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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226화 (226/653)
  • 제226화

    라온이 리메르를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지?’

    리메르는 다 헤진 제복을 입었고, 갈라진 가죽 부츠를 신었으며, 머리는 미역 줄기처럼 산발이 되어 있었다.

    ‘출발 전에는 분명 졸부 그 자체였는데….’

    그는 금첨단과 광풍단의 대련에서 유일하게 광풍단의 전승에 돈을 걸어 어마어마한 이득을 얻었다. 돈 자랑을 하려고 손가락만이 아니라, 발가락에도 반지를 끼고 있던 양반이 왜 저런 거지꼴이 됐는지 모르겠다.

    ‘도박으로 날리기엔 좀 많았을 텐데?’

    도박장 배율에 한계가 있는 법. 그 많은 돈을 다 날렸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옷도 간수 못 한 모습을 보면 도박 말고 다른 이유는 없어 보였다.

    “라온! 정말 마스터가 됐구나!”

    리메르는 물 흐르듯 더 자연스러워진 라온의 기세를 느끼고, 자연스레 피어나는 미소를 흘렸다.

    “난 믿고 있었어! 네가 해낼 줄 알고 있었다고!”

    “감사합니다. 단주님.”

    라온이 리메르에게 고개를 숙였다. 거지꼴이지만, 본인의 일처럼 기뻐해 주니 감사할 뿐이었다.

    “내 제자 중에 대륙 최연소 마스터. 그것도 18살짜리 마스터가 나오다니! 기쁨이 주체가 안 되네!”

    리메르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뒤를 돌았다.

    “너희도 고생 많았어. 많은 사람을 구했다고 들었는데, 멀리서나마 뿌듯했다.”

    그는 광풍단의 상태를 쭉 살핀 뒤 다시 라온의 옆에 붙어서 어깨를 잡았다.

    “네가 에덴의 귀신 셋을 벤 것 말고는 제대로 들은 게 없으니까. 술이라도 한잔하면서 설명을….”

    “꺼져!”

    셰릴은 라온을 데려가려던 리메르의 허리를 걷어찼다.

    “커헉!”

    리메르가 허리를 부여잡은 채 턱을 떨었다.

    “왜, 왜….”

    “보고도 안 했는데, 무슨 술이야! 여기서 도박이나 하던 놈이 귀찮게 굴지 마.”

    셰릴이 물러나라는 듯 손을 저었다. 그녀 역시 리메르가 도박으로 돈을 날렸다는 걸 확신하고 있었다.

    “단주님. 정말 또 도박하신 겁니까?”

    “정말이지 한심해.”

    버렌이 리메르를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고, 마르타는 차가운 눈동자를 흘겼다.

    루난은 차이점을 모르는 건지, 관심이 없는 건지 그저 맹하니 리메르를 바라만 보았다.

    “아, 아니야! 이번에는 진짜 다 왔었어! ‘삼약’을 시도할 수 있었는데, 마지막에 한 끗 차이로 다 빨렸다고! 정말 딱 한 번만 기회를 준다면….”

    ‘삼약?’

    라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선가 들어본 말인데, 정확하게 생각나지 않았다.

    “이제 정신 좀 차려. 이 멍청아!”

    셰릴은 리메르를 한 번 더 걷어차고 앞장서서 손짓했다. 저런 놈 신경 쓰지 말고 따라오라는 제스처였다.

    “가자.”

    “예!”

    라온이 셰릴의 뒤를 따라가자, 천검대는 물론이고, 광풍단 검사들마저 리메르를 무시하고 정문으로 들어갔다.

    “얘, 얘들아?”

    간절하게 손을 뻗는 리메르를 돌아보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야이! 자식들아! 내가 너희들에게 해준 게 얼만데! 아직 돈 빌려달라는 말도 안 했잖아!”

    예상대로의 주절거림에 모두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게 바로 도박꾼의 말로야.”

