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56화 (56/653)

56화

“쳐라!”

부채주의 지시에 산적들이 무기를 휘두르며 달려왔다.

라온은 목을 살짝 트는 것으로 산적의 공격을 피한 뒤 검을 내질렀다. 직선으로 뻗어나가는 최단의 투로.

“허억!”

산적은 피한다는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심장이 꿰뚫려 쓰러졌다.

티익!

틈을 노리고, 우측에 있던 산적이 창을 찔러왔다. 검면으로 흘린 후 창대와 산적의 목을 동시에 베어버렸다.

산적은 본인의 죽음을 믿지 못하는 듯 눈을 감지도 못하고 숨이 끊어졌다.

-그 나이에 어떻게 그런 단호함을 가질 수 있는 것이냐.

‘이런 놈들은 살려둘 가치가 없으니까.’

라온은 차가운 눈으로 산적들을 훑었다.

저놈들은 마을 하나를 불태우고, 아이들을 인질로 잡은 악귀들이다. 죽여도 죄책감 따위는 들지 않았다.

“뭐 하는 거야! 한꺼번에 덤벼! 애새끼일 뿐이라고!”

“죽어엇!”

“으아아아!”

검과 창, 도를 든 산적 스무 명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화아아아!

라온이 검을 세운 순간 바닥에서 은빛의 냉기가 피어나 산적들을 휘감았다. 루난이다. 그녀가 냉기를 뿌려 산적들의 움직임을 느리게 만들었다.

터엉!

고개를 살짝 끄덕여 루난에게 인사를 한 뒤 검을 든 산적의 좌측으로 이동했다.

“이, 이놈!”

산적들이 동시에 무기를 내리쳤다. 라온은 피하지 않고, 앞으로 돌진했다.

산적들의 검이 허공을 스쳐 지나간 사이 검을 올려 그었다.

붉게 물든 칼날이 산적 둘을 동시에 베어버렸다.

“주, 죽어!”

뒤에 있던 산적이 창을 내리찍었다. 시퍼런 창날이 라온의 심장을 향해 쏘아졌다.

라온이 허리를 숙였다. 창날에 잘려 나간 머리칼이 허공에 흩날렸다.

“흐아압!”

그 뒤를 이어 검을 든 산적과 도끼를 든 산적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촤악!

라온은 미끄러지듯 뒤로 물러나 방심하던 산적의 목을 베었다.

“따라잡아!”

“저, 저 쥐새끼 같은 놈!”

“올 필요 없어.”

라온이 가람보법을 밟으며 발목을 돌렸다. 그의 몸이 앞으로 기울어지며 벼락처럼 튀었다.

“이쪽에서 갈 테니까.”

라온은 쫓아오던 산적들의 아래쪽으로 파고들어 연성검법을 그었다.

촤아악!

질풍처럼 몰아친 검술 연계에 산적 네 명의 목이 날아갔다.

“후.”

라온이 검술을 끊고, 잠시 숨을 돌리려는 순간 뒤편에서 강렬한 살기가 치솟았다.

‘놈이다.’

지금까지 나서지 않고 기회를 노리던 부채주다. 뒤를 돌지 않고 그대로 허리를 젖혔다.

부채주의 대도가 앞머리를 가르고 지나갔다. 금빛 머리칼이 허공에 흩날렸다.

“이, 이걸 어떻게!”

“잘.”

당황하는 부채주의 목을 향해 검을 올려 쳤다.

쩌어엉!

자세가 제대로 잡히지 않아 힘이 실리지 않았지만, 부채주는 검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뒤로 튕겨 나갔다.

“쳐! 놈을 찢어버려!”

“으아아아아!”

부채주와 각종 무기를 든 산적들이 파도가 되어 밀려온다. 녹슨 검과 창이 심장을 노렸고, 두꺼운 도끼가 머리를 찍어왔다.

쿵!

