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화
“발데르 지그하르트.”
“크으….”
글렌의 부름에 발데르가 입술을 깨문 채 일어섰다. 짜증이 난 표정이지만, 당황은 보이지 않았다.
‘역시 알고 있었군.’
라온은 탁한 숨을 내뱉는 발데르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발데르의 기척을 읽었는데, 글렌이 모를 리가 없었다.
“대답해라. 발데르 지그하르트.”
“예….”
“검투는 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지그하르트의 전통이자, 명예다. 그 검투를 네놈의 알량한 수법으로 더럽히다니, 나를 무시하는 게냐.”
글렌의 목소리는 작아졌지만, 그의 기세는 폭발하듯 솟구쳤다.
쿠구구구!
지진이 일어난 듯 연무장 전체가 뒤흔들리고, 공기가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끄으윽….”
글렌의 막대한 기운을 버티지 못했는지 발데르의 무릎이 휘청였다. 그는 간신히 몸을 다잡았지만, 어깨의 떨림은 감추지 못했다.
“죄, 죄송합니다.”
발데르는 입술을 꽉 깨문 채 글렌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하지만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 힘을 내라는 응원이었을 뿐입니다. 승패에 방해가 될 만한 말은….”
“발데르 지그하르트.”
글렌의 눈동자가 폭발한 용암처럼 시뻘겋게 타올랐다.
“죽고 싶나.”
순간적으로 뿜어진 무시무시한 살기.
“허억….”
라온은 뒤로 주저앉았다. 자신에게 향한 살기가 아님에도 소름이 돋고, 전신에 힘이 빠져나갔다.
“넌 레이든에게 힘으로 대응하라고 전했다. 변화와 예기를 죽이고, 힘으로 돌파하라고 했지. 내가 그런 허술한 오러 메시지를 놓칠 거라 생각한 건가?”
“으으….”
발데르의 몸이 점점 굽어진다. 스스로 굽히는 게 아니다. 글렌이 뿜어내는 무형의 기세에 억지로 눌리는 것이다.
꿀꺽.
라온이 마른침을 삼켰다. 지금의 글렌이 뿜어낸 기세도 전율적이었지만 더 놀라운 게 있었다.
‘오러 메시지를 읽었다고?’
오러 메시지는 단전이나, 심장의 오러를 이용해서 상대에게 말을 전하는 기예다.
즉, 비밀 보장만큼은 확실한 능력인데, 지금 말을 들어보면 글렌은 아예 그 내용을 읽었다는 것 같았다.
‘미쳤어.’
자신처럼 상황으로 유추한 게 아니라 오러 메시지의 내용을 읽다니, 이 공간 자체가 글렌의 손아귀에 있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었다.
“허….”
어처구니가 없어서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도 헛바람이 내쉬어졌다.
“들키더라도 검투가 끝난 뒤 무마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 넌 내 아들이고, 진무전의 주인이며, 연검대의 대주이니, 그냥 넘어갈 거라 여겼겠지.”
“으으….”
글렌의 말이 길어질수록 발데르의 떨림이 심해졌다. 지금은 수전증 환자처럼 손을 떨었다.
“하지만 이번엔 선을 넘었다. 검투를 더럽혔고, 내게 거짓까지 고했어.”
“죄, 죄송합니다! 아, 아버지. 저는….”
“지그하르트의 가주로서 명한다.”
글렌은 굼벵이처럼 몸을 만 발데르를 굽어보며 턱을 들어 올렸다.
쿠우웅!
지그하르트 검사들이 동시에 무릎을 꿇자, 연무장 전체가 들썩였다.
“진무전주 발데르 지그하르트를 일 년 동안 진무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근신형에 처한다. 진무전과 연검대의 일 년 예산을 몰수하고, 그들 역시 일 년 동안 활동을 중지시킨다.”
“명을 받듭니다!”
모든 검사들이 같은 말을 외치며 고개를 숙였다. 살이 떨릴 정도로 장엄한 모습이었다.
“아, 아버지! 1년이라니요! 너무 과합니다! 거기다 저만이 아니라, 진무전과 연검대까지 벌을 받는 건 심한 처사입니다!”
“심하다?”
글렌의 눈에 새빨간 벼락이 튀었다.
“넌 내 얼굴에 먹칠했고, 이 지그하르트의 역사를 무시했다. 일 년간의 근신이라면 네가 한 행동과 비교해 깃털처럼 가벼운 벌이다.”
