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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132화 (132/653)
  • 132화

    -여, 연승?

    라스의 입이 찢어질 것처럼 벌어졌다.

    “아, 연승이 있었지.”

    라온이 메시지를 보며 고개를 주억였다. 연승의 추가 보상은 이번에도 적용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긴장하지 마. 어차피 능력치 몇 개가 올라가는 정도잖아.”

    4연승 때는 근력과 민첩성, 기력 능력치가 1에서 2포인트 정도 상승했었다. 이번에도 그 수준일 테니, 그렇게 엄청난 보상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도 전부 본왕의 본체에서 가져오는 능력치지 않느냐.

    “음식을 생각하자고, 음식을.”

    -쯥.

    라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추가 보상으로 모든 능력치가 2포인트 상승합니다.]

    “어?”

    -모, 모든 능력치?

    개별 능력치가 아니라, 모든 능력치가 상승한 것에 라온과 라스 둘 다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메시지는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추가 보상으로 두 특성의 성취가 상승합니다.]

    연승 덕분에 원래 한 개의 특성 등급이 상승해야 하는 보상이 두 개로 늘어난 것 같았다. 아무래도 연승의 보상은 5단위마다 크게 뛰는 것 같았다.

    “마음에 드네.”

    라온이 사라지는 메시지를 보며 옅게 미소 지었다. 특성의 성취를 올리는 건 시스템이 있음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런 특성의 등급을 2개나 올려주다니, 예상을 한참 뛰어넘은 보상이었다.

    -왜, 왜 특성이?

    라스는 이해할 수 없는 듯 머리를 바르르 떨었다.

    -모든 능력치만으로도 분노가 이는데, 특성의 등급을 왜 올려준다는 말이냐!

    “네가 말했잖아.”

    라온은 손을 저어서 불길처럼 일어나는 라스의 냉기를 짓눌렀다.

    “완벽한 시스템은 소유자를 강하게 만드는 것에 최선을 다한다고. 이번에도 그런 거지 뭐.”

    라스가 평소에 본인 자랑처럼 했던 말을 그대로 읊었다.

    -그, 그래도 이건 아니니라. 이런 추가 보상이 있을 줄 알았다면 이렇게 쉽게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걸 잊은 사람이 문제이지 않을까? 연승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잖아.”

    -끄으윽….

    라스는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이를 바득 갈았다.

    라온은 기대감을 입가에 걸치고 떠오를 메시지를 기다렸다

    [암습의 등급이 상승했습니다.]

    [글래시아의 등급이 상승했습니다.]

    “어?”

    라온이 마른침을 삼켰다. 암습은 그렇다 치고, 방금 습득한 글래시아의 등급이 상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두웅.

    바로 눈을 감고, 감각의 바다를 열었다.

    ‘미쳤군.’

    감각의 바다 범위가 마지막에 느꼈던 것보다 훨씬 넓어졌고, 그 물결은 더 순수해졌다. 이 숙소 내부만이 아니라, 외부의 사람들까지 무엇을 하는지 느껴질 정도였다.

    부르르르!

    코앞에서 거대한 해일이 치솟았다. 누구인지는 뻔했다.

    -크으으….

    눈을 뜨니, 예상대로 라스가 어마어마한 냉기와 분노를 일으키고 있었다.

    화아아아!

    화산처럼 폭발한 냉기의 물결이 라온의 전신을 뱀처럼 휘감았다.

    -오늘이야말로 네놈의 숨통을 끊어주겠노라!

    “안 하는 게 좋을 텐데. 또 능력치만 퍼줄걸?”

    라온은 진심으로 충고했다. 아직 몸 상태는 회복되지 않았다. 단전도 거의 비었고, 정신은 멍하며, 뼈마디가 아렸다. 하지만 지금의 라스에겐 지고 싶어도 질 수가 없었다.

    -닥치거라! 텅 빈 네놈 따위는 그대로 집어삼킬 수 있노라!

    라스는 그 말과 함께 끌어 올린 냉기와 분노의 해일을 내리쳤다. 무시무시한 냉기가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려 몸과 정신을 짓눌렀다.

    “음….”

    라온이 인상을 찌푸렸다. 수속성 저항력이 상승했음에도 피부가 찢어질 것 같은 냉기다. 확실히 라스도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발전 속도는 자신이 우위였고, 이젠 최강의 방패까지 생겼다. 지고 싶어도 질 수가 없다.

    후우우우.

    라온이 숨을 고르며 2성에 오른 글래시아를 운용했다. 이미지로 그려 낸 냉기의 벽이 마나 회로에 세워져 라스의 냉기를 차단했다.

    치이이익!