라온이 숨을 들이마시며 진각을 밟았다. 만화공의 기운이 담긴 검을 좌에서 우로 내리그었다.

만화공. 염풍.

바람을 탄 열기의 칼날이 부채주와 산적들을 동시에 갈라버렸다.

“끄으윽….”

“어, 어?”

산적들은 본인들의 죽음을 믿지 못한 채 반으로 갈라져 넘어갔다.

“으아아악!”

“괴, 괴물이야.”

“어떻게 저런 아이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산적들은 무기를 든 손을 덜덜 떨며 뒷걸음질 쳤다.

“너희들의 두목은 지금….”

“하, 어이가 없네.”

수풀을 가르고 상의를 풀어 헤친 남자가 나왔다. 30살 정도 되었을까. 젊은 얼굴에 흉악한 기세가 함께 했다. 강한 악의만으로 알 수 있다. 이놈이 모든 일의 원흉이라는 것을.

“두목!”

“채주!”

겁에 질렸던 산적들의 얼굴에 희망이 깃들었다. 역시 저 남자가 설호채주였다.

“어린 새끼한테 다 뒈지는 게 말이 돼? 이래선 남북맹에 들어가 봐야 창피만 당하겠네.”

남자는 허리춤에 대롱대롱 매달린 술병을 입에 물고, 킥킥 웃었다. 산적들이 죽었어도 딱히 분노하지 않는다. 그저 이 상황이 흥미로운 것처럼 보였다.

“얼굴이랑 복장이 귀티 넘치는군. 잘 나가는 집안에서 나온 건가?”

산적 두목은 히죽이며 라온과 루난을 차례로 가리켰다.

“차라리 잘 됐어. 선물이 좀 모자랄까 봐 걱정했는데, 너희를 인질로 삼아야겠다. 하늘도 이 브칸을 버리진 않는군.”

스스로 브칸이라는 이름을 밝힌 산적 두목이 등에 걸친 도를 뽑았다. 통나무처럼 두꺼운 도가 나뭇잎처럼 빙빙 돌아갔다.

‘브칸이라면 두목이 맞군.’

리메르가 말해주었던 설호채주의 이름과 일치했다. 무력이 오러 유저 중상급인 것도 같았다.

지금까지 싸웠던 적 중 가장 강한 상대.

하지만 긴장되진 않았다. 가볍게 이길 수 있는 상대였으니까.

“덤벼봐. 도련님이시니, 몇 수 정도는 봐주지.”

브칸이 킥 웃으며 네 손가락을 모아 까딱였다.

“좋다.”

라온이 루난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눈빛을 보내고 앞으로 나왔다.

“어디 꼬마가 얼마나 강….”

브칸이 방심하고 주절거릴 때 놈의 목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치이이잉!

만화공의 기운을 가득 담은 검날이 브칸의 목을 향해 솟구쳤다.

“허!”

브칸이 헛바람을 흘리며 도를 휘돌렸다. 풍차처럼 돌아간 도가 검의 궤도를 비껴냈다.

쩌어엉!

강렬한 충격음과 함께 라온과 브칸이 동시에 밀려났다.

“호, 이 정도란 말이지?”

브칸의 눈동자가 굶주린 짐승처럼 번들거렸다.

“아주 재밌겠어!”

놈이 웃음을 터트리며 돌진해왔다. 도에 회전력을 더해 그대로 내리쳤다.

라온은 맞부딪치지 않고, 허리를 틀어 공격을 피했다.

콰아아앙!

바닥을 친 도가 땅을 쩍 갈랐다. 위력이 엄청났다.

“크하하하!”

브칸은 미친놈처럼 웃으며 연속으로 도를 내리쳤다. 거대한 도가 공간을 장악하자, 점점 움직일 공간이 줄어들었다.

“그렇게 피하기만 하면 칼 맞고 뒈질 텐데?”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라온은 침착한 눈빛을 발하며 계속 보법을 밟고, 도격을 차단했다.

