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3화
버렌은 유성우처럼 떨어지는 혈기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정말 저걸 부수다니….’
해가 사라지고 주술진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손가락 하나 꼼짝하지 못했다. 그란세빌 전체를 아우르는 혈기의 규모에 압도되어 마른침만 삼켰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당황이라는 감정이 없는 듯한 루난마저 식은땀을 흘리는 게 보였다.
광풍단 모두가 긴장하여 손을 떨고 있을 때 라온에게서 오러 메시지가 들려왔다.
[쫄았어?]
심각한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경박한 말에 이마에 힘줄이 돋아났다.
[난 너희들을 그렇게 나약하게 가르치지 않았는데.]
그 서늘한 목소리에 저 녀석과 했던 훈련들이 떠올랐다. 죽음의 술래잡기, 무박 대련, 인성 파괴 훈련 등. 생각하는 것만으로 등골이 오싹한 지옥들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그래. 저딴 주술에 죽기엔 너무 멀리 왔어.’
버렌이 검병을 꽉 말아쥐었다. 진짜 지옥을 맛봤기에 주술진에 짓눌렸던 투지가 다시 활활 타올랐다.
“저 인간에게 주먹을 날리기 전에는 못 죽지.”
“그래. 꼭 한 방 먹여야 해.”
“버티자고.”
“그 자식 훈련에 비하면 저런 건 아무것도 아니야.”
다른 광풍단원들도 마음을 다잡고 주술진을 노려보았다. 그들의 눈에 비치는 감정은 두려움이 아니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눈빛 좋네.]
라온은 이쪽을 보지도 않아 놓고,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주술은 걱정할 필요 없어. 저건 내가 깬다. 너희는 너희가 할 일을 해라.]
라온은 약속대로 홀로 주술진을 깨부수고, 7사도에게 칼까지 박아넣었다.
버렌과 광풍단은 주먹을 꽉 말아쥔 채 라온을 보았다.
동기에서 동료. 그리고 이젠 앞에 선 남자의 등을 바라보며 승리를 기원했다.
* * *
라온은 7사도의 상처를 보며 눈매를 좁혔다.
‘아쉽군.’
깊지는 않았어.
7사도는 진혼검이 쇄도한 순간 몸을 뒤로 젖혀 치명상을 피했다. 가슴의 출혈을 막으면서 자세를 낮추는 걸 보면 후속 공격도 대비하고 있었다.
‘폭발하지 않는 건가.’
당황한 건 분명하지만 이성을 잃지는 않았다. 이전의 싸움을 통해 폭주하면 그대로 당한다는 걸 깨달은 것 같았다.
“인정하지.”
7사도는 가슴의 상처를 억지로 틀어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출혈은 막았다고 해도 요기 때문에 고통이 엄청날 텐데 크게 티를 내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런 식으로 칼을 날릴 줄은 몰랐다. 참신하군.”
“인정꾼인가? 너 혼자 무슨 인정을 그리해대는 거지?”
라온이 코웃음을 치며 제천검을 휘돌렸다.
“네 인정 따위는 필요 없다. 내가 원하는 건 오직 네 목뿐이야.”
호흡을 고르고 두 검을 쥔 팔을 사선으로 교차했다.
‘빨리 끝내는 게 좋겠군.’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혈현괴진을 깨부수며 상당량의 오러를 소모했다. 시간을 끌 필요 없이 빠르게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이 벌레 같은 놈이….”
검을 맞은 것보다 조롱하는 말이 더 자극적이었는지 7사도가 얼굴을 구기며 톱칼을 겨눴다. 톱칼 위로 머리털이 쭈뼛 설 정도의 혈기가 타올랐다.
터어엉!
라온이 거칠게 땅을 박찼다. 태화이보를 밟아 섬전처럼 7사도의 정면으로 돌진했다.
“이놈!”
7사도가 본인을 무시했다고 생각한 듯 정면으로 톱칼을 내쳐왔다.
