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화
라온이 진각을 밟았다. 발목에서부터 끌어 올린 정심한 기운을 손아귀에 휘감아 검을 밀어붙였다.
쿠과과광!
아이스 트롤 워리어는 그 거대한 육체와 몽둥이가 무색하게도 얇은 검에 밀려 벽에 처박혔다.
“크아아아아!”
분노한 아이스 트롤 워리어가 괴성을 지르며 뻘건 투기가 어린 몽둥이를 휘둘렀다. 공기가 찢어지는 듯한 파공음과 함께 막대한 풍압이 얼굴을 스쳤다.
피부가 찢어져 나갈 것만 같았지만 바람을 가르고 앞으로 나아갔다. 만화공을 전력으로 운용하여 투기가 실린 몽둥이를 정면에서 후려쳤다.
콰아아앙!
오러가 휘감긴 검과 투기가 녹아내린 몽둥이가 맞부딪치며 발생한 파동에 주변의 눈과 얼음이 모조리 쓸려나갔다.
“키아아아!”
아이스 트롤 워리어의 몸은 생각 이상으로 튼튼했다. 막대한 충격파를 맨몸으로 견디며 몽둥이를 내리찍었다.
‘재생 능력은 확실히 미쳤군.’
충격파로 인해 찢어진 육체가 벌써 재생을 시작한다. 근력과 민첩성만이 아니라, 재생력도 일반적인 아이스 트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흐읍!”
라온이 무릎을 굽혔다. 폭포수처럼 떨어져 내리는 붉은 투기를 향해 검을 그어 올렸다.
아이스 트롤 워리어의 투기는 막강했지만, 만화공의 불길은 그 투기조차 녹여버릴 정도의 화력을 가지고 있었다.
콰아아아!
강철조차 지져버릴 듯한 붉은 불길이 해일처럼 쏟아지는 투기를 가르고 올라간다. 흡사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끄륵!”
갈라지는 투기를 본 아이스 트롤 워리어가 신음을 흘렸다. 얕잡아보던 누런 눈동자에 당황이 어렸다.
‘바로 끝내주지.’
시간을 끌 필요는 없었다. 투기에 이어 목까지 베어버리려고 할 때였다.
코아아아!
우측에서 날아온 냉기의 덩어리가 검의 궤도를 틀어버렸다.
쩌어어어억!
칼날은 아이스 트롤 워리어의 목이 아니라, 가슴을 갈랐다. 놈은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큰 상처를 입고도 펄쩍 뛰어서 뒤로 물러섰다.
라온이 눈매를 좁히며 고개를 들었다. 언덕 위에 있는 아이스 트롤 샤먼이 지팡이를 흔들고 있었다. 조금 전 놈이 날렸던 서리의 방울이 검을 비틀어낸 것이다.
“저런 치사한 자식! 일대일 대결을 왜 방해해!”
도리안이 아이스 트롤 샤먼을 향해 삿대질하며 발을 굴렀다. 물론 직접 나서주지는 않았다.
“샤먼은 내가 처리하겠다!”
설격대주 에드퀼이 재빠르게 몸을 돌렸다.
“트롤 워리어를 죽일 때까지 못 잡으면 샤먼도 내가 죽인다.”
“그럴 일은 없어!”
에드퀼은 인상을 찡그리고 언덕을 도로 올라갔다. 그 뒤를 설격대가 부리나케 쫓았다.
“끄르륵!”
상처 입은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듯한 울음에 앞을 보았다. 어느새 상처를 회복한 아이스 트롤 워리어가 몽둥이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싸움은 끝이다.”
라온이 검을 내리며 차게 웃었다. 불의 고리와 광아검을 운용하면서 아이스 트롤 워리어의 움직임을 모두 파악했다. 남은 건 일검에 숨통을 가르는 것뿐이다.
“크아아아!”
아이스 트롤 워리어가 땅을 부수며 쇄도해왔다. 시야 전체가 놈으로 가득 찬 상황에서 라온이 검을 고쳐잡았다. 뒤로 물러서지 않고, 앞으로 뛰어들었다.
만화공 십화.
해빙염.
은빛 칼날 위로 봄이 찾아온 듯 빨간 꽃이 피어난다. 태양을 닮은 꽃잎이 차디찬 겨울의 끝을 고하듯 사위로 퍼져나갔다.
쩌어어억!
춤을 추던 적화가 가라앉고, 얼어붙은 땅이 녹아내린다. 그 위로 아이스 트롤 워리어의 목과 몽둥이가 떨어져 내렸다.
“후우우우….”