“쯧, 그 정도라면 이제 볼 필요 없겠군.”

브칸이 입을 삐죽 내밀고, 도를 휘돌렷다. 바람을 탄 대도가 푸른빛으로 번쩍이며 강렬한 기운을 폭발시켰다.

“그대로 죽어라!”

그의 도가 하늘로 올라가며 움직임이 커진 순간 라온의 눈에 붉은색 벼락이 내리쳤다.

만화공 일화.

화령.

은빛 칼날의 끝에서 피어난 화염의 봉오리가 바람을 타고 피어났다.

쩌어억!

작은 불꽃에 어린 사나운 기운이 브칸의 도를 베고, 그의 허리를 뜯어냈다.

“끄아아아악!”

브칸이 옆구리에 박힌 검을 부여잡고 비명을 내질렀다.

“이, 이놈!”

괜히 두목인 건 아닌지 검날을 잡고 밀어내는 힘이 엄청났다.

“뒈져!”

브칸은 왼손으로 옆구리에 박힌 검을 쥐고, 오른손에 든 도로 목을 노려왔다.

“소용없다.”

라온은 목을 살짝 트는 것으로 반쪽 난 도를 피하고, 브칸의 힘을 역으로 이용하여 검을 우측으로 더 밀어버렸다.

“끄어억!”

브칸의 허리에서 살벌한 양의 피가 솟구쳤다. 놈은 잡고 있던 검을 놓고 뒷걸음질 쳤다.

“뭐. 뭣들 하는 거야 놈을 죽여! 여기서 다 뒈지고 싶어!”

“으헉!”

“가, 가자!”

“채주님을 구해!”

놈의 외침에 남은 산적들이 우르르 달려들었다.

“후우.”

라온이 숨을 고르며 검을 휘돌렸다. 지그하르트 기본 검술을 펼쳐 돌진해온 산적의 목을 베고, 다리를 그었다.

“컥!”

“끄아악!”

“으억!”

산적들의 벽이 비명을 지르며 무너졌다.

‘놈은?’

라온은 검을 휘돌리며 브칸의 위치를 찾았다. 놈은 없었다. 기감에도 위치가 잡히지 않았다.

‘도망쳤어!’

부하들을 방패로 삼고 도망치는 두목이라니, 산적답다면 산적다운 모습이다.

으득.

라온이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며 기세를 피워냈다.

‘시간이 없어.’

이쪽과 달리 브칸은 주변 지리를 모두 파악해두었을 거다. 한 번 놓치면 잡기 힘들다.

후우우욱.

만화공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려 검을 내리쳤다.

붉게 물든 칼날이 벼락처럼 떨어지자, 라온의 앞에 있던 산적들의 목이 모조리 떨어졌다.

“끄륵….”

“어억!”

산적들은 본인이 당했다는 것도 모른 채 멍한 눈으로 쓰러졌다.

“으아아악!”

“아, 안 돼! 저건 못 이겨! 괴물이라고!”

“채, 채주님! 채주님! 어?”

“그 개새끼 도망갔어!”

“하, 항복! 항복하겠습니다!”

이제 얼마 남지도 않은 산적들이 비명을 질렀다. 채주가 도망갔다는 것까지 알자 모두 무기를 버리고 무릎을 꿇었다.

“루난!”

라온이 항복한 산적들을 쭉 살핀 후 루난을 보았다.

“난 채주를 쫓을게. 이놈들 헛짓하면 망설이지 말고 죽여.”

“응.”

루난은 아이들을 꼭 안은 채 시원하게 대답했다. 산적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럼.”

라온이 불의 고리와 만화공을 운용하며 땅을 박찼다.

산적들이 나왔던 숲으로 들어가며 기감을 열고, 눈동자를 굴렸다.

‘어디지?’

