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9화
태양보다 화려한 빛을 휘감은 그란세빌 밤공기 위로 선홍색 안개가 먹구름처럼 끼어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적무는 도시의 상공을 끝없이 휘감으며 괴이한 기운을 퍼뜨렸다.
뿌득.
라온이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었다.
‘주술진….’
불의 고리와 진혼검의 요기, 분노의 마안까지 사용해서야 간신히 볼 수 있는 저 붉은 안개가 자연적으로 형성되었을 리 없다. 백혈교도. 그것도 주술에 일가견이 있는 상위 간부가 만들어낸 진법이 분명했다.
‘혈귀 놈들은 정도를 모르는 건가?’
아예 정신이 나갔어.
그란세빌이 그리 크지 않다고 해도 도시 전체를 주술진으로 덮다니,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다. 미쳤다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아까 느꼈던 혈기도 저기서 흘러나온 걸 테지.’
혈교주나 최상위 사도가 오지 않는 이상 저 정도 규모의 진법을 완벽하게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느꼈던 은은한 혈기는 저 주술진의 틈에서 흘러나왔던 것 같다.
-이제야 알았느냐? 네놈은 항상 느리구나.
라스는 굼벵이 같다며 코웃음을 쳤다. 반응을 보니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우우우우웅!
진혼검도 혈기의 술법을 느끼고 분노와 원망으로 가득 찬 검명을 터트렸다.
라온은 울부짖는 진혼검을 쓰다듬어 주며 눈매를 좁혔다.
‘그래서….’
저건 무슨 진법이지?
저 거대한 진법을 마스터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은밀하게 숨겨둔 걸 보면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게 분명했다.
‘출입을 막는 건 아니고….’
그란세빌을 나가고 들어오는 데 문제가 없는 걸 보면 단순히 출입을 통제하는 방식은 아니다.
운무에서 끊임없이 혈기가 부푸는 모습을 보면 심각할 정도로 위험한 주술일 가능성이 높았다.
‘여기선 모르겠어.’
멀리서 숲을 봤으니, 지금은 숲 안에서 나무의 종이 뭔지 알아볼 때였다.
라온이 끌어 올린 기운들을 가라앉히고 언덕에서 내려왔다. 이곳에 올 때처럼 기척을 감춘 채 몰브 호수를 건너 다시 그란세빌로 돌아갔다.
한 번 눈에 담았기 때문인지 진혼검의 요기와 분노의 마안 없이 불의 고리만으로 혈기의 주술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음?”
라온이 붉은 운무를 살피다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혈기에 뭔가를 섞은 것 같은데.’
지금까지 느꼈던 혈기와 달라.
허공에 떠 있는 적색 운무 속에서 뭔지 모를 친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그 힘이 혈기를 감추는 요인 중 하나인 것 같았다.
라온이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붉은 파도를 보며 탁한 숨을 내뱉었다.
‘이 정도 범위라면 최소 백 단위는 죽였겠군.’
바로 밑에서 보니, 주술진의 범위와 크기에 압도될 정도였다. 무인과 일반인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죽여 피의 주술을 쌓은 게 확실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농도가 옅다는 점.’
그래도 문제는 있다. 저 거대한 혈기가 한곳으로 응집된다면 이 도시의 반이 날아갈 정도로 어마어마한 기운이 될 테니까.
쯧.
외통수로군.
이곳에 주술이 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사람들을 빼내려고 하면 저 주술을 터트려 도시를 날려버릴 테고, 이대로 놔두면 완성된 주술이 발동되어 더 심각한 일이 벌어질 거다.
어디로도 갈 수 없는 꽉 막힌 길이었다.
‘거기다….’
문제는 하나 더 있다.
아무리 뛰어난 주술사라고 해도 이 정도 규모의 주술을 운용하면서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즉, 그란세빌에 있는 백혈교도의 숫자가 예상보다 2배 이상 많을 수도 있고, 암시장에 백혈교도가 침투해 있을 가능성도 있으며 혹은 그 둘 모두일 수도 있었다.
‘답답하네.’
믿을 사람은 광풍단이 뿐이었고, 정보는 적으며, 이 주술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보니 체한 듯 속이 갑갑해졌다.
-한심하구나.
라스가 어깨에 버둥거리며 올라와서 코웃음을 쳤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는 네놈 꼴을 보니, 얹힌 속이 쫘아악 풀리느니라.