라온이 검을 내리고 지친 숨을 뱉어냈다. 만화공의 검술은 확실히 강하고 화려하지만 오러와 정신력의 소모가 심했다. 잠시 정신이 멍해질 정도였다.
다만 아이스 트롤 워리어를 일격에 베어버린 위력과 예리함은 만족스러웠다.
숨을 고르며 언덕 위를 보았다. 트롤 샤먼이 트롤을 부리고, 주술을 뿌리며 설격대와 싸우고 있었다.
‘아직 안 끝났군.’
라온이 꺼져가는 칼날의 불길에 오러라는 장작을 넣으며 검을 세웠다.
‘그러면 저건 내 거지.’
투기를 쓸 정도로 강한 몬스터를 쓰러뜨리면 능력치와 격이 오른다. 저런 맛 좋은 음식을 남에게. 그것도 저런 놈들에게 넘길 이유가 없었다.
언덕을 오르려고 할 때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니, 테리안과 용병, 정찰병까지 이곳에 있는 모두가 혼이 빠져나간 듯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아이스 트롤 샤먼까지 잡으면 저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졌다.
-그리드도 아니고, 욕심 한번 많구나.
‘네 먹성만 하겠어?’
-끄응, 본왕은 많이 먹는 게 아니라, 맛있는 음식을 좋아할 뿐이니라. 본왕이 마계에 있을 때도 직접 주방에 들어가 요리를 하는….
‘지금은 바쁘니까. 나중에.’
-들어!
제발 들어달라고 외치는 라스를 무시하고 언덕을 올라갔다. 걸음마다 기척을 죽이고, 존재감을 지웠다.
* * *
“쳐!”
“샤먼부터 노려!”
“이런 시발! 뭔 놈의 눈보라가 이렇게 불어!”
“빨리 때려잡고 대주를 도와!”
설격대는 아이스 트롤 샤먼이 만들어낸 눈 폭풍 속에서 아이스 트롤들과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흐아압!”
에드퀼은 대주답게 홀로 중앙을 파고들어 샤먼을 향해 검을 날렸다.
쩌어엉!
트롤 샤먼을 향해 검을 내리쳤지만, 중간에 벽이 있는 것처럼 막혔다. 샤먼이 만들어낸 방어 주술이었다.
“흐아압!”
강렬한 오러를 두른 칼날을 끊임없이 휘둘렀지만, 주술의 막은 쉽사리 깨지지 않았다.
기끄르카르티!
트롤 샤먼이 괴이한 주문을 외우자, 허공을 흩날리던 눈 줄기가 더욱 거세졌다. 바로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 정도로는 날 막을 수 없다!”
에드퀼이 이를 악물고 검을 내리쳤다. 하얀 폭풍이 갈라지고, 샤먼의 모습이 드러났다.
‘무조건. 무조건 잡아야 해!’
샤먼을 홀로 잡는 공을 세운다면 저 망할 꼬마 놈과의 내기를 취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버러지 같은 정찰병들의 짐 따위를 들 수는 없다. 어떻게 해서든 이 괴물들을 잡고 내기를 무효로 해야 한다.
“이야아아!”
땅을 박차고 샤먼을 향해 검기를 내뿌렸다. 주술의 벽이 곧 무너질 것처럼 격하게 흔들렸다.
‘얼마 안 남았어!’
더 많은 기운을 끌어올려 단번에 끝을 내려 할 때였다.
퍼어억!
샤먼의 몸이 크게 출렁이더니, 놈의 심장이 있는 왼쪽 가슴에서 붉은 기류가 피어 나왔다.
“이, 이게 뭐….”
무슨 상황인지 몰라 멈춰 섰을 때 콰앙 소리와 함께 트롤 샤먼의 상체가 갈기갈기 터져나갔다.
후우욱!
흩날리는 붉은 연기 뒤에서 가장 꼴 보기 싫었던 금발의 꼬마가 사이한 기운을 뿌리는 단검을 꼬나쥐고 있었다.
“네, 네놈!”
에드퀼이 턱을 떨며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왜 여기에 있는 거냐!”
“말했잖아. 내가 트롤 워리어를 잡을 때까지 샤먼을 못 죽이면 이놈도 내가 끝낸다고.”
“닥쳐라! 뒤에서 기습이나 한 주제에! 네놈이 오지 않았어도 나 혼자 끝낼 수 있었다!”
“주제고 뭐고. 이 시체나 챙겨.”
라온이 코웃음을 치며 샤먼의 시체를 가리켰다. 욕을 박아 주고 싶을 정도로 얄미운 표정이었다.
“지금부터 너희들은 우리 정찰대의 짐꾼이니까.”