“전 진무전의 전주입니다. 맡고 있는 임무와 업무가 한두 개가 아닙니다! 제가 없으면….”
“우습구나. 네가 유일하다고 생각하나? 네가 해온 일 정도는 다른 어떤 전이나 대에 맡겨도 문제없다.”
“아, 아버지?”
극심한 출혈이 일어난 듯 발데르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그럼 근신 대신 네 아들이 검투에 걸었듯 단전이라도 깨부숴주면 되겠나?”
“그, 그건….”
“네게 선택할 기회를 주마. 일 년간의 근신인가 아니면 네 단전이냐.”
글렌은 조금도 봐줄 생각이 없는 듯 냉혹한 기세를 펼쳐냈다.
“…그, 근신하겠습니다.”
발데르는 절을 하듯 몸을 만 채 대답했다. 글렌의 기세에 짓눌려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하는 것 같았다.
“후….”
라온이 거친 숨을 내쉬었다. 옆에서 보고만 있어도 진이 빠진다.
‘역시 대단한 사람이야.’
대부분의 가문에서는 직계가 잘못하면 그 죄를 묻지 않는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렁슬렁 지나가 버린다.
그건 육황의 한 축인 로베르트 가문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그하르트는 달랐다.
지그하르트 가문의 가주는 넷째 아들이자, 가문의 간부인 발데르에게도 죄를 물었다. 그것도 꽤 큰 죄를.
글렌 지그하르트라는 남자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냉정한 사람이었다.
“하나 더.”
글렌이 몸을 돌려 발데르가 아니라, 연무장 전체를 향해 시선을 주었다.
“오늘 검투의 조건은 두 가지였다. 발데르나 진무전, 연검대의 사주를 받고, 별관에 해를 끼친다면 내가 직접 죄를 묻겠다.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는 자만 움직이도록.”
“예!”
신하들이 다시 고개를 숙이며 연무장이 떠나가라 대답했다.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검투는 이걸로 끝이다. 모두 돌아가도록.”
글렌은 그 말을 남기고 먼저 연무장을 떠났다.
“흐윽….”
끝까지 울음을 참고 있던 헬렌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흐어엉!”
헬렌은 옆에 있던 실비아의 손을 잡은 채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번 일의 당사자였던 그녀는 여러 가지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을 텐데, 그 모든 게 해소되며 참던 감정이 폭발한 것 같았다.
“괜찮아.”
실비아 또한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로 헬렌의 등을 두드렸다.
“어우….”
“흑!”
“마님! 시녀장님!”
다른 시녀들도 헬렌과 실비아를 따라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가주인 글렌이 별관을 건드리지 말라고 공헌을 했으니, 걱정이 사라지고, 긴장이 풀린 것이다.
“하아….”
이 사람들을 지킬 수 있게 되자, 그동안 마음 한켠에 자리 잡고 있던 불안감이 가셨다.
“내가 말했잖아. 괜찮을 거라고.”
라온은 긴장한 티를 조금도 드러내지 않은 채 미소 지었다. 울고 웃는 사람들을 눈에 담으며 말을 이었다.
“집으로 돌아가자.”
* * *
관객들이 떠나 고요해진 연무장.
서쪽 통로 앞엔 아직 여섯 사람이 남아 있었다. 그들의 왼쪽 가슴에는 지그하르트의 화검 문양이 새겨졌고, 그 밑에 각기 다른 문양이 추가로 그려져 있었다.
지그하르트의 문양 위에 스스로의 의지를 건 대주들이라는 의미였다.
“오랜만에 대단한 걸 봤네.”
“녹전귀를 베고, 광혈귀에게서 살아남았다고 하길래 리메르가 장난을 치는 줄 알았는데, 소문이 진짜였군.”
“진짜 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이다. 하급 검술이라고 해도 그 진의를 발휘하다니, 재능이라는 단어로 평할 단계를 넘었어.”
“우리 대에 오면 바로 전력이 될 수준이더군.”
“…….”
대주들은 라온을 보고 같은 것을 느꼈는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검술도 검술이지만, 가람보법 중간의 무언가를 섞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무학의 수준이 익스퍼트급이 아니야.”
“그런 천재성이라니, 역시 우리 흑호대에 가장 잘 맞는….”
