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105화 (105/653)

105화

첨탑처럼 높은 건물들을 회색 성벽이 둘러싸고 있다. 성벽은 낮지만 두꺼워 단단하다는 인상을 주었고, 그 위에 치솟은 건물들은 세련된 느낌을 뿜어냈다.

묵직함과 화려함이 어우러진 이 성이 바로 도시 국가 카멜룬이었었다.

카멜룬 성벽 중앙에 열린 거대한 성문 앞에 두 명의 청년이 말을 탄 채 서 있었다.

“아오, 말 타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도리안이 입매를 비틀었다.

“허리고, 다리고 목이고 아프지 않은 곳이 없어요.”

“처음은 원래 힘든 법이지. 이제 적응됐으니 괜찮을 거다.”

라온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저 정도면 적응이 빨라.’

도리안은 처음 말을 탄 것 치고는 굉장히 빨리 적응을 끝냈다. 덕분에 3주는 걸릴 거라 생각했던 경로를 2주 만에 돌파할 수 있었다.

“그런데 도련님은 대체 언제 말을 배우신 겁니까? 별관에도 말은 없었는데.”

“예전에.”

말이라면 전생에 수없이 타보아서 안장에 몸을 적응시키는 것 빼고는 어려운 점이 없었다.

“진짜 못 하시는 게 없네요.”

도리안이 히죽 웃으며 옆으로 다가왔다. 바로 싸우러 가지 않기 때문인지 녀석의 떨림은 멈춰 있었다.

“오늘은 편하게 들어가겠네요. 경계 등급이 낮아요.”

“그렇군.”

라온이 성문 앞에 있는 두 명의 경비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카멜룬은 상황에 따라 도시 경계 등급이 다른데. 지금은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라온과 도리안은 리메르가 주었던 용병패를 이용해서 어렵지 않게 카멜룬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도로와 길목마다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관광을 온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물품의 판매자와 구매자로 보였다.

라온은 오랜만에 온 카멜룬 시장과 상가를 쭉 돌아보았다. 특별한 것을 찾아보려 했지만, 대부분이 생필품과 식량이라 눈에 띄는 건 없었다.

‘역시 거길 가야겠네.’

전생에서도 이 양지에서 무언가를 산적은 거의 없었다. 필요한 물건을 찾으려면 아무래도 밑으로 내려가야 할 것 같다.

“아래로 가실 겁니까?”

그 생각을 알아차린 것처럼 도리안이 물어왔다.

“아래? 너 암시장에 대해 알고 있었어?”

상업 도시 카멜룬의 지하에는 양지에서 팔기 어려운 물건이나, 비싼 물건들을 판매하는 암시장이 있다.

엄청난 비밀은 아니지만, 도리안이 암시장에 대해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물론이죠.”

“어떻게?”

“제가 이리 보여도 상가의 후예 아닙니까. 이런 정보는 밝죠.”

도리안이 손가락으로 본인을 가리키며 씩 웃었다. 상가 출신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듣는 건 처음이었다.

‘괜히 돌아다녔군.’

대충 구경하는 척하다가 도리안을 숙소에 놓고 갈 생각이었는데, 암시장에 대해 알고 있다면 딱히 그럴 필요는 없었다.

“그럼 가자.”

“어? 도련님 아시는 통로도 있어요?”

“그래. 들었어.”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고 도시 우측에 있는 육류 시장으로 향했다.

피비린내가 풀풀 풍기는 가판대를 가로질러 시장의 끝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시장과 반대로 입맛을 돋우게 만드는 막 구운 고기의 기름진 냄새가 진동했다.

“돼지 통구이. 껍질은 바삭하게 튀기고, 소스를 부어서 육질은 부드럽게. 흑맥주는 시원하게 식혀서 2잔씩.”

입구에 서 있는 점원에게 평소에는 시키지 않을 음식을 주문했다.

“…아!”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무언가가 생각난 듯 손바닥을 탁 쳤다.

“이쪽으로 오세요.”

점원이 옅게 웃으며 안쪽의 룸으로 안내를 해주었다. 다섯 명이 앉아도 모자라지 않는 둥근 테이블이 있었다.

그녀는 방문을 조심스럽게 닫고, 벽의 한 부분을 살짝 눌렀다.

바닥이 아주 살짝 진동하며 중앙의 테이블이 들리고,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나타났다.

“저희 할머니 때 암호를 사용하셔서 깜짝 놀랐네요. 한참 전에 은퇴하신 분에게 암호를 들으신 건가요?”