* * *
꿀꺽.
검은 로브의 사내는 계곡에 쌓인 아이스 트롤의 시체들을 보고 마른침을 삼켰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예상했던 장면은 이딴 게 아니다.
아이스 트롤을 몰아붙이던 하분 성의 병력들이 기습적으로 뛰어든 아이스 트롤 워리어와 샤먼에게 밀려서 반 이상 죽고, 나머지는 죽을힘을 다해서 도망치는 그림이 나왔어야 했다.
위험한 몬스터들의 등장에 사령관 밀랜드가 병력을 이끌고 나오는 것까지가 자신의 계획이었는데 전부 어긋나버렸다.
그것도 단 한 놈 때문에.
뿌득.
검은 로브의 사내가 이를 바득 깨물었다. 그의 시선이 언덕 위에 있는 금발의 검사에게 향했다.
아이스 트롤 워리어의 기습을 알아차린 것도 저놈이고, 트롤 워리어의 목을 벤 것도 저놈이며, 주술을 준비하던 트롤 샤먼도 저놈에게 심장이 터져 죽었다.
강함을 떠나, 저 어린놈은 어떻게 해야 생명의 선을 끊을 수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검은 로브의 사내가 손에 쥔 가면을 만지작거렸다. 아이스 트롤을 형상화한 듯 푸른색이었고, 귀는 길었으며 이마에 주름이 자글자글했다.
“후우욱!”
어떻게 할까.
고민이 된다. 지금이라도 저들을 죽여야 하는 건지 아니면 새로운 계획을 만들어야 하는 건지.
‘다만 그 모든 걸 떠나서….’
저놈. 워리어와 샤먼을 홀로 죽인 저 어린놈에게서 손등의 털이 곤두설 정도로 불길한 기파가 느껴졌다. 이 가면을 통해 이어받은 위험 감지 능력이 발동된 것이다.
“위험한 놈이라는 뜻이로군.”
어떻게 보면 하분 성주보다도 더.
검은 로브의 사내가 뒤를 돌았다. 그는 산 위로 올라가며 주먹을 말아쥐었다.
“결국 그걸 꺼내야 하는 건가.”
* * *
라온이 마지막 남은 트롤을 베었을 때 그의 눈앞으로 메시지가 떠올랐다.
[민첩성 능력치가 1포인트 상승합니다.]
[기력 능력치가 1포인트 상승합니다.]
라온이 메시지를 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이스 트롤 워리어와 샤먼을 잡은 대가가 능력치로 돌아왔다.
‘이것만이 아니지.’
홀로 투기를 사용하는 몬스터를 죽인 것으로 영혼의 격도 상승했을 것이다. 샤먼은 혼자 잡은 게 아니지만, 결국 끝은 자신이 냈으니 문제는 없었다.
‘싸울 때마다 성장하다니, 정말이지 사기 능력이라니까.’
-본왕이 만든 시스템이니, 당연한 일이니라.
그 대단한 능력을 빼앗긴 마왕이 잘난 척을 하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지만, 참았다.
“라온!”
라딘과 정찰병들이 입술을 떨며 달려왔다.
“너 이 자식 진짜 뭐 하는 놈이야!”
“아이스 트롤 워리어를 일검에 벨 줄은 진짜 상상도 못 했다!”
“거기다 샤먼도 죽였잖아! 이 녀석은 진짜야! 진짜 물건이라고!”
정찰병들은 자신의 주변으로 몰려들어 탄성을 터트렸다.
“크흠!”
라딘이 헛기침에 모두의 시선이 돌아갔다.
“이것들아. 그렇게 난리를 치기 전에 할 말이 있잖냐.”
“아, 뭐.”
“그렇죠.”
정찰병들이 웃음을 뚝 그치고 허리를 폈다. 그대로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구해줘서 고맙다!”
“덕분에 살았어!”
“호위 역할을 한 것뿐이니,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라온이 손을 저었다. 겸손이 아니다. 임무를 받았으면 그에 합당한 실적을 내는 건 당연한 일. 이런 인사를 받을 필요는 없었다.
“아니야. 솔직히 말해서 그 몽둥이가 떨어져 내릴 때 아 좆됐네. 나 뒤지는구나라고 생각했어.”
“맞아. 아무 생각도 안 들었지.”
“난 주마등까지 봤다.”
정찰병들이 공감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헛웃음을 흘렸다.
“네가 앞으로 나와 아이스 트롤 워리어의 몽둥이를 막아주었을 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정찰병으로 십 년 넘게 살고 있지만,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어.”
라딘의 눈가에는 눈물이 마른 자국이 보였다. 지금은 웃고 있지만, 정말 죽음을 각오했던 모양이다.