“지랄하네.”
“…?”
양쪽 끝에 서 있던 두 명의 여성 대주가 중앙에 서 있던 남자의 말을 끊어버렸다.
“흠흠, 어쨌든 우리가 예전에 기대했던 수준 이상으로 성장한 건 확실하네.”
중앙의 대주는 말이 끊긴 게 민망한 듯 헛기침을 하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래. 나약한 천재인 줄 알았건만 강건한 괴물이었다. 저대로 성장한다면 다른 직계들과 부딪칠 수밖에 없겠지. 아주 재밌겠어.”
굵직한 목소리의 대주가 혀로 입술을 핥았다.
“이제 졸업도 곧이니까, 우리 흑호대에서 키우면 되겠다. 성격도 마음에 들고. 진짜 잘 키울 자신….”
“넌 좀 닥쳐.”
“…….”
“흑호. 죽고 싶나?”
“윽.”
네 명 중 세 명이 노려보자, 중앙의 대주가 찔끔 어깨를 좁혔다.
“그의 말이 아예 틀린 건 아니다. 이제 5연무장 수련생들의 졸업이 얼마 남지 않은 건 사실이지. 졸업시험만 끝내면 바로 검사가 되고, 대와 단을 선택하게 되니까.”
굵직한 목소리의 대주가 난간을 잡으며 픽 웃었다.
“5연무장에는 라온만 있는 게 아니다. 버렌, 루난, 마르타 셋 모두 어디에 내놓아도 정상을 차지할 정도의 무력과 재능을 갖췄어. 다음 선택식은 꽤 볼만하겠군.”
“…….”
대주들은 입을 열지 않았지만, 모두 같은 다짐을 했다. 다음 선택식에서 넷 중 하나는 무조건 데리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그래도 난 라온!”
“오늘 흑호 잡을 사람?”
“나.”
“나도 참여하지.”
“…!”
* * *
라온은 실비아 헬렌, 시녀들과 함께 별관으로 돌아왔다.
“아아….”
헬렌이 별관의 전경을 쭉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래?”
실비아가 헬렌의 어깨를 잡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렇게 다 함께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
헬렌이 눈을 내리감았다. 오늘 벌어질 일에 대해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상상을 해왔다.
혹시라도 라온이 진다면 목숨을 바쳐서라도 용서를 빌 생각이었는데, 오히려 사과를 받고, 모두 함께 별관에 돌아오다니, 아직도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저도 마찬가지에요.”
“저도….”
“저도요.”
시녀들이 한 명씩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같은 생각을 한 듯 눈을 마주치고서 옅게 웃는다.
“이제 마음 놓아도 돼. 아버지는 하신 말씀은 분명히 지키는 사람이니까. 우릴 건드릴 겁 없는 사람은 없어.”
실비아는 뒤를 돌아 시녀들 하나하나와 눈을 마주쳤다. 마지막으로 라온을 보고 방긋 웃었다.
“자, 오늘은 가진 재료를 전부 써서라도 파티를 열자!”
“예!”
“도련님이 좋아하시는 스튜도 잔뜩 만들죠!”
“당연하지!”
실비아와 헬렌, 시녀들은 경쾌하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별관으로 들어갔다.
“후우.”
라온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작게 숨을 뱉었다. 저들이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의 불편함이 완전히 가셨다.
아무래도 자신에게 저들은 생각보다 더 큰 의미가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라온이 별관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시녀 중 하나가 걸음을 늦춰 그의 걸음에 따라잡혔다. 주디엘이었다.
“도련님.”
주디엘이 라온을 향해 몸을 돌렸다.
“혹시 처음부터 여기까지 생각하신 겁니까?”
“어느정도는.”
라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든에게 검을 날린 순간부터 검투를 해야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일부러 그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예상대로 검투에서 승리했고, 사과를 받았다. 다만 진무전과 강량대, 발데르까지 근신을 받을 거라는 건 생각지 못했다.
“당신은 정말 무서운 사람이군요.”
주디엘이 창백해진 낯빛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그 이상으로 다정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내가 다정하다고?”
라온이 눈을 치켜떴다. 태어나서 처음 듣는 소리는 레이든의 공격보다 더 당황스러웠다.
