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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261화 (261/653)
  • 제261화

    ‘새로운 능력!’

    -빌어먹을!

    라온은 탄성을, 라스는 절규를 흘리며 검명을 터트리는 진혼검을 바라보았다.

    [진혼검에 특성<마법 요혈(1성)>이 생성됩니다.]

    그 메시지와 함께 진혼검의 칼날에 검은색 줄이 하나 그어졌다. 붉은 칼날 위에 그려진 검은 선은 기괴하면서도, 멋들어졌다.

    -뭐, 뭐냐. 설마 정말로….

    라스는 그럴 리가 없다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일단 봐야겠지.’

    라온은 상태창을 이용하여 진혼검에 새겨진 <마법 요혈>이라는 특성을 확인했다.

    <마법 요혈(1성)>

    마법을 생성하는 마나의 흐름 사이에 요기를 흘려 넣어 마법의 발동을 억제한다.

    한 줄의 설명을 읽는 것으로 마법 요혈의 효과를 파악할 수 있었다.

    마법 방해.

    마법사가 발동시키는 마법에 요기를 밀어 넣어 마법 자체를 막아 버리는 정신 나간 특성이었다.

    그리고 이건….

    ‘4사도가 들고 있던 흑도의 상위호환 능력이야.’

    4사도가 가진 흑도의 마법 역장은 이미 발동된 마법을 방해하는 특성이고, 진혼검의 마법 요혈은 마법의 발동 자체를 막는다.

    ‘허….’

    흑도의 능력만 따와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 능력을 업그레이드해서 가져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사기 그 자체야.’

    마법사들은 검사와 달리 직감이나 반응을 믿지 않고, 정밀한 계산과 예측을 하며 싸운다.

    마법 요혈로 한 번만 마법을 지우면 고위 마법사에게도 큰 빈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육황오마에 마법사들도 많기에 앞으로 부딪칠 일이 잦을 것이다. 마법사들과의 전투에서 큰 도움이 될 능력을 얻었기에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거기다 성장형.’

    마법 요혈이라는 이름 뒤에 <1성>이라고 적혀 있는 걸 보면 다른 특성처럼 성장형 같았다.

    ‘이 능력, 혈기로 성장하는 거지?’

    우우우웅!

    진혼검은 맞다는 듯 청명한 검명을 터트렸다.

    ‘대단해.’

    혈기를 흡수하며 점차 강해지는 요검이라니, 백혈교의 입장에서는 악몽과도 같았다. 물론 백혈교가 저지른 악행 때문이니, 놈들은 불평할 자격도 없지만.

    -끄으으….

    라스는 분한 듯 이를 갈며 진혼검을 노려보았다.

    -미물 주제에 감히 본왕을 놀리려 들다니! 용서할 수 없노라!

    녀석은 3류 악당이나 뱉을 대사를 읊으며 진혼검에게 냉기를 쏟아 냈다.

    우우우웅!

    진혼검은 그간 성장을 보여 주듯 요기의 벽을 만들어 라스의 냉기를 막아 냈다.

    라온은 요기와 냉기로 경합하는 라스와 진혼검을 뒤로 하고, 마법 요혈 이전에 뜬 메시지를 보았다.

    ‘모든 능력치 10이 한 번에 오르다니….’

    많은 성장을 했음에도 한 번에 모든 능력치가 10이나 상승한 걸 보면 사도의 혈기는 다른 백혈교도와 차원이 다른 것 같았다.

    ‘특성도 2단계나 올랐고.’

    요기 적응은 많은 혈기를 흡수하여 성장한 진혼검 덕분에 상승했을 테고, 암습은 암살로 4사도를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었기에 오른 것 같았다.

    ‘역시 효율적이야.’

    시스템은 주인이 이룬 성취와 업적만큼 능력치와 특성의 단계를 올려 준다. 다른 건 몰라도 라스가 만든 이 시스템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쿠구구구!

    메시지를 확인한 후 뒤를 돌았다. 푸른 냉기와 노란 요기가 아직도 경합하고 있었다.

    -이, 이놈이!

    라스는 이전처럼 진혼검을 가볍게 제압하지 못하는 상황에 당황했는지 콧등을 찡그렸다.

    웅! 우웅! 후우우웅!

    진혼검은 그런 라스를 놀리듯 검명에 흥이 돋아 오르는 운율을 담았다.

    -끄으으윽! 이 코딱지 같은 놈이!

    라스의 눈동자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본왕이 봐주었을 뿐이니라! 이 기회에 제대로 조져 주겠노라!

    녀석은 모아 두었던 분노와 냉기를 끌어올려 진혼검을 압박했다.

    쿠구구구!