    도리안은 율리우스를 보며 절대 따라 하지 말라고 말해주었다.

    “저분은 강하시긴 한데, 왠지 인정하기 싫습니다.”

    율리우스가 떨떠름한 눈빛으로 고개를 저었다.

    -저놈은 끝까지 구질구질하구나. 어떤 의미로는 대단한 놈이니라.

    라스도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그러게.’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셰릴을 따라 중앙 대로를 걸었다. 흡사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온 개선장군이 된 듯 주변 검사들 모두가 걸음을 멈추고 일행을 돌아보았다.

    “마스터인가….”

    “헛소리가 아니었군. 느껴지는 기세가 이전과는 격이 달라.”

    “18살에 마스터라니, 신의 축복이라도 받은 건가?”

    “신의 축복이 아니라, 저주였지. 그걸 이겨낸 대가로 저기에 서 있는 게 아니겠는가.”

    “하긴 성자께서도 제대로 치료하지 못했던 체질이었으니까.”

    검사들은 놀란 눈을 감추지 않은 채 라온을 보며 수군거렸다.

    “마스터가 되기 전에 광혈귀를 베고, 마스터가 된 이후에는 적랑귀와 흑익귀를 베었다고 하더군.”

    “그 셋 모두 성자님과 싸우다 지쳐서 힘이 빠진 상태라고 들었는데.”

    “나도 그리 알고 있어. 지쳐서 강기도 쓰기 힘들었다고 했지.”

    “그래서 너희들은 익스퍼트의 경지로 지쳤다고는 하더라도 마스터가 우글거리는 숲에 거리낌 없이 들어갈 자신이 있나? 마스터 셋을 베고 돌아왔는데, 그런 주절거림은 본인의 추잡함만 드러낼 뿐이다.”

    “적랑귀와 흑익귀 둘이 동시에 덤벼들었다고 했다. 그 둘의 합격술이라면 지친 의미가 없지.”

    “마지막에 악양귀와 무승부까지 이뤄냈으니, 실력은 인정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야.”

    라온이 눈매를 좁혔다. 평소와 다르다. 질시나 질투를 보이는 말에 반박해주는 사람의 목소리가 중간 중간 들려왔다. 논쟁하듯 서로 다투는 검사들도 있었다.

    ‘조금은 변한 건가.’

    이전에는 자신의 업적에 폄하를 하거나, 질투 혹은 욕을 해도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마스터가 되고 큰 업적을 쌓자 가문 사람들의 생각에도 약간 변화가 생긴 것 같았다.

    “라온 부단주님.”

    “마스터에 오른 걸 축하드립니다.”

    “지독한 전투에서 끝까지 버텨냈다고 들었습니다. 크게 감명 받았습니다.”

    “창전단의 제칼입니다. 후에 대련을 청해도 되겠습니까?”

    그저 지켜보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다가와 말을 거는 사람도 많았다. 들뜬 눈빛들에 호감이 담겨 있었다.

    “감사합니다.”

    라온은 어색한 눈빛으로 고개를 꾸벅였다. 조금 거북해서 누구도 접근하지 않는 셰릴의 옆에 붙었다.

    “거리낌 없이 다가오는 게 부담스러운 모양이군.”

    “그 정도는 아니고….”

    “네게 힘이 생겼기 때문이다.”

    셰릴이 검집을 툭 치며 빙긋 웃었다.

    “무관심이 관심이 되고, 관심을 호감으로 만드는 게 바로 힘이지. 그리고….”

    그녀가 차가운 눈빛을 발하는 검사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질투와 질시를 악의로 바꾸는 것 역시 힘이다. 앞으로 더 귀찮은 일이 많아질 거야.”

    “각오하고 있습니다.”

    라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인간들의 다정함보다 추잡함이 익숙하다. 이 정도는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나 더 있다.”