    냉기가 냉기를 차단하며 살을 으깨는 듯한 고통이 급속도로 줄었다. 육체의 통증이 사라지니, 정신적인 부담도 감소했다. 이 정도라면 하루종일. 아니, 평생도 견딜 수 있었다.

    -얼어붙어라! 사기꾼 족제비 놈아!

    라스는 그걸 알고 있을 텐데도, 분노에 잠식되어 끝없이 냉기를 쏟아부었다.

    ‘언제 끝나려나.’

    살짝 미안한 마음이 있긴 해서 하품을 참으며 조금 더 맞아주었다.

    적당히 참다가 설득할 생각이었는데, 몇 분 지나지도 않아서 메시지가 올라왔다.

    “아, 능력치 올랐다.”

    -어훅!

    *     *      *

    -정말이겠지?

    또 능력치를 빼앗긴 라스는 쪼그라든 채로 불안에 떨었다.

    ‘그래. 약속했으니까.’

    라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라스 덕분에 많은 이득을 얻었으니, 음식을 먹는 약속 정도야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었다.

    나도 배가 고프기도 하고.

    사흘째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라스가 아니더라도 밥 생각이 간절했다. 겉옷을 걸치고 방을 나갔다.

    “어? 도련님!”

    물수건과 물을 가지고 오던 도리안이 눈을 부릅떴다.

    “언제 일어나셨어요?”

    “방금.”

    “몸은 괜찮으세요? 사흘 동안 누워만 계셨어요!”

    “조금 멍하긴 한데, 괜찮아.”

    고개를 끄덕이며 팔을 빙빙 돌렸다.

    “정말 다행이에요! 사령관님하고 회복사들을 찾아갔는데, 괜찮으니,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만 해서….”

    도리안은 소매로 눈가를 훔치며 이제 발 뻗고 잘 수 있겠다고 중얼거렸다. 자신이 쓰러져 있는 동안 계속 걱정해줬던 것 같다.

    고맙다고 말하기엔 살짝 민망해서 그냥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근데 일어나자마자, 어디 가세요?”

    “배가 등가죽에 붙었다. 밥 좀 먹어야겠어.”

    “같이 가요! 저도 먹을 때가 됐으니까.”

    녀석은 물을 내려놓고 옆으로 붙었다.

    “아, 그리고 나가서 놀라지 마세요.”

    “뭘?”

    “곧 알게 되실 거예요. 흐흐.”

    “무슨 소리인지.”

    -저놈은 무시해라. 빨리 가서 본왕과의 약속을 지켜라.

    뜻을 몰라서 고개를 갸웃거릴 때 라스가 거머리처럼 달라붙어서 팔을 흔들었다.

    ‘알겠으니까. 그만 보채.’

    라온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 숙소를 나섰다.

    “수성이 이렇게 편한 건 오랜만이네.”

    “잠을 더 잘 수 있다는 게 가장 좋다. 매일 이랬으면 좋겠어.”

    “그 사람만 깨어나면 다 끝나는데.”

    평소보다 성 내부가 분주했다. 웨이브를 이겨낸 열기가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어?”

    “음?”

    “저, 저 사람!”

    병사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서리의 가지로 향할 때 시끄럽던 거리가 손아귀로 움켜쥔 것처럼 조용해졌다. 입을 다문 사람들의 시선은 전부 라온을 향하고 있었다.

    “라온 님!”

    “라온!”

    “일어난 거냐!”

    “드디어 일어났다! 이번 웨이브의 영웅이!”

    “와아아아아!”

    병사, 기사, 검사할 것 없이 모두가 라온의 곁으로 달려와 환호를 질렀다. 눈과 입이 함께 움직이는 진짜 미소.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그가 깨어난 것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왜들 이러지?’

    라온이 눈매를 좁혔다. 시간을 끌어서 병사들을 구했을 뿐이다. 얼굴만 마주쳤던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기뻐하는 이유를 몰라서 당황스러웠다.

    “라온은 아직 환자다! 전부 물러나!”

    귀가 따가운 환호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테리안이다. 그가 자신의 팔을 잡아끌며 병사들을 물렸다.

    “헙!”

    “아, 알겠습니다!”

    “라온 님! 꼭 회복하셔서 제 술을 받아주십시오!”

    “제 동료들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언젠가 꼭 갚겠습니다!”

    병사들은 물러나면서도 인사 한마디를 남겼다. 감사하다든가, 빨리 회복 하라는 말로 전부 자신을 걱정하는 말이었다.

    “자네는 여전하군.”

    테리안은 미간을 좁힌 라온을 보며 빙긋 미소 지었다.

