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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274화 (274/653)

제274화

라온이 눈을 뜬 순간 눈동자에서 태양 빛을 닮은 기광이 번쩍였다.

왼쪽 가슴에 손을 올렸다. 세차게 회전하는 일곱 개의 고리가 그간의 일이 꿈이 아님을 말해주었다.

“드디어 완성인가….”

새로운 고리. 머리를 쥐어짜며 완성한 일곱 번째 고리가 심장을 휘돌고 있었다.

‘한 끗 차이였어.’

여섯 번째 고리를 만들 때도 힘들었지만, 이번만큼은 아니었다. 걸린 시간 자체는 많지 않았지만, 온몸이 식은땀에 젖을 정도로 힘들었다. 만약 실패했다면 며칠은 드러누워야 했을 거다.

고오오오!

라온은 심장에서 울리는 공명음을 들으며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오러부터 시작인가.’

일곱 개의 고리는 단전 안에 있는 만화공과 글래시아의 기운을 더 깨끗하게 정화하기 시작했다.

고리 여섯 개일 때도 순도만큼은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서 더 나아갈 곳이 있었다.

‘감각도 변했어.’

시각과 청각을 비롯한 오감과 오러로 느끼는 기감의 범위 역시 이전보다 한 단계 상승했다. 세상의 흐름이 또 한 번 달라진 기분이다.

‘토대가 한층 더 단단해졌군.’

불의 고리 성취가 높아진다고 바로 무학의 경지가 상승하지는 않지만, 더 높은 경지에, 더 빠르게 오를 수 있는 토대가 넓고 깊어진다.

마스터를 넘어 그 이상도 올라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에 자연스레 웃음이 나왔다.

“신기하단 말이지.”

불의 고리는 새로운 고리를 만들 때는 말 그대로 지랄 맞은 텃세를 부리지만, 일단 고리가 완성되면 따스하게 맞이해준다. 지금도 여섯 개의 고리는 새로 만들어진 일곱 번째 고리를 환영하듯 청명한 소리를 울렸다.

라온은 고리의 울림을 즐기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빨리 끝나서 다행이네.”

중간에 시간을 잊기는 했지만, 배가 고프지 않고, 졸리지 않은 걸 보면 대략 이틀 정도만이 지난 듯싶었다.

-빨리?

얼음꽃 팔찌에서 라스가 꾸물꾸물 올라왔다.

-빠아아아알리 끝내?

녀석은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얼굴을 들이밀었다.

-일주일 동안 자빠져 놓고 지금 빨리라고 한 것이냐?

“일주일?”

-그렇느니라! 네놈은 그 자리에서 일주일 동안 꼼짝도 안 했느니라!

“그랬단 말이지?”

영약을 먹고 오러 연공을 하는 것도 아니고, 고리 연성을 하는데 일주일이 지났을 줄은 몰랐다.

‘사람이 그 정도로 집중할 수도 있었군.’

이 정도로 집중력을 유지한 건 처음이었다. 아무래도 인간의 가능성을 너무 낮게 봤던 것 같다. 더 나아갈 길의 발견에 가슴이 뛰었다.

-본왕은… 본왕은….

라스는 분한 듯 동그랗게 쥔 주먹을 파르르 떨었다.

-일주일 동안 한 끼도 못 먹었느니라! 단 한 끼도!

“음….”

라스에게서 조금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말이 튀어나왔다.

계속 느끼고 있지만, 이 마왕의 식탐은 조금의 거짓도 없는 진짜였다. 그래서 더 놀라웠다.

“내가 너한테 했던 음식 약속은 다 지켰는….”

-닥치거라!

라스가 손가락 두 개를 들어 올렸다. 한 마디라도 더했다간 눈을 찌른다는 협박 같았다.

-그거 아느냐?

“뭐, 뭘?”

-네 시녀들이 식사 시간마다 방문 앞에 음식을 놓고 갔느니라.