    셰릴이 뒤를 돌아보며 조금 전 비아냥거렸던 사람들을 서늘한 눈빛으로 훑어 내렸다.

    “꺼억!”

    “헉!”

    “히이익!”

    그들은 그녀의 눈빛을 마주한 것만으로 기겁하며 뒤로 자빠졌다.

    “어중간한 힘이 아니라, 절대적인 힘이 있다면 타인의 악의조차 짓눌러버릴 수 있지. 지금의 위치에 안주하지 말고 더 멀리, 더 높게 나아가도록 해라.”

    그녀는 어깨를 툭 치며 선해 보이는 미소를 지어주었다.

    -저 똥손의 말이 맞느니라.

    ‘똥손?’

    -요리를 드럽게 못하지 않느냐.

    라스가 인상을 팍 찡그렸다.

    ‘아, 그건 그렇지.’

    -어쨌든 저 똥손의 말대로 강대한 힘이 있다면 그 누구도 네게 덤비지 못하느니라. 본왕이 마계에 있을 때도 수많은 마족이 힘을 합쳐서 덤벼들었지만, 냉기의 물결 한 번에 모조리 얼려버리자 이후에는 그 누구도 덤벼들지 않았다. 아, 냉기의 물결은 본왕의 기술 중 하나로….

    라스는 오랜만에 마계 자랑을 시작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을 때 녀석이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러니 본왕에게 네 몸을 넘기거라. 이 대륙의 절대자가 되어 누구도 넘볼 수 없게 해주겠느니라!

    ‘역시 결론은 그렇게 가네.’

    피식 웃으며 달려들려는 라스를 툭 밀어냈다. 길고 긴 마계 수다를 듣다 보니 어느새 본관 앞에 이르러 있었다.

    “후우….”

    라온은 본관의 중심에 우뚝 선 가주전을 보며 차분히 숨을 내쉬었다.

    ‘어딜 가나 전쟁이로군.’

    받을 것도 제대로 챙겨야 하지만 글렌의 진짜 의도를 알아볼 기회였다.

    *     *      *

    라온은 알현실 중앙에 무릎 꿇은 채 양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글렌이 불렀는지 가문에 남은 무력대의 대주와 단주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미친….”

    “저, 정말이었잖아.”

    “18살에 마스터….”

    “당연히 개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라온의 무력을 느낀 대주들의 눈동자는 바람맞은 갈대처럼 격하게 흔들렸다.

    “으음.”

    “끄응!”

    카룬과 발데르는 냉정한 척하기 위해 입술을 꾹 깨물었지만, 그 입술이 떨리는 건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딱 한 사람은 달랐다.

    단상 위 금빛 옥좌에 앉은 글렌의 표정은 여전히 공허했고 냉정했으며 지루해 보였다.

    라온은 글렌의 시선을 올려보며 눈썹을 찡그렸다.

    ‘정말 저 사람이 영약을 내어줬다고?’

    저 감정 없는 눈빛을 보고 있으니, 페드릭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나 의심스러워질 지경이었다.

    “라온 지그하르트.”

    “예.”

    글렌의 부름에 라온이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였다.

    “이번 임무의 중심에 네가 있었다고 들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직접 말해보아라.”

    “알겠습니다.”

    라온이 눈을 내리감았다가 뜨며 일어섰다.

    “저희가 요난 가문에 도착해서 이동 준비를 마쳤을 때 테머스가 찾아왔고….”

    듣는 귀가 많았기에 과장하면 오히려 좋지 않게 볼 가능성이 있다. 임무 중에 있었던 사건들을 거짓 없이 사실만 읊었다.

    “…그렇게 엔시아 님의 치료를 끝내고 가문에 복귀했습니다.”

    “거짓은 없습니다.”

    셰릴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자, 대주와 단주들의 눈은 그들의 입 이상으로 벌어진 상태였다.

    “허어, 에덴의 마스터 셋이라, 솔직히 나도 자신 없는데….”