‘넌 저 주술이 뭔지 알아?’
-흥, 본왕은 저런 하등한 힘 따위 모르느니라.
‘모르면서 잘난 척은.’
-다르니라! 잘난 척이 아니라, 알 필요가 없는 것이니라!
녀석은 그란세빌 상공을 올려보며 혀를 찼다.
-본왕이라면 저런 잡스러운 기운 따위 정면에서 산산조각 내버렸을 것이니라. 매번 말하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선 어떠한 사술도 무의미 하느니라! 본왕이 마계에 있을 때도 잡스러운 기술로 설치는 놈들이 꽤 많았는데 모조리 대가리를….
‘정면에서 산산조각을 낸다라….’
라온이 라스가 한 말을 되새기며 입맛을 다셨다.
‘주술진을 정면으로 깨부수려면…아!’
풀어버리면 돼.
해주. 저 주술은 진법을 통해서 운용되고 있으니, 진법을 해제하면 그만이다. 그게 주술을 정면에서 깨부수는 방법이었다.
‘충분히 가능해.’
주술도 어느 정도 알고 있고, 진법에는 일가견이 있다.
기운의 흐름을 볼 수 있는 불의 고리와 혈기를 깨는 진혼검이 있으니, 저 거대한 진법을 부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잘만 되면 이 상황을 역이용할 수도 있겠어.’
주술에 미세한 틈이 있는 걸 보면 그랜드 마스터급의 상위 사도가 만든 건 절대 아니다.
상위 사도가 아니라면 저 거대한 규모의 진법을 원격으로 발동시킬 수는 없다.
이곳에서 기다리다가 주술사가 진법을 발동시키기 위해서 나올 때 진법을 깨부수고 놈의 목을 친다면 단숨에 모든 상황을 끝낼 수 있었다.
‘역시.’
라온이 씩 웃으며 라스의 등을 두드렸다.
‘날 도와주는 건 너밖에 없어.’
-무, 무슨 말이냐! 뭘 도와줬다는 것이냐!
‘그런 게 있어.’
-뭔데! 빨리 말해!
라스는 불안한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뭐냐고오오오!
* * *
철퍽.
새하얀 로브로 전신을 두른 중년인이 어둑한 복도를 걷는다. 딱딱해야 할 구두 소리는 바닥에 깔린 찐득하고 붉은 물기에 젖어 밑으로 가라앉았다.
그는 비린내 나는 복도를 지나 연한 빛이 흘러나오는 공동으로 들어갔다.
공동의 우측에는 팔다리가 축 늘어진 남녀노소의 시체로 산이 쌓여 있었고, 바닥은 그 시체에서 흘러나온 핏물로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사도시여.”
로브의 남성은 시체의 산 옆에 앉아 있는 청년에게 무릎을 꿇었다.
“흐윽….”
청년은 상의를 벗은 채 아이의 어깨를 이로 뜯고 있었는데, 아직 살아 있는지 말라붙은 아이의 입에서 가는 신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튜스. 식사 중에는 방해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청년이 짜증이 돋아난 눈으로 로브의 남성을 노려보았다. 가슴에 새겨진 검흔이 살아 있는 듯 꿈틀거렸다. 7사도. 라온에게 당했던 상처를 아직 간직한 그가 이곳에 있었다.
“라온 지그하르트가 나타났습니다.”
튜스라 불린 중년인이 고개를 꾸벅였다.
“라온? 라온 지그하르트?”
7사도가 아이의 목을 통째로 물어뜯고서 뒤로 던졌다. 피어 젖은 입매가 비틀어져 올라갔다.
“정말 그놈이 왔다고?”
“예. 오늘 오후에 그란세빌에 들어왔습니다.”
“크하하하하!”
그는 피에 젖은 손으로 머리를 쓸어 올리며 광소를 터트렸다.
“혈신께서는 날 버리지 않으셨군.”
7사도는 손등으로 턱에서 흐르는 핏물을 닦으며 섬뜩한 미소를 그렸다.
“주술의 완성까지는 얼마나 남았지?”
“마스터였던 브훌을 먹인 덕분에 일주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내일 밤으로 당겨.”
“하, 하지만 아직 주술을 발동시킬 정도의 혈기를 모으지 못했습니다! 혈현괴진이 무너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튜스가 재고해 달라며 고개를 숙였다.
“아니, 충분해. 제물이 스스로 찾아와줬잖아.”