산적 놈들이 숲을 마구 사용해서 흔적을 찾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소리는 숨기지 못했다.

‘남서쪽.’

설화의 감각으로 키운 청각이 남서쪽에서 수풀이 움직이는 소리를 잡아냈다.

터엉!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질풍처럼 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브칸의 기척이 잡히고, 놈의 등이 보이기 시작했다.

‘뭐야.’

브칸은 혼자가 아니었다. 여자 하나를 품에 안고 미친 듯이 숲을 달리고 있었다.

“거기까지다.”

라온은 가람보법을 최대한으로 밟아 브칸의 앞을 막아섰다.

“시발! 어떻게 쫓아온 거야!”

브칸이 입술을 떨며 뒤로 물러섰다.

“오지 마! 오면 바로 죽여버릴 테니까!”

놈은 여자의 목에 대도를 올리며 위협했다.

“이제 나도 눈에 보이는 거 없어. 수틀리면 바로 죽인다!”

“그럼 너도 죽는다.”

라온은 브칸의 협박에 굴하지 않았다. 만화공과 불의 고리를 운용하며 천천히 다가갔다.

‘인질이 있다고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게 최악이지.’

인질이 아무 소용도 없다는 모습을 보여야 저쪽이 역으로 당황하는 법이다.

그리고 저 인질은 정말 아무 의미도 없었다.

“빌어먹을!”

채주는 악을 내지르며 품에 안고 있던 여자를 던져버렸다.

“흡!”

라온은 앞으로 달려가 땅에 떨어지는 여자를 왼손으로 받아들었다.

“고, 고마워요.”

깔끔한 얼굴의 여자가 고개를 까딱인 순간 그녀의 소매에서 파란색 뱀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됐어!”

브칸의 환호 소리가 들려왔다.

“뭐가 돼?”

라온이 차갑게 웃고서 오른손에 든 검을 내리찍었다.

퍼억!

뱀의 머리를 꿰뚫은 칼날이 여자의 심장까지 찍어 눌렀다.

“끄륵, 어떻게!”

“아까 산적의 총인원이 39명이라고 했거든. 네가 그 마지막 한 명이잖아.”

“그, 그걸 세는 미친놈이….”

어처구니가 없었던지 여자는 죽으면서도 눈을 감지 못 했다.

“인질 치고는 얼굴도 깔끔했고.”

사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여자의 손가락에는 끼워진 붉은 선의 반지. 저건 뱀 술사의 표식이다.

산적의 숫자도 숫자지만, 저 반지와 깔끔한 얼굴을 보고 그녀가 인질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너, 너 대체 뭐야!”

설호채주 브칸이 악을 내질렀다. 도망쳐도 소용없다는 걸 알았는지 주저앉은 채로 턱을 덜덜 떨었다.

“너희가 죽일 때는 좋았겠지.”

라온은 여자의 심장을 부순 검을 뽑아 들고 브칸에게 다가갔다.

“꺼, 꺼져!”

브칸이 악을 내지르며 도를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처음 보았을 때 흉폭했던 그의 눈빛이 겁에 질린 듯 흔들렸다.

“마을을 습격하고, 약탈한 걸로 모자라 아이들까지 인질로 잡다니, 악마도 하지 않을 짓이다.”

-미안하지만 그 정도는 할 악마들이 꽤 있다. 아니, 수없이 많다.

“…….”

라온은 라스의 말을 무시하고 브칸에게 다가갔다.

“닥치라고!”

브칸이 메뚜기처럼 일어서며 도를 내질렀다. 오러가 가득 담겨 도의 날이 퍼렇게 빛났다.

불의 고리는 이미 놈의 무학을 모조리 파악한 상태다. 가볍게 회피한 뒤 검을 그었다.

촤아악!

브칸의 오른팔이 땅으로 떨어졌다.

“끄아아악!”

“넌 비명을 지를 자격도 없다.”

