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61화 (61/653)

61화

6연무장과의 전투 훈련.

버렌도 들어보았던 소문이다. 2달 전에 술집에서 나온 이야기였는데, 그 뒤로 별말이 없어서 헛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일? 내일이라고?

버렌은 본인의 청각에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미친 소리를 들을 리가 없으니까.

“교관님.”

“응.”

“지금 내일이라고 하셨습니까?”

“응.”

“루난 따라 하지 마시고. 확실하게 말씀해주십시오. 정말 내일입니까?”

“아, 그렇다니까.”

리메르는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당당한 표정이다.

“대련도 아니고, 전면전인데 내일?”

“숫자가 그렇게 많지는 않으니, 전면전까지는 아니고 국지전이라고 생각하는 게….”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버렌이 쿵 발을 굴렀다.

“당장 내일이 대결인데, 오늘 말해주다니, 이런 법이 어디에 있습니까! 설마 이전에 술집에서 나온 소문이 진짜였던 겁니까?”

“오, 알고 있었네. 그거 나랑 메툰 이야기야.”

“이런 젠장!”

일대일 대련이면 몰라도 전면전이라면 연무장의 자존심을 건 결투다. 그걸 하루 전에 말하다니, 어이가 없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하아, 이래서 너희들을 애송이라고 하는 거야.”

리메르가 쪼그려 앉은 채로 혀를 찼다.

“전쟁이나. 전투라는 게 ‘안녕하세요? 우리가 지금부터 싸움을 걸겠습니다. 주의하세요!’라고 말하며 예의 바르게 시작되냐? 아니야. 대부분의 전투는 갑작스럽게, 생각지도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다.”

그는 볼품없는 자세에서 주변을 압도하는 날카로운 기세를 뿜어냈다.

“일단 전쟁이 일어나면 밥을 먹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똥을 싸다가도 튀어 나가야 한다. 적이 누구인지, 숫자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른 채 일단 칼부터 뽑고 보는 거야. 하루 전에 알았다면 대응할 시간은 충분한 편이지.”

“으음!”

“그게….”

버렌과 수련생들은 할 말이 없는지 입을 다물었다.

‘맞는 말이야.’

라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임무도 갑작스러운 게 훨씬 많으니까.’

암살 역시 마찬가지다.

당연하게도 목표물이 집에 있을 때보다 외부에 나왔을 때 암살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목표물이 집에서 나와 어딘가로 떠나게 되면 그제야 계획을 짜서 움직이는 경우도 흔했다.

즉석 해서 암살 계획을 짜고, 행동하는 건 암살자에게 필수 덕목이었다.

“거기다 6 연무장도 어젯밤에 알려줬어. 너희와 별 차이 안나.”

“그, 그 말씀을 미리 하시지 그러셨습니까.”

“설명하기 전에 네가 화부터 냈잖아. 그렇게 화내는 거 오랜만에 본다.”

리메르가 낄낄 웃었다.

“윽! 죄송합니다.”

버렌이 민망한 듯 귓불을 빨갛게 물들인 채 고개를 숙였다.

“그럼 전부 알아들었을 테니, 지금부터 설명을 시작한다.”

리메르가 뒷짐을 지고 일어섰다. 나름 폼을 잡으려는 것 같았지만, 그렇게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전투 시작은 내일 새벽 6시. 우리는 43명이고, 저쪽은 60명이다. 승패는….”

“그러고 보니 왜 저쪽은 60명입니까?”

“거의 1.5배가 많은데….”

수련생들은 6 연무장 인원이 훨씬 많은 걸 듣고서 목을 바짝 세웠다.

“말했잖냐. 전쟁이라는 게 숫자를 딱딱 맞춰서 싸우는 게 아니라고. 나중에 다수의 적을 만났을 때 우리보다 많다고 비겁하다고 할 거야? 아니잖아.”

“끙….”

“마, 맞는 말이긴 한데.”