    성장한 진혼검이라고 해도 라스의 분노를 이길 수 없었기에 샛노란 요기의 벽이 단번에 깨져 나갔다.

    -무릎 꿇고 빌어도 소용 없….

    ‘둘 다 그만해.’

    라온이 만화공과 글래시아를 운용하여 라스와 진혼검 사이를 갈라놓았다.

    -막지 마라! 저 미물이 먼저 본왕을 조롱했지 않느냐!

    ‘네가 먼저 날 놀렸잖아.’

    -본왕이 언제!

    ‘한계가 명확해서 강해질 수 없고, 네 도움을 받을 게 분명하다며. 내 몸을 손에 넣는다고도 말했지.’

    -어억….

    이제야 본인이 한 말이 생각났는지 라스가 입을 떡 벌렸다.

    “진혼검은 날 주인으로 여기고 있으니까. 그 말에 화가 난 거야.”

    우우웅!

    진혼검이 맞다는 듯 옅은 검명을 울렸다.

    -고작 그거 가지고? 주인이라 검이나 똑같은 밴댕이 소갈딱지이니라!

    “밴댕이는 너고.”

    속이 좁쌀보다도 좁은 마왕이 뭐라는 건지 모르겠다.

    우우우웅!

    진혼검이 라스를 향해 다시 한번 검명을 울렸다.

    -뭐? 사과? 사아아아아과? 마계의 절대자이자, 분노의 군주인 이 몸이 인간 따위에게 사과를 하라고?

    라스가 둥근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이를 드러냈다.

    -이곳이 마계였다면 네놈 같은 미물은 본왕을 쳐다보지도 못했을 것이니라! 감히 어디서….

    우우우우웅!

    -그, 그럼 마계로 가라고? 가, 감히!

    둘은 힘으로 싸우지 못하자 입으로 떠들기 시작했다. 유치해서 못 봐주겠다.

    “어휴.”

    라온은 한숨을 내쉬고서 오랜만에 상태창을 불러왔다.

    <상태창>

    이름: 라온 지그하르트

    칭호: <최연소 소드마스터>

    상태: 없음

    특성: <분노>, <나태>, 불의 고리(6성), 수속성 저항력(5성), 설화의 감각(4성) 만화공(4성), 글래시아(4성), 화속성 저항력(4성), 블러딩 커스(1성), 암습(4성), 불굴의 의지(3성), 요기적응(4성), 집중(4성), 독 저항력(1성), 분노의 마안(1성), 나선력(1성), 수속성 친화력(1성)

    근력: 225

    민첩성: 220

    체력: 223

    기력: 225

    감각: 246

    분노: 45

    보자마자 헛웃음이 나왔다.

    특성은 한 눈으로 다 볼 수가 없었고, 능력치는 전부 200을 넘겼다. 틸러의 공세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기습이라고 해도 4사도를 가볍게 꺾어 버린 이유가 바로 저 능력치와 특성에 있었다.

    -두고 보아라! 얼마 지나지 않아 네 주인이 본왕의 발을 핥으며 싹싹 비는 모습을 보여줄 테니까!

    우우우웅!

    -요, 요리를 못 먹어? 흥! 본왕은 요리 따위 신경 쓰지 않느니라! 아, 안 먹으면 그만이니… 야 이 치사한 놈아!

    라온은 아직도 진혼검과 말싸움을 벌이는 라스를 보며 빙긋 웃었다.

    ‘강해지는 데 한계가 있다고?’

    네 덕분에 그럴 일은 없을 거 같은데.

    상태창을 보니 확신이 든다. 아낌없이 주는 호구. 아니, 라스가 있기에 자신의 한계는 다른 사람들과 달랐다. 끝을 모르고 성장할 수 있었다.

    “빨리 돌아가서 다 같이 수련하고 싶네.”

    라온은 다른 광풍단이 들으면 기절할 말을 흘리며 입매를 말아 올렸다.

    *     *      *

    쿠우웅!

    가장 안쪽에 있던 숙소 문이 거칠게 열리고, 일주일 만에 리메르가 모습을 드러냈다. 피로와 고통으로 찌그러졌던 녹색 눈동자는 다시 나태함으로 물들어 있었다.

    “아이고, 죽겄다.”

    리메르는 어깨를 두드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괘, 괜찮으세요?”

    숙소 앞에서 배 주머니의 물건들을 정리하던 도리안이 달려갔다.

    “네가 보기엔 괜찮아 보이냐? 진짜 뒤질 뻔했어.”

    리메르가 고개를 젓고서 도리안에게 손짓했다.

    “맥주 있지? 시원한 걸로 하나만 꺼내….”

    “안 됩니다.”

    라온이 도리안을 막으며 고개를 저었다.

