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화
라온과 정찰병들이 하룻밤을 묵었던 5번 땅굴.
샤크몰의 피가 얼어붙은 그 혹한의 땅에 검은색 로브와 푸른색 로브를 두른 두 남자가 서 있었다.
“흐음….”
몬스터에게도 밀리지 않는 키와 덩치를 가진 검은 로브의 사내는 땅굴 주변에 퍼진 핏물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빠르고 단순한 살검이다. 시체와 땅의 흔적만으로는 어떤 검술을 익혔는지 모르겠군.”
그는 라온이 진혼검을 날려서 만들어낸 구멍을 보고 턱을 긁적였다.
“이 구멍은 어떻게 만든 거지? 검 같지는 않고, 창인가? 아니, 이건….”
“뭘 그런 걸 알려고 해.”
정찰병들이 묻어놓았던 샤크몰의 시체를 발로 툭툭 차던 푸른 로브의 사내가 코웃음을 쳤다.
“어차피 다 뒈질 놈들인데.”
“네놈 때문이다. 죽이려면 확실하게 죽이던가. 아니면 정보라도 모으던가. 어설프게 이쪽의 정보만 주지 않았나.”
검은 로브의 사내가 뒤를 돌았다. 로브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입매를 찡그리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일부러 그랬냐? 통제가 풀린 걸 어떻게 해.”
“헛소리하지 마라.”
“하아, 왜 그리 걱정이 많아. 준비한 대로만 움직이면 어려울 게 없다고.”
“저들을 너무 우습게 보는군.”
“우습게 보는 게 아니라, 우스워.”
푸른 로브의 사내는 하분 성이 있는 방향을 돌아보며 히죽 미소 지었다. 상어처럼 날카롭게 돋아난 수십 개의 이빨이 번들거렸다.
“어차피 계획대로만 하면 꼼짝도 못 할 놈들이잖아. 그걸 위해서 지금 땀나도록 준비하는 거고.”
“그러니 제발 가만히 좀 있어라. 네놈이 움직일수록 계획이 어긋나니까. 점점 머리까지 생선이 되는 것 같군.”
“짐승 같은 놈이 말은.”
“…….”
“에휴, 알겠다. 알겠어.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있으마.”
검은 로브의 사내가 말없이 노려보자, 푸른 로브의 사내가 이죽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젠 어떻게 할 건데?”
“하분 성의 지휘관은 바보가 아니다. 샤크몰이 스터린 산 부근으로 올라온 일을 확인하고, 결집하는 트롤을 제거하기 위해 병력을 보내겠지.”
“그놈들을 치면 되는 건가? 그건 내가 하지!”
“아직 넌 나설 때가 아니다.”
검은 로브의 사내가 고개를 저었다.
“너나 내가 움직이는 순간 육황에서 지원을 나올 가능성이 있으니까. 우리는 마지막에 칼을 들어야 한다.”
“그럼?”
“준비한 놈들이 있다.”
그의 뒤로 거대한 그림자가 졌다. 깃털처럼 가늘고, 긴 하얀색 털이 전신을 덮었고, 귀는 엘프처럼 뾰족했으며, 팔은 땅에 닿을 정도로 늘어졌다. 아이스 트롤. 이 북동의 땅에 가장 큰 악명을 울리는 몬스터 두 마리가 검은 로브 남자의 뒤에 섰다.
“오, 평범한 놈들이 아니네.”
푸른 로브의 남자가 팔짱을 낀 채로 히죽 웃었다. 그의 말대로 두 아이스 트롤은 범상치 않았다. 일반 아이스 트롤보다 머리 하나는 컸고, 각기 붉은색 몽둥이와 푸른색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워리어와 샤먼이라면 실험을 하기에도 적합하겠는데? 나도 괜찮은 놈들 좀 찾아봐야겠어.”
그는 낄낄 웃으며 북해가 있는 방향으로 향했고, 검은 로브의 남자는 말 없이 스터린 산으로 걸어갔다.
쿠구구구.
아이스 트롤 워리어와 샤먼은 잘 훈련된 개처럼 검은 로브 남자의 뒤를 따랐다.
* * *
다음날.
라온은 정오가 되기 전에 숙소를 나와 서리의 가지로 향했다.
“먼저 주점에 가자고 하시다니, 별일이네요.”
도리안이 하품을 쩍 하고 눈을 비볐다.
“어제 못 먹은 음식이 생각나서.”
“아, 하긴 음식들이 좀 먹음직스럽긴 했죠.”
사실 배가 고프거나, 음식이 당기지는 않았지만, 피자도 먹지 못한 채 능력치만 빼앗긴 라스가 아주 조금 안쓰러워 시간을 쓰기로 했다.