    “예?”

    “친분이 없던 보병이나, 기사, 검사들이 왜 자네를 걱정하고, 환호하는지 이해되지 않는 건가?”

    라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병사를 구하기 위해서 앞을 막은 건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성벽 아래로 떨어진 사람 중에 정찰병들이 꽤 있었지만, 대부분은 자네와 별 관계가 없었지. 그중에는 자네를 무시했던 설격대 검사도 있었고.”

    그는 라온의 이름을 외치는 병사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렇지만 자네는 그중 누구도 외면하지 않고, 모두를 위해 검을 들고 벽을 세웠어. 사령관조차 포기한 병사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앞을 막은 영웅. 그런 남자에게 끌리지 않는다면 하분 성에 있을 자격이 없지.”

    테리안의 눈이 푸르게 반짝였다. 하분 성의 무인들이 영웅에게 끌린다는 말은 그도 예외가 아닌 것 같았다.

    “이건 부사령관으로서 전하는 감사의 인사일세.”

    그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라온. 우리 병사들을 구해주어 고맙네. 훗날 자네가 원한다면 언제라도 이 은혜를 갚겠네.”

    얼굴을 들어 올리는 테리안과 눈을 마주쳤다. 의지를 담은 미소. 진심이 어린 웃음이었다.

    “저도! 저도 도와드리겠습니다!”

    “언제라도 불러 주십시오!”

    “라온! 나도 도와줄게! 도움이 되든 안 되든 간다!”

    “나, 나도 도울 수 있다면 가겠어.”

    병사들과 기사들, 정찰병들만이 아니라, 설격대 검사들도 부르기만 하라며 손을 들었다.

    “하….”

    라온이 격한 숨을 토했다. 가슴이 탈 것처럼 뜨겁다.

    이곳에 오면서 보고 싶었던 장면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 싸움 중 혹은 싸움을 끝낸 후 모두가 하나가 되는 듯한 모습. 그걸 직접 겪으니, 심장이 열기로 박동한다. 또 하나의 감정을. 이 세계를 살아갈 원동력을 얻게 된 기분이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병사와 기사들을 보며 옅게 미소 지었다.

    -…안 가냐?

    *     *      *

    라온은 라스의 재촉에 사람들의 환호를 뒤로하고 서리의 가지로 들어갔다. 내부에서도 밥을 사겠느니, 술을 바치겠느니, 평생 무료로 먹으라는 등 아주 난리가 났다.

    “아까 말했던 게 이거였어?”

    “예. 제 예상보다 더했지만요.”

    도리안이 손부채질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검사님! 이제 괜찮으신 거예요?”

    주방에서 유아가 양갈래 머리를 찰랑이며 달려왔다.

    “그래.”

    “다행이에요. 찾아갔었는데!”

    “왔었다고?”

    “네. 죽을 가져갔었는데, 드시질 못하셔서.”

    “그건 제가 먹었습니다!”

    도리안이 씩 웃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어쨌든 고맙다.”

    “아니에요. 단골 관리는 필수죠.”

    유아가 헤헤 웃으며 메뉴판을 내려놓았다. 진심이든, 농담이든 저렇게 말하니 귀엽게만 보였다.

    “오늘은 뭘 드시겠어요?”

    “이전에 못 먹은 애플 미트 파이랑….”

    -흐으읍!

    애플 미트 파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라스가 크게 숨을 들이켰다. 기대감이 가득 차오른 호흡이었다.

    “아, 죄송해요.”

    유아가 눈매를 찡그렸다.

    “지금 사과가 다 떨어져서 애플 미트 파이는 품절이에요.”

    “없다고?”

    “예. 웨이브가 끝난 후에 손님들이 엄청나게 오셔서요.”

    -어? 뭐?

    라스의 눈이 탁 풀렸다. 입이 부르르 떨리는 걸 보니 다시 폭발할 것 같았다.

    “그럼 파인애플 피자는?”

    “그건 제가 아니라….”

    유아의 시선이 도리안을 향했다.

    -빠, 빨리 물어봐라! 본왕의 1호 부하에게 파인애플과 사과가 있을 게 분명하다!

    라스는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열기 가득한 눈으로 도리안을 보았다.

    “아쉽게도 둘 다 없네요.”

    도리안이 어깨를 으쓱였다.

    “웨이브가 끝난 기념으로 파인애플 쿠키를 뿌려서 다 떨어졌어요.”

    “사과는?”

    “한참 전에 라온 님이랑 정찰병들에게 간식으로 드렸잖아요.”

    그 말을 들으니, 예전에 녀석이 주었던 노란 사과가 생각났다. 아침에 좋다면서 매번 사과를 주었었다.