수련생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들은 계속 리메르에게 말리는 기분을 느꼈다.

“다시 설명을 시작한다. 우리 43명과 저쪽 60명이 동시에 움직인다. 적을 모조리 무력화시키거나, 상대 진형의 깃발을 차지하게 되면 승리. 어떻게 보면 대련보다 간단해.”

그는 너무 쉽다고 중얼거리며 내일 새벽에 바로 알려주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여기라 말했다.

“음, 생각해보니까.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 같은데.”

“하긴 6연무장 수련생의 절반은 여기서 떨어진 애들이니까. 직계도 없고.”

“너 모르냐? 몇 달 전에 케인 님이 6 연무장에 들어가셨잖아.”

“케, 케인 지그하르트 님이면 우리보다 2살이나 많으시잖아! 그 사람을 어떻게 이겨!”

“괜찮아. 그분 부상이 심해서 병상에 1년 동안 계셨어. 아직 다 회복 못 하셨을걸?”

“오, 그럼 할 만하지.”

케인이 아직 부상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말에 수련생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다.”

버렌이 고개를 저었다.

“케인 지그하르트는 이미 부상을 모두 회복했다. 회복 중에도 오러 연공과 감각 훈련을 지속해서 지금 그의 무력은 소드 유저 상급 수준이다.”

“소, 소드 유저 상급?”

그의 말에 수련생들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흥, 그래서 어쩌자고. 겁나면 빠져. 케인인지 뭔지는 내가 맡을 테니까.”

“겁나는 건 아니다. 정보를 말해줬을 뿐이다. 그리고 너 혼자선 무리야.”

“아앙?”

마르타와 버렌의 다툼에 수련생들의 얼굴에 혈색이 돌아왔다.

“우리한테도 버렌 님, 마르타 님, 루난 님이 있잖아. 뭐, 라온도 있고.”

“솔직히 어렵지 않게 이길 거 같은데? 저 두 명이 케인 님을 막고, 나머지만 쓸어버리면 되잖아.”

“가능해. 우린 오웬 왕국 기사들에게도 이겼고, 이번에 임무도 완수했으니까.”

수련생들은 6 연무장 수련생 정도는 가볍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음, 너무 쉽게 보았다간 큰코다칠 텐데.”

리메르의 입꼬리가 서늘하게 올라갔다.

“검사들의 실력을 한 번에 크게 올려주는 지옥주라는 훈련이 있거든. 6 연무장 수련생들은 그 지옥주를 단 한 명의 낙오도 없이 견뎌냈어. 그것도 너희들 때문에.”

“저희 때문에요?”

“최근 가문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게 5 연무장이니까. 그 아이들은 너희를 따라잡기 위해서 눈에 불을 켜고 있다. 만만하게 보았다간 허무하게 질걸?”

그는 오랜만에 진지한 조언을 해주었다.

“에이! 우리는 매일매일이 지옥 주였잖아요.”

“여기서 떨어진 녀석들이 강해져 봤자지. 재능이 달라. 재능이.”

“그래. 우리는 지금까지 패하거나 실패한 적이 없다고.”

“케인 님만 막으면 무조건 이길 수 있어!”

조언을 듣고서도 수련생들의 자만심은 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자신감 좋네.”

리메르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지더라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한 미소다.

“마지막으로 전면전은 작은 전쟁과도 같다. 즉, 리더의 지시가 가장 중요하지. 내일은 전부 라온의 지시를 따르도록.”

“예!”

“…예.”

“알겠습니다.”

평소에 라온을 따르던 수련생들은 바로 대답했고, 버렌이나, 루난을 따르는 수련생들은 한 박자 늦게 입을 뗐다.

‘귀찮겠네.’

라온이 콧등을 찡그렸다. 6 연무장을 꺾는 건 어렵지 않지만, 수련생들을 통제하는 건 귀찮았다.

“오늘 훈련은 자율이다. 이곳에서 작전을 짜든 훈련을 하든 알아서 내일 전투를 준비해라.”