-본왕을 생각하는 척하지 마라. 약속은 원래 어제였으니까.
여름철 매미처럼 팔목에 매달려 있던 라스가 툴툴거렸다. 많은 힘을 소모한 녀석은 어제보다 상당히 작아져 있었다.
‘알겠어.’
고개를 끄덕이며 걸어갈 때 주변에서 관찰의 시선이 쏘아져 왔다.
“저 녀석이다. 홀로 샤크몰 여섯을 베고, 울브스 용병들과 부단장 클리프까지 쓰러뜨린 검귀가.”
“정말 맞아? 저렇게 곱상하게 생긴 녀석이?”
“느껴지는 기세가 미약한데….”
“어제 반대로만 걸었다가 월급 다 날렸는데, 그걸 잊을 리가 있겠냐!”
“저리 어린 나이에 어떻게 그 지독한 사마귀를 꺾을 무력을 쌓았지?”
검사와 기사들은 지나가는 라온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어이, 검귀! 어제 멋있었다!”
“우리 용병단이 그렇게 깨진 건 오랜만이야!”
“까불던 투르가를 패줘서 고맙다.”
“난 부단장이 얻어맞을 때 그렇게 시원하더라구!”
탐색의 시선을 보내는 검사들과 달리 울브스 용병단은 환호를 하고 손을 흔들어주었다.
-미친놈들이로다.
‘저들은 그냥 싸우는 게 좋고, 강자가 좋은 거야.’
지금도 눈동자에 싯누런 광기가 비친다. 싸움을 찾아다니는 전장의 아귀다운 태도였다.
-뭐가 되었든 상관없으니, 빨리 가거라.
‘그래. 그래.’
라온은 피식 웃고서 주점의 문을 열었다. 밥을 먹기 애매한 시간이라 내부는 텅텅 비어 있었다.
“어서 오세요!”
중앙에 있는 테이블에 앉자, 주방에서 어제는 듣지 못한 발랄한 목소리가 울렸다. 잠시 후 장밋빛 머리카락을 양 갈래로 묶은 십대 초반의 소녀가 걸어 나왔다.
“식사하시는 거죠? 어?”
테이블에 메뉴판을 내려놓은 소녀가 라온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제 울브스 아저씨들이랑 싸운 검사님 맞으시죠?”
“그래.”
“와아, 언니들이 검술보다 얼굴에 더 눈이 간다더니, 진짜였네요!”
점원 소녀는 헤헤 웃으며 라온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무엇 하느냐. 감질나게 하지 말고, 메뉴판을 열어라. 본왕이 전부 시킬 것이니라.
‘에휴….’
-일단 피자이니라. 어제 보았던 피자가 꿈에서도 떠올랐다.
메뉴판에서 피자가 있는 곳을 보았다. 다섯 종류가 있어서 뭘 시킬까 고민할 때 소녀가 옆으로 다가왔다.
“제가 추천해드릴까요? 일단은 이 소고기 피자랑 치킨 피자가 제일 잘나가구요. 별미로는 이 매운 고추 피자도 괜찮아요. 그리고….”
점원 소녀는 그 외에도 구이류와 치킨 그리고 스튜까지 추천해주었다. 잘 생겼다고 다가와 매상을 올리는 제대로 된 장사꾼이었다.
-일단은 치킨 피자와 저기 가장 아래에 있는 파인애플 피자를 시켜라.
‘파인애플 피자는 어제 없던 건데. 어제 있던 피자는 소고기….’
-상관없다. 본왕은 저 파인애플 피자가 먹고 싶으니라.
‘음, 파인애플은 좀….’
파인애플은 남부 지방에서 나오는 열대 과일이다. 달면서 시큼한 맛이라, 치즈가 올라간 피자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았다.
‘너 미식가가 아니라 괴식가냐?’
-시끄럽다. 오늘은 본왕에게 맞춰준다고 하지 않았더냐. 약속을 지켜라. 라온 지그하르트.
라스는 고작 피자를 주문하는 걸로 맹세라도 하는 듯한 근엄한 음성을 흘렸다. 보면 볼수록 없어 보이는 마왕이다.
“일단 치킨 피자랑 파인애플 피자를 주고, 소고기 스튜를 하나….”
“아, 죄송해요. 파인애플은 지금 재료가 없어요.”
점원 소녀가 재료 때문에 안 되는 메뉴가 몇 가지 있다고 고개를 저었다.
-끄으윽. 그게 제일 먹고 싶었거늘….
‘후우, 다행이야.’
“파인애플?”