    “주머니에서 사과랑 파인애플이 계속 나오면 개연성이 없잖아요.”

    도리안은 배 주머니를 긁으며 헤헤 웃었다. 이 녀석 입에서 개연성이라는 말이 나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바위랑 통나무는 괜찮고?”

    “그건 자주 쓰는 물건이잖아요. 필수죠!”

    “허….”

    라온이 헛바람을 흘렸다. 도리안의 상식에는 무언가 큰 문제가 있었다.

    ‘신기한 녀석이….’

    -저런 쓸모없는 놈!

    라스가 도리안을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 1호 부하라더니, 순식간에 버려버린다.

    -애플 미트 파이, 파인애플 피자, 파인애플 쿠기. 셋 모두 없다고? 이럴 수는 없다! 이게 현실일 리가 없어!

    라스의 목소리에 크나큰 절규가 어렸다.

    -어떻게 할 것이냐!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 재료가 없는 걸 어떻게 해.’

    -본왕은 그런 거 모른다. 약속했으면 지켜라!

    ‘좀 가만히 있어.’

    귀를 울리는 라스를 밀어내며 유아를 보았다.

    “그럼 지금 되는 건 뭐가 있어?”

    “기사 정식, 검사 정식, 정찰병 정식이 있어요. 기본적인 통구이도 돼요.”

    “그럼 정찰병 정식을 하나….

    -빵, 스튜, 구운 고기에 스크렘블 에그! 평범해서 지루한 식단! 본왕이 가장 싫어하는 게 정식이니라!

    라스가 악을 내지르며 복어처럼 몸집을 뾰족하게 부풀렸다. 평소라면 녀석이 뭘 하든 신경 쓰지 않겠지만, 능력치와 특성을 빼앗긴 오늘은 새끼복어처럼 작아서 왠지 안쓰러웠다.

    ‘어쩔 수 없네.’

    라온은 오늘이 숨겨둔 비밀 무기를 쓸 때라는 걸 깨달았다.

    ‘그럼 이건 어때?’

    -닥쳐라! 본왕의 미식욕은 그리 쉽게 해결되지….

    ‘루난이 준 구슬 아이스크림 아직 남았는데.’

    -어?

    뾰족했던 라스의 냉기 가시가 동그랗게 말려 들어갔다.

    ‘너도 알잖아. 루난이 떠날 때 아이스크림 준 거. 그거 아직 그대로 남아 있어.’

    -구, 구슬 아이스크림….

    광기로 물들었던 라스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내가 알기론 그중에 민트초코도….’

    -민트초코!

    민트초코를 말하자마자 라스의 입에서 냉기가 대나무처럼 솟구쳤다. 자동반사급 반응이었다.

    -크, 크흠.

    라스는 침이 흘러내리는 듯한 입을 닫고 민망한지 헛기침을 했다.

    -그….

    ‘음?’

    -2개는 먹어주겠지?

    녀석은 화가 다 풀린 선선한 목소리로 손가락 2개를 들어 올렸다.

    미식가란 무엇일까.

    라온은 깊은 고뇌에 빠졌다.

    *     *      *

    밀랜드와 간부들은 사령관실에서 웨이브 이후의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다.

    “라온이 일어났다고 하니, 하루 정도는 축제를 여는 게 어떻겠습니까?”

    “저도 동의합니다. 그간 찔끔찔끔 쉬었으니, 딱 하루 정도는 푹 쉬도록 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날 라온에게 표창을 수여하면 병사들의 사기를 최고치로 끌어 올릴 수 있을 겁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지금 하분 성의 영웅은 라온이니까요.”

    간부들의 입에서 계속 라온의 이름이 나왔다. 큰 호감이 깃든 듯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축제라, 하루 정도면 괜찮겠지.”

    밀랜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웨이브가 끝나면 한동안 몬스터가 공격해오지 않는다. 라온도 깨어났으니, 하루 정도는 축제를 즐겨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럼 축제 건은 찰스가 진행하고, 라온에게 줄 상에 대해서….”

    다음 안건을 말하려고 할 때 사령관실 문이 부서질 것처럼 열렸다. 정찰을 나갔던 2번 정찰대장 키젠이었다.

    “사, 사령관님!”

    키젠은 문을 부여잡은 채 턱을 덜덜 떨었다. 정찰대 중 가장 용기 있는 그가 저런 모습을 보이는 건 처음이었다.

    “자네. 대체 뭘 보고 온….”

    “로, 로드가! 아이스 트롤 로드가 나타났습니다!”

    그 섬뜩한 말에 흥겨움이 가득했던 사령관실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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