후우우웅!
강대한 혈기에 휘감긴 섬찟한 칼날이 눈앞까지 이르렀다. 빠르면서도, 무거우며, 예리하기까지 했다.
‘검술도 달려졌어.’
달라진 건 그저 경지만이 아니다. 7사도는 새로운 최상급 검술까지 습득한 상태였다.
터억!
라온이 발목을 살짝 튼 왼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물 위를 걷는 듯 부드럽게 대지를 밟으며 제천검으로 연성검술을 그려냈다.
쩌어어엉!
별자리를 따라 흐르는 은빛 칼날이 차디찬 냉기를 담아 7사도의 톱칼을 차단했다.
라온이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방어를 했으니, 공격을 할 차례. 얇게 잡은 진혼검으로 화령을 피워냈다.
짧은 칼날에서 피어난 노랗고, 붉은 꽃잎들이 날카로운 폭풍이 되어 7사도를 덮쳤다.
“이것도 본 것이다.”
7사도가 힘을 빼며 뒤로 물러섰다. 톱칼을 풍차처럼 돌려 혈기의 막을 일으켰다.
“그때와는 조금 다를걸.”
라온의 목소리가 울린 직후 꽃잎들의 움직임이 급변한다. 불꽃의 조각들은 살아 숨 쉬는 듯 나아가 7사도의 급소 앞에서 열화의 기운을 폭발시켰다.
콰아아아아앙!
연달아 터지는 충격에 7사도가 일으킨 혈기의 벽이 크게 출렁였다.
“크으, 이런 위력을….”
“강해진 건 너만이 아니야.”
라온이 턱을 모로 틀며 입매를 끌어 올렸다.
“네가 날 앞섰다고 생각한다면 아무것도 못 하고 죽게 될 거다.”
“뭐?”
“이전에도, 지금도 넌 내 아래다. 주절대지 말고 죽어라.”
확신을 담은 선언에 7사도의 턱이 불안해 보일 정도로 흔들렸다.
“이 건방진 새끼가!”
7사도가 악을 지르며 달려든다. 분노하여 힘을 폭발시켰지만, 검세는 더 날카로워졌다. 차가운 이성을 버리지 않은 채 위력만 강화한 것 같았다.
쩌어엉!
역수로 쥔 진혼검으로 멧돼지처럼 밀고 들어오는 7사도의 검격을 막았다. 전력을 다했는지 어깨와 팔뼈가 뻐근하고 뱃속까지 충격이 일었다.
“벌레 같은 놈! 검을 휘두를 수도 없게 이대로 짓밟아주마!”
7사도는 검이 막힐 것을 예상한 듯 손목을 회전시키며 바로 두 번째 검격을 내질러왔다.
화르르륵!
톱칼에 깃든 혈기가 순간 세 배로 부풀며 전신을 찍어 눌러왔다. 예리함을 줄이고, 무게와 위력을 극대화한 절기인 것 같았다.
‘확실히 위력은 강해.’
7사도의 검격에는 마스터 상급 수준의 힘이 깃들어 있다. 하지만 놈이 올라선 경지는 상급이 아니었다. 끽해야 중급의 극.
‘그 정도라면….’
내가 더 유리해.
경지는 당장 따라잡을 수 없지만, 힘과 속도 그리고 오러는 얼마든지 쫓을 수 있었다.
후우우.
라온이 폐에 차오른 탁기를 빼내며 불의 고리를 극성으로 공명시켰다.
찌이이이잉!
내려오는 7사도의 톱칼이 느려지고, 그 힘의 흐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숙련도는 그리 높지 않아.’
집중력을 갈고 닦아 7사도가 내리친 검격의 빈틈을 찾았다. 꽉 차오른 혈기의 불꽃 속에서 검극 부분의 미약함이 느껴졌다.
만화공 백화.
적섬.
제천검의 검신 위로 빛살처럼 타오른 불꽃의 선이 톱칼의 끝을 후려쳤다.