“네.”

라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암호는 전생에 사용했던 암호 중 하나였다. 아무리 암시장이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어 있다고 해도 10년 동안 같은 암호를 사용할 리가 없었다.

다만 그 당시 암호를 말한 건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 할머니께서는….”

“10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10년이 지났기 때문일까. 점원의 반응은 담담했다.

“그렇군요.”

그 할머니라는 사람은 전생의 자신을 볼 때마다 눈이 죽어 있다고 말하며 먹을 것을 하나씩 주었던 암시장의 안내인이었다.

지금의 날 보면 어떤 말을 하지 궁금해서 왔는데, 아쉽게 되었다. 입맛이 썼다.

‘평온히 갔기를.’

라온은 잠시 눈을 감고, 그녀의 명복을 빌었다.

“암시장의 암호는 특별한 일이 없어도 2년마다 바꾸고 있어요. 제가 예전 암호를 외우고 있어서 다행이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얄짤없었어요.”

점원은 옛 암호 몇 가지를 말하고서 웃었다.

“잘생겨서 봐드리는 거라구요.”

“얼굴을 가렸는데.”

라온이 푹 눌러쓴 후드를 가리켰다.

“잘생긴 사람은 숨겨도 태가 나는 법이죠.”

그리고 그녀의 시선이 도리안을 향했다. 애매하다는 표정이다.

“어쨌든 지금의 암호는 고추와 양파를 뺀 다른 닭볶음이랑 잘 익은 키튼 포도주 3잔이에요.”

“알겠습니다.”

“그럼 좋은 쇼핑 되시길.”

“고마워요.”

점원은 암호를 잘 기억하라고 말하며 방문을 닫고 나갔다.

“이래서 잘생기고 봐야한다니까.”

도리안이 볼을 쓱쓱 문지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데 여긴 누구한테 들으신 겁니까?”

“리메르 교관.”

“아, 그럴 만하네요.”

리메르의 이름을 파니, 도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려가자.”

“예.”

라온이 먼저 계단을 밟았다. 어둠을 등불 삼아 2분 정도 천천히 내려갔을 때 계단이 끝나고 회색 커튼 같은 것이 나타났다.

펄럭!

커튼을 걷어내자, 암시장의 전경이 드러났다.

“적응이 안 되네요. 위보다 훨씬 깔끔해.”

“확실히.”

라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암시장은 양자에 있는 시장보다 훨씬 깔끔하고 세련된 공간이었다.

흡사 귀부인들이 자주 간다는 귀금속 전문 상가 같은 느낌이다.

가운데 도자기 같은 세련된 형태의 건물이 하나 있고, 그 주변을 화려한 빛을 뿜어내는 상점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저 가운데 있는 게 경매장과 도박장이고, 주변의 상점들이 암시장에서 판매 허가를 받은 암상인들이었다.

“어디부터 가실 겁니까?”

“일단 경매 물품부터.”

아직 경매를 할 시간은 아니었지만, 혹시 필요한 물건이 있을 지도 모르기 때문에 먼저 경매장으로 들어갔다.

라온은 카탈로그를 구매해서 오늘 경매장에 어떤 물건이 나올지를 쭉 살폈다. 목록을 살피던 그의 눈이 중앙에서 우뚝 멈췄다.

‘있다.’

블랙 버터플라이라는 경매물품을 보고 라온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혹시나 해서 한 번 들러 보았는데, 다행히도 찾던 녀석이 딱 있었다.

‘이틀 뒤로군.’

블랙 버터플라이가 경매에 나오는 건 내일모레였다.

‘가격은…금화 10개에서 20개.’

싼 가격은 아니지만, 암시장 경매품치고는 그리 비싼 가격은 아니었다.

‘돈이 좀 모자르네.’

두 임무에 큰 공적을 세워 돈을 받았지만, 블랙 버터플라이를 낙찰받기에는 상당히 모자랐다.

-돈이 모자르다? 본왕의 빙의체가 거지라니, 통탄스럽도다.

하품을 하며 일어난 라스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쯧쯧 찼다.

‘시끄러.’

라온이 경매장 옆에 있는 카지노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아무래도 저기서 돈을 좀 벌어와야 할 것 같다.

“엑? 도련님 카지노 가시게요? 안 되요!”

카탈로그를 보며 침을 흘리던 도리안이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왜?”

“저긴 도박의 프로들만 있는 곳이라구요! 왕국에서 주름잡는 도박꾼들도 먼지만 남도록 털털 털려서 쫓겨나기로 유명해요! 저기 갔다간 저희 밥 먹을 돈도 없이 다 잃을 거예요!”