7사도는 픽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그러면….”
“그래. 라온 지그하르트. 놈의 피를 혈현괴진의 마지막 제물로 삼겠다. 그 정도면 충분하겠지?”
“으음, 놈은 주술을 완성한 뒤에 상대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넌 라온이라는 놈을 모르네.”
“예?”
튜스가 마른침을 삼켰다. 7사도의 목소리는 기다리던 연인을 만난 듯 들떠있었다. 한 마디만 잘못 뱉으면 목을 물어뜯을 것처럼 흥분으로 가득 찬 상태였다.
“그놈은 상식을 깨부수는 미친놈이야. 가만히 놔뒀다간 혈현괴진을 찾아낼지도 모르지.”
“서, 설마….”
혈현괴진을 만든 사람은 백혈교주였고, 그분은 진법 안에 그랜드 마스터도 파악할 수 없을 정도의 은밀함을 담아냈다.
자신이 만든 혈현괴진이 교주님을 따라갈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마스터인 라온이 주술진을 발견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널 못 믿는 게 아니야. 그놈이 특별하다는 거지. 익스퍼트 주제에 강기를 깨고 내게 이 상처를 남겼으니까.”
7사도가 진혼검이 새겨놓은 가슴의 검흔을 쓸어내리며 히죽 웃었다.
“거기다 손님이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오래 기다리게 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 설화검협의 이름값에 맞게 환영해주는 게 맞지 않겠어?”
“하지만….”
튜스는 걱정된다는 듯 이마를 살짝 찡그렸다.
“날 못 믿겠다는 건가?”
“아, 아닙니다!”
튜스가 고개를 조아린 채 어깨를 떨었다.
“아, 하긴 4사도가 뒤에서 칼을 맞고 뒈졌으니, 그럴만하지. 하지만 지금의 내가 4사도보다 강하다.”
7사도의 가라앉은 음성에는 여유와 자신감이 차올라 있었다. 끝에 살짝 돋아나는 분노는 그의 존재감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넌 주술의 완성에나 집중해. 이틀 뒤에 대륙 최연소 마스터의 피를 뽑아내 줄 테니까.”
7사도가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의 목을 잡아끌고 왔다.
“무력으로도 쳐죽일 수 있지만, 그렇게 쉬운 끝을 내줄 수는 없지. 놈에게 절망이라는 선택지를 주고 고르게 할 거야.”
그의 서늘한 웃음소리가 공동을 울렸다.
“설화검협께서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네.”
* * *
마르타는 목적지를 지정하지 않은 채 정처 없이 그란세빌을 돌아다녔다.
술에 적당히 취한 용병의 모습으로 이곳저곳을 훑었지만, 눈에 띄는 건 도시의 화려한 불꽃과 그 빛에 빠져든 부나방들뿐이었다.
“조장.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돌아가죠.”
전우조로 함께 다니는 조원이 옆으로 붙으며 속삭였다.
“너무 돌아다니기만 해서 의심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쯧, 알겠어.”
마르타가 혀를 차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 같아선 혼자서라도 찾고 싶었지만, 실수를 반복할 수는 없었다. 조급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등을 돌렸다.
“돌아….”
돌아가자고 말하려고 할 때 조금 지저분해 보이는 여자아이와 몸을 부딪쳤다.
“아, 죄송합니다.”
여자아이는 바로 고개를 꾸벅이고서 주점과 주점 사이의 골목으로 달려갔다.
“빡치게 귀엽네.”
마르타가 여자아이의 등을 보며 픽 웃었다.
“예?”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조원들에게 손을 저어주고서 조금 전 여자아이가 들어간 골목으로 향했다. 아이는 이미 떠났는지 골목은 텅 비어있었다.
“역시나.”
마르타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서 골목을 넘어 우측으로 향했다. 조금 전 여자아이가 안쪽 골목에서 익숙한 지갑을 살피고 있었다.
“헉!”
여자아이는 깜짝 놀라 도망치려 했지만, 마르타가 단숨에 벽을 박차고 뒤로 이동해서 길목을 막았다.
“좋은 말로 할 때 내놔.”
“뭐, 뭘요!”
여자아이는 입술을 깨문 채 들고 있던 지갑을 뒤로 감췄다.
‘똑같네.’
옛날의 나랑.
마르타가 여자아이를 차분히 살폈다. 더러운 몰골에, 이곳저곳에 멍도 들어 있었다. 어렸을 적 자신이 떠오르는 모습에 약간의 그리움이 들었다.