“너는 네 역할을 한 게 다가 아니라, 우리 전부를 살린 거다. 고맙다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야.”
“맞는 말이다.”
낮게 울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이곳에 온 이후 처음으로 미소를 짓는 테리안이 있었다.
“자신의 역할에서 도망치는 사람은 셀 수 없이 많다. 임무 때문이든,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든 홀로 그 몽둥이 앞에 선 건 감히 할 수 없는 일이야.”
테리안이 머리를 꾸벅이며 웃음에 생기를 더했다.
“우리 병사들을 살려줘서 고맙다.”
“…예.”
라온이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가슴이 간지럽네.’
전생에서 암살이나 싸움이 끝나면 도망치기 바빴다. 인사 따위는 없었고 바로 다음 임무를 준비했기 때문에 싸움 이후 이런 식으로 감사의 인사를 받는 건 어색했다.
다만 싫지는 않았다. 부드럽고 따스한 천으로 심장을 어루만지는 것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뛰어난 검술과 강력한 오러에 알맞은 타이밍이 섞이니, 그 위력이 상상을 뛰어넘는군요.”
울브스 용병단장 베토가 손뼉을 치며 다가왔다.
“가진 무력 이상의 힘을 발휘하다니, 여러모로 범상치 않은 분이시네요.”
그의 눈빛은 마음에 드는 상품을 본 사람처럼 반짝였다.
“캐보고 싶긴 한데, 덕분에 저희 애들이 하나도 죽지 않아서 양심상 여기서 멈추는 게 맞겠죠? 안 그러냐?”
그는 어깨를 으쓱이고 빙긋 웃었다.
“아. 당연하지! 뒤를 안 캐는 건 용병들의 불문율인데!”
“근데 검귀라는 별명 진짜 잘 지었다! 아주 검이 미쳐 날뛰어!”
“난 저렇게 신명나게 칼을 휘두르는 녀석은 처음 봤다.”
“아니, 트롤 워리어를 힘으로 밀어버리는 건 뭐냐고. 무슨 오우거야?”
“뭘 먹어야 저 나이에 저렇게 강해지는 거지?”
용병들은 조금의 사심도 없이 대단하다고 말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강함과 싸움을 숭상하는 무인다운 모습이었다.
“흠.”
라온은 정찰대와 용병들의 환호를 들으며 시체처럼 서 있는 설격대에게 다가갔다.
“끄윽….”
턱을 부르르 떠는 에드퀼의 앞에 서서 들고 있던 배낭을 내려놓았다.
“말했지. 내 물건은 네가 들어야 한다고. 들어.”
“네, 네놈 진심이냐?”
에드퀼이 금방이라도 검을 뽑을 것처럼 손을 까딱였다.
“약속했잖아. 여기 있는 모두가 들었는데, 그냥 넘어가려고?”
“고작 정찰병들 때문에 나와 적이 되겠다고?”
그는 진짜 짐을 넘길 줄은 몰랐는지 찢어질 것처럼 눈을 부릅떴다.
“마, 맞아! 우리가 그렇게 심하게 대한 것도 아니잖아!”
“짐을 좀 넘기고, 식사 준비만 시켰을 뿐이라고!”
“가, 가끔 좀 놀리거나 건드리긴 했지만, 다 장난이었어!”
설격대도 사과는커녕 이렇게까지 할 일이 아니라고 주절거렸다.
‘예상대로네. 이놈들은 이 정도로 안 돼.’
‘장난이었다.’ ‘그리 심하지 않았다’는 말은 이들의 주둥이에서 나와서는 안 될 말이었다. 생각했던 대로 이놈들은 생각 자체가 글러 먹었다.
“하긴 뭐 나도 함께 싸운 동료에게 심한 짓을 하고 싶진 않거든.”
라온이 속내를 감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미 진행된 내기를 되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지. 그래서 방법이 하나 있는데….”
“그, 그게 뭐냐.”
에드퀼과 설격대의 눈이 반짝거렸다.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면 무엇이든 받아들일 표정이었다.
-쯧, 전 재산을 잃고, 빨가벗은 채 쫓겨날 놈의 눈이로다.
라스가 에드퀼의 눈을 보고 가볍게 혀를 찼다.
“내기 위에 다른 내기를 얹는 거지. 네가 이기면 짐꾼이 되는 걸 지워주고, 내가 이기면 새로운 대가를 추가하는 거야.”
라온이 빙긋 웃었다. 그의 눈동자가 밤을 집어삼킨 듯 탁하게 가라앉았다.
“어떻게 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