파인애플 피자를 먹지 않게 되어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였다. 멍하니 메뉴판을 보고 있던 도리안이 벌떡 일어섰다.
“자, 잠깐….”
기분 나쁜 예감에 멈추려 했지만, 도리안의 손은 번개처럼 빨랐다. 순식간에 배 주머니에서 파인애플 하나를 꺼내놓았다.
“여기 있어.”
“어?”
점원 소녀가 휘둥그레 눈을 떴다.
“이, 이걸 어떻게….”
“파인애플을 가지고 다니는 정도야 흔하잖아.”
도리안은 그게 뭐가 이상하냐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안 흔해! 그게 왜 있냐고!’
라온은 도리안의 뒤통수를 후려치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
-오오! 역시 본왕의 첫 번째 부하이니라!
라스는 부하로 두길 잘했다고 중얼거리며 냉기로 도리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 파인애플은 저희가 구매해서 사용하는 걸로 할게요.”
“괜찮아. 또 있거든.”
도리안은 두 번째 파인애플을 꺼내며 히죽 웃었다.
“도련님 잘됐네요. 드시고 싶은 파인애플 피자를 드실 수 있어서.”
“그래. 잘됐네.”
때려 주고 싶을 만큼 잘 됐어.
“흐으.”
라온은 인상을 팍 찡그리고 추천받은 다른 음식들까지 주문했다.
“감사합니다. 맛있게 만들어서 가져올게요!”
점원 소녀는 상큼하게 웃으며 파인애플을 가지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오늘따라 얄밉게 보이는 도리안과 잡담을 하고 있자, 주방에서 점원 소녀와 인상이 매서운 은발의 노인이 음식을 들고 함께 나왔다.
방금 만들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음식들이 테이블에 주르륵 깔렸다.
“이건 재료로 사용하고 남은 파인애플입니다.”
노인은 반 정도 남은 파인애플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사람 몇 죽였을 것 같은 인상과 달리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헤에….”
점원 소녀는 잘라낸 파인애플에서 올라오는 단 향기에 혀를 반쯤 내놓고 있었다.
“도리안.”
“예?”
“이거 이 아이한테 줘도 돼?”
“아, 그럼요!”
도리안은 뭘 그런 걸 물어보냐는 듯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져가서 먹어.”
“가, 감사합니다!”
점원 소녀는 머리 색과 같은 홍조를 볼에 띄우고 고개를 꾸벅였다.
“고맙습니다.”
노인도 작게 고개를 숙인 뒤 주방으로 들어갔다. 인상과 달리 태도도 선한 사람이었다.
-착한 척하지 말고, 먹어라! 따끈따끈할 때 빨리!
‘보채지 좀 마.’
라온은 옅은 한숨을 뱉고서 파인애플 피자를 들었다. 눈을 질끈 감고서 피자를 크게 한입 물었다.
“흐음….”
생각보다 신맛은 없었다. 다만 단맛이 혀를 자극할 정도로 진해졌다. 짠맛과 단맛이 조화롭지 않게 혀를 찌르는 느낌이랄까.
못 먹을 정도는 아닌데, 굳이 과일을 데워서 먹을 필요가 있나 싶었다.
“으, 이거 그리 좋지 않네요.”
파인애플 피자를 먹은 도리안이 인상을 팍 찡그렸다.
반면에.
-허어, 이런 맛이 있었다니, 본왕은 세계를 몰라도 너무 몰랐도다!
파인애플 피자에 감동한 마왕이 하나 있었다.
-단맛과 짠맛이 황금의 비율을 이뤄 본왕의 혀를 실크처럼 부드럽게 휘감고 있노라. 이것이 미식이고, 이것이 행복이니라!
마계의 군주는 파인애플 피자 한 조각에 극락을 느끼며 거의 울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계속 먹어라! 멈추지 마라!
“끄응….”
라온은 눈매를 찡그리면서도 계속 파인애플 피자를 먹었다. 확실히 맛이 없진 않았지만, 역시나 굳이…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차게 식힌 파인애플을 따로 먹고 싶었다.
-오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이로다. 앞으로 본왕은 이 피자를 단짠 피자라 명하겠노라.
라스는 완전히 빠져서 파인애플 피자만 먹으라고 떠들어댔다.
“도련님은 식성이 참 특이하시네요.”
도리안이 네 번째 파인애플 피자를 드는 자신을 보며 콧등을 좁혔다.
“…그게 아니야.”
“아니긴요. 본래 혀는 못 속이는 법입니다. 민초단에 파인애플 피자라니, 제가 본 사람 중에 제일 독특하십니다.”
“아니라고.”
다시 한번 녀석의 머리를 치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았다.