    “흑익귀와 적랑귀의 합공을 이겨낸 건 경악스럽군.”

    “가문에 진짜 괴물이 나왔어.”

    “느껴지는 무력이 이미 초입을 벗어났다. 하급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야. 어떻게 정체기를 지워버린 거지?”

    “놀라운 정신에, 전율마저 이는 검기다. 대륙 전체에 이름을 떨쳐 울릴 날도 얼마 남지 않았어.”

    무력에 감탄한 대주들은 호승심과 대견함이 깃든 눈빛을 보냈고.

    “테머스의 허점을 파악하고, 습격 대비를 하다니, 머리도 보통 비상한 게 아니야.”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근육쟁이들과는 달라. 상황을 확실하게 파악한 뒤에 움직이는 침착함도 있어.”

    “무력이 아니라, 저 심계가 18살 같지 않군. 이쪽으로 데려왔어야 했는데.”

    준비성과 계획, 판단력에 감탄한 검사들도 있었으며.

    “망할.”

    “어찌 저런 놈이 나와서….”

    “제기랄.”

    “방계 놈들이 좋다고 발작을 일으키겠군.”

    들리지 않게 욕을 뱉고, 살벌한 눈빛을 쏘아내는 자들도 있었다.

    “모두 수고했다.”

    글렌이 임무에서 복귀한 검사 모두를 차례로 살피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수고했다고 하지만 표정은 여전히 냉담했다. 거의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입꼬리가 실룩거린다는 것만 빼면 초상을 치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임무 중에 많은 변수가 일어났지만, 길을 잃지 않고 끝까지 목표를 완수한 너희들의 공적을 인정하며 그에 합당한 상을 내리겠다.”

    그가 나름의 칭찬과 함께 상을 내린다고 하자 직계들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물론 글렌에게 반발하면서까지 앞으로 나서는 자는 한 명도 없었다.

    ‘저런 눈빛 정도야 귀엽지.’

    라온은 그들의 시선을 여유롭게 받아들이며 웃었다. 저런 눈빛 정도로는 이제 견제조차 되지 않는다.

    “그럼.”

    셰릴은 뒤를 힐끔 돌아보고서 옆으로 빠졌다.

    “천검대주님?”

    “이 임무는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상을 받을 수는 없지.”

    그녀는 ‘네 차례다.’라고 중얼거리며 앞을 가리켰다.

    “그럼 나도.”

    에컨 역시 셰릴을 따라 좌측으로 움직였다.

    “라온 지그하르트. 위로 올라와라.”

    “예.”

    글렌의 위엄 서린 목소리를 따라 단상 위로 올라갔다. 계단을 밟고 올라갈수록 글렌이 크게 보인다. 바위만 하던 그가 태산이 되어 하늘 끝에 섰다.

    ‘아직도 안 보인다니….’

    마스터에 올랐음에도 글렌이 가진 무력의 크기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그의 무력은 말 그대로 하늘 너머에 있는 것 같았다.

    “적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움직이는 판단력. 강한 적 앞에서 물러서지 않고 싸우는 용맹. 그 둘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만들어낸 압도적인 실적과 18살에 마스터에 올라 가문의 명성을 떨쳐 울린 점까지. 모두 훌륭하다.”

    글렌의 입에서 나온 훌륭하다는 칭찬에 직계들의 시선이 이를 드러낸 맹수처럼 사나워졌다.

    “광풍단의 부단주 라온 지그하르트에게 금색의 패와 적금보고에 들어갈 권한을 주겠다.”

    라온은 적금보고라는 말을 듣자마자 눈을 부릅떴다.

    ‘적금보고라고?’

    적금보고는 지그하르트의 재물들이 쌓여 있는 가주의 보물 창고다. 그가 가끔 열어주는 서고 역시 적금보고의 물건이었다. 그런 곳에 들어갈 기회를 얻다니, 자신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가주님.”