쩌어어어엉!
무식할 정도의 힘이 담겼던 톱칼이 거칠게 튕겨 나갔다.
“이, 이게!”
7사도가 미꾸라지처럼 몸을 빼려 할 때 태화보를 밟았다. 공간을 접으며 따라가 놈의 어깨를 향해 진혼검을 내리찍었다.
콰드드득!
7사도의 쇄골이 뜯겨나가며 탁한 핏물이 분수처럼 치솟았다.
“끄아아악!”
놈이 어깨를 부여잡은 채 물러나며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어, 어떻게 혈마중결을 깰 수가….”
“…….”
라온은 대답하지 않고 재차 태화보를 밟았다. 물길을 탄 듯 나아가 좌측으로 파고들었다.
“꺼져라!”
7사도는 마스터에 오른 무인답게 순식간에 당황을 지우고 톱칼을 휘둘러왔다. 그것도 조금 전 검격과 비슷할 정도로 위력적인 검세였다.
‘이 정도 반항은 예상했어.’
물러서지 않았다. 역수로 쥔 진혼검 위로 둥근 형태의 만화공을 일으켰다.
치리리링!
만화공 염주벽. 방패처럼 일어난 열화의 기운이 7사도의 톱칼을 튕겨냈다. 이어서 글래시아의 냉기를 가득 담은 제천검을 내리쳤다.
쩌어어어엉!
두 검에 맞물린 톱칼이 부러질 듯 흔들렸다.
푸칵!
7사도가 간신히 지혈해놓은 가슴과 어깨의 상처에서 다시 핏물이 터져 나왔다.
“이익!”
라온은 만화공과 글래시아에 이어 육체의 힘까지 모조리 끌어 올리며 7사도를 밀어붙였다.
쿠구구구구!
그 압도적인 힘에 흔들리던 대지가 무너지고, 7사도가 그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평소에 하던 짓은 안 하는 것이냐?
라스는 뭉개진 바닥을 보며 눈매를 좁혔다.
‘평소에 하던 짓?’
-상대를 농락하면서 기술을 빼내는 추잡한 짓 말이다.
‘저놈 건 필요 없어.’
라온은 고개를 젓고서 7사도가 떨어진 구멍으로 내려갔다.
밑은 거대한 공동이었는데, 외곽에 셀 수 없이 많은 시체가 널려 있었고, 바닥에는 핏물이 말라붙은 흔적이 가득했다.
‘배울 가치가 없으니까.’
이 공동은 7사도와 튜스라는 놈이 사람을 죽여 혈기를 모았던 곳이 분명했다. 저런 놈의 무학 따윈 필요 없다.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도록 압도한 뒤 끝을 낼 것이다.
“이 버러지 새끼가….”
7사도는 부러질 정도로 거칠게 이를 갈며 양손으로 톱칼을 쥐었다. 검과 하나가 된 듯 예리한 혈기가 끝도 없이 치솟았다.
라온은 작지만, 더 짙은 불꽃을 일으키며 핏물이 마른 땅을 박차고 검을 내리찍었다.
쿠우우웅!
* * *
7사도는 라온의 검격을 간신히 막아내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유가 뭐지? 대체 왜!’
마스터 상급에 닿기 직전인 내가 왜 저놈을 못 이기냐고!
왜 하급 따위의 검을 막을 수가 없는 건데!
자신이 더 높은 경기에 있고, 혈기의 양 역시 라온의 오러를 압도하거늘 놈의 검격을 막을 때마다 속을 울리는 충격이 일어났다. 겨우 멈췄던 출혈도 다시 터져 혈기가 급속도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게 말이 돼?’
무인의 대결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경지와 오러의 양이다. 아무리 뛰어난 무학을 익혔어도 낮은 경지에 있는 무인이 높은 경지의 무인을 이기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하지만 라온 지그하르트는 이전에도, 지금도 더 높이 있는 자신에게 칼날을 들이밀었다. 그것도 더 날카롭고 강력한 칼날을.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으야아아아아!”