리메르는 평소처럼 가볍고 건들거리는 분위기로 돌아갔다.

“수석 교관님. 가장 중요한 걸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버렌이 손을 들어 올렸다.

“뭐지?”

“전투가 벌어지는 위치가 어디입니까.”

“아, 그거.”

리메르가 손뼉을 쳤다.

“저기 본관 뒤의 북망산.”

그가 라온을 내려다보며 능글맞게 웃었다. ‘너 북망산 잘 알잖아. 부탁해.’라는 느낌의 웃음이었다.

“후.”

라온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래도 리메르는 이쪽의 승리에 도박을 건 것 같았다.

상황을 최악으로 만들고, 도박은 5 연무장에 걸다니 진짜 신기한 인간. 아니, 엘프였다.

‘저러니 망하지.’

매번 도박장이나, 마장에서 돈을 잃고 오는 이유가 있었다.

“그럼 난 간다.”

리메르는 소풍을 떠나는 아이처럼 손을 흔들고 연무장을 떠났다.

“정렬.”

라온은 한숨을 내쉬고, 수련생들을 연무장 중앙으로 모았다.

“내일 있을 단체전을 위해서 지금부터 계획을 짠다. 6 연무장의 정보를 아는 사람 있나?”

“제, 제가 좀 압니다.”

수전증이 시작된 도리안이 마른침을 삼켰다.

“모두 알다시피 현재 6 연무장의 수석은 케인 지그하르트 님입니다. 저희보다 2살 많은 16살이지만, 임무에 나가셨다가 큰 부상을 당해서 1년 넘게 병상에 계셨다가 복귀하셨습니다.”

“부상이라….”

“아까 들으셨던 대로 무력 수준은 소드 유저 상급이고, 인망이 있어서 현재 6 연무장 수련생은 모두 그분을 따르고 있습니다. 특히 방계 세 명이 강한데….”

도리안은 여기저기 발을 걸쳐놓은 녀석답게 6 연무장에 대한 정보를 술술 불었다.

“그 정도면 계획을 짤 필요도 없겠네.”

“역시 케인 님 빼고는 무시해도 되겠어.”

“그렇지. 최강자 4명 중 2명이 케인 님을 막고, 나머지는 우리끼리 쓸어버리자고.”

수련생들은 히죽 웃으며 계획을 짤 필요도 없겠다고 떠들어댔다.

“확실히 케인만 막는다면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을 거다.”

버렌도 패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지 각자 움직이자고 말했다.

“계획은 지랄. 귀찮게 머리를 쓸 필요 없이 힘으로 털어버리면 그만이야. 나한테 맡기면 혼자서라도 쓸어줄게.”

마르타가 꽉 말아쥔 주먹을 들어 올렸다.

두 사람은 2달 전 임무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것 때문에 이번 전투에서는 활약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흐음….”

라온이 모두의 의견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정리하자면 힘의 차이가 나니까. 전략이나, 작전은 필요 없고 그냥 밀어버리면 된다. 케인만 어떻게 해서든 막자. 이거지?”

“그래.”

“어떻게 싸워도 이긴다니까.”

“오전 내로 끝내고 점심이나 먹자고.”

수련생들은 이미 승리한 것처럼 미소를 지었다. 조용히 있는 건 평소와 같은 루난과 할 말을 전부 쏟아낸 도리안뿐이었다.

“그래. 그렇게 하자.”

라온은 수련생들을 쭉 둘러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 웬일로 시원하네.”

“그럼 개인 훈련인가?”

“내일은 몇 명 쓰러뜨리나 내기할래?”

수련생들을 히죽 웃으며 개인 훈련을 하기 위해 각자 움직였다.

-멍청한 놈들이로군.

‘그래.’

라온이 서늘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 녀석들은 뒤에서 쫓아오는 사람의 무서움을 전혀 몰라.’