    단상 바로 아래에 있던 발데르 지그하르트가 손을 들어 올렸다.

    “광풍 부단주의 실적이 대단함은 인정하지만, 적금보고는 과하다는 생각됩니다. 최근 십 년 동안 금색의 패를 받은 사람이 없으니, 패 하나로도 충분한 보상이 될 것입니다.”

    “으음, 저도 적금보고 출입은 실적에 비해 넘치는 보상이라 생각합니다.”

    “둘 중 하나만 고르는 게 낫지 않을지….”

    직계와 방계 대주들이 여론을 조성하듯 발데르의 말에 동의했다.

    “저 실적이면 적금보고 출입권도 줘야 맞지.”

    “그러게. 에덴의 귀신 셋을 베었다고!”

    “대륙 최연소 마스터가 되어서 지그하르트의 이름으로 대륙을 울리기도 했잖아.”

    옹호를 해주는 대주와 단주들도 있었지만, 숫자에서 밀리기에 그들의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다.

    “후후.”

    카론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걸 보니, 직계 놈들이 원하는 게 바로 이렇게 서로의 의견이 충돌되며 어지러워진 상황인 것 같았다.

    “…….”

    글렌은 생각을 하는 건지 아니면 관심이 없는 건지 턱을 괸 채 움직이지 않았다. 네가 알아서 설득하라는 듯한 담백한 눈빛이었다.

    ‘이럴 줄 알았지.’

    짧게 혀를 찼다. 직계들이 이렇게 나올 건 당연히 알고 있었다. 저들의 입장에선 글렌에게 혼이 나도 이쪽으로 오는 보상을 막고 싶을 테니까.

    그래서 가장 큰 실적 중 하나는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

    “아, 제가 말씀드리지 않은 게 있습니다.”

    라온은 뒤를 돌며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요난 가문에서 받아온 거면 아티팩트?”

    “아티팩트 하나라고 해봤자….”

    “선독점.”

    선독점이라는 말에 대주들의 눈동자가 파도를 맞은 돛단배처럼 출렁였다.

    “요난 가문에서 생산하는 유일급 아티팩트를 먼저 구매할 수 있는 선독점 권리를 얻어왔습니다.”

    “허억!”

    “어어?”

    “미친, 선독점이라고?.”

    “저, 정말인가?”

    옹호해주던 단주는 물론이고, 반대하던 직계들마저 경악하여 얼굴이 하얘졌다.

    “예. 곧 요난 가문에서 거래를 위한 사절단이 올 것입니다. 그때 확인해보시지요.”

    라온이 턱을 치켜 올리며 직계들을 굽어보았다. 선명한 홍안이 질시의 시선들을 짓눌렀다.

    “이래도 제게 과한 보상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으십니까?”

    “끄응….”

    “으으!”

    “젠장….”

    당연히 손을 들거나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푸하하하하! 아이고 꼬시다!”

    끝자리에 서 있던 리메르의 웃음소리가 무거운 공기를 뚫고 천장에 닿았다.

    “그럼.”

    라온이 뒤를 돌아서 글렌을 살폈다. 미리 알고 있었는지 그의 표정은 여전히 변함없었다. 입매가 조금 더 꿈틀거린다는 것 정도가 변화라면 변화였다.

    ‘좀 열 받네.’

    저 철가면 같은 얼굴을 꼭 무너뜨리고 싶었다.

    ‘어쩔 수 없지.’

    조금 민망하지만 페드릭에게 들은 비밀 무기를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라온 지그하르트는 앞으로 오라.”

    “예!”

    고개를 끄덕이고 옥좌 앞으로 다가갔다.

    “훌륭히 임무를 완수한 네게 금색의 패와 적금보고 1회 출입권을…윽!”

    라온은 글렌이 금색의 패를 건네주기 위해 한 걸음 나온 순간 페드릭에게 보여주었던 환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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