7사도는 악을 지르며 남은 혈기를 모조리 폭발시켰다. 그 강대한 기운을 모조리 둘러 교주에게 배웠던 혈천무결의 절기 참혈혼을 내리쳤다.
콰아아아아아!
온 힘을 다해 내리친 칼날 사이로 두 개의 빛이 번쩍인다. 청홍의 광채. 냉기와 열기를 담아낸 라온의 검격이었다.
쩌어어어어엉!
참혈혼이 두 자루의 검이 일으킨 참격에 깎여나가며 7사도가 뒤로 튕겨 나가 벽에 처박혔다.
“크으으….”
7사도는 머리 위로 떨어지는 핏방울이 맺힌 돌무더기를 보며 턱을 떨었다.
‘참혈혼조차 밀리다니….’
참혈혼은 혈천무결에서 최강의 화력을 자랑하는 검격이다. 이게 깨졌다면 저놈을 힘으로 이기는 건 무리였다.
저벅.
끈적한 바닥을 짓누르는 발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라온 지그하르트가 섬뜩한 눈빛을 발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으으….”
놈이. 가볍게 목을 비틀어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 벌레가 크게 보인다. 이제는 자신의 키를 넘어 이 공동을 가득 채울 정도로 거대해 보였다.
‘거, 겁을 먹었다고? 내가?’
그래선 안 된다. 혈신의 사도이자, 혈교주의 제자인 자신이 저딴 버러지를 두려워해서는 절대 안 된다.
‘방법! 방법을!’
눈동자를 굴리던 7사도의 시선에 바닥과 벽에 그어진 틈 사이에 차오른 핏물이 보였다.
‘아!’
7사도가 낮게 고개를 끄덕였다.
‘있어. 저놈을 죽일 방법이!’
이곳은 혈현괴진을 일으키고, 혈기를 충전한 장소. 주술진을 벗어난 혈기가 다시 이곳으로 모여들고 있으니, 그걸 흡수한다면 저놈 따위는 얼마든지 죽일 수 있었다.
“후욱!”
7사도가 극성으로 보법을 밟으며 옆으로 이동했다. 동시에 백혈의 오러를 일으켜 공동에 모여드는 혈기를 빨아들였다.
‘좋아. 가능하겠어.’
연공을 얼마 하지도 않았는데, 모여드는 혈기가 상당하다. 조금만 시간을 끈다면 상처를 지우고 라온을 죽일 혈기를 모을 수 있었다.
‘최대한 보법에 집중해야 해’
라온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시선을 돌렸는데, 놈은 다가오지 않고, 요기의 단검을 땅에 박아버렸다.
“너 뭐 하는… 어?”
7사도가 입을 떡 벌렸다. 응집되던 혈기가 두 갈래로 나뉘어 반쪽이 라온의 단검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고오오오!
단검은 그 혈기들을 먹어 치우며 요기의 크기를 늘려갔다.
“크윽! 그건 내 것이다! 네놈이 왜 혈기를!”
“혈기가 아니다. 네가 죽인 사람들의 원망이다.”
라온은 차가운 눈빛을 빛내며 바닥에 박힌 단검을 뽑았다.
“이 사람들이.”
혈이 뚫린 듯 허공으로 혈기의 뭉치들이 치솟았다. 그는 혈기의 안개 사이로 두 자루의 검을 들어 올렸다.
“네놈에게 지옥을 맛보여주고 죽여달라는군.”
* * *
라온은 진혼검이 전해주는 강대한 기운을 느끼며 손아귀에 힘을 가득 주었다.
우우우우우웅!
진혼검이 아릿한 검명을 울렸다. 혈기의 주인들이. 7사도에게 죽은 사람들의 원령이 복수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 말이 정말인 듯 이 공동으로 흘러온 혈기들은 7사도보다 진혼검 쪽으로 더 많이 모여들어 막대한 힘을 전해주었다.