“아, 나도 알아. 근데 괜찮아.”

라온이 앞을 막은 도리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전생에서 내 돈줄이었거든.’

피식 웃으며 라스가 들어 있는 꽃팔찌를 빙글 흔들었다.

이번에는 비밀 무기도 하나 있고.

*     *      *

전생에서 암살자 라온으로 살아갈 때 목표물을 죽였다고 돌아오는 보상 따위는 없었다. 그저 며칠의 휴식 기간이 주어지거나, 심할 때는 휴식 없이 바로 다음 암살을 나가기도 했다.

로베르트 가문 놈들은 암살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임무에 나갈 때도 딱 필요할 정도의 돈만 제공했다. 죽어도 손해가 적어지도록.

세뇌에 걸려 있을 땐 그게 이상한 건지 몰랐지만, 풀린 이후에 로베르트 놈들이 지독한 개새끼들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나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돈을 모아두었지.’

도망칠 기회를 잡기 위해서 휴가가 주어질 때마다 도박장에 가서 돈을 번 뒤 안가에 숨겨두었다. 지금은 거리가 있어서 힘들지만, 기회가 될 때 가서 찾아올 생각이다.

‘그러면.’

라온은 겁에 질린 도리안을 데리고 도박장을 쭉 둘러보았다. 익숙한 도박이 보여서 우측 테이블로 향했다.

테이블에는 드레스를 입은 늘씬한 젊은 여성과 깔끔한 정복을 입은 노인이 앉아 있었다. 뒤에는 호위로 보이는 남자들이 뒷짐을 진 채 서 있었다.

‘괜찮겠네.’

라온은 도박이 돌아가는 걸 10번 동안 구경한 뒤 판에 앉았다. 지금 진행 중인 건 철제 컵 안에서 흔드는 주사위의 눈을 맞추는 도박이었다.

“아, 이래서 아래로 갔어야 했는데, 요즘엔 카지노 물관리 안 하나 봐?”

검은 드레스를 입고 여우 가면을 착용한 여인이 이쪽을 힐끗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도박에는 남녀노소는 물론이고, 왕도, 거지도 없지. 환영하네.”

반대로 노신사는 빙그레 웃으며 목을 살짝 까딱였다.

라온은 노신사에게만 마주 인사를 하고서 판을 보았다. 쯧하고 여자가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음….”

다만 딜러는 여성의 반응에 몸을 움찔거렸다. 아무래도 저 여우 가면 여자는 꽤 잘나가는 집안 출신인 것 같았다.

“어욱, 분위기가….”

도리안은 테이블에서 피어나는 서늘한 공기를 느끼고, 목젖을 떨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딜러가 철제 컵과 주사위를 세 사람에게 보여준 뒤 컵 안에 주사위를 넣고 흔들기 시작했다. 손이 빠르다, 손목과 어깨가 동시에 움직여서 컵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

그는 검무를 추듯 우아하게 컵을 돌리고, 바닥에 내려놓았다. 배팅을 하라는 듯 손을 뗐다.

“2.”

“난 4로 하지.”

여자와 노인이 컵을 살피고 앞에 둔 칩을 밀어넣었다.

“…3.”

라온은 3이라는 숫자를 부르며 가지고 있던 칩의 절반을 배팅했다.

“전 5로 하겠습니다.”

딜러는 모두의 숫자를 확인한 뒤 천천히 컵을 열었다.

“눈의 숫자는 3입니다. 축하드립니다.”

딜러가 빙긋 웃으며 투자했던 칩의 2배를 돌려주었다.

“쯧, 운은 좋네.”

여성이 혀를 차며 눈을 흘겼다.

“난 오늘 금화 20개를 잃었는데, 자네는 첫 끗발이 좋구만.”

노신사는 축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게임 시작하겠습니다.”

딜러가 다시 컵에 주사위를 넣고, 흔들었다. 이전보다 더 빠르고, 경쾌하게 돌린 뒤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딱 소리가 시원하게 울렸다.

“3.”

“이번엔 5가 좋겠어.”

“1.”

라온이 1을 부른 순간 딜러의 손가락이 살짝 떨렸다.

“전 4로 하겠습니다.”

딜러가 천천히 컵을 들었다. 하늘을 보고 있는 주사위의 눈은 하나였다.

“1입니다. 축하드립니다.”

딜러가 배팅한 칩의 두 배를 돌려주었다.

“뭐야.”