녀석은 방문 아래의 틈을 가리키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아침, 점심, 저녁, 중간에 간식 두 번까지! 저 문 뒤에 하루에 다섯 끼가 있었고, 그걸 전부 놓쳤단 말이다! 총합 35끼가 본왕의 눈앞에서 사라졌느니라!

라스가 머리를 부여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눈가에 습기가 차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배가 고프고, 냄새가 나는데 먹을 수 없는 슬픔을. 그 절망을 네놈이 알기나 하느냐! 지옥! 그래. 지옥 그 자체였느니라!

지옥은 너희 집이잖아….

아, 마계인가? 뭐, 지옥이나 마계나 비슷할 테니.

어쨌든 마왕이 고작 밥을 걸렀다고 울부짖는 걸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나왔다.

-웃어? 지금 웃음이 나와? 이 분노의 군주를 고문해 놓고 입꼬리를 올려?

라스는 빠득 소리가 나도록 이를 갈았다.

-이 정도로 분노가 일어난 건 처음이니라. 안 보이면 참기라도 하지! 눈에 보이고, 냄새가 나는데! 참고로 어제는 파인애플 피자였느니라! 파.인.애.플!

“음, 미안한데.”

라온이 합장을 하듯 두 손을 올렸다.

“네가 더 짜증 날 일이 있어.”

-개소리! 이 이상으로 화를 낼 일 따위는….

라스가 말을 끝맺기 전에 눈앞으로 메시지가 떠올랐다.

[새로운 <불의 고리>가 연성되었습니다.]

[<불의 고리>가 7성의 경지에 올랐습니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영혼의 격이 상승합니다.]

[특성 <불굴의 의지>의 단계가 4성으로 상승합니다.]

[특성 <집중>의 단계가 5성으로 상승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7포인트 상승합니다]

불의 고리가 완성되며 얻은 보상으로 눈앞이 가득 차 있었다.

-어억!

이 이상 화낼 일이 없다고 주절거리던 라스의 눈동자가 튀어나올 정도로 부풀었다.

“일주일 동안 나름 성취가 있었거든. 당연히 나올 거라고 생각해서.

라온이 메시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새로운 불의 고리를 만들었다고, 능력치와 특성의 등급이 상승하다니, 항상 느끼지만 라스는 존재 자체가 복덩이였다.

-끄으으으….

라스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나고, 어깨 위로 분노에 휘감긴 냉기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덤벼들 거라 생각하며 이젠 일곱 개가 된 고리를 움직이려고 했지만, 녀석은 입술을 깨문 채 움직이지 않았다.

“설마 참는 거야?”

-보, 본왕을 우습게 보지 마라. 이 이상 네놈에게 좋은 일을 해주진 않겠느니라!

“라스가 <인내>를 배웠습니다.”

-닥치거라!

라온이 시스템이 나오듯 말을 하자, 라스의 이마에 힘줄이 하나 더 늘어났다.

“아니, 잘 생각했어.”

불의 고리 일곱 개를 동시에 공명시킨다면 라스가 무슨 짓을 해도 아무 의미 없다. 녀석의 말대로 덤벼들었다간 또 능력치만 생겼을 것이다.

다만 분노의 마왕이 분노를 꾹 눌러 참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웃음이 나왔다.

-네놈에게 양심이라는 게 있다면 당장 나가서 밥을 차려 먹어라! 이왕이면 피자. 그것도 파인애플과 새우 피자가 좋겠느니라.

라스는 으르렁거리며 상세한 요구까지 해왔다. 참으로 어이가 없는 녀석이다.

“미안하지만 안 돼.”

라온이 달빛이 쏟아지는 창가를 가리켰다.

“다들 자는 시간이라 깰 거야.”

-다 네놈의 부하이지 않느냐! 깨우거라!

“부하도 아니고, 깨울 생각도 없어.”

라스에게 물러나라고 손을 휘휘 저었다.