다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소매치기를 그냥 보내줄 수는 없었다.
“뒈지게 처맞고 내놓을래? 아니면 곱게 줄래?”
마르타는 최대한 고운 말을 하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으….”
여자아이는 두려움에 턱을 파르르 떨면서도 쉽게 주머니를 주지 못했다.
마르타는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상납해야 하니까.’
아이의 몰골을 보면 누군가에게 돈을 바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용병 차림인 자신에게 소매치기를 할 정도로 여유가 없다는 뜻이었다.
“후우….”
마르타가 여자아이의 머리를 툭 치며 다시 손가락을 까딱였다.
“지금 돌려주면 밥값은 줄 테니까 내놔.”
평소라면 그 상납처를 깨부쉈을 테지만, 지금은 임무 중이라 그럴 여유가 없었다. 옛 생각이 떠올라서 적당히 은화를 줘서 보내주기로 마음먹었다.
“저, 정말요?”
“싫으면 처맞던가.”
“아니에요!”
여자아이는 고개를 젓고서 두 손으로 지갑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래야…음?”
마르타가 피식 웃고서 주머니를 잡으려다가 멈춰 섰다. 그녀는 여자아이의 손목에 난 상처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너, 너 이거 뭐야!”
“예?”
“이 상처 누구한테 맞은 거냐고!”
“그, 그걸 갑자기 왜….”
“알아야 하니까.”
마르타가 이를 바득 갈며 여자아이의 손목을 잡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알아야 했다.
이 아이의 손목에서 아주 미세한 혈기가 느껴졌으니까.
* * *
라온은 육각으로 이루어진 그란세빌 전체를 돌며 진법의 흐름을 살폈다. 한밤중임에도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았고, 술에 취한 척 술병을 들고 다녔기에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후….”
성벽에 등을 기댄 채 낮은 숨을 뱉어냈다.
‘살짝 머리가 멍하네.’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보니, 살피는 일 자체가 쉽지 않았다.
다만 범위가 넓기에 아주 자그마한 빈틈이 조금씩 보였다. 은신에 많은 힘을 쏟다 보니, 내구성까지 완벽하게 조율하진 못한 것 같았다.
‘충분히 가능해.’
그란세빌을 뒤덮은 주술진을 모두 보고 나니, 확신이 들었다.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불의 고리와 진혼검의 요기를 이용한다면 충분히 풀어낼 수 있는 주술진이었다.
‘해주를 위해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은 그걸 찾는 거지.’
혈기 속에 스며든 다른 기운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그걸 안다면 진법 해제는 훨씬 쉽게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분명 내가 아는 기운인데….’
라온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크란세빌을 덮은 운무 옆으로 선명한 달이 아주 천천히 다가왔다.
“쓸데없이 밝…어?”
이 심각한 상황과 다른 청아한 달빛을 보고 있을 때였다. 도시 안쪽에서부터 음습한 혈기들이 은밀하게 퍼져 나왔다.
‘혈기?’
라온이 인상을 찡그리고 혈기가 느껴진 곳으로 달려갔다. 그란세빌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돌아다니는 중앙 대로에 멈춰서 턱을 떨었다.
‘이, 이게 뭐야….’
눈앞에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서 혈기가 느껴졌다.
주점에서 나오는 사람도, 그를 배웅하는 기녀도, 짐을 옮기는 수레꾼도, 손님을 맞이하는 어린 점원까지. 이곳에서 숨을 쉬는 모든 생명체에게서 혈기가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주술을 살핀 자신은 확신할 수 있다.
백혈교도라고 할 수도 없을 정도로 미약했고, 금세 사라졌지만, 사람들의 몸에 깃들어 있는 건 혈기가 분명했다.
‘이 사람들 전체가 백혈교도라고?’
그건 절대 아니야.
백혈교도는 마법사처럼 심장에 오러를 쌓는 백혼의 오러를 익힌다.
지금 사람들에게서 느꼈던 혈기는 심장이 아니라, 몸 이곳저곳에 박혀 있었다.
혈귀 놈들이 교리를 어길 리가 없으니, 절대 저들은 백혈교도가 아니었다.
라온이 마른침을 삼키고 고개를 들었다. 운무처럼 퍼지는 혈기의 안개를 보며 주먹을 말아쥐었다.
‘설마 저 진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