-만족스럽도다. 훗날 마계에 파인애플의 숲을 조성하겠노라.
이쪽은 최고의 기분인 모양이네.
라온은 지금이 계획을 실행할 때라는 걸 깨달았다. 파인애플 피자를 한 조각 더 먹으며 라스를 보았다.
‘라스.’
-무엇이냐.
목소리가 밝다. 어제 폭주를 일으켰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시원한 음성.
‘글래시아를 운용하며 느낀 건데 이걸 쓰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지?’
-호오, 네놈이 그걸 깨달았다는 것이냐. 맞느니라.
라스가 흡족한 고갯짓을 했다.
-말하자면 너희 인간들이 사용하는 연공법과도 비슷하지. 글래시아는 냉기를 최적의 효율과 최고의 위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용법이다.
‘그럼 공격이나 방어도 되는 건가?’
-당연하다.
‘그런 뛰어난 탐색 능력에 공격과 방어도 할 수 있다니, 엄청나네.’
-그렇지! 네 하찮은 기질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능력이니라.
라스의 음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 입에서 도는 파인애플 피자의 단맛과 자신의 노골적인 아부에 오랜만에 경배받는 마왕의 기분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건 어떻게 사용하는데? 혹시 냉기를 냉기로 막을 수도 있나?’
-한심한 놈이로다. 본왕이 무엇이라고 했느냐. 이미지다. 이미지! 이미지를 그리면 안 될 게 없느니라.
‘그럼 내가 냉기를 막는 이미지를 그리면 외부와 내부의 냉기를 전부 막을 수 있겠네?’
-물론이다. 본왕이 만든 능력에 사각은 없느니라. 본왕이 알려준 주문을 외우며 네게 필요한 이미지를 그려라. 공격 역시 마찬가지이니라.
라스는 내기를 했다는 것도, 본인의 공격수단이 냉기라는 것도 까맣게 잊고, 라온에게 이미지에 관한 조언을 읊어주었다.
‘그렇군.’
라온이 마지막 남은 파인애플 피자를 입에 넣으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신 분노의 군주에게 바치는 감사의 인사였다.
고맙다.
* * *
파인애플 피자는 미묘했고, 오묘했지만 다른 음식은 확실히 맛깔났다. 입맛이 까다로운 라스도 만족스러워하며 전속 요리사니, 뭐니 중얼거렸으니까.
“여기 끝내주는데요? 북방에 이런 식당이 있을 줄이야.”
도리안이 언덕처럼 솟구친 배를 두드리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러게.”
라온이 빙긋 웃으며 일어섰다. 계산하려고 주방으로 가자, 점원 소녀가 무언가를 들고나왔다.
“이거 가져가세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잘 익은 갈색 쿠키였다. 중앙에는 아까 가져간 파인애플이 박혀 있었다.
“파인애플을 좋아하시는 거 같아서 만들어봤어요.”
“어….”
오해다. 완벽한 오해.
-이런 곳에 또 본왕의 찬양자가 생겼군. 오늘부터 저 소녀를 본왕의 파인애플 소녀로 인정하겠노라.
냉기를 줄기줄기 퍼뜨리는 라스를 밀어버리고, 쿠키를 받았다.
“고마워. 그러니까….”
“유아에요!”
“그래. 유아. 고맙다.”
라온이 웃으며 쿠키를 받았다. 주방 안에 있던 노인이 고개를 숙였다. 마주 인사를 하고 계산을 마쳤다.
“잘 가시고, 또 오세요!”
유아는 자신과 도리안이 가게의 밖으로 나갈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었다.
“이건 또 나름 괜찮네요.”
도리안은 파인애플 쿠키를 먹으며 피자와는 다르다고 중얼거렸다.
“어디….”
라온이 입맛을 다시고 쿠키를 한 입 먹었다. 바삭한 쿠키 안에 꾸덕한 파인애플 알갱이가 씹히는 맛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호오, 꾸덕하군. 이것 또한 묘한 맛이다. 본왕의 파인애플 소녀는 재주도 많구나. 오늘은 얻는 게 참 많아.
‘그러게.’
얻은 건 내가 더 많을걸.
라온이 남은 쿠키를 입에 넣으며 씩 웃었다.
“라온! 도리안!”
어떤 이미지를 그릴까 생각할 때 멀리서 라딘이 손을 흔들며 달려왔다.
“대장님?”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후욱, 급한 일이 있어서.”
라딘은 손으로 무릎을 잡은 채 숨을 고른 뒤 일어섰다.
“3번 정찰대에 임무가 내려왔다.”
긴장감을 담은 그의 눈동자가 어둑하게 가라앉았다.
“너희들의 첫 출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