“오, 자네 진짜 좀 하는구만!”

여자가 이제 고개를 돌려 노골적으로 노려보고, 노신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우왁! 2연승?”

도리안이 깜짝 놀라서 펄쩍 뛰고 옆으로 다가왔다.

“도련님. 도망가야 해요. 이거 100% 초보라 봐준 겁니다. 저것들 꾼이에요. 꾼! 조금 더 했다간 속옷까지 다 털려요!”

“그래. 알아. 그래도 조금만 더 해볼게.”

라온이 빙긋 웃고서 땄던 칩을 모조리 배팅했다.

“아이고.”

도리안이 눈을 탁치며 한숨을 내쉬었다.

“흥. 멍청하긴.”

“흐음.”

드레스 여성은 코웃음을 쳤고, 노신사는 느릿하게 고개를 주억였다.

세 사람 모두 딜러가 라온을 봐주고 있었고, 이제 본 실력을 드러낼 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 번째 판, 네 번째 판 그리고 다섯 번째 판이 지나고 라온의 앞에 그의 가슴에 닿을 정도의 칩이 모여 있었다.

“뭐, 뭐야! 무슨 짓을 한 거야!”

“아니, 이게 어떻게….”

드레스 여성과 노신사가 라온의 칩을 보고 입을 떡 벌렸다.

“도, 도련님! 크르륵.”

도리안은 입에 거품을 문 채 빨리 도망가자고 라온의 어깨를 두드렸다.

“오늘 운빨이 좋네.”

라온은 칩을 손가락으로 훑으며 빙긋 웃었다.

-어, 어떻게 하는 것이냐! 방법이 무엇이야!

‘소리.’

-소리?

‘주사위의 꼭짓점마다 닳은 정도가 달라서 컵에 부딪힐 때의 소리도 제각각 달라. 그 차이를 파악해서 주사위 눈을 예측하는 거다.’

청각을 극대화한 다음 주사위와 컵의 충돌 소리를 이용해서 주사위의 눈을 파악하는 도박 기술이다.

물론 대부분은 알고도 사용하지 못하지만, 감각을 발달시킨 자신은 그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그런 미친 짓으로 주사위 눈을 알았다고?

라스가 헛바람을 흘렸다. 소리의 차이를 파악하고, 그 소리를 기억한다는 자체가 놀라웠다.

-아, 그러면 네놈이 이 도박을 계속 구경만 했던 게….

‘그래. 소리를 파악하기 위해서였지.’

-역시 네놈은 사기꾼이었어! 본왕이 매번 속은 이유가 있었구나!

‘사기꾼은 아니지. 실력으로 따는 거니까.’

라온은 피식 웃으며 칩을 챙겼다.

“전 여기까지. 수고하세요.”

노신사와 여자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일어섰다.

-벌써?

‘한 자리에서 계속 이기면 시비가 걸려올 수 있어서.’

도박 테이블을 쭉 둘러보다가 포커를 하는 곳에 앉았다.

-포커? 여기에서도 사기를 칠 거냐?

‘아니. 난 사기 안 쳐.’

라온이 돌아가는 패를 보며 두 눈읖 빛냈다.

-뭐?

‘이번에는 네 차례야. 가서 사람들 패 좀 보고 와.’

-이런 정신 나간 놈이!

라스가 팔찌에서 튀어나와 무시무시한 기운을 뿜어냈다.

-본왕은 마계의 군주이니라! 감히 인간 따위가 명령하겠다는 거냐! 그것도 도박패를 보고 오라니!

‘아니.’

라온은 공간을 가득 채우는 냉기에서도 평온했다.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

‘거래다.’

-거래?

‘그래. 네가 도와주면 이곳에서 네가 원하는 음식을 모두 먹겠어.’

-정말이지 미친놈이로다! 본왕이 명성 있는 미식가라고 하지만 그딴 제안을 받아들일….

‘아까 구슬 아이스크림 판매점이 있던데. 신제품도 나왔고.’

라스가 잠깐 멈칫했다.

-소용없다! 구슬 아이스크림 따위야 먹지 않아도 그만….

‘2개.’

-다, 닥치거라! 마계의 군주인 이 몸이 그딴….

‘3개.’

-….

‘4개에 네가 먹고 싶은 음식 추가.’

라스의 말이 없어졌다. 라온은 이제 끝을 맺을 때라는 걸 느꼈다.

-어딜 보면 되냐?

구슬 아이스크림 4개에 음식 하나.

마계의 군주를 이용하기란 참으로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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