“내일 해가 뜨는 대로 맛난 거 먹을 테니까. 좀 참아.”

-일주일을 참았는데 어떻게 더 참으라는 말이냐!

“그러면 좋은 방법이 있지.”

“또 미친 소리나 하겠지. 흥이니라!

라스는 웃기지 말라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네 잃어버린 일주일의 식사를 되찾는 방법이 있는데도?”

-이, 일주일의 식사를 되찾아? 그 방법이 무엇이냐!

일주일을 되찾는다고 하자마자 라스가 토끼처럼 폴짝 뛰어올랐다.

라온이 씩 미소를 지으며 탁자 위에 둔 보자기를 풀었다. 동그란 형태에 잘 익은 갈색 빵 일곱 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만 먹어도 하루가 배부른 나딘빵. 이거 일곱 개면 네 잃어버린 일주일을 되찾을 수 있지.”

-후우우….

라스의 눈동자에서 빛이 사라지고, 시꺼먼 어둠이 일렁거렸다.

-네놈은 이 세계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인간이니라….

녀석은 가라앉혔던 분노와 냉기를 지금까지 보지 못한 크기로 일으키며 달려들었다.

-주거어어어어엇!

그날 밤. 라온의 능력치가 2포인트 추가로 상승했다.

* * *

은은한 달빛이 쏟아져 내리는 로베르트 가주전의 집무실.

기계처럼 서류 작업을 하던 데루스 로베르트의 손이 우뚝 멈췄다. 그의 서늘한 시선이 깃펜을 쥐고 있는 손등을 향했다.

뚝.

굳어버린 듯한 손등의 검흔에서 새빨간 핏물이 흘러내려 서류에 떨어졌다. 하얀 종이 위로 핏물이 번지며 마르지 않은 잉크를 지워버렸다.

“커진…건가?”

데루스는 손등의 상처를 보며 눈매를 좁혔다. 기르던 개에게 물리고서 20년 동안 지워지지 않았던 흔적이 아주 미세하게 늘어난 것 같았다.

‘통증도 있군….’

그동안 핏물이 떨어져도 큰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오늘은 꽤 강한 통증까지 일어났다.

‘저주라고 했었지.’

이 상처를 지우기 위해서 신관, 치료사, 마법사에 주술사까지 만나 보았지만, 누구도 고치지 못했다.

깊은 저주가 박혔다며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이고,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당사자의 원한을 푸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 저주를 건 당사자인 라온은 죽었고, 시체마저 소각했다. 어차피 영혼 따위가 건 저주는 의미 없다고 생각하며 무시했는데, 오늘 그 상처가 처음으로 벌어졌다.

‘저주가 강해진 건가.’

마지막으로 만났던 주술사가 지나가듯 저주가 강해질수록 상처가 커질 수도 있다는 말을 했었다.

아무래도 라온이 이 상처에 남긴 저주가 더 독해진 것 같았다.

“재미있군. 죽어서도 나를 괴롭힐 정도로 원한이 깊었던 것인가.”

데루스가 검흔에서 흘러내리는 핏물을 혓바닥으로 핥으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후우욱.

그가 서류에 손을 올리자, 흰 종이가 순식간에 타서 재가 되었다. 책상과 다른 서류는 건드리지 않고, 핏물이 떨어진 서류만 태우는 신기였다.

“마티오.”

데루스의 손짓에 바닥에서 검은 그림자가 솟구쳤다.

그림자는 달빛이 비친 호수처럼 출렁이다가 검은 야행복에 얼굴까지 복면으로 가린 남성의 모습으로 조형되었다. 그는 말없이 데루스의 앞에 부복했다.

“라온 지그하르트에 대한 정보는?”

“북쪽에 라인이 연결되었습니다. 그림자들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와 가젤 강, 로엔그린 던전에서 보았던 내용을 바탕으로 정보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로엔그린 던전에서 4사도를 암습으로 죽였다고 했지?”

“죽이지는 못했지만, 치명적인 상처는 주었다고 합니다.”