“그때 구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주디엘이 귓불을 분홍빛으로 물들인 채 옅게 웃었다. 그녀의 웃음은 많이 봐왔지만, 전부 거짓된 미소였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녀의 진심이 담긴 듯 수줍음이 담겨 있었다.
“가시죠.”
뒤를 돌아 별관으로 걸어가는 주디엘의 등을 보며 라온이 손가락을 풀었다.
‘이제 사실을 밝혀도 될 거 같군.’
* * *
“흐으윽!”
발데르 지그하르트가 거친 숨을 뱉어냈다. 깔끔하고, 화려했던 진무전은 모조리 부서졌고, 벽도 조각조각 갈라져 있었다.
진무전의 검사들도 기절한 채 바닥 이곳저곳에 기절한 채 쓰러져 있었다.
적의 침입을 받은 것이 아니었다.
연무장에서 돌아온 발데르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진무전을 직접 때려 부쉈고, 그걸 말리던 검사들마저 후려 패버린 것이다.
“으….”
“이, 이거 어떻게 하냐?”
남은 사람들이 어쩔 줄 모르고 있을 때 무너진 벽쪽에서 경쾌한 바람 소리가 불었다.
“안녕하세요?”
바람이 들어온 구멍에서 길쭉한 손가락이 흔들리고, 리메르의 얼굴이 튀어나왔다.
“리메르….”
발데르가 핏줄 선 눈으로 리메르를 노려보았다.
“와, 이렇게 보니 깔끔하네. 평소에도 창문 좀 열어놓고 살아요.”
리메르는 히죽 웃으며 무너진 벽을 넘어 안으로 들어왔다.
“여긴 왜 온 거냐. 뒈지고 싶은 건가?”
“가주님의 근신 지시는 집행유예나 다를 바 없는데 또 사고 치려고요?”
“으윽….”
당장이라도 달려들려던 발데르가 이를 입술을 깨물었다. 리메르의 말대로 지금 사고를 쳤다간 감당할 수 없는 벌이 내려질 것이다. 또 글렌에게 불려 갈 수는 없었다.
“꺼져라! 네놈과 할 말은 없다.”
“나랑은 할 말이 없어도 여기엔 있어야죠.”
리메르가 상의 주머니에서 꺼낸 종이를 흔들었다.
“그, 그건….”
팔랑이는 종이를 본 발데르가 눈을 부릅떴다.
“알죠? 진주전주인 당신과 보잘 것 없는 내가 건 내기의 확인증.”
리메르가 히죽 웃었다. 말투, 목소리, 행동 언제봐도 얄밉기 그지 없는 놈이다. 어떻게 저런 놈이 엘프인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근신에 들어가면 만나기 힘들테니, 지금 주시죠.”
“끄윽, 어, 없다.”
발데르가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걸 줄 수는 없어.’
리메르와 내기에 건 물건은 한두 개가 아니다. 활동도 정지된 마당에 그 물건들을 내어주었다간 진무전의 성장에 큰 문제가 생긴다.
“어허, 아실 만한 분이 왜 이러실까?”
리메르가 쯧쯧 혀를 차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진무전에 영약이 대량으로 들어온 거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아, 충격이 커서 벌써 치매가 오신겁니까?”
“너. 정말 죽고 싶은 거냐!”
발데르가 짐승처럼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렸다.
“어어! 이러지 마십쇼!”
리메르는 과장된 표정을 지으며 뒷걸음질 쳤다. 저놈의 흔들리는 귓때기를 뽑아버리고 싶었다.
“꺼져라! 네놈에게 줄 것 따윈 없어!”
“정말 그래도 됩니까?”
물러나던 리메르가 씩 웃으며 손을 털었다.
“검투에서 가주의 얼굴에 먹칠을 한 당신이 약속도 지키지 않는다면 가주님이 어떻게 하실까요?”
그가 손가락 하나를 하나씩 들어 올렸다.
“근신과 활동 중지 기간이 2년이 될 수도 있고, 아예 재산을 몰수할 수도 있다고 보는데?”
“그런….”
발데르가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의 아버지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저 얄미운 놈을 박살내고 싶지만, 방법이 없다는 게 죽을 만큼 아쉬웠다.
“주시죠. 당신말고도 받으러 가야 할 사람 많으니까.”
리메르가 용돈을 달라는 아이처럼 양손을 펼치며 웃었다.
“제에엔장!”
진무전에 발데르의 비명이 다시 한번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