“자, 잠깐만 영약을 주겠다! 그 마을에서 가져간 영약을… 꺽.”

라온은 망설임 없이 브칸의 목을 베어버렸다. 추한 산적의 머리가 툭 떨어져 굴러갔다.

“하아….”

가쁜 숨을 내쉬며 검을 집어넣었다.

‘영약이라고 했지.’

놈은 영약 때문에 마을을 습격했다고 했었다. 분명 몸에 그 영약이 있을 것이다.

브칸이 입고 있던 옷을 뒤지니 작은 주머니 하나가 나왔다.

“이거로군.”

주머니를 열었다. 아직 피지 않은 꽃봉오리 하나가 들어 있었다. 특이하게도 색의 잎이 반은 푸르고, 반은 붉었다.

“이딴 것 때문에.”

라온이 꽃봉오리를 만지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건 투톤 플라워라는 영약으로 화속성과 수속성의 기운을 모두 가진 영약이다.

희귀하지만, 마을 하나를 몰살시킬 만큼 엄청난 영약은 아니었다.

“쯧.”

브칸 놈을 너무 쉽게 죽인 게 아쉬웠다.

-인간의 욕심이란 그런 것이다. 본왕은 마계에 있을 때보다 인간계에 왔을 때 더 많은 욕망을 보는 것 같다. 즐거운 세상이도다.

라온은 라스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무시하는 게 아니라, 그의 말이 맞아서 할 말이 없었다.

“음?”

씁쓸한 입맛을 다시고 돌아가려 할 때였다.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리며 만화공에 적혀 있던 한 지식이 떠올랐다.

투톤 플라워.

이 피지 않는 꽃의 진짜 모습은 이게 아니었다.

‘그것만 있다면 훨씬 엄청난 효과의 영약이… 어?’

만화공의 지식 덕분에 투톤 플라워의 진짜 모습을 깨달은 순간 남쪽 수풀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기척이 느껴졌다.

바스스.

수풀을 열고 한 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호피 가죽조끼를 입고, 이마에는 황색 두건을 둘렀다. 사냥꾼 같기도 했고, 산적 같기도 했다.

“어라? 이미 다 끝났네?”

그는 발밑에 죽어 있는 설화채주를 보고 입맛을 다셨다.

“지그하르트의 포위망을 뚫고 구하러 온 바람이 없구만.”

호피 조끼의 남자가 고개를 들어 올려 라온과 눈을 마주쳤다.

“네가 한 거니? 대단하네.”

“남북맹인가.”

황색 두건은 오마 중 하나 남북맹의 표식이다.

이 자리에 나타난 것 그리고 설화채주를 보고 아쉬워하는 것 모두 그가 남북맹 소속이라는 걸 알려주었다.

“렉터라고 하지.”

그는 숨길 생각이 없는지 본인을 그대로 소개했다.

‘렉터.’

렉터라는 이름을 들은 라온이 인상을 찌푸렸다. 전생에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다.

검 하나를 들고 남북맹에 들어가 10년 만에 대형 산채의 주인이 된 천재 검사.

렉터는 설호채주와는 격이 다른 진짜 무인이었다.

“그 녀석이 가지고 있던 영약은 네가 챙긴 건가?”

“그렇다면?”

라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투톤 플라워를 보고 있을 때 왔기 때문에 숨길 수도 없었다.

“당당하네. 하긴 나이에 맞지 않게 판단력도 좋고.”

그의 시선이 뱀 술사 여자를 향했다.

“무력도 뛰어나니까. 그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거겠지.”

목을 잃은 브칸의 시체를 훑은 렉터의 눈이 다시 라온에게 향했다.

“명가의 후예. 그것도 육황 지그하르트의 직계겠지. 화검의 문양이 없는 걸 보면 아직 수련생일 테고. 흐음, 어떻게 할까?”

그가 허리춤의 검을 만지작거리며 혀로 입술을 핥았다.

“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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