리메르의 말대로 큰코다쳐봐야 정신을 차릴 것 같다.

*     *      *

같은 시간. 6 연무장.

머리와 옷에 먼지가 가득 낀 100여 명의 수련생이 연무장 한가운데 모여 있었다.

“너희는 포기율 70%가 넘는 지옥주를 전부 견뎌냈다.

6 연무장 수석 교관 메툰의 근엄한 목소리에 수련생들이 허리를 곧게 세웠다.

“그것도 너희들의 선택으로. 그 이유를 기억하나?”

“5 연무장 때문입니다!”

수련생들이 동시에 소리쳤다. 5 연무장보다 규모가 큰 6 연무장이 흔들릴 정도로 우렁찬 목소리였다.

“맞다. 가문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너희를 무시했던 오웬 왕국도 먼저 대련을 신청했던 5 연무장. 그들을 쓰러뜨리기 위해서였다.”

메툰이 수련생들을 하나하나 살폈다. 눈동자가 이전과는 비할 수 없이 단단해져 있었다.

“이제 그 기회가 왔다. 무시당하기는커녕 관심조차 받지 못했던 너희들이 5 연무장을 꺾을 기회가.”

그의 목소리가 연무장을 울림과 동시에 수련생들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43대 60이라고 해도 가문의 모두가 그 아이들의 승리를 점칠 거다. 하지만 난 승패는 반반이라고 생각한다. 내일 너희들이 쌓아 올린 것들을 보여주고 와라!”

“예!”

수련생들이 연무장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케인 지그하르트.”

메툰이 6 연무장의 유일한 직계를 불렀다. 중앙에 서 있던 금발벽안의 소년이 한 발 앞으로 나왔다.

“부탁한다.”

“믿고 계십시오.”

케인이라 불린 수련생이 당당한 자세로 고개를 숙였다.

“5 연무장 보다 6 연무장이 더 강하다는 걸 모두에게 보여주고 오겠습니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메툰이 살짝 고개를 저었다.

“6 연무장의 수석인 네가 5 연무장의 수석인 라온 지그하르트를 꺾어야 한다.”

“…….”

“왜 자신이 없느냐?”

“아닙니다.”

케인의 눈빛이 사납게 번뜩였다.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 말씀드리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 녀석은 절 이길 수 없습니다. 제 능력이 더 우위에 있으니까요.”

“좋은 자신감이다.”

메툰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케인만이 아니다. 모두 지금까지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라.”

“예!”

그날 6 연무장의 불은 밤늦도록 꺼지지 않았다.

*     *      *

“흐음….”

라온은 내일 전투가 이루어질 북망산의 지도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 아는 곳이네.’

리메르를 따라 북망산에 간 이후 산 주변을 돌며 수련을 했기 때문에 주변 지리는 모두 알고 있었다. 지리적인 면에서 자신이 6 연무장보다 훨씬 유리했다.

‘다만….’

애들 상태가 좋지 않아.

수련생들은 계속된 승리와 성취에 도취 되어 있다.

특히 몇 가지 일은 자신이 혼자 한 일임에도 함께 그 자리에 있었던 것만으로 본인들의 힘이 강해졌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물론 강하긴 하지.’

리메르의 교육 방식 덕분에 수련생들이 비슷한 나이의 검사나 기사보다 강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압도하거나, 무시할 정도는 절대 아니다.

보지 못한 사이에 큰 성장을 이루는 아이들의 특성상 방심했다가는 그대로 패하게 될 거다.

-그게 다 제대로 된 실전을 겪어보지 못해서 그렇다. 자신보다 약한 자에게 죽을 상황을 겪어봐야 알 수 있는 법이지.

라스가 라온의 생각을 알아차린 듯 비웃음을 흘렸다.

-그 멍청이들을 보고 있으니, 본왕이 마계 있을 때가 생각나는군. 본왕 앞에서 건방을 떨던 고위 마족 놈의 뿔을 잡아 뽑아서….