“그래. 그랬어. 암습이라….”

그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북쪽의 그림자들에게 전해.”

데루스 로베르트가 손등의 상처를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라온 지그하르트에 대한 정보를 글렌 지그하르트와 동급으로 취급하라고.”

“그, 글렌과 동급이라고 하신 겁니까?”

“그놈에겐 그런 가치가 있어.”

라온 지그하르트는 18살에 남북맹 틸러의 목을 베고, 4사도의 심장을 깨버린 괴물이다. 그저 소문만 무성한 유망주가 아니라, 실제로 대륙 정세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였기에 정보를 모을 가치가 있었다.

“알겠습니다.”

마티오는 고개를 꾸벅이고서 나타났을 때처럼 그림자로 변해 사라졌다.

“흐음.”

데루스는 의자를 돌려 창에서 쏟아지는 달빛을 바라보았다.

“라온. 네 정체는 뭐지? 단순한 천재인가. 아니면….”

*     *      *

라온은 라스의 분노가 술술 풀릴 정도로 아침을 거하게 챙겨 먹고 연무장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오전 훈련에 열을 올리는 광풍단 검사들이 보였다.

“어?”

“라온!”

“단주 대리가 왔다!”

“딱 일주일 만에 오는구만.”

광풍단원들은 라온을 보자마자 손을 흔들었다. 입가에 떠오른 미소를 보니, 다들 그간의 성취에 자신이 있는 것 같았다.

“확실히….”

라온이 광풍단 검사와 시선을 마주하며 빙긋 웃었다.

‘자신 있을 만하네.’

죽을 만큼 열심히 단련했는지 전부 일주일 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휴식도 제대로 취해서 눈빛은 맑았고 전신에 힘이 넘쳐 보였다. 미친개처럼 으르렁거리는 녀석도 보이지 않았다.

‘전마단을 이기고 열정이 더 타올랐겠지.’

일주일 전이야 잠도 못하고, 피곤했으니 정신없었겠지만, 휴식을 취하며 본인들이 전마단을 이겼다는 것을 깨닫고 열의가 생겼을 것이다. 승리의 기쁨은 마약 이상으로 정신을 고취하니까.

라온은 광풍단의 강렬한 기세를 즐기며 단상으로 올라가서 도괴의 옆에 섰다.

“총관님. 고생하셨습니다.”

“손 많이 가는 녀석들이다만 나쁘진 않았다.”

도괴도 나름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단주님은 어디 가셨죠?”

“모른다. 코빼기도 안 보여.”

“그렇군요.”

원래 그런 사람이니 놀랍지도 않았다. 어디에서 도박이나 하고 있겠거니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라온은 단상의 끝에 서서 광풍단 검사들의 눈빛을 보았다. 정기가 흐르는 눈동자에서 진중한 의지와 힘이 느껴졌다.

“모두 수고했다.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이야.”

“우와아아아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자, 광풍단 모두가 환호를 질렀다.

“라온 다시 존잘이야.”

루난이 맹한 눈을 내리감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놈도 양심은 있네.”

마르타는 피식 웃으며 깍지 낀 손으로 뒷머리를 잡았다. 여유로운 척하지만 불안했었는지 이마에서 땀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나, 난 남았…겠지?”

처음부터 추가 훈련을 못박아둔 버렌은 창백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드디어 끝났어!”

“아흐흐흐, 살았다! 살았다고!”

“죽지 않고 버틴 보람이 있네.”

“어휴, 진짜 죽는지 알았는데.”

“강해지는 것도 좋긴 한데, 사람이 좀 쉬어야지.”

광풍단 검사들도 이제 지옥훈련이 끝났다는 생각에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단주 대리님은 뭐 하고 지내셨어요?”

안색이 머리 색처럼 밝아진 도리안이 손을 들어 올렸다. 훈련이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입가에 달달한 웃음이 피어났다.

“좋은 질문이야.”