    “일주일 만에 나오셨으면 수프나 드시지 무슨 맥줍니까.”

    “아니, 일단 목부터 축이고….”

    “그럼 물이나 드세요. 도리안.”

    “옙!”

    옆으로 손을 뻗자 도리안이 배 주머니에서 은색 수통을 꺼내 주었다.

    “단주님….”

    “이제 살 만한가 보네. 나오자마자 맥주 찾는 걸 보니까.”

    버렌은 한심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마르타는 코웃음을 쳤다.

    “으응….”

    루난은 그러거나 말거나 숙소 앞마당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하아, 환자는 서글프다니까.”

    리메르는 한숨을 내쉬고서 수통을 받아 안에 들 물을 천천히 마셨다.

    “식사 준비를 하라고 말할 테니, 안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전 잠시 밖에 좀 다녀오겠습니다.”

    “응? 어디 가게?”

    “친구에게 좀 다녀오려고요.”

    “친구? 아아.”

    그는 누구인지 알아차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잘 다녀오고, 난 기름진 음식이 당기니까. 고기구이로….”

    “네. 수프요.”

    “인마!”

    라온은 리메르의 불평을 듣지 않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무조건 수프만 주라고 말한 뒤에 가젤 강으로 향했다.

    자갈의 무늬가 보일 정도로 맑아진 강물을 보자, 다시 한번 이곳을 구했다는 실감이 들아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가젤 강바닥에서 작은 물고기들이 움직이는 걸 보고 있을 때 멀리서 녹색 물결이 부드럽게 다가왔다. 우측에서 거품이 뽀글거리더니, 가람의 얼굴이 빼꼼 올라왔다.

    “라, 라온.”

    가람은 동그란 눈매에 반가움을 담으며 뭍으로 나왔다.

    “잘 지냈어?”

    라온이 미소를 지으며 손짓했다.

    “으응.”

    가람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옆 바위에 앉았다.

    “일족이 살 곳은 찾았어?”

    “사, 상류 쪽에 괜찮은 곳이 있었어.”

    “도망칠 곳도 있지?”

    “응. 네 방향이 다 뚫려 있어서 어디로든 도망칠 수 있어.”

    “잘 구했네.”

    혹시라도 틸러 같은 놈이 다시 나타날 수 있기에 거주지의 지형에 대한 조언을 해주었는데, 제대로 찾은 모양이다.

    “아, 알려 줄까?”

    “거주지를?”

    “응.”

    “내가 이상한 짓을 하면 어쩌려고?”

    “안 할 거 알아.”

    “왜?”

    “치, 친구잖아.”

    가람은 친구라고 말해 놓고 부끄러운지 눈치를 보았다.

    “그러냐.”

    라온이 피식 웃었다.

    “뭐 알아두는 건 좋겠지. 서로 연락할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으응. 조, 족장도 라온에게는 알려 줘도 좋다고 했어.”

    “그래?”

    가람보다 3배는 큰 덩치로 기묘한 주술을 외우던 청루족 족장이 떠올랐다.

    “응. 꼭 빚도 갚아야한다고 했어. 나도 그렇게 생각….”

    “그건 괜찮아.”

    라온이 가람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왜? 인간계에서도 빚은 꼭 갚아야한다고 하잖아?”

    “친구니까.”

    “아….”

    “친구끼리는 그런 거 신경 쓰는 거 아니래.”

    솔직히 나도 잘 모르지만.

    전생에서는 친구가 아예 없었고, 광풍단은 친구보다는 동료이자, 가족과 같은 관계다보니, 진짜 친구가 무엇인지는 모른다.

    예전에 서로에게 무언가를 바라고 기대하지 않는 게 친구라는 말을 들었는데, 가람에게 그런 마음이 드는 걸 보니, 이 녀석과 정말 친구가 된 것 같았다.

    -흥. 모기와 벼룩처럼 남들의 피와 돈을 쪽쪽 빨아먹는 놈이!

    라스가 얼음꽃 팔찌에서 나와서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언제?’

    -본왕! 본왕의 능력과 특성을 다 빨아먹고 있잖느냐!

    ‘아, 그건 그렇네.’

    라온이 피식 웃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라스는 저런 말을 할 자격이 있었다.

    “응! 알겠어.”

    가람은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 대신 라온에게 도움이 필요할 땐 언제라도 도와줄게.”

    “그래.”

    두 사람은 미소를 짓고서 흘러가는 강물을 지켜보았다.

    “떠날 거야?”

    잎사귀 하나가 강물에 흘러가는 걸 본 가람이 먼저 입을 뗐다.

    “그래.”

    “그, 그럼 이제 못 보는 거야?”

    가람의 어깨가 물에 젖은 수건처럼 축 쳐졌다.