“아, 시작됐군.”

-본왕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를 해주는데 또 말을 끊고….

“예에.”

-끄으윽! 라온 지그하르트!

라온은 손을 휘휘 젓고 침대에 누웠다. 청각을 막고, 눈을 감았다.

뭐, 이 녀석 말도 틀리진 않지.

5연무장 수련생들에게 패배를 경험하게 해서 본인들이 특별하지 않다는 걸 알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리메르도 어느 정도 그걸 노렸을 거다. 물론 패배하지는 않고, 패할 정도가 되었다가 이기기를 원하고 있겠지만.

‘재밌겠네.’

라온이 옅게 미소를 지었다.

‘딱 좋은 기회야.’

아직 자신을 따르지 않는 수련생들에게 뛰어난 지휘관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줄 기회였다.

내일 전투가 끝난 후 5연무장 수련생들은 단 한 명도 빼놓지 않고, 자신의 지시를 무조건 따르게 될 거다.

“그러면 일단은 정보를 훔쳐야겠네.”

라온의 눈동자가 하늘에 뜬 달처럼 은은하게 빛났다.

*     *      *

다음날 북망산 동쪽 중턱.

케인 지그하르트와 6 연무장의 수련생 59명은 노란 깃발 주변으로 둥글게 모여 있었다.

“마지막으로 작전을 말한다.”

케인이 북망산 지도를 보며 날카로운 음성을 흘렸다.

“5 연무장 수련생들이 있는 곳은 서쪽이다. 녀석들은 아직도 뭉치지 못했어. 라온, 버렌, 루난, 마르타 네 개의 파벌로 나뉘어 있지.”

그는 5연무장의 수련생들이 아직 뭉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분명히 따로 움직일 거다. 특히 마르타는 홀로 돌진해올 거야. 던.”

“예.”

케인의 부름에 옆에 있던 덩치 큰 수련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연습했던 대로 1조를 데리고 가서 막아. 차륜전으로 간을 보듯이 상대한다면 이길 수 있다.”

“알겠습니다.”

“버렌은 예리하면서도, 체계적인 검술을 사용하지. 데칼!”

“예!”

원숭이처럼 팔과 다리가 긴 수련생이 손을 들어 올렸다.

“네가 가라. 감각검을 익힌 2조와 함께라면 버렌을 꺾을 수 있을 거다. 방계와 함께 움직일 테니, 3조도 함께 데리고 가도록.”

“옙!”

케인이 마지막으로 우측에 선 녹색 단발의 여자를 보았다.

“카린. 네 상대는 루난이다. 종잡을 수 없는 아이지만, 라온의 말만큼은 잘 따른다고 한다. 이곳에서 대기하다가 4조와 함께 내 지시대로 움직여.”

“응.”

“마지막으로 나와 5조는 여기서 대기하며 라온을 막는다.”

케인 지그하르트가 지도를 들고 허리를 쭉 폈다.

“놈들의 움직임은 어떻게 파악하려고? 위치를 잘못 잡으면 다 망하잖아.”

“괜찮아.”

그가 자신감이 담긴 미소를 흘렸다.

“관찰안을 사용할 거니까.”

관찰안은 먼 곳의 적의 위치와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기예. 이런 국지전에서 사용하기에 최적의 능력이었다.

일대일이면 몰라도 이런 국지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정보와 탐지다. 탐지 능력은 라온이 아니라 다른 교관들과 싸워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지옥 주를 버틴 우리의 의지를 보여줄 시간이다. 오늘 이후 지그하르트 최고의 수련장은 6연무장이 될 거다!”

“우아아아아아!”

케인의 힘찬 목소리에 6연무장의 수련생들이 함성을 질렀다.

다만 주먹을 꽉 쥔 케인도, 의지를 불태우는 수련생들도 모르는 게 하나 있었다.

나무 위에서 그들을 굽어보는 붉은 눈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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