라온이 도리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일주일 동안 방에서 나가지 않았다.”

“근신이라고 그렇게 할 것까지 있나?”

“그러게. 별관 내에서는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되잖아.”

“하여튼 빡빡하다니까.”

광풍단원은 너무 매뉴얼대로라고 말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게 아니야. 연공에 집중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을 몰랐어. 일주일이 지났지만,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고 느꼈지. 그 덕분에 느낀 게 있다.”

라온은 광풍단원들의 눈동자를 하나하나 살피며 입매를 끌어 올렸다.

“집중력과 체력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을. 끝이라고 생각하는 산꼭대기 위에 더 높은 곳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

“음?”

“그….”

광풍단원들은 무언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느끼고 눈동자를 뒤르륵 굴렸다.

“본래 불이란 땔감이 좋아야 크게 타오르는 법. 나는 너희를 제대로 태울 장작이 되어주지 못했다.”

라온이 주먹을 말아쥐었다. 불의 고리를 만들 때 느꼈던 그 극한의 집중력과 희열을 광풍단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네, 네놈에게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게 없는 것이냐?

라스는 라온의 생각을 먼저 알아차리고, 턱을 파르르 떨었다.

“저, 저 새끼 지금 뭐라는 거야!”

“훈련을 더 하겠다는 것 가, 같은데?”

“라온?”

마르타와 버렌, 루난도 라온의 섬뜩한 눈동자를 보고 마른침을 삼켰다.

“약속하지. 오늘부터 너희의 한계를 극한까지 끌어 올릴 수 있도록 돕겠다. 우리의 목표는 간단해.”

라온이 검지를 곧게 들어 올렸다.

“익스퍼트 하급은 중급으로, 중급은 상급으로. 상급은 최상급으로. 새해가 찾아오는 3개월 동안 너희가 가진 한계를 뛰어넘는 거다.”

“…….”

그 말에 연무장이 침묵으로 가득 찼다. 공기조차 흐르지 않는 듯 이곳저곳에서 거친 숨소리만 흘러나왔다.

스르르릉.

그 후에 이어지는 건 검을 뽑는 발검 소리다. 수련검이 아니라, 진검 서른 개가 동시에 뽑혀 나왔다.

“죽여. 당장 죽여야 해.”

“저거 안 죽이면 우리가 죽는다….”

“3개월? 3일도 못가서 말라 뒈질 거야….”

“크르르르….”

“으르릉!

광풍단원들은 라온을 올려보며 살기를 드높였다. 일주일 전으로 돌아간 듯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는 단원들도 넘쳐났다.

쿠구구구!

버렌이 삭풍검 자세를 취하고, 마르타가 타이탄의 오러를 전력으로 끌어 올렸으며, 루난이 피워낸 서리에 바닥이 은빛으로 얼어붙기 시작했다.

“이이이익! 난 죽기 싫어!”

도리안은 배 주머니에서 대형 몬스터를 사냥할 때 사용하는 3m짜리 작살을 꺼내 설치했다.

“으아아아아!”

“죽여!”

“무조건 죽여야 해!”

라온은 악을 지르며 달려오는 광풍단원들을 보며 일곱 개의 불의 고리를 공명시켰다. 미소를 지으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발적 참여는 언제나 환영이다.”

*     *      *

라온이 입구와 출구를 부숴서 누구도 들어갈 수 없게 만든 로엔그린의 던전.

로엔그린의 백골이 남아 있는 최하층에 딱딱한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또각. 또각. 또각.

날카로운 발소리와 함께 검은 로브로 모습을 감춘 존재가 연구실 앞에 섰다.

새하얀 손을 올리자, 글래시아만으로 열 수 있던 석벽이 사라지고 연구실의 전경이 드러났다.

로브의 존재는 연구실 안으로 들어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내뱉었다. 그저 어둠으로 가려졌던 로브 속에서 푸른 눈동자가 반짝였다.

“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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