    “아니.”

    라온이 고개를 저었다.

    “전에 말했잖아. 이 강은 내 이름으로 보호하겠다고. 마을과 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와야지. 그리고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라도.”

    “그, 그래….”

    가람이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푹 숙였다.

    “혹시 라온은 하고 싶은 게 있어?”

    “하고 싶은 거라….”

    라온이 낮은 숨을 뱉고서 강물을 바라보았다.

    “몇 개 있긴 한데 좀 많이 어려워.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최우선 목표는 실비아의 지위 회복이고, 두 번째가 데루스 로베르트의 실체를 밝힌 뒤 놈의 숨통을 끊는 거다. 첫 번째도 힘들지만, 두 번째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나 강해져서 족장이 될게.”

    “족장?”

    갑자기 족장이 된다는 말에 가람을 보았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리는 푸른 눈동자에 이전과는 결이 다른 의지가 깃들어 있었다.

    “내가 동족에게 잘못한 일을 사죄하기 위해서 그리고 라온을 도와주기 위해서 꼭 족장이 될 게.”

    “날 도와준다고?”

    “어려운 일이라며 히, 힘을 키워서 꼭 도와줄게.”

    가람은 믿어달라는 듯 두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럴….”

    그럴 필요 없다고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친구라….’

    친구라는 건 동등한 관계라고 했었지.

    기본적으로 친구란 서로 같은 위치에 선다고 알고 있다. 자신이 가람을 도와주고 싶은 것처럼 가람 역시 도와주고 싶을 것이다.

    실제 도움이 되든, 되지 않든 그 마음 자체를 거절하는 건 친구로서 할 일이 아니었다.

    “그래.”

    라온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리고 있을게.”

    “응!”

    가람은 그 어느 때보다 힘찬 대답을 하며 웃었다.

    -크흡….

    라스가 가람을 보며 코를 훌쩍였다.

    -기특하느니라. 저 어린 것이….

    녀석은 저런 결정을 한 게 대견하다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무슨 놈의 마왕이 이렇게 감수성이 풍부한 건지 참으로 신기했다.

    -잘 챙겨주어라. 좋은 녀석이지 않느냐.

    ‘알아.’

    -크으, 먹을 것만 주었어도 본왕의 하인으로 삼았을 터인데….

    먹을 걸 줘야 하인이 되는 거였어?

    생각해보니, 도리안부터 루난, 마르타, 유아는 각자 과자와 아이스크림, 소고기, 파인애플을 주었다.

    ‘하….’

    어이가 없어서 말이 나오질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라스는 식탐의 마왕. 아니, 식충이 마왕이었다.

    -왜?

    ‘아냐.’

    식충이 마왕이라고 하면 또 발작을 일으킬 거 같아서 손을 저었다.

    “가람. 이번에 마법사의 던전에 다녀왔거든. 거기에서….”

    라온은 로엔그린의 던전에 갔었던 일에 대해 말해주었다. 가람은 워낙에 호기심이 많은 녀석이라 그 이야기를 들으며 눈동자에서 빛을 뿜어냈다.

    던전과 다른 이야기들을 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기 시작했다. 크게 재밌는 일도 아니었지만, 서로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했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의 동정으로 가람의 손을 잡았지만, 이젠 정말 친구가 된 듯 했다.

    부그그그!

    대화를 끝내고 어두워지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을 때 강 중심에서 거품이 올라왔다.

    “아.”

    가람이 그 거품을 보고 몸을 일으켰다.

    “이, 이제 가야겠어. 아직 정리가 다 안 끝났거든.”

    그는 아쉬운 듯 강으로 한 걸음을 걸을 때마다 뒤를 돌아보았다.

    “또 보자.”

    “응!”

    라온이 손은 들어 올리자, 가람이 턱이 허리에 닿을 정도로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또 봐!”

    그는 풍차처럼 손을 돌리고서 달이 비치기 시작한 강 속으로 사라졌다.

    -그 고통을 겪고 저리 밝다는 게 대단하느니라. 본왕의 하인으로 삼기에 딱 좋은 아이건만….

    라스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음….”

    아무래도 다음에 올 때 가람에게 물고기라도 한 마리 낚아오라고 해야겠다. 워낙에 호구 끼가 있는 녀석이다 보니 분명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이제 돌아가는 거냐?

    라스는 강물에 비친 달을 보며 물었다.

    “그래. 단주님도 일어났으니까.”

    리메르도 어느 정도 회복되었고, 지부 사람들에게 인수인계도 끝났으니, 떠날 때가 되었다.

    라온이 피식 웃으며 뒤를 돌았다. 멀리 보이는 도란 마을을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다들 구를 준비를 됐을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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