈빛을 보니까 장난을 칠 수가 없더라고.”

“그러실 줄 알고, 저도 조금 더 넣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는 정중하게 고개를 꾸벅이고서 숙소로 향했다.

“음!”

리메르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바닥에 있는 금화 주머니를 들어 올렸다.

‘확실히 무거워.’

옆으로 치울 때도 느꼈지만 주머니는 금화 50개 정도의 무게가 아니었다. 대충 헤아려도 100개는 되어 보였다.

‘하긴 50개씩 가지고 다니진 않겠지.’

리메르는 땡잡았다고 중얼거리며 주머니를 열었다,

“어?”

그리고 그대로 굳어졌다.

“마, 많네. 많은데….”

주머니 안에 돈은 확실히 많았다. 다만 그 색은 찬란한 금빛이 아니라, 묵묵한 은빛이었다.

“이거 은화잖아!”

리메르가 악을 지르며 라온에게 달려갔다.

“야이 사기꾼 자식아! 어딜 은화를….”

“사기꾼? 108개나 드렸는데요?”

라온은 오히려 황당하다는 듯 입을 동그랗게 벌렸다.

“108개고 자시고! 금화가 아니라 은화잖아!”

“전 금화를 드린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내가 분명 금화라고….”

“단주님도 금화라고 안 하셨습니다.”

“아….”

리메르의 눈동자가 회까닥 돌아갔다.

‘아, 안 하긴 했어….’

요즘 단원들과 분위기가 좋아서 속물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금화라는 말을 하지 않은 게 실수였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 누가 은화를 생각하겠는가. 암묵적인 합의로 당연히 금화라고 생각하지.

“이런 비기를 전수해주는데 당연히 금화지! 누가 은화를….”

“이런 쪽에서도 가르침을 주시는군요. 저는 이런 거래를 많이 안 해봐서 잘 몰랐습니다.”

라온이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다음부터는 조심할게요.”

그는 그렇게 말하고 손을 저으며 떠났다.

“아….”

리메르가 손에 든 주머니를 툭 떨어뜨렸다.

“악마 같은 새끼….”

저건 크게 될 거야.

아주 더럽게 크게….

*     *      *

라온은 일행의 뒤를 좀비처럼 느릿하게 따라가며 혀를 찼다.

‘쉽지 않군.’

리메르와 라스의 조언 덕분에 몇 년 전부터 심상 속에서 검을 펼쳐왔지만, 검계를 이루는 건 달랐다.

가장 멀리 나아갈 수 있는 검술, 현재 가장 자신 있는 검술, 다양한 적을 상대할 때 가장 효율적인 검술들을 고려하다 보니 진도가 나가질 않았다.

‘끝이 없어.’

리메르가 왜 기본 훈련을 빼먹지 말고, 검계는 마지막에 수련을 하라고 지시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래도 계속하면 나아지겠지.’

전생도, 현생도 포기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다. 10년 후에 검계를 쓸 수 있게 된다고 해도 꾸준히 발전해서 원하는 검계를 이룰 것이다.

-어이.

라온이 다시 심상 속에서 검술 수련을 하려고 할 때 얼음꽃 팔찌에서 라스의 머리가 쏙 튀어나왔다.

-저놈 죽으려고 하느니라.

라스가 말에 온몸을 맡긴 채 축 늘어진 리메르를 가리켰다.

‘음….’

라온이 맛탱이가 간 리메르의 눈동자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아직도 저 상태인가.’

금화 주머니에 은화를 넣어둔 게 충격이었는지 나흘이 지났는데도 리메르는 넋이 나가 있었다.

‘좀 챙겨줘야겠네.’

은화를 가지고 있었을 뿐이지, 일부러 리메르를 놀리려고 한 건 아니었다. 돌아가는 대로 수업료를 두둑이 챙겨주기로 마음먹었다.

-귀때기를 챙기는 김에 본왕도 챙기거라.

‘무슨….’

-구슬 아이스크림 민트초코 맛으로 한 세트면 충분하느니라.

참으로 뻔뻔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디서 이런 솜사탕이 굴러왔는지 모르겠다.

‘너는 정말….’

라온이 라스를 밀어내려고 할 때 선두의 걸음이 언덕을 넘어서 멈춰 있었다.

갓 만들어진 발자국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니, 언덕 아래로 거대한 은빛 왕성이 보였다.

고오오오!

왕성은 무인이라도 된 것처럼 고고한 기파를 뿜어내고 있었다.

‘지그하르트와는 다르군.’

지그하르트가 거칠고 난폭하다면 오웬 왕성은 곧으면서도 예리한 기세를 흘렸다.

-흐음!

손에 밀려서 얼굴이 반쯤 찌그러진 라스가 왕성을 보며 탄성을 흘렸다.

-저곳에도 꽤 괜찮은 놈이 있구나. 이곳까지 그 기운이 전해져오는군.

‘그렇겠지.’

라온이 왕성의 중심을 보며 검병을 움켜쥐었다.

‘저곳에도 있으니까.’

육황의 세 번째 초월자.

묵검존이라 불리는 남자를 만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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