‘그럼 들어줘야겠지.’
라온이 자세를 낮추고 7사도에게 돌진했다.
콰아아앙!
광아검의 구결을 휘감은 진혼검이 7사도의 톱칼과 마주쳤다. 작디작은 칼날에 깃든 원망과 절규의 힘이 톱칼을 홀로 밀어낸다. 무시무시한 요기가 혈기를 짓눌렀다.
“크으, 잡스러운 힘 따위로!”
“잡스러운 건 네놈이다.”
라온이 숨을 꾹 멈추고, 제천검을 뒤로 젖혔다. 은빛 검신 위로 강림한 화룡이 아가리를 쩍 벌린다. 샛노란 눈을 빛내며 열화의 포효를 쏘아냈다.
콰아아아아!
염룡결이 일으킨 무시무시한 화력에 7사도의 얼굴에 핏줄이 가득 섰다.
쿠구구구구구!
폭주하듯 혈기를 일으켜 진혼검과 제천검을 동시에 막아내고 있었지만, 한계가 다가온 듯 톱칼을 쥔 손이 파르르 떨렸다.
찌이이잉!
라온은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며 두 검에 힘을 더했다. 푸르고, 붉은 기운이 태산이 되어 7사도를 밀어붙였다.
쿠웅!
7사도의 다리에 피로 물든 바닥에 박히고, 놈의 전신이 종이 인형처럼 휘청였다.
“끄으으으….”
“네가 죽인 자들은 반항조차 하지 못했다지.”
라온이 불꽃처럼 타오르는 눈으로 7사도를 내려보았다.
“네놈이 그렇게 부르짖는 벌레처럼 짓밟아 죽여주마.”
진각을 밟으며 더 나아갔다. 불의 고리, 만화공, 글래시아를 진혼검을 통해 흘러들어오는 요기로 증폭시켰다.
“으아아아아아악!”
7사도가 비명을 지르며 마지막 발악을 했지만, 라온은 그 버둥거림을 무시하고 온 힘을 끌어올려 7사도를 내리찍었다.
찌지직!
한층 더 강해진 압박에 톱칼에 새하얀 금이 돋아났다.
캬아아앙!
한 줄이었던 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산산조각으로 깨져나갔다. 흩날리는 톱칼의 조각들 사이로 경악을 담은 7사도의 눈동자가 보였다.
“끝이다.”
“제에에에에기랄!”
진혼검과 제천검으로 비명을 지르는 7사도의 목을 가르려고 할 때였다.
처어어엉!
등 뒤에서 섬뜩한 기운이 벼락처럼 떨어졌다. 마스터의 한계를 넘어서는 속도로 누군가의 손이 뻗어왔다. 허리를 비틀며 제천검을 뒤로 뻗었다.
라온 지그하르트 류 검식.
제2형 중천포 역(易).
끌어 당기는 인력 대신에 밀어내는 척력을 극대화한 중천포가 뒤에서 쇄도해 온 자를 튕겨냈다.
“크읍!”
7사도는 이 찰나의 틈을 놓치지 않고, 도망치려 했다.
‘놓칠 수는 없어.’
라온이 이를 악물었다. 마나회로가 타버리는 듯한 통증을 참으며 왼손에 든 진혼검을 내리쳤다.
“좀 꺼지란 말이다!”
7사도가 깨져나간 톱칼을 휘둘러왔다. 진혼검이 막히고, 뒤에 있는 놈이 다가올 시간을 버는 행동이었다.
치이이잉!
톱칼이 아래에서부터 치고 올라올 때 라온의 두 눈에 푸른 섬광이 튀었다.
라온 지그하르트 류 검식.
제3형 은검몽.
꿈결 같은 푸른 오로라가 스치고, 진혼검의 칼날이 7사도의 목에 박혔다.
퍼어억!
라온은 새로 나타난 남자를 돌아보며 입매를 비틀었다